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41화 (141/517)

00141   3회차 위상 세계.  =========================================================================

일단 목표로 한 코끼리우로스는 박살 내버렸고,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가 남았을 거 같지만 일단 보이지는 않으니 공간 지각으로 주변에 남은 개미굴의 흔적을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주변을 감지하기 시작하니 프랑도 이곳저곳에 나 있는 개미굴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500m짜리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는 건가? 아무튼, 땅에 드러난 굴은 12군데지만 한 곳 말고는 그 모습이 전부 내 지각 안의 범위에 들어와서 있었다. 빤히 보이는 곳을 살펴볼 이유는 없으니 저 한 곳을 통해 내려가 봐야겠다.

“프랑, 이리와.”

나는 그 한 곳의 개미굴로 걸음을 옮기며 프랑을 부르니 내 곁으로 날아오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다른 개미굴은 모두 막혀있어. 전부 동물이나 다른 이형종의 뼈다귀 같은 게 쌓여있을 뿐이야. 그중에서 한 곳만 내 감지범위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보자.”

“…그곳은 지하로 내려가는 곳이겠죠? 혹시 거기에 우두머리가 있는 건 아닐까요?”

“음. 아까 2인자 놈을 보면서 안건데, 중상위 이형종의 위상력 감지 범위는 1km가 채 못 되는 거 같아. 그 말은 상위 이형종의 위상력 감지 범위는 1km를 훌쩍 넘어간다는 거겠지?”

“넷? 으음. 아무래도….”

갑자기 이형종의 위상력 감지 범위 이야기를 꺼내니 프랑의 눈이 동그래진다.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검은색 하늘에 조금씩 청색이 섞이며 색이 옅어지는 게 보였다.

곧 날이 밝겠군.

“나처럼 적대감이나 적의, 개체의 특징 같은 건 몰라보는 거 같긴 한데 어디쯤에 무언가가 있다는 정도는 알지 않을까?”

“아…. 그럼, 수많은 부하들의 위상력이 사라지는데도 가만히 있을 리는 없으니, 우두머리는 이곳에 없다는 이야기겠네요.”

그렇지.

나는 지하로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통로 앞에 섰다. 이 통로는 폭이 7m에 높이가 15m 가까이 되는, 그야말로 터널 같은 구멍이었는데, 바닥이나 벽이 단단하게 다져져 있는 걸 보면 어떻게 이런 구멍을 파냈을지 궁금하다.

중간중간 보강재 같은 걸로 동굴을 받치지도 않는데 말이지.

나는 프랑의 손을 잡고 굴 안으로 조금 긴장하하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공간 지각을 최대한 집중해서 내려가 봐야지.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직선 길이는 1.5km밖에 되지 않는데 마치 미로 계단처럼 나선형으로 나 있는 거대한 구멍을 따라 걷고 있으려니 꽤 오래 걸을 거 같다.

그런데 기분이 심히 이상하다.

거인의 나라에 도착한 걸리버의 심정을 알 거 같달까? 나선형으로 나 있는 구멍이다 보니 거리도 무지막지하게 늘어나서 30분 넘게 걸어 내려가고 있는데 300m도 내려가지 못한 거 같다.

“마나 비전이 적외선 시야처럼 빛 한점 없는 곳에서도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줄 줄 몰랐어.”

“마나 시브는 역시 대단하네요. 하지만 그런 효과가 없었어도 공간 지각도 덕분에 주변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겠는걸요.”

부드럽고 매끈매끈한 프랑의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한참을 걸어 내려가니 어쩐지 주위가 묘하게 훈훈해지기 시작한다.

지열이 많은 건가? 하긴, 활성화되기 시작한 휴화산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쩌면 용암이 흐르고 있…. 어, 진짜로 공간 지각의 끄트머리에 용암이 보이기 시작한다.

“용암이다.”

“어마.”

그런데…. 용암이 흐르고 있는 곳은 무척이나 거대한 공동이었는데 그곳에서 적황색 용암이 부글부글 끌어 오르고 있었고 주변에 뭔가 건물? 구조물 같은 것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용암의 바다에 여러 작은 섬이 퍼져있는 모습이다.

