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2 육식동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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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서하가 보기에는 이상하려나~?”
섹시라고는 전혀 없는, 곰의 얼굴을 귀엽게 데포르메한 상의에 흑갈색 양털 바지를 입으시고 긴 검은 머리를 풀어헤치신 여사님은, 대통령이라기보단 그냥 옆집의 무진장 이쁜 누나 같다.
약간 웨이브 져 있는 비단 같은 머릿결을 등 뒤로 쓸어넘긴 여사님의 복장은, 큰 가슴에 정확히 위치한 동그란 두 개의 점은 곰의 눈을 형상화 한 걸 테고, 그 사이 약간 아래쪽에 하얀 원안에 눈보다 작은 검은점과 바로 이어 시옷이 붙은 건 코를 묘사한 거겠지.
그 아래 귀여운 곰 발바닥 주머니가 골반 앞부분에 위치하고 양어깨에는 곰의 귀 같은 부분이 나 있었다.
몸의 전면,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전체적으로 밝은 갈색이지만, 뒤를 빙글빙글 돌며 등이랑 엉덩이를 보여주셨는데 나머지 부분은 전부 흑갈색의 양털 옷이었다.
하지만 육체 묘한 굴곡이 곰돌이 얼굴에 입체감을 주고 있어서 굉장히 귀여웠다.
“귀여운데요?”
속옷은 섹시 란제리지만!
천의 면적이 과도하게 작고 검은색 끈이 몸의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며 약간 파고든 모습이 무진장 관능적인 속옷이다! 게다가...! 천 부분이 반투명의 촘촘한 망사라서 그냥 봐도 그대로 비쳐 보일 거 같아!
끄으으응.
화연이랑 같은 얼굴이라서 자꾸 투시를....
내 머릿속은 짐작도 못 하신 여사님은 기분이 좋으신 듯 방긋거리면서 내 팔에 팔짱을 끼시고 1층의 식당으로 걸어가셨다.
준비되어있는 식사는 단촐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평범한 집밥이었고 식사 중에는 학교생활의 이것저것을 물어보셨는데 어렸을 때, 초등학교랑 중학교 때는 어땠느냐는 질문에 적당히 과장도 하고 숨기고 싶은 비밀들은 숨기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화연이는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 편이고, 프랑은 내가 장난을 걸면 꺅꺅거리면서 파닥거리지만 역시나 대화하는데 신중하고,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 성향이 깊었다.
하지만 여사님은 화술에도 뛰어난지 별다른 즐거울 것도 없는 이야기를 나 역시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게끔 이야기를 이끌어주셨다.
“아하하하! 중학교 2학년 때 중2병 말기였다니, 서하도 대단한걸?”
“크으으….”
너무 즐거워져 버리는 바람에 여사님의 유도 심문에 넘어가 버려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중2병 초기 증상을 보이다가 중1 때 중기를 넘어 중2 때 중2병 말기였다는걸 실토하고 말았다!
아까 걱정하고 안절부절못하던 프랑마저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옆에서 꺅꺅거리면서 이야기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저"도" 라니, 여사님도 중2병이었어요?”
“키득키득.”
키득거리던 여사님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리고 살짝 깍지를 끼더니, 그 위에 코를 살짝 얹은 자세로 눈빛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너는, 거짓말과 얄팍한 궤변으로 당신의 진실을 더럽히려 들고 있어…. 나는…. 그런 거…. 싫어한다구…?”
헉….
“꺄하하하! 아이참! 이 나이 먹고 하려니 굉장히 부끄러운걸?!”
“아, 보는 저까지 부끄러워지잖아요!”
“하지만 블루 지니어스는 현재 진행형이잖아? 아줌마는 오래전에 졸업했단 말이야!”
“컥!!”
머리와 심장에 동시에 충격을 주는 이야기에 가슴을 움켜쥐고 테이블에 머릴 박았더니 숨이 넘어갈 듯이 깔깔거리는 여사님의 웃음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힉힉 거리면서 내 모습을 보시던 여사님은 겨우 웃음을 참으시더니, 다시 짓궂게 웃으시면서 입을 열었다!
“자, 타칭 푸른 천재 군은 청록의 견파안見破眼과 흩날리는 여우불 같은 파란 눈동자로 이 세계의 더러움을 씻어 내줄 수 있으려나?!”
크악…! 똑같은 의미의 한자 다음에 한글을 쓰는 걸로 중2병을 표시하고 있어!
“그만…!”
