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57화 (157/517)

00157  뒷 이야기.  =========================================================================

능력자 연합은 인원을 추스리고 한국 총괄 지부로 복귀해버렸지만, 화랑 보스는 영은이를 수행하려는 건지 뒤에 서 있었다.

연합 능력자들이 차량에 올라타 공터를 빠져나가니 금방 타임리버를 상징하는, 큰 붓으로 파란 원을 그린 가운데 간략화한 푸른 강이 흐르는 로고가 박힌 두 대의 대형 트레일러와 함께 여섯대의 승합차와 한 대의 버스가 공터 안으로 진입해왔다.

차소영과 2개 팀이었다.

근데 우린 방금 도착했는데 어떻게 도착한 지 10분도 안 돼서 온 거지?

버스에서는 22명의 생활 보조 능력자들이 내려서 우리와 함께 한 7명의 생활 보조 능력자와 함께 부산물을 빠르게 트레일러에 싣기 시작한다.

20명의 능력자는 승합차에서 내리더니 공터를 빙 둘러섰다. 꼭 우리를 지키려는 모양새였다. 그 사이로 두 명의…. 쌍둥이 자매가 화연이와 영은이에게 달려왔다.

“저 두 사람이 박초롱 박현지 자매랍니다.”

내 옆에서 살짝 귀띔해주는 김가민의 이야기에 눈을 돌려 자매를 바라봤는데 영은이와 화연이 앞에 서서 꾸벅 인사하는 두 명은 똑같은 대지 속성 능력자였지만 위상력에서 꽤 차이가 난다.

“쌍둥이였어요?”

“네. 지금 이야기 중인 아이가 박현지, 서른 두 살의 대지 능력자랍니다. 그리고….”

“그 옆은 박초롱이라는 분이겠네요. 같은 대지 속성 능력자라니, 쌍둥이라서 능력도 같은가 봐요.”

말을 자르고 들어온 내 모습에 김가민은 눈을 휘둥그레 뜬다.

“그, 그걸 어떻게…?”

“전 양파 왕자니까요?”

황당하다는 얼굴이 된 김가민과 그 옆에 선 유민희를 보고 피식 웃은 다음 박 씨 자매를 살펴봤다.

두 사람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위상력 덕분에 분간은 쉽겠다. 쌍둥이를 보니 또 음란한 욕망이 머릿속을 찔러서 알몸을 스캔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연인들이 생각나 버려 그냥 관둬버렸다.

화연이랑 영은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니 박 씨 자매가 날 보며 먼저 인사해온다.

“안녕하세요? 1팀의 박초롱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어요.”

“안녕하세요~. 10팀의 박현지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오, 목소리도 똑같아! 하지만 박초롱은 조금 조용하고 진지한 모습이고 박현지는 부드러운 모습이다. 두 사람은 쇄골까지 덮는 레이어드 커트 스타일이었는데 살짝 소녀 같은 분위기의 얼굴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귀여운 아가씨…. 아줌마? 32살이면 아줌만데, 능력자 보정을 받아서인지 소녀 같은 얼굴이다.

살짝 상체를 숙여서 인사하는 모습에 나도 똑같이 머리를 숙여서 인사했다.

“정서하에요. 잘부탁드립니다.”

“저…. 이형종 들을 전부 정서하 씨가 잡은 겁니까?”

차소영은 눈꼬리를 살짝 떨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표정으로 돌아가더니 날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영상 기록이 발표되면 난리가 날 거야. 소영이는 물론이고 박 씨 자매들도 기대할 만할 거야?”

대답은 영은이가 대신해줬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는 표정인 차소영 말고도 박 씨 자매도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날 돌아봤다.

화연이는 제발 한마디만이라도 해달라며 아우성인 기자들을 둘러보더니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영은이에게 입을 열었다.

“부산물과 짐을 다 챙기면 저희는 바로 빌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뒷일을 부탁합니다.

“그러렴. 서하는…. 나중에 알지?”

영은이는 날 보며 한쪽 눈을 찡긋하길래 나도 씨익 웃어줬더니 무척이나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단상으로 올라갔다.

나도 프랑과 화연이와 영은이를 동시에 안을 생각하니 살짝 기대된다.

마이크에 손가락을 두어 번 톡톡 건드린 다음 입을 여는 영은이에게서 시선을 돌려 화연이를 보며 말했다.

“나도 빌딩으로 같이 가?”

