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39화 (139/517)

00139   3회차 위상 세계.  =========================================================================

…방금 본 걸 잊지 말자.

나는 내 여자들을 사랑해. 저렇게 욕구만을 채우는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거야.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고개를 드니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프랑의 얼굴이 보인다. …저런 맑은 눈을 보고 있으려니, 방금 보고 생각한 걸 말하고 싶어진다.

“…….”

더듬거리며 천천히 말하는 내 이야기를 다 들은 프랑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내 머리를 가슴으로 꼬옥 감싸 안아주었다.

“서하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저놈이 하는 짓을 못 봤다면 나도 그랬을 거야….”

“저것은 말 못하는 짐승일 뿐이에요. 하지만 서하는 착하고 현명하고 깊은 생각까지 한다구요? 금방 자신을 돌아보며 저희를 아껴줬을 거에요.”

“하지만…!”

발작적으로 외치려니 프랑이 얼굴을 가까이해 내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덮어주었다. 그리고 떨어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서하를 믿어요.”

…저 말은, 옥상에서 고민하던 날 믿어주면서 해준 말이다.

“…응. 내가 잘못하려거든 프랑이 벼락으로 날 혼내줘.”

“네!”

프랑의 위로와 확신에 찬 대답에 어쩐지 구원받는 기분이다.

…그리고 내 기분을 더럽게 만들고, 나 자신을 혐오하게 만들었던 저 2인자 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만 안 두리라 다짐했다.

내 쪽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2인자놈은 자신의 정욕을 마음껏 풀어내고 옆에 쌓인 통나무조각 둥지에 누워 곯아떨어져 버렸다.

수십 차례 얻어맞고 전신이 부어오르고 엉망이 된 암컷은 널브러진 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저쪽은 신경을 끄고 바위틈을 빠져나와 소굴 입구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개미굴처럼 뻗어 나간 놈들의 소굴을 확인하는 게 먼저다.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는 식물들뿐인 산 중턱을 빠르게 달려 코끼리우로스 소굴의 모양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 주변을 돌아다니는 코끼리우로스는 전혀 없다. 이형종도 주행성과 야행성 두 종류로 분류되니까 코끼리우로스도 주행성이라는 거겠지.

흙과 바위, 자갈이 드러난 산 중턱을 달려 소굴에 다가가니 입구에 서서 사방을 경계 중인 네 마리의 코끼리우로스가 보인다.

코끼리우로스 산 주변을 샅샅이 둘러본 결과, 저 구멍을 제외한 다른 구멍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탈출구 따윈 없고 저 구멍이 전부라는 말이지.

산의 땅속 깊은 곳은 어떻게 더 볼 방법이 없어서 우두머리인 상위 이형종이 있을 거라 예상되는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일단 10 TP 네발을 날려서 저 네 마리를 공격해보자. 중위 이형종이지만 크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을 수 있으니까, 만약 한발에 한 마리씩 죽는다면 입구를 지키고 서서 나오는 놈들을 차례대로 녹여버리는 거야.”

여기저기 퍼질러 앉아서 보초를 서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를 두 마리의 수컷과 두 마리의 암컷을 보며 프랑에게 말했다.

“좋은 생각이세요. 우르르 몰려나오면 서하의 광역 마나 탄에 휩쓸려 나가기만 하겠죠.”

그때 수컷 한 마리가 암컷의 뒤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본능에 살고 본능에 죽는 놈들이란 생각이 든다.

바로 옆에 동족들이 있는데도 거리낌 없이 생식행위를 시작하다니. 아니, 오히려 다른 수컷과 암컷은 그 모습을 보며 환호를 지르고 좋아하고 있었다.

“…저질이네요.”

“그러게. 만약, 중상위 이형종이 한 방에 죽지 않는다면 바로 도망치고 정글링을 시작하는 거야.”

“네. …네? 정글링…이요?”

“아, 미안. 게임 용어인데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로밍하는, 외따로 떨어져 나온 것들을 각개격파하는 거야.”

