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6 복귀, 그리고.... =========================================================================
공간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 만약을 대비해 극도의 정신을 집중하며 1.5km 이내의 모든 것을 공간 조작 범위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 보니 C 클래스에 올랐는데도 공간 지각 범위는 그대로네. 뭔가 이상한 꿈 때문에 까먹고 있었어.
내 주변의 흙 동산은 깨끗하게 밀어져 있고, 땅은 단단하게 다져져 있었으며, 하늘을 가리던 슬레이트 지붕도 일부가 부서져 내렸는지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그리고 내가 나타난 곳 근처에는 두 명의 여성과 그보다 뒤에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날 중심으로 100m밖에는 출입금지 띠가 둘러쳐져 있고 그 뒤로 정부 요원들인지, 검은색 수트를 입은 남자들이 띠 근처에 서서 수많은 기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하지만 방송 차량과 방송용 기자재가 내 쪽을 향하는 건 막지 않고 있었고, 갑자기 소란이 일어나며 방송차량 안에서 수많은 외신 리포터로 보이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프랑도 그걸 보고 작게 움찔했지만 저 사람들보다 내가 나타나자마자 흠칫 놀라면서 내 쪽을 보는 두 명의 여성이 더 중요하다. 그 두 명의 여성은 날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게 공간 지각으로 보였다.
“서하.”
“서하 군!”
눈을 뜨며, 내게 달려온 화연이와 영은이를 보니 얼굴이 약간 초췌해져 있었다. 내 능력을 잘 알지만, 걱정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나 보다. 특히 화연이는 전투까지 염두에 둔 건지 푸른색의 가죽옷을 입고 허리에는 롱소드를 차고 있었다.
가죽 재킷과 가죽바지에 가죽 부츠는 어쩐지 내가 입고 있는 포스피드 치타의 가죽이랑 비슷한 느낌이 난다. 영은이는 일하다가 온건지 여성적인 굴곡을 보이는 맵시 있는 푸른색 여성 정장을 입고 있었다.
나는 연인들의 얼굴을을 바라보며 빙긋 웃어주었다.
“다녀왔어.”
그리고 두 사람의 손을 하나씩 잡았는데 그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무시무시하게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웅성거리고 시끌시끌한 소란이 일어나는 가운데 화연이는 한 손을 들어 가슴을 누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영은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이라 가면을 쓴 건지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살짝 포옹해주고 어깨를 두드려줬다.
“나는 우리 서하 군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 믿었어. 수고했어요.”
나는 잠시 강렬한 눈빛을 뿌리는 영은이의 눈을 마주 보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런데 저 남자는 누구지?
그는 불처럼 새빨간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염색한 모습인데 군데군데 붉은 머리카락이 드러나 굉장히 오묘한 모습이었다. 능력자 연합의 수트를 입은 남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기세가 날카로운 잘생긴 사람이었는데 몸 안의 위상력을 보니 8줄의 나이테 위상력을 가진 속성 능력자였다.
B 클래스 불 속성 능력자, 위상력이 1,285만이다. 화연이보다 더 높은 위상력이지만, 어쩐지 처음 화연이를 봤을 때처럼 긴장된다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안 든다.
차라리 코끼리우스 우두머리 쪽이 더 위압감이 크게 느껴진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천천히 걸어와서 듣기 좋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보는군. 나는 능력자 연합 한국 총괄 지부의 강현우다. 지부장을 맡고 있지.”
그러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데 힐끔 하고 내 옆에 서 있는 프랑을 바라본다.
지부장이었구나. 랭킹은 몇 위지? 저 위상력에 지부장을 맡을 정도라면 그가 한국 랭킹 1위라야 하지 않나? 하지만 랭킹 1위는 청궁의 보스인데.
영은은 다가온 지부장을 위해 옆으로 살짝 비켜서 자리를 만들어줬다. 나도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입을 열었다.
“C 클래스 정서합니다.”
“…!”
강현우의 눈이 놀람으로 커지고 옆과 뒤에서 내 말을 들은 화연과 영은도 눈이 커지는 게 보였다.
