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35화 (135/517)

00135  D 클래스에 들어서다.  =========================================================================

부모님은 내가 녹음해놓은 걸 듣고 내 이야기를 듣더니 나한테 달라붙는 막장 부부를 되돌려보내고 거실로 들어왔다.

“그러는 걸 최선이라고 판단한 거냐.”

아빠는 소파에 앉으면서 날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따귀를 맞았다는 부분부터 무척이나 화난 표정을 하는 엄마는 둘째치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누나가 신경 쓰인다.

“난 멍청해서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 해결방법인지 몰라. 그래서 단순하고 빠른 방법을 선택한 거야.”

“…저 부부의 자식에게 일부러 집 주소를 노출한 거 말이냐.”

“맞아. 아빠가 자주 말하는 말 있잖아. 선자불래(善者不來), 내자불선(來者不善).”

“결국, 시험을 한 거구나.”

“응.”

“힘을 가진자에게 힘으로 응징한다는 건 빠르고 편한 방법이긴 하지. 하지만 아쉽구나. 아빠였다면 그자들의 대화와 대응을 모두 녹취한 다음 그자들의 신상을 모두 캐내고 인맥을 동원해 매스컴에 도촬에 대한 사건 사고를 흘리면서 이번 일을 크게 부풀렸을 게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데 성공했다면 그다음 금력과 권력을 동원해 인간적으로 완전히 매장시켜버렸을 텐데,”

아빠 말을 듣고 있던 엄마랑 누나는 점점 눈이 커지다가 소리를 빽 지른다

“아빠!” “여봇!!”

“크흠. 네 대응은 미숙….”

“당신 진짜!!”

“…….”

우와…. 아빠 대단해. 엄마랑 누나한테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역시 아빠는 진짜 대단해!

만약 아빠 말대로 했다면 완전히 재기 불능으로 파멸시킬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정말 많이 부족하구나. 좋은 이야기를 들었어. 다음에는…!

“서하 너! 좋은 이야기 들었다는 표정 하지 마! 그런 못된 거 배우면 못써!”

“아들! 아빠 흉내 내면 안돼!”

-서하…. 안돼요.-

어쩐지 아빠는 조금 상처받은 얼굴이 됐지만, 뭐가 심하다는 거야? 받은 거에 이자를 조금 더 붙여서 돌려주는 거 뿐인데.

에잉. 우리 집안 여자들은 마음이 약해서 문제란 말야.

“크흠. 아무튼 죄를 저지르고 폭언을 내뱉은 죗값은 치러야겠지. 능력자 연합과 타임리버가 나선다면 그 죗값은 충분히 치를 게다.”

아빠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엄마와 누나한테 애써 시선을 피하면서 나한테 말했다.

“그 작자들은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전형적인 모리배들이다. 그대로 놔뒀다면 이후로도 많은 피해자가 생겨났을 테니 이 기회에 그 뿌리를 잘라낸 건 잘한 행동이다. 칭찬해주마.”

“응.”

“어휴.” “정말….”

그 뒤에 능력자 연합과 타임리버에서 나온 일곱 명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사건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게…. 녹음 파일이군요.”

파일을 재생해서 돼지 새끼와 멸치 아줌마가 꽥꽥거리는 소릴 잠시 들은 젊은 변호사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와 아빠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군요. 저희에게 위임해주신다면 최대한 무거운 벌을 받을 수 있도록 힘 써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죠. 그리고 명함 한 장 받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 드려야지요.”

아빠는 젊은 변호사한테 명함을 받더니 내일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젊은 변호사도 머릴 숙이고 돌아나갔다.

엄마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가고 누나도 머리가 아픈지 쉬러 방으로 들어가니 아빠가 날 부르면서 말했다.

“뒷일은 아빠한테 맡겨라. 네 엄마랑 누나한테는 별말 하지 말고.”

“응. 완전히 박살 내버려. 봐 줄 필요 없고 필요하면 화연이한테도 도와달라구 할게.”

“오냐.”

아빠의 눈에도 불이 붙었다. 그 가족은 이제 편히 못 잘 거다.

