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8 비오는 날. =========================================================================
보통 싸움이 나면 당사자 둘 다 데려가는 게 보통 아닌가? …뭐,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강주찬의 주먹에 맞은 뺨은 약간 붉어진 수준이었지만 그것마저도 곧 사라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 녀석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전에도? 전에도, 라니, 내가 그 녀석과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
잠시 2학년 때를 떠올려봤는데 아무 기억도 안 난다. 1학년 때는 나도 누나한테 휘둘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1학년 같은 반 애들은 몇 명 밖에 생각 안 날 정도니까.
“강주찬이랑 무슨 일 있었어~?”
2교시가 끝나고 조금 소란이 가라앉았을 때 강소라가 책상에 상체를 옆으로 돌려서 신기하게 엎드린 상태로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김창현도 돌아앉으며 날 바라보고 조민호나 다른 애들도 내 쪽을 바라보는 게 보인다.
“나도 마지막에 들은 말이 신경 쓰여서 생각해봤는데, 2학년 때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어. 1학년 때는…. 누나한테 이리저리 휘둘리느라 반에 대한 일은 거의 생각 안 나고.”
어느새 다가온 수유리랑 한고은이 조금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한고은이 입을 열었다.
“강주찬은 나랑 수리랑 2학년 때 같은 반이었거든. 그땐 성격도 밝고 좋아서 애들도 다들 좋아했었단말야. 저렇게 화나서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처음 봤어.”
“2학년 초기에 굉장히 활발하게 아이들한테 다가가고, 조금 과장된 몸짓으로 아이들을 웃기려고 하길래 나도 좋게 봤었는데….”
“흐음~? 근데 올해는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은데~?”
“그럼 1학년 때 뭔가 일이 있었다는 거구만. 어이~! 너희들 중에 1학년 때 서하랑 같은 반이었던 녀석 있냐~?!”
김창현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반 애들을 돌아보며 외쳤는데 몇 명이 날 보는 게 보였다.
“야, 최학주! 너 서하랑 같은반이었냐?”
헐. 반 애들 이름 다 기억하는 거야? 김창현한테 지목당한 아이는 소심해 보이는 조금 귀염상인 남자애였는데 자기가 지목당하니까 화들짝 놀라버린다.
“야 김창현! 니가 그러니까 애가 겁먹잖아!”
한고은은 김창현의 등을 철썩 소리 나게 치더니 어버버하는 최학주의 팔을 잡아끌고 왔다.
김창현보다 너한테 더 놀란거같다야.
“말해봐. 학주 너 1학년 때 서하랑 같은 반이었어?”
“으응.”
그러자 주변에 모여있던 애들이 김창현을 보고 "호오~." 하면서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김창현도 그 시선을 받고 으쓱하더니 입을 열었다.
“1학년 때 서하에 대하서 뭐 아는 거 있냐?”
“그, 주찬이가 저렇게 화내는 건 서하때문인게 맞아아….”
그러면서 내 눈치를 살펴본다. 나 때문이라고? 난 아무 기억도 안 나는데?
내가 살짝 눈썹을 들어 올리니 최학주가 움찔해버린다.
“아, 화 안 났어. 정말 아무 기억이 안 나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기, 기억 안 나? 너랑 강주찬도 같은 반이었잖아….”
최학주의 말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내가 저놈이랑 같은 반이었다고?
“계속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그게….”
떠듬거리면서 말을 꺼내는 최학주의 말을 종합해보면, 강주찬은 2학년 때의 모습이 제 모습이라는 듯 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의 첫 반에서 아이들과 한껏 친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4월 야외 수업을 앞뒀을 때 혼자 외따로 떨어져 있던 나한테 다가와 같이 놀자면서 권유를 했다고 했다.
“그, 근데 서하 너는 강주찬이 내민 손을 쳐내면서…. 그런 쓸데없는데 기력을 쓸 바에는 공부나 더 하라고….”
…….
애들의 멍한 시선이 나한테 향하는 게 보인다.
