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34화 (134/517)

00134  D 클래스에 들어서다.  =========================================================================

수련장에 도착한 나는 혹시나 기절하게 되면 프랑에게 보호를 부탁하고 근접 공간 조작과 속성 능력을 다루기 시작했다.

화중강 아저씨가 쓰던 대로 손바닥에 TP를 5천 정도 응축했더니 역시 내 손도 부들부들 떨리면서 손끝이 조금씩 짜릿해져 가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하지?”

손바닥에 모인 TP가 물경 5,000이다. 이게 터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 짐작이 안간다.

이런 씨발!! 새, 생각도 못 하고 그냥 모으다니!! 어, 어어어어쩌지?!

-서하!! 하늘로 쏘아 올려요!!-

손을 잡고 허둥거리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더니 프랑도 사색이 되면서 하늘로 마나 탄을 쏘아 올리라고 했다!

그, 그래! 죽는 것 보단 차라리 능력을 들키는 게 나을 거야!

…아니, 그걸 시험해봐야겠다!

“프랑! 기절하면 뒷일 부탁해!”

목표는 최대한 멀리! 호리병 모양의 수련장의 꼭짓점 근처에 서 있는 덕분에 거리는 충분하다!

프랑은 경악하면서 날 말리려 들었지만, 그 순간 시커멓게 공간이 응축한 모양의 마나 탄, 아니 마나 포砲를 날렸다!

“가랏!”

띠이잉!!

마치 거문고 현을 수십 줄 동시에 퉁긴듯한 소리와 함께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화살을 쏜 듯한 속도로 날아가는 마나 포.

그리고!

“사라져!!”

공간 조작으로 마나 포를 가르켰다.

…으어?

눈을 뜨니 땅이 세로로 서 있는 게 보였…. 아니, 내가 넘어져 있는 거구나.

흙바닥에 자빠져있다가 부시시 몸을 일으키니 내 위에서 경직된 얼굴로 사방을 쉴 새 없이 돌아보던 프랑이 왈칵 눈물을 터트리며 내 품에 안겨들었다.

-서하!! 이 바보!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는거에요!! 큰일 나면 어쩌려구!!-

아차…. 프랑을 걱정 안 시킨다고 생각했는데 또 걱정시켜버렸네.

“아하하. 미안미안. 하늘로 쏘아 올렸다가 근처에서 터지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그래서 공간 조작으로 지워버리려고 했던 거야.”

-그랬다가 주변에서 터졌으면요!! 그랬으면 어쩌려구 그랬어요!!-

우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무진장 화내는 프랑을 보니 말문이 막힌다. 열심히 프랑의 등을 토닥거리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주면서 달래기 위해 애를 썼다.

“진짜 미안! 그래도 성공할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그랬던 거야! 미안해. 울지마아~. 프랑이 울면 나도 슬퍼진다고. 미안해 진짜루, 응?”

아예 주저앉아서 눈을 가리고 펑펑 우는 프랑을 보니 애가 탄다!

-몰라요! 서하는 바보에요!-

“컥!!”

그러면서 빛을 뿌리며 영혼석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 앙대!!

“프라아아앙!!”

TP도 바닥이고 프랑도 없어져서 연습할 맘도 안 들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배도 조금 고프고….

아오…. 정말, 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지? 여기가 위상 세계도 아닌데 마나 모드로 5천이나 되는 TP를 응축해버리다니.

마나 모드 상태일 때의 위력이 일반 속성 능력자의 위력의 100배니까. 50만 TP. 어림잡아 화중강 아저씨의 10만짜리 연염옥의 5배 위력이다.

그 불기둥의 5배 위력일지, 아니면 범위가 5배일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모았다가 쏘아내면서 아직 정확한 능력도 파악 못 한 공간 조작으로 지워버리다니, 진짜…. 프랑이 저렇게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 싶다.

뒈지고 싶어서 발악하는 놈도 아니고. 에휴.

그래도 내 발상은 맞아떨어졌는지 공간 조작과 마나 포가 닿았다고 생각된 근처를 돌아봤는데 아무런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었다.