11시가 넘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니 프랑이 알몸으로 내 몸 위에 엎드리며 날 보고 말했다.

-서하는 그렇게 악독해지실 필요는 없어요.-

“으응? 아빠가 악독하다는 거야?”

-아뇨! 아버님은 어른이시니까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를 가지신 거 뿐이에요. 하지만 서하는 아직 어린데 그런 생각을 하면 심상에 좋지 못해요. 그러니 그 기억은 잊어버리셔야 해요. 아셨죠?-

프랑은 아빠의 발언이랑 내 반응을 보고는 걱정이 들었나 보다.

손을 뻗어 날 유혹하는 몰랑몰랑한 프랑의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응, 알았어. 앞으로 오늘이랑 비슷한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을 고용해서 처리하든가 할게.”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야릇한 손놀림 때문에 프랑은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가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아응.-

슬쩍 비밀의 화원을 검지로 쓸어올리고 엉덩이를 만지면서 프랑의 귓가에 대고 입을 열었다.

“낮에 일은 정말 미안해. 프랑을 걱정시키지 않기로 했는데 또 그래 버렸어.”

-…에휴. 아흑!-

“앞으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도 할 테지만, 그때마다 날 혼내줘. 알았지?”

-아응. 아, 알았…어요. 흑!-

꽃잎을 일그러트리다가 엉덩이를 손바닥 가득 움켜지고 벌렸다가 좁히기를 반복하니 프랑의 꽃잎과 엉덩이 구멍도 빠끔 빠끔거리는 게 재밌다.

윽. 그만해야겠다. 더 하면 나도 못견딜 꺼 같아.

그래도 하다 말면 프랑의 욕정 게이지가 가득 차올라버릴 테니 한번은 보내줘야겠지.

손가락에 TP를 살짝 뽑아 음핵에 바르고 검지를 엉덩이 구멍에 집어넣고 휘저으니 금방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히윽?! 하앙…!-

내 손가락을 꽉꽉 물고 놔주지 않으려는 엉덩이 구멍을 느끼며 다른 손을 뻗어 검지와 중지를 프랑의 꽃잎에 삽입하고 TP를 아주 조금씩 뽑아내면서 뽈록 솟아 나온 지스팟을 찔꺽이는 소리와 함께 공격하니 금방 애액과 조수를 뿌리면서 허리를 휘고 절정에 올라버렸다.

-히으으윽!-

발가락을 쭉 뻗으면서 파르르 떨던 프랑은 이내 축 늘어져 버렸다. 잠시 할딱거리면서 여운을 느끼던 프랑이었지만 곧 물기가 살짝 차오른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내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히잉. 너무해요.-

울상을 짓는 프랑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주니 뺨을 뽈록이다가 결국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종소리와 함께 2일간의 시험이 끝나자 반 여기저기서 비명과 탄식이 흘러나온다. 어젯밤에는 거지 같은 사건 때문에 누나한테 과외를 못 받고 교과서랑 수업시간에 들은 것만으로 주관식과 서술형 문제를 풀어나갔는데….

“서술에서 망친 거 같아.” “서술에서 망친 거 같아~.”

응? 옆을 돌아보며 나랑 똑같은 말을 한 강소라를 보니 강소라도 책상에 엎어진 상태로 날 힐끔 본다.

“서하는 누나한테 과외받지 않았어~?”

“아, 어제 거지 같은 일이 있어서 공부 못했어.”

“거지가 너네 집 문을 두드리기라도 했냐?”

언제나처럼 내 주위로 한고은들이 모여드니까 교실 여기저기서 "나도 패밀리 들고싶다아." 던가, "지니어스 패밀리에 들어가려면 집안이 좋거나 부자거나 공부를 잘해야할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얼마 전에 알았지만 다들 집안도 빵빵하고 성적도 좋고 잘난 것들이었다.

강주찬 부모님은 전에 봤지만 의약 회사 사장이시고 한고은네 부모님은 차관급 고위 공무원이시다. 강소라네 부모님도 빌딩을 몇 채 가진 땅 부자에 수유리네 부모님은 의한 대학교 교수라던가.

