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29화 (129/517)

00129  화연의 복귀, 그리고.  =========================================================================

콕콕, 콕콕.

…으음…? 아, 침인가…. 아 눈부셔.

으어엇?!

벌떡 일어나서 인증기를 켰더니,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시간이 6시 58분!

화연이다!

팔목을 콕콕 찌른 게 문자였어!

[돌아왔다.]

[방금 도착했다. 정리 중이라 바쁘니 오후에 빌딩에서 보자.]

-무사한거 같네요. 다행이에요.-

내가 벌떡 일어나면서 프랑의 잠도 깨웠나 보다. 프랑 역시 내 뒤에서 홀로그램을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 문자가 하나 더 와있네. 제목이 점 세 개? 의아해서 터치했더니 똑같이 화연이가 보낸 메일이었다.

[…]

[서하, 보고싶다.]

“…전화하고 싶은데, 하면 방해겠지?”

-문자라도 보내주는 게 어떨까요?-

프랑의 말에 설레는 마음을 숨기면서 바로 문자 한 통을 작서해서 보냈다.

[일주일 동안 나도 화연이가 무척 보고 싶었어.]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할 말도 많아. 나도 화연이 보고 싶어. 목소리가 듣고싶어.]

글자 하나를 입력할 때마다 가슴에 바늘이 하나씩 박히는 기분이다.

화연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도 기쁘고, 오후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기쁘지만, 기쁜 만큼 여사님의 일이 신경이 쓰이다 못해 걱정된다.

게다가 여사님은 그날 이후로 정말 문자 한 통 안 보내는 게, 오히려 더 신경 쓰이게 만들고 있었다.

나 역시 중 3부터 고3까지 은따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을 제외한 관심을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그냥 적당히 아는 사람이 아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과의 관심.

“…….”

그날, 저택에 도착해서 보여주던 모습에 이것 저것을 조금 깊게 생각하려니 머리가 아플정도로 생각이 엉키기 시작했다.

한숨을 쉬면서 그냥 인증기를 조작해서 여사님에게 문자를 날렸다.

[똑똑]

[여사님 살아있어요?]

내 뒤에서 황망한 눈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는 프랑이 느껴진다.

“아무 연락 없는 지금 상황이 여사님의 수작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바보인 걸까?”

-에휴. 서하는 너무 착해요.-

“아하하하.”

착하다니, 그럴 리가. 프랑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못 하고 있으려니 팔목에서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든다.

[기뻐!]

[우리 서하가 보고 싶지만 꾹~ 참고 있었는데, 먼저 문자를 보내주다니, 이 아줌마 감격했어요!]

“살아있으시네.”

-…그러게요.-

프랑도 문자를 보더니 쓴웃음을 지어버렸다. 어쨌든 오늘이면 결정날꺼다.

…조금 두렵다.

아침 내도록 싱글거리다가 얼굴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다가 다시 싱글거리기를 반복하고 있으니까 누나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왔다.

“화연이가 문자 보내줬어.”

“…에휴. 그렇게 좋니?”

“당연하지!”

내 말을 들은 누나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빙긋 웃으면서 내 머릴 쓰다듬어주고 집을 나섰다.

“아들? 오늘은 아빠랑 엄마랑 한강 종합 병원 의국에 약속이 있어서 좀 늦을 거야.”

한강 종합병원이면, 아빠가 처음 근무했던 병원?

“누구 만나러 가는 거야?”

“응. 엄마 친구가 의국에서 약혼한다구, 그거 보러 가는 거야.”

“알았어. 나도 타임리버 빌딩 갔다 올 거라 좀 늦을 거 같아.”

아빠랑 엄마도 양복이랑 정장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는데 아무래도 병원에서 바로 약속 장소로 출발하실 건가 보다. 그나저나 엄마 친구면 36살인데 결혼이 아니라 약혼이라니, 여러 가지로 대단하네.

“우리도 가자.”

-네.-

엄마랑 아빠가 나가는 걸 보고 나도 휴대폰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8시간 뒤면 화연이를 볼 수 있어.

기대와 흥분과 긴장이 동시에 드는 감각이 신기하지만,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닌 거 같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

…폭력 사건에 휘말려서 관심이 좀 줄어들까 했는데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월요일처럼 미친 듯이 몰려드는 일은 없이 멀리서 관심을 보이…. 아, 저것들 사진부인가? DSLR 카메라를 가져와서 막 도촬하네?!

