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51화 (151/517)

00151  능력 검증.  =========================================================================

목에 개목걸이를 한 최수한이, 청바지의 가랑이 사이가 푹 젖은 모습으로 비칠거리면서 걸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화연이는 한숨을 푹 쉬면서 입을 열었다.

“…믿을 수 없군. 최수한이 저런 성벽을 지니고 있었을 줄은….”

머리 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화연이는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최수한은 삶을 반쯤 포기한 상태였어요. 어떤 자극으로든 정신 상태를 바꾸지 않았다면 얼마 가지 않아 위상 세계에서 목숨을 잃었을 테지요.”

나 대신 대답한 프랑을 돌아본 화연이는 복잡한 심경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과정이 어쨌든 간에 서하 네 조치에 최수한이 정신을 차린 거 같긴 하다. 하지만….”

“최수한은 말 그대로 최수한일 뿐이야. 물론 상으로 체벌을 내릴 때가 있긴 하겠지만, 그 이상의 접촉은 않을 거야. 그리고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오는 거 같으면 풀어줄 생각이고.”

“물론 그래야 할 거다. 하지만 마나 시브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상상도 못 했다.”

…어째 질투심이 엿보이는 거 같다? 화연이의 허벅지도 살짝 떨리는 게, 옷 너머 속옷에 감춰진 꽃잎을 투시해보니 살짝 젖어있는 게 보인다.

못 본 척해줘야겠다….

“사실은 그 마나 시브 때문에 최수한을 최후의 제물로 삼은 것도 있어.”

내 말에 프랑과 화연이는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표정이 되었다.

“내 마나 비전을 본 사람만 우리 타임리버에 수백 명이 넘어갈 거야. 그중에 여자는 얼마나 될지 나도 몰라. 이대로 두면 어찌 될지 모르니까 차라리 여자를 대하는 나에 대한 악명이 퍼지면 마나 비전 때문에 심어진 씨앗이 싹을 틔우지 못하고 사라질지도 모르잖아?”

“그렇군.”

아무튼, 화연이는 목에 스파이크가 달린 개목걸이를 하고 나간 최수한이 생각나는지 살짝 자기 목을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놀리고 싶어져서 일부러 음흉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화연이도 개목걸이 하고 싶어?”

“서하 네가 바란다면.”

“어?!”

의,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라는데 화연이는 살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너만을 바라보며 살겠다고 맹세했다. 네가 원한다면 개목걸이쯤이야.”

그러고는 손목시계를 한번 보고서 날 바라본다.

“그럼 최수한은 위상 세계에 갈 때 우리 짐꾼으로 데리고 다니기로 하지. 그리고 오후 2시에 생방송으로 너의 능력에 대한 발표가 있을 거다. 앞으로 2시간 정도 남았으니 서류 작업을 대충 정리해놓고 내 방으로 가지.”

“발표는 누가 해?”

화연이는 책상에 다시 앉아 얼마 남지 않은 서류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입을 열었다.

“너도 아는 사람이다. 정부 총리실의 김학준 사무차장과 이혜령 부장. 발표 내용은 대체로 너의 능력에 대한 발표와 한국 정부와 능력자 연합의 입장, 그리고 너의 능력 검증이 된다.”

“능력 검증?”

“간단하게는 현실에서 네 능력 몇 가지를 보여주는 걸로 끝낼 수 있고, 더욱 큰 효과를 노린다면 우리 타임리버와 정부, 능력자 연합에서 파견된 인물들이 함께 위상 세계에서 들어가 너의 상위 이형종 사냥 장면을 영상에 기록해서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지.”

[…해서, 정부에서는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과 함께 미성년 능력자를 습격한 파렴치한 배후를 찾을 것과 동시에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에서는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블루 지니어스 정서하 씨를 클래스 지정 외, 스페셜 타입으로 선정했습니다]

화면에서는 예전에 심의위원회의 때 봤던 조금 털털한 할아버지가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이혜령 부장과 차지철 중앙심의위원이 서 있었는데 차지철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고 이혜령은 조금 상기된 얼굴로 조신하게 서 있었다.

잠시 포토 타임을 준 김학준 차장은 살짝 손을 들어 플래시 세례를 멈추게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스페셜 타입은 4종류의 능력자 타입 중 2종류 이상을 지닌 타입을 뜻하며, 현재 유일한 스페셜 타입인 블루 지니어스 정서하 씨는 레어 클래스의 특수 감지 타입과 신체 강화 타입 두 종류를 지니고 있으며 능력으로 속성 탄까지 사용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그때 화면 밖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단순히 두 가지의 능력을 가진것으로 이런 발표를 한다는 건 이해가 안 갑니다만?!]