김창현 부모님도 체육연맹 고위 임원이고 조민호네 아버지는 무역회사 사장이라고 했다.

뭐, 울 아빠도 나름 작지만, 종합병원 병원장이자 뛰어난 의사지만…. 난 공부도 못하는 편이고 얼굴도 못생겼지.

쳇. 그래도 능력자니까 얼추 균형이 맞는 거 같다.

“거지라면 먹을 거라도 챙겨서 돌려보내지. 맞은편 아파트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누나가 요가 하는 거 훔쳐본 놈한테 가서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아직 말도 안 끝났는데 애들 마치 자기 일인 양 화를 내기 시작한다.

“경찰에 신고하지 그랬어! 그런 성범죄자는 감옥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드물게 화난 표정의 수유리를 멍하니 보고 있으려니 강소라는 그야말로 냉기가 풀풀 날리는 얼굴과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필요 없고~. 자지를 잘라버려야 해~.”

“““…….”””

뭐, 뭘 잘라? 여고생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단어에 무시무시한 발언이 튀어나오니까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몇몇 놈들은 거시기를 가리면서 주춤거리는데, 너희 뭔가 찔리는 게 있냐…?

“그, 그래서 어떻게 됐지?”

강주찬은 애써 화제를 돌리려고 하면서 나한테 묻는데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1시간 뒤에 그놈 부모님이 찾아와서 폭언을 하더라고.”

“헐….”

“너 능력자인 거 모르고 그런 거야?”

“응. 막 욕하는 건 둘째치고 50대 배불뚝이 남자가 누나한테 몸으로 사과하라는 말까지 들어서 나도 타임리버 법률 자문단도 부르고 연합에도 연락하고…. 하여튼 좀 안 좋았었어.”

내 말을 들은 남자애들은 물론이고 여자애들도 얼굴이 시뻘게진다.

김창현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다가 씹어내듯이 말을 내뱉었다.

“미…친. 아직도 그런 몰상식한 인간들이 있다는 거야?”

“어떡해! 시하 선배님 상처 많이 받으신 거 아냐? 괜찮으셔?”

수유리의 말을 듣고 팔을 돌려 뒤통수에 대고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한국에서 살지 못하게 만들어버려야지. 날 욕하는 건 몰라도 부모님이나 누나 욕하는 건 못 참으니까.”

“그런 인간들을 수출하면 수출한 나라한테 미안해지겠네.”

“흥~. 그런 인간들은 알카트라즈에 가둬버려야 하는데~.”

애들은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 강소라를 달래면서 가죽 책가방을 챙기면서 일어났다.

“시험도 끝났으니까 피자나 햄버거 먹으러 갈까? 어때?”

“오, 그거 좋은데? 오늘은 내가 쏠 테니까 피자 후트 가자!”

강주찬의 말에 김창현이 과도하게 호들갑을 떨면서 말을 받는데 강소라가 어지간히 무서운가 보다.

오늘은 수련하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화연이나 영은이도 일하고 있을 테니까 애들이랑 어울리다가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아이들과 피자 후트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제 겪은 기분 더러운 일이 조금 풀리는 거 같았다. 적당히 놀다가 아이들과 헤어진 나는 원래 집에서 쉴 생각이었지만 기분이 풀려서 오늘도 공간 조작 연습을 할 생각으로 수련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탄 날 뒤따라 오는 경호원 형 누나들이 탄 차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3시쯤에 수련장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수련장의 끝에서 끝까지 왕복 달리기로 몸을 풀고 마나 시브를 활성화한 다음 근거리 공간 조작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문득 화연이한테 수영장에 관해서 이야기를 안 한 게 생각났다.

[리베이라 호텔 말이군. 그럼 여사님은 데려가지 않도록 하지.]

“영은이가 실망하겠는걸.”

같은 반의 한고은한테 수영장에 초대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같이 가지 않겠냐고 했더니 화연이는 얼굴이 조금 발갛게 상기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키스 한번 해주고 다음에 같이 가자고 하면 금방 풀릴 거다. 그리고 시하를 통해 위상석 봉인 액체를 보내줄 테니까 TP 주입이 끝난 위상석은 통에 담갔다 빼면 돼. 자세한 건 시하도 알고 있으니 궁금한 게 생기면 시하에게 물어보면 될거야.]

