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24화 (124/517)

00124  육식동물  =========================================================================

욕실에서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배가 산처럼 불러진 채 반쯤 기절한 프랑을 눕혀놓고 욕실 밖으로 나왔다.

터질것 같은 아랫배 속의 정액을 모두 분출했더니 그제서야 이성이 돌아오며 한숨이 나온다.

세면실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목욕가운이 보이길래 하나 꺼내 입고 새 수건도 뜨거운 물에 적셔 거실로 나와 기절한 여사님의 몸을 천천히 닦아나가기 시작했다.

화연이도 불쌍했지만, 어쩐지 여사님도 별로 안좋은 과거가 있을거 같다. 특히 결혼하지않고 살려고 했다는 부분에서 그런 예감을 강하게 느꼈다.

…이놈의 예감! 사라진거 아니었어?!

에이.

아무튼 육식동물처럼 날 잡아먹으려 했지만, 도리어 나한테 제압당한 여사님의 가녀린 얼굴을 보니까 뭐랄까…. 그냥 불쌍하고 안쓰럽다.

하지만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건 내 정신 세계다. 아니.... 어째서 분노가 아니라 연민을 느끼는거지? 화를 내고 경찰이나 능력자 연합에 신고해버려도 될텐데 어째서 이 순간에도 여사님을 화연이랑 비슷하게 보고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반항한다고 해봤자 어차피 결과는 똑같았을거 같긴 하다. C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니까, 진짜 죽일 기세로 마나 탄이랑 마나 레이저를 쏘아내면서 반항했다면 모르겠지만, 여사님을 상대로 죽일듯이 덤벼들 수는 없잖아....

애초에 여사님의 레이더에 걸려든 순간부터 잘못됐던거다.

문득 여사님을 처음 만났을때가 생각났다. ...그보다 화연이랑 프랑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

꼼꼼하게 닦아주다가 다리를 벌려서 꽃잎을 닦아주고 슬쩍 벌려봤더니 역시나 천천히 재생중인 처녀막이 보인다. 화연이는 금방 재생해버렸는데, 이게 C 클래스와 B 클래스의 차이인가?

살짝 애액이 흘러나와 항문을 지나 엉덩이로내려가길래 다시 닦아주고 안아올렸다.

세면실에 목욕가운도 있었지?

가장 큰 침실, 그러니까 여사님 방인걸로 보이는 곳의 무진장 큰 침대에 여사님을 눕혀놓고 목욕가운을 가져와 입혀놓은 다음 허리끈까지 조여매줬다.

“후우.”

욕실 안의 프랑의 배를 공간 지각으로 보니 정액에 포함된 TP가 많아질수록 오랫동안 프랑의 영체 안에 있나보다. 하지만 마개처럼 틀어막는 내 남근이 없어서 조그만 시냇물처럼 프랑의 자궁에서 질을 따라 흘러나와 욕실 바닥에 흐르고 있었다.

그새 배가 절반정도 줄어들었지만 아직 헤롱거리는 프랑을 보니, 미안하지만 억지로라도 정액을 배출하게 하고 저택을 나가야겠다.

여사님이 깨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이 안가거든.

욕실로 들어가니 프랑이 힘겹게 손을 들어올려 내게 손을 뻗는게 보였다. 나는 그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많이 힘들어?”

-아아니에요오오. 히끅.-

…뭐야? 왜 딸꾹거려?

-흐으으아아.-

정액 중독 같은 병이 있진 않겠지? 나는 손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 부풀어오른 프랑의 아랫배를 꾹 누르니 프랑의 다리 사이로 흐르는 정액 시냇물이 점점 굵어진다.

-흐이이잉. 시러어어. 서하의 정액은 내꺼야아아.-

…진짜 취한거같은데?! 손을 허우적거리며 약간 파랗게 빛나는 정액을 그러모으려는 프랑을 손으로 막는다.

“나중에 가득 먹여줄게. 지금은 안돼.”

-…진짜아?-

“…배가 산만큼 부어오르게 먹여줄게.”

-으응….-

그제서야 조용해지는 프랑을 보니 어쩐지 정신차리면 지금 일을 기억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힐끔 흐르는 정액을 보니 프랑의 몸 밖으로 빠져나온 정액의 TP는 금방 공중으로 스며들어가버렸다.

저것도 도로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쩐지 생리적인 혐오감이 들어서 그냥 포기해버렸다.

배를 꾹꾹 눌러주니 약간은 고통과 쾌락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는데, 어느정도 줄어드니 더이상 나오지가 않는다. 곤란한데.

