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32화 (132/517)

00132  화연의 복귀, 그리고....  =========================================================================

“화연이는 딸이 아니야. 내 클론이지.”

…….

“…….”

-…….-

여사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나와 화연이는 물론이고 프랑마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우리는 여사님의 차를 타고 방배동의 여사님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냐고 여사님한테 몇 번 물어봤지만 입을 꼭 다물고 고개만 도리도리 저으셨다.

오히려 나한테 회복 능력을 어떻게 쓸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시다가 그 모습에 화연이 짜증을 내면서 다가가려 하니까 여사님은 사색이 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완벽한 보안 장치가 된 곳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거라며 내게 도움을 바라는 눈빛을 보내시길래 나는 화연이의 손을 잡아당기며 다시 물었다.

“그곳이 여사님의 집 수련장이에요?”

“으응. 그곳은 능력자 연합의 측정 감별 층과 똑같은 재질로 지어져서, 외부 전파는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곳이야.”

여사님은 설명하면서도 내가 화연이의 손을 잡아준 게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방금전까지 사색이 돼서는 부들부들 떨었으면서….

화연이는 여사님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여사님의 팔을 잡고 반쯤 잡아끌다시피 하며 지하 수련장으로 내려갔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집사 할아버지한테는 묵례만 살짝 하며 빠르게 지나쳤을까.

집사 할아버지는 꾀죄죄해진 여사님의 모습에 놀란 눈이 되셨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어서 오십시오. 정서하 님.”

“편하게 서하라고 부르셔도 돼요. 오늘은 조금 일이 있어서, 수련장에는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해주실 수 있으세요?”

“…알겠습니다.”

어쩐지 이름만 부르라는 건 받아들이지 않으신 거 같다. 으음, 자신의 직업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어서 손님으로 온 사람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걸까?

“서하!”

저쪽에서 화연이가 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집사 할아버지한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가볼게요.”

집사 할아버지는 대답 없이 허리만 조용히 숙여 보이셨다.

“자, 말씀해보시죠.”

화연이한테 반쯤 밀쳐져 철퍼덕하고 모로 넘어진 여사님은 한 손으로 눈을 가리는 척 훌쩍훌쩍 입으로만 울기 시작했다.

“…화연이는 그러지 말고 있어 봐.”

그런 여사님의 모습에 발끈하면서 다가가려던 화연이를 제지하고 여사님의 앞에 주저앉아 입을 열었다.

“여사님이 하신 행동과 말투를 봐서는, 여기까지 우리를 데려와서 하려는 이야기가 평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말씀해주세요.”

여사님은 내 모습을 잠시 올려보다가 한숨을 폭 쉬시더니 벼락을 맞고 이리저리 뒹굴면서 엉망이 된 머리를 손으로 다듬으신다.

그 태평한 모습에 화연은 울화가 치미는지 안절부절못하는데 저런 청순 소녀 코디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좀….

“화연아. 지금 여사님의 심리전에 말리고 있는 거 아냐?”

“…!”

“에휴!”

내 말을 들은 화연이는 입을 꼭 다물고 표정을 굳히며 내 뒤에 서서 여사님을 내려다보기 시작했고 여사님도 내 말을 듣더니 다시 한숨을 푹 내쉬셨다.

잠시 자기 손바닥을 내려보신 여사님은 원피스 치마를 들어 올려(이때 화연이가 발길질할 뻔했다.) 하얀 끈팬티를 훤히 드러내시더니 원피스 안감에 손을 쓱쓱 닦고서 내 뺨을 어루만졌다(이때도.).

“이러니까 우리 서하한테 안 빠지고 어떻게 버티니?”

흙투성이 공주님처럼 엉망인 모습으로 상냥하게 웃으시는데 어쩐지 가면이 벗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연이는 딸이 아니야. 내 클론이지.”

…….

-…….-

여사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나와 화연이는 물론이고 프랑마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딸이 아니라 클론이라니? 복제인간이란 말이야? 복제인간은…. 왜? 뭐 때문에?

여사님 본인은 미사일을 제외한 현대 과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C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에 재생 능력과 면역 강화를 가지고 있으시잖아? 생물 독이든 광물 독이든 질병이든 거의 통하지 않는 몸이신데?

아니, 그것보다…. 화연이가 여사님의 클론?!

프랑마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멍하니 여사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화연이는…? 뒤돌아 화연이를 올려다보니 여전히 무표정이다.

일단 다시 여사님에게 물어봤다.

“…왜 그러신 거에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우연의 결과였어.”

