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3 C 클래스. =========================================================================
자줏빛으로 빛나는 음험한 하늘, 대지는 썩어가며 거품을 내뿜고 있었고 말라 비틀어져 기괴하게 비틀려 있는 고목 위에는 네 발 달린 까마귀들이 앉아 조용히 날 보고 있었다.
흐릿한 안개가 낀 거 같은 시야의 가장자리에 신경 쓰며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부패한 대지 위에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듯한 고목들이 바짝 말라 있었고 생명체라고는 고목의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네 발 달린 까마귀들뿐인 장소였다.
그러다 한 곳에 솟아오른 언덕 같은 곳의 최상단에, 무척이나 음침하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송곳처럼 삐죽삐죽 솟아오른 흑색 성이 보인다.
시뻘건 태양을 등지고 불길한 아우라를 풍겨내는 모습이 무척이나 음험하고 불길한 모습이다.
상당히 멀기도 하지만, 사악한 기운을 뿌리는 태양을 등지고 있어서인지 정확한 모습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구길래 여기 있는 거지?
나는 서하, 정서하. 프랑과 화연이와 영은이의 남자친구.
맞아. 그런데 왜 여기 서 있는 거지?
…모르겠다.
다시 먼 곳에 우뚝 서 있는 불길한 모습의 거대한 흑색 성을 바라보는 그 순간, 눈앞이 만화경처럼 일그러지고 소용돌이치며 변화하더니, 정신이 어지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하?”
“…으응?”
눈을 뜨니 내 어깨를 잡고 살짝살짝 흔드는 프랑이 보인다. 얼굴에도 걱정이 조금 묻어나고 있었다.
“괜찮으신가요?”
주변을 둘러보니 여전히 어두운 밤하늘에, 심판의 벼락에 익어버린 우두머리가 옆에서 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어, 위상력을 흡수하는데, 눈앞에서 뭔가 물빛이 폭발하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멍해져 버렸어.”
…방금 그 풍경은 뭐지?
눈을 감으면 당장에라도 떠오를 듯한 악기 惡氣가 가득한 장소를 생각하고 있으니 어쩐지 기분이….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뭐지.
찜찜함을 느끼면서 몸 안의 위상력을 체크해보니 300,000이 되어있었다. C 클래스가 된 걸 확인했는데도 가슴 속의 심란함이 가시질 않는다….
덕분에 C 클래스에 오른 기쁨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한숨을 푹 내쉬며 주변을 공간 지각으로 둘러보니 위상력을 흡수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프랑을 돌아보니 머리 위에 물음표를…. 저거 진짜 오랜만이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야?”
“네? 아, 서하가 두 팔을 벌리고 위상력을 다 흡수한 지 3분 정도 됐어요.”
얼마 지나지 않았네…. 멍하니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의 시체를 보고 있으려니 프랑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목을 껴안고 속삭였다.
“C 클래스가 되신 거, 축하드려요!”
“응. 고마워!”
나도 몸을 돌려 프랑의 허리를 껴안고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사과 향기를 잔뜩 들이마셨다.
잊자. 일단 지금은 잊는 거야.
프랑은 C 클래스가 되었는데도 그다지 기뻐 보이지 않는 내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건지 걱정이 담긴 눈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환상인지 무엇인지, 본 것을 설명해줄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대지가 흔들리며 요동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시선을 돌려 주변을 보다 보니 코끼리우로스 산 정상에서 연기가 점점 거세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어?!”
“아앗?!”
곧이어 땅이 수직으로 진동하는 느낌에…. 이, 이런! 지하의 용암 공동 쪽에서 용암이 무시무시하게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다!!
“화산이 폭발하려고 해!! 프랑, 튀자!!”
“네엣!”
화산 폭발의 징조에 기겁하면서 마나 시브를 신체 강화 타입으로 거세게 돌리며 뛰쳐나가는 순간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주변 풍경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서, 서하?!”