내 부가설명을 들은 프랑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마나 탄을 날리는 걸로 시작할 테니까 소굴 입구의 하늘에 떠 있다가 중상위 이형종이 나타나면 벼락을 떨어트려 줘.”

나머지 두 마리도 생식 행위를 시작하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프랑도 마찬가지로 표정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

놈들은 행위에 몰입했는지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프랑의 모습마저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 쾌락을 맘껏 즐겨라. 그게 네놈들 삶의 마지막 행위일 테니까.

잠시 후 프랑은 위치를 잡았다는 듯이 한 자리에서 손을 빙글빙글 돌려서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열심히 허리를 놀리는 수컷을 잠시 보다가, 10 TP 마나 탄 네 발을 각각 한마리씩에게 선물로 날려줬다.

티티티팅~! 꾸구구궁!

곧 충격파와 함께 터져 나오는 굉음 속에 생식 행위를 나누던 4마리의 중위 코끼리우로스는 물빛 위상력만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좋아! 마나 탄에 효과가 있어!

땅이 울리는 진동을 놈들도 느꼈는지 횃불이 여기저기 켜져 있는 개미굴의 공동에서 여러 마리의 코끼리우로스가 각자 자기 무기를 들고 입구로 달려 나오기 시작하는 모습이 공간 지각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도 소굴에서 코끼리우로스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마나 탄을 날려 흔적도 없이 지우기 시작하는데, 어두워서인지 뭐 때문인지 자기 동족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도 뭔가 이상함을 못 느꼈는지 그냥 무작정 달려 나오고만 있었다.

그러고 보면 중위급만 벌떡 일어나서 달려 나오고 있지, 중상위급은 미적거리다가 어슬렁거리면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공간 지각에 간당간당하게 걸려있는 2인자놈은 아예 일어날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오히려 충격에 들썩거리는 진동을 느꼈는지, 널브러진 암컷이 정신을 차리고 힘겹게 일어나 기어 나오고 있다.

그 순간 중위 이형종 한 마리의 심장이 눈에 들어온다.

아, 저거 위상석 가진 놈이네.

살짝 위치를 비껴 날려서 마나 탄의 폭발 범위에 위상 석이 들어가지 않게끔 하체를 날려버렸더니 뒤에 쫒아나오던 놈들이 움찔하면서 멈춰 서는 게 보인다.

곧 그 뒤에 줄줄이 부딪치며 한 덩어리가 돼서 상체만 남은 코끼리우로스의 상체를 짓밟으며 우르르 몰려나오는데 중간중간에 위상석을 가진 중위급 코끼리우로스가 섞여 있다.

놈들의 위상력이 활발게 돌아가며 신체 강화와 속성 타입…. 어? 저건 감지?!

덩어리진 놈들의 뒤에 외따로 떨어져서 달려 나온 암컷 코끼리우로스는, 온몸에 얼룩덜룩한 기묘한 그림을 그려놓은 모습이었는데 곧 위상력을 활발하게 움직이더니 700m 떨어져 있는 내 쪽을 홱 돌아본다!

“Sakiav ary iat!!”

알 수 없는 짐승의 두개골로 장식한 지팡이를 내 쪽으로 향하며 기괴한 소리를 내뱉는데 동시에 마나 탄을 날려 감지 타입 코끼리우로스의 상체를 날려버렸다!

상체가 사라지며 쓰러지는 놈은 신경도 쓰지 않고 코끼리우로스들은 내 쪽을 향해 광기 어린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지축을 울리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cugoohhhh!!”

“A? padarysiu su?ikti kaul? batus!”

콰자자자자작!

동시에 하늘에서 벼락 열댓 줄기가 떨어져내리며 날 향해 달려오려던 코끼리우로스들을 통째로 구워버린다!

아차! 위상석에 욕심을 낼 때가 아니야!

번개 줄기가 땅을 타고 자갈들을 튀겨올 리는 와중에 나 역시 소굴 입구를 향해 마나 탄을 쉴 새 없이 쏘아냈다.