“어…떻게 벌써 C 클래스가 될 수 있지?”
놀라면서 중얼거리는 눈앞의 지부장을 보고 있으려니 확신이 느껴진다. 지금 여기서 바로 그와 싸운다 해도 내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비록 위상력 자체는 나의 수십 배지만, 그는 거대한 배터리 팩을 지닌 평범한 능력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형종에게 받는 느낌이랑 능력자에게 받는 느낌이 이렇게나 차이 나다니…. 이형종이 능력자를 닮은 게 아니라 능력자가 이형종을 닮았다는 어느 학자의 논문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역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TP다. TP만 늘어난다면 날 상대할 능력자는 없을 거다. 포착과 동시에 발동하는 공간 조작은 무시무시한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화연이라도 못 피할게 틀림없다.
영은이와 나란히 선 화연이와 영은이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여사님. 화연아, 할 말이 많아.”
“그럼 타임리버 빌딩으로 돌아가자꾸나. 여긴 눈과 귀가 많아져 버려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는 적당하지 않아.”
영은이는 날 보더니 살짝 웃어주고 화연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화연이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프랑을 보며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 서 있던 강현우 지부장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끼어드는 게 아닌가.
“저도 같이 들으면 안 되겠습니까? 이래 봬도 능력자 협회 한국 총괄 지부장인데…. 거기다 옆의 여성 분도…. 헉?!”
강현우 지부장은 나와 프랑을 번갈아 보면서 눈을 번뜩이다가 프랑이 천천히 몸을 공중에 띄우면서 내 등에 매달리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다시금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화연이랑 영은이도 멍한 표정으로 프랑을 올려다본다. 프랑은 그런 세 명을 내려다보며 빙긋 웃고는 천천히 내 주변을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 그분은…?”
“일단 가죠.”
세 명은 나와 프랑을 잠시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고 나와 프랑도 그 뒤를 따라갔다.
여사님의 전용 차량에 오를 때까지 해외 리포터들이 달려들면서 어떻게든 내 목소리를 들으려는지 목청 터지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전부 무시해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저 많은 사람은 다 뭐고?”
전용차량에 오르고 문을 닫자마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아니,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긴 했지만 저렇게나 기자나 방송국 차량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거기다 능력자 연합 한국 지부장까지 있었을줄은 꿈에도 상상못했다.
“서하 네가 위상 세계로 피신한 다음에 네 능력을 노리고 암살자들까지 국내에 침입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네 감지 능력에 대해 알렸단다.”
감지 능력이지? 공간 지각이 아니고? 하지만 왜 갑자기 내 존재에 대해서 알린거지? 영은이는 내 표정에서 생각을 읽은건지 살풋 웃으면서 말했다.
“조기 진입 허가증을 받는다는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되는 일이니까. 서하가 무사히 돌아올거라고 믿고있어서 기왕 이렇게 된거, 서하의 인지도와 명성을 확실히 올리기 위해서 소문을 퍼트린거야. 네가 1회차에서 귀환한 뒤에 일어난 일들은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기삿감이 되었거든?”
“그래서 제가 귀환할 때까지 기자들이 저렇게 모여있었던 거에요? 근데 기자들은 나에 대해서 모를테니까, 감지 능력자가 혼자 위상 세계에 들어갔다면 그냥 죽었겠구나 했을거 같은데.”
“응. 우리 서하 말대로야. 처음에는 기자들도 다들 죽었을거라 예상했대. 하지만 화연이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지키고 서 있고, 나도 2일마다 한 번씩 들리는 데다 2회차에서도 살아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져서 기자들이 뭔가를 감지하고 모여든 거란다.”
그러면서 살짝 기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한다.
“그 다음은, 우리 서하가 귀환하면 발급된 조기 진입 허가증을 가지고 어떻게든 C 클래스까지 올려주려고 했는데 우리 도움은 필요도 없이 혼자서 C 클래스가 되어버렸네?”
고작 12일만에 C 클래스가 되서 돌아왔다는게 영은이에게는 상상 밖의 기쁨이었나보다.