그 목소리에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김학준 차장은 크흠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목소리가 흘러나온 곳을 매섭게 노려보며 입을 연다.

[TV 백제의 기자는 사전 안내서를 읽지도 않고 발표장에서 무례한 행동까지 하는겁니까.]

순식간에 발표장을 침묵시켜버린 김학준 차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블루 지니어스의 대표적인 능력은 공간 지각으로, 사방 1km의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감지가 가능하며 뛰어난 신체 강화 능력과 속성탄 및 특수 기술로 상위 이형종을 단신으로 레이드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1.5km지만 일부러 조정했나 보다.

김학준 차장의 말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발표회장 내부는 무시한 채 등 뒤에 천천히 내려오는 거대 터치스크린의 옆으로 물러선다.

그리고 화면에 뜨는 한 장의 사진.

사진에는 한 마리의 이형종 시체가 찍혀있었는데 일정 시간마다 슬라이드 하면서 이형종의 시체로 다가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다 새카맣게 타고 그을린 근접 사진을 마지막으로 슬라이드가 멈추었다.

멈추는 순간 다시 한 번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져나간다.

죽은 코끼리우로스의 사…진…. 후우. 다행히 영은이가 이름 적당히 바꿔서 발표한댔지? 하마터면 내 작명 센스가 전 세계에 퍼질뻔했다.

[화면에 나온 상위 이형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규 이형종임을 능력자 연합을 통해 확인하였고, 최초 발견자의 명칭 법에 따라 엘리펀트로스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상체는 인간, 하체는 코끼리의 몸으로, 최하 중위 이형종에 최대 상위 이형종 중급임을 확인, 군집 생활을 하며 신장은 평균 11m의 아인형종입니다.]

엘리펀트로스라? 꽤 그럴듯한데. 엘리펀트+ 켄타우로스 = 엘리펀트로스인가.

그 후 내 능력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덧붙여지자 발표회장이 점점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해서,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블루 지니어스에 대한 타국의 접촉 행위는 중대한 국제법상 공권의 침해 행위임을 선언하며, 이는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과 IWO의 동의를 얻은 사항임을 발표합니다.]

마악 질문을 던지려는 지 여기저기서 말이 튀어나오려 할 때 김학준 차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5일 후, 한국 정부와 레이드 팀 타임리버,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의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검증단이 위상 세계로 출발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검증이 끝난 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소란스러운 발표회장은 세 명의 정부, 타임리버, 능력자 연합의 인물들에게 기자들은 필사적으로 질문을 던져댔지만, 그 세 사람은 못 들은 척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발표회장을 빠져나갔다.

검증단이라, 상위 이형종을 나랑 프랑 둘이서 잡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나? 그나저나 세 곳에서 다 함께 움직인다고 치면 꽤 많은 사람이 모일 거 같다.

“위상 세계에는 누구누구가 들어가?”

“여사님과 나, 차지철 중앙심의위원장, 강현우 한국 총괄 지부장. 화랑과 타임리버, 연합의 능력자들까지 다 합해 현재 예상으로는 60명가량이 들어갈 걸로 생각한다.”

우와 60명이라니 장난이 아니다. 생활 보조들까지 포함하면 120은 우습게 넘어가겠네.

“저 국제법상 공권이라는 건 뭐야?”

“간단히 설명해서, 널 건드리면 우리나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 국가적인 차원에서 가만있지 않는다는 거다. 그걸 능력자 연합에서도 지지한다는 이야기고. 이제부터 널 공격하는 의문의 집단을 포착하는 것 만으로도 한국은 자체적인 수사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지.”

“그럼 저번처럼 날 공격하는 자들이 나오면….”

“명분을 가지고 의심 가는 것들을 조사할 수 있게 된다.”

“…한 번 더 공격해왔으면 좋겠네.”

영은이는 일본을 의심한다고 했지? 걸리기만 해봐라.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게 박살 내버릴 테다.

내 목소리와 표정이 차워져서 그런지 프랑과 화연이는 살짝 몸을 떨었다. 프랑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 되더니 돌아앉아 머리 위를 만지작거리다가 엉덩이 꼬리뼈 부근을…. 어?

“서, 서하? 절 봐주시겠어요?”

날 향해 돌아앉은 프랑의 머리 위에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 귀가 달려있고 살짝 비튼 허리 뒤에는 길다란 백금색 머리카락 사이로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복실복실한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헐…!

