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42화 (142/517)

00142   3회차 위상 세계.  =========================================================================

코끼리우로스 산에서 10km를 남겨두고 소굴 입구가 있었던 크레이터가 보이는 장소에서 납작 엎드렸다.

“그럼 다녀올게요.”

“응. 프랑이니까 잘 할 거라 생각하지만, 조심해.”

내 공간 지각 범위 밖으로 나가는 거라 조금 불안해졌지만, 프랑이니까 잘 할 거라고 믿는다.

“하늘에 떠 있을 테니 서하의 눈에도 잘 보일 거에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프랑은 짧은 인사를 남기고 하늘로 휙 하고 날아가 버렸다. 그녀의 작아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돌아오면 하늘을 날아다닐 땐 바지를 입으라고 말해야겠다.

순식간에 1.5km 범위를 벗어난 프랑은 모습이 깨알같이 작아져 버렸다. 만약 빠르게 움직이면 금방 놓쳐버릴 거 같은걸.

오면서 마나 탄 최소 출력으로 공간 지각 범위 안에 있던 하급에서 중하위급 이형종 들은 죄다 소멸시켜버렸더니 그야말로 침묵의 평야, 아니 침묵의 구릉지가 완성되었다.

십수 분을 공중에 가만히 떠 있던 프랑은, 으음…. 어째, 멀어지는 듯한…. 어라? 점점 멀리 간다?

저거, 2km를 벗어난 거 아냐? 점점 걱정이 들기 시작하는데….

앗! 아아, 앗 하는 순간에 프랑의 모습을 놓쳐버렸더니 프랑이 어디 있는지 안 보인다!

순간 벌떡 일어나버렸지만, 곧 자리에 앉아서 살짝 떨리기 시작하는 가슴을 안정시킨다. 으음. 프랑을 믿어야지.

저 코끼리우로스 산 지하에 위상력 330만이 넘는 고위 이형종이 있긴 하지만, 고위 이형종이라면 분명 내 위상력을 감지했을 텐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으니까.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 상태로 다시 십수 분이 지나니까 점점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이렇게나 프랑 의존증이 심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이 뛰면서 점점 코끼리우로스 산으로 달려가고 싶어지는 마음을 다스리고 있지만, 다시 10분 정도 지났더니 정찰이고 자시고 달려가 버릴 거 같다.

그 순간 펜던트에서 물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프랑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순간 안도감이 들면서 달려들어 껴안을 뻔했지만 애써 참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의젓하게 입을 열었다.

“다녀왔어요!”

“응, 정찰 다녀오느라 수고했어. 그런데 중간에 2km 넘게 떨어지던 거 같은데 어떻게 한 거야?”

살짝 목소리가 떨릴 뻔 했지만, 다행히 프랑은 눈치 못 챈 거 같다.

“그러니까 그게, 확인을 끝내고 2km 넘게 떨어졌는데도 강제 귀환이 되지 않길래,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 건가 테스트해봤어요. 미리 말씀드리지 않아서 죄송해요.”

하지만 내가 걱정했다는 건 눈치챘는지 살짝 눈썹을 역으로 꺾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냐아냐. 범위가 늘었다는 건 나도 상상을 못했는걸. 그럼 2km 넘게 떨어질 수 있는 거야?”

“네! 4km까지 늘어난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서하의 예상대로, 코끼리우로스 한 마리가 개미굴 중에 가장 큰 공동에 들어가는 걸 발견했는데 그 코끼리우로스가 아무래도 진짜 우두머리인듯해요.”

진지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내려선 프랑에게 다가가 뺨을 살짝 쓰다듬어 준 다음, 옆에서 코끼리우로스 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가. 2인자라고 이름 붙인 녀석은 말 그대로 2인자였던거구나. 우두머리의 겉모습은 어땠어?”

