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3 D 클래스에 들어서다. =========================================================================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화연이의 무릎베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손짓에 25,000 TP가 증발하고 기절해버렸어요. 쓰지 못하게 해야 해요.-
“으음~ 프랑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능력이라는 건 쓰면 쓸수록 숙련도가 높아진다구?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적은 자원을 써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야.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자주 쓰면서 숙련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숙련도를 올리더라도 이렇게 기절해버리면, 위험한 게 아닙니까. 이 수련장은 사방이 트여있으니 무방비하게 쓰러져있을 때 스나이퍼가 저격이라도 해온다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숙련도…. 숙련도….-
“그럼 위상 세계에서라면 어떨까?”
“위상…. 세계 말입니까. 서하가 성인이 되려면 아직 7개월이 조금 못 남았습니다만.”
“괜찮아~. 우리 서하의 저번 2회차 일로 연합 본부에 약간의 빚을 지워뒀으니까, 서하의 능력으로 상위급 위상석 몇 개만 충전해서 뇌물로 먹여주고 살살 달래면 조기 진입 허가증이 나올 거야.”
“…서하를 두고 손익계산을 한 겁니까?”
“그럴 리가 있니!? 혹시 몰라 히든카드로 쓰기 위해 빚을 만들어둔 것일 뿐이야! …원래대로라면 우리 서하가 감지 타입으로 제자리를 잡아가려 할 중요한 순간에 쓰기 위해 남겨둘 생각이었는데, 이런 능력이라면 조기 진입 허가증을 받아내는 쪽이 더 좋겠는걸.”
-아, 서하. 정신이 드나요?-
“음?!”
“서하야? 정신이 들어요?”
눈을 감은 채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걸 듣고 있었는데 역시나 프랑이 제일 먼저 내가 정신이 들었다는걸 눈치챘다.
눈을 뜨니 그야말로 분신술을 쓴 거마냥 똑같은 외모의 화연이와 영은이 보이고 그 위에서 프랑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응. 내가 얼마나 기절한 거야?”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여 준다는 운명의 세 여신처럼 아름다운 얼굴들이 걱정이 조금 담긴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으니 슬쩍 기분이 좋아진다.
두 손바닥과 허벅지로 내 머리를 받치고 있는 화연이 대신 영은이 손목의 시계를 보며 말했다.
“1시간 조금 넘게 기절했었어요. 머리가 어지럽다거나 구토증이 있진 않니?”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TP가 고갈되면 제정신을 못 차린다던데, 난 멀쩡한 거 같아.”
“후후후. 역시 우리 특별한 서하는 평범함을 거부하는걸? 역시 블루 지,”
“하지 마.”
“꺄응?!”
잽싸게 손을 뻗어 영은의 커다란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더니 새된 비명을 지르며 말을 멈춰버렸다.
“몸은 어떻지? 깨달음을 얻었던 건가? TP가 증가했나?”
내가 눈을 뜨자 화연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깨달음인가? 그러고 보면 위상력 컨트롤을 처음 얻었을 땐 그건 깨달음이 아니었나보다. 아무튼 화연이 말을 듣고 몸 안의 위상력을 체크해보니 35,000까지 늘어난 게 보인다.
…D 클래스가 되고 바로 +10,000 TP라니, 이런 기연을 너무 자주 얻다 보니 좀 겁난다.
“35,000인가. 벌써 두 번이나 잭팟을 터트리다니, 우리 서하는 역시 대단한걸? 나중에도 잭팟을 펑펑 터트리는 거 아니니?”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영은이는 어쩐지 무척이나 기뻐 보였다. 그건 프랑이나 화연이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좀 쑥스러워져서 말을 돌리기 위해 영은이에게 물었다.
“아까 눈을 뜨기 전에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조기 진입 허가증은 직계 존속만 가능한 거 아니었어?”
“타인을 위해 자기 가문을 희생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소문이 났을 뿐이란다? 정·재계의 늙은 괴물들이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희생하려 하거나 모험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으니까.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신원보증을 서준다면 그 부분은 상관없어요~. 나는 우리 서하한테라면 모든 걸 다 줘도 괜찮은걸?”