“서류 작업은…. 우리가 할 테니 너는 쉬어도 된다.”

“응. 내가 서류 작업 도와줬다간 오히려 일거리만 늘릴 거 같아. 화연이 방에서 쉬고 있으면 되지?”

“그, 그래.”

[이번 검증단은 임무는 성공리에 종료되었습니다. 스페셜 타입 능력자, 블루 지니어스 정서하 군은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하여 상위 이형종을 비롯해 중상위와 상위 이형….]

천연덕스럽게 하는 말에 화연이는 슬쩍 얼굴을 붉혔는데 그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진다. 혹시 화연이 얼굴이 붉어진걸 찍은 거야?

기자들의 반응이야 어떻든 부산물을 모두 실은 두 대의 트레일러는 능력자들이 탄 승합차의 호위를 받으며 공터를 빠져나갔다.

그 뒤를 따라 나도 화연이와 함께 타임리버 빌딩으로 향했다.

“별일 없이 무사히 끝났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빌딩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집에 전화를 하는 거였다. 20층에 올라와서 집에 전화했더니 누나가 전화를 받았는데 누나는 벌써 내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티비에서 봤는데 그 큰 뱀을 혼자 잡았다며? 정말 다친 곳은 없는 거지?]

“어? 없다니까. 근데 티비라니? 티비에 나왔어?”

걱정이 한가득 묻어나는 목소리에 별일 없었다는 듯이 가볍게 이야기해주니 누나도 그제야 조금 안심한 것 같다.

[응. 티비 화면 아래쪽에 자막이 지나가더니 단상 위에서 여사님이 말씀하시는 거랑 공터에 가득 쌓인 이형종한테 추출한 소재랑 무지무지 큰 뱀 사체를 보여주는 임시 뉴스가 나왔어. 큰 뱀이 상위 이형종인 거야?]

“어. 그게 상위 이형종이야. 솔리드 스네이크.”

[그렇구나…. 그럼 지금은 화연이 방이겠네? 언제 돌아올꺼야?]

“당분간 못 들어갈 거 같은데? 지금도 타임리버 빌딩 입구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는데 집 앞에는 더하지 않을까?”

티비에서 뉴스가 나왔다는 말에 소파에서 일어나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티비를 켰더니 갑자기 커다란 화면에 내 얼굴이 클로즈업 돼서 나온다!

“헉, 시발.”

“와아! 서하 얼굴이 커다란 화면 가득해요!”

깜짝 놀랐네! 100인치 넘는 화면에 내 얼굴이 가득 잡히니까 진짜 이상하다!

[…너 방금 욕했지.]

힉?

“아, 아아아아니?! 큰 티비에 갑자기 내 얼굴이 클로즈업되서 나오길래 깜짝 놀랐던 거 뿐이야!!”

그러면서 볼륨을 올리니 임시 뉴스에서는 검증단이 복귀하던 순간이랑, 가지고 온 부산물들, 특히 솔리드 스네이크의 모습을 담은 모습과 내가 소피아 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반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중간 화연이가 얼굴을 살짝 붉히는 모습도 나온다. 헤에…. 큰 화면으로 보니 또 색다르네.

[…….]

“…미안.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해버렸어.”

[사람의 몸가짐이 품성을 만드는 거야. 욕을 하는 행위는….]

“내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이지? 미안, 이번에는 진짜 놀래서 실수한 거야.”

[그래. 니 말 듣고 아파트 단지 입구를 보니까 기자들인지 사람들이 무지 모이기 시작하는 거 같아. 나두 빌딩에 가려구 했는데 집에서 못나가겠다.]

역시 그런가.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야 기자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몰리겠지?

프랑은 연신 티비에서 나오는 내 모습이랑 옆에 앉은 날 번갈아 보더니 "역시 실물이 100배는 나아요." 하면서 소파에 눕더니 내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렸다.

“당분간은 여기서 지낼 테니까 엄마랑 아빠한테도 전해줘. 내가 여기서 안 움직이면 아파트에 있는 기자들도 이쪽으로 몰리겠지.”

[…응.]

“그럼 끊을게.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고.”

…? 누나는 어쩐지 힘없는 목소리였다. 누나의 보기 드문, 뭔가에 실망했을 때의 목소리랑 비슷한 거 같았어.

왜 그런지 생각해봤지만 모르겠다.