“뭐지. 이 산 아래에 고대 유적 같은 게 있었던 건가?”

“유적이요?”

유적이라는 말에 반응하는 프랑은 조금 더 설명해달라는 듯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응. 거대한 공동에 절반쯤 용암이 가득 차서 흐르고 있는데, 지대가 높은 곳에 집 같은 구조물들이 늘어서 있어. 열기랑 용암에 꽤 많이 손상됐지만, 집이라는 건 알 수 있겠는데.”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으음, 꽤 커. 문으로 보이는 게 3m는 되는 거 같아.”

용암이 뿜어내는 빛에 노랗고 빨갛게 물든 대공동은 뜨거워 보이는데도 어쩐지 오싹한 느낌이 든다.

내 설명을 들은 프랑은 잠시 시선을 내리고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나는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점점 공간 지각 안의 범위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용암 공동을 살펴봤다.

천천히 내려가는 속도에 맞춰 용암의 깊은 곳도 보이기 시작하는데, 용암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공동도 무척이나 커서 50m가량을 더 내려왔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용암의 깊이도 끝이 나질 않는다.

그 순간…. 공간 지각의 끄트머리에, 위…. 상력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뭐지?

“…!!”

갑자기 공간 지각 범위에 안으로 막대한 양의 위상력이 밀려들어 오며 정확하게 감지되기 시작했다!

난 놀라서 굳어버렸는데 프랑은 갑자기 멈춰서는 날 의아한 눈으로 돌아본다.

용암 깊은 곳 속에, 위상력이 300만이 넘는 뭔가가 있어! 무, 뭔지 모르겠는데 용암이랑 일체화한 듯이 공간 지각으로도 형체를 알 수가 없다!

“프, 프랑! 도망가자!”

“네?”

“고위 이형종이야!”

“!!”

프랑의 팔을 잡고 신체 강화를 돌려 재빨리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용암 속에서 사는 고위 이형종이라니!!

프랑도 내 말에 한껏 경악한 채 날 따라 날아오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도 신체 강화 타입으로 바꿔 무시무시한 속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간다!

이 구멍의 끝은 용암지대와 연결 되어있는 거 같은…데, 서, 설마 여기가 저놈이 지나다니던 길은 아니겠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일어나며 동굴의 벽을 살펴보니 확실히 뭔가 녹아서 굳은….

“프랑! 더 빨리 나가자!”

소름이 등 자락을 타고 솟아오른다! 미칠듯한 정신적인 가려움을 느끼며 TP를 마구마구 쓰면서 필사적으로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저, 저게 쫓아오면 마나 포 밖에 쓸 수 없을 텐데, 여기서 썼다간 용암을 자극해서 화산 폭발이 일어날지도 몰라!! 안 일어나더라도 무너지는 산에 깔려 매몰되서 죽어버릴 거야!

으아아아…!!

수분도 채 되지 않아 개미굴 속에서 튀어나온 나와 프랑은 미친 듯이 크레이터의 흔적을 타고 올라 도망쳤다.

331만의 위상력 덩어리에 쫄아서 도망치긴 했는데, 다시금 생각해봐도 식은땀이 흐른다.

코끼리우로스 산을 기준으로 북쪽을 향해 1시간가량을 미친 듯이 뛰었더니 다시금 숲이 시작되었었다. 그제야 달리기를 멈추고 주변에서 가장 큰 나무를 찾아 기어올랐다.

내 몸보다 더 굵은 나뭇가지 위에 주저앉으니 그제야 한숨이 푸욱 하고 뿜어져 나왔다.

나뭇잎 틈으로 보이는 코끼리우로스 산은 지금 내 위치와 50km 가까이 떨어져 있는데, 산이 워낙 크니까 아직도 그 모습이 전체적으로 보인다.

고작 40분가량 TP를 마구마구 소비해서 달렸을 뿐인데 48km나 달리다니…. 신체 강화는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화연이는 용문산에서 일자산까지 3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오는데 15분 정도밖에 안 걸렸었지?