아, 맞다.

“프랑? 일단 영혼석으로 한번 들어가보지 않을래?”

-…왜에?-

오, 프랑이 반말해주니까 어쩐지 신선해!

“이 상태로는 집에 못갈거 같아서 그래. 영혼석 안으로 들어가볼래?”

-아라써어….-

그리고 금빛…에 물빛이 살짝 섞여 영혼석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물빛이라니? 위상력의 빛인데?

그러면서 프랑의 영체 속에 차있던 내 욕망의 증거물들이 욕실 바닥에 흐트러졌다.

샤워기를 틀어서 다 흘려보낸 다음 돌아갈 생각으로 내 옷이 어디있나 찾아봤더니 3층 베란다의 구석에 널려있는게 보인다.

얼른 챙겨입고 돌아가야지.

집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경호원들이 막아서려했지만, 저번 화요일에 봤던 리더로 보이는 경호원 누나가 다른 경호원들을 제지하더니 나에게 살짝 묵례를 했다.

나도 따라 머리를 숙여 준 다음 택시를 불러 타임리버 빌딩으로 향했다.

내 여자라면, 깨어날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줬을텐데 여사님을 보면 심란하고 복잡한 마음만 들어서 옆에 먼저 돌아간다고 쪽지 한장을 써놓고 나와버렸다.

계속 마지막에 했던 말이 머릿속에 맴돌고 대통령이면서 저렇게 욕망에 충실해도 되는건가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난 시간동안 여사님은 추문 한번 일으키지 않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줬었는데 왜 나한테만 이런 반응을 보이신걸까.

사실 여사님은 무진장 음탕해서 이런 행위를 종종 즐기지만 언론을 통제했기때문에 알려진 사실이 없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곧 고개를 저어버렸다. 진짜 그랬다면 화연이가 눈치채지 못했을리가 없고, 눈치 귀신인 누나도 여사님을 싫어했을거다.

그러니까 여사님은, 날 정말로 좋아한다는....

아아 진짜!! …프랑이 옆에 없으니까 어쩐지 좀 허전하고 쓸쓸해서 상상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타임리버 빌딩 안내 데스크에 있는 김지수에게 교복을 건네받고 다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도착했을땐 오후 4시가 다되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땐 아무도 없어서 조금 의아했다. 이 시간에 누나가 집에 없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한번은 학교에서 공부 안하냐고 물었는데 수업을 대부분 오전에 집중해놨고, 있더라도 점심먹고 한 시간 정도만 듣는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공부 안하냐고 물었다가 엉덩이를 차인건 덤이고.

여사님의 집 욕실에서 조금 씻었지만, 그래도 찝찝해서 다시 씻고 내 방에 돌아왔더니 프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맞네, 금빛에 약간의 물빛이 보여.

환한 금빛 사이사이 물빛이 흔들리는게 굉장히 신비롭다. 어느새 전신을 드러낸 프랑은 잠시 내 말을 듣더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곤혹스러워했다.

-물빛…인가요?-

“응. 짐작가는건…. 역시 TP지?”

-읏, 네에.-

프랑은 얼굴을 붉히면서 허둥거리기 시작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은 여사님의 일때문에 복잡해서 신경써주기가 힘들다.

애써 프랑과 화연이와의 관계를 구축했는데 갑자기 난입한 여사님때문에 한숨이 다 나온다.

-…여사님이 신경쓰이세요?-

프랑은 내 한숨 소리를 들었는지 침대에 드러누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면서 입을 열었다.

“응…. 프랑한테 미안하고, 화연이한테도 미안해서 볼 면목이 없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인걸요. 그녀에게 잡힌 이상 물리적인 반항은 소용 없었을거에요. 연륜을 생각해봐도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였을테구요. 화연의 반응이 걱정되긴 하지만…. 에휴.-

“…화연이 화난다고 여사님을 죽이려들진 않겠지?”

-서, 설마요….-

그러면서 프랑은 내 눈치를 힐끔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호, 혹시 서하가 맘에 든다면.-

“혹시고 자시고 나한테는 프랑이랑 화연이 뿐이야. 앞으로 여사님이랑 둘이 있을 상황은 절대 안만들거야.”

이상한 말이 튀어나올 거 같아서 프랑의 말을 자르고 들어간다.

-…네에.-

내 말에 어쩐지 조금 기뻐보이면서도 슬퍼보이고 난감해 보이기도 한 표정을 짓는 프랑은 여사님이 상당히 신경쓰이나보다.

