소설리스트

클로저스-168화 (168/517)

00168  영국에서 온 공주.  =========================================================================

영은이를 달래고 진정시키고 나니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아버린 데다 시간도 늦어 뜨거운 밤을 보내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겨우 진정한듯한 영은이를 보고 슬쩍 지나가는 말로 옛날에 슬픈 일이라도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슬프다기보다는…. 으응. 화나는 일이었어." 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어쩐지 캐묻기 어려워 보이는 분위기에,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나중에 말하고 싶어지면 나한테 꼭 들려줘.”

“응.”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유채린이나 내일 온다는 영국의 공주에 관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날은 넓은 침대에서 내 연인들을 품에 안고 조용한 밤을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영은이는 내가 선물해준 목걸이를 목에 걸고 환하게 웃으면서 내 입술에 키스해준 다음 저택을 나섰다.

“어제처럼 신경 쓰이는 모습은 남지 않은 거 같아 다행이네.”

“그러게요. 과거에 뭔가 가슴 아픈 일이 있었나 봐요.”

“으응? 내가 보기에는 가슴 아픈 일로 흘린 눈물이라기보단 어째 조금 기뻐 보이는 눈물이었는데. 기쁨이랑 회한이나…. 뭐 그런 거. 화연이는 몰라?”

“으음. 여사님은 과거 일을 이야기하는 건 별로 안 좋아했다. 언제나 현재 아니면 미래를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이었으니까.”

“으음. 유채린에 관해서 묻고 싶었는데, 나중에 전화라도 해볼까.”

“음? 유채린이라면 그 회복 능력자 말인가. 그녀는 여사님이 어제 납치하듯이 정부 청사로 끌고 갔다고 알고 있다.”

“…납치?”

“납치.”

…위험한 일도 없는데 본인의 의사 같은 건 물어보지도 않고 막 끌고 간 거야?

조금 황당했지만 뭐.... 영은이 옆에 있는 거라면 위험에 노출될 일은 없으려나? 나에게 도움을 주려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람은 더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영은이한테 잘 봐주라고 문자나 보내놔야겠다.

아침으로 간단한 토스트와 반숙 달걀 두 개에 베이컨과 야채 샐러드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으려니 누나가 저택 안으로 들어온다.

아, 난 반숙보다 완숙이 좋은데.

누나는 등굣길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나는 어째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게 좋으려나?

내 관심과 호기심의 대부분은 내 연인들이나 위상 세계 관련 이야기들인데 저번 한 달간은 위상 세계 쪽도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내 주변에는 천재들에 잘난 사람들이 많으니까 알아서 챙겨주겠지!

“그래서 화랑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으셨고 타임리버에서도 총무부장을 맡은 혜령 언니가 새로운 레이드 팀의 총무부장에 뽑히신 거야.”

“우와. 대단한데?”

감탄이 흘러나온다. 이혜령 부장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면 별다른 마찰도 일으키지 않고 두 팀의 총무부장에 뽑히는 걸까.

“아주머니랑 화연이의 추천이 있긴 했지만, 그 바탕에는 언니의 본 능력이 있으니까. 그보다 너는 괜찮니?”

“나? 뭐?”

“공개적으로 너한테 접촉하려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너한테 접촉해오는 사람들은 없어?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확인 보면 사람을 보냈다는 확신이 드는 나라만 네 곳인데.”

순간 영국의 공주가 생각났다. 이걸 브라콤 누나나 콩깍지 말기인 프랑에게 말하면 당연히 날 꼬드기려고 보낸 게 틀림없다고 난리를 칠 테니까 그냥 말아야지.

“나타나 봤자 헛수고야. 난 딴 데 갈 생각 없으니까.”

“얘는? 접촉해온다고 전부 이민같이 극단적인걸 요구하지 않아. 물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너와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핑계를 대고 말로 현혹해서 약점을 잡아 불합리한 관계를 만들려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조심해 야해.”

어? 어어, 그럴 수도 있겠구나.

“넌 이제 그랑 블루의 예비 보스니까 네 말에 무게감이 크게 실릴 거란 말이야. 막 약속한다거나 도와준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걸 빌미로 삼아서 접근하는 일도 생길 테니까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응. 근데 그랑 블루라니? 그게 레이드 팀 새 이름이야?”

“아직은 가칭이야.”

그 뒤로 내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다른 나라들의 시선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알려주는데,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부분이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나저나 학교 앞인데 왜 이렇게 밀리는 거람?”

누나 말대로, 이상하게 학교 쪽으로 가는 4차선 도로가 혼잡하다. 원래 출퇴근 시간이 걸리면 조금 막히긴 하는데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막히네.

공간 지각으로 학교 가는 길 앞까지 살펴보니 막히다 못해 차가 멈춘 게 보인다.