그런 건가. 난 고개를 끄덕인 다음 영은이를 보며, 가장 묻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절 공격한 자들은 어떻게 한국에 숨어들 수 있었던 거에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능력자 침입에 허술했다는 게 전 이해가 가지 않아요.”
좀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라면 공항이나 항구의 출입구에는 능력자를 판별하기 위한 기기가 설치되어있는데 어떻게 일곱이 넘는 능력자가, 그것도 얼굴이 뭉개진 능력자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인지 이해가 안 갔었다.
그리고 죽은 경호원 누나가 생각나서 조금 얼굴이 굳어졌다. 굳은 내 표정을 본 영은이는 두 손을 들어 조금 초최해진 자기 얼굴을 쓰다듬다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 망할 개자식들…. 으흠. 그자들은 노골적으로, 마치 알아봐 달라는 듯이 중국 산둥성의 캉다오쪽에서 초고속 보트를 타고 접근했단다. 그 보트는 6명이 동시에 앉지도 못할 사이즈기였는데, 몸체가 전자파를 흡수하는 재질로 만들었고, 암살자들 역시 옷에서부터 장비까지 전자파를 반사하는 어떤 장비도 입고 있지 않은 것도 확인했어.”
힘이 빠진 얼굴로 자기 손만 내려다보는 영은이가 조금 안쓰러워져서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은데 옆에 앉은 지부장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겠다.
화연이도 조금 굳은 얼굴과 가라앉은 목소리로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적들은 그 작은 보트에 몸을 숨긴 채 어둠을 틈타 침입한걸로 파악 중이다. 덕분에 해안 순찰정들도 발견하지 못했겠지…. 거기다 감지 능력자로 판단되는 자들도 보이는 걸 보면 이건 단순한 습격이 아니야. 무엇보다 네 수련장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적어도 국가 단위가 개입된 의도적인 암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끄럽지만 2회에 나눠서 잠입했는데도 눈치챈 순간은 널 공격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 직후였다.”
중국 쪽에서 들어왔다고? 으음….
영은이와 화연이의 말을 들은 강현우 지부장은 날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습격은 여러 가지 요인이 섞여 있긴 하지만 자네가 인적이 드문 이 장소를 종종 왔다 갔다 한 게 문제가 된 거라 판단하고 있다. 그러니 자네 능력과 자네가 속한 한국을 시기하는 어느 나라에서 암살자들을 투입한 거라고 연합에서는 생각 중이다.”
“시기했다는 자들은 누구인지는 모르고요? 대놓고 중국 쪽에서 접근했다는데, 중국이 범인일 리는 없잖아요. 거기다 마지막에 들린 말은 러시아어였는데.”
“아쉽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연합은 보류를 내렸다. 보류라고는 했지만 모른다는 게 정답이겠지.”
영은이도 모르나? 그녀를 돌아보니 지부장을 보며 그냥 조금 화난 표정만 짓고 있었는데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연이를 돌아보니 화연이가 대신 말했다.
“이번에 침입하고 널 습격한 자들은 모두 동양인이었다. 습격자의 수는 총 17명, 남녀 혼합 그룹이었는데 그중에는 C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에 분석 감지 타입 능력자까지 포함되어있었어. 17명 중 5명을 사로잡을 수 있었지만 잡히는 순간 독약을 먹고 모두 자살해버렸다.”
“화연이 말대로 습격자들과 자살해버린 자들의 시신을 회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지만, 얼굴은 염산에 녹인 듯이 엉망이 되어 알아볼 수조차 없었고 지문마저 모두 지워져 있어 단서를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뿐이었단다.”
“…싸우는 도중 러시아 말을 나누는 걸 들었지만 내가 듣기에도 엉성한, 띄엄띄엄 단어만을 말하는 수준이었다. "싸워라", "죽여라", "퇴각해라." 같은 간단한 말만 꺼낸 C 클래스 능력자를 잡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연합에서 출동한 능력자들과 놈이 싸우는 곳에 내가 난입하니 일제히 달아나버렸다.”
“화연이는 B 클래스잖아? C 클래스는 쫓아가서 간단하게 제압하지 못하는 거야?”