“그,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 당, 당하니까 주찬이도 얼굴이 붉어지면서, 조금 소심해졌는데, 야외 수업 당일에도 다시 너한테 궈, 권유했지만 똑같이 거절당해버려서, 애들한테도 주찬이가 웃긴 애라고 찍혀버려서….”
어쩐지 애들의 시선이 차갑다…. 프랑도 날나무라는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 뒤로 주찬이도 은따 비슷하게…. 됐었어. 친해진 애들두 다 떨어져 나가구.”
“…그때라면 누나한테 무시무시하게 휘둘리고 있었을 때였구나. 그때는 머리도 복잡하고 누나의 높은 평판 때문에 오히려 내 평판이 더 떨어지던 때라서 좀 신경질적이었었어.”
내 말을 들은 최학주도 날 힐끔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그땐 선배들이 일부러 서하를 찾아와서 보고 갈 정도였으니까….”
“하아. 그러니까, 1학년 때 거절당한 원한이랑 1학년 학창시절을 망친 원한이 3학년 때 다시 만나면서 터져 나왔다 이거구만.”
김창현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뒷머릴 신경질적으로 긁적이면서 한숨을 쉬었다.
“나, 난 가볼게에?”
“어, 고마웠다.”
최학주는 김창현의 말에 아니라는 듯이 두 손을 젓다가 황급히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그래도 동생이 휩쓸린걸 서 하 탓으로 돌리고 폭력까지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수유리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는데, 그건 다른 여자애들도 똑같은 거 같았다.
“감정적으로 변한 상태에서 그런 게 눈에 들어오겠냐. 원한이 쌓인 상태에서 감정이 격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가는 거지. 솔직히 우리도 서 하 근처에 없었다면 그 6명에서 숫자를 보탰을지 누가 알아.”
그에 반해 남자애들은 김창현의 말에 공감한다는 표정이다.
시선을 돌려 비를 뿌리는 꾸무룩한 회색 하늘을 올려다보니 지금 내 심정이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괴와 혼돈 같은 점심시간을 겨우 끝내고 5교시를 시작할 때까지 강주찬은 교실로 돌아오지 못했는데, 대신 학생 주임 선생님과 학생회 임원 몇이 교실로 들어왔다.
“곧 수업시간이지만, 교내 폭력사건 때문에 잠시 시간을 뺏으마. 정서하?”
“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모두 녹음이 될 거다. 선생님이 몇 가지 질문을 할 텐데 솔직하고 가감 없이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역시 나 때문인가. 학생 주임 선생님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셨다. 처음 강주찬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 왜 강주찬이 화를 냈냐, 강주찬을 어떻게 생각하냐.
별 이야기는 안 나눴다, 1학년 때 있었던 트러블에 원한이 쌓인 게 오늘 내 행동에 터진 거 같다. 나쁘게는 생각 안 한다.
무슨 행동을 했냐고 물어보길래 순순히 말해줬더니 학생 주임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강주찬이 한 이야기와 똑같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너에 대한 처벌 같은 건 없을 거다.”
“그럼 강주찬은요?”
내 질문에 꼬장꼬장해 보이는 학생 주임 선생님은 잠시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교사 회의를 통해 결정 날 테지만 최하 정학, 최대 퇴학이 될 거다.”
퇴학이라는 이야기에 주위 애들이 술렁거리는 게 느껴진다.
“제 의견이 회의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나요?”
“…말해보거라.”
“고작 뺨 한 대 맞았는데 퇴학까지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있는 손은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게 교장 선생님의 생각이시다. …하지만 회의 때 네 말대로 말을 꺼내보마.”
학생 주임 선생님은 교실 밖에 서 계신 5교시 수업 선생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되돌아가셨다.
우리 학교에서 퇴학당한다면 다른 어지간한 학교에서도 안 받아줄 텐데….
“멋진데~.”
강소라는 빙글빙글 웃으며 날 보며 말했고 김창현도 날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고작 뺨 한 대에 퇴학이라니, 말도 안 된다.
