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67화 (167/517)

00167  한달 간의 이야기.  =========================================================================

화연이 서류를 다시 정리하기 시작하고 프랑도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16층으로 내려왔다.

사람의 성격이 변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작 사람의 정신은 탄력이 높아서 어지간한 일로는 성격이 바뀔 정도의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는 힘들다고 한다.

무엇보다 성격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쌓여온 습관이나 행동의 총체다. 그러니까 습관이나 행동이라는 바탕 위에 쌓인 게 성격이라는 거다.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물론 이건 아빠의 의학 서적에서 본 내용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속해오던 습관이나 행동이 바뀔 정도의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면 천천히 성격이 바뀌어나가다가 종래에는 전혀 다른 사람같이 변한다거나, 아니면 한순간 회까닥 돌아버리듯이 성격이 180도 바뀔 수 있다고 하는데.

최수한의 경우에는 전자였다.

그녀는…. 지난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지날 동안 외모에서 성격까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최수한의 방문 앞에 서서 안쪽을 공간지각으로 살펴보니, 최수한은 자신의 방 한가운데 널찍한 하얀 천을 깔고 그 위, 정중앙에 상반신을 드러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산발한 사자 갈기 같던 머리카락은 곧게 뻗은 직모가 되어있었고, 노란색으로 염색되어있던 머리는 다시 새카만 색이 되어있었는데 짧지 않은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끝을 하얀 끈으로 묶어 가슴 앞으로 넘긴 모습이었다.

그녀의 등에는 새빨간 채찍 자국이 수없이 새겨져 있고 새겨진 자국에서는 핏물이 방울지며 등골을 따라 흘러내려 구겨진 바지 틈으로 드러난 새하얀 레이스 팬티를 붉게 물 들이고 있었다.

캣 오 나인 테일 Cat o' nine tails, 아홉 꼬리 채찍을 들고 있던 최수한은…. 잠시 멈춰있던 그녀는 다시금 채찍을 휘둘러 자신의 등을 거세게 채찍질을 하기 시작한다.

SM 플레이에 쓰는 연마한 가죽 채찍같이 상냥한 물건이 아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파공성을 내며 D 클래스 신체 강화자의 육신에 상처를 내는 무시무시한 무기는, 연신 날카롭게 휘둘러지며 최수한의 등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살펴보니 아물다가 찢어진 상처가 여러 곳이 보인다.

잠겨있지 않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최수한은 내가 들어오는 모습에 채찍을 내려놓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달려와 내 발아래 엎드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주인님!!”

예상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며칠 전 화연이에게 최수한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검증단의 검증이 끝나고 며칠 후 맑은 눈빛을 하고 사자 갈기 같던 머리도 정리하고 염색물을 뺀 채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을 찾아왔다고 했었다.

“월급을 달라고?”

“네.”

“네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는 알고 있나? 평범하게는 네가 1000번을 능력자로 다시 태어나더라도 갚지 못할 막대한 빚이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절대 갚지 못할 빚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월급을 달라 하는 건 과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제 사욕을 채우기 위해 많은 양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일반인 최저 임금에 해당하는 양이라도 괜찮습니다. 이전처럼 미온적인 태도로 토벌전에 적당히 임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적게나마 급여를 받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월급을 받아서 어디에 쓰려는 거지?”

“주인님의 명성에 흠이 되지 않을 수준에서 몸을 단정히 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네가 말한 주인님이라는 자는…. 서하인가?”

“네.”

“…알았다. 기본 급료는 받을 수 있게 해주지.”

“감사합니다, 사모님.”

“….”

“주인님의 명예에 흠이 가지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이후 1번의 토벌전에서 최수한은 예전의 덤벙거리고 흐리멍덩한 태도가 모두 사라진 모습으로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토벌에 임하며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했다.

“…일어나.”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난 최수한은 내 옆으로 3걸음 떨어져 날 보며 상체를 약간 숙이고 두 손은 아랫배에 가지런히 모은 자새로 내 말을 기다리는 모습이 되었다.

겉으로는…. 집사 할아버지가 생각날 정도로 완벽한 시중인의 모습이다. 저 도드라지다 못해 충혈된 젖꼭지와 촉촉이 젖어가는 꽃잎만 아니라면.

벗은 상체를 가리려 하지도 않는 모습에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내가 최수한에게 했던 짓이, 그녀의 성격마저 바꿔버릴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던 건가.