“에휴….”

“왜 한숨 쉬고 그래? 누나가 가르쳐준 게 안 나왔어?”

집에 돌아와서 씻고 거실에 앉았더니 거실에서 또 탱크탑과 숏팬츠만 입고 요가를 하는 누나가 날 돌아보며 말했다.

“…누난 노출녀야? 왜 자꾸 커튼 열어두고 요가 연습하는 건데?”

“무무무, 뭔 소리하는 거야! 양털 카펫이 보드라워서 하는 건데!”

“아주 그냥, 아파트 반대편에서 변태 새끼들이 천체망원경이랑 쌍안경으로 누날 엿보는 건 생각도 못 하지?”

“?!”

누나는 깜짝 놀라면서 후다닥 커튼 뒤에 숨어서 반대편 아파트를 살펴보다가, 흠칫하고 놀라버린다.

지금 천체 망원경으로 엿보는 저 새낀 내가 아작내버릴거긴 할거지만, 이렇게 말해줘야 누나도 정신 차리고 긴 옷을 입든가 커튼을 치든가 하겠지.

“아악!”

누난 비명을 지르면서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누날 엿본 저 새끼를 박살 내버려야겠다. 위치가…. 107동 902호? 기다려라. 개새끼야.

나가려고 신발을 신고 있는데 누나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날 보더니 물었다.

“너 어디가?”

“엿본 새끼 박살 내러.”

헐렁한 바지를 입고 나온 누나는 내 말을 듣더니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면서 달려와 내 팔을 붙잡았다.

“뭐?! 안돼! 일반인들 상대로 힘쓰면 잡혀가!”

“힘 안 써.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인증기 보여주면서 인생 밀어서 종료하게 만들어버릴 거야.”

“무슨 말이야? 하여튼 안돼!”

“아씨. 그럼 관음증 범죄자 새끼들을 그냥 내버려두라고?! 저렇게 냅두면 또 엿볼꺼 아냐!!”

저딴 범죄자 새끼들을 가만두고 싶지 않다고!!

누나는 내 표정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가 날 끌어안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서하야. 잠깐만 누나 말 들어봐. 응?”

그리고 내 손을 잡고 거실로 데려가더니 커튼을 치고 내 옆에 앉아 천천히 내 손을 쓰다듬어 줬다.

“서하는 누나가 칠칠치 못한 옷을 입고 요가 하는 게 싫었던 거지?”

“…….”

“그리고 그걸 엿보는 사람들한테 화난거구.”

“…….”

“우리 서하가 밖에서 무슨 일 때문에 화나서 돌아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서하는 이제 한국에서 유명한 능력자가 됐잖아? 우리 서하는 그냥 화가 나서 하는 말 한마디랑 행동 하나에 일반인들은 겁을 먹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할지도 몰라. 그만큼 능력자는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는 걸?”

“잘됐네. 저런 도촬 성범죄자들은 두 번 다시 그런 짓 못 하게 거시기를 잘라버려야 해.”

내 싸늘한 말에 누나는 살짝 몸을 떨더니 내 머리를 당겨서 품에 안더니 천천히 머릴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래선 안 돼. 잘못에 대한 벌을 주는 주체는 법이 되어야 해. 안그럼 세상은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서 엉망이 돼버릴 거야.”

“…….”

“그리고 누난 우리 서하가 사람들한테서 두려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존경을 받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

누나의 말이 끝난 순간 영혼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프랑이 영혼석 밖으로 빠져나왔다.

-서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몸이 다 만들어진 프랑은 내 옆으로 날아와 누나와 마찬가지로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누난 빛무리만 보면서 눈을 깜빡이다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서는 나한테 물었다.

“프랑이 영혼석 안에 있었던 거야?”

“…응.”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역시 용서 못 해.“

“서하야.”

“그럼 누나나 프랑은 저 인간을 저대로 가만두자는 거야? 노골적으로 천체망원경을 이용해서 전문적으로 훔쳐보는 저런 놈을?”