끄응.

예전이었다면 내 근처에 떠다니는 알몸의 프랑 때문에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였겠지만 요즘은 옷을 잘 입고 다녀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예전이라고해도 영체니까 알몸이 찍힌다고 사진에 드러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있으니까.

오늘의 프랑은 흰색 바탕에 푸른색 물결무늬의 얇은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숏팬츠에 오버니삭스를 입은 모습이라 마치 내 또래의 여자애들처럼 보였다.

정말 옷에 따라 느낌도 달라지는 얼굴에 몸이라니, 여자애들이 프랑을 본다면 자괴감에 땅을 팔 거 같다.

교문에 들어서니 학생회장 이유미가 여전히 곧게 뻗은 포니테일 스타일로 학생 주임 선생님이랑 같이 서 있는 게 보였다.

학생 주임 선생님께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이유미는 무시하고 지나갈랬더니 빠르게 달려와서 내 교복 뒤쪽 끝단을 잡아챘다.

“…놔라.”

“이잉. 선배니이임.”

“유미야.”

“네넵?!”

내가 이름을 부르니 드러난 귀만 빨개지는 게 보인다.

“내 소문은 너도 들었지?”

솔직히 이렇게 귀여운 후배가 달라붙는 건 조금 기쁘긴 하다. 하지만 귀찮은 감정이랑 좋아하는 여자들에게 밀려 순위가 확 떨어졌을 뿐이지.

“네! 블루 지으브븝?!”

금기를 범하려는 이유미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니 눈이 동그래진다. 이어서 놀라 눈이 동그래져 버린 망할 꼬맹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말 똑똑히 기억해둬, 한 번만 더 그 별명을 부르면 그땐 널 부숴버리겠어.”

“후이잉.”

울상을 짓는 이유미를 보고 있으려니 주위에 애들이 놀라서 이쪽을 바라보는 게 보였지만 이내 손을 떼고 돌아서서 걸어가니까 애들도 시선을 돌리고 자기 할 일을 시작했다.

황급히 따라붙는 이유미를 보니 자꾸 정소희가 생각난다.

“내 이름이 뉴스에서까지 흘러나왔잖아? 이제 학생회에 들지 않아도 우리 학교가 유명해졌을 거라 생각하는데?”

“하지만,”

“물론 학생회에 든다면 학생회 이름이 더 알려지긴 하겠지. 하지만 들지 않아도 너희 학생회에서는 내 이름으로 적당히 홍보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야?”

“선배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이유미는 내 옆으로 트윈테일을 휘날리며 종종 다가와서는 날 올려다보며 결의에 찬 귀여운 얼굴로 말했다.

“선배님은 최초의 남매 학생회 임원이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마치 너희 남매애는 지극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접근한 이유는 저걸 빌미로 다가온 거구나.

“맘에 들어.”

하지만 그런 히든카드는 불시에 꺼내며 상대방을 당황하게 해야지. 단독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져요.

“그럼!”

“그래도 학생회에 가입하는 건 귀찮아. 앗, 본심을 말해버렸다.”

“이잉?!”

국어책 읽기로 말했지만, 이유미는 그 부분을 눈치 못 챈 건지 귀찮다는 말에 한껏 경악해버린다. 쫓아오는 것도 잊을 만큼.

여전히 러브레터로 가득 찬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꺼내 신은 다음 교실로 올라가려니 여기저기서 찰칵거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휴대폰의 사진 촬영음이 들린다.

“어서 와 서하야.”

그저께 오후에 수유리가 블루 지니어스라는 별명을 웃으면서 말하길래 발칵 성질을 내버렸다. 물론 그 뒤에 사과하면서, 그 별명은 안좋아한다고 했고 그 뒤로 우리 반에서 내 별명은 금기가 돼버렸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별명을 막아가면 언젠가 지구상에서 내 별명이 사라지진 않을까?

“응.”

수유리의 인사를 받으면서 자리에 앉으니 먼저 와있던 김창현이 돌아보며 "어서 와라." 하고는 다시 태블릿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건가? 강소라도 조민호도 아직 도착 안 한걸 보면 내가 조금 일찍 도착한 거 같다.