그…런가? 마치 우리 엄마 같은 미소로 날 내려다보는 모습에 살짝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렇다면, 여사님과 함께 저도 힘을 보탠다면 조기 진입 허가증이 나올 가능성이 더 커지겠군요.”
“응응. 네가 조기 진입 심사를 받을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빠르게 나올 테니 기대해도 좋아!”
“…제가 어때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어머? 네 성격이 얼마나 뒤틀렸는지 기억 안 나니? 그걸 아는 연합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하도 캐물어 대는걸 얼버무리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데!”
“그, 그건 어렸을 때 이야기 아닙니까!”
“어렸을 때라고 해봤자 6년 전이 아니니! 보나 마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 것도 시하 아니면 서하 덕분 이었을 텐데 넌 서하가 없었으면 여전히 반푼이 얼뜨기였, 아흑!”
화연이는 점점 얼굴이 붉어지더니 결국 손날을 세우면서 영은의 옆구리를 콱 찔러버렸다.
…어째 자신의 진짜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뒤로 화연이는 영은이한테 힘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어진 거 같다.
내 머리가 화연이의 무릎 위에 올려져 있어서 화연이 못 움직인다는 점을 노려 잽싸게 뒤로 물러난 영은은 화연이를 말빨로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귓가로 신이 난 영은의 목소리와 당황하고 화난 화연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진화한 공간 지각에 대해 생각해봤다.
둘 다 목소리도 비슷하네? 아니 아니, 능력에 대해서 생각해봐야지.
사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TP 소비가 전혀 없는 감지 능력이라니, 하다못해 일반 감지나 기감 능력자들도 TP 소비가 막대하다는데 공간 지각 같은 사기 능력이 TP 소비가 아예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러니까 내 능력은 프랑 말대로 반푼이었다는 거다.
“프랑 말대로 내 능력은 반푼이었어.”
-저, 전 그런 말 안 했어요?!-
내 말에 화연이랑 영은이 프랑을 바라보니까 프랑도 화들짝 놀라면서 손을 저으며 부정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이야기말야. 아무튼 공간 지각이라는 능력이 TP 소비가 없었지만, 자체 능력이 워낙 말이 안돼서 그 부분을 이상하다고 생각도 못 했었는데, 반푼이 능력이었다니….”
근데 내 말을 듣고 있던 세 사람은 날 때려주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제 능력을 깨달았으니 된 거다. TP 소비가 극심하지만 네가 B 클래스까지 오르면 그 부분은 오히려 강점이 될 거다.”
“겨우 부스러져 내리게 만드는 능력인데 어떻게 강점이 된다는 거야?”
“서하야~? 그건 아니에요. 대체로 능력의 효율이나 위력은 소비 TP에 비례한단다? 그리고 우리 서하의 공간 조작은 손가락으로 가르키기만 했는데도 흙무덤이 쏟아져 내렸다는 건…. 번개와 빛, 어둠 속성처럼 특이성을 가진 걸로 볼 수 있어. 불과 바람, 물, 대지 4가지 속성의 기본 토대는 사출 형식이지만 희귀한 속성인 빛과 어둠, 번개는 다르거든?”
“…응.”
영은은 표정을 살짝 굳히며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거기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흙무덤이 부스러져내리고, 학교 난간이 바스러진걸 봤을 때….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능력일지도 몰라.”
“세포와 세포 간의 조직 결합을 무너트린단 말입니까?”
“정확한 건 직접 실험해봐야지? 주위를 살펴보고 올 테니 둘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보렴. 프랑은 나 좀 도와줘.”
-응.-
“어? 영은이랑, 프랑이 서로 말을 놓은 거야?”
동물을 대상으로 시험해본다는 말보다 둘이 말을 놓은 게 더 놀랍다.
-네에. 알고 봤더니 영은과 제가 태어난 때가 그다지 차이가 없어서…. 서로 말을 놓기로 했어요.-
“아무튼, 쉬고 있으렴!”
영은이는 나이 이야기가 나오니 잽싸게 말 막고서는 동쪽으로 달려갔다. 뒤따라 날아가는 프랑을 보다가 화연이를 올려다봤는데 별다른 표정 없이 내 머리를 쓸어내리고만 있었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화연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20분쯤 후에 영은이는 비둘기 몇 마리를 잡아왔다.