모르는 걸 붙잡고 생각해봤자 나만 손해니까. 나는 아래층 화연이 집무실을 살펴보니 이혜령 부장이랑 김표충 부장이 화연이 앞에서 이번 검증으로 생겨난 수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 이혜령 부장은 얼굴이 화사한게 이번 수익이 굉장히 기쁜모양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났는지 두 명의 부장이 집무실을 나서고 그 뒤를 따라 아머 케이스를 손에 든 화연이는 바로 20층으로 올라온다!

일을 두 부장한테 다 맡긴 건가?! 좋아, 올라오면 프랑이랑 셋이서 해피타임을…!

프랑은 내 허벅지를 밴 채 한참 뉴스를 보다가 음흉한 웃음을 짓는 날 올려다보더니, 화연이가 올라오는 모습을 확인했는지 덩달아 음흉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청초한 공주님 같은 외모로 그런 표정을 지으니까 위화감이 장난이 아니네.

“화연을 괴롭힐 건가요?”

“프랑도 괴롭힐 건데?”

긴장이 풀린 틈을 찔렸는지 내 말에 얼굴이 새빨개져 버린 프랑은 아우우 하면서 내 허벅지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곧이어 문을 열고 들어온 화연이는 나와 티비에서 나오는 내 얼굴을 보고서는 조금 걸음을 빠르게 해서 나에게 다가왔다.

“일은 다 끝난 거야? 놀 수 있어?”

내 옆에 앉으면서 한숨을 폭 내쉰 화연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살짝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뭘 하면서 놀 생각이지?”

알면서 묻긴? 허리로 손을 돌려 갑옷 형태의 옆구리를 쓰다듬으니 타이즈 아머의 표면이 울렁거리다가 타이즈 형태로 돌아가 버렸다.

군살 하나 없는 매끈한 옆구리가 드러나서 한 손으로 열심히 조물락거리니 허리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지 옆구리가 꿀렁거리는 게 느껴진다.

“화연이 좋아하는 구멍 맞추기?”

프랑처럼 얼굴이 빨개져 버린 화연이는 부끄러운지 내게서 고개를 돌리길래 손을 뻗어 화연의 뺨을 잡고 얼굴 마주해서 입술을 훔쳤다. 부드럽고 자두맛이 나는 혀를 납치해와서 희롱하는 농후한 키스에 화연이의 표정이 점점 녹아내려 간다.

“아읏. 그, 만해라. 후우.”

화연의 혓바닥을 앞니로 잘근잘근 씹으면서 자극을 줬더니 화연이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겠는지 손을 들어 내 가슴을 밀어낸다.

잉?

“조금 쉴 시간은 있지만, 잠시 후에 청와대에 가봐야 해. …서하의 그것을 받아들이면 제시간에 못 간다. 가더라도 만반의 상태가 되지도 못하겠고.”

그러면서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일이 덜 끝난 거구나. 저런 표정을 보니 나도 무진장 아쉽다.

화연이는 일어서서 아머 케이스를 챙겨 들고 드레스 룸으로 가려고 하길래 짓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여기서 갈아입으면 안 되냐고 물으니 얼굴이 다시 새빨개지면서 우물쭈물하다가, 프랑의 도움으로 타이즈 아머를 벗기 시작했다.

부츠와 건틀릿은 빠르게 벗어 던지고 타이즈 아머의 목의 틈을 잡아 벌려 두 팔을 빼는데 움직일때마다 커다란 가슴이 푸릉푸릉 거리면서 떨리는 모습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두 팔을 뺀 화연이는 타이즈 아머의 목 부위를 잡고 힘을줘서 벌리며 아래로 벗어내리기 시작하는데 목 부위를 잡아 벌린 틈을 따라 커다란 가슴이 드러나고, 매끈한 복부가 드러나고 팬티에 감싸인 둔덕이 드러나는 모습에 가슴이 설레인다.

곧 타이즈 아머를 벗어버린 화연이는 조금 더 상기된 얼굴로 브래지어를 풀어 모양이 완벽하게 잡힌 유방을 내 앞에서 드러내더니, 붉어진 내 얼굴을 힐끔 바라보다가 팬티 끝을 잡고 골반을 살짝살짝 움직이면서 팬티를 벗어내리는데 터럭이라고는 하나 없는 맨들맨들한 계곡의 모습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곤란해…! 거시기가 최종진화를 이뤄버렸다…!