소굴에서는 계속 코끼리우로스가 튀어나오고, 나오면서 마나 탄의 폭발에 휩쓸려 사지가 사라지거나 통째로 소멸하는데도 놈들은 피 냄새에 광분하며 끊임없이 쏟아져나올 뿐이었다.

그제서야 2인자도 어슬렁거리면서 일어나더니 금속을 두드려 만든 조악한 창을 잡고 걸어 나오기 시작하는데 공동 입구에 널브러져 있는 암컷을 짓밟고 나오는 모습에 절로 분노가 일어난다.

티티팅! 뻐버벅!!

음?! 2인자를 보다가 북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 소굴 입구를 돌아보니 중상위 코끼리우로스 한 마리가 마나 탄을 버텨내고 있었다!

꽈르르릉! 쫘자작!

그 모습을 봤는지 프랑도 중상위 이형종에게 벼락 다발을 꽂아내리니 전격에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내가 날린 마나 탄에 얻어맞기 시작했다.

부드드득 찌지직 뻐버벅!!

중상위급의 몸에 마나 탄이 적중되니 폭발이 코끼리우로스의 근육과 피부를 타고 흐른다. 근육이 비틀리면서 근섬유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충격파가 터지면서 움직임까지 막아주지만 마나 탄을 버티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도 버티는 게 고작인지 서너 발을 연달아 맞다가 또다시 날아온 마나 탄에 온몸이 부서지고 터져나가다가 육 편으로 변해버렸다.

제길! 중위에서 한 단계가 올랐을 뿐인데 마나 탄을 10발이나 버티는 거야?! 곧 중상위급들이 몰려 나올 텐데 이대로 가면 못 막아!

나는 최대한 TP를 담아 한 두 마리씩 나오는 중상위급에게 우선 마나 탄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꾸구궁, 쿵!

한발에 90 TP씩을 담아 양손으로 쏘아내니 연사 간격이 1.5초에서 3초로 늘어났지만 아까보다 훨씬 크고 둔중한 폭발음과 함께 폭풍 같은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덕분에 중위급 코끼리우로스는 중상위급 옆을 지나쳐가다 폭발에 휘말려 분해되버린다.

소굴 입구가 충격파에 조금씩 조금씩 균열이 가는 게 보이지만, 무너져도 마나 탄으로 뚫어버릴 수 있으니 상관없지!

하지만, 점점 입구에 중상위급 코끼리우로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프랑의 벼락 줄기와 내 마나 탄의 충격파 경직 때문에 한번 맞기 시작하면 꼼짝도 못 하고 굳어서 두드려 맞지만, 어째서인지 폭발에 휘말린 코끼리우로스들의 피해가 점점 줄어드는 거 같다.

...설마 마나 탄이 일정 범위에 데미지를 나눠 주는건가?

아무튼, 중하위 코끼리우로스는 폭발에 휘말리는 즉시 몸의 일부분이 사라지면서 나뒹굴다가 충격파에 떡이 되어버리는데, 중요한 건 중상위급이다.

놈들은 90 TP 마나 탄을 두드려 맞고 있는데 어째, 코끼리우로스들이 쌓일수록…. 피해가 점점 감소하는 거 같다.

덕분에 죽는 중상위 코끼리우로스도 없, 앗. 한 마리 죽었다. 저건 처음부터 맞은 놈인데.

아무튼, 뒤에 중상위급 코끼리우로스가 쌓이고 있었다!

크, 마나 탄에 TP를 90이나 부어서 날리기 시작하니 TP 잔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힐끔 프랑을 올려다보니 처음에는 하늘에서 벼락을 떨구더니, 이제는 두 손에서 벼락 다발을 뿜어내고 있었다.

으음. 입구에 중위급들이 죽으면서 위상력이 많이 퍼져 나왔는데, 프랑이 있는 곳은 입구에서 500m 상공이라서 위상력을 전혀 흡수를 못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가까이 갔다간 마나 탄의 폭발에 휘말릴 테고.