아…. 몰랑! 일단 도망가고 볼래!
놀란 토끼 눈이 된 프랑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내 뒤를 쫓아오는 게 공간 지각으로 보이지만, 일단 화산이 터지기 전에 멀리 튀자!
어쩐지 뒷덜미를 자극하는 공포는 느껴지지 않지만 용암이 분출되면서 화산탄이 튀어나올 수도 있고 위험할 테니 최대한 멀리 도망가는 게 정답이지!!
곧이어 대기가 떨리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내 마나 포 열댓 발이 동시에 터지는듯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시커먼 화산재가 우주까지 올라가려는 모습이 보인다!
쿠르르르릉…. 콰과과과광!!
서서히 진동이 강해지다가 바로 무시무시한 폭발음과 함께 밤하늘을 가르는 시뻘건 용암이 하늘 끝까지 솟아오르는 것도 보였다! 동시에 바윗덩어리가, 화산탄들이 용암과 함께 치솟아 올랐다가,
쏟아져 내린다!!
“우와아아~!!”
화산 폭발 현장을 두 눈에 담으며 달리고 있으려니 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암과 시커먼 화산재 구름 사이사이로 화산뢰까지 연달아 터지며 우르릉하는 천둥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퍼져나오며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동시에 울컥거리면서 산을 타고 용암이 줄줄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는데 만년설이 녹으면서 무시무시한 수증기를 일으키고, 동시에 모든 것을 불태우며 산 아래로 쏟아져나온다!
어둠 속의 화산 폭발은 진짜 살벌한 모습이구나.
어제랑 똑같이 전력으로 마나 시브를 돌리면서 신체 강화 타입으로 달리는데 속도는 아까와 비교가 안될 정도라 이렇게 구경하면서 튀는데도 벌써 20km 가까이 떨어졌다.
내가 지나친 구릉지로 화산탄이 우수수 떨어지는 게 보이지만 여기는 안전한 거 같은데?
쿠쿠웅 쿵!
하는 순간 내 주변에도 화산탄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서하!!”
“으악!”
시선을 돌리고 다시 미친 듯이 저 앞에 보이는 숲을 향해 달렸다.
고작 10분을 전력으로 뛰었을 뿐인데 아까 프랑과 함께 쉬던 나무에 도착한 나는 잽싸게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음. 여기까진 화산탄이 안 떨어지는 거 같지?”
“네에…. 하지만 숲이라서 만에 하나 화산탄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화재가 일어날지도 몰라요.”
“끄응…. 그건 그러네. 그럼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가진 말고 여기서 기다리자. 숲에 불이 붙어도 구릉지로 바로 피할 수 있게.”
작게는 주먹만 한 거부터 크게는 집채만 한 다양한 크기의 화산 탄이 한밤의 구릉지를 밝히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오…. 화산재가 대단하네. 정말 끝도 없이 솟아올라 가고 있는 걸?”
용암은 처음처럼 격한 기세로 뿜어져 올라오진 않지만 코끼리우로스 산 전체를 용암으로 뒤덮으려는 듯이 계속 분출되고 있었다.
“낙진이 조금 걱정돼요. 저 정도 수준이라면 천 수백 킬로미터가 범위 안에 들 텐데….”
“뭘 걱정하는 거야. 우린 현실로 돌아가면 돼. 이 근처에 사람이 사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나도 이제 C 클래스가 됐으니까, 전체적인 능력을 테스트해보고 바로 현실로 돌아가자.”
“…네!”
내 말에 프랑은 살짝 걱정어린 표정이 사라지더니 환하게 밝아지며 내 팔을 끌어안았다.
운이 좀 좋았던 거 같다. 생각보다 상위 이형종을 쉽게 잡았고 마나 시브 덕분에 D 클래스에서 C 클래스까지 고작 11일 만에 올라버렸다. 솔직히 C 클래스까지 최소 한달은 예상하고 있었는데“.