난 그냥 삶을 포기한듯한 모습을 바꿔놓으려고 충격요법을 썼던 건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가구라고는 침대와 티비뿐인 최수한의 살풍경한 방을 돌아보니 전에 없던 옷장과 책장이 생겨있었다.

책장에는 각종 예법 책과 바른 몸가짐, 행위와 행동에 관한 고찰 같은 책들이 쌓여있었고 옷장에는 단정하고 섬세한 여성복이 한가득하다.

들은 이야기로는 털털하고 덤벙거리다 못해 칠칠맞은 모습에 언제나 바지만 고집하면서 정장을 입고 다녔다고 했는데,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 동일인물인가 싶을 정도다.

방 안을 둘러보다가 침대에 가서 앉으니 최수한은 내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아 날 올려다본다.

한 달 전의 썩은 동태눈깔 같은 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맑고 빛나는 한 쌍의 눈동자만 남아있었다. 그 눈동자는 가지런히 정돈하고 곱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어울려 한국의 미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연이한테 들었어. 한번이지만 네가 할 일을 찾은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인님의 명예와 명성에 흠이 가지 않게끔 최대한 노력 중입니다.”

공간 지각을 풀로 돌려 겉모습을 살펴보지만, 이상한 점은 한 점도 찾을 수가 없다.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에 한점의 거짓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했던 어느 행동이 최수한의 성격을 저리 바꿔놨을까.

역시 마조히즘을 각성시킨 그 일 때문일까, 아니면 목소리에 담은 마나 시브의 효과인 걸까.

그날 이후 단 한 번의 토벌전을 거쳤지만, 입소문이 번지고 번져서 타임리버 내부에서는 최수한의 평가가 완전히 반전되었다.

이전까지는 빚이라는 쇠사슬에 묶여 인생을 포기하고 도움이라곤 전혀 되지 않는 민폐 덩어리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걸어가야 할 길을 찾은 구도자의 모습이라던가.

그 평가만을 본다면 몇 번의 토벌전을 더 확인한 후 일반 멤버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았을 테지만, 날 올려보는 모습에서 충견의 모습을 발견한 나는…. 최수한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주, 주인님. 무례임을 알지만, 저의 행동에 흡족하셨다면 사, 상을….”

살짝 발그레해진 얼굴로 날 올려다보는 모습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니 표정이 한껏 밝아진 최수한은 발딱 일어나더니 잽싸게 곤장을 가져와 나에게 바쳤다.

…역시 이거지? 상이라면 이걸 거라고 생각했어. 음.

에휴…!

곤장으로 궁둥이를 몇 번 두드려주고 앞으로도 이렇게만 한다면 널 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줬더니 최수한은 행복한 얼굴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버렸다.

등에서 흐른 피로 빨갛게 물든 팬티만 입고 침대 위에 엎드린 채 기절한 최수한의 등을 내려보고 있으니 머리가 굳어서 생각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한숨을 푹 내쉬고 손을 뻗어 채찍 자국에 상처투성이인 등에 힐링 터치를 걸어 흉터까지 깨끗하게 지운 다음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다.

새빨갛다 못해 파랗게 부어오르는 엉덩이는 상으로 원한 거였으니 그냥 내버려뒀다.

19층의 집무실로 돌아가니 프랑이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표정이 좋지 않군. 어딜 갔다 온 거지?”

“최수한한테 다녀왔어.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렸네.”

화연이는 잠시 내 얼굴을 올려보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나도 좀 놀라긴 했지. 앞으로도 최수한이 그렇게만 행동해주면 그녀가 토벌전에서 허무하게 죽지 않게 신경을 써줄 용의도 있어. D 클래스 초입이니 어렸을 때 내가 쓰던 폴 딕트의 타이즈 체인 아머를 주면 장비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을 테니 E 클래스들을 이끄는 팀장이 될 수 있을 거다.”

“화연. 서하가 걱정하는 건 그 부분이 아니에요.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서 정말 자신이 서하의 노예가 된 듯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걸 신경을 쓰는 거예요.”

“…문제가 되나?”

“어? 으응. 최수한이 한 실수는 싫지만…. 최수한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데 이렇게까지 변해버린 건 문제가 큰 게 아닐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화연이는 최수한이 이렇게까지 된 걸 잘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상상도 못 한 화연이의 반응에 놀라서 물었더니 화연이는 고개를 젓는다.