“학교 앞으로 가는 길은 여기보다 더 막히네. 난 여기서 내릴 테니까 직진해서 돌아가.”

“응. 오늘두 공부 열심히 해?”

“알았어~.”

차에서 내려 학교를 향하는데, 정말 학교 앞 4차선 도로는 꽉 막혀서 차들이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학교 앞에 뭔가 사고라도 난 거 아냐?

“이렇게 길이 막히는 모습은 처음 봐요.”

“그러게. 사고라도 난 건가?”

우리 학교 하복을 입은 채 빵모자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프랑은 챙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앞을 바라보지만, 어쩐지 인도도 조금씩 막히는 거 같다.

“어? 능력자다.”

“능력자요?”

프랑은 빵모자를 다시 내려쓰면서 날 돌아본다.

“어. 우리 학교 정문에 서 있어. D 클래스 신체 강화 3명이랑 한 명은…. 뭐지? 부정형 위상력을 보면 속성 타입인 거 같은데 새하얀 색이라서 모양이 잘 안 보여. 특이한데?”

교문 주변을 살펴보니 도로가 막히는 이유가 여러 대의 새카만 외제 차량이 정차한 채 도로를 막고 있었고 그 주변에 방송국 차량들도 잔뜩 서있어서 차들이 제대로 지나가질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인도에도 각종 방송국에서 나온 기자들이나 검정 수트를 입은 외국인들이 지나가려는 학생들을 막아서고 있었고.

그러고 보니 특이한 위상력을 가진 여자는 옅은 금발의 외국인이었다.

저것들은 학교로 들어가는 길 주변을 틀어막고 있었는데, 덩치가 큰 검정 수트 외국인 스물댓 명이 몸으로 벽을 쌓아 길을 막고 있었고 외국인 여자애 뒤에는 비슷한 나이의 쌍둥이 소녀 셋과 일곱의 경호원들이 버티고 서있었다.

외국인 소녀는 길을 막고 있다는 사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일정 거리 앞에 있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살짝 미소 짓고 있었다.

“나 참. 매너없이 학교 교문 앞에서 길 막하네? 저게 무슨 짓거리야.”

프랑도 학교 교문의 풍경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곳에 저렇게 길을 막고 서있다니…. 게다가 학생들이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고, 정말 몰상식하네요.”

교문 쪽으로 다가가니 날 알아본 애들이 좌우로 비켜서 줬다. 그렇게 좌우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니 금방 길을 막고서 있는 6명의 검정 수트 남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들 앞에 섰더니 키가 2m가 넘는 외국인들은 날 힐끔 내려보곤 다시 시선을 위로 올린다.

“비켜주세요. 학생들이 들어가질 못하잖아요.”

하지만 한국어를 못하는지 아니면 안 하는지 시선도 돌리지 않고 길을 막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 모습을 주변 애들이 보고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말 안 들려요? 비키라고. move over there.”

옆으로 손가락질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허허.

난 피식 웃으면서 두 손을 뻗어 가운데 선 두 명의 검정 수트 외국인의 멱살을 잡아 옆으로 밀쳐버렸다.

“what the?!”

fuck까진 안 나오네. 어차피 차도도 막혀서 움직이지도 못하니까 애들이 지나갈 수 있게 남자들을 뭉쳐서 굴려 차도로 걷어차 버리고 깜짝 놀라고 있는 나머지 수트 남자 셋도 마나 모드로 힘을 줘서 학교 담벼락 덤불에 확 밀쳐버리니 "aack!" 하면서 우루루 쓰러져버린다.

손을 탁탁 털고 걸음을 옮기니 뒤에서 구경하던 애들은 여길 넘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더 늦으면 지각할 텐데?

하지만 저 외국인 여자애 주변 사람들은 날 습격자라 생각하는건지 일곱 명의 검정 수트 남자들이 일제히 진압봉을 꺼내 들고 내 쪽으로 덤벼든다.

“뭐야? 학생한테 무기를 꺼내서 달려드는 거야?”

외국인이 한국 학교 앞에서 한국 학생에게 무기를 꺼내 들고 덤벼들다니, 이 자식들은 지들 나라에서도 깽판 부릴 자식들이네!

그보다 고딩이 머리 하나 큰 덩치들을 쉽게 쓸어버린 걸 보면 능력자라는 생각이 안 드나?

좀 기분도 나쁘고 짜증도 나서 바로 마나 모드 - 가속을 켜서 접근해오는 검은 수트 남자들에게 나도 접근했다.

가장 먼저 달려와 손목을 비틀면서 나한테 진압봉을 내려치려는 남자의 손등을 내려쳤...지만 진압봉은 손에서 떨어트리지 않는다.

하는수 없이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남자의 손목을 잡고 진압봉을 뺏어든 다음 다른 여섯명의 진압봉을 후려쳐서 떨어트리고 모조리 밟아서 분질러버렸다.