“2인자 코끼리우로스보다 1.3배는 더 큰 것 같았어요. 피부는 중상위급보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붉은빛을 띄고 있었고, 회색인 다른 코끼리우로스의 코끼리 몸통과는 다르게 은색이었어요. 꼬리도, 양 무릎에서 발굽까지도 하얀 털로 뒤덮여있었고 코끼리 몸체의 등뼈를 따라 비늘 같은 게 나 있는 모습이었어요. 무기는 따로 없었던 걸 보면 속성 타입 이형종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무기가 없다…. 혹시 가까이 갔을 때 녀석이 날뛴듯한 곳을 살펴봤었어? 속성 타입이라면 불, 바람, 대지 셋 중 하나일듯한데.”

물 속성이었다면 흙먼지가 피워 올랐을 리는 없겠지? 피부가 검붉은 색이라면 불을 다룰지도 모르겠다.

프랑은 내 말을 듣고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못 봤나 보구나.

“아우, 다시 가서 확인을…!”

“아냐 됐어. 속성타입이라면 외피가 속성 색을 따라가…니까. 검붉은 색이라면 붉은색의 불에, 검은색이라면 어둠? 게다가 코끼리 몸통이 은색에 하얀색 털과 비늘이 났다고 했으니까 어쩌면 번개나 물의 하위 갈래인 얼음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는걸.”

4가지 속성이라니, 프랑의 도움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마나 포를 날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말을 들은 프랑도 안색이 상당히 굳어지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4가지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프랑의 번개는 놈에게 거의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인 속성 능력자는 자신이 가진 속성에 피해를 거의 받지 않으니까 그건 이형종도 마찬가지겠지.

…4가지 속성이라니, 참…. 인간 중에서는 3가지 속성을 쓰는 트리플 리스트까지밖에 안 나타났는데 쿼드로플 리스트 이형종이라니.

“좋아. 여기서 어두워질 때까지 버텼다가 밤이 되면 마나 포로 기습해보자. 5km 밖에서 날린다면 놈이 다가오기 전까지 2발은 날릴 수 있을 거야. 두 발까지 먹여보고 안되면 도망가는 쪽으로. 어때?”

“네!”

그리고 프랑과 땅에 주저앉아서 머릴 맞대고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프랑과 머릴 굴린 결과 간단한 작전이 완성되었다.

일단 상위 이형종의 위상력 감지 범위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프랑이 나보다 4km 앞에서 이동하고 나는 천천히 마나 포를 적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4km까지 접근한다.

프랑이 하늘에서 놈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상위 이형종의 위상력 감지 범위가 4km를 넘는다면, 4km 너머까지 놈이 반응을 보인다면 그 즉시 작전은 포기하고 도주한다.

그리고 안 들키고 4km까지 다가가면 2페이즈로 들어가기로 했다.

프랑이 조심스럽게 500m까지 다가가서 놈의 위상력을 체크하는거다.

2페이즈에서는 놈의 분류를 2종류로 나눠서 신체 강화 타입과 속성 타입으로 하고, 신체 강화 타입일 경우 첫 번째 마나 포를 날려 입은 피해에 따라 두 번째 마나 포를 날릴 것인지 도주할 것인지를 정했다.

나는 일단 마나 포를 한번 날리고, 그 즉시 다시 마나 포를 충전한다. 그리고 놈이 신체 강화 타입일 경우에는, 프랑이 보기에 마나 포에 의한 피해가 작다면 전투를 포기하기로 하고 그 즉시 프랑은 내 옆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나는 마나 포를 놈이 있던 방향으로 바로 날리고 도주하는 걸로 했다.

도주 시에는 프랑의 벼락 보조로 우두머리에게 경직을 주는 동안 신체 강화 7단계로 전력 도주를 하기로 했다.

속성 타입일 경우 마나 포를 터트리는 것까지는 동일하다. 만약 도주할 상황이 된다면 그다지 빠르지 못한 속성 타입의 신체 능력을 생각해 7단계로 프랑도 같이 전력으로 도주하기로 했다.