숨을 고르면서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천천히 날이 밝아지는 거 같긴 한데, 회색 구름이 잔뜩 껴서 꽤 어두컴컴하다.

“서하? 어떤 고위 이형종이었나요?”

주저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으려니 뒤따라 묵묵히 날아오던 프랑이 내 곁에 앉으며 물어왔다.

프랑은 내가 도망치는 와중에 덮쳐들려는 하위나 중하위 이형종에게 벼락을 쏴서 도망가게 만들었는데, 프랑이 그렇게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직도 구릉지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다.

“후우. 덩어리진 위상력이었는데, 300만이 넘었어.”

“3, 300만….”

멍해진 프랑의 표정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정확히 331만이야. 위상석은 없었지만, 용암 속에 위상력이 덩어리져있었는데, 어째서인지 형태를 알 수조차 없었어. 공간 지각으로 살펴봐도 다른 용암들이랑 똑같았는데, 용암 전체에 위상력이 있는 게 아니라 한 곳에만 331만의 위상력이 덩어리져 있으니까, 나는 이형종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들었거든.”

울렁거리는 심장을 마나 시브로 달래면서 마저 이야기했다.

“…내가 너무 성급했던 걸까?”

내 말을 들은 프랑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더니 내게 다가와 내 손을 꼬옥 잡으면서 말했다.

“아뇨! 잘하셨어요. 그런 경우에는 일단 피하는 게 정답이에요. 상대할 수 없는 존재에게 이유 없이 맞서는 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니까요!”

프랑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제서야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으아아아….”

사방 1.5km 이내에 이형종이 존재하지 않으니 그제서야 몸이 늘어지며 한숨이 푸욱 나온다.

어젯밤은 그야말로 활극 슈팅 게임을 한 기분이다. 나는 마나 탄을 믿고 소굴을 가로막은 채 이른바 길 막으로 쓸어버리려고 한 거였는데 중상위한테 마나 탄의 효과가 무진장 떨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덕분에 산사태까지 일으켜버리고 산사태에 도망갔다가 되돌아가고…. 하룻밤 사이에 백수십 킬로미터를 달렸더니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다.

끙.

신음을 흘리며 나뭇가지에 벌렁 드러누웠더니 프랑이 머리맡으로 와서 무릎에 내 머리를 올려줬다. 뒤통수와 목에서 부드럽고 따스한 살결이 느껴지니 한숨이 다시 나온다.

“조금 주무세요. 저도 이제 공간 지각이 가능하니 제가 망을 볼게요.”

조용하고 상냥한 프랑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으응…. 나 먼저 좀 쉴게.”

먼저 자고, 교대해 줘야…지…….

…정신이 깨어나기 전에 눈을 먼저 뜨니 조각 같은 턱과 말랑말랑해 보이는 아랫입술이, 그 위로 예쁘게 솟은 코와 자그마한 콧구멍이 보인다.

하늘거리는 백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려니 턱이 움직이고, 입술과 오똑 솟은 코 너머로 반짝이는 벽옥색 눈동자가 나타나며 나를 주시한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으응.”

내가 얼마나 잔 거지? 이윽고 정신도 깨어나서 목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결에 돌아누워 얼굴을 파묻었다.

“꺄아.”

흐으읍.

작게 비명을 지르는 프랑의 목소리에 귀가 즐겁다는 생각을 하며 크게 숨을 들이쉬니 진한 사과 향이 콧속으로 밀려든다.

“아잉….”

얼굴을 묻은 채 슬금슬금 허벅지에서 아랫배 쪽으로 다가가니 프랑이 흠칫흠칫거린다. 못된 손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더니 제멋대로 프랑의 옆 허벅지를 타고 골반을 지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아흥.”

스트링 팬티라 그런지 하얗게 드러난 풍만한 엉덩이가 두 손에 터질 듯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감촉으로 느끼고 공간 지각으로 감상하니 그제서야 보물 1호가 뻣뻣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좋아. 이상 없음.

잠에서 깼을 때 세 번째 다리에서 힘이 없길래 이상이 생긴 건가 했었거든.

프랑의 삼각지에서 얼굴을 떼고 자리에 앉으니 얼굴이 발그래해진 프랑이 야릇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킥킥.

