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64화 (164/517)

00164  한달 간의 이야기.  =========================================================================

지난 한 달…. 그러니까 6월 6일부터 오늘 6월 30일까지 그동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사건들이 일어났었다.

우선 집을 나와 방배동의 저택에서 머무르겠다고 하니 누나가 격하게 반대했지만 내 훈련과 가족들의 안전을 핑계로 삼아 아빠랑 엄마의 허락이 떨어졌더니 누나는 결국 삐져서 울먹이다가 방에 틀어박혀 버렸었다.

방배동의 저택에서 지내려 한 이유가, 프랑과 화연이와 영은이의 간절한 요구에 근접 전투 훈련을 받기로 해서였다.

그렇게 영은이가 B 클래스에 오른 6월 6일부터 방배동의 저택에서 지내며 집과 학교를 오가면서 화연이에게 근접 격투술을 배우고 프랑과 영은이에게 단검을 쓰는 법을 배웠다.

그때 알게 된 거지만 프랑은 대단하다고 할 만큼 검과 둔기술과 단검술에 일가견이 있었다.

처음에는 검술과 둔기술, 단검술에 조금 자신이 있다는 프랑의 말에 화연이가 가벼운 가검을 들고 프랑과 대련을 벌였는데 정말 순식간에 결판이 나버렸다.

연습을 위해 같은 신체 능력으로 맞붙었는데 순식간에 프랑의 검술에 밀려서 이곳저곳을 찔리고 베였었으니까.

30초도 안 돼서 결판이 나버렸다는데 충격받은 화연이는 몇 번이나 대련을 벌였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걸 보고 눈을 반짝인 영은이도 단검을 들고 나이프 파이팅을 벌였지만, 화연이보다는 좀 더 버텼지만 역시나 1분을 넘기지 못하고 좌절포즈를 취해버렸다.

만약 실제 전투였다면 화연이랑 영은이는 수십 조각으로 잘리고 수백 군데 찔려서 죽었을 거 같다….

그렇게 단검술은 프랑에게 배우고 대신 체술은 화연이에게 배웠다.

기자들은 6월 5일에 발표가 나간 직후 2주간 정말 짜증 날 정도로 쫒아다니면서 내 사생활을 캐려 했었다.

저택 근처에서 잠복하다가 내가 밖으로 나오면 줄줄이 사탕으로 내 뒤를 쫓아오면서 사진을 찍어대는 건 기본이고 학교에 숨어들어서 내 자리를 찍거나 망원 카메라로 내 모습을 도촬하는 건 기본이었으니까.

뭔가 움직이려 하면 귀를 자극하는 카메라 소리 때문에 점점 짜증 나고 있을 무렵이었다.

내가 기자들의 행동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으니 기자들의 행동은 점점 더 대담해져서 방배동 저택 주변의 주택 옥상에 침입해서 저택 안을, 프랑과 화연이를 도촬하려 하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 영은이가 나섰다.

영은이의 명령에 경호대가 모두 투입돼서 근방에 있던 기자들 전부를 잡아다가 저택으로 끌고 와버렸다. 그랬더니 기자들은 아우성을 치며 국민의 알 권리 어쩌고저쩌고 하니까 영은이의 "그렇게 당당하면 법원에서 누가 옳은지 싸워볼까요?"라는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물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저택의 모습이나 우리 모습이 찍힌 카메라의 주인은 사생활 침해로 고소까지 진행하니 파파라치 수준의 기자들은 거의 다 사라져버렸지만, 정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들먹이면서 교묘하게 합법과 불법의 사이를 오가는 기자들은 어찌 내 칠 방도가 없었다.

그들은 학교와 신촌동의 내 수련장까지 따라와서 찍으려고 하다가 나한테 들키면 "앗, 죄송합니다! 실수였습니다!" 하면서 도망가버렸는데 잠시 후에 보면 또다시 돌아와서 날 찍고 있었다.

그렇게 기자들에게 받는 짜증을 견디다 못해 프랑과 화연이랑 영은이를 쉴 새 없이 덮치는 식으로 풀어버리기 시작했다.

평일이든 휴일이든 훈련이 끝나고 쉴 때면 그녀들이 정신을 차릴 때마다 덮쳐버리니까, 집에서 제정신으로 있지를 못하니 견디다 못한 영은이가 경호원을 고용해서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해줬다.

6월 둘째 주부터 학교에 다시 나갔을 때는 반응이 또다시 바껴서, 내 신발장과 책상 서랍에서 러브레터는 흔적을 감춰버렸고 학교 애들도 날 멀찌감치에서 바라보고 사진만 찍을 뿐,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거나 길을 막는 일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물론 이 꼬맹이만 빼고.