대낮에 넓은 장소에서 눈부신 알몸을 드러낸 화연이는 새빨개진 내 얼굴을 보더니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 "이제 만족했나?" 하고 말한 화연이는 내 뺨을 토닥거려주고는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샤워실로 들어가 버렸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씻어야겠다.”

물론 어제 내 막대사탕을 함부로 섭취한 벌도 줄 겸! 흐흐흐.

화연이는 샤워실까지 뒤따라온 내 모습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자신의 몸을 노니는 내 손놀림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곧이어 소중한 곳에 손가락이 들락거리기 시작하니 쾌락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오르가슴을 진하게 느끼기 시작한다.

샤워실 벽에 뺨과 가슴을 대고 엉덩이만 쭉 내민 채 애써 버티는 모습과 새하얗고 매끈한 허벅지가 쾌락에 파르르 떨리는 모습은 심장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약간 상쾌해진 모습으로 빌딩을 나서는 화연이를 보던 프랑은 내 손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찰싹 때리면서 입을 열었다.

“서하의 손은 히메로스의 욕망도 못 따라갈 나쁜 손이네요!”

…히메로스는 누구야?

그보다,

“프랑은 3회차에서 나한테 잔뜩 욕망을 풀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 화연이랑 영은이는 벌써 3주 가까이 내 사랑을 못 받았는걸?”

“…….”

프랑은 내 말에 할 말을 잃고 얼굴을 붉힐 따름이었다.

화연이가 준비해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프랑이랑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는데 인증기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금요일 저녁 7시 발표]

[모든 지상파 방송국에서 금요일 오후 7시에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다.]

화연이가 보낸 문자는 금요일 저녁 7시 지상파 정규 뉴스 시간에 모든 방송국에서 일제히 정부의 공식 발표를 생방송으로 내보낸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이 6월 3일 수요일이니까 2일 뒤인가?

혹시나 싶어 티비를 켜봤더니 뉴스에서는 전문가를 대동한 채 오늘 검증단이 복귀할 때 가져온 부산물들을 보고 대략이나마 추정 수익을 산출하기 시작했는데 부산물 중에는 대부분 중위급에 상위 이형종의 시체까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내가 상위 이형종을 못 잡았다는 가설은 애초에 꺼내지도 않네. 하지만 저걸 모두 내가 잡았다고는 상상이 가지 않는지 과연 저것을 전부 나 혼자 잡았을까에 대해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서하 혼자 잡은 거죠! 저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하지만 사람들은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간 검증단의 도움이 있었을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저들은 못 봤으니까. 뭐 금요일에 발표랬으니 발표하고 나면 말이 쏙 들어가겠지.”

난 별 상관 안 하는데 프랑은 무척이나 화가 난 표정으로 당장 방송국으로 날아가 벼락을 막 떨어트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흥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때 인증기에 전화가 왔다는 신호가 흘러나왔다.

[우리 귀염둥이 서하야~! 조기 진입 허가증이 나왔단다! 제한은 없어!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됐어~!]

영은이는 무척이나 기쁜 얼굴로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줬다. 그리고 시선을 내리더니 손을 뻗어 무언가를 들어 올리고 홀로그램 화면에 A3 용지만 한 허가증을 쫙 펴서 보여줬다.

허가증은 뭐 별거 없고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에서 미성년자이지만 내 자질과 보증인의 신원이 합당해서 위상 세계 조기 진입을 허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방실방실 웃고있는 영은이의 뒤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다가 영은이를 힐끔거리는 게 보인다.

“오. 이제 아무 때나 지부나 본부에 가서 위상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거에요?”

[그러엄? 그, 리, 고! 굉장한 약속을 한 가지 더 받아낼 수 있었지! 그게 뭔지 맞춰보겠니?!]

와아…. 영은이가 이렇게 과도하게 흥분한 건 처음 본다. 무척이나 기뻐하는 모습이라 나도 기분이 좋아서 장단을 맞춰줬다.

“오…! 으음. 뭘까…. 여사님이 기뻐할 정도라면…. 연합의 지원 같은 건 아닌 거 같은데. 으음~?”

내가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영은이는 얼른 맞춰보라는 듯이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방글방글 웃고 있는데, 뒤쪽의 나이 많은 공무원들이 영은이를 보다 혼이 빠져나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진짜로 궁금해졌다. 뭐길래 영은이가 저렇게 기뻐하는 거지? 옆에 프랑도 뭘까 싶어 고민하기 시작한다.

“힌트, 힌트가 필요해.”