“자.”

양반다리를 하고 허벅지를 팡팡 치니 야릇한 눈빛을 빛내는 프랑은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됐다가 조금 토라진 표정을 짓더니 내 허벅지에 발랑 누워버렸다.

“…프랑, 팬티 보여.”

조금 거세게 누워버리는 바람에 원피스 자락이 훌렁 하고 허리 위로 올라가 버렸는데 프랑은 못 들은 척하면서 내 허벅지에 뺨을 비벼대고만 있었다.

골반 아래에서 귀엽게 매듭지어진 끈과 하얗게 빛나는듯한 토실토실한 살결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프랑이 뜨거운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흠흠. 이제 프랑이 자도록 해.”

손을 내려서 프랑의 눈을 살짝 가려주니 입술을 삐죽거리는 게 보인다! 덮쳐주길 바랬던 건가!!

…솔직히 덮치고 싶긴 하지만 참아야지. 참아야해…. 끄응.

무작정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잖아. 빨리 C 클래스에 오르려면 상위 이형종을 찾아서 이동해야지. 그래야 C 클래스에 올라갈 수 있으니까.

일단 목표를 정했는데 프랑의 부드러운 속살에 파묻히면…. 어쩐지 결심이 흐지부지될 거 같단 말야.

프랑도 정신적으로 지쳤던 건지 프랑의 눈에 손을 올려서 눈을 가려주고 있었더니 금세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버렸다.

다른 손을 조심스레 뻗어서 원피스 자락을 걷어내려 줬다.

반경 1.5km를 둘러보니 500m 안 여기저기 그슬려 죽어있는 이형종 들이 보인다. …프랑의 작품인 거 같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녀석들이었나? 벼락 떨어지는 소리도 못들을 만큼 깊게 잠들어버렸다니, 그렇게 피곤했었나 싶었다. 그 외에는 이형종도 안 보이고 토끼나 다람쥐같이 자그마한 동물들이나 종을 알 수 없는 손바닥만 한 새들이 지저귀는 게 들린다.

나뭇잎 사이로 회색 유화처럼 그려진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가 올 건가 싶다. 우기가 오려면 4개월이나 남았으니까 우기는 아닐 테고, 그냥 비가 오려는 건가?

으음…. 비가 오면 프랑이 원하는 대로 뜨거운 시간을 보내줘야겠다. 비 맞으면서 이동하고 싶진 않으니까.

솔직히 나도 아랫배가 끓어오르는 느낌이라 조금 참기 힘들고.

색색거리는 프랑의 숨소리를 듣고 있다가 손을 치웠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우웅…." 하길래 도로 덮어줬더니 눈썹이 펴지면서 다시 고른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어날 때까지 이렇게 있어야겠군.

프랑이 잠자고 있는 동안 피부와 접촉해있는 위상석 조끼의 상위 위상석에 TP를 충전하며 마나 시브를 가속하거나 회전하거나 비틀어보기도 하고 한곳에 응축시키면서 놀고 있었는데, 우연히 코끼리우로스 산 쪽을 바라본 순간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다.

…뭔가 쪼그만 게, …흙먼지? 아무튼 옅고 조그만 무언가가 뭉게뭉게 퍼져나가는 게 보였다.

뭐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쬐끄만거에 집중해봐도 잘 안 보인다. 다만 가끔 흙먼지라고 생각되는 게 뭉게뭉게 일어나고 있었다.

흐으음. 내가 5시간을 잤고 프랑이 잠든 지 이제 4시간째니까 1시간쯤 뒤에도 저 상태면 프랑을 깨워서 다가가 봐야겠다.

저 먼지를 피워올리는 존재는 어쩌면 돌아온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일지도 몰라.

한참 동안 먼지를 피워올리던 존재는 코끼리우로스 소굴 근처로 이동하는 듯하더니 곧 잠잠해졌다. 한동안 그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더는 먼지 같은 건 피어오르지 않았다.

무슨 일일까 생각해봤지만, 가설은 한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모종의 일로 우두머리가 소굴에서 떠나있었고, 그 틈에 도착한 내가 코끼리우로스 산의 소굴을 박살 내버린 거지.