“서하는 공부 안 해?”

“…일단 암기식으로 준비하긴 했는데 반쯤은 포기 중이야.”

이상하게 대화를 하는 거라면 괜찮은데, 시험용으로 서술하는 건 글이 막힌다니까. 그나마 교과서를 외웠으니 주관식이랑 객관식으로 평균점수는 나오겠지?

“크으~.”

강소라의 자리에 앉은 수유리와 나의 대화에 김창현도 한숨을 쉬며 돌아앉았다.

“우리 학교 시험은 진짜 너무하지 않냐? 주관식 문제가 7할에 서술형까지 있다니, 대학교 시험도 아니고 말이지.”

“아하하. 대신 시험은 1년에 2번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더 죽어라 공부해야하잖아! 이사장님이 밉다!”

나도 밉다. 여러 가지로.

점심을 추천 메뉴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한고은과 강소라의 강력한 추천으로 버섯 해물 칼국수를 시켜봤다.

“…굉장한데?”

버섯과 미나리는 탱글탱글 아삭아삭 식감이 살아있으면서도 간이 절묘하게 배어있고 얼큰한 국물에 칼국수 면은 따로 삶았는지 특유의 텁텁하고 걸리는 맛이 하나도 없다!

진짜 맛있어서 후루룩 마셔버리기에는 아까워 애들이랑 비슷한 속도로 먹고 있으려니 한고은이 입을 오물거리다가 말했다.

“서하는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거 같던데, 좋은 일이라두 있어?”

“여친이 돌아왔거든.”

“““““…….”””””

음, 곧 12시 반이군. 나는 먹는 속도를 올려 순식간에 국물 한 방울까지 흡입해버리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갈게. 화연이한테 전화 해봐야겠어.”

“아, 응.”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밀어 넣고 식판을 챙겨 나오니 뒤에서 강소라의 말이 들려왔다.

“서하는 10년 정도 뒤에 진짜 거물이 되는 거 아냐~?”

“지금도 거물인 거 같은데?”

“아니야~. 지금은 그냥 쪼끔 무심한 우리 또래 같은걸~.”

애들한테는 전화 해야 한다고 하면서 나왔지만, 막상 옥상 정원의 구석에서는 화연이한테 전화를 걸까말까 고민했다.

인증기를 만지작거리다가 프랑을 올려다보니 프랑은 그냥 살풋 웃기만 했다.

“…….”

그래, 아직 바쁠 거야. 내 감정을 되돌아봐도 일주일간 못 본 것에, 여사님의 일까지 겹쳐서 조바심을 내는 거 같으니까.

인증기를 종료하고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기분을 애써 다스리면서 수업을 마치고 타임리버 빌딩에 향하고 있으려니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는 기분이라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는다.

-괜찮아요. 진정하세요. 제 예상이긴 하지만 화연은 서하를 이해해줄 거에요.-

“으응.”

단순한 이해만으로 끝나는 건 싫다. 이해는 해주겠지만 화연이가 감정을 남기는 건 싫다구.

타임리버 빌딩에 도착해서 목에 출입증을 걸고 정문으로 들어가는데 평소보다 더 분주한 모습의 홀이 보인다.

공간 지각으로 보고 있는 빌딩의 지하에는 수많은 사람과, 조금 과장해서 작은 언덕만큼 쌓인 이형종의 부산물이 보이는데 여러 사람이 화물 엘리베이터를 오가면서 부산물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저것들이 화연이가 레이드하면서 획득한 보상인가보다.

밀폐되고 뭔가 알 수 없는 재질로 빈틈없이 꼼꼼히 덧씌워진 위상석이 여러 개가 보이고 뭔가의 뼛조각이나 가죽, 원통형의 유리병 안에 뭔가 세포 조직이랑 눈알 같은 게 들어있는 것도 있었다.

특히나 위상석은 검붉은 무언가에 완벽하게 감싸여있었는데 위상력이 전혀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저게 누나가 말했던 봉인 조치인가? 그중 가장 큰 위상석에는 위상력이 21만이나 있었는데 지금 상위급 위상석은 유통 이익. 즉 프리미엄이 60%정도 붙어서 1 TP당 160만 정도에 거래 된다고 하니까 저거 하나에 3,360억 짜리?!