쿠르르르릉. 쿠콰쾅

한동안 프랑이 쏘아내는 벼락의 보조에 힘입어 마나 탄을 쏘아내 위상력을 마구마구 빨아들이는 중위 이형종 들을 몰살시켜버리는 데 성공했다.

몰려나오던 기백이 넘던 중위급들은 마나 탄에 휩쓸리며 죄다 소멸해버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중상위 코끼리우로스들도 한 두 마리씩 터져나가면서 12마리까지 죽였지만 공간 지각으로 보는 입구 안쪽은 60에 달하는 숫자의 중상위 이형종 들이 입구에 몰려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아우성이었다.

저놈들은 전투가 시작되니 내 감지 범위 밖에서 천천히 기어 올라오다가 점점 진동이 격해지니 빠르게 뛰어 올라왔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뭉쳐져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마나 탄의 충격과 벼락에 꼼짝달싹 못하고 있고!

꽈르르릉, 우르르르릉.

중상위급 코끼리우로스들이 엉키고 뭉쳐진 입구에 프랑의 벼락이 밤하늘을 밝히며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린다. 벼락에 의해 데미지와 경직을 받고 나 역시 90 TP의 마나 탄을 연달아 쏘아내며 밀어내고 데미지 중첩시켜 주고 있었다.

덕분에 신체 강화 타입이나 속성 타입할 거 없이 꼼짝도 못 하면서 그저 으르렁거리고만 있었는데, 이 상태도 오래 못 갈 거 같다.

무엇보다 마나 탄과 벼락에 얻어맞고 있는 놈들에개서 극도의 분노와 적의와 살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90까지 올라간 TP 소비 때문에, 벌써 TP 잔량이 절반까지 줄어 18000 정도밖에 안 남았다.

어떡하지? 이대로 가다간 얼마 죽이지도 못하고 TP가 바닥날 거야. 그럼, 저 50마리가 넘는 코끼리우로스들이 달려들어서….

제길, 마나 포를 쓸 시간이 있었으면…!! 5,000 TP를 충전하는데 1분 넘게 걸리니 지금 상황에서 쓰지를 못하겠다! 이대로라면 TP가 바닥나서 저 뒤에 걸어 나오고 있는 2인자 녀석을 상대할 수 없어질 거야!

…! 맞아! 입구!

마나 탄에 들어가는 소비량을 10까지 줄이고 최대한 빠르고 넓게, 놈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경직을 주며 프랑을 애타게 불렀다!

“프랑! 프랑~!! 프라아아앙!! 여길 봐! 프랑!!!”

안돼, 우레 소리 때문에 못 듣고 있어! 끊임없이 벼락을 쏘아내던 프랑을 어떻게 주의를 돌릴지 고민하다가, 10 TP 마나 탄 한발을 산 중턱에 쏴서 터트리니 그 폭발음에 프랑도 흠칫했다가 내 쪽을 돌아본다!

좋아! 나는 손을 크게 저으며 내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더니 프랑도 벼락을 쏘며 빠르게 내 쪽으로 다가왔다!

“프랑!! 저 소굴 입구를 무너트릴 거야!! 무너트리고 놈들이 빠져나오려는 틈에 마나 포를 쏘겠어!!”

“아! 네!!”

“조금 TP를 모아서 쏠 테니 벼락 데미지보다 경직을 위주로 날려줘!”

“네!!”

아까처럼 굵은 벼락 다발이 아닌 짧고 강렬한, 번개 미사일 같은 것들이 그야말로 비처럼 쏟아진다! 마치 체인 라이트닝 같아!

좋아, 간다!!

쿠구구궁. 뻐벙, 꾸우웅 쿵!

그 틈에 50 TP 짜리 마나 탄을 동굴 안으로 날리면서 입구 근처에서 마구마구 터트리니 산 위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는…거….

쿠구구구구구구구구….

“…헉?”

“서하!! 도망가요!!”

저, 저거 산사태, 아니 눈사태다!!

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언가 시커멓고 거대한 파도 같은 게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프랑이 내 쪽으로 번개같이 날아오며 경악한 표정으로 내 팔을 잡아당긴다!

“빨리요!! 빨리 도망가야 해요!”