결론적으로 강주찬의 처벌은 일주일 정학으로 결정 났다.
강주찬의 집에서 항의라거나 뭐 그런 게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중후한 외모와 푸근한 미소를 중년 부부가 화요일에 학교에 찾아오더니 나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건네셨다.
“저희 아들을 구해주시고, 폭력을 휘둘렀는데도 선처를 제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굉장히 정중한 모습에 나도 당황해서 마주 허리를 숙이며 아니라고 했다.
“비록 한 아이가 다치긴 했지만, 점점 상태도 호전되고 있고, 주찬이도 정신을 차리고 주먹까지 휘두른 자신을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서하 씨가 아니었다면 그 녀석마저 소울 리퍼에 휩쓸렸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정학이 끝나면 본인이 스스로 사과하겠다고 전해주셨다. 직접 사과하겠다고 전해 달랬다나?
이성을 잃고 주먹을 휘두를 정도였는데, 정신을 차렸다고? 뭐….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이런 분들이 부모님이시라면 가능하려나 싶다. 자기 지난 행동을 되돌아보고 반성했다는 건가?
뭐 담주 월요일이 되면 알게 되겠지.
“그래도 일주일이라니~, 난 한 달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한고은은 강소라의 나른한 모습을 힐끔 내려다보고는 다시 날 보며 입을 열었다.
“일주일이라도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니까 나중에 커리어에 조금 지장이 생길 거야. 폭력을 휘두른 대가는 받게 되는 거지.”
“주찬이는 의약 회사의 사장님의 장남이잖아. 어차피 자기 회사 물려받을 텐데 상관없지 않아?”
“뒷일은 어찌 될 지 모르는 거지~, 서하가 앙심 품으면 회사 하나 망하는 건 순식간일껄~?”
“날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강소라의 폭언에 항의했더니 키득거리면서 고양이처럼 빙글빙글 웃었다.
“당연히 똑같이 뺨 한 대 날려주는 걸로 끝이지!”
이어진 내 말에 강소라는 물론이고 한고은과 수유리까지 멍해지는 게 보였다. 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걸 좋아한단말야.
물론 이무기는 빼고.
비가 그치는 거 같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먹구름이 서서히 옅어지며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쬐이는게 보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위상력이 10,700까지 올라있었다.
-와아. 일주일 만에 6,500 TP 이상 올랐네요? 위상석 조끼 효과가 대단한 거 같아요.-
“나도 놀랐어. 조금씩 몸 안의 위상력이 진해진다고는 생각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냈는데도 이렇게 오르다니. 돈만 있으면 생각보다 위상력을 올리기 쉬운걸?”
-후후.-
뭐 그것도 자질이 높을 때의 이야기지, 최수한처럼 자질이 D 클래스 초입이라면 아무리 위상석이 있다고 해도 위상력을 쌓을 수 없으니까.
마나 시브로 위상력을 전신에 집중하니 몸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한다.
…옛날 영화 중에 닥터 맨하탄이라는 온몸이 파란색으로 빛나는 근육질 대머리 남자를 봤는데 그게 생각나는 건 왜일까.
황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프랑에게 두 팔을 벌렸더니 환한 표정을 지으며 내 품에 안겨왔다. 그러면서 내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는데 눈에 물기가 약간 차오르는 게 무척이나 행복하고 감동스러워보인다.
프랑은 집에 있을 때는 날 위해 옷을 벗은 채 있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욕망이 일어났는데 지금처럼 전신에서 프랑의 감촉을 느끼고 있으니까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정말 참기가 힘들다.
참기 힘든 욕망을 두 손으로 프랑의 찰떡같은 엉덩이를 한번 콱 움켜쥐는 걸로 분출했더니 -아응-하고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프랑의 이마와 콧잔등에 살짝 키스를 해주고 놓아줬더니 프랑도 조금씩 욕구불만이 쌓이는지 입을 살짝 삐죽이는 표정이 보였다.
마나 시브를 집중한 채 누나 방의 전신 거울 앞에 서니 옷으로 가려진 부분은 희미한데 피부가 드러난 곳은 예외 없이 파란 빛이 흐르고 있었다.