[음~, 힌트를 줄까 말까~? 힌트 주면 답이 너무 쉬워지는데~.]

빙글빙글 웃다가 일부러 심각한 척 표정을 지으며 팔을 괴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영은이는 내가 보기엔 무척 귀여운데 저 공무원들은 막대한 심적 타격을 받는 모습인 거 같다.

마치, 언제나 진지하고 엄격하고 아름다운 어머니가 귀엽고 예쁜 옷을 입고 아이돌 가수들의 춤을 따라 하는걸 본다면 저런 표정이 될까?

[입장. 입장에 관한 거야!]

입장? 약속이라, 입장과 관련된 약속이면…. 혹시?

“으음.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응응. 괜찮으니까 말해보렴!]

“나중에 내가 어디서나 마음대로 입장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으응! 딩동댕!! 정답이야!]

헐…. 진짜? 아니, 법은 어쩌고? 능력자 규율 같은 건 다 어쩌고 그런걸….

내 멍한 표정을 본 영은이는 정말 놀랐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정말 흥분한 모습을 보여주며 발갛게 상기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도 굉장히 상기되어있었다.

[우리 서하가 위상 법률이 규정된 이후 첫 예외가 되는 거야! 물론 지금 당장은 안되지만 서하가 B 클래스에 올라선다면 그 순간부터 예외를 적용해준다고 능력자 연합 본부 고위위원회에서 결정이 났단다!]

고위 위원회? 영은이의 말을 듣는 순간, 그들은 뭔가 나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든다.

말도 안 되지만 영은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런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다시 영은이의 얼굴을 보니 발그레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날 보는 눈 속에는 참을 수 없는 희열이 담겨있었다.

…나와 관련된 일이라지만, 자기 일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기뻐할 수 있는 걸까. 저렇게 기뻐할 만큼 날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나도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고마워요. 4글자로밖에 지금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게 정말 아쉬울 정도로 고마워요.”

정말 내 마음을 전할 마땅한 표현이 없어서, 솔직한 마음을 가득 담아 영은 이의 눈을 마주 보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으응. 어휴 참. 아줌마도 주책없지, 보기 흉했지? 미안해?]

내 눈빛을 받던 영은이는 갑자기 얼굴을 더 붉히더니 내 눈을 마주치질 못하면서 쑥스러운 듯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중얼거렸다.

“아니에요. 무척이나 보기 좋았어요.”

그러면서 다시 빙긋 웃어줬는데 영은이는 그야말로 펑! 소리가 날 만큼 얼굴이 시뻘게져 버렸다. 완전한 적면赤面, 그러더니 얼굴 근육이 웃으려다가 울려다가 찡그리고 펴지기를 반복하다가,

[읏.]

하더니 한 손을 펴서 얼굴을 가리며 인증기를 종료해버렸다.

“…뭐지?”

“표정이 무너져버렸네요. 105년 내공도 사랑하는 남자의 진심 어린 마음에는 속절없이 터져 나와버린 거겠죠. 후후.”

나와 영은이의 대화를 보고 있던 프랑은 무척이나 상냥한 얼굴로 내 등을 껴안으며 내 어깨에 뺨을 비벼댔다.

“그런가? 주말에 시간 나면 정말 십수일 치 사랑을 쏟아줘야겠는걸.”

“후후. 영은의 반응이 기대되는걸요?”

남모르게 차오른 프랑의 욕정 게이지를 느끼고 화연이랑 영은이가 없을 때 한번 세게 안아주면서 풀어줬더니 그야말로 푹 잠들어 버렸다.

잠든 프랑의 옆에서 나도 한숨 자고 일어나서 인증기로 나에 대한 반응을 검색하는데 프랑에게 쏟아부은 TP가 가득 찰 무렵 화연이 돌아왔다.

밤늦게 돌아온 화연이는 무척이나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내가 다가가서 품에 꼭 안아주니 굳었던 표정이 풀어지며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보여주려고 미소 짓는 법을 연습한 거지?”

“그…래.”

프랑도, 화연도, 영은이도 정말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여인들이다. 나는 영은이에게 했던 것처럼 화연이의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고마워.”

“읏.”

동공에 지진 난 것처럼 막 떨리던 화연이는 결국 눈을 감아버리더니 내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 그런 얼굴은…. 치사하다.”

“응? 하지만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걸?”

“…….”

빨갛게 익은 얼굴로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화연이는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로 살며시 힘을 주며 날 끌어안았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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