마치 초롱꽃 같은 수줍은 표정의 미녀가 생동감 넘치는 강아지 귀 & 꼬리를 한 모습이 무척이나 파격적이다!

“오, 오오오! 귀여워 프랑!”

“…!”

허를 찔린듯한 화연이의 멍한 표정을 뒤로하고 신기하고 귀여운 모습에 살짝 강아지 귀를 만져보니 귓등으로는 짧고 부드러운털들이 나 있어서 보들보들한 느낌이 만지기에 무척이나 좋았다!

즐거워하는 내 표정을 본 프랑도 조금 기쁜 표정으로 강아지 귀를 파닥거린다! 엉덩이 꼬리뼈에서 시작된 북실북실한 꼬리도 열심히 살랑거리고 있어서 손을 뻗어 꼬리를 잡아보니 역시나 부드럽고 포근한 꼬리도 촉감이 굉장히 좋다!

“아이~.”

“으…. 프랑은 치사합니다.”

약한 비음을 내며 앙탈을 부리는 프랑을 보고 싱글거리며 웃고 있으려니 뒤에서 화연이 살짝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연이의 투덜거림을 프랑도 들었는지 귀랑 꼬리를 만지작거리는 내 품에 답싹 안기더니 화연이한테 입술을 살짝 삐죽거린다.

“화연은 재생 능력이라는 사기 능력이 있잖아요!”

“그, 그건 제 능력일 뿐이지 않습니까!”

“이것도 제 능력인걸요!”

그 이후 이어지는 두 연인들의 노골적인 음담, "무한 재생 처녀막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에요!"던가, "서 하의 취향을 그 자리에서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 사기입니다!" 같은 이야기들을 프랑의 강아지 꼬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듣고 있으려니 이게 바로 행복인 건가 싶다.

5일은 빠르게 지나갔다. 28일 날 지상파에서 생방송으로 TV를 통해 발표한 덕분에 엄마랑 아빠랑 누나는 친인척과 지인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응대하느라 곤욕을 치르는 거 같았다.

나는 뭐…. 내 휴대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가족들이랑 화연이하고 영은이 뿐이니까, 걸려올 전화가 없지.

문득 한고은네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뭐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 수영장에 놀러 가지 못한 건 조금 아쉽네. 화연이 수영복 차림을 구경할 찬스였는데…. 소란이 잦아들면 우리랑 누나까지 해서 수영장 빌려서 한번 놀아봐야지.

수영을 생각하니 살짝 가슴이 울렁거렸지만, 프랑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니 울렁거림은 금방 가라앉았었다.

그나저나 영은이는 정말 말도 못하게 바쁜건지, 채팅방에 초대해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자를 보내도 한참 뒤에 [힘들어 ㅠㅅㅠ 울 서 하의 막대사탕이 먹고싶어ㅠㅅㅠ] 같은 답장을 보냈었다.

화연이도 검증을 위한 파견단을 꾸리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무척이나 바빠서 빌딩을 찾아가 봐도 서류만 들여다본다고 나와 대화도 잘 못 했다.

그래서 최수한을 찾아서 창고로 데려가 프랑이 보는 앞에서 마조 암컷임을 언어와 함께 물리적인 고통을 주면서 다시 재각인 시켜주고 언제나 개목걸이를 차고 다니라는 명령을 내리니 꼬꾸라져서는 음액을 질질 싸면서 힘겹게 대답했다.

“아히힉! 아, 아게써효 주힌니히잉!!”

혀가 풀리는지 제대로 발음도 못 하길래 개목걸이에 달린 손가락 굵기의 쇠사슬 목줄을 잡아당기니 캑캑거리면서 눈도 풀려가는 게 보였다.

그날 최수한의 정신 상태를 뜯어고친 이후에는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일단 겉만 봐서는 점점 제정신을 찾아가고 있어서 다행히 내 행동이 효과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쯤 죽은 동태눈깔 같은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점점 자기의 성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모습이라 누가 될지 모르지만, 최수한과 결혼할 남자는 밤일이 좀 고달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수련장을 들락거리면서 마나 탄과 마나 레이저도 다듬고 화연이한테서 건네받은 위상석 조끼에 끼웠던 상급 위상석에 TP를 적당히 충전시키면서 프랑의 몸에도 충전시켰다.

그렇게 6월 2일 검증 날까지 수련과 충전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소집 장소는 능력자 연합 위상 세계 입장관이 아니라 경복궁과 청와대 뒤쪽 북악산 인근의 대형 공터였다.