테이블에 박은 얼굴도 들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으려니 이제는 눈물마저 찔끔 흘리시면서 배를 잡고 웃으신다!!
“그러니까 견파안군은 자기가 중2병 졸업했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이 아줌마가 하는 말을 잘 들어보렴.
1.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2.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많은 시간 망상에 빠져 내가 만화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때가 자주 있다!
4.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5. 자기 블로그에 상당히 오글거리는 멘트를 많이 적어 놓는다!
6. 유난히 이성 앞에서 허세를 많이 부린다!
7. 혼자서 중얼거린다!!
8. 뭐든지 네거티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9. 나는 남들보다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0.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남들을 바라본다!!
11. 나는 큰 상처를 가지…. 푸훗아하하하하!!”
그마아아아안!!
“으아아앙!”
번호 수가 늘어날 때마다 움찔움찔 거리니까 여사님도 웃음을 못 참는 표정으로 겨우겨우 말을 이으시다가 내가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하니 여사님도 테이블을 마구 두드리면서 폭소를 터트린다!
내가, 내가 아직도 중2병이라니이이이!!
“어차피 나란 놈은 그른 놈인걸! 블루 지니어스인걸!!”
좌절포즈로 식당 바닥을 손바닥으로 내려치고 있으려니 프랑도 공중에서 파닥거리면서 폭소를 터트리고 있었고, 여사님도 "히익, 힉!" 하면서 바람 빠진 목소리로 나한테 힘겹게 기어오더니, 내 어깨를 두드리다가 내 얼굴을 보시더니 또다시 폭소를 터트렸다!
“아히히히히!!”
“너무해!!”
“서, 서하하흐히히힉, 너는, 아줌. 마를 웃겨 죽일 셈이니?! 파하하하하하!!”
난 창피하고 웃겨서 죽을 지경이라고요!!
한참을 숨넘어갈 듯이 웃던 나와 여사님은 서로 몸을 부축하면서 겨우겨우 거실의 큼직한 소파로 걸어왔는데 거실로 자리를 옮긴 나와 여사님은, 나는 말 그대로 정신적인 충격으로 넉다운되어버렸고 여사님은 웃다가 정신적으로 넉다운되어서 나란히 소파에 쓰러져버렸다.
집사 할아버지는 계단을 걸어 내려오시다가 식당 바닥에서 서로 껴안고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우리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도로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 버리셨다.
“으으으. 집사 할아버지가 다 봐버렸어요. 못 볼 걸 본 거처럼 계단을 올라오시다가 내려가 버렸다고요.”
“프흡. 후우, 후웅. 주한이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거둬 키운 아이라 괜찮아. 아줌마가 중2병이었던 것도 알고 있거든!”
“중2병이 들킨 그건 자랑이 아닌 거 같은데!”
“피히히히힉.”
소파에 얼굴을 묻어버리고 힉힉거리면서 웃던 여사님은 정말 괴로운 표정으로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셨다.
“아, 아줌마 너무 웃어서 뇌가 녹아내리는 거 같아…. 머리아파아.”
“전 블루 지니어스로 각성해버려서 아직은 버틸만해요.”
“파하하하하! 그, 그만해~! 푸흡 히히히힉!”
웃으면서도 괴로워하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는데 진짜 괴로운 거 같다.
겨우겨우 숨을 돌리고 웃음기를 치우니 집사 할아버지가 티 세트를 가져와 세팅해주시고 찻잔에 차를 따라주시는데, 신기하게도 위상력과 비슷한 색의 물빛 차였다.
…? 향도 안 나고, 호륵. 으음…. 조금 단 맛에 쓴맛이 느껴진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찻잔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여사님이 빙긋 웃으시면서 설명해주셨다.
“블루 멜로우라는 차란다. 좋은 효과가 많지만, 웃느라 목이 아플 때 마시면 좋은 거야.”
그러면서 여사님은 작은 접시에 조금 두껍게 슬라이스 된 레몬 조각을 들어 즙을 차에 살짝 뿌리니까.
-어머!-
예쁜 핑크색으로 변해버렸다!
“헐.”
신기해서 나도 레몬즙을 뿌렸더니 몇 초에 걸쳐서 서서히 연분홍색으로 변한다.
“어?! 쓴맛이 사라졌네?”
-와아. 레몬의 신맛이 쓴맛을 잡아준 건가요?-
“괜찮지?”
“네. 부드럽고 조금 단 맛이네요.”
집사 할아버지는 티 세트를 우드 카트에 올린 뒤에 카트를 밀고 나가시고 나와 여사님은 말없이 블루 멜로우의 맛을 느꼈다.