비, 비싸다....

그 외에도 위상석이 중상위급부터 중하위급까지 다양하니까 저게 한 번의 레이드로 벌어들인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위상석 전부만 합쳐도 5천억이 넘는 돈이 된다!

…무시무시한 가격이야. 저번에 이혜령 부장이 내 계약금은 1번의 위상 세계 수입 정도라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아무튼, 화연이랑 이혜령 부장이랑 울 누나는 19층의 화연이 집무실에 모여있었는데 수백 장의 서류 더미와 반대쪽에 수십 장의 서류 뭉치를 두고 열심히 뭔가 적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비어있는 능력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빌딩 입구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달리이잉~~!”

아, 역시 소피아다.

…? 달링?

산뜻한 흰색 오피스 레이디 룩의 소피아는 외출했다 돌아오는건지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빌딩 안으로 들어서더니, 곧장 "달링~!" 이라고 외치면서 진한 금발을 휘날리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소피아한테 남친이 있었나? 주변을 휙휙 둘러보는데 빠르게 달려온 소피아는 덮치듯…이?! 나에게 몸을 날렸다!!

달링이 나였어?!

“껴안지 말아요! 놔요. 좀!”

“아잉~! 너무 매정한 거에요, 달링은!”

“누가 당신 달링이야!!”

기겁할만한 소리 하지 마! 사람들이 경악하다 못해 분노하려고 하잖아! 아 쫌! 더듬지 말라고!

“좀 놓으라고! 이 아줌마야!”

“꺄앙~!”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 등이나 허리 엉덩이를 음흉한 손길로 더듬는 소피아의 손을 잡아서 밀쳐버렸더니 과장된 몸동작으로 중앙 홀의 바닥에 나동그라져 버렸다.

“흑! 너무해~요! 월요일도! 화요일에도! 소피아를 만나러 와주지 않았으면서!”

아오…. 진짜. 생각보다 좋은 향기가 나서 깜짝 놀랐잖아.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져 버렸더니 이마에서 땀도 나는 거 같다.

손수건을 꺼내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소피아를 노려봤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요. 소피아한테 따질게 한가득하니까 일단 저랑 같이 보스한테 가죠.”

스포라이트를 받는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잉잉거리는 소피아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날 찢어 죽일듯한 게, 아무래도 "보스와 사귀면서 소피아 님한테까지 손을 뻗었냐 이 축생!!" 같은 생각을 하는 거 같다.

“넹? 소피아한테 뭘 따진다는 거예요?”

소피아는 벽 안의 큰 눈을 귀염 돋게 깜빡깜빡하는데, 어쩐지 얄미워져서 때려주고 싶어졌다.

“아무튼 따질게 한가득….”

그때 소피아의 뒤쪽에 위상력이 100만 정도인 2명의 여자와 2명의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얼마 전에 본 끝이 약간 붉은색으로 물든 사이드 테일의 베이글녀였다.

남자 한 명도 안면이 익숙한 게 위상력과 위상력 타입을 보니 예전에 만났던 헤비메탈 복장의 신체 강화 남자였다.

4명 모두 팀장급인가?

네명은 회색 정장 비슷한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저게 혹시 타임리버 정복인가?

“후후. 보스의 연인이시면서 소피아 씨에게도 손을 뻗치신 건가요?”

그중 처음 보는 여성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가슴께까지 내려오는 풀어헤친 롱헤어는 신기하게도 머리카락의 끝이 옅은 녹색에 물들어 있었는데 몸도 얼굴도 그렇고 복장도 조신한 모습이 무척이나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여성이었다.

나이는 대충… 30대 중반 정도 되려나? 그녀는 조금 감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베이글녀는 저번처럼 죽일 듯이 날 노려보고 있었지만, 적개심이나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 게 신기하다.

“이 금발 푼수 아줌마가 멋대로 달라붙는 거에요!”

나한테 살짝 기대오려는 소피아를 힐끔 보고서는 팔을 놔버리니 "꺅!" 하면서 비틀거리다 넘어지려고 했다.

“푼수라니이이이! 서하 군은 리얼충이면서!”

이내 발딱 서면서 나한테 항의를 보내는데 무시하고 말을 걸어온 롱 헤어의 여성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정서하에요.”