저 용암 속에 있던 놈에 비하면 1/10도 안 되는, 이제 고작 30만 위상력의 C 클래스 능력자지만 C 클래스라면 레이드 팀도 만들 수 있는 조건이라는걸 생각해볼 때 적어도 흔한 능력자에서는 벗어난 건 확실하다.
수백만 명의 능력자 중에 10만 위 안에는 들겠지? 물론 내 특별한 능력이라면 그 범위는 팍 줄어서 1만 위 까지 될지도 모른다.
“프랑은 아까 우두머리한테 벼락을 쏠 때 무진장 TP를 많이 썼지?”
“아, 네. 순간 화가 나서 최대한 모아서 날려버렸어요. 죄송해요.”
프랑은 TP를 낭비했다고 생각하는지 조금 풀이 죽어버렸다.
“아냐아냐! 프랑이 아니었으면 놈을 마무리 짓지 못했을 거야. 뭣보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잖아? 비장의 수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건 쓰지도 못하게 순식간에 박살 내버리는 게 정답이지.”
나는 프랑의 허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그 심판의 벼락은 진짜 무시무시했어. 기술명 그대로였는걸?”
“…아으으.”
킥킥. 기술명을 외치면서 벼락을 떨군 게 꽤 부끄러운가 보다.
“그건, 100만이 넘는 TP를 사용한 거라…. 그런 거에요! 서하가 그만한 TP를 쏟아부으면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난 30만뿐인걸? TP를 충전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는 프랑이랑 다르단 말야.”
프랑의 귀여운 변호 아닌 변호를 능글맞게 웃으면서 맞받아치니 얼굴이 빨개진다.
“영혼석에 TP가 100만까지 줄었어. 50만이 남으면 당분간 벼락 금지야. 알겠지?”
“네엥.”
조금 얼굴이 붉어져 버린 프랑을 옆구리에 끼고 높다란 나무 위에 앉아 한밤중의 화산폭발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꽤 기분이 삼삼하다.
강 건너 불구경은 진리였어.
발톱 검은 우두머리랑 싸우다가 번개를 한 대 맞았을 때 놓쳐버렸는데 그 뒤에 화산폭발 때문에 급하게 튀느라 회수를 하지 못했다.
…용암에 녹아 사라졌겠지.
현실로 돌아가면 다목적 군용 나이프 하나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능력자 연합 본부에 내가 1회차 때 쓰던 발톱 검이랑 뿔 송곳이 있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걸 쓸 이유는 없지.
투이잉
다음 날 아침, 이형종을 찾아다니며 공간 조작 능력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날 향해 달려드는 퓨마처럼 생긴 레오파드 캣을 보며 손가락을 팅기니 기묘한 소리와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며 퓨마는 전신의 뼈가 가루가 되어버린 채 숨이 끊어져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바닥을 뒹굴어버렸다.
마치 가죽 안에 젤리를 집어넣은 모습 같아져 버린 레오파드 캣을 내려다보니 가죽은 멀쩡한데 몸 내부가 공간의 일그러짐에 휩쓸려 전신의 뼈가 가루가 되어버린 모습이다.
“허어. 위상석을 가진 중위 이형종인데 이렇게 간단하게….”
원거리 공간 조작은 조작을 할 장소를 인지하면서 손가락을 팅기거나 가르키면 그 장소에 약간의 딜레이도 없이 공간의 일그러짐이 발생했다.
그리고 공간 조작을 맞은 위상력이 없는 것들은 그냥 한 뭉개진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리고, 위상력이 있는 것들은 대체로 원래 모습을 유지하지만 뼈 같은 단단한 것들은 모조리 가루가 되어버리면서 내장도 뇌도 뭉개져서 즉사해버렸다.