홀짝거리면서 내 잔에 담긴 차를 다 마시니 그걸 보며 눈웃음을 지으시던 여사님은 조용히 말문을 열으셨다.
“서하는 화연이에게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에 있었던 협의에 관해 들은 게 있니?”
음?
“네, 일요일이랑 화요일에 한 번씩 전체적으로 어떻게 됐는지 들었어요.”
“그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줌마도 알 수 있을까?”
“네? 으음. 그러니까, 제가 2회차 위상 세계에 들어가고, 타임리버에서는 여사님의 도움을 받아서 자체적으로 연합에게 대응할 방도를 구상했다고 했어요. 그리고 여사님은 따로 다른 행동을 취하셨다고 들었고요.”
“그리고?”
“막상 심의실에 도착했더니 타임리버에서 준비한걸로는 여사님이 준비한 거에 방해만 될 거 같다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고, 그다음은 제가 화낸 거 때문에 연합의 반응이 조금 수정됐다는 이야기?”
“또 더 있니?”
“네…. 여사님이 제 능력에 대해 경제적인 가치의 기준을 세운랑, 연합하고 이야기해서 저에 대한 지원의 규모를 두고 나중에 제가 정식으로 활동하게 되면 이런저런 지분이나 점유율 같은 이야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거의 다 들었구나. 그래서 아줌마가 우리 서하를 물건 취급했다고 생각해서 피한 거였니?”
“…네. 그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여사님한테 실망했었어요.”
내 솔직한 마음을 들은 여사님은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일국의 대통령이란 자리는 그냥 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 같지?”
아닌데,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을 휘두른다는 건 무슨 조선 시대 왕도 아니고 그럴 리 없잖아.
“국정으로 기록되는 모든 행위는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나게 된단다. 그건 일정 크기 이상의 회사, 기업이라면 다 똑같거든? 그래서 최대한 많은 숫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방식을 취한 거에요. 아줌마가 우리 한국 능력자의 미래인 서하를 물건 취급할 리 없잖니?”
과대포장하시긴…. 불만 섞인 내 표정이 풀리지 않으니 여사님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을 이으셨다.
“서하의 능력은 일종의 난초 같은 거란다. 다른 잡스러운 것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주고, 최대한으로 아름답게 활짝 필 수 있도록 토양에 양분을 섞어주고. 흙갈이를 해주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애지중지 키워야 아름답게 피어오를 수 있지. 그냥 아무 땅에 심어놓으면 적응을 못 해 말라죽거나, 힘겹게 커서 강인하게 자랄 수는 있겠지만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울 수 없는 것과 같은 거야.”
…….
단순한 감지 능력만 봤을 때 여사님은 저렇게 생각하고 계신 건가?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고, 그러기 위한 지원을 아낌없이 풀어줘야 서하의 능력은 두 번, 세 번, 네 번 성장해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범위한 감지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러다 한계를 벗어나 꽃을 활짝 피우게 된다면, 너는 역사상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던 감지의 영역에 발을 디디고, 명예의 전당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는 거란다.”
그런 말을 하시는 여사님의 눈과 표정은, 공간 지각이 거짓이 아닌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려줬다.
“네 능력은 여러 나라가 알고 있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그 뒤를 바짝 쫓는 중국, 중국과 경쟁하는 러시아와 영국을 비롯해 그 뒤를 따르는 유럽과 아라비아 해 인근의 여러 자본 국가들. 그리고 우릴 보며 질투하는 일본.”
여사님은 블루 멜로우 차를 한 모금 머금으셨다가 삼키면서 말을 이었다.
“여태까지의 세계의 위상 능력자들의 구도는 힐러를 선두로 탱커와 딜러가 삼각꼴을 이루고 있었다면, 이제는 R 클래스의 능력자들이 전두에 나서며 다른 세 타입을 누르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어. 그중에 선두가 되는 감지 타입. 거기서도 기감과 분석의 뛰어난 면을 모두 가진 서하 너는 말 그대로 가공하지 않았는데도 찬란하게 빛을 뿌려대는 수천 캐럿의 레드 다이아몬드인 셈이야.”
…레드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보석이라고 들었다. 1캐럿이 수십억 원이라니까,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다이아몬드의 특성상 수천 캐럿이라면 뭐…. 지구상에 모든 돈을 가져와도 살 수 없지 않을까.
그만큼 침 질질 흘리면서 날 노린다는 이야기겠지?