여사님의 이어진 설명에 의하면, 22년 전 아기를 가지겠다고 결심했을 때, 여사님의 난자를 과배란을 통해 여러 개 채취해 수천억분의 일의 확률을 뚫고 엄선된 정자를 이용, 체외 수정을 시도했다고 했다.

결과는 30회 중 29회 실패.

“그런데 담당의사의 실수로 정자 없이 수정을 시도해버린 하나의 난자가 있었어.”

“…그게 화연이라구요?”

“맞아. 29개의 실패의 원인은 아직도 모르겠어.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정자도 없는 난자가 세포 분열을 시작한 건지도 몰라. 하지만 아줌마는 이런 상황이 되기 위해 화연이가 태어난 거라고 생각해. 만약 화연이가 태어나지 않았다거나, 정말로 평범한 정자를 통해 임신해서 태어났다면, 나는 물론이고 다르게 태어났을 화연이 역시 우리 서하한테 접근하지 않았을 테니까. 아니, 서하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을 테니 애초에 만날 일이 없었을 거야.”

“거짓말하지 마시죠. 그 상황이라고 해도 서하는 능력자로 각성했을 것이고, 그런 서하를 당신은 덮쳤을 겁니다.”

“…칫.”

나는.... 머리가 멍한데 어째 화연이는 별로 충격이 큰 거 같지 않다…. 나만 그런 거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클론이나 복제인간은 드는 비용에 비해 이득이랄지,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들었다.

당사자는 당사자 나름대로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탐탁치 않아 하고, 복제인간도 자신의 원본을 싫어하게 될 가능성도 높은 데다 원본에게 좋은 경우라면 거부반응 0%의 장기 이식뿐인데 그에 비해 나쁜 점은 수도 없이 많거든.

원본을 암살하고 복제인간을 내세운다든가…. 그러니까 여사님이 일부러 클론, 화연이를…. 만들었을 리는 없다는 거다.

화연이가 여사님의 클론…? 그럼 난 여사님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러다가 여사님한테 느끼던 감정이나, 분위기 때문에 종종 화연이랑 착각하곤 했다는걸 깨달았다.

…아무튼 여사님은 어째서인지 난자에서 세포 분열과정 중인 화연이를 보고는 본능적으로 이 아이다 싶어 화연이를 자궁에 착상하고 임신하신 다음 10개월 뒤 출산했다고 하셨다.

“솔직히 조금 궁금하기도 했어. 나와 똑같은 인간이 만약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어떤 모습이 될까. 결과만을 두고 보면 성격적인 부분은 나와는 전혀 다르지만, 재능은 오히려 나보다 더 뛰어나네?”

이게 뭐야….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으려니 여사님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우리 서하는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 같은 건 가질 필요가 없어요. 아줌마랑 화연이는 모녀가 아니니까.”

“역시 그랬군요.”

말을 꺼낸 화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잘됐다는 듯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도 그 점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가족은 닮는다지만 저는 이상할 정도로 당신을 빼닮았으니까요. 복장과 머리 스타일만 똑같이 하면 서하를 제외하고 한눈에 알아볼 사람은 없을 정도로 닮았죠.”

문득 여사님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도 너무 닮은 모습에 클론이 아닐까 생각했었지. 하지만 바로 잊어먹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여사님은,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날 덮친 거였어?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

화연이의 선언에 깜짝 놀라면서 그녀를 올려다보니 이제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제 확실히 결심했어. 난 여사님에게 분열되듯이 떨어져나온 존재야. 여사님의 자궁을 빌려 태어났지만, 그것만으로 어머니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어머니라고 할 수는 없잖아.”

“맞아.”

머리에 뒤집어쓴는양철 바가지를 누군가가 쉴 새 없이 두드린 것처럼 머리가 울리고 아프다. 여사님은 화연의 말에 맞장구를 치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수련장에 붙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 대형 금고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와 나에게 보여줬다.

“이걸 보렴.”

그 종이는 화연이랑, 영은이의…. DNA 구조라거나 염기서열, 그러니까 게놈 지도가…. 동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였다. 그 날짜는 6년 전.

“서하는 어떻게 생각하니? 지금 같은 상황이 모녀 관계로 성립한다고 생각해?”

난 조용히 서류를 내려놓으며 여사님을 향해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 아니에요. 각각 다른 인격체라고요. 화연이는 여사님이 배 아파 낳은 딸이 분명하고, 여사님은 화연이 엄마에요. 그건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인정할 사실이에요.”

“응 맞아. 하지만 화연이는 나고, 나는 화연이지. 우리 서하 말은 윤리상으로 맞는 말이겠지만, 유전학상으로는 틀려. 나와 화연이는 모녀가 아닌 동일 인물이야.”