6월 2일 아침에 날 데리러 온 화연이의 차를 타고 소집장소에 나갔더니 400명이 땅이 잘 다져져 있는 공터에 모여있었다. 나와 프랑, 화연이는 영은이 개인에게 제공된 천막에 들어갔는데 천막 안에는 이미 영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왔니? 이제 집합 시간이니까 얼른 갈아입자.”

“잠깐만, 아직 조기 진입 허가증이 안 나온 거 같은데, 나 들어가도 괜찮은 거야?”

“으응. 이번에 한국 지부장도 같이 가잖니? 그게 그거 때문이야. 아무래도 조기 진입 허가증은 검증이 끝나고 나서나 될 거 같아.”

자기 말대로 빨리 나오지 않는 허가증이 못내 미안한지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길래 영은이의 뺨에 살짝 키스해주면서 말했다.

“아냐. 탓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궁금해서 그랬던 거야. 신경 쓰지 마.”

“으응. 그, 그럼 갈아입을까?”

영은이는 상냥한 뽀뽀에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커다란 캐리어같이 생긴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렸고 화연이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커다란 캐리어 가방을 열더니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슴없이 옷을 벗더니, 속옷까지 벗어버리고 새하얀 나신으로 전투 장비를 확인하는 화연이와 영은이를 보고 있으려니 조금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속옷으로는 가슴을 압박하고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몸매 보정 브래지어에 여성용 사각팬티를 입더니 그 위에 타이즈 형태의 옷을 입었다.

검은색 타이즈는 몸통 전체와 목 전체, 팔은 팔꿈치까지 덮고 다리는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모양이었는데 약간 사슬 질감이 나는 옷이었다.

“입장 위상 세계는 내 위상 세계야. …듣고 있어?”

다리는 허벅지 위까지 전체를 덮는 플레이트 부츠를 신고 팔에는 몸통까지 이어진 플레이트 뱀브레이스, 건틀릿을 꼈다. 타이즈는 몸에 꽉 끼는지 가슴의 굴곡과 비너스의 언덕에서 이어지는 골짜기의 균열까지 적나라하게 보인다.

…저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선다고?

“어? 화연이 위상 세계로 들어간다는 거지? 근데 그 옷은 뭐야? 꼭 사슬로 이어 만든 타이즈 같은데.”

전체적으로 시커먼 색이라 포니테일로 올려 묶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색이 일치해서 보기는 좋은데 저런 모습을 다른 남자 놈들 앞에 드러내는 거야? 그건 싫은데.

“이건 타이즈 아머다. 위상력을 주입하면 형상 기억합금처럼 갑옷 형태로 변해.”

아, 저 모습이 전부가 아닌가 보다. 화연이 말을 듣고 다가가서 타이즈 아머를 만져보니 굉장히 부드럽다. 그리고 팔과 다리의 플레이트 아머를 만져봤더니 쇠가 아니라 뭔가 부드럽고 거슬거슬한 게….

“자자, 내 것도 만져보렴?”

영은이는 나랑 화연이 사이에 끼어들더니 내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과 도끼 자국에 손을 가져간다. 서슴없는 행동에 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영은이의 커다랗고 탱탱한 가슴에 손을…. 어?

아까 화연이랑은 다르게 굉장히 딱딱하다? 힘을 줬더니 마나 모드의 신체 강화 3배 상태인데도 모양이 일그러지지 않는다! 가속까지 돌려 힘을 줬더니 그제야 내가 손에 힘을 주는 대로 모양이 조금씩 변한다.

영은의 가랑이 사이 균열도 만지는데 만지려는 내 힘에 영은이의 몸이 살짝 들리기만 하지 그곳은 형상조차 변하지 않는 게 기가 찬다.

“아까 화연이는 말랑말랑했는데? …이런 거 입으면 갑갑하지 않아? 제대로 못 움직일 거 같은데.”

“쿡쿡. 이 타이즈 아머는 커스텀의 최고 장인이라는 폴 딕트가 만들어낸 걸작 중의 걸작이야. 그래서 이름도 폴 딕트의 타이즈 플레이트 아머지. 위상력 운용 기술을 쓰면 체외로 흐르는 위상력을 받아들이면서 경화되는 거야. 그러면서 착용자의 움직임은 전혀 방해하지 않는, 완전 수제 아머거든. 타이즈 플레이트 아머는 C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 이상이 아니면 입고 제대로 못 움직여.”

그러고 보니 위상력 운용 기술을 조금씩 쓰고 있었구나. 그러면서 영은이는 위상력 운용기술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위상력 회전이 급가속하는데, 순간 타이즈가 빠르게 부풀어 오르며 각이 지더니 세련되게 음각이 새겨진 플레이트 아머의 형상이 되었다!