“TP를 한 번에 35,000이나 쓰니까요. 그래도 위력에서부터 정신 집중이나 사용 후 대기 시간이 전혀 없으니까 강적을 상대로 무척이나 요긴하게 쓰이겠네요.”
“응.”
날 공격하려는 적들에게, 말이지. 아무튼, 원거리 공간 조작은 근거리의 딱 10배를 쓰는 걸로 확인이 됐다.
정신 집중을 하든 안 하든 소비 TP는 변함이 없고 조작 범위도 늘어나거나 하진 않는 걸 보면 위력 컨트롤은 못하나 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이이이잉.
5만 TP를 쓰면 지금처럼 기묘한 울림을 만들며 공간이 일렁이면서 내 몸 주변을 감싸게 된다는 거지!
마치 속성 능력자들의 속성 보호막 같은 이 모습은 대부분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프랑의 벼락을 정통으로 맞았는데도 안에 있던 나한테는 아무런 영향도 없고 벼락은 보호막 외부를 타고 흐르다가 땅으로 퍼져나가버렸거든.
아무튼 공간 보호막을 친 상태에서 프랑에게 약하게 벼락을 쏴보라고 했더니 울상을 지으면서 머뭇거리길래, 프랑이 안 해주면 이형종을 찾아서 직접 실험해볼 거라고 협박했더니 그제서야 반쯤 울 거 같은 표정으로 정말 미약한 전기를 뿜어냈다.
“…장난해? 능력 테스트니까 확실히 해야 하잖아! 놀지 말고 제대로 쏴!”
“히잉!”
나한테 혼이 난 프랑은 다시 10 TP 가량을 써서 나에게 벼락을 쏘아냈는데, 그 벼락은 계속 일렁이는듯한 공간 보호막에 닿더니 이리저리 보호막을 타고 흐르다가 밖으로 퍼져나가 버렸다. 는 거지.
그리고 보호막을 친 상태에서 옆에 있던 나무에 태클을 걸었더니 그냥 쑥! 하고 지나가면서 보호막에 닿은 부분이 분해 되어버렸다.
이걸 보면 물리적으로 접근하면 곤죽이 되어버리고, 속성 공격 같은 게 닿으면 그냥 보호막 외부를 타고 흐르다가 사라지는 공격용 방어 능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문득 이상함을 느껴서 발 밑을 보다가, 한쪽 다리를 들어서 발 아래를 봤는데 발 밑에도 보호막이 쳐져있었다.
“…발 아래에도 보호막이 있는데 왜 땅을 파고 들으어어아아악?!”
“서하?!”
우와! 바, 발 밑을 인식하는순간 쑥! 하고 땅 속으로 들어가버려서 깜짝놀랬다!! 황급히 보호막을 끝내고 머리위로 쏟아져내리려는 흙을 파헤치면서 구멍에서 기어나왔는데, 진짜 시끕했다!!
“이, 이거. 내가 인식하는거만 막아내거나 지우나보다.”
그러고보면 프랑의 벼락에 대비하고 있었고, 나무 기둥에 들이받을때도 공간 지각으로 인식하고 있었지? 공간 조작도 인식한 곳에 일으키는 능력이니까, 맞는거 같다.
지속시간은 한번 보호막을 치면 1시간가량 지속되는데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지속시간이 줄어들었다. 대충 프랑의 50만 TP 짜리 벼락을 맞으면 보호막이 해제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원하면 언제라도 보호막을 해제할 수도 있었다.
“보호막을 치면 공간 지각이 남은 시간을 저절로 체크해주는게 편한걸. 외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랑, 내가 인식한것만 막아내는 단점이 있지만 공간 지각이 있으니 그 부분은 상관없을거 같아. 또 보호막은 언제라도 거둘 수 있으니까 무진장 공격적이면서도 방어적인 능력인 거 같아.”
뭣보다 보호막을 거두면 일정량의 TP가 도로 흡수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같이 테스트해본 프랑도 공간 보호막의 성능에 잔뜩 감탄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물리적으로도 위상력적으로도 전부 막아낸다니, 최고의 능력이네요!”