프랑은 대체 얼마나 이해심이 높은거야? 내가 프랑 입장이었으면 여사님은 물론이고 나도 가만 안뒀을텐데. 설마 여사님도 손을 뻗으란 말까진 하지 않겠지?

-차라리 그분을….-

“할 줄 몰랐어!!”

-네엣?!-

으아…. 머릿속이 복잡해서 안되겠다!

프랑이랑 이야기를 잠시 나눠보려했지만, 해결되긴 커녕 고양이가 갖고 논 실타래처럼 엉망이 되는거 같아!

간단하게는 화연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서 부터, 여사님이 나에게 보여주던 어쩐지 집착…같은 모습이랑 날 덮쳤다는 것과 저택에서 보여준 쓸쓸한 모습이라거나 화연이랑 의절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는 말과, 마지막에 나만 보고 살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있고....

덤으로 소울 리퍼와 연합 능력자의 이해 안가는 전투 장면에 눈앞에 자기 남자가 반쯤 강간당했는데도 보여주는 프랑의 무시무시한 이해심이라던가를 생각해보면 머리가 터질거 같다!

그냥 멍하니 뒹굴고 있으니까 점점 머리가 복잡해져서 다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일자산으로 달려올라갔다.

마나 모드를 켜지 않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단단하게 다져진 산길을 미친듯이 달려올라가니 주위에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이 놀란 토끼눈으로 달음박질치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게 보인다!

“크으으으으!!”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두 다리와 몸에 어쩐지 상쾌함을 느끼면서 4km가 넘는 거리를 전력질주로 주파하니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눈앞이 노래지면서 전신에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허억, 허억, 후욱. 흐억. 흐어어.”

흙바닥에 주저앉아 욕지기를 참으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으려니 엉망진창 달리기때문에 그러는지 프랑이 얼굴에 걱정을 한가득 담아 내려다보는게 보인다.

“이해가, 가지, 않아. 어, 째서! 갑자기, 내가, 후욱. 쳐다볼 수도 없었던 사람들이, 나한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오는, 거야?”

마나 모드를 돌리고 있지 않지만 몸 안에 빈틈 없이 차있는 내 위상력은 저절로 움직이며 미칠듯이 뛰는 심장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전신에 오한이 흐르고 식은땀을 흘리던 몸과 경련을 일으키려는 두 다리를 달래주기 시작했다.

-서하는 머….-

“멋있으니까, 라는 말은 하기 없기.”

-…….-

“푸후…. 프랑은 질투심도 없는거야? 내가 프랑이었다면, 후우, 여사님은 물론이고 나한테도 벼락을 떨어트려버렸을텐데. 프랑은 화도 안나?”

-당연히 화가나요. 벼락을 마구마구 쏘고 싶을만큼요.-

윽, 갑자기 눈썹을 역팔자로 올리면서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는 순간에는 프랑이 날 싫어할까봐 겁에 질렸는데 금방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뀌면서,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1인이잖아요. 그녀가 서하의 사랑에 목을 메고 갖은 호감과 그녀가 가진 모든걸 바쳐온다면 저로써는 환영이에요. 그것으로 서하가 안전해질테니까요.-

“…후우, 후우….”

-제 분노와, 그녀가 보내올 마음으로 서하의 안전이 확보된다는 것을 저울질해본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참을 뿐이죠. 그게 아니라면 그녀의 대신으로 서하의 정액받이가 되지도 않았을거에요.-

“미, 미안해….”

프랑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찌른다. 당연히 그녀도 화나겠지. 하지만 이해심으로 봐주고 있었을 뿐이었어.

프랑은 쓰게 웃으면서 내 등을 감싸안았다.

-아니에요. 저도 화를 내서 죄송해요. 서하는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셨어요. 그건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그러니 미안해하시지 마세요. 제 화는, 그 상황을 막지 못한 저 자신과 강제로 덮치려 한 그녀에 대한거였어요.-

“으응.”

그런 말을 들었다고 안미안해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짐승새끼지.

-다행이네요. 이제 화연만 설득을 한다면, 최소한 한국에서는 서하를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터치 할 사람이 없어질거에요.-

“…무리가 아닐까? 화연이라면 문답무용으로 여사님한테 달려가서 사생결판을 낼거라 생각해.”

그러면서 화요일에 첫 경험을 겪은 후에 보고 생각했던걸 이야기했다.

-그러네요. 저도 갑자기 19세까지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깨고 그녀의 처녀성을 바쳐오길래 혹시나 했지만…. 아마도 저런 모습을 경계해서가 아닐까요.-

“…….”

우울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으려니 프랑이 날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게 보였다.