“…….”
어쩐지 비인간적으로 보여서 집중한 마나 시브를 풀어버렸다.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이라거나 시간 날 때 틈틈히 인증기를 통해 이것저것 검색해봤었는데 속성 타입 능력자들은 몸 안의 위상력이나 TP를 움직이진 못하지만, 몸 밖으로 빠져나온 능력화한 TP들을 조종하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조종 능력이 극에 다다르면 전신을 불로 감싼다든가 바람으로 몸을 띄우고 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바람처럼 날아다니고, 땅속을 마음대로 움직인다던가 물속에서도 숨 쉴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그런 능력들은 어째 있을 법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부분 집중은 괜찮은데 전신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파랗게 빛나는 건 어째서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마나 시브를 풀어버리자 프랑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길래 프랑의 굴곡진 아름다운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밀착하며 프랑의 입술을 농락했다.
농후한 키스를 나누며, 손을 프랑의 등 뒤로 돌려 항문에 검지를 살짝 삽입했더니 눈을 크게 뜨며 몸을 뒤틀기 시작한다.
영체니까 더러운 것도 없을 텐데?
나는 프랑을 못 빠져나가게 팔로 허리를 감싸고 입안에 내 혀를 집어넣어 프랑의 혀를 농락하면서…. 삽입된 손끝에 TP를 살짝 뽑아봤다.
-~~!!-
파르르 떨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 처럼 가슴이 급격하게 오르락거리다가 두 손을 돌려 내 등을 꼭 감싸 안았다.
후우. 욕구 불만인 거 같으니까, 난 뭐 참는다고 치고 누나랑 엄마 아빠가 올 때까지 잔뜩 괴롭혀줄까?
오늘 낮에 강당에 있었던 원한이 살짝 생각나 버려서 음흉한 웃음을 지으면서 눈꼬리에 눈물 한 방울씩을 매달고 있는 프랑에게 중얼거렸다.
“강당에서 날 보고 막 웃었지? 후후후. 부모님이나 누나, 둘 중에 아무나 빨리 오라고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울상을 지으면서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벌리려는 프랑의 앵두 같은 입술을 다시 덮치며 프랑의 전신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프랑의 가슴은 어째 만져본 적이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이 기회에 샅샅이 만져봐야겠다.
“무슨 좋은 일 있어? 기분이 좋아 보이네.”
부모님이랑 누나도 평소보다 두 시간은 늦게 도착한 데다 식재료도 동이 나버리고 시장도 못 봐온 바람에 저녁은 배달 음식을 먹기로 했다.
간만에 피자랑 치킨에 버거퀸에서 햄버거까지 시켜 먹었는데 오랜만의 패스트푸드라 그런지 진짜 맛있었다.
“내일 화연이 오잖아.”
물론 진실은 내 손에 희롱당하면서 수십 번 오르가슴에 오르다가 결국 기절해버린 프랑한테 있지. 비록 육체적인 쾌락은 느끼지 못했지만, 정신적인 가학심은 아주아주 훌륭하게 충족시켜서 매우 만족스럽다.
프랑이 암만 조수를 뿌리고 애액을 뿜어내면서 눈물과 침을 흘려도 잠시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니 방 정리할 필요가 없으니까 진짜 내 맘대로 마음껏 괴롭혔다!
물론 화연이가 돌아오는 것도 기쁘다. …큰일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어휴. 화연이가 그렇게 좋아?”
“좋은데? 암튼 화연이 내일 몇 시에 와?”
엄마는 드라마를 보다 말고 나랑 누나의 대화를 듣더니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누나도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침에 7시에 복귀할 거야.”
-담주 월요일부터 슬레이트 지붕 덮는 공사를 시작할 거야. 높이는 10m야. 네가 원하는 대로 임시로 조립해서 만드는 방식으로, 군데군데 흙더미도 쌓아두는데 괜찮아?-
“그런가. 일어나서 바로 전화해봐야지.”