돌아온 우두머리는 무너진 소굴을 보고 날뛰었던 거고.

하지만, 50km나 떨어진 곳에서도 눈에 보일 정도의 흙먼지가 피어오를 만큼 날뛰었다니…. 어떻게 날뛴건지 짐작이 가지 않아서 살짝 자신감이 줄어든다.

…원거리에서 마나 포로 날려버릴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프랑이 잠에서 깨어났는지 손과 발을 꼬물거리다가 내 허벅지에 뺨을 부비는데 바지를 입고 있어서 부드러운 뺨의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 게 좀 아쉽다.

“잘 잤어?”

“…네에. 우웅. 서하의 몸에서는 정말 좋은 향기가 나요….”

프랑은 약간 졸린듯한 목소리를 내는데 그런 목소리마저 듣기 좋았다…! 감미로운 목소리라는 게 프랑의 목소리를 두고 말하는 건가?

손을 치우려고 하니까 프랑은 두 손을 뻗어 내 손을 잡더니 다시 자신의 눈을 가린다. 마치 일어나기 싫어서 응석 부리는 모습 같아서 실실 웃음이 나온다.

“우리 프랑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이 되고 싶은 거야?”

손가락을 뻗어서 프랑의 턱을 살살 간지럽혀주니 키득거리면서 목을 움츠렸다. 찰랑거리는 백금색 머리카락이 아름다워 쓸어넘겨 주니 내 손을 이마 위로 올리고는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눈동자로 날 올려다본다.

살짝 머리를 숙이니 프랑도 상체를 일으켜 내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

“…읏.”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나눈 키스와는 전혀 다른 촉촉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얼굴을 살짝 붉혔더니 프랑도 내 얼굴을 보다가 자기도 얼굴을 붉히며 내 허벅지 위에 쓰러져버렸다.

어우…. 날뛴 그놈의 정체를 확인해보러 가야 하는데….

프랑의 큰 가슴이 내 국부를 압박하니까 [덮친다] < [날뛴 놈을 확인한다]가, [덮친다] > [날뛴 놈을 확인한다]로 바뀌려고 한다!

이래선 안 돼!

어쩐지 프랑이 큰 가슴으로 내 거시기를 슬쩍슬쩍 압박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무지무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프랑이 잠들어있을 때 코끼리우로스 산에 무언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

내 말에 놀란 눈으로 날 올려다보더니 바로 자세를 바르게 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프랑의 이런 점도 좋다.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진지한 태도로 바뀌는 거.

“너무 멀어서 아주 희미하게 먼지가 피어오르는 모습만 확인했는데, 아무래도 잠시 소굴을 떠나있던 코끼리우로스 우두머리가 돌아와서 무너진 소굴을 보며 날뛰는 거라 생각이 들었거든. 프랑도 일어났으니까 이제 돌아가서 확인해보려고 하는데, 프랑은 어떻게 생각해?”

“좋은 판단이세요. 다만 좀 더 안전을 위해서, 제가 먼저 정찰하는 쪽이 좋을 거 같아요.”

“정찰이라, 어떤 식으로?”

“다행히 제 시력은 좋은 편이랍니다. 10km까지는 확인이 가능하리라 생각해요. 그러니 제 시력으로 확인이 가능할 범위까지 접근 한 다음, 서하는 멈춰서 기다리고 제가 하늘에서 살펴보는 거예요.”

음. 그런 거라면 괜찮을 거 같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그럼 식사부터 해요!”

…엉?

뭐랄까, 프랑과 결혼할 남자는 세계 최고의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드세요.”

프랑은 육체가 생긴 뒤로는 어느 정도의 물리력까지 행사할 수 있었는데 그 물리력을 이용, 손날을 약간 변형시켜서 칼날처럼 만들고는 빠르게 휘두르니 나뭇가지나 죽은 이형종 정도는 석둑 석둑 잘라내 버리더라.

내가 게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는지 주변 2km를 뒤지더니 20분 정도 지났을 때 게의 등딱지 위에 노릇노릇하게 익혀진 게살을 한가득 담아서 나한테 날아왔다.