프랑이나 누나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한숨만 쉴 뿐이었다.

“저런 경우라면 법으로 어떻게 해? 안 했다고 잡아떼면 그만이잖아. 오히려 저쪽에서 적반하장으로 나올지도 모르잖아. 거기다 누날 보고 더러운 생각을 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놔두자고?”

“앞으로 누나가 조심할 테니까….”

“싫어. 피가 거꾸로 솟을 거 같아서 그냥 내버려두기 싫어.”

하지만 누나가 저렇게 슬픈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것도 싫다. 언제나 활달한 누나로 있어 줬으면 하니까.

“알았어. 별다른 협박 같은 건 안 하고 그냥 앞으로 조용히 타이르고 올게. 그럼 되지?”

“…그래.”

말은 저렇게 하지만 더이상 못 말린다고 생각한 게 틀림없다.

날 이렇게 기분 더럽게 만든 개자식아. 기다려라.

엿보기 범죄자의 현관문 앞에 서보니 집이 빌어먹게도 크다. 107동은 12개 동 중에서도 가장 큰 평수와 조망권을 가지고 엘리베이터도 2개를 운영하면서, 각 층에 2가구밖에 없는 무척 비싼 집이었다.

903호 앞에서 집 안을 살펴보니 대충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놈이 베란다를 서성이고 있었다.

-씨발. 또 커튼 쳐서 안보이잖아!! 그냥 옷 다 벗고 가랑이나 쫙쫙 벌리면 되지 지 집인데 가릴 게 뭐가 있다고 옷 입고 커튼까지 치는 거야!-

저 개새끼가….

으득하고 이빨이 절로 갈린다.

두고봐라, 씹새야. 네놈이랑 니놈 부모랑 적어도 서울 땅은 못밟게 만들어 줄게.

애써 숨을 가다듬고 표정을 편 다음 초인종을 눌렀다. 프랑한테 누나 곁에 있으라고 하길 잘했군.

띵동

집 안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지니 저놈은 흠칫하면서 내 쪽과 우리 집 쪽을 번갈아 보다가 거실로 이동해서 인터폰을 집어 드는 게 보인다.

[뭐야?]

초인종 위에 카메라가 달려있고 바로 위쪽에서 빨간 램프가 반짝거리고 있는 게, 내 모습이 인터폰에서 보이겠지.

“볼일이 있어서 왔어. 너, 망원경으로 우리 집 엿보던 애 맞지?”

[무, 무무무, 뭐야?!]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인터폰의 연결이 끊겨버렸다. 저놈은 내가 직접 찾아올 줄 몰랐는지 인터폰을 내려놓고 허둥거리다가 자기 방으로 뛰어가서 침대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써 버렸다.

…찾아왔다고 저렇게 사리 분간도 못 하고 벌벌 떨 거면 범죄를 저지르지 말던가.

짜증이 나서 초인종을 수 초 간격으로 15분 동안 눌러대고 있으니 저놈도 결국 짜증 났는지 방문을 박차고 나와서 출입문을 열어젖혔다.

“그, 만 눌러. 개새끼야!!”

짜증이 한가득으로 붉어진 표정을 짓고 뛰어나온 놈은 키 170에 비쩍 마른 모습이 나랑 반대되는 모습이다.

“무, 뭐! 어쩌라고! 뭐 때문에 이 지랄인데?!”

“…난 105동 803호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 너 계속 망원경으로 우리 누나 엿봤지? 그거 범죄라는 거 알아?”

일부러 눈에 마나 비전도 꺼놔서 저놈이 보기엔 그냥 좀 키 비슷하고 떡대가 조금 있어 보이는 또래로 보일 거다.

“뭐?! 누가 엿봤다고 그래! 아, 안 봤거든?! 증거 있어?! 꺼져, 씨발!”

그리고 문을 닫으려고 하길래 마나 모드를 돌려 문을 못 닫게 힘으로 막았다.

“사과해.”