프랑도 이제 몸이 생겼으니까 놈의 속성 탄 공격에 적중당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도주할 때 괜히 막아서다가 이형종의 속성 탄을 맞을 위험을 자초할 수는 없어.

간단한 작전이지만 간단한 만큼 공격이 안 통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 잡는 건 포기하는 수밖에.

공간 지각은 너무 위험 변수가 많아 제외했다.

프랑은 내 옆에 앉아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나는 프랑의 허리에 손을 감고 아직 연기를 퐁퐁 뿜어대는 코끼리우로스 산을 바라봤다.

21만이 넘는 놈이니까, 만약 놈을 죽이고 마나 시브로 위상력을 흡수하면 나는 바로 C 클래스가 될 수 있을 거다.

C 클래스가 되면, 공간 조작에도 변화가 생길 거라 생각한다. 그럼 공간 조작을 완벽하게 숙달하고 현실로 돌아가는 거지.

그리고, 날 습격한 놈들을 응징하는 거다.

2시간이 흘러 밤 9시가 되는 순간 작전을 개시했다.

“조심해. 프랑은 위상력이 느껴지지 않지만, 놈들은 괴물이라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네. 조심할게요!”

작전대로 프랑을 선두에 내세우고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소굴이 있던 자리, 즉 놈이 들어갔다는 구멍에서 4km까지 다가갔는데 다행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프랑도 조심스레 놈이 들어가 있는 구멍의 입구에서 공간 지각으로 놈이 잠들어있다는 걸 확인한 다음 나에게 돌아와서 놈의 위상력까지 파악해 알려줬다.

“우두머리 코끼리우로스의 위상력은 26만 정도였어요!”

“…좋아. 작전 변경은 없어. 이대로 5분 뒤에 TP를 응축해서 마나 포를 발사할게. 프랑도 위치로 돌아가.”

“네!”

하늘 높이 솟아올라 가는 프랑의 삼각지를 가리는 조그만 천 조각을 보다가 또 바지 입으라는 말을 안 한 게 생각났다. 난 전생에 붕어였던 게 틀림없어.

좌절하면서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297, 298, 299, 300.”

5분이 지났다. 나는 오른손을 뻗어 TP를 응축한다. 집중, 가속, 회전, 집중, 가속, 회전!

손바닥에 주먹만 한 TP가 컨트롤 가능한 극한까지 응축되고 회전하면서 TP 내부가 소용돌이 치는 게 보인다.

좋아! 가랏!

거문고의 수십 줄의 현이 동시에 울리는듯한 찢어지는 소리가 나며 마나 포가 손바닥에서 떨어져나와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간다.

오른손이 찌릿찌릿한 느낌에, 곧이어 바로 왼손에 TP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만 보이는 흉악한 물빛의 마나 포는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잠시간의 정적 끝에,

쿠르르르릉!

건물이 무너질 때 나는 묵직한 소음이 퍼지며 코끼리우로스 산 중턱에 지름 1km의 크레이터를 다시 한 번 새겼다.

마나 포는 진동도, 폭발 시의 흙 먼지도 없이 깔끔하게 크레이터만 새긴 채 사라졌다.

안 오나? 프랑이 안 돌아오지?

TP가 다시 5,000까지 응축되고, 가속, 회전시켜서 발사!

띠이이잉!

쿠우우우우웅….

후우우. 두 번 연달아 발사했더니 양손이 찌릿찌릿하다. 될 수 있으면 한 번 더 쏘고 싶긴 한데, 이대로는 무리다. 마나 포를 쓰려면 이 찌릿 거림이 사라져야 쓸 수 있겠어.

프랑은? 이대로 프랑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두 발의 마나 포를 맞았다면 정상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만약 죽었다면 프랑이 바로 돌아와서 나에게 빨리 뛰어가라고 재촉했겠지.