“서하 선배니이이이님!! 제발!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학생회에 이름을 올려주세요오. 네?!”

“아 진짜! 그만 안 할래?!”

이유미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날 죽도록 쫓아다니지는 않았지만, 학교를 돌아다니다 나만 보면 트윈테일을 휘날리며 날아와서 내 허리를 잡아채는데 진짜 혼내지도 못하고 죽겠다.

“요기에 이름 세 글자랑 사인 한 번만 해주시면 그만할게요!”

“…크악!”

“크크크. 서하 네 적은 이형종이 아니라 학생회장인 거 아냐?”

참다못한 나한테 결국 꿀밤을 맞고 머릴 감싸 쥔 채 도망가는 이유미를 한숨을 쉬면서 보고 있으려니 김창현이 낄낄거리면서 내 어깨를 두드리는데 부정할 수 없어서 화난다!

아무튼, 덕분에 나름대로 쾌적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신나서 러브레터를 까봤지만 대부분 날 좋아한다거나 사귀자거나 그런 내용들 뿐이어서 금방 질려버렸다.

뭣보다 간혹 편지봉투안에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서 묶은걸 보내오는 애들도 있어서 열어보기 오싹해서 다 버렸거든.

그런데도 줄기는 커녕 계속 늘어만 가서 좀 성가셨는데 다행이지.

거기다 시선이나 뒤에서 속닥이는 건 이제 어느 정도 적응했지만 날 둘러싸면서 아이돌 보는듯한 애들의 시선은 진짜 적응이 안 되더라고.

아무튼, 3회차와 검증단까지 끝난 다음에 학교에 나왔을 때는 한고은 패거리가 날 보며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울먹이거나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에 조금 감동을 받아버렸다.

물론 그 감동은 얼마 가지 못했다.

왜냐고?

이…. 친구라는 놈들은 내 뒤에 떠 있는 프랑을 보더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날 밀쳐버리더니 프랑에게 달려갔고 반 애들도 모조리 프랑에게 몰려들었거든.

아니, 프랑의 아름다움은 나도 인정해. 하지만! 그렇다고 밀칠 거 까진 없잖아…!

넘어질뻔한데다 날 따돌리던 검증단 사람들까지 생각나 진짜로 서러움이 왈칵 밀려들어서 눈물을 찔끔 흘릴뻔했다고!

이런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같으니…! 감동 물어내!!

나랑 떨어져 살게 된 누나는 오후가 되면 매일매일 타임리버 빌딩으로 출근해서 날 만나러 왔다.

날 찾은 누나는 내 팔을 잡아끌고 카페에 들어가서는 별일은 없었는지, 어제는 뭐 하고 지냈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매일매일 물어오길래 좀 어이없기도 하고 아직도 날 어린애로 보는 거 같아서 따끔하게 말했다.

이제 어린애도 아니고 잘 먹고 잘 지낸다고, 왜 이렇게 과보호하려는 거냐고, 날 망치고 싶은 거냐고.

나한테 혼이 난 누나는 크게 풀이 죽은 모습으로 18층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었다.

…에잉.

훌쩍거리는 모습을 보니 조금 입맛도 쓰고, 누나가 풀 죽은 모습을 보는 것도 껄끄러워서 다음날 시내 유명 보석점에서 가늘고 예쁘게 생긴 누나의 탄생석이 달린 목걸이를 예쁘게 포장해서 누나한테 선물해줬다.

그때까지는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낀 모습이었는데 선물을 받는 순간은 얼떨떨했다가 포장을 열어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눈꼬리에 눈물도 한 방울을 매달더니 날 꼭 끌어안아 주었다.

에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물론 속으로만.

그렇게 방배동의 저택과 학교, 타임리버 빌딩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보니 6월 말이 되었을 때 한가지 사건이 터지면서 기자들의 관심과 세간의 시선이 날 떠나 그제서야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사건이 에쉬반의 보스이자 한국 최고의 아이돌 아이콘이라는 선아라의 스캔들이라던가?

“…그냥 공간 보호막으로 근접 전투를 차단하면 안 돼? 어차피 이형종 상대로는 근접 전투를 할 일도 없을 거고, 한다면 능력자를 상대로 하는 거 뿐이잖아. 하지만 능력자라면 내 공간 보호막을 뚫을 수 없는게 당연하고, 뚫으려고 시도해도 공간 조작으로 뭉개버리면 되는데.”

결코 내 몸을 매섭게 두드려대는 화연이의 손과 발이 아파서 이러는 건 아니다!

“배워서 남 주는 건 아니잖니? 열심히 배워놓으면 언젠가 다~ 쓸데가 있는 법이에요?”

화연이의 집어 던지기에 하늘을 날다가 몸을 돌려 땅에 착지하면서 투덜거렸더니 옆에서 지켜보던 영은이가 방긋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뭐 그건 그렇지만.