이야기를 하다가 한숨을 쉬시는 여사님은 어딘가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화연이 고것이 우리 서하한테 해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 아줌마는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화가 날 정도예요! 화연이 고것이 화랑의 보스가 되고, 우리 서하가 그 뒤에 서고, 가장 뒤에서 우리나라가 버티면서 지원을 해준다면 우리 대한민국도 열강의 상위권에 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으음. 화연이는 화랑을 뛰쳐나가더니 화랑을 능가하는 레이드 팀을 만들어버리고, 나도 거기에 들어가 버리니 나름 대한민국의 미래 구상도를 그리고 계시던 여사님은 허탈해지셨나 보다.
근데 날 그렇게나 생각해주고 계셨나…?
“하여튼! 이 아줌마는 우리 서하가 밉거나 단순한 숫자로 봤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런 식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었단다. 이성과 숫자로 밀고 들어오는 자들을 감정만으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걸?”
하긴….
“무엇보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마저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은 어찌할 수 없단 말야. 만약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에서 서하 너에게 우호적인 모습으로 스스로 보호자를 자처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이 아줌마는 국가 1급 기밀 벙커에 널 데려가서 감춰버렸을 거야.”
켁….
“너를 구실로 삼으면 화연이 고것은 널 따라 벙커로 들어갈 테고, 화연이 고것이 들어가면 고것의 추종자들도 들어갈 테니 이 아줌마의 심복인 아이들도 같이 넣어서 네가 충분히 성장하게 하고, 그사이 정사 政事를 통해 결착을 본다면 어떻게든 됐을 테니까. 하지만 화연이 고것은 무슨 생각인지 너에게 기술도 가르치지 않고 호위도 별 볼 일 없는 것들만 붙이고…. 어휴.”
…위상 세계 입장은 연합 지부나 본부에서만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다른 방법이 있는 건가….
아무튼 진심으로 답답하다는 듯이 엄지와 검지 중지로 눈 주위를 누르는 여사님의 모습은, 앞에 화연이가 있었으면 말빨로 폭사시켜버렸을 거 같이 화가 난 모습이다.
결국은, 여사님은 내 능력을 감지 이외에는 하나도 몰라서 저런 행동을 취하신 거다.
으아. 누가 나쁘고 누가 잘했고의 문제가 아니었어.
“그~런~데~. 우리 서하가 그렇게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고 아줌마는 가슴이 아팠어요? 아줌마는 우리 서하를 위해서 힘냈는데, 전화 한 번, 문자 한 통 안 보내주고, 실망했다고 아줌마 가슴에 대못을 박고…. 흑흑.”
“어어. 죄송해요! 진짜!”
일부러 흑흑 우는 척하는 거 같은데 진짜로 눈물을 흘리신다! 안 그래도 잘못한 거 같아서 죄송한 마음인데 저러기까지 하니까 완전 헷갈려!!
프랑도 복잡한 표정으로 공중에 동동 떠서 여사님을 내려다보기만 하니까, 내가 진짜 잘못한 거 같잖아!
으으. 내 옷이 아니라서 손수건도 없네…!
여사님은 고양이 손을 하면서 눈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시다가 엉거주춤 일어서서 어버버하고 있는 내 모습을 힐끔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훌쩍. 아줌마한테 실망한 건 풀렸어?”
내 당황한 모습을 여사님은 소매로 눈물을 닦으시고는 눈썹을 팔자로 만들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올려다보신다. 그러니까 화연이 얼굴로 그런 얼굴 하는 건 반칙이라니까…!
“…역시, 한쪽의 이야기만 듣는 것보단 양쪽의 이야기 전부를 들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어휴. 물기가 그득한 눈으로 웃으니까 또 눈물이 뺨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린다.
으으으음.
파, 팔뚝에 닿는 풍만한 무언가 때문에, 대화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씻고 나오신 다음 더욱 진하게 풍기는 체리향때문에, 가슴도 콩당거리고….
“그러니까, 굉장히 싫은 기분이었다는 거니?”
“네. 처음에는 그냥 뭔가 거슬리는 기분이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싫은 기분이 확 들었었어요.”
화제가 바뀔 때 여사님은 내 옆으로 와서는 내 팔뚝을 품에 안으시면서 나한테 살짝 기대오셨는데, 무지 난감하다!
게다가 여사님은 자꾸 내 팔뚝을 잡아당기면서 가슴에 살짝살짝 비비시는데 진짜 곤란하다!!