-…서하? 화연과 대화하는 일은 저에게 맡겨주시겠어요?-

“어?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거야?”

프랑은 눈부시게 하얀 미소를 짓더니 검지를 살짝 들어올렸다.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어요. 하지만 서하에게는 비밀이에요.-

“잉….”

평소였다면 간지럽히든 괴롭히든가 해서 실토하게 만들었겠지만 여사님과의 일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라 그러지를 못하겠다.

-자, 그럼 그 일은 저한테 맡겨주시구 이제 돌아가요.-

“응.”

시간을 확인해보니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이면 엄마나 아빠도 퇴근하고, 누나도 와있으려나?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 마나 시브를 회전시켜서 몸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하아…. 프랑은 자기한테 맡겨달라고 했지만, 그래도 이후에 만약 여사님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가 될 여자의 어머니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 평범한 한국 사람이라면 윤리적으로도, 한국인의 관념으로도 절대 이해를 못할 상황이다.

머리도 아프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에휴.

마나 모드를 켜지않고 적당히 완급 조절을 하면서 5km를 뛰었더니 땀이 줄줄 흐르며 어쩐지 상쾌함이 다시 느껴졌다.

오래 뛰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싫어서 학교에서 하는 체력 테스트중에 오래달리기, 100m 달리기를 진짜 싫어했는데 어느새 달리기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날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헬스장에서도 죽어라 달리기만 했었지?

그렇다고해도 귀찮아서 매일 이렇게 뛰지는 못하겠지만 시간날때 가끔이라면….

집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하니 6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근데 부모님도 누나도 아무도 도착안했네.

흘린 땀을 씻기위해서 다시 샤워를 하려는데 공간 지각으로 누나가 타고 있는 차랑 엄마랑 아빠가 타고 있는 차가 집으로 오고있는게 보인다.

다 씻으면 집에 도착하겠네.

근데 다 씻기도 전에 누나가 황급히 뛰어오더니 샤워중인 화장실 문을 두드린다.

[아앗! 서하 너 씻고 있는거야?!]

…화장실이 급한가보다. 그렇다고 대답해줬더니 황급히 큰 방으로 뛰어가길래 공간 지각을 차단하고 마저 씻었다.

그 뒤에 엄마랑 아빠도 도착하고 텅 빈 집 안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뭐때문에 이렇게 늦었어? 집에 왔을때 누나가 없어서 무슨 일이 있나 했어.”

“응. 네 수련장에 대해서 알아보느라 조금 돌아다녔거든, 어쩌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근데 너 오늘 아주머니 만났다며?”

으….

“아주머니라니? 누굴 말하는거니?”

엄마도 손을 씻고 나오시면서 앞치마를 걸치다가 우릴 보며 궁금증을 보였다.

“화연이네 아주머니. 오늘 타임리버 빌딩에 들렀다왔는데 조금 소란이 났더라구.”

…조금 수준이 아닐껄? 여사님이 20층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날 끌고 가셨으니까. 누난 자세한 상황은 모르는지 얼른 나한테 설명해보란듯이 보채기 시작했다.

“저번 토요일에 여사님이 나 도와준거 있잖아. 그거때문에 여사님 집에서 점심 먹구 온거야.”

그때 옷을 갈아입고 나온 아빠가 티비를 틀었는데 마침 저녁뉴스에 박물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필이면 내 이름도 같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왜 저 별명이 또 튀어나오냐고!!! 아악!!

“““…블루 지니어스??”””

그냥 죽여라….

엄마랑 누나가 깔깔거리면서 웃는 소릴 들으며 카펫 위에 개구리처럼 엎어져있으니 아빠는 채널을 돌리기 시작하는데 미친 방송국 놈들이 죄다 내 이야기 뿐이야!! 아니 이름만 부르라고! 왜 별명을 붙여서 같이 부르는 건데!!

[오늘 오전 10시경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중상위 이형종, 소울 리퍼가 발생했었다고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 한국 총괄 지부의 대외운영팀의 김지훈 팀장이 내 외신 기자들을 모아 발표했습니다.

김지훈 대외운영팀 팀장은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였지만, 현장에 있던 미성년 능력자, 블루 지니어스 정서하 씨의 협조로 빠른 구제에 성공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와 연결해보겠습니다. 연지훈 기자?]