천천히 움직이면서 손아귀가 찢어진건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려 하는 검정 수트 덩치들은 눈이 커지면서 입이 벌어지려고 한다.

이제 능력자인 줄 알았냐?

내친김에 그자들의 멱살을 잡고 교문 입구에 잘 가꿔진 덤불 속에 하나씩 잡아 던졌다.

컥! 이라거나 으악! 하는 비명은 만국 공통인 거 같네.

두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몇미터를 날아가서 쿵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 남자 위로 나머지 6명이 줄줄이 날아가 샌드위치처럼 포개져 버리더니, 벌떡 일어나려다가 옆 사람과 팔다리가 꼬이면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옅은 금발의 외국인 여자애 뒤에 있던 신체 강화 능력자 여자애 셋 중 둘이 위상력 운용 기술을 쓰며 나한테 달려들려 한다.

내가 몸치긴 하지만, 한 달 동안 화연이한테 그냥 두드려 맞기만 한 건 아니라고. 거기다 가속까지 있고 프랑도 뒤에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D 클래스 둘쯤이야…!

살짝 긴장되지만 안 되면 마나 시브의 회전을 극대화해서라도 박살 내주지!

“enough!”

마악 땅을 박차려던 여자애 둘은 옅은 금발의 외국인 여자애의 외침에 멈칫하더니 뒤로 두 걸음 물러선다. 그 모습을 특종을 잡았다는 듯이 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막 터트려댄다.

아오…. 기자들 진짜. 아 눈부시다고! 그만 찍으라고!!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짜증 난 표정으로 기자들을 노려보니 슬그머니 한둘씩 카메라를 내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옅은 금발의 소녀가 내게 다가오기 시작하더니 그 뒤로 세 명의 신체 강화 능력자 여자애 셋이 날 경계하면서 뒤를 따르는 모습이 공간지각으로 보인다.

마음에 안 들어. 여전히 짜증 난 표정으로 여자애들을 노려보니 신체 강화 셋은 움찔하면서 자세를 잡지만 옅은 금발의 또래 여자애는 미소 지은 얼굴을 풀지 않고 날 바라본다.

눈을 돌려 저쪽 길을 막고 서있는 검정 수트 남자들과 나한테 밀쳐지고 집어 던져진 덩치들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내 근처까지 다가온 여자애를 한번 노려본 다음 발걸음을 옮겨 학교로 들어간다.

“ah! blue genius!”

그랬더니 그 여자애가 뒤에서 날 부르는데, 본토 발음으로 혀꼬부라진 소리로 별명을 들으니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데?

아무튼 무시해버리려다가, 문득 든 생각에 뒤를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한국어로 말해. 한국에서 왜 영어 쓰냐. 그리고 이렇게 길을 다 틀어막고 매너없이 무슨 짓이야? 기자회견 같은 거 하고 싶거든 따로 장소를 구해서 하라고.”

내 입에서 반말에 혼내는 말이 튀어나올줄은 몰랐는지 옅은 금발의 여자애 표정이 멍해지고 뒤에 서있던 세 쌍둥이는 울컥 하는 표정이 되었다.

울컥해서 뭐 어쩌게, 덤비게?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짓는 여자애를 두고 돌아섰다.

뭐, 크지 않은 체구로 덩치들 여럿을 들어 올려 날려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능력자 일 거고 우리 학교에 능력자는 나뿐이니까 내가 그 망할 별명의 주인이라는 건 금방 눈치챘겠지.

시계를 보니 8시 15분이다. 곧 아침 조회 시작하겠네. 프랑은 내가 가볍게 덩치들을 쓸어버리고, 여자애한테 톡 쏘아주고 돌아서는 모습을 미소 지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보나 마나 저 여자애가 영국에서 온 공주겠지. 영국에 대해서는 별로 나쁜 감정은 없었는데 아니, 솔직히 프랑 때문에 좋아지고 있었는데 저 여자애가 벌인 짓 때문에 다시 싫어질 거 같다.

들어오면서 학교 창문에 애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걸 봤는데, 내 교실에 들어왔더니 여전히 몇몇 애들이 창문에 붙어서 교문 쪽을 보고 있다.

“어서 와. 아까 멋지던데?”

강주찬도 창가에 붙어있다가 들어오는 날 보더니 웃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멋지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교문을 틀어막고 저 짓거리야? 선생님들이랑 직원들은 저런 거 안 막고 뭐하나 몰라.”

“미리 사전에 학교에 양해를 부탁했다고 들었는데, 선생님들도 교문에서 저럴 줄은 몰랐나 봐.”

하긴, 외국인 덩치들을 집어 던질 때 학생 주임 선생님이나 몇몇 생활지도 선생님들의 놀란 모습을 보긴 했다.

“하…. 진짜 답 없는 민폐 덩어리들이네.”