“이, 이거 놔. 씹새끼야!”

이 개자식이…. 누군 욕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냐.

“사과하라고. 사람이 찾아왔다고 쫄아서 방안에 처박혀 무서워 벌벌 떨던 찐따같은 새끼가 사람 무서운 줄 알면 엿보기 같은 범죄는 저지르지 말아야지.”

어떻게 알았는지는 둘째치고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는지 부들부들 떨다가 문에서 떨어지면서 외쳤다.

“씨. 씨발! 너너, 너! 우리 아빠랑 엄마가 누군지 알아!? 너, 너너너같은건 개미처럼 밟아 뭉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어이구 그러셨어요?

“105동, 803호라고 했지?! 너 아빠한테 일러서 가만 안 둘 거야!!”

“초딩도 아니고 그 나이 처먹고 아빠아빠 저놈 혼내주세요. 이러려고? 창피하지도 않냐? 접시물에 코 박고 죽어라.”

나도 예전에 싸울 땐 부끄러워서라도 엄마아빠 안 불렀다 새끼야.

“이, 이이이이!!”

“아무튼, 한 번만 더 엿보다가 내 눈에 걸리면 증거 사진 모아놓은 걸로 고소해버린다. 알겠냐? 너 말고도 훔쳐보는 새끼들 많아. 다 콩밥 먹여줄려고 준비하고 있으니까 다음부터 엿보지 마.”

내 말을 들은 놈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더니 발작적으로 외쳤다.

“겨, 경비실에 신고해버리기 전에 얼른 문 닫고 꺼져 씨발놈아!”

아무튼 떡밥은 던져놨으니까 제발 물어라. 응?

난 한숨을 쉬면서 현관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그 소리에 제풀에 놀라 자빠지는 녀석을 보니까 너무 한심에서 말이 안 나온다.

미끼는 빠르게 물어서, 집에 돌아오고 1시간 뒤에 머리가 반쯤 벗겨진 50대 돼지 같은 남자 하나에 광대뻐가 튀어나오고 눈이 찢어진 멸치 같은 아줌마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네…. 누구세,”

철썩

“너야?! 니가 우리 아들 건드렸냐고!?”

방에 있던 누나가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길래 내가 잽싸게 튀어나가서 문을 열었더니 멸치 같은 아줌마가 나한테 다짜고짜 따귀를 날리면서 소리쳤다.

마나 비전을 꺼놓고 마나 모드만 돌리고 있어서 아프진 않았지만, 기분이 무진장 더러웠다.

-!!-

“서하야?!”

내가 뺨 맞는 소릴 들었는지 얌전한 옷을 입고 있던 누나가 방문을 열고 뛰쳐나왔는데 돼지 새…끼가 누나를 살펴보더니 음란한 생각을 하는지 표정이 점점 더러워진다.

덩달아 나도 머리가 차갑게 식고 있었는데 그 눈빛을 받은 누나가 흠칫하는 게 보였다.

“이봐. 함부로 폭력을 쓰면 어떡해.”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저딴 비루먹은 천한 집 후레자식이 우리 아들한테 범죄자라고 했다잖아요!”

아줌마의 찢어지는 듯한 고성이 진짜 듣기 싫다. 그런데 누나는 저 돼지 새끼의 혐오스런 눈길보다, 아줌마가 날 보며 하는 소리가 더 참기 힘든가 보다.

“말씀이 심하세요!”

막 화내려는 누나를 멸치 아줌마가 되려 비명 지르듯이 소릴 지르며 입을 열자 누나는 말문이 막히면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심하긴 뭐가 심해! 꼬라지를 보니까 창녀처럼 생겨가지고 몸이나 팔고 다닐 거 같은 년 주제에! 너! 내가 누군지 알아?!”

폭언을 들은 누나는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가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누나한테…. 후우. 방에 나오기 전에 휴대폰에 녹음기능을 켜서 나왔는데, 누나한테 하는 욕이 전부 녹음됐겠지? 괜히 나 때문에 험한 소리를 들어서 마음에 상처라도 받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누난 들어가 있어.”

