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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155화 (155/517)

00155  Solid Snake  =========================================================================

프랑의 외침을 들은 화연이는 바로 위상력을 돌려 타이즈를 플레이트 아머로 만들며 천막 밖으로 뛰쳐나 고함을 지른다.

“적습 경계!! 기상!! 모두 기상!!!”

무시무시한 성량으로 소리치니 화연이의 고함에 순식간에 주둔지가 깨어나기 시작하고 나도 포스레더 롱부츠와 재킷을 챙겨입고 뛰어나갔다.

혹시나 뱀이 화연이의 고함을 들었을까 봐 숲 초입 쪽으로 달려나갔더니 때마침 숲 초입 방향에 서 있던 보초 세 명이 조금 당황하면서 접근하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프랑. 저쪽이 맞아?”

“네. 뱀이 정확히 주둔지 쪽을 보고 있었어요.”

쏟아지는 빗방울을 맞으면서 뱀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어둠 속을 노려보고 있으려니 옆에서 셋 중에 위상력이 가장 많은 신체 강화 D 클래스의 여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저, 저기…. 블루 지니어스님. 무슨 일인가요? 이쪽은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요….”

우비를 쓰고 있어서 조금 둔하게 보이는 아가씨를 한번 보고 다시 어둠 속으로 눈길을 돌렸다. 마나 비전을 키면 보이려나?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게끔 시선을 고정하고 마나 비전을 켰다. 그러자 모노크롬 색의 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상위 이형종으로 판단되는 뱀이 늪지대 초입에서 이쪽을 보고 있어요. 프랑, 한 번 더 가서 확인해줄래?”

“네!”

프랑은 몸을 높이 띄우더니 투명화를 써서 사라졌다. 빠르게 뱀 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쫓다가 시선을 돌려 숲 쪽을 살펴보지만, 땅이 완만하게 솟은 데다 너무 멀어서 뱀 같은 건 안 보인다.

“…….”

내 말을 들은 세 명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는데 그쪽은 신경 끄고 전투를 염두에 두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프랑이 갈 수 있는 범위는 4km, 프랑의 공간 지각은 500m.

…조금 더 가서 뱀의 상태를 확인해볼까? 하는데 공간지각 끄트머리에서 하위부터 중하위까지 다양한 뱀들이 기어오는 게 보인다!

숫자가 너무 많아!

프랑은 날 믿고 이형종을 파악하는 중이겠지? 나는 마나 비전을 끄고 뒤돌아서 목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외쳤다.

“[여사님!]”

내 목소리를 들은 영은이를 비롯해서 화연이와 지부장, 화랑 보스까지 단숨에 내가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무슨 일이니?!”

“하위에서 중하위급 뱀들이 주둔지로 접근하고 있어요. 앞으로… 5분이면 도착할 거에요. 숫자는 어림잡아 300마리가 넘어가는 거 같아요.”

영은이는 내 말을 듣고 바로 지부장과 화랑 보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즉시 돌아가서 전투 준비하세요. 상위 이형종은 어떻게 됐니?”

바로 뒤돌아가려던 두 사람은 이어서 나온 영은이의 말에 우뚝 멈춰버렸다.

“프랑이 다시 확인하러 갔…. 아 저기 오네요.”

“서하! 위상력 294,917에 292,163의 위상석을 가진 상위 이형종이에요! 길이는 14.4m, 몸통 두께가 2.6m에요. 지금은 4km 거리에서 똬리를 틀고 주둔지 쪽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 하위에서 중하위 사이의 526마리의 뱀 이형종이 주둔지 쪽으로 접근하는 중이에요!”

“많다.”

중얼거리며 쏟아지는 비를 올려다보다가 프랑에게 다시 말했다.

“비가 내리니까 뱀들이 접근하면 프랑의 벼락은 쓰지 못해. 다가오기 전에 벼락으로 구워버릴 수 있는 만큼 구워버려. 부탁해.”

“맡겨만 주세요!”

보초들은 프랑의 외침에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경험이 없는 건지 대응 태도가 별론데. 나는 영은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번은 제 검증을 위한 거니까 저랑 프랑이 최대한 잡아볼게요.”

“그…그래. 뭣들 하나! 얼른 전투준비하잖고! 화연이는 아이들을 데려와 만약을 위한 서하의 지원을 준비해주렴.”

지부장과 화랑 보스는 주둔지로 뛰어가 전투 복장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전투 준비를 하고 화연이는 여성 막사에 들어가 소피아와 김가민, 유민희의 장비 착용을 돕기 시작했다.

“혼자 가능하겠니?”