“응. 그럴게. 그럼 내일 봐.”

[그래.]

인증기를 종료시키고 팔을 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원래 화연이랑 영은이를 데려가려 했지만 그런 장소에 대통령이 나타났다간 난리 날 거라는 화연이의 말에 결국 영은이 대신 누나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조금 미안한걸.”

-다음번엔 저희끼리서만 놀아요. 그편이 영은도 더 좋아할 거에요.-

“그럴까?”

긴가민가하면서 프랑을 돌아보며 물었더니 예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영은은 대통령이니까요. 그런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가면을 쓴 채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할 텐데, 피곤한 일이 될 거에요. 무엇보다 서하와 함께 있는데도 같이 놀 수 없다는 게 더 싫을 거에요.-

“응.”

프랑이 저렇게 말하니 맞겠지.

“그나저나 원거리 조작은 소비 TP가 총량의 퍼센트를 쓰는 타입은 아닌 거 같은데 근거리 공간 조작은 퍼센트 타입이고, 뭔가 이상하네.”

-혹시 근거리도 퍼센트가 아니라 3,500을 쓰는 게 아닐까요?-

자리에 앉아서 손을 뻗어 근거리 공간 조작을 연습해보니 한 번 근거리 조작을 할 때마다 TP가 10%씩 3,500이 사라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어쩌면 프랑 말대로 10%가 아니라 3500을 쓰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원거리 조작은 근거리의 몇 배를 더 쓰는 걸려나?”

-으음~.-

그 뒤에 한참을 공간 조작 연습을 하고 있다 보니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조기 진입 허가증만 나오면 본격적으로 능력자 활동이 가능하겠네.”

-네에. 정말 기대되네요!-

“나도 기대돼. 다른 위상 세계는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B 클래스까지 빠르게 오르면 나도…. 어?”

정비를 하지 않아 여기저기 갈라진 4차선 도로에서 날 기다리던 호위 형이랑 누나들 다섯이 황급히 내 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인다.

-왜 그러시나요?-

“경호원 형 누나들이 나한테 달려오는데?”

-!!-

놀란 표정의 프랑을 보니 문득 외적인 요소를 말하던 화연이 말이 생각났다.

“피해야 겠,”

…이이이이이이잉.

-…하! 서하!!-

…어? 땅이 왜…. 서 있지?

아니 내가 쓰러졌, 윽!!

머리, 머리가 아프다. 뭔가, 가 머릴 때린, 거 같…은데.

곧 귀가 트이면서 이명이 들리고 겨우 정신을 차리려니 눈앞이 흔들리고 머리가 아프다.

뻑!

“끄억!!”

어질어질한 머리를 잡고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려는데 마치, 말의 뒷발에 걷어차이면 이런 고통이 들까 싶은 격통이 허리를 타고 올라온다!

수, 움을 못…쉬겠, 어! 무, 무언가가 허리를 때렸….

-서하!! 저격이에요!-

프랑의 외침을 보며 다시 한 번 나동그라졌는데, 저격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머리와 허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고 황급히 가장 가까운 흙 동산 쪽으로 몸을 날렸다!

“끄윽! 더, 더럽게 아프네!”

프랑은 화나고 당황한 표정으로 나와 동쪽을 번갈아 바라보는데, 동쪽에서 무슨 일,

순간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흙 동산이 들썩인다!

-동쪽, 동쪽에서 저격이에요!-

“큭!”

프랑의 화난 얼굴과 눈에 가득한 물기를 보디 나도 분노가 솟아오른다! 이런 도심지에 저격이라니!!

아, 여긴 지금 수련장이긴 한데, 아니 누가 날 저격하는 거야?! 왜? 남들한테 피해 준 적도 없는데?! 수련 중이라 마나 모드를 발동하고 있지 않았다면 처음에 머리가 터져서 죽을 뻔 했다!