“으아아악!!”

뒷덜미에 소름이 솟는 느낌에 마나 모드를 풀고 신체 강화 타입으로 돌린 후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unsnukis!!”

“Neikite i? karto!!”

“Deombyeora ?unsnukis!”

“Nelaim?!! Nelaim? ateina!”

“Venkite!!”

“Ahhhh!!”

두두두두두두….

여기저기 뭉개지고 터지고 뼈가 부러진 십수 마리의 코끼리우로스가 살기를 풀풀 날리며 내 뒤를 쫓아 달려오거나, 소굴 안으로 도망쳐 들어가거나 한다!

쫓아오는 놈들은 나한테 얻어맞던 놈들인가?! 아, 년들도 섞여 있구나.

“히, 히이이익!”

뒤에는 토사와 눈이 뒤섞인 재앙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쏟아져 오기 시작하고 그 앞에는 10m짜리 코끼리우로스 17마리가 눈을 까뒤집고 살기를 줄줄 흘리며 쫓아오고 있다!!

기겁하면서 마나 시브를 더욱 가속하면서 도망가고 있으려니 내 옆에서 눈사태와 코끼리우로스들을 번갈아 보던 프랑은 하늘로 쑥 올라가서 몸을 반전해 두 손을 쭉 코끼리우로스들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손에서 쏟아져 나오는 벼락의 다발들이 한데 뭉쳐 강이 되어 흐르기 시작한다!

꽈르르르릉!!

“?aibas!!”

“Ahh!”

크헉! 벼락 떨어지는 소리에 몸이 떨릴 정도다!! 헉, 저 벼락의 강에 TP를 10만 TP나 쓴 거야!?

벼락의 강에 튀겨지는 동족을 보던 놈들이 어마 뜨거라 하면서 황급히 몸을 피하는 게 공간 지각으로 보인다. 그 틈에 나는 더욱 마나 시브를 가속해서 빠르게 도망치는데 벼락에 튀겨지거나, 옆으로 피하느라 잠시 멈춘 놈들은 그대로 산사태에 휩쓸려버렸다!

산사태에 대지가 진동하는 느낌이 두 다리를 통해 올라오니 무서워서 죽을 거 같다!

“으아아아아아!!”

“허억, 허억. 흐아아.”

TP를 조절해서 5배 신체 강화로 수십 분을 달려서야 겨우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덕분에 TP도 완전히 바닥나버려 100도 남지 않는걸 보니 한숨이 나온다.

거기다 바로 앞에서 멈춘 산사태의 흔적을 보니…. 참…. 구릉지는 토사와 눈에 메꿔져서 구릉지가 아니라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산사태에 휩쓸려 부러지고 꺾인 거대한 나무들과 바위들이 여기저기 엉망으로 솟아올라 있는 걸 보니, 휩쓸렸다면 진짜 깩소리도 못하고 죽었겠다.

주저앉아 쉬면서 공중에 떠 있는 프랑을 올려다보니 프랑도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산사태라니….”

프랑도 애써 웃으면서 말하는데, 황당한 기색이 한가득이다.

“으으으. 주, 죽는 줄 알았어어.”

심장이 벌렁거리고 두 다리가 벌벌 떨린다.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있다가 두 팔을 땅에 짚으니 두 팔도 벌벌 떨리고 있었다.

“흐으. 후우.”

이런 내 모습을 보던 프랑은 나한테 다가와 내 무릎 위에 앉아 날 꼬옥 안아주었다.

“괜찮아요. 이제 산사태는 끝났으니까요. 위험하지 않아요.”

따뜻한 프랑의 체온이 날 감싸 안으니 그제서야 조금씩 떨림이 가시기 시작한다.

“역시 중상위급이 수십 마리가 몰려있는 곳은 힘드네요….”

“끄응…. 손해만 잔뜩 본 거 같은데. 내 TP는 금방 회복하지만, 프랑이 영혼석에서 TP를 40만이나 썼잖아.”

“후후. 그건 서하가 14번만 충전해주면 회복되는 양인걸요?”