“최수한은 그대로 놔뒀다면 100중 100, 위상 세계에서 사망했을 거다. 그걸 서하 네가 살린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예라는 부분이 신경 쓰인다면 최수한에게 명령해라. 노예가 아닌 집사로서 섬기라고.”

“…엉?”

“뭐가 걱정인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삶을 포기하고 의욕을 잃은 자에게 살아갈 의미를 준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서하 너는 그 일을 짧은 시간 안에 최수한이 목숨을 잃는 일 없이 성공해낸 거다. 거기다 나쁜 버릇까지 모두 고쳐놔 최수한을 아는 사람이라면 열이면 열, 모두 현 상태가 낫다고 말하고 있다.”

할 말을 찾지 못해서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화연이는 흑요석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계속 입을 열었다.

“그러니, 최수한이 정말로 너에게 충성을 바치게 된 것이라면 너는 그 능력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주면 돼. 생각해봐. 서하, 너는 여사님을 모시고 있는 한 할아범을 어떻게 생각하지?”

“머…. 멋진 집사 할아버지?”

“그럼 널 모시는 최수한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려니 화연이는 서류 작성이 끝났는지 서류를 그러모아 정리하고 서류철에 넣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젊은 여자의 몸으로 집사를 자처하며 나서는 모습에 음란한 상상을 하며 널 헐뜯는 자들이 생기겠지. 그런 모습을 음해하고 헐뜯는 자들은 어딜가나 있기 마련이다. 그건 네가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쌓고 위대한 존재가 된다 해도 바뀌지 않아. 하다못해 위인전기에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무수히 나오는 여사님만 봐도 한국 내에서 강대국에 가랑이를 벌리며 아양을 피우는 창녀라고 욕을 하는 자들이 있다.”

순간 속에서 울컥하고 열이 올라온다.

“누가 그래?”

“속 좁고 비열하고 남의 흠을 내기 좋아하는 자들. 익명성을 가지고 남을 업신여기는데 쾌락을 느끼는 쓰레기 같은 자들. 정확한 사정조차 알려 하지 않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루머를 사실인 양 왜곡해 쓰레기 기사를 만들어내는 머저리들.”

그 자식들을 그냥!

“그런 자들은 신경 쓸 필요 없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수많은 삶의 방식이 있다. 네가 B 클래스가 되고 능력자 세계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오히려 너의 집사가 된 최수한을 부러워하는 자들이 틀림없이 나올 거다. 최수한이 너만을 바라보고 너만을 섬기며 살겠다고 한 거라면, 너는 네 마음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행동으로 너 자신의 가치를 높여 최수한의 삶이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수준으로 올려주면 되는 거다.”

그러면서 훗 하고 웃은 화연이는 서류철을 들고 내게 다가오면서 내 뺨을 살짝 잡았다가 놓는다.

“응….”

솔직히 내 마음속에서는 최수한이라는 한 사람의 삶을 망친 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는데 화연이의 말을 들으니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는 거 같다.

“그런데 최수한의 부모님이 최수한을 보면 어떻게 해? 자기들 소중한 딸이 저런 모습이 되어버렸다면….”

“최수한도 어렸을 때 양친을 잃은 고아다. 최수한의 경우에는 능력자 연합에서 후원하는 고아원에서 자란 거지. 그러다 능력자로 각성하고 능력자 협회에 취직하게 된 타입이다.”

“…그런가.”

그렇게, 그날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나게 되었다.

…최수한을 집사 할아버지한테 보내서 교육받게 할까?

저택으로 돌아와 화연이에게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당하고 프랑에게 대련을 빙자한 놀림을 받고 씻고 밥을 먹고 쉬고 있는데 영은이가 돌아오지 않는다.

영은이는 오늘부터 바빠서 나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 거라 슬퍼했는데 그 말이 정말이었는지 10시가 다 되도록 오지 않았다.

검증단에서 돌아온 뒤로는 오후 6시 땡 하면 저택으로 돌아와서 씻고 나랑 놀다가 밥 먹고 놀다가 자는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늘 셋 다 목걸이 걸어주려고 했는데, 이러다간 영은이만 날짜를 넘기겠네. 미리 이야기라도 해서 오늘만이라도 일찍 오라고 해둘걸 그랬나?

하고 있는데 영은이의 차가 오는 게 보인다! 다행히 오늘이 지나가기 전에 왔구나!

영은이가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입구에 나가서 기다리니 문을 열고 들어온 영은이는 활짝 웃으면서 날 껴안았다.