이 보호막이라면, 20분만 견딜 수 있으면 현 상황에서는 보호막을 무제한으로 두르고 다닐 수 있다. 안전에 대해서는 확실한 수단을 확보한 셈이군.
중간에 무진장 놀라긴 했지만, 어쨌든 보호막 능력에 대해 테스트를 마무리 지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 뒤로는 이형종을 찾아다니면서 내가 가진 능력을 체크해봤는데, 마나 모드에 또 1겹이 추가되어 7겹이 되어있었다.
“클래스가 오를수록 속성 타입의 나이테 모양 위상력처럼 1겹씩 늘어나네.”
“그 때문에 효율이 더 오른 건가 봐요.”
프랑의 말대로 마나 모드 일반 버전은 기존 2배에서 3배로 늘어났고 가속은 4배에서 6배가 되었다. 정신 가속 역시 효과가 더 증가해서 E 클래스일 때 80%까지 줄었던 게 D 클래스가 됐을 때 70%로 줄었다가 C 클래스인 지금은 60%까지 떨어져서, 마나 모드 - 가속을 발동하면 주변의 움직임의 속도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TP 소비량도 줄어서 분당 6%씩 줄어들던 마나 모드 - 가속의 소비 TP가 분당 3%로 절반이 되어서 회복량까지 생각해보면 50분 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신체 강화 타입으로 만들어서 극도로 회전시키면 예전에는 7배가 한계였지만 이제는 8배까지 올라간다는 것도 알았다.
마나 탄은…. 공격 범위나 날아가는 속도 같은 건 그대로였지만 어쩐지 분해력이 올라간 거 같았다.
D 클래스일 때 중위 이형종에게 마나 탄을 쏘면 폭발이 그대로 놈들을 지워버렸었는데, 중상위 이형종 들은 폭발에 견뎠었지. 하지만 이제는 중상위 이형종도 제대로 못 버틸 거 같다. 그럼 상위 이형종에게도 마나 탄이 어느 정도 효과가 나오겠군.
정확히 테스트해보려면 중상위 이형종을 향해 쏘아봐야 할 텐데 중상위 이형종을 발견할 수 없어서 실험은 할 수 없었다.
마나 포는 압축 한계가 5,000 TP에서 8,000 TP까지 늘어난 걸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코끼리우로스 산을 향해 쏘아내 봤더니 대략 20km가량을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터져나갔다.
“…1.6배는 더 커진 거 같지?”
“소비량이 늘어난 만큼 범위도 늘어났나 봐요.”
이제 중상위 이형종까지는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를 생각해봤을 땐 상위 이형종은 여전히 긴장해야 할 거 같다.
특히 위상석을 만든 상위 이형종이라면 더 주의해야겠지. 위상석이 생긴 것들은 비정상적인 면모를 보이니까.
“후우. 이 정도면 다 확인이 다 끝났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는데 화산재가 점점 퍼져나가며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어둠이 더 빨리 찾아오는 거 같다.
“수고하셨어요. 낙진이 떨어지기 전에 돌아가셔야지요?”
“응.”
흥분으로 심장이 떨린다. 이 정도 능력이라면 이제 일부러 능력을 숨기고 다닐 필요는 없어.
후우우.
날 습격한 너희가 누군지 모른다.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끝낸다면 나도 너희를 찾지 않을 테지만, 그러진 않겠지. 그러니까 날 습격한 놈들, 너흴 찾을 것이다.
찾아내서…. 죽여버릴 거다.
코끼리우로스 산을 기준으로 귀환 포인트를 찾으며 북동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공간 지각 서쪽의 끄트머리에 물이 보인다.
능력을 파악하면서 이동하다 보니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화산재 때문인지 조금씩 탄내가 나기 시작하는 거 같다.