“안녕하세요? 2팀의 팀장인 김가민이에요. 잘 부탁해요, 감지 능력자님.”

눈웃음을 지으며 김가민은 나한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는데 나도 머뭇거리다 손을 내밀어 살짝 악수했다.

“흥!!”

그 모습을 김가민의 뒤에서 지켜보던 베이글녀는 콧물이 튀어나오진 않을까 걱정될 만큼 콧소리를 세게 내면서 고개를 팩 돌려버렸는데 김가민은 조금 당황하면서 베이글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두 여성 뒤에 서 있던 남자들은 이제 자기 차례라는 듯이 앞으로 나섰는데 먼저 다가온 사람은 전에 봤던 헤비메탈 남자였다.

“아하하…. 전에 한 번 뵀었죠? 반갑습니다. 김충식입니다!”

여전히 머리의 1/3은 레게처럼 줄줄이 땋고 나머진 반대쪽으로 늘어트린 머리카락이었는데 얼굴에 피어싱이 없는 걸 보면 다 빼놨나 보다.

복장도 평범하게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화연이를 보러 올라가는 건가?

“안녕하세요.”

그런 김충식에게 마주 인사해주며 그 뒤로 눈길을 돌리니 김충식의 뒤에는 마찬가지로 120만이 좀 넘는 신체 강화자가 서 있었는데 30대 중반의 무예가라면 이런 분위기일 거 같은 짧은 스포츠머리의 잘생긴 남자가 날 보며 고개를 까닥 숙였다.

“아, 이쪽은 6팀의 김태풍 팀장입니다. 저는 4팀의 팀장이구요. 김 팀장님은 묵언 수행 중이시니 이해해주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는 김태풍 6팀장은 표정도 별로 없고 거기다 말수도 없어 보인다…. 나도 마주 고개를 숙여주니 옆에서 김가민 2팀장이 베이글녀의 팔을 잡으 끌며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어휴. 정서하 씨? 이 아이는 유민희에요. 3팀의 팀장이랍니다. 보스의 진성 팬인데 서하 씨가 보스와 사귄다는 이야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니 이해해주세요?”

아, 그랬구나.

“그러니까, 보스한테 구출 받았다는 분들이시죠?”

“어머. 그 이야기까지 들으셨나요? 후후후, 맞아요. 저희 둘과 1팀과 10팀의 박초롱, 현지 자매까지 해서 넷이랍니다.”

김충식 4팀장과 김태풍 6팀장은 김가민 2팀장이 나서서 이야기를 시작하니 유민희 3팀장이 서 있는 곳까지 물러나 버렸다.

순간 서열 순으로 1팀부터 10팀까지 나눠져있는건가 했는데 1팀장인 박초롱?'이라는 여성의 이름을 그냥 불렀지? 그걸 보면 서열순은 아닌가 보다.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며 나를 포함한 6명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니 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도 우릴 따라 움직였다.

소피아는 계속 툴툴거리면서 구시렁거리고 있었는데 나도 살짝 화난 표정으로 소피아에게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저하고 보스에 관한 소문을 회사 내부에 다 퍼트렸다면서요? 혜령이 누, 아니 이혜령 부장님한테 다 들었어요.”

내 말에 남자 둘은 물론이고 김가민과 유민희까지 눈이 동그래지면서 날 바라본다.

“령언니에게 누나라고 부르다니?! 대체 무슨 일이, 꺄부붑!”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막 퍼트리냐는 거에요. 그리고 연합 쪽에 이야기를 흘린 것도 소피아죠?”

“후부부흐히잉?!”

다른 쪽으로 말을 돌리려 하는 소피아의 볼살을 엄지와 검지로 잡아서 쭈욱 늘리며 조곤조곤 말을 꺼내니 울상을 지으면서 내 손을 두드려댄다.

============================ 작품 후기 ============================

1화부터 11화까지 수정이 끝났네요. 일부러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잡담이지만 이번 110화부터 130화까지는 조금 전개방식에 문제가 있었던거 같네요. 다음에 다른 이야기를 쓸때는 참고해야겠습니다 >_<;;

충격을 주고 후반에 설명하는 방식은 초반 충격이 심하면 거부감을 느끼고 떠나버릴 수 있다는건 생각도 못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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