“흐으음. 싫은 기분에, 괴음과 진동 후에 사람들이 쓰러졌고, 잠시 후에 사람들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지하의 한 장소로 이동했다? 움직임은 마치 좀비 같았고?”
“좀비 영화에서 봤던 그런 비슷한 움직임이요.”
“아줌마가 퇴근하기 전에 간략한 보고를 받았는데, 그때는 박물관에 나타난 이형종은 악령체라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40명의 연합 소속 능력자들이 빠르게 모여서 처리하는 바람에 정부 소속의 능력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창 전투 중이라고 들었는걸? 연합 아이들의 행동이 이상하게 빠르다고 생각했더니 거기에 우리 서하의 정보가 한몫했을 줄은 몰랐네?”
아, 그런 건가? 하긴, 사건 발생 10분 만에 능력자들이 도착하고 20분도 안 돼서 작전을 시작해버린 다음 1시간도 안 돼서 소울 리퍼를 처리했으니깐.
“우리 서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능력, 이윽고 박물관 내부에서 들렸다던 속성 탄의 폭발음. 황급히 일반인 피해자들을 확보하고 후퇴한 연합의 아이 중 화차火車가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때는 소울 리퍼가 등장했다는 것도 알았지!”
화차? 혹시 화중강 아저씨의 별명인가?
“그걸 다 보고 받으신 거에요?”
“그러엄. 우리 아이들이 조금 늦어버려 연합의 아이들이 먼저 선제권을 취했으니까, 뒤에서 정보를 수집할 겸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단다.”
그때 화중강 아저씨랑 사나운 눈빛을 주고 받은 사람들이 정부 소속이었나?
“근데, 그런 큰일이 벌어졌는데 여사님은 정시도 아니고 조기 퇴근하신 거에요?”
“…….”
아, 눈을 돌리셨다.
여사님은 내게서 고개를 돌리시고는 입술을 삐죽거리시는데 묘하게 귀여운 모습이다.
“흥! 아줌마는 10일 동안 퇴근도 못 하고 청와대에 국회의사당을 오가면서 일만 했는데, 아줌말 일만 하는 기계로 생각한 거니?!”
“어브브브?!”
여사님은 검지를 내 입안으로 넣으시곤 좌우로 땡기기 시작하셨다!
혀를 스치고 지나간 여사님의 부드럽고 말랑한 손가락의 감촉에 흠칫 놀라면서 고통에 얼굴이 우거지상이 되는데 여사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원래 아침에 퇴근한 다음 쉬려고 했던 건데 박물관에서 이형종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듣고 11시까지 기다리면서 업무 지시를 했는데, 왜 일찍 퇴근했냐는 그런 괘씸한 말을 하는 게 요 주둥이지?!”
히이익~! 자, 잘못했어요~!
입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눈을 감고 울상을 지으면서 여사님의 손을 잡았더니 귓가로 여사님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킥.”
그리고 손을 빼시길래 입과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입술을 삐죽 내밀,
쪽
?!
-?!-
갑자기 여사님의 얼굴이 다가오더니 내, 내 입술에 뽀, 뽀를 해주셨다!
“이건 아줌마를 놀린 벌이야.”
놀린 벌이 뽀뽀라니, 괴롭히면 어떤 벌을 준다는 거지…?
-으으으. 서하~! 바람 피면 안돼요~!-
여사님의 뒤에서 울상을 지으면서 날 바라보며 말하는 프랑을 보니 양심에 바늘이 다발로 꽂히는 기분이다!
“…….”
여사님은 내 입속에 들어왔던 오른손 검지를 보더니 야릇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나랑 눈을 마주하고 입에 넣고 쪼오옥 하고 빨아내셨….
“영차.”
“컥! 자, 잠시만요! 여사님!?”
갑자기 여사님은 내 어깨를 밀치더니 소파에 눕게 만들고 내 위에 올라타셨, 우, 우와! 흥분해서 커진 내 거시기 위에, 여사님의 음부가 닿은 거 같…!
“으응? 왜 그러니?”
큭! 놀라서 일어나려는데, 여사님의 몸이 꿈쩍도 안해!!
여사님은 내 위에 올라타서 두 허벅지로 내 골반을 조이기 시작하고 손은 내 손을 한데 잡아 위로 올려 못 움직이게 고정시켰다!
다리를 버둥거리는데 여사님 몸은 미동도 없다! 마치, 마치 철근으로 내 몸을 소파에 고정해버린 거 같아! 어떻게 된 거야?!