“이 비둘기는 잡아도 잡아도 어딘가에서 계속 늘어난단말야? 비둘기를 대상으로 시험해보고 땅에 묻어주자.”
비둘기가 유해조류긴 하지. 서양에서는 특소 포획기구를 이용해서 싹 쓸어버리고 그런다니까.
“수고했어. 잡기보단 찾느라 고생했겠네.”
“우후훗. 그, 그럼 상으로 키스를…! 꺅!”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나한테 슬금슬금 다가오려던 영은에게 프랑은 단호한 표정으로 벼락을 쏘아냈다.
프랑의 벼락에 관통돼서 파르르 떨던 영은이는 곧 풀썩 쓰러지더니 날 향해 힘겹게 손을 뻗는다.
일어서서 살짝 연기를 내뿜는 영은의 손을 무시하고 머리만 살짝 쓰다듬어 주면서 힐링 터치를 써줬더니 멍한 얼굴로 날 올려다보다가 얼굴을 발그래하게 붉혀버렸다.
“잠깐. TP 소비가 심한데 좀 더 쉬었다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냐. 손에서 가까운 곳을 조작하는 건 TP 소비가 별로 없었어. 거리가 멀어지고 범위가 넓어질수록 TP 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거 같아.”
화연이는 또 TP를 쏟고 기절하는 건 아닐까 했지만, 그건 아니다.
-그렇게 근처에 썼다간 호, 혹시 위험한 건….-
“아까 난간을 부술 때 일렁거림이 내 몸이랑 팔에도 닿았었잖아? 이건, 나한테 해를 끼치지 않는 능력 같아.”
나는 비둘기의 사체에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다시금 공간을 움직인다는 느낌으로, 손에 감각을 집중하니….
곧 손이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공간이 물결치듯 흔들리더니 비둘기의 사체는 소리 없이 뭉개진 고기 덩어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체내의 마나 모드가 1겹이 늘어나 총 6겹이 된 걸 확인 했다. 다른 능력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지만 힐링 웨이브가 5단계에서 6단계로 늘어났고, 나머지는 위력의 확인 같은 건 불가능해서 알아낼 수 없었다.
능력의 확인이 끝나자 영은이는 자기 집으로 가자며 내 팔을 잡아끌고 가려 했는데 내일부터 시험이라고 하면서 거절했다.
“내일부터 1학기 테스트야. 집에 가서 공부해야 해.”
교과서는 싹 다 외웠지만, 그래도 내일 시험 볼 과목에 대해서 누나한테 물어봐야지. 지금 학교 분위기에서 내 시험 성적 바닥이라면 웃음거리가 될지도 몰라.
“…시험제도 폐지해줄까?”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황당한 이야기를 꺼내는 영은이를 어이가 없어져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으니 그녀도 피식 웃으면서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이제 겨우 오후 6시인데 벌써 헤어지려고 하니 나도 아쉽네.
화연이의 차를 타고 아파트 입구에서 내리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차가 아니라 날 보며 수군거리는 게 보인다.
“아, 기왕 온 김에 우리 서하네 부모님께 인사크헥.”
“서하, 그럼 시험 끝나고 보자. 나중에 봐.”
…화연이는 날 따라 내리려던 영은의 뒷목을 잡아당겨 목을 조르며 작별인사를 하고 차를 돌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화연이의 팔에 목이 조여지며 차 안에서 버둥거리는 영은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어째 자매처럼 보인다. 화연이가 언니 쪽으로.
“처음 봤을 땐 되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는데, 점점 소피아 닮아서 푼수가 되어가는 거 같아.”
-푸훗. 저게 영은의 원래 모습일 거에요. 마음의 안식처를 찾으니 얼굴을 가린 가면이 벗겨지고 원래 모습이 드러난 거겠죠.-
그러려나?
집에 돌아왔더니 누나 혼자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다녀왔어.”
“어서 와. 이히히힉.”