“아, 하지만.”

“얼른!”

돼지 새끼는 여전히 누나의 몸을 위아래 살펴보기 바빠서 누나를 내 몸으로 가리면서 억지로 방에 밀어 넣었더니 힘없이 밀리면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문을 닫으면서 아줌마한테 말했다.

“천체 망원경으로 남의 집을 훔쳐보면서 흥분하고 자위하는 건 범죄 아닌가요? 엿보기나 도촬도 범죄잖아요. 사과하세요”

“내가 이 아파트 부녀회장…. 뭐?”

“자식을 잘 못 키웠으면 창피한 줄 알아야지 피해자한테 찾아와서 그런 욕을 해도 돼요? 사과 하시라고요.”

멸치 아줌마의 말을 무시하고 조금 크게 목소리를 냈더니 찢어진 눈을 크게 뜨면서 날 노려본다.

“이, 이…! 버르장머리 없는 천한 자식이 뭐래는거야!! 니 애비랑 애미 불러!! 대체 애새끼를 어떻게 키웠길래 그런…!”

멸치 아줌마가 발광하는 건 내버려두고 누나가 있는 방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돼지 새끼부터 먼저 처리해야겠다.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에요?”

“응? 뭐?”

자기 말을 무시한다는지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내가 아저씨와 말하기 시작하니 부들부들 떨면서도 가만히 있는다.

“아저씨도 저 아줌마랑 똑같이 생각 하는 거 아니냐고요.”

“뭐야?!!!!”

내 말에 아줌마가 버럭 소리친다.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거 같은 소리다.

“지금 네가 하는 말은 명예훼손으로 고소 받을 수 있다는 건 알고있냐? 너도 처벌을 받지만 네 부모도 같이 처벌받을 수 있는 부분이야.”

“여보!! 무슨 말이 필요해요! 당신 친구 형사 데려와서 저 근본도 없는 연놈들 잡아가게 해야죠!”

“좀 닥쳐봐. 어험, 이 아저씨가 경찰 쪽에 친분이 많아요. 아저씨 말 한마디면 너네 아빠랑 엄마는 일자리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할 수도 있거든? 게다가 우리 아들한테 범죄자 어쩌고 한 게 이 아저씨가 쫴~금 기분이 나쁘네? 대체 무슨 증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

눈에 욕망을 가득 담고 닫힌 누나 방의 문을 엿보며 말하는 모습에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뭐, 실수는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아저씨는 기분이 나빠서, 저기, 네 누나? 네 누나가 직접 나와서 몸.으.로 사과하면 봐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다.”

…….

돼지 같은 면상에 탐욕이 가득 차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분노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안 그러면 아저씨는 법적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해봐.”

“…뭐라고?”

“이 버르장머리 없는 애새끼가 누구한테…!”

나는 눈에 마나 비전을 키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의 돼지 새끼와 발작하려는 멸치 아줌마를 노려보며 다시 말했다.

“해보라고. 경찰 불러봐.”

“…!!”

“아, 힉?”

“뭐? 창녀? 후레 자식? 천민에 근본도 없는 애새끼? 게다가, 누나한테 몸으로 사과하라고?”

으드득하고 이빨을 갈면서 왼팔의 인증기를 켰다.

그리고 D 클래스 능력자라는 걸 볼 수 있게끔 하고, 휴대폰도 꺼내서 녹음 중인 화면을 보여주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경찰 불러. 난 능력자 연합과 내가 소속한 타임리버 법률 자문단 부를 테니까.”

“어, 어어아?”

“ㅈ, 자자자잠, 잠깐. 잠깐만요!”

돼지 새끼는 아직 상황 판단이 안 되는지 버벅거리는데 멸치 아줌마는 순식간에 사색이 되더니 날 막으려고 손을 뻗는다.

저 꼬챙이같은 손으로 날 만지려드는게 불쾌해져서 마나 시브를 더욱 집중하면서 노려보니 멈칫하고는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라한다.