“후후. 중국의 무예는 배워두면 실용적으로 쓰일만한 게 많아요~? 지금 아줌마처럼 천근추의 묘리에 신체 강화 능력을 이용하면, 어떠니? 꼼짝 못 하겠지?”
두 다리를 바동거리고 어떻게든 손을 풀려고 꿈틀거리는데 여사님은 눈을 번쩍번쩍거리면서 욕망에 물든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신다!
“아, 안돼요! 으헥?!”
히익~!? 여사님의 손이 셔츠 아래로 들어오면서 내 배를 더듬거리기 시작한다! 아, 앙대!
“어머? 이건….”
투두두둑
“히익?!”
여사님은 셔츠의 단추를 풀기도 귀찮으셨는지 위에서 아래로 주욱 손을 내리면서 단추를 다 뜯어버리고 셔츠 앞섶을 활짝 펼쳤다!
“흐흥. 아무런 조치도 취해두지 않은 건 아니었구나?”
그러면서 위상석 조끼의 지퍼를 내리더니 좌우로 벌렸는데, 안쪽에 박힌 한가득한 위상석을 보시고는 다시 눈을 치켜 뜨셨다.
“위상석…? 제법인걸?”
“여, 여사님 뭐하시는 거에요! 풀어주세요!!”
마나 모드를 돌려야 하나?! 하, 하지만 여사님은 C 클래스 중급이시잖아? 마나 모드 가속까지 해봤자 4배, 하지만 여사님은 7배니까 오히려 능력만 들통날 거 같은데…!
여사님의 한 손에 잡힌 손을 풀기 위해서 힘을 주고 비틀고 두 다리도 버둥거리는데 꼼짝도 안 해!! 이, 이게 진짜 C 클래스의 신체능력인 거야?!
프랑, 프랑에게 전격을 뿌리면…! 안돼! 화연이한테도 안 통했잖아! 위력을 더 올리면 내가 못 버텨!
“우리 서하는, 아줌마가 지금까지 남자와 몇 번 잤다구 생각해?”
…?!
“몰라요! 으으윽!!”
충격적인 질문에, 충격적인 상황에 무척이나 당황해서 꿈틀거리면서 무슨 수가 없을까 프랑을 올려다보는데, 프랑은 애인을 뺏긴 여자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앙대! 프랑마저!!
“대답해보렴. 맞추면 풀어줄 테니까.”
“…! 어.”
으음! 2년마다 한 번씩 한다고 해도 여사님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50번이 넘을 거 같은데, 여사님의 저런 성격을 보면 못해도….
“100…번…?”
“흐응? 이 아줌마가 남자랑 100번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히익?! 내 대답을 들은 여사님이 누나랑 비슷한 귀신들린 표정이 되어간다?!
“1, 1,000번?!”
“어째서 더 늘어나는 거니?!”
찰싹!
“아야! 그, 그럼 50번이요?!”
“땡! 땡이야!”
찰싹찰싹!
히익~! 내 가슴은 평평해서 때려봤자 재미없을 건데!! 근데 왜 저렇게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히시면서 때리는 건데!?
으힉?!
여사님은 내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으시면서, 욕정에 불타는 모습으로 내 얼굴에 머리를 가까이하신다…!
“자아…? 우리 서하는 아줌마랑 같이 어른이 되고 싶어서 일부러 안 맞추려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려나~?”
“저는, 화연이랑 사귀고 있단 말이에요! 진짜 안돼요!!”
아 몰라! 정답이고 뭐고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야…!! 딸이랑 사귀고 있다는데 덮치진 않으시겠지!!
근데 내 말을 들은 여사님은 망치로 머릴 맞은 표정이 되셨다?!
“그, 그것이 그새 새치기를…!”
어? 새치기?
여사님은 조금 화가 난 표정으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시면서 입을 여셨다. 그냥 넘어갈 거 같은 표정은 아니라서 진짜 겁난다!
“혹시, 고것이랑 성교하진 않았겠지?”
아! 마, 말하면 풀어주실지도!
“해….”
“했다면 아줌마는 화연이를 아동 청소년 보호법 위반죄로 감옥에 보내버려야 해~? 잘 생각해보고 대답하렴.”
…!!
내, 내 말을 끊고 들어가시는 여사님의 눈은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다음 편은 성적으로 거북한 씬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주의를 요망!
보지않으신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이야기에 큰 영향은없습니다!
121화 122화에서 심마를 입으셨다면 기다리셨다가 132화를 먼저 보시는 쪽이 심마의 회복에 도움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