…여사님의 여사님은 살짝 내 뺨을 감싸고 얼굴을 들게 하더니, 내 표정을 보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우리 서하는 화연이를 사랑하지? 그러니까 아줌마도 그걸 방해할 생각은 없어. 난 그냥 서하 옆에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좋은걸?”

“…아깐 첩이라는 말을 듣고 저항했으면서.”

“호호호. 그야 그냥 같이 있는 것보단 첩이 좋구, 첩보단 처가 좋은 게 당연하지 않겠니? 아줌마가 이럴 수 있는 것도 우리 서하가 화연이를 좋아하는 거면, 날 좋아하는 거랑 마찬가지니까 그런거지!”

화연이는 한숨을 쉬는 내 모습과 웃는 여사님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가는군요. 결정하시죠, 첩이 돼서 부분적이라도 서하의 사랑을 받을지, 아니면 전부 포기할지.”

내 의견은 안 듣는 거야?!

수련장에서 화연이한테 쫒겨나 여사님의 집 2층 거실에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여사님이 올라오시는 게 공간 지각으로 보였다. 그런데….

“여기 있었나.”

…여사님은 화연이 흉내를 내고 있었다. 사늘한 표정과 사늘한 목소리, 사늘한 말투.

“볼일은 끝났다. 이만 돌아가자.”

완전 똑같아!

“…뭐 하는 거에요, 여사님.”

“…여사님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살짝 눈썹을 찡그리면서 내뱉은 말이나 표정이 정말 화연이랑 똑같다…. 공간 지각으로 여사님의 위상력을 체크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도 속았을 거야!!

“절 누구라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끄응…. 어떻게 들켰지? 주한이도 홀랑 속아 넘어갔는데?”

당연히 위상력의 양이지!

완전히 들통났다고 여겼는지 여사님은 표정을 풀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뒤로 화연이가 오면서 말했다.

“결정됐군요. 앞으로 제 말을 거역하는 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저와 프랑, 본처를 섬겨야 하는 첩입니다.”

“칫.”

“…내기한 거야? 내 반응을 두고?”

“그래. 네가 속아 넘어가면 여사님을 우리와 수평적인 관계로. 그렇지 못하다면 수직적인 관계가 되는 내기였다.”

…사기 내기네. 나중에 여사님이 항의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아아. 나도 이제 몰라. 충격적인 이야기를 연달아 들었더니 머리가 복잡하다. 근데 여사님은 몸을 날리더니 내 품에 안겨서 내 가슴에 뺨을 비벼대기 시작한다.

“서하니임~ 소첩의 수청을 받아주시와요~!”

굳은 표정의 화연이는 여사님의 모습에 으르렁거리듯이 말을 내뱉었다. 화연이 뒤에 있던 프랑도 살짝 화난 표정이다.

“…떨어지시죠.”

“어머? 원래 첩의 역할은 놀고먹으면서 서방님의 노리개가 되는 게 본 업무인 걸 모르니?”

“뭡니까 그게!”

“옛날부터 그게 첩의 역할로 정해져 있었어!”

“웃기지 마시고 청와대로 돌아가서 서하를 보호할 방법이나 마련하시죠!”

“흥~! 그건 이미 전~부 처리했거든? 너야말로 서하를 위해 개처럼 뛰어서 돈이나 벌어오렴!”

…될 대로 되라.

그날 후로 여사님도 화연이와 프랑에게 나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고 인증기로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난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고 머리도 아파서 그녀들을 피해 다녔더니 며칠 후 하교 중에 화연이한테 납치당해버렸다.

끌려온 곳은 여사님의 집이었는데 집에는 집사 할아버지도, 경호원도, 메이드 누나들도 없이 여사님 한 분뿐이었다.

그리고 프랑까지 작당한 것처럼 셋이서 날 둘러싸고 말로 설득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설득하고, 몸으로 날 유혹하면서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도 재우지 않고 하는 설득에 짜증을 발칵 내면서 날뛰었더니 화연이가 무력으로 날 제압하고 몸으로 덮치면서 말했다.

“나와 그녀는 동일인물이야.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날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똑같아.”

…그 말에, 결국 침몰해버렸다….

조끼를 입고 10일을 보낼 동안 내 위상력은 9,600이 증가해서 총량이 21,000이 되어 있었다.

그날은 나도 화가 나서 마나 시브를 있는대로 돌리며 하루 종일 내 정액TP를 프랑과 화연이 두 사람의 배 속에 죄다 주입해버렸다.

한 번의 섹스로 두 사람을 동시에 쾌락의 강에 집어 던져버린 나는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TP가 회복될 때마다 화연이와 프랑의 목구멍이랑 꽃잎을 밤이 될 때까지 마구마구 범해버렸다.