그 부분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화연이는 얼굴을 싸늘하게 굳히며 말했다.
“목숨만 붙여놓는 정도라면 1분 안에 제압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 C클래스는 동료들을 방패로 내세워 홀로 도망쳤다. 아까 말했지? 5명을 사로잡았다고. 나머지 11명은 저항이 심해 그 자리에서 죽였고 사로잡은 자들도 이내 독약을 삼키고 죽어버렸다.”
…혼자 살기 위해 16명을 버린 건가? 영은이는 화연이의 말을 듣더니 어깨를 으쓱하면서 입을 열었다.
“C클래스가 귀중한 능력자이긴 하지만, 그 상황에서 16명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살리려 드는 모습이나 그 외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배후에는 일….”
“큰 누님, 거기까지만 하시죠. 심증만을 가지고 특정인을 확신범으로 여기는 건 곤란합니다.”
큰 누님? 강현우 지부장은 영은 이의 말을 가로막으며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영은이는 "그게 뭐?"하는 표정으로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더니 마저 입을 열었다.
“일본에서 예로부터 건수와 빌미만 있다면 우리나라에만 수작 부리던 걸 너희 연합에서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 족속들은 언제나 내우內憂에 대해서는 외환外患을 끌어들여 자국민의 신경을 돌리고 특히나 타국의 이득에 수작 부리길 좋아하는 것들이야. 그건 옆 나라를 끼고 있는 우리나라의 역사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야. 이번 일도 우리 서하가 크게 성장하면 자기네 위상석 시장에 영향이 많이 받을 걸 우려해서 죽여 없애려고 한거겠지.”
“…….”
강현우 지부장은 침중한 표정으로 발끝만 내려다본다. 그 모습을 영은이는 코웃음 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의도적으로 얼굴을 뭉개고 복면을 씌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중고 위상 장비로 무장시켜서 자살공격까지 시도했다. 그게 이번 한 번이라면 나도 말을 안 했을 테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그렇단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에쉬반의 선아라도 비슷한 장비의 의문의 괴한들에게 공격당한 적이 있고 청궁의 보스는 해외에서 테러를 당할 뻔 했지. 기타 자잘한 습격을 셈해본다면 10회가 넘어가.”
“큰 누님, 그건….”
“그때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내 요청에 연합은 능력자 간의 다툼은 개입하지 않는다며 물러서기만 했지 않느냐! 그래서 내가 자체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려 하면 "물증이 아닌 심증만으로 몰아세우는 건 곤란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간섭하려 들었었고!!”
지부장이 뭔가 말하려했지만 영은이는 말을 끊으면서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저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내가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포함 되어서겠지.
“큰 누님….”
“그렇게 부르지 마라! 네 녀석은 누님이라고 부르면서 정작 하는 짓은 죄다 발목잡기 아니냐!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하마터면 우린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능력자를 잃어버릴 뻔하지 않았나!!”
차 안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영은이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분노가 담겨있었다. 강현우 지부장도 영은이의 고함에 한숨을 푹 쉬더니 두 손을 들어 눈가를 비비며 입을 열었다.
“그자들은 점점 치밀하고 교묘하게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우리나라 능력자들이 의문의 능력자들에게 습격당할 때마다 본부의 예지감 부서에 조력을 요청해봤지만, 해당 부서 인원의 대부분은 능력자 가족들에 대한 범죄 예지에 분담되어있고 나머지의 80%는 능력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벌이는 범죄에 분할되어있다고만 할 뿐, 특정 국가의 특정 능력자에 대한 테러는 어찌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고 있습니다. 저도 답답하다고요.”
“그걸 알고 있으니 우리가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왜 그것마저 막느냐는 거다! 심증도 모이면 확증이 되는 법인데 계속 막아만 서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져 죽을 판이거늘! 연합에서는 일본의 IWO의 고위 임원이 했던 짓을 그새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구나! 제랄 패커드가 사라진 뒤로는 멍텅구리들만 모인 것인지, 아니면 사리분간조차 못 하는 어린애들만 모인 건가 싶을 정도다!”