여자 아나운서가 돌아 앉으며 옆을 바라보자 화면이 전환되며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이 보이고 배경에 박물관 전면의 외장 유리창이 절반 이상 깨어져나가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네. 이곳은 용산구의 국립 중앙 박물관입니다. 보시다시피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그러면서 연염옥이 터진 자리와 속성 탄에 의해 흉물스럽게 깨어져나간 거울못이 카메라에 담기며 남자 기자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아빠랑 엄마와 누나는 피식웃고 깔깔거리다가 중상위 이형종이라는 말을 듣고 표정을 싹 굳히면서 아나운서와 기자의 이야기를 말 한마디 없이 듣기 시작했다.

끄응.

[… 수백명의 피해자가 날 뻔 했지만 블루 지니어스 정서하 씨의 발빠른 행동으로 피해자는 극소수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CBS 뉴스 연지훈 기자였습니다.]

남자 기자의 이야기가 끝나고 뉴스룸으로 화면이 이동되면서 남자와 여자 아나운서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블루 지니어스, 이 별칭은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에서 붙여줬다고 했는데요, 본부에서 내려온 별칭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과연 별칭의 능력자다운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하마터면 의한 고등학교 전교생의 절반이 사고에 휩쓸릴 뻔 했지만 블루 지니어스 정서하 씨의 빠른 행동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고 하니까요. 대단한 판단력입니다.]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에서 별칭을 붙여준 능력자의 경우 대부분 특출나게 뛰어난 이들임을 봤을때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미성년 능력자에게 별칭이 붙은 경우는 전세계를 통털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네. 블루 지니어스 정서하 씨는 정부에서도 능력자 연합에서도 지극한 관심을…]

…소울 리퍼의 함을 검사하고 들여오는데 자기들이 한 실수는 드러내지 않은건가? 근데 왜 저렇게 나에대해 호들갑을 떠는거지?

“아들. 어떻게 된거냐.”

티비의 볼륨을 줄이면서 아빠가 날 보며 굳은 안색으로 물었다.

엄마랑 누나도 흔들리는 눈으로 조금 안색이 창백해져서 날 보고 있길래 저번처럼 기절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적당히 자극적인 묘사는 빼고 설명해주기로 했다.

“오늘 야외수업이 박물관에 있었는데, 기분 나쁜 느낌을 감지해서 학교 애들이랑 빠져나왔었어. 그리고 이상한 괴음이랑 진동이 생겨서 바로 능력자 연합에 신고했는데 3분도 안되서 연합의 능력자들이 도착했구, 그때 연합의 능력자들 대장한테 내가 본걸 알려준거 뿐이야.”

“아들, 몸은 괜찮은거지? 아무 이상 없는거지?”

“응 괜찮아. 미리 피했다니까? 글구 백수십미터 멀찍이 떨어져있다가 연합 능력자가 오자마자 내가 본 거 전해주고 난 타임리버 빌딩으로 피했다구.”

엄마랑 누나는 10년 감수했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빠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한테 다시 물었다.

“…잘 알아서 했겠지?”

“응.”

“그래. 그럼 됐다. 그리고 4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하다니, 장하구나.”

어…. 아빠가 날 칭찬한건 진짜 오랜만인거 같은데. 누나는 티비에서 미처 피하지 못한 몇명이 연합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이야기를 보더니 내 옆으로 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래그래. 미처 못빠져나온 사람들은 어쩔수 없는거야. 네가 신경쓸 건 아니야. 다들 생명을 잃진 않고 얼마간 요양하면 된다고 하니까 네가 양심에 가책을 받을 필요는 없어.”

“우리 아들, 참 장해요.”

엄마도 날 꼬옥 안아주고 내 머릴 쓰다듬어주면서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헤헤.

엄마랑 누나는 곧 요리를 하러 주방 안으로 들어가고 아빠는 다시 날 보며 물었다.

“블루 지니어스라는….”

“으아아앙!! 그 별명은 말하지마아아!”

다른 좋은 별명 많은데 왜 하필 중2병 색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별명을 붙이냐고!! 머릴 감싸고 엎드리며 울부짖었더니 아빠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익숙해지거라. 연합에서 붙인 별명은 평생 간다.”

“커흑….”

주방에서 키득거리는 엄마랑 누나의 웃음소리를 들으니까 정신이 멍해진다….

============================ 작품 후기 ============================

이렇게 육식동물 파트가 끝났습니다.

예상대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네요 ^^; 에로씬이 갑자기 많이 나오니까 뽕빨물로 선회하는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계시구....

뽕빨로 가진 않습니다. 이건 확실해요. 하지만 주인공이 워낙 좀 거시기해서...^^;;

유영은이 처음 등장할때 주인공이 한 말을 기억하는 분이 계시려나...?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완결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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