“사실 지금 마나 포를 날려서 선빵을 치면 될 텐데…. 그럼 영상 기록이 안 되잖아요? 일단 두고 보려고요.”

프랑은 1.2km까지 이동하더니 천천히 기어오고 있는 뱀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손을 뻗어,

우르르르르릉!!

벼락을 잇달아 쏘아내기 시작했다. 멀리서 우렛소리가 들리면서 밤하늘이 하얗게 물들기 시작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영혼석을 보니 영혼석에서 TP가 1, 5, 7, 10씩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프랑이 급히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간발의 차이로 프랑의 발밑으로 시커멓고 기다란 무언가가, 뱀 새끼가 빠른 속도로 지나쳤다!!

“프랑!!”

바로 땅을 박차고 달렸다! 저 새끼가 감히 누굴 공격하는 거야!

“서하야!!” “서하!!”

프랑 쪽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는데 프랑은 곧장 100,000 TP 짜리 벼락의 강을 땅에 내리꽂았다!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우레 소리와 함께 젖은 땅을 따라 전류가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며 백수십 마리의 하위와 중하위 이형종 들이 떼 몰살 당한다.

동시에 저 멀리, 바닥에 착지한 상위 이형종 뱀 새끼가 날 돌아본다! 놈은 전신에 내 몸통만 한 돌덩이들을 몸에 가득 붙이고 있는 둔중한 모습이었는데, 아까 날라온 속도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게 빠르다!

신체 강화타입이다…!

뱀을 보니 1회차의 이무기가 생각나면서 더욱 기분이 더러워진다.

“죽엇!!”

두 팔을 연신 휘두르며 300 TP 짜리 마나 탄을 양손에서 다발로 뿌리니 17발의 무색투명한 구슬들이 빠른 속도로 뱀 새끼에게 쇄도하는데, 놈은 몸을 스프링처럼 굽히더니 번개같이 팅겨나가며 마나 탄을 피해버린다!

“!!”

엄청나게 빠르다!!

쿵 하는 둔중한 소리를 내며 젖은 땅에 착지한 놈은 s자로 구불구불 움직이는데 그 속도가 스포츠카 수준이다.

돌뱀 놈이 내 쪽을 보는 거 같아 황급히 공간 보호막을 치고… 이, 이런! 비 때문에 공간 보호막의 유지시간이 빠르게 줄어든다!

그새 500m까지 접근한 뱀대가리에게 정신을 집중하면서 왼팔만 휘둘러 마나 탄을 쏘아내고 바로 오른팔을 내뻗으며 마나 레이저를 쏘아내지만, 놈은 미친 속도로 전부 피하더니, 스프링처럼 몸을 굽히다 튀어 올라 번개같이 쇄도한다.

큭!

마나 모드 - 가속!

동시에 주변의 시간의 흐름이 60%까지 줄어들며 놈도 절반까지 줄어든 속도로 내게 날아오지만, 나 역시 움직임이 느려졌다.

6배의 신체 강화, D 클래스의 몸이지만, 내 몸이 생각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간 보호막이 있으니 위력을 시험해볼 겸 전신에 힘을 주고 놈의 몸통 반절이 내 공간 보호막에 스쳐 지나가도록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오른손을 뻗으며 마나 레이저를 쏘아내려는 순간 뱀…. 온몸에 자잘한 돌덩어리들을 가득 붙이고 있는 뱀 놈이 주둥이를 쫙 벌렸는데, 주둥이 아래쪽 조그만 구멍이 파르르 떨렸다?

그 순간 공간 보호막의 남은 지속시간이 1/3까지 쭉 줄어들었다!!

갑자기 줄어든 지속시간에 놀라 마나 레이저를 발사하는 데 실패해버렸다!

하지만 돌덩어리 뱀 놈은 멈추지 않고 공간 보호막을 치고 지나가니, 보호막에 갈려버리듯이 스쳐 지나가던 놈의 얼굴 반쪽이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주우욱 사라진다.

사라진 단면에서 피를 분수같이 뿜어내지만, 공간 보호막은 머리끝에서 몸통까지 3m를 지우는 순간 사라졌고 동시에 돌덩이 같은 뱀의 몸통이 날 후려치고 지나가 버렸다!

꼬리, 돌덩어리들이 가득 찬 꼬리가 날 쳐내는 순간 땅으로 튕겨 나가 굴러버린다.

땅이 내게 덮치듯이 달려들며 온몸을 두드리는 고통에 정신이 달아날 거 같다.

“크으윽.”