나는 흙먼지로 엉망이 된 교복의 안감을 찢어서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고 끈을 만들어서 네 귀퉁이를 묶은 다음 코와 입을 가리고 묶은 끈을 조였다.
임시로 마스크를 만들어보니 그나마 나은 거 같네.
…마나 모드를 켜고 있는 데다 마나 시브 덕택에 재생력이나 회복력도 높아져서 낙진 좀 마신다고 안 죽을 거 같지만.
“서쪽에 물이 보여. 저쪽으로 가보자.”
“네.”
오늘 밤은 저기서 보내고,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귀환 포인트를 찾아야겠다.
물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니 꽤 큰 호수가 나왔다. 가장자리에서 공간 지각을 펼쳐보니 1.5km 정도로는 호수의 절반도 채 못 채울 만큼 큰 호수다.
“물고기도 많은걸…. 낙진이 떨어지면 죽음의 호수가 되겠지?”
…깨끗한 호수를 보다가 잠시 내 꼬라지를 살펴보니 흙과 먼지와 땀 때문에 엉망인 교복이 보인다. 벼락도 맞아서 군데군데 그슬리기도 했고.
“…에잇.”
“서하?!”
교복 마이를 벗어서 손에 들고 물속에 뛰어들었더니 프랑이 깜짝 놀라면서 뒤따라 뛰어들더니 날 뒤에서 끌어안고 나가려고 했다.
으응? 아, PTSD 때문에 그런 건가?
“어어? 옷이랑 몸이 좀 더러운 거 같아서 씻으려고 한 거야. 괜찮아.”
“아, 아우…. 놀랬잖아요!”
내 말을 들은 프랑은 그제서야 놀란 기색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뒤에서 날 끌어안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괜찮아. 물이 무서운 거였으면 집에 있을 때 샤워도 못 했지.”
“그, 그건 그렇지만….”
교복 마이를 첨벙거리면서 물에 씻고 셔츠와 바지도 벗어서 물에 마구마구 내려치니 어느 정도 땟물도 빠지는 게 보였다.
“이리 주세요.”
프랑은 손을 뻗어 내게서 교복을 받아가더니 하나씩 세심하게 옷을 빨기 시작했다.
…근데 영체라서 그런지 물에 들어와도 원피스가 젖거나 하지 않네. 옷이 젖어서 몸의 굴곡을 드러내는 그런 걸 생각했는데 조금 아쉽다.
“돌아나가면 프랑한테 옷 사줄게.”
“네?”
내 교복을 손빨래하던 프랑은 날 돌아보는데 옷을 세탁하느라 잘 못 들었나 보다.
“현실로 돌아가면 옷을 사줄게. 몸을 바꾸지 말고 옷을 입고 다녀.”
“아…. 네!”
내가 옷을 사준다는 말이 꽤 기뻤나 보다. 프랑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교복을 다시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 날아다닐 때는 바지를 입을 것. 그런 야한 팬티에 원피스 입고 날아다니면 밑에서 다 보인다고.”
“후후. 그건 서하를 위해서였는걸요?”
…!!
으, 은근히 색기 넘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날 향해 생긋 웃는 프랑을 보니 심장이 콩닥거린다…! 3일 동안 꾹 참았는데, 이렇게 치명타를 터트리니 버티질 못하겠다!
코끼리우로스 건도 해결하고 제1 목표인 C 클래스까지 달성했으니까. 화산 폭발 때문인지 이형종 들도 동물들도 반경 1.5km 안에 없으니까! 지금이라면 프랑하고 사랑을…. 꿀꺽.
“프, 랑?”
“…….”
내 뜨거운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에 프랑도 날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는데 마주친 눈동자에서 열기가 묻어나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지적은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의 지적이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_@
제 이야기를 매번 봐주러 오시는분들께 감사인사를...!
13일 18:16분 UrDREAM님의 지적으로 보호막에 대해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