내가 깽판 치고 온 덕분인지 길 막은 풀리고 학생들이 학교로 몰려 들어온다.

기자들도 장비를 정리하고 돌아가기 시작하는 와중에 금발 여자애는 검정 수트 남자들에게 뭐라 뭐라 말하고는 다 돌려보내고 신체 강화 여자애 셋만 데리고 학교쪽으로 걸어온다.

그러다 눈이 마주쳐버렸다. 날 보더니 살짝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데 그 모습을 본 강주찬이 오오 하면서 날 돌아보며 부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공주님이 너한테 손 흔드는데?”

“나도 봤다.”

킁 해주면서 고개를 돌려버리니 강주찬은 픽 웃으면서 김창현의 자리에 앉았다.

“진짜 네가 목적이 맞긴 한가 보다.”

“…….”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프랑의 뒷모습을 보면서 공주의 체내 위상력을 다시 한 번 봤다.

부정형 6줄의 나무테 모양이긴 한데, 모습이 하얀데다 나무테 같은 줄이 희미해서 대체 무슨 능력인가 싶다.

흰색이라면 혹시 빛 속성 능력자인가?

“내가 목적이라니…. 잘난 공주까지 보내면서 뭔 속셈인지 모르겠다. 미인계라도 쓰려나?”

“그럴지도….”

강주찬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한고은을 비롯한 패거리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아우~! 짱나!! 공주면 다야?! 왜 학교 앞을 틀어막구 있냐구!”

“언제부터 저랬어~?”

“30분 넘게 기다렸어…. 휴우.”

언제나 방실방실 웃고 다니던 수유리도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술을 내밀고 있는 게 어지간히 짜증 났나 보다.

그런데 교실 안으로 들어와서, 날 찾은 김창현은 뭐 이런 놈이 다있냐는 황당한 표정을 하고 나한테 달려온다.

“야야야야! 정서하! 공주님한테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는 게 어딨냐! 응?!”

…이 자식은 아침부터 무슨 소리야.

내가 공주를 대하는 모습을 본건가? 아무튼 녀석은 달려와서는 내 어깨를 잡고 막 흔들어댄다.

“뭔 소리야.”

“공주님이라고?! 영국의 프린세스! 크으~! 그 백금발의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에 은은한 기품에서부터 우아한 몸짓까지 그야말로 예술…?!”

한숨을 쉬면서 손을 뻗어서 김창현의 얼굴 밀어내니 한고은이 김창현의 엉덩이를 퍽 소리나게 걷어차고는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아냐! 잘했어! 저런 재수 없는 공주님한테는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는 게 좋아!”

엉덩이를 걷어차인 김창현이 툴툴거리는데 옆에 선 조민호는 우물거리면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하, 하지만. 공주님이잖아…. 건방지다구혼내면….”

“그 공주가~. 누굴 만나러 온건지 생각해봐~.”

강소라는 우물거리는 조민호가 맘에 안 드는지 손바닥으로 조민호의 등을 찰싹 후려치면서 말했다.

“윽. 그, 그런가?”

아니, 어째서 날 만나러 온 거라고 다 확정 짓고 있는 거야? 정말 공부를 위해서 온걸 수도….

…그랬다면 조용히 공부만 하고 가지, 저렇게 기자들을 부를 리는 없나? 근데 저렇게 길막을 시전하면 나한테 좋지 못한 인상을 받을거란 생각도 못한거야?….

에이 몰라. 누나가 말한 대로 말조심이랑 행동 조심만 하면 되겠지.

김창현은 공주가 예쁘다면서 핰핰거리는데 내가 보기에는 프랑의 반도 못 따라가는 얼굴인데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공주가 어디가 예쁘다고 그래? 우리 프랑이 100만 배는 더 예쁜데.”

토닥거리면서 싸우는 김창현과 한고은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던 애들도 내 말에 모두 내 옆에 얌전히 떠 있는 프랑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지만 김창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어깨를 으쓱하면서 실실 웃었다.

“야야. 플랑드르 씨는 정령이잖아. 공주님은 왕족이라고! 돈도 많고 예쁘고 능력 있고 캬~! 억!”

“흥! 그렇게 공주가 좋으면 가서 공주님 구두라도 핥으면 되겠네!”

한고은은 어쩐지 진짜 화난 얼굴로 김창현의 정강이를 차버리더니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어휴… 창현이 바보.”

수유리도 드물게 김창현을 비난하고는 한고은을 따라갔고 강주찬도, 강소라도 고개를 젓더니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내가 뭐 실수했냐?”

“돈 집안 얼굴 밝히는 발언밖에 안 했다.”

“킁….”

============================ 작품 후기 ============================

여러분들은 유다희 양을 아시나요? 옆나라에서는 이미 한창 만나고 있겠군요.

저도 YOU DIED양이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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