하지만 프랑은 돌아오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3번째 마나 포를 기다리는듯하지만 내 손은 적어도 당분간은 마나 포를 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나 모드 - 가속을 준비하고 코끼리우로스 산을 향해 달려가니 프랑이 내 곁으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서하? 마나 포를 한 번 더 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안돼. 양손에 한 발씩 두 발 날리니 손이 찌릿거려서 당분간 마나 포는 못써.”

프랑은 내 이야기에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그럼 조금 천천히 달려와 주세요. 제가 가서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의 상태를 보고 올게요.”

“…알았어.”

후우욱. 심호흡을 하며 두 손을 쥐었다 풀면서 2km 정도를 더 달리는데 갑자기 크레이터에서 벼락이 줄기줄기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프랑?!”

왜 돌아오지 않고 벼락을 쏘는 거지?!

준비하던 마나 모드 - 가속을 켜서 전력으로 달음박질치니 순식간에 산자락이 시작되며 우거진 수풀이 다가온다!

“빌어먹을!! 프라아앙!!”

동쪽이었다면 산사태 때문에 나무가 없었을 텐데!! 빌어먹을 나무를 피하느라 속도가 느려지잖아!!

세 번의 폭발로 중첩해서 생겨있는 크레이터를 공간 지각이 감지하고 곧이어 크레이터 위를 빠르게 날아다니며 코끼리우로스 한 마리가 쏘아내는 불과 어둠의 속성 탄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벼락을 떨어트리는 프랑이 공간 지각 끄트머리에 보였다!

“…!!”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는 전신이 으깨지듯 절반이 뭉개져 있었고 한쪽 눈은 터져서 수정체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귀와 코에서 싯누런 액체가 흘러나오고 오른쪽 앞발괴 왼쪽 뒷발이 부러져서 움직이질 못하지만 두 팔은 멀쩡한 게 새빨간 왼팔에서는 불을, 시꺼먼 오른팔에서는 어둠을 쏘아내고 있었다!

우두머리는 암컷이었는데 키가 15m에 사람의 몸통은 완전히 검붉은 색에 산발한 머리카락은 불같은 붉은 색이었고 코끼리 몸통은 전체적으로 은색에 네 발에 털이 수북이 나 있는, 프랑이 설명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몸의 이곳저곳이 움푹 들어가거나 피부가 축 늘어져서 기괴한 모습이었는데 공간지각으로 살펴보니 피부가 늘어진 곳은 근육이 곤죽이 되어서 몸 안에 걸쭉한 핏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두 가슴은 뭉개지다 못해 찢어지면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고 생식기와 항문에서도 우두머리가 움직일 때마다 걸쭉한 핏물이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상처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 보이는 게, 프랑이 공격을 시작한 것도 상처 회복을 늦추기 위해서였나 보다.

우두머리의 모습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면서 번개같이 산자락을 타고 뛰어올랐다.

2초 만에 크레이터의 가장자리에 도착해서 700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채 바로 두 손을 뻗어 50 TP의 마나 탄을 우두머리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뻐버벅! 뿌드득!

“kuuahhhhkkkkk!! šiukšlių vaikas!!”

순간 우두머리가 날 노려보는데 싯누런 눈깔을 보는 순간 위기감에 옆으로 몸을 날렸다!

쫘작!

크흑! 가, 가속을 켜지 않았으면 벼락에 맞을 뻔 했어!

“서하! 감히!!!”

몸이 찌릿찌릿하지만 바로 발딱 일어나서 크레이터 안으로 뛰어들며 지그재그로 불규칙하게 달리고 두 손에서 쉼 없이 마나 탄을 쏟아내고 있으려니 내가 공격받는 장면을 본 프랑이 격노하면서 두 손에서 번개 다발을 뿜어내고 하늘에서도 벼락 줄기를 무시무시하게 꽂아 내리기 시작했다!

프랑의 벼락에 10의 전기 데미지가 있다면 있다면 그중 8은 놈의 체외를 타고 흐르지만, 나머지 2는 상처를 통해 몸속으로 파고드는지 조금씩 움직임이 끊기지만, 내 마나 탄은, 놈의 피부만 타고 흐르는 거 같다!