티비에서는 입담 있는 요리사가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방을 찍는 쇼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어지간히 웃긴지 누나는 쿠션을 퍽퍽 내려치면서 연신 킥킥거리고 있었다.
[응? 이게 2인분이에유?]
[아뇨, 조금 덜 드렸어요. 많으실까 봐.]
[…?!]
“아하하하!”
[아니, 2인분을 시켰는데 왜 1.5인분을 주는거래유?!]
“저 가게 대박이야! 이힉힉.”
[보통 촬영가면 더 줘요. 근데 여긴 어째 덜 줘!!?]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돼요.]
[(울컥) 아니 제가 많이 먹겠다는 게 아니….]
“푸하하하하하!!”
다 큰 처자 웃음소리가 참…. 프랑도 방송에 호기심이 가는지 누나 옆에 앉아서 티비를 보기 시작하다가 푸힛거리면서 웃기 시작하길래 그냥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왔다.
수련장도 다 완성됐고, 내일이랑 모레 시험이 끝나면 수련장에 가서 속성 탄 명중 연습이나 할까?
그러고 보면 위상석 조끼에 위상석을 다 빼서 화연이한테도 건네줘야겠네. 아, 위상석 봉인조치는 쉽게 할 수 있는 건가? 재료가 어떻게 되려나.
다 씻고 나왔더니 누나랑 프랑은 아직도 티비를 보면서 킥킥거리고 있었다. 저 프로그램 끝나면 물어봐야겠다.
“서하야~! 저녁 칼국수 어때?”
“어. 칼국수 좋지.”
티비에서 칼국수를 보여주니까 덩달아 먹고 싶어졌나 보네. 나도 면식은 좋아하니까.
책상에 앉아서 태블릿을 켜고 누나한테 물어볼 부분을 골라내고 있는데 프랑이 쏙 들어오면서 말했다.
-서하? 시하 님이 장 보러 가신대요. 저도 따라갔다 올게요.-
어? 엄마가 오늘 늦을 건가 보다. 문을 열고 나가니 누나가 장 보기 편한 차림으로 신발을 신고 있길래 누날 부르면서 손가락에 TP를 뽑아냈다.
“누나. 눈 좀 감아봐.”
“응?”
누난 내 손가락 끝에 샘솟아있는 TP를 보더니 신발을 다 신고 일어서며 눈을 감았다. …아까 광년이처럼 웃던 사람이랑 동일인물인가 싶을 만큼 이쁜 얼굴이다.
누나는 버프를 받고 프랑이랑 생글생글 웃으면서 집을 나섰다. 나도 프랑이 따라가 주면 안심이지.
티비에서 위꼴 테러를 당했는지 누나가 간만에 힘을 써서 육수에 버섯과 미나리를 넣고 끓이고, 칼국수 면은 따로 한번 데쳐나온 버섯 칼국수는 진짜 마약 같은 맛이었다.
반찬은 김치뿐이었지만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면빨에 한껏 배여서 무진장 맛있다.
…근데 누난 1인분도 채 못 먹을 거면서 왜 4인분씩이나 만든 거야? 뭐, 맛있어서 내가 다 먹었지만.
“으어어. 배 터지겠다.”
“킥킥. 앉아서 쉬고 있어. 매실차 타줄게.”
“응. 그리고 내일부터 시험인데 시험공부도 좀 갈켜줭.”
“그래~.”
내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워버린 게 누나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엄마도 내가 음식 안 남기고 싹 긁어먹으면 무척이나 좋아했지.
아빠는 의외로 입이 짧아서 여러 가지를 골고루 잘 안 먹는다. 엄마가 만들어서 일부러 입에 넣어주고 밥 위에 올려주면 먹기는 하지만 스스로 먹으려 하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내가 음식을 잘 먹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더라.
그렇게 누나가 타준 매실차를 마시며 거실에서 태블릿을 보며 한참 과외를 받고 있다 보니 9시쯤에 엄마랑 아빠가 퇴근했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었더니 퇴근 직전에 응급환자가 여럿 생겨서 다 처치하고 오느라 늦으셨다고 했다. 엄마가 말하면 응급 처치 같은 치료 관련 발언 같은데 아빠가 말하니 처리해서 없애버렸다는 걸로 들린다….