6, 6단계 신체 강화가 아니었다면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신의 뼈가 삐걱거리는 통증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다…!

머리통의 절반이 사라진 돌덩어리 뱀 놈은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꿈틀거리고 나 역시 부들부들 떨면서 스킬명을 외치지도 못할 고통에 힘겹게 힐링 웨이브 1단계를 발사했다.

그 순간 내 몸을 중심으로 푸른 물결이 퍼져나가며 전신의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지만, 곧이어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머리통이 세로로 절반이 사라진 뱀 새끼도 푸른 물결에 맞더니 재생을 시작하려 하는 게 보였다!

“으아앗!!”

벼락같이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왼팔을 휘둘러 500 TP 짜리 마나 탄을 돌덩어리 뱀 놈이 재생하려는 부분으로 쏘아내고, 오른손으로는 마나 레이저를 뽑아내 머리통을 향해 쏘아낸다!

수없는 동전 팅기는 소리와 함께 왼팔에서 쏟아져 나간 마나 탄이 놈의 상처 부위를 터트리지만, 놈의 외피에 닿는 순간 폭발력이 급속도로 줄어들며 위력이 꽤 줄어들어 버렸다.

다행히 마나 레이저는 부글부글 끓으면서 재생되는 새하얀 두개골 뼈와 가죽 사이로 보이는 뇌를 갈라버리기 시작했다.

쿵! 쿠쾅! 콰드득 파파팍!

재생이 시작되는 순간 또다시 마나 탄에 데미지를 입으니 돌 뱀은 미친 듯이 몸통을 꿈틀거리고 꼬리를 사방으로 휘둘러 비에 젖은 땅을 내려치고 휘두르는데 두꺼운 돌 꼬리에 채인 대지가 터져나가고 사방으로 돌덩어리와 흙 파편이 무시무시하게 뿌려진다.

하지만 레이저는 점점 재생하기 시작하는 두개골과 비늘에 가로막히기 시작한다! 데미지와 관통이 재생을 못 따라가고 있어!

레이저의 출력이… 부족하면! 그럼 TP를 더 부으면 되지!!

땅에 착지한 나는 다시 힘껏 점프하면서 손바닥에 초당 1000 TP를 밀어 넣으니 집게손가락 굵기만 하던 마나 레이저가, 순식간에 대여섯 배로 굵어지더니 돌덩어리 뱀 놈의 머리를 지지다가 꿰뚫어버린다!

동시에 돌덩어리 뱀의 꼬리가 벼락같이 솟구치더니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쿠웅.

“후욱! 후우욱! 허억! 허억!”

몇 가지 변수 때문에, 거기다 멍청한 내 행동 때문에 뱀 놈의 접근을 허용했더니 전투가 무진장…. 빡셌다.

놈이 죽었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잠잠하던 심장이 갑자기 벌렁거리고 미친 듯이 뛰면서 전신으로 피를 보내기 시작했다.

으어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려다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필사적으로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틴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

“서하!!” “서하야!!”

“서하아아!”

뭣보다 내 연인들이 눈에 불안과 걱정을 가득 담고 달려오고 있었거든.

남자가 체면이 있지, 내 여자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어떻게 보여주냐. 아, 이미 보여줬던가? 에이! 그거랑 이건 다르지!

쏴아아아아아아.

아무튼 꿋꿋하게 두 다리로 서 있으니 몸을 두드리는 빗줄기가 열기를 식혀준다.

그리고 두 팔을 벌리니 프랑만 덥석 안기고 영은이는 내 앞에서 멈추고는 떨리는 눈으로 내 몸을 살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쉰다. 화연이 역시 영은이 옆에 서더니 불안이 한가득한 눈으로 날 연신 살펴본다.

저럴 거면 다가와서 프랑처럼 내 몸을 더듬고 만져볼 것이지.

“하아아…. 저, 정말 프랑의 도움 없이 혼자, 고위급 진화를 눈앞에 둔 상위 이형종을 잡았구나.”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 영은이는 정말 감격했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영상 기록이나 뒤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당장에 내 품에 안겼을 표정이다.

경악한 검증단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다가오는데 그 사이로 지부장과 화랑 보스가 쏟아지는 비 사이로 곳곳의 웅덩이에 물을 튀기며 달려온다.

“…허어.”

“정령의 도움도 없이 홀로 잡아내다니….”

군데군데 마나 탄에 의해 터지고 찢긴 몸뚱어리에 재생하다 말아서 흉측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얼굴 반절의 흔적까지. 두 남자는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돌덩이 뱀 놈을 내려다본다.