놈은 공격을 시작한 나와, 데미지를 받기 시작한 프랑을 번갈아 보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도 날 맞추려는지 하늘에서 벼락이 한 두발씩 떨어지지만, 회피 운동을 하며 마나 탄을 쏘아내고 있으려니 저놈도 나에게만 신경을 집중하지 못해 명중률이 떨어지는 거 같다!

하지만 내 마나 탄도 마찬가지로 놈의 외피를 두드리는 거에 그쳐 큰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점점 프랑을 돌아보며 프랑에게 공격을 집중하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맞을 때마다 충격에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지만, 그보다 프랑의 벼락을 더 위협적이라 생각하는 거 같다!

빌어먹을! 상위급 중에서도 상급인 놈에게는 내 마나 탄도 안 통하다니! 50 TP나 쓴 건데!

어떡하지? 마나 포는 이제 쓰지 못해. 그럼 가까이 가서 마나 레이저로 공격해야 하나? 공간 조작은 너무 붙어야 하니 제외하면 역시 마나 레이저를…, 아냐! 더 붙었다간 저놈이 나한테 속성 탄을 날릴텐데, 붙었다간 내가 못피해!!

“kaaaauuuuhhhh!!!”

크윽! 놈은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포효를 지르는데, 몸이 찌릿찌릿한 게 프랑이 내질렀던 포효와 비슷한 효과를 지닌 거 같다!

다행히 프랑은 포효에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고, 나 역시 2번의 고위급 포효에 맞은 경험이 있어 잠시 꿈틀거렸을 뿐,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놈이 고함을 지르는 그 순간 놈…년의 생식기에서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피가 보였다.

…저기다!

“하앗!”

두 손에 50 TP를 모아 틈을 봐서 동시에 뻗어 놈의 생식기에 마나 탄을 쏘아냈다!

퍼벅, 푸부북!

“kyaaaaaaaaaaaaahhhhh!!!!”

성공이야! 놈의…. 년의 생식기 속에 마나 탄이 틀어박히며 터지더니 엉덩이 부분이 걸레 짝이 되어버렸다! 역시 몸 내부는 폭발에 약하….

…아. 어그로 폭발했다.

“으아아아아!!”

날 향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는 벼락과 불과 어둠의 속성 탄을 피하며 피부에도 마나 시브를 집중해 놈의 공격을 회피하는 데만 집중한다!

놈은 프랑을 무시한 채 나만 죽어라 노리는데 바퀴벌레처럼 불규칙 패턴으로 빨빨거리면서 뛰어다니니 우두머리는 극도로 분노하는지 흉광이 폭발하며 더욱 공격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Nežymūs kirminųųųųų!!!!”

“프랑! 사, 상처! 상처에 벼락을! 캑!”

으그극!! 마, 말하다가 벼락에 한발 맞았지만, 마나 시브를 피부에 집중하고 있었던 덕분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멈췄다간 저 폭풍같이 몰아치는 속성 탄과 벼락에 걸레 짝이 되어버렸겠지! 하지만 손에 쥐고 있던 발톱 검을 놓쳤는데, 다시 주울 수가…!

“아아아아아아압!!!”

헐…. 프랑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서하! 멀리 피해요!!”

우두머리가 쏘아내는 벼락 떨어지는 소리에 살짝 묻히긴 했지만, 확실히 들렸다!

“으악!!”

프랑의 몸에 무시무시하게 집중되기 시작하는 TP에 기겁하고 등을 돌려 이리저리 뛰면서 크레이터 밖으로 도망가려고 하니 우두머리도 흠칫하면서 프랑을 돌아본다!

“어딜 보냐!!”

티팅~!! 뿌버벅!!”

“khaaaauuuuhhh!!!”