특히 허벅지에서 "철컥"하는 소리가 나면서 타이즈가 움찔거리더니 플레이트 부츠와 일체화되듯이 연결되고 팔도 어깨에서 뱀브레이스 부분과 연결되더니 전체적으로 스마트한 풀 플레이트 아머 형태가 되었다. 특히 골반에서 허벅지까지, 등 뒤는 엉덩이 전체를 덮는 쇠사슬 모양 스커트가 생겨나서 사타구니 전체를 가리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음각된 무늬와 여성의 굴곡이 드러나는 갑옷이라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기사들을 보는 기분이다.

내 앞에서 화연이랑 영은이가 스스럼없이 옷과 속옷을 전부 벗어 던지고 속옷부터 갑옷까지 착용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모두 봤더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영은이는 변태같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보고 있고.

“내 위상 세계는 깊지도, 얕지도 않은 광범위한 늪지대야. 목표는 이끼 색 몸통에 키가 7미터 가량 되는 아인형종, 일명 늪지 트롤과 식물형 이형종 우드 트렌트. 트롤은 무척 뛰어난 신체 재생 능력과 괴력을 가진 대신 속도는 D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 수준이야. 단독 개체로 활동하는 것들이라 한 번에 여러 마리와 싸울 일은 없어. 우드 트렌트는 말 그대로 고목나무로 된 상위 이형종인데 움직임은 극도로 느린 대신 공격범위가 넓고 위력도 강해. 무엇보다 물리 방어력, 위상력 방어력이 둘 다 끔찍하게 높은 이형종이야. 우드 트렌트 역시 단독 행동하는 종이라서 이번 검증의 목표로 삼았어.”

음. 그런가? 몇 가지 확인할 겸 물어봐야겠다.

“중상위랑 상위 이형종의 차이는 어때? 상위랑 고위의 차이도 궁금한데.”

내 질문에 화연이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

“음…. 중상위와 상위의 차이는 일반인과 위상력을 가진 능력자 정도의 차이야. 일반인들은 위상력에 의한 공격을 막을 수단이 없지만, 능력자들은 막을 수단이 있지. 더불어 강인한 육체도 있고.”

엄청난 차인데…? 만약 마나 포에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우두머리를 못 잡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위 이형종도 마찬가지야. 신체적인 면에서도 상위 이형종보다 뛰어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피부에 위상력을 두르기 시작해서, 그 보호막 같은 위상력을 뚫으려면 TP를 소비하는 꽤 큰 일격을 먹이는 수뿐이야.”

그 말을 들으니 내 마나 탄을 피부에서 상쇄시키며 막아내던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가 생각난다. 놈들도 피부에 위상력이 흘러서 공격을 막아내는 걸까?

“무기에 TP를 담는 거 같은?”

“그래.”

C 클래스에 올라서서 가능해진건지, 내가 몰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나 탄을 비롯해서 마나 레이저의 위력을 현저하게 올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충격파를 내지 않는 방식인데, 충격파를 내지 않는 방식은 마나 포와 똑같은 효과를 낸다는 걸 실험을 통해 알게 됐었다. 충격파가 사라지는 만큼 공격 범위는 줄어들지만 그만큼 위력이 강해지니 상위 이형종에게도 충분히 효과를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리고 마나 레이저는 그냥 소비 TP를 더 늘리면 됐었다.

특히 지난 5일간 수련장에서 틈틈이 수련한 결과 TP 응축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어서 100 TP 마나 탄은 거의 딜레이 없이 날릴 수 있게 되었고, 집에서 쉬면서 괴물과 배틀을 벌이는 애니메이션에서 힌트를 얻어 다섯 손가락에서 동시에 마나 탄을 날릴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고위 이형종은 상위보다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 물론 아주 많이 강한 존재이긴 하지만 중상위에서 상위로 넘어가는 만큼의 격차는 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

그런가? 아무튼, 이번에 내 능력의 위력을 다시금 시험해봐야겠다. 기회가 되면 공간 조작까지도.

============================ 작품 후기 ============================

제 이이야기를 보면 보통 1화, 15화, 40~43화, 문제의 114화, 또다른 문제의 123화에 따끔한 비평을 많이 달아주십니다.

그중에는 일부러 보라는건지 1화에 코멘트를 달아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전 그정도 변태는 아니에요! 그보다 더 심하다구요!! 제 마음은 순흑이란말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 후기를 못보겠죠.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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