-응. 지붕은 비바람이 불어서 날아가거나 하지만 않으면 돼.-
“…일찍 전화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어쩐지 화연이가 먼저 전화할 거 같아.”
-공사 기간은 일주일 잡고 있어.-
-응. 고마워.
하아~. 연습장 완성되면 수련 시작할 수 있겠다. 으음….
“엄마, 누나.”
아빠는 서재에서 논문 쓰고 있으니까 패스.
“응?” “불렀니?”
“나 독립하고 싶다고 하면 허락해줄 거야?”
““안돼!!””
…생각도 안 하고 안된다고 하네! 엄마는 이유라도 물어볼 줄 알았는데.
이유도 묻지 않는 모습에 입맛을 다시고 있으려니 엄마가 잠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가 입을 열었다.
“화연이랑 합방하구싶거든 집에서 하….”
“엄마!! 무슨 말 하는 거야!”
“아유! 애 떨어지겠네! 왜 소리 지르고 그러니!”
엄마는 누나가 빽 하고 소리치니 화들짝 놀랬다가 누나의 등을 찰싹 때렸다.
“아야! 쟨 아직 아긴데 하, 합방이라니! 말도 안 돼!”
“누가 모태솔로 아니랄까 봐 머리 굳은 거하곤. 쯧쯧.”
누나는 엄마의 혀 차는 소리에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따지기 시작하는데 엄마도 지지 않고 땍땍거리니 모녀 입심 대결 2회차를 시작할 조짐이 보였다.
프랑도 곧 일어나려는지 몸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니까, 방으로 돌아갈까.
엄마는 엄마의 특권인 찰싹 때리기로 누나의 팔이나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리니 누나는 입으로 말하랴 엄마 손을 막으랴 정신이 없어 보인다.
방으로 돌아와서 다리를 쭉 편 다음 프랑의 머리를 내 허벅지에 올려놓고 슬슬 이마를 쓸어주고 있으니 곧 환한 빛을 뿜어내고서는 눈을 사르르 떴다.
“잘 잤어?”
멍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프랑을 보며 웃어줬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여전히 멍한 표정을 보이고 있어서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프랑?”
-으으으.-
다시 이름을 불렀더니 그제서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두 다리를 파닥파닥 거리기 시작했다.
킥킥, 부끄러워서 그랬던 건가?
-저, 저보다 서하가 더 변태예요!-
“응. 엉덩이 구멍으로 가버리는 프랑보다 엉덩이까지 괴롭히는 내가 더 변태 맞는 거 같아.”
-히잉!-
낄낄거리면서 프랑을 다시 덮쳤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도망가버렸다. 딱히 괴롭히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저런 반응을 보니까 좀 재미있다.
“아, 소피아도 저번 월요일에 복귀했었겠다.”
-에델베르그 양은 왜요? 저처럼 덮치시려구요?-
어?! 뾰로통한 표정으로 공중에서 날 내려다보면서 하는 말이 좀 당황스럽다! 기절해버릴 만큼 괴롭혔던 게 심술 났던 건가…?
“어어?! 아냐 아냐. 난 프랑이랑 화연이 뿐이라고! 회사 안에 엄한 소문 퍼트린 죗값을 받아내려고 하는 거뿐이야!”
-아, 그거 말이군요. 하긴, 에델베르그 양은 조금 혼 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프랑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고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치? 잘 기억해뒀다가 불시에 허를 찔러야지. 보니까 소피아도 덕후내가 나는 거 같은데, 이 기회에 납작 엎드려 사죄시켜보면 재밌겠다.”
금발 처녀의 사죄라니, 굉장히 진귀한 장면 일 거 같다.
============================ 작품 후기 ============================
소제목 비오는 날의 끝입니다.
공지를 수정했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1편부터 20편까지 수정! 1편 + 2편 초반은 새 이야기에 외전 2편은 모두 설정란으로!
과한 설명은 다시 쳐내는 2차 수정인데.... 이걸로 진입 장벽이 조금 낮아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