프랑은 싱그럽게 웃으면서 내 무릎 위에서 날 껴안은 채 말했다.

“…한번 충전할 때마다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면서 허세는….”

“읏.”

후우우. 앉아서 10분쯤 숨을 돌리고 있으려니 TP가 점점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떨리던 몸과 마음도 프랑 덕분에 안정되었다.

“프랑. 중상위한테는 벼락이 잘 안 통했지?”

“네에, 위상력이 5,800인 중상위 이형종에게 똑같은 양의 벼락을 떨어트렸는데 절반 정도만 몸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나머지는 피부를 따라 흘러내려 버렸어요.”

살짝 풀이 죽은 프랑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일단 산사태에 놈들의 소굴은 완전히 막혀버렸다. 척 봐도 무시무시한 토사에 산의 모양이 완전히 바껴버렸다.

완만하게 산 중턱까지 올라가다 중턱에서 120도 각도로 급격하게 솟아오르는 모양새였는데. 지금은 그냥 내 앞에서 140도 각도로 산의 2/3까지 직선이 되어버렸다.

아까는 정글링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쫓아오던 코끼리우로스들도 다 죽었을 것이고 소굴의 입구에 가득 찼던 위상력들을 생각하면 놈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빨리 돌아가서 잡아야겠지?”

“네. 중위급 이형종이 남아있지 않으니 중위급들의 위상력은 모두 허공에 사라져버릴 테지만, 죽은 중상위 이형종도 열 마리가 넘어가니 그걸 흡수하는 코끼리우로스들도 나올 거에요.”

“…2인자 그놈이 매몰됐다고 획 돌아서 상처 입은 중상위 이형종을 죽이고 상위 이형종으로 진화하는 건 아니겠지…?”

“…서하의 말대로라면, 잔악무도한 짐승이니 정말 해버릴지도….”

그 부분은 프랑도 걱정되는지 안색이 약간 흐려진다. 정말로 그런 짓을 저질러버리면 놈도 상위 이형종이 될 텐데, 중상위도 잘 통하지 않은 마나 탄인데 상위한테는 얼마나 통할지 좀 걱정된다.

그래도 마나 레이저가 있으니까…. 으음, 마나 레이저도 얼마나 통할지 모르겠는데.

10m 크기의 상위 이형종이면 100m 거리는 그야말로 번개같이 달려들 텐데, 마나 레이저를 쓰겠답시고 접근했다간 내 목이 뎅겅 하고 날아갈 판이다.

아니 뎅겅 이 아니라 쥐포가 되어버리겠지.

“일단 다시 가보자. 가면서 토사에 휩쓸린 코끼리우로스 놈들도 찾아보고.”

“TP가 다 차면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마나 모드로 천천히 뛰어가면 가는 사이에 TP는 다 회복될 거야. 무엇보다 5배 속도로 십수 분을 전력으로 도망쳤으니까.”

“그렇네요.”

“하지만 그 소란에도 나타나지 않은 우두머리가 좀 걱정인데.”

“…우두머리가 나타난다면 TP를 모두 써서라도 처리해버려야겠어요.”

“안돼! 모두 쓴다니, 무슨 말 하는 거야!! 적어도 50만 TP는 남겨둬야 해!!”

프랑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 버럭 소리쳤더니 내 반응에 프랑도 깜짝 놀라면서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영혼석에 TP를 50만 정도는 반드시 남겨야 해!”

“네. 꼭 남겨둘게요!”

프랑에게 여러 번 강조하면서 약속을 받아내느라 다시 10분이 지났더니 TP가 20%까지 차오른 게 느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도 초승달이라 사방이 어두컴컴하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배터리도 다 돼가는 게 보인다.

새벽 3시.

자리에서 일어나 마나 모드를 돌려 코끼리우로스 산으로 가볍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4연참!

이번 주말에 3회차는 끝날거 같네요.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올린 직후에 136편을 보신분들은 새로 봐주세요 ㅠㅠ;; 최근 작업중인 엉뚱한 내용이 올라가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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