“퇴근하자마자 서하가 반겨주다니! 너무 기뻐!”

“어서 와. 밥은 먹었어?”

“응응. 밥도 안 먹고 일 할 수는 없잖니?”

나는 영은이의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얼른 씻고 3층으로 올라오라고 했더니 귀여운 비명을 지르면서 엉덩이를 가리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내 방이 된 3층 남향에 있는 방에 들어가 포장된 목걸이 상자를 들고 나왔더니 응접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던 프랑과 화연이는 빙긋 웃으면서 날 바라본다.

다 씻고 11시쯤에 나온 영은이는 헐렁한 반팔 티에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를 입고 올라왔다.

영은이가 내 옆에 앉고 곧 따라 올라온 집사 할아버지가 차와 커피를 다시 채워주신 다음 내려가는 모습까지 바라보고 있었더니 영은이 내 볼살을 콕콕 찌르면서 응근한 웃음을 짓는다.

“누나 많이 기다렸쪄?”

눈에 잔뜩 열기가 서리는 게, 오늘 밤도 뜨겁게 해줄 거냐고 묻는 거 같다. …살짝 한숨을 쉬며 잽싸게 손을 들어 영은이의 코를 퉁겨주니 눈을 깜빡이면서 날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난 오늘 넘어서 오는 건 아닐까 걱정했구만, 오자마자 하는 말이 덮쳐달라는 거야?”

“덮쳐달라고 하지 않았는걸!”

“눈에 욕정을 가득 품고 그런 말 해봤자 설득력이 없어!”

“으응~ 그래…도? 이건 뭐야?”

이렇게 토닥거리다가 11시를 넘길까 봐 난 내가 할 말만 하고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붉은색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된 목걸이 케이스를 들어 보였다.

“뭘까?”

장난기가 가득하던 얼굴은 상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묘하게 울렁거리는 얼굴이 된다. 그러더니 프랑과 화연이의 목에, 못 보던 것이 있는 걸 발견했는지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기 시작한다.

“나, 나두 주는 거야…?”

“그럼? 내가 할까?”

“으응?! 아니!”

웃으면서 슬슬 손을 내리니 놀라면서 두 손을 붙여 내게 손바닥을 내민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실실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주세요, 해봐.”

“…주세요!”

“옳지 착하다.”

킥킥 웃으면서 목걸이 케이스를 영은이의 손에 올려줬더니 여전히 붉어진 눈시울로 빠르게 포장끈을 풀어내고 포장지를 풀었다.

붉은색으로 반투명한 케이스를 쓰다듬던 영은이는 곧 케이스를 열어보더니 탄성을 내지른다.

“루비네…? 탄생석으로 목걸이를 만든 거구나?”

“응. 맘에 들어?”

“으응.”

조금 격한 숨을 들이쉰 살짝 눈을 감았다 뜨면서 케이스를 내게 돌려 보인다.

“직접 걸어줘!”

“그래그래.”

그러면서 내게 등을 보이고 앉으며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모아 들어 올린다. 새카만 비단 같은 머릿결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하며 목걸이를 꺼내 영은이의 목에 걸어주고, 새하얀 목덜미에 살짝 키스를 해줬더니 움찔했다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는 게 눈물이 흐르려는 거 같다.

“…괜찮아? 눈이 조금 붉어졌는데.”

“으응…. 가슴이 뛰어서 그래. 나 키스해주면 안 돼?”

어쩐지 보통 때랑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은이의 한쪽 뺨에 손을 대고 길지 않은 키스를 나누었다.

영은이는 루비를 손에 살며시 쥐더니, 프랑이 가져온 거울에 목걸이와 목을 비춰보다가 긴 한숨을 내뱉는다.

“하아아…. 너무 행복해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 같아.”

“그럼 프랑이랑 화연이가 날 독차지할 텐데 그래도 괜찮아?”

“그건 안돼! 나도 같이 할 꺼야!”

그러면서 킥킥 웃는데 결국 눈꼬리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진짜 무슨 일이지?

목걸이 선물을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뭔가 과거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던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점점 영은이의 과거가 궁금해지지만…. 언젠가 직접 본인의 입으로 이야기를 들을 날이 오겠지.

“이리와.”

프랑과 화연이도 영은이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나도 어쩐지 마음이 짠해져서 두 팔을 벌리니 내 품에 뛰어들며 살짝 몸을 떨었다.

그렇게 한동안 살짝살짝 떨리는 영은이의 등을 보듬어주며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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