방배동 저택의 지하 수련장에서 수련한지도 1달이 다 돼간다.

그동안의 훈련 덕분인지 구타 덕분인지 이제는 마나 모드 - 가속을 안 쓰고도 평범하게 몸을 돌려 땅에 착지할 수 있게 됐고 땅에 떨어질 때도 낙법이 절로 펼쳐진다.

눈앞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쇄도해오는 화연이의 주먹을 보고도 눈을 질끈 감지 않을 수 있게 됐고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서 안전하게 착지하는 거나, 넘어질 때 낙법으로 충격을 줄이고 어디를 어떻게 막아야 덜 아프고 잘 피할 수 있는지 알게 되긴 했지만….

어쨌든 구타…. 훈련이 균형감각이라던가 낙법이라던가 그런 거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거 같다.

그동안 얻어맞은 횟수와 나뒹군 횟수는 기억하기도 싫을 정도다. 어쭙잖게 피하고 공격하려다가 팔이 부러진 적도 몇 번 있었고.

물론 그 직후에 화연이도 프랑의 강렬한 분노를 받았다.

그렇게 외출을 자제하면서 저택 지하의 수련장에서 훈련을 받다보니 날짜도 어느새 6월 말이 되어서 날씨도 매우 더워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으니까.

지하 수련장이 땅속에다 넓어서 조금 시원하긴 하지만 그것도 조금이지, 지금처럼 격하게 움직이면 금방 몸에서 땀이 흐른다.

근접 전투술을 배운답시고 얻어맞고 뒹굴고 단검술을 익히다 보니 내 몸도 조금씩 근육이 생기며 각이 잡히고 있었고 키도 한 달 사이에 조금 더 자라서 174cm까지 커졌다.

신발을 신지 않은 화연이나 영은이와 눈높이가 비슷해져 간다. 여전히 조금 올려다봐야 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심하진 않았고 프랑은 조금 시선을 내려야 할 정도로 키가 차이가 났다.

“그래도 이렇게 몸을 쓰고 움직여서 그런 건지, 키가 조금 더 커진 건 좋네.”

“우우. 서하가 점점 키가 커져서, 올려다봐야 하는 게 조금 불만이에요!”

“뭐? 프랑은 맨날 공중에 떠다니면서 날 내려다보잖아!”

“…에헷.”

프랑의 작은 투덜거림을 내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반박하니 왼쪽 눈을 찡긋하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귀여우니 봐줬다.

화연이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모습의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내게 걸어오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수고했다.”

“수고했어요. 서하.”

“땀을 닦아줄 테니 이리 오렴.”

으음. 이제 슬슬 그걸 알릴 때가 됐으려나?

유채린이 줬던 저장장치는 아직 열어보지 않았다. …변명하자면 그동안 정신이 없었던 것도 있고 화연이랑 영은이랑 레이드 팀 일이랑 내 일로 좀 바빠 보여서 한가해질 때까지 기다린 거다!

영은이가 음흉한 손놀림으로 상의를 벗은 내 상체를 수건으로 살짝살짝 닦아주는 데 감각을 집중하려다가 애써 고개를 저으며 유채린이 준 저장장치를 꺼내 보였다.

“이건 뭐니?”

“검증단 마지막 날에 능력자 연합의 유채린 씨가 나한테 주고 간 거야. 2달 전에 박물관 소울 리퍼 사건에 관한 거랬는데, 어쩐지 무시하면 안 될 내용이 들어있다는 예감이 들었거든.

내 예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세 사람은 안색을 굳히더니, 영은이가 내 손에서 저장장치를 받아들었다.

“저기서 확인해볼까?”

영은이를 따라 수련장 한쪽 벽에 있는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 방은 한쪽 벽에 가득 찬 패널과 반대쪽에 놓여있는 소파뿐인 작은 방이었다.

영은이는 저장 장치를 패널 한 곳에 꽂고 이것저것 조작하기 시작하고, 우리는 소파에 앉아서 그런 영은이를 지켜봤다.

그리고 화면에 뜬 건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소울 리퍼의 함이 우리나라 국립 중앙 박물관장의 눈에 들어오게 된 경위. 그 소울 리퍼의 함을 검수한 자와 통과 직인을 찍은 인간.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 소울 리퍼의 함을 손에 넣은 레이드 팀.

자료는 몇 장 안되는 a4 용지가 전부였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소울 리퍼의 함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경황은, 모두 일본을 가리키고 있었다.

즉, 야외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처음부터 날 처리할 생각으로 소울 리퍼의 함을 암살 도구로 쓰려 한 거였다.

“기가 차는걸. 저것도 날 노리고 보냈다는 거야?”