자궁에 정액을 있는 대로 부어 넣고, 자궁이 한계까지 팽창해서 더이상 들어가지 않아 목구멍을 범하면서 위장에도 정액을 쏟아부었더니 위와 아래에서 출렁이는 정액에 두 사람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르르 떨어댔다.

두 사람이 임신 8개월만큼 배가 부풀어 오른 모습으로 헐떡거리면서 꿈틀거리는 모습과 파랗게 빛나는 괴물같은 남근에 여사님은 겁을 집어먹고 구석에서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의 원흉인 그녀를 가만히 놔둘리가 없지.  반쯤 이성을 놓고 있던 나는 여사님마저 덮쳐버렸다.

…….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벌거벗은 화연이와 여사님에, 프랑까지 세 명이 똑같이 자지러지는 모습을 TP를 회복시킬 겸 소파에 앉아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사님은 뇌까지 쾌락에 녹아내렸는지 히힉 거리면서 눈물과 침을 줄줄 흘리다가, 산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잡고 기어와 내 발을 손으로 잡아 들어올리더니 발가락을 핥았다.

그 모습을 본 화연이와 프랑도 힘겹게 기어오더니 화연이는 내 다른 쪽 발가락을 핥고, 프랑은 내 남근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녀들에게서 평생 나만을 보며 살겠다는 맹세를 받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을 동시에 굴복시킨지도 3일이 지났을 무렵, 위상석 조끼에 힘입어 학교 수업 중에 드디어 D 클래스로 올라설 수 있었다.

위상력이 25,000이 되면서 D 클래스가 되던 그 순간은 뭐랄까, 정신의 영역이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공간을 손에 쥘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의….

“정서하. 괜찮냐?”

-서하?-

교탁 뒤에 서 있으신 늙으신 수학 선생님이 날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날 보시고 프랑도 옆에서 같이 수업을 듣다가 날 돌아본다.

“괜찮습니다.”

내 대답에 수학 선생님은 "그러냐."하고는 다시 수업을 재개하셨고 프랑의 눈길을 받으며 내 손을 내려다봤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옥상으로 달려 올라가니 뒤쫓아온 프랑이 날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D 클래스가 됐어.”

-역시! 축하드려요!!-

프랑은 D 클래스가 됐다는 내 말에 무척이나 기뻐하며 내 품에 안겨왔다.

“고마워. 이렇게 쉽게 D 클래스가 될 줄은 몰랐어. 이것도 전부 화연이가 위상석 조끼를 구해 준 덕분이겠지?”

흐뭇한 마음에 인증기를 켜서 간단하게 화연이에게 방금 D 클래스로 올라섰다는 문자를 보내고 영은에게도 문자를 보내줬다.

-D 클래스에 올라서신 느낌이 어떤가요?-

프랑은 굉장히 기쁜 표정으로 내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내 손을 꼭 쥐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물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마나 시브는 변한 게 안 느껴지는데, 공간 지각은 조금 변한 거 같아.”

-어떻게 변한 거죠?!-

“음. 지각 범위가 조금 더 늘어서 1.5km가 됐어. 그리고 마치 공간을 손으로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오른손을 펴서 손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눈을 감고 아까 각성할 때 느낀 감각을 떠올려봤다.

…극도로 농축된 기체를 만지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물을 만질 때와는 다른 저항감이, 마나 시브를 집중하지 않은 손으로 프랑의 영체를 만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꼬물거리니 프랑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면서 슬금슬금 나한테서 떨어졌다.

…으음, 어쩐지 위험한 기분이 든다.

아니, 프랑한테 하던 위험스러운 거 말고!

애써 생각을 돌리며 오른손을 난간에 올리,

후웅

…는 순간 내 손에 닿은 난간 일부분이 부스러지며 흘러내렸다.

신촌동과 오야동 둔전동에 걸쳐있는 있는 내 수련장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콘크리트 블럭을 3겹으로 3m 높이까지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철조망을 올린 다음 수련장 전체를 둘러싼 형태였다.

담장의 길이만 10km라던가? 안쪽의 땅은 죄다 갈아엎었고 지붕은 가장 높은 곳은 10m로, 삼각꼴 모양의 지붕을 세워놨다.

수련장의 이곳저곳은 흙을 그러모아 작은 3~4m짜리 높이의 흙 동산을 수백 개 만들어놔서 마나 탄 연습을 할 수 있게끔 해놨다.

띠링.

인증기에서 위상력 측정이 끝나면서 홀로그램 창에 [D class Rare type] 이라는 문자가 떠오르고 화면 한구석에 D 라는 마크가 찍혀 나왔다.