잽싸게 점프 샷으로 찢어지고 터지며 걸레 짝이 된 우두머리의 엉덩이에 10 TP 두 발을 다시 쏴버렸더니 우두머리는 처절한 고통과 분노가 섞인 포효를 지르며 내게 다시 벼락과 속성 탄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으갸갹!!”

내 뒤를 따라 떨어져 내리는 벼락과 퍼부어지는 불과 어둠의 속성 탄을 피해 미친 듯이 놈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점점 멀어지게끔 달리니 열불터진다는듯이 비명을 질러대는 우두머리가 느껴진다!

그리고 TP의 집중을 멈춘 프랑의 외침이…!

“Thunderbolt of judgment!!”

꾸아아아앙!!!

으악!! 귀, 귀청 찢어지겠네!!

순간 밤낮이 뒤바뀐 듯, 눈을 찌르는 새하얀 빛과 함께 고막을 찢어버릴 듯이 터져 나오는 우렛소리에 몸이 떨릴 정도였지만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활성화된 마나 시브 덕택에 순식간에 시야를 회복한 나는, 쏟아져나오던 벼락과 속성 탄이 멈춘 걸 확인하고 우두머리를 돌아보니 은색 피부와 흰 털, 붉은 머리카락은 온데간데없고 시커멓게 타버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 죽었어!

나는 다시 마나 탄을 지글지글 끓고 있는 우두머리의 하체의 상처 부위에 끊임없이 날렸다.

뚜두두둑 뻐벅 퍽 퍼퍽.

마나 탄이 터질 때마다 기이한 타육음을 내며 전신을 들썩거리던 우두머리는 곧 육중한 소리를 울리며 옆으로 쓰러지더니,

“Paimkite… liepsnos prakeikimas…!”

짧은 숨을 내쉬고 희미한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낸 다음 죽어버렸다.

생전의 멀쩡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시커멓게 탄 채 피부는 쭈그러들고 수축하고 곳곳에서 하얀 김을 내며 익어버린 모습이었다.

“…잡은…거야?”

“서하~!”

프랑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한테 날아오는 걸 보고 확신했다! 상위 이형종을 잡았구나!! 진짜 상위 이형종을 잡았어! 이히히히!!

덮치듯이 내 품에 안겨온 프랑을 껴안고 빙글빙글 돌며 미친 듯이 웃으니 프랑도 환하게 웃으면서 내 빰과 입술, 이마, 코에 마구마구 키스를 해주고 있었다!

나와 프랑 단둘이서 레이드를 성공했다는 사실에 화연이와 영은이에게 막막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래,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보여주면서 자랑해야지!

우두머리의 모습을 전원이 꺼지기 직전의 휴대폰에 담고 있으려니 프랑이 얼른 시체에 다가가 보라며 재촉했다. 나는 계속 사진을 찍으며 고약한 누린내와 함께 고기 익는 냄새가 나는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더니 정말 무시무시하게 큰 모습에 말이 안 나왔다.

근처까지 가서 프랑의 심판의 벼락에 새카맣게 타버린 우두머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찍고 휴대폰을 챙겼더니 그 순간 위상력이 폭발적으로 퍼져 나왔다.

…여태까지 본 위상력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릴 때 생기는 일렁거림이었다면, 상위 이형종의 이것은 진원지에서 퍼져나가는 지진과도 같았다! 무척이나 맑고 농도가 진한 물빛 위상력은 우두머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자마자 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꿀꺽.”

내게 다가오는 물빛의 위상력들을 보며 침을 삼키고 마나 시브를 전신으로 돌리니 회오리에 끌려 들어오는 나뭇잎처럼 위상력이 일제히 몰려들어 내 몸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위상력이 전신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느낌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두 팔을 벌린 채 위상력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위상력은 점점 늘어나며 심장으로 들어와 전신으로 퍼져나고 있었다.

그리고 몸속에 쌓인 위상력이 7만, 8만, 10만, 15만, 20만을 넘어 30만이 되는 순간.

눈앞에서 물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 작품 후기 ============================

히히 >_<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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