4월 말. 내가 현실로 돌아와서 한 달 하고 반이 지난 시점이다. 내 능력이 드러나기 시작한 지 1달이 넘은 순간이란 말이다.

모두가 긴가민가하는 그 상황에서도 일본은 내 가치를 눈치채고 일찍이 싹을 자를 생각이었던 거지.

일본은 대체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이거 좋구나. 아주 좋아요.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자료야, 호호호.”

영은이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웃으며 살기를 피워올리고 있었고 화연이는 무표정이 되었으며 프랑은 우후후후 하면서 어둠의 다크 오러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서하야~? 이 아줌마가, 아니 아니.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지 않을래?”

영은이는 내게 다가와 내 무릎 위에 앉으면서 내 목에 얼굴을 비비면서 애교를 부려왔다. 하지만 뭔가 음흉하고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 애교다.

다행인 점은 그 느낌이 향하는 곳은 내가 아니라는 거군.

“뭔데?”

“우후후후. 저 섬나라의 대가리들을 이번 기회에 뭉개버리고 싶거든? 그걸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 그러니까~ 이번 일은 내가 무대를 만들어줄 때까지 기다려주면 안될깡?”

“…그렇게 해. 그리고 유채린에 대해서도 좀 알아봐봐. 혹시나 저 자료를 구하느라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휴. 우리 서하는 어쩜 이렇게 착할까. 모두 나한테 맡겨두렴.”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지금 당장은 없어. 하지만 나중에는 필요할 거 같으니 그때가 되면 알려줄게.”

음…? 영은이는 화연이를 보더니 얼굴을 굳히면서 말을 꺼냈는데 굳은 얼굴을 마주한 화연이도 표정이 굳어지는 게 보인다.

뭐야? 둘이 신경전을 벌…이는건 아닌데?

“알겠습니다.”

“영은! 손에 자비를 두면 안 돼!”

“물론이야. 감히 누굴…. 뿌드득.”

…잘못 본 건가?

아무튼, 결국 습격 사건의 주범은 일본이라는 게 드러난 셈이 되겠다. 심증에 이어 물증까지, 거기다 능력자 연합의 손까지 거쳤…. 아아.

“혹시 연합이 숙이고 들어온 게, 예지감 부서에서 이걸 눈치채고…. 으음 아닌 거 같은데.”

“으응? 그게 무슨 말이니?”

이빨을 뽀드득 갈고 있던 영은이는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날 돌아보며 관심을 보여오길래 방금 생각난 걸 말해줬다.

“그건 아니야. 소울 리퍼의 함에 관해서는 책임소재가 명확하잖니? 만약 소울 리퍼의 함에 관해 능력자 연합의 일부가 개입한 게 껄끄러웠다면 능력자 연합은 IWO를 대동해서 관련자를 엄벌에 처하는 걸로 끝냈을 거야.”

“응. 나도 그건 아닌 거 같았어.”

그런데 프랑은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까닥거리다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요. 본부에서는 예지 능력으로 능력자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예지한다고 했잖아요? 하마터면 수백의 민간인들이 소울 리퍼의 트랩에 빠질 뻔 했을 텐데 그걸 어떻게 예지를 못한 것인지 의아해요.”

“후우. 이 자료에 의하면 대상은 어디까지나 능력자가 능력자를 공격하는 방식이 되는 거야. 거기다 이 서류들을 자세히 보면, 잘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느낌이 묻어나. 예지감 부서의 능력자들도 어디까지나 사람이니까 그 부분의 맹점을 파고 든거겠지?”

그러면서 영은이는 손에 든 저장 장치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한다.

“무엇보다 여러 번 테러를 실행하면서 예지 감을 회피하는 노하우가 생겼을지도 모르고. 아무튼, 어떤 머저리가 이따위 수단을 강구한건진 모르겠지만 크게 실수한 거야.”

“무슨 실수를 말하는 거야?”

영은이는 내 질문에 다시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민간인을 포함한 공격을 말하는 거란다. 이걸로 능력자 연합이나 IWO가 일본에 손을 들어주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물론 IWO 자체가 일본을 무척이나 싫어하고 있지만 그래도 공평성이란 걸 생각은 하는 수준이었는데, 이게 발표되면 일본은 물론이고 80년 전 일본에게 당했던 나라들은 다시 한 번 일본이 했던 짓을 되새기게 될거란 말씀.”

“그러니까 자충수를 둔거네?”

“빙고! 유채린이라구 했었지? 이렇게나 핵심 정보를 쏙쏙 빼 와서 보관하고 있었다니, 그 아이를 데려와서 일을 시키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는걸?”

영은이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면서 흐흐흐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화연이는 "또 시작이군."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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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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