“…솔리드 스네이크를 혼자 잡아내다니. 정서하 씨는 더 볼 것도 없이 스페셜 타입이군요.”

“그나저나 굉장히 큰데요? 위상석이 있을 법합니다.”

솔리드 스네이크? 그게 저놈의 이름인가? 하긴, 단단한 놈이긴 하더라…. 그래도 락 스네이크가 더 어울릴 거 같은데.

나는 화랑 보스의 말에 입을 열었다.

“있어요. 29만짜리의 위상석.”

생각해보니 조금 아깝다. 고위 이형종이 됐다면 나도 위상력을 흡수할 수 있었을 텐데.

“…!!”

“화연아. 배 좀 갈라보렴.”

“네.”

화연이는 허리춤에 군용 대검을…. 언제 차고 왔지?

아무튼, 군용 대검을 꺼내 솔리드 스네이크의 심장을 꺼내기 위해 비늘에 붙은 돌덩어리를 떼어내고 배를 가르기 시작한다. 그 뒤를 몇 명의 신체 강화 능력자가 다가가더니 화연이를 보조해주기 시작했다.

“서하는 몸 괜찮니? 꼬리에 맞고 날아갔는데….”

“괜찮아요.”

“그래….”

그 순간 솔리드 스네이크의 사체에서 진한 위상력이 뭉클거리며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후우. 타임리버에서 위상력 획득 우선권을 가져야 하지만, 입장한 사람들이 전부 C클래스니 어쩔 수 없구나. 서하가 괜찮다면 다른 이들에게 양보해주겠니?”

…프랑이 슬쩍 영은이를 보더니 슬금슬금 사체에서 멀어진다. 그사이에 대충 20% 중에 5% 정도 흡수한 거 같다.

“5%는 프랑이 흡수했어요.”

“아? 아아, 그럼 프랑에게 흡수를,”

“영은? 다른 사람들을 불러도 괜찮아.”

괜찮지. 어차피 프랑은 내가 TP를 주입해줄 수 있으니까. 생색낼 겸 나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은이는 환하게 웃더니 지부장과 화랑 보스를 향해 손을 가볍게 젓는다.

화랑의 보스와 지부장은 눈을 조금 크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블루 지니어스가 위상력 흡수를 양보해주셨다! 전투 비참가자 규칙에 따른 해당자만 나서도록!”

“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전투 규칙에 따라 이번의 해당자만 참여하도록 합니다!”

엉? 규칙은 또 뭐래. 대충 11명 정도가 나한테 달려오더니 허리를 꾸벅 숙이면서 감사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블루 지니어스!” “감사해요!” “멋졌습니다!”

어휴. 고마워할 거면 별명은 좀 빼지.

다들 별명을 부르면서 지나치길래 샐쭉였더니 영은이가 미소 지으면서 튀어나온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살짝 눌렀다.

“그렇게 별명이 마음에 안 들면, 능력자 연합에 항의해보지 그러니?”

그러면서 강현우 지부장을 돌아보는데 시선을 받은 지부장이 움찔한다. 오호?

“제 별명을 고칠 수 있나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음 별명이 정서하 씨의 마음에 들거란 보장이 없군요. 어쩌면 스페이스 룰러라던가 더 흉악한 별명이….”

“그냥 이대로 할게요.”

공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단순하게 스페이스를 붙여? 그냥 이대로 있고 말지.

솔리드 스네이크의 위상석을 적출했는지 화연이는 주먹의 반만 한 위상석을 가지고 다가왔다. 저게 솔리드 스네이크의 위상석이군.

“허허….”

어째서인지 화랑 보스는 한숨을 쉬더니 화연이 손에 들린 위상석과 날 번갈아 보는데 뭔가 허무한 거 같다.

나도 큰일 날 뻔 했거든요? 갑자기 보호막의 지속시간이 확 줄어들어서 얼마나 놀랐는데…. 그게 뭔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자, 그럼 뒤처리를 시작하겠습니다. 감지 능력자들은 사주 경계를! 그 외 사람들은 사방에 널린 하위, 중하위 이형종 뱀들을 모아오세요! 거기 당신 세 명은 방수포를 가져오세요.”

영은이의 지시에 나와 프랑의 합작품들 정리가 시작됐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뒤처리를 하는 거야?

“아침에 해 뜨면 하는 게 좋지 않아?”

“사체를 한곳에 모을 뿐이니까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 함께하면 얼마 안 걸려. 그러니 서하는 얼른 되돌아가서 몸을 닦고 쉬렴.”

“응.”