화연이와 영은이에 프랑까지 세 사람은 연회색의 바지 형태 여성 정장을 입고 서 있었는데, 셋 다 내 홀로그램 창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D 클래스 인증 메시지를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D 클래스가 되면서도 새 능력을 얻다니, 역시 서하는 대단하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게 아쉬울 정도다.”

“우후후. 그럼~! 날 굴복시킨 남자잖니? 호호호!”

-서하는 세계 최고의 남자인걸요?-

화연이는 프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영은이 웃고 있는 모습에 살짝 입술을 내밀었다.

“능력은 따로 얻는 시기가 있는 거야?”

“음…. 보통은 E 클래스가 되면 한가지 능력을 추가로 얻게 되고, C 클래스가 됐을 때 하나의 능력을 더 얻게 돼. 나 같은 경우에는 E 클래스에서 재생 능력을 얻었고 C 클래스에서 면역 강화를 얻었지.”

“비슷하게, 나도 E 클래스에서 면역 강화를 얻었지만, C 클래스 때 재생 능력을 얻었단다.”

화연의 말을 들은 영은도 자신의 경우를 설명하며 날 돌아본다.

영은이. 그러니까, 여사님은 그날 이후 이름으로 다정하게 불러달라고 하도 간절하게 요청하길래 결국 이름으로 불러주게 됐다.

아무튼, 영은이는 주말 이후에 다시 모여서 내 능력과 프랑에 관해서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그날 다시 한 번 잡아먹히는 줄 알았지….

어쨌든 영혼석에 대한 것만 빼고 전부 알려줬는데 사람이 정령으로 변했다는 이야기에 심각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 노골적으로 내 아기를 원한다고 눈을 번뜩여왔다가 화연이한테 좀 맞고 프랑한테도 전기에 살짝 구워졌었지.

“하지만 우리 서하는 태생부터가 황족인지 평범한 기준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걸? 처음 각성했을 때부터 G 클래스에 탐색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위상 세계에서 빠져나올 땐 F 클래스, 에너지 이터를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어 E클래스가 됐지? E 클래스 때 공간지각과 마나 시브를 얻었으니, 이 부분은 다른 여타 능력자들과 같지만, D 클래스가 되는 순간 능력이 또 변화를 일으켰다는 건 일반화를 시킬 수 없는 부분이네.”

화연이도 영은의 말을 듣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D 클래스가 되는 순간 공간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었지?”

“응.”

“그리고 쉬는 시간에 옥상에서 그 느낌을 되새기다가, 난간에 손을 얹은 순간 공간이 살짝 흔들리면서 난간이 부스러져 내렸다고 했고.”

“맞아. 난간에 손을 얹기 전까지는 손에 아무런 이상도, 낌새도 없었었어.”

영은은 허리에 손을 얹고 나와 화연이의 대화를 듣더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입을 열었다.

“단순하게 본다면 공간 지각이 공간 조작 능력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겠는걸? 우리 서하는…. 서하?”

…공간, 조작?

영은의 말을, 단어를 듣는 순간 귓가에 화연이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부분이 머릿속에 무한 재생되기 시작한다. "위상력의 본질은 똑같다는 거. 덕분에….", "위상력의 본질은 똑같다는 거….", " 위상력의 본질은 똑같….", "위상력의 본질은…."

빛이 사라지듯이 주변이 까매지고 귓가에 위상력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감는다.

동시에 공간 지각 범위 안의 모든 것이 손에 잡힐 듯이 머릿속에 새겨진다.

화연이와 영은의 몸이 분해되는 것처럼 그녀들의 육체 구조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고, 영혼석 안의 프랑의 혼과 혼에서 이어진 위상력을 품은 영체가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귓가로 사르륵거리는 위상력이 움직이는듯한 소리를 끝없이 들으며 멍하니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으려니 몸 전체에 퍼져있는 위상력이 일제히 머리로 모여들었다.

아.

눈을 뜨고, 이곳저곳에 쌓인 흙 동산 중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흙 동산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그러자 흙동산을 중심으로 마치 물 한 방울 떨어트린 수면처럼 파문이 일어나더니 수미터의 흙동산이 가루가 되어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세 여자는 숨을 격하게 삼킨다.

“이게 공간 조작이구나.”

그리고, 바닥나버린 TP를 느끼며.

기절해버렸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유영은 파트의 끝입니다. 유영은이 처음 등장할때부터 짜둔 이야기였는데 마음에 드셨을런지 ㅠㅠ

히로인 셋이 모였으니 이제 시작해야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