“…프랑은 진짜 사랑받는 아내가 될 거야.”

“아, 아이참. 우후훗.”

얇은 나뭇가지 두 개를 껍질을 벗기고 젓가락처럼 만들어 놓는 세심함까지 발휘한 모습에 무진장 감동하면서 프랑에게 찐하게 키스를 해주니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조미료가 있었다면 좀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죄송해요.”

“움?!”

고소하고 담백한 게살을 입에 가득 넣고 먹는데 프랑은 날 보더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과해왔다.

“꿀꺽.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맛있는데 미안할게 뭐가 있어?! 아냐! 이대로도 무진장 맛있어! 응!”

씹지도 않고 급하게 삼킨 다음 살짝 침울해져 있는 프랑에게 무지무지 맛있다고 격하게 어필하니 그제야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프랑이 가져온 게딱지의 게살을 모두 해치워버린 다음 수분 나뭇잎을 따먹으면서 물었다.

“프랑도 요리가 취미인 거지?”

“네에. 시노미야 님이 맛있는 걸 좋아하시고 요리도 취미셔서 옆에서 보고 배우는 동안 저도 취미가 되었답니다.”

시노미야라면, 알디온 가문의 둘째 마님이라고 했었지?

“그렇구나.”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지만 그건 나중에 시간 나면 물어보기로 하고, 양반다리로 앉아서 프랑에게 손짓했다.

살짝 얼굴을 붉히며 내 무릎 위에 앉은 프랑의 허리를 잡고 TP를 흘려 넣기 시작하니 곧 프랑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기 시작했다.

“프랑이 영혼석으로 들어가면, 영혼석의 TP가 늘어나니, 영체에 축적된 건 위상력이 아니라 TP겠지?”

“하윽. 네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입을 벌리자마자 신음이 흘러나온 프랑은 자신의 신음에 움찔하고 놀라면서 대답했다.

“그럼, 영혼석이랑 영체의 TP 총합이 10,499,997이 넘으면 어떻게 되려나?”

“그흐응. 그건, 잘 모르겠어, 요.”

아, 야릇한 신음을 흘리는 프랑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마성의 목소리 같다.

애달프게 떨리는 목소리는 부드럽고 듣기 좋은 울림을 넘어서 귓가에 짜릿한 희열을 남겨주니 나도 모르게 계속 괴롭히고 싶어진다. 하지만 참아야지.

“TP가 많아지니 주입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는걸.”

“아아앙.”

프랑도 점점 견디기가 힘든지 나한테 덥석 안겨오며 허벅지를 비비고 확연한 신음을 흘리기 시작한다.

…참아야 해.

지금 프랑의 육신에 쌓인 TP는 360만이 넘어간다. TP가 쌓일수록 벼락의 위력도 강해진다고 했으니, 최대한 쌓을 수 있을 만큼 쌓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젠 내 목을 껴안고 격하게 신음을 흘려대는데 프랑은 어쩐지 일부러 이런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아니, 흥분해서 신음을 흘리는 건 거짓이 아닌데, 프랑도 날 흥분시켜서 덮치게 만들려는지, 봐봐! 지금도 큰 가슴을 내 가슴팍에 누르면서 비비고 있잖아!

손도 처음에는 내 뒷머리랑 등을 쓰다듬고 있었는데 위치가 점점 내 허리 아래로 내려가고 있단말야!

“…자꾸 날 자극하면 프랑의 꽃잎이랑 엉덩이에 손가락 넣고 TP 주입해버린다?”

“히끅.”

“나도 시기가 시기라서 하고 싶은 거 억지로 참고 있단 말야. 프랑도 참을 수 있지?”

“…네에.”

살짝 한숨 섞인 내 목소리를 들은 프랑도 그제서야 자제를 하려는지 손의 위치를 얌전한 쪽으로 옮기고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억지로 신음을 참기 시작한다.

후우…. 시도 때도 없이 덮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여자친구라는 건 어떨 땐 진짜 곤란하구나.

============================ 작품 후기 ============================

히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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