“끄으으응….”
흠. 그러니까 일본이란 말이지? 기억해두자.
내 표정을 본 프랑은 덩달아 안색을 싸늘하게 굳히더니 강현우 지부장을 바라본다. 나는 손을 잠깐 들어서 영은이와 강현우 지부장의 대화를 중단시켰다.
“지부장님,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뭔가.”
“다음번에도 이렇게 습격받는다면, 그땐 습격자들을 죄다 죽여버려도 괜찮나요? 죽여도 처벌 안 받는 거죠?”
잠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은 강현우 지부장은 곧 머리 아프다는 표정을 짓더니 손바닥의 튀어나온 부분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린다. 내 앞이랑 옆에 앉은 두 연인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날 바라본다.
“자넨 능력자가 우습게 보이나?”
조금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은 지부장을 보니 성격이 안좋은건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건지 궁금하다. 그리고 저 모습을 보는 나도 짜증이 난다. 그 모습을 본 프랑도 화난다는 표정이고.
“지부장님은 저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길래 그런 말을 하죠? 그리고 습격받아 죽을뻔한 건 저인데, 전 화도 낼 수 없는 입장인가요?”
지부장은 그제서야 화연이랑 영은이의 표정을 보더니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가, 놀란 표정이 된다.
“그, 그러고 보니 자네, C 클래스라고…? 감지 능력자이면서 어떻게?”
지부장이 어쩐지 맘에 안 든다는 생각을 하며 인증기를 조작해 위상력 측정을 시작했다. 측정이 되는 동안 지부장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연다.
“대답해주세요. 습격해온 자들을 죽이면 저도 처벌받나요, 아니면 처벌 안 받나요?”
“…명백한 습격의 상황이라면 처벌받지 않는다.”
큭, 웃기고 있네. 명백한 습격의 상황이라니, 공격받기 전까진 자위권도 행사하지 말라는 거야? 근접전투가 벌어질 때까지 멍하니 있으라고?
그 말을 들은 영은이도 표정을 한껏 굳히고는 입을 열려다가,
띠딕.
측정이 끝나는 소리를 듣고 지부장을 한번 째려보고는 날 돌아봤다.
“C 클래스….”
억눌린 지부장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홀로그램 창에 뜨는 [C] Class 라는 문자를 보고 기뻐하는 화연이랑 영은이를 보니 짜증 났던 마음이 풀리면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여사님. 차에 휴대폰 충전 기능은 없어요?”
“아? 우리 서하 옆에 보면 자그마한 수납장 보이지? 그걸 열면 충전 줄이 나올 거야.”
영은이의 말대로 내 허리 옆에 나 있는 작은 문을 여니 재떨이와 충전핀 여러 개에 휴대폰 충전 줄이 보인다. 그중 충전 줄을 꺼내 휴대폰에 연결하고 교복 호주머니에서 중상위급 코끼리우로스 위상석을 꺼내 세 사람에게 보여준다.
“3회차에 구한 8,700 TP 중상위급 위상석이에요.”
이제는 멍한 표정이 된 지부장이 내게 위상석을 건네받아서 살펴보는데 영은이가 그의 손에서 위상석을 낚아채서는 반짝이는 눈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영은이에게 시선을 주던 지부장은 다시 날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어, 어떻게 된 건가? D 클래스에서 C 클래스가 되기 위해서는 상위 이형종을 잡거나, 크리스탈 이터를 잡는 수뿐이야! 거기다 자네는 감지 타입인데 어찌…? 크리스탈 이터를 잡은 건가? 아니, 크리스탈 이터라해도 감지 타입 혼자서 그걸 잡을 수는 없어!”
내가 D 클래스가 됐다는걸 화연이나 영은이한테 들었나 보다. 하지만 지부장의 말은 무시하고 휴대폰을 들어보니 그사이 배터리가 20%까지 차오른 게 보인다. 나는 휴대폰을 켜서 죽은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 사진을 화면에 띄우면서 말했다.
“화연이랑, 여사님은 알지? 프랑이 몸을 얻었어.”