아무튼 공부하는 날 보더니 엄마가 착하다며 간식을 만들어서 다 같이 먹고 11시까지 누나의 개인 과외를 받으면서 공부를 했다.
덕분에 내일 시험은 잘 볼 수 있을 거 같다.
“아~! 제길!! 망했다아아!!”
4교시 마지막 테스트가 끝나고서는 바로 책상에 머리 박고 절규하는 김창현을 바라보다가 조민호에게 물었다.
“저거 왜 저래?”
“…시험 부분을 착각해서 엉뚱한 부분을 공부했다나 봐….”
“멍청하게 착각할게 따로있지 공부할 부분을 착각하니?”
한심하다는 한고은의 말에 김창현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이 한고은을 보고 외쳤다.
“책갈피가 잘못 기록되어있었다고!! 으아아아아~!!!”
“그건~, 네 잘못이네~? 푸훗!”
우와…. 강소라가 무진장 얄밉게 웃는다.
“하하. 그래도 창현이 너는 평소에 수업을 잘 들으니 기본적인 성적은 나오지 않을까?”
“주찬이 너처럼 말이지?”
김창연을 위로하려는 듯한 강주찬의 말에 수유리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응? 아하하. 그야 뭐…. 서하 너는 어때?”
“어제 누나한테 과외받은 덕분에 나쁘진 않을 거 같다.”
“크아아악!! 이 부러운 자식!!”
어째 내 말에 더 광분하기 시작하는 김창현을 내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타임리버에 가~?”
“뭐 그렇지. 나중에 보자.”
“아, 서하야! 잠깐만!.”
가방을 들고 나가려는데 한고은이 날 불러 세웠다.
“시험 끝나고 토요일에 약속 있어? 뒤풀이로 얼마 전에 개장한 호텔 수영장 초대권을 받았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수영…. 아빠가 주의준게 생각나는데, 으음.
애들 뒤에 서 있는 프랑을 바라보니 프랑은 생긋 웃으면서 왼쪽 팔목을 가르켰다.
“몇 명 더 데려가도 돼?”
“응? 응. 초대장은 3장이구, 1장에 3명씩 되니까 2명까지 더 부를 수 있어.”
나랑 김창현 조민호 강주찬 한고은 수유리 강소라 일곱인가? 그럼 화연이랑 영은이도 부를 수 있겠네. 한번 물어봐야겠다.
“알았어. 그럼 두 명 자리 맡아줘.”
내 말에 김창현이 홱 하고 돌아보더니 후다닥 달려와서 내 어깨를 잡으며 눈을 번뜩인다.
“누구누구 부를 거야? 혹시 아니지? 그렇지?”
“뭔 소리냐.”
살짝 힘을 줘서 김창현의 머릴 누르며 약간 마음을 담아 애들한테 말했다.
“같이 놀지도 못했는데 자주 불러줘서 고맙다.”
“…으응! 에헤헤헤.”
한고은은 내 말을 듣더니 되게 좋아하면서 실실 웃고 수유리나 강소라는 한고은을 보며 "그렇게 좋아~?", "고은이 입 찢어지겠어." 라고 하면서 한고은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 작품 후기 ============================
역시 조금 설정을 생략하고 넣으니 대번에 날카로운 조언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129화에 주인공의 부모님이 약혼식에 간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죠. 그게 삭제된 에피소드의 도입부였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지금은 외전으로 설정란에 이동한 이야기에 그 떡밥이...^^;;
그 에피소드를 빼지 않았다면 129편과 132편 사이에 10편정도의 다른 이야기가 중간에 끼어들었을겁니다. 안빼면 유영은 관련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완전히 삭제한건 아니라 나중에 다른 에피소드로 넣으려 생각중이에요. 물론 그땐 내용이 조금 바껴서 분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지 않을까요...
날카로운 비판과 조언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루시크 // 아닙니다! (단호)(진지)(엄격)
파멸의아리아, (魔皇笑)地獄音 // 물론 그러면 읽으시는분들은 할 말이 없겠지만, 찝찝하고 이해안가는 기분이 남겠죠 ^^; 글쟁이는 그 부분을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