동쪽을 등지고 흙 동산에 숨어있으려니 더이상 총알이 날아오지 않는다. 뒤통수가 아프고 뭔가 축축해서 손을 내밀어 만져보니 손에 피가 묻어난다.

-이!!-

내 피를 본 프랑은 눈에서 하얀 전기가 퍼져 나오더니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곧 몸을 띄워 동쪽에 보이는 얕은 산을 향해 날아가려 하는데 공간지각에 있을 리 없는 것들이 1.5km 끝에서 들어오는 게 보인다!

“잠깐!! 동…쪽에서 능력자 일곱이 달려오고 있어! 적의가 장난 아냐!”

-능력자?! 설마 서하를 노리고…!-

하나하나가 최소 20만의 D 클래스 능력자다! 셋이 신체 강화, 셋이 속성, 하나는 분석 능력자!

내 말을 들은 프랑은 얼굴에서 표정이 빠져나가더니 무표정으로 입을 연다.

-서하. 그자들이 도착하면 공격할게요.-

…죽이겠다는 이야기겠지? 이런 상황에서도 남의 목숨을 걱정할 만큼 난 착한 사람이 아냐!

“응. 하지만 가급적이면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해봐. 잡아서 누가 습격했는지 물어보자.”

나도 공격받았다는 사실에 가슴 속에서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솔직히 날 회유하러 접근하거나 그럴줄로만 알았는데, 날 죽이려 들다니...! 일단 절반 정도는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넷만 데려가도 영은이 뒤를 조사해주겠지.

싸늘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사이 다섯 명의 호위 형과 누나들이 전력으로 달려서 나에게 도착했다.

스나이퍼가 저 다섯 명을 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괜찮습니까?! 어디 다치신 곳은…?”

리더인지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내 뒷머리를 보더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저격 같아요. 움직이면 바로 총알이 날아올 거 같은데요? 그리고 능력자 일곱도 수련장 밖의 도로에서 이쪽을 향해 오는 거 같아요.”

그리고 왼쪽 팔목에서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어서 인증기를 켰더니 영은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서하! 당장 위상 세계로 들어가거라!]

“뭐? 무슨….”

[그쪽으로 스물이 넘는 능력자가 이동 중이야! 얼른 들어가! 뒷일은 나한테 맡기고 얼른!]

다급한 표정으로 말하는 걸 듣고 있으려니 경호원 다섯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제발! 나중에 설명할 테니 얼른 들어가! C 클래스 최상위도 포함된 무리야! 그들이 접근하게 되면…!]

시가지 쪽에서 달려오던 7명의 능력자는 그사이 300m까지 접근했다. 살기등등한 모습에서 날 죽이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영은이는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눈물을 쏟을 것처럼 점점 얼굴이 일그러진다.

“뒷일을 부탁해.”

내 능력으로 죽이려면 모두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 능력을 전부 알고 있는 영은이 저리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근접 전투는 자신이 없는데 C클래스나 D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가 한 놈이라도 접근하게 하면, 몸치인 나는 저항을 못할 거야.

습격자들이 수련장 외벽을 뛰어넘어 달려오는 것과 동시에 경호원 형 누나들이 흙 동산 뒤에 숨어서 권총을 꺼내 동쪽을 향해 막 쏘기 시작한다.

쾅쾅거리는 총소리와 신체 강화 능력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총알을 막아낸다.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초거대 거북이를 떠올리며 위상 세계로 들어가길 강하게 바랬다. 그 순간 ,

“Черт! Стоп!”

무슨 말인지 모를 소리가 들리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옆에 있던 경호원 누나의 머리가 터지며 하얀 뼈와 뇌수, 눈알이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천천히, 느린 동작으로…. 그 모습이 머릿속에 기록된다.

머리가 사라지며 튀어 오른 척추가 대롱거리고, 단면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온다. 경직된 몸이, 내 품에 서서히 쓰러지는 모습이 망막에 새겨진다.

머리가 사라진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내 얼굴을, 몸을 적신다.

곧이어 내 주위의 공간이 엉키며.

3회차에 들어섰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