“블루 지니어스라고 들어봤나 모르겠네요. 좀 창피한 별명이지만, 요 며칠 매스컴도 타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이번 일로 제가 한국을 뜰지 아저씨랑 아줌마 가족이 한국을 뜰지 한번 해보자고요. 콜?”

“미, 미안해요! 잘못했으니까 자, 잠시만 이야기를…!”

곧 디링 하는 소리와 함께 화연이의 얼굴이 홀로그램 창에 떠올랐다.

[무슨 일이지? 오늘은 시험이라고 하지 않았나?]

화연이의 얼굴을 알고 있는지, 돼지 새끼랑 멸치 아줌마의 눈이 크게 떠지는 게 화면 너머로 보인다.

“연합이랑 타임리버의 법률 전문가가 필요해. 누날 도촬하던 내 또래 남자애랑. 누나랑 나랑 우리 부모님께 폭언을 쏟은 인간들 처벌하고 싶어. 아주 세게.”

“자, 자자 잠깐만! 얘야! 아니 능력자님! 잠시만, 잠시만!!”

“아, 아아아….”

[…그자들인가?]

“응. 대화 녹음한 것도 있고 저 사람들 자식이 나한테 쌍욕 하던 부분도 기록되어있어.”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 바로 보내도록 하지, 원한다면 …여사님에게도 연락할 수 있다.]

화연이가 여사님, 영은이를 언급하니 돼지 새끼와 멸치 아줌마는 그냥 현관에 주저앉아버렸다. 나는 사늘하다 못해 얼음이 떨어질 거 같은 화연이를 보며 말했다.

“해줘. 그리고 이 사람들 집 주소가 천호동 제니스 아파트 107동 902호야.”

[알았다.]

그리고 인증기를 종료하고 현관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두 인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경찰에 연줄 있으시다면서요? 안 부르세요?”

그제서야 사색이 된 돼지 새끼가 내 바짓자락을 붙잡고 애걸복걸하기 시작한다.

“느, 능력자님. 내가, 제가 뭘 모르고 그만…!”

“아저씨는 절대 용서 못 해요. 누날 뭐 어째요? 몸으로 뭘 해?”

내 바지를 잡은 손을 쳐내며 죽일 듯이 노려보니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무릎 꿇고 허겁지겁 머리를 조아린다.

“시, 시 시시실 수, 실수였습니다! 말이, 말이 헛나와서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과를…!”

“제가 뭘 잘못했길래 누나가 아저씨한테 사과해야 하는데요?”

“…!”

“엿보는 거 범죄인 거 알아요 몰라요?”

“아, 압니다!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애간장이 타들어 간다는 표정의 아저씨를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걱정이 너무 심하시네요. 경찰에 나름 인맥이 있다면서요. 아저씨 말대로라면 제가 나름대로 수단을 동원해도 아저씨 인맥이라면 금방 나올 수 있을 거 아니에요. 뭐 나와도 계속 손을 써볼 거고 아저씨 친구라는 그 형사도 찾아서 털어볼 생각이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거에요.”

멸치 아줌마도 사색이 되면서 내 바짓자락을 잡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아, 아줌마가 뭘 모르고 그, 그랬어요! 우리 자식이 능력자님이랑 저 아가씨한테 잘못했으니 잘못했다고 빌게 할게요.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내가 능력자라는걸 밝혔다는 걸로 이렇게나 비굴해지다니. 새삼 능력자의 위치가 어느 정돈지 알 거 같다.

아니, 내 인맥이랑 명성이 그렇게 만든 건가?

“서, 서하야.”

그때 누나가 문에서 나오며 떨리는 목소리로 날 부른다.

“아이고 아가씨! 제가 죽을죄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으헝헝헝!”

돼지 새끼가 누나한테 기어가려고 하길래 발을 뻗어 바닥을 찍으며 막았다.

“누나한테 접근하지 마. 죽여버린다.”

“힉?!”

그리고 이 상황에서, 아빠랑 엄마가 집에 도착했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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