안 그래도 프랑이 아까부터 내 손을 잡고 당기고 있었다. 나도 정신적으로 꽤 피곤하고.

천막으로 돌아와서 포스레더 재킷과 조끼, 바지랑 신발도 다 벗으니 프랑이 수건을 가져와서 내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내 몸을 다 닦아준 프랑은 포스레더 아머를 들어 올려 물기를 제거하길래 나도 손을 뻗으니 내 손을 막고 밀어낸다.

“서하는 쉬세요!”

…도와준다고 해봤자 귓등으로 흘려넘기겠지. 입술을 삐죽이면서 사각팬티 바람으로 에어 매트에 깔린 침낭 위에 퍼질러 앉으니 프랑은 내 얼굴을 보더니 킥킥거리면서 웃는다.

[정서하 님, 계신가요?]

응? 천막 밖을 보니 우비를 입은 아가씨가 보온병을 들고 있는 게 보인다. 그걸 본 프랑이 천막 입구를 살짝 열고 얼굴만 내밀더니, 보온 물통을 받아들었다.

[따뜻한 코코아에요. 대통령님께서 지시하셨어요.]

“일부러 가져다주셔서 고마워요.”

[아, 아니에요! 그럼 이만!]

프랑의 미소 받은 아가씨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당황하더니 황급히 달려가 버렸다.

“와아. 프랑의 얼굴이 얼마나 흉악하면 얼굴만 봤는데 저렇게 당황해서 도망가버릴까.”

“뭐에요?”

입술을 삐죽 내민 프랑을 보면서 킬킬거리고 웃으니 프랑도 풀썩 웃어버리면서 보온병의 뚜껑을 열더니 유심히 살펴본다.

“뭐 하는 거야?”

“아? 아니에요~.”

그러더니 뚜껑에 코코아를 살짝 담아서 마셔본다. 뭐 하는 거지? 아, 혹시….

“…독이 들었나 검사해보는 거야?”

“에헤헤.”

이상은 없는지 화연의 가방에서 머그잔을 꺼내서 쪼르륵 따르고 나한테 건네줬다. 뜨겁고 달콤한 게 빈속에 들어가니 좋구나.

포스레더 아머의 물기마저 다 닦은 프랑은 다 쓴 수건을 접어서 회수함에 집어넣고 내 포스레더 재킷도 곱게 펴서 구석에 널어놓는다.

내 옆에 다가와서 앉는 프랑을 들어 올려서 내 다리 사이에 안치고 한 손으로는 코코아를 후루룩 마시면서 다른 손으로는 프랑의 배를 쓰다듬었다.

“아잉.”

프랑은 살짝 비음을 내더니 슬금슬금 내 가슴에 등을 기대오면서 내 손을 잡는다. 벽을 통과하는데 옷이 자꾸 걸리적거려 하더니, 그냥 몸을 변형시켜서 옷처럼 만들어 입고 다니는 거 같다.

“프랑은 옷은 안 입어?”

“음. 네. 옷을 입고 있으면 벽을 통과하거나 투명화를 해도 옷만 남아서 걸리고 사람들 눈에 보이니까요. 그냥 이렇게 옷을 만들고 다니는 게 편해요.”

“이건 옷이랄지 피부랄지, 사람들이 만져보면 옷이 아니라는 걸 금방 눈치챌 텐데.”

“아우…. 그래서 다른 사람이 접근하는 건 싫어요.”

그래서 아까 나랑 프랑 사이에 지부장이 끼어들려고 할 때 무섭게 노려본 거구나.

프랑은 좀 더 안아주지 않고 물어보기만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을 삐죽였다. 코튼 셔츠에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바지를 입고 있는 프랑은 자기를 좀 더 만져달라는 듯이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이걸 보면 프랑은 강아지 같단 말야.

나도 가슴이나 골짜기를 만지고 싶긴 하다. 하지만 만지면 틀림없이 흥분해버릴 텐데 이런 곳에서 욕정을 폭발시키고 싶진 않아.

거기다 지금은 묘하게 가슴이 뛰고 있어서, 그랬다간 틀림없이 자제심을 잃고 덮쳐버릴 거야.

대신 프랑의 어깨 위에 머리를 올리고 두 손을 허리에 돌려 꼬옥 안아줬다.

프랑은 이것도 좋은지 만족한 표정이 되어간다.

============================ 작품 후기 ============================

거미입니다만 뭔가? 蜘蛛ですが、なにか? 라는 라노벨입니다.

한국에 정식 출판하지 않았고 오버로드처럼 웹 연재되는 소설인거 같네요.

꽤 재밌어서 계속 읽는 중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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