“그래. 정말 한숨이 나올 만큼 예쁜 모습인걸?”
“축하합니다. 프랑.”
“고마워요. 영은, 화연.”
두 여인은 프랑을 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축하해주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 프랑도 환하게 웃으면서 회답해줬더니, 지부장은 프랑의 아름다움과 목소리에 넋이 나간 표정이고 화연이와 영은이도 프랑이 목소리까지 낼 줄은 몰랐는지 멍한 표정이다.
그리고 프랑에 대해서 알려줄까 했는데, 왠지 지부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알아서 생각하라고 하고 막 지부장이 프랑을 보며 입을 열려는 게 보여서 휴대폰을 들어 지부장의 얼굴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와 프랑이 함께 잡은 상위 이형종 사진이야.”
“““…!!”””
휴대폰 화면에 뜬 시커멓게 타서 죽어버린 거대한 코끼리우로스를 본 세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휴대폰이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놈 말고도 다른 것도 잡았지만, 사진 찍는 걸 깜빡해서 사진이 이놈뿐이네.”
저 지부장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를 못 해주니까 좀 답답하다. 그리고 화면을 슬라이드 하면서 우두머리의 시체가 점점 가까워지고 커지다가. 종래에는 터져나간 코끼리 하체 일부분만 화면에 담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거대하고, 처음 보는 이형종인걸? 화면 구도를 생각해보면 크기가 13m는 넘어가려나?”
나에게서 휴대폰을 받아간 영은이는 화면을 이리저리 넘겨보며 중얼거리고 옆에서 경악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지부장은 고개를 들더니 침중해진 눈으로 날 바라본다.
“15m에요. 지부장님이나 화연이도 저놈에 대해서는 몰라?”
“등록되지 않은 이형종이다.”
“음. 소문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어. 단독 개체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3회차 코끼리우로스 산에서 보고 겪은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백 수십이 넘어가는 중위에서 상위의 코끼리우로스들, 거대한 산에 개미굴 같은 토굴을 뚫어놓고 집단생활을 하던 모습.
그리고 마나 탄과 마나 포로 놈들을 모두 쓸어버린 일을 설명해줬다.
“…그래. 그런 능력이 있으니까 습격자들을 죽인다는 말을 한거겠지. 으으음…. 일단 짜증 내서 미안하군. 나도 이번 일로 신경이 곤두서있어서 나도 모르게 너한테 화를 낸 거 같다. 후우우,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이라니. 하아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좋지만 그래도 첫인상이 나빠서 별로다.
지부장은 여사님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아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의 시체를 들여다보다 연신 한숨을 내쉰다.
아까의 짜증 난다는 표정은 아마도 순간적인 감정의 표출이었나 보다. 심경이 복잡해졌는지 휴대폰을 계속 내려다보며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진다.
“…큰 누님이나, 타임리버 보스께서는 그걸 알고 계셨던 거군요.”
“네.”
“물론이지. 12일 동안 고생 많았어.”
영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와 프랑 사이에 앉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화연이도 내 손을 잡고 쓰다듬으면서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프랑과 단둘이 상위 이형종을 잡다니. 이제 능력을 밝히려는 건가?”
“응. 습격을 받고 위상 세계에 들어간 다음 생각을 좀 해봤었어. 내가 약해서 그런 거라고. 그래서 C 클래스가 되기 전까진 안 나오려고 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빠르게 C 클래스가 될 수 있어서 오늘 나온 거야.”
내 양옆에 앉은 화연이와 영은이는 부드러운 표정이 되어서 연신 내 손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그날 내 옆에 있던 경호원 형 누나들은 어떻게 됐어?”
영은이는 내 질문에 조금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내 어깨를 당겨서 안아준다.
“다들 순직했단다.”
역시….
얼굴이 기억나는 건 리더 같은 스포츠머리의 형뿐이고, 뇌리에 깊게 파고든 사람은 머리가 사라진 누나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형이랑 누나들 원한은 내가 기필코 이자까지 쳐서 꼭 복수해줄 테니까, 하늘나라에서 편히 구경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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