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18화 (118/517)

00118  국립 중앙 박물관이 살아있…나?  =========================================================================

17명의 능력자가 몰려오는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연합 병원과 지부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지키던 두 여성 능력자가 생각난다.

저들도 그녀들과 같은 장비를 걸치고 있었는데 선두에 서 있던 덩치가 거대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음? 이 꼬맹이는 뭔데 도망 안 가고 여기 있는 거냐?”

…꼬맹이?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50대는 돼 보이는 군데군데 흰머리가 난 사내였는데, 방탄 베스트 처럼 보이는 조끼에 팔과 다리에는 프로텍터를 끼고 등에는 거대한 방패를, 오른팔에도 거대한 건틀렛을 끼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장비 때문에 옆으로 퍼진 전체적인 모습이 마치 육탄 전차 같은 외모다. 하지만 위상력 28만의 불 속성 타입 능력자다.

저거, 오른팔에 끼고 있는 몸통만 한 건틀릿 저건 너클 버스터라고 불리는 거 맞지? …키는 나와 비슷한데 체중이 100kg은 나갈 거 같다. 이 사람은 속성타입인데 왜 저렇게 몸을 무겁게 키운 거지?

두 팔과 두 다리, 가슴은 근육으로 울룩불룩한데 배만 똥배라서 되게 이상해보인다.  저… 살을 뭐라더라, 비곗살? 근육 돼지?

“갈 거에요. 방금전까지 능력자 연합에 신고하느라 여기 있었던 거에요.”

남자는 눈을 크게 뜨더니 날 살펴보며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 이형종이 나타났을지도 모르는데 겁도 안 먹고 여기서 버티고 서있었던 건가? 이거,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꼬맹인데? 크하하핫! ”

“대장님. 명령을.”

대장? 하긴 28만이면 D 클래스 최상급에, 강우혁 차장과 비슷한 수준이니까 그럴 만 하겠네.

걸걸한 목소리로 호탕하게 웃은 남자는 뒤에서 말을 걸어온 여자를 돌아봤다.

대장이라 불린 사내 뒤에 서 있던 보이시한 외모의 여성은 검은색 재킷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군화를 신었는데 남자처럼 방탄 베스트를 입고 팔다리에 프로텍터를 끼고 있었다.

다른 15명의 능력자도 다 똑같은 복장인 걸 보면 저게 능력자 연합 기본 방어구인가?

여성은 15만의 회복 능력자인데, 몸통 집중 점박이 타입이었다. 아무튼 군인 같은 여성이 기관단총을 들고 몸 이곳저곳에 투척용 나이프를 장착한 차림으로 대장이라는 남자를 재촉하니 남자도 "으음?" 하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다른 15명의 인원은 속성과 신체 강화자가 섞여 있었는데 남자가 몇몇 능력자들을 지목해서 배치하기 시작한다.

“일단 인원이 더 도착할 때까지 포위망부터 형성한다! 너, 너! 너! 그리고 거기 셋은 왼쪽, 나머진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퍼진다!”

“““옛!”””

남녀 15명은 대장의 명령에 우르르 일정 간격을 띄고 반원형으로 박물관 쪽을 포위하기 시작했고 경찰을 비롯해 어느새 도착한 군인들도 도로에서 이쪽 박물관으로 일반인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바리케이트를 치기 시작했다.

“꼬맹이! 너도 나가라! 이곳에 있으면 위험해!”

“흠. 더 정보는 필요 없으신가 보네요. 뭐 그럼 저도 이만.”

아까부터 꼬맹이, 꼬맹이. 콱 그냥…. 나도 저런 기분 나쁜 게 있는 곳에서는 더는 있기 싫어서 몸을 돌려서 나갈,

덥석

…려고 했는데 대장이란 사내가 내 어깨를 덥석 잡았다.

“음?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정보라니, 혹시 너도 능력자인 거냐?”

대장의 말에 보이시한 여성과 좌우에 있던 신체 강화 능력자 둘도 내 쪽을 바라본다. 눈치는 좀 있는 거 같은데, 꼬맹이라는 말을 듣기 싫은 내 마음도 눈치 좀 채라고.

“능력자에요. 감지 타입.”

“허! 그러고 보니 너, 눈깔이…. 혹시 네가 그 유명한 블루 지니어스냐?”

…무슨 지니어스?

“의한 고등학교 3학년, 남자, 파란빛의 눈동자, 감지 타입. 블루 지니어스가 맞군요.”

헉! 다, 닭살이!! 자, 잠깐! 난 중2병은 고등학교 들어오면서 졸업했다고!!

군인 같은 여자가 무심한 표정으로 날 보면서 하는 말에 멘탈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으하하! 자기 별칭을 들은 녀석들은 대부분 그런 반응이지! 그래 그 천재 능력자께서 알아낸 정보를 부디 우리에게 알려주게나!”

끄으응…. 내 일그러진 표정을 봤는지 여자도 피식 웃고 대장 사내도 화통하게 웃어젖혔다.

아, 프랑까지 웃음을 억지로 참는 표정을 짓고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제 이름은 정서하에요. 할아버지랑 아줌마는요?”

아줌마라는 말을 들은 여성은 눈썹이 꿈틀한다. 할아버지라는 소릴 들은 남자도 눈썹이 꿈틀한다.

겉만 봐서는 20대 중반에 50대 중반이라 아줌만지 아가씬지 아저씬지 할아버진지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알지만 심술 나서 말  안하고는 못 배기겠다.

아까부터 속상한 말을 자꾸 들었더니 부루퉁해진 심정에 괜한 여성한테도 화풀이를 했다..

“크크크크. 난 화중강이다. 그리고 이 아줌마는 유채린이지.”

아, 이마에 핏줄 생길려고 하네. 화중강 아저씨는 그냥 크크 거리면서 웃는데 아줌마는 이마에 살짝 핏줄이 생겼다.

난 한숨을 쉬면서 알려주려고 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건물 안에 사람들이 27명 정도 있어요. 그중에 6명은 우리 학교 학생이고요.”

내 말을 들은 유채린은 안색이 굳는다. 화중강 아저씨도 도로에서 차나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학생들을 보더니 살짝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한다.

“음. 너희는, 그 뭐냐. 공부 때문에 온 거냐? 근데 어떻게 모두 멀쩡할 수 있는 게냐?”

“제가 피하면서 다들 몸을 빼낸 거에요. 아무튼 사람들은  좀비 같은 모습으로 지하의 한 장소로 모이고 있어요.”

“…….”

화중강 아저씨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날 빤히 바라보기 시작하는데 옆에 서 있던 유채린이 대신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차소영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비슷하다.

“위상력을 감지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무언가 느껴지는 건 없으십니까.”

“없어요.”

사실이다. 이상한 상자 같은 게 주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데 살짝 열린 상자에서는 기분 나쁜 빨간빛만 뿜어져 나오고 있고 위상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느냐?”

“그걸 알면 감지 능력이 아니라 전지 능력 같은데요?”

…대충 짐작은 가지만 대외적으로 알려진 부분 이상을 설명해줄 수는 없지. 저렇게 휘말린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이 아저씨랑 누나도 꽤 능력이 있어 보이니까, 저런 기분 나쁜 상자 정도는 가볍게 제압하겠지.

“저희가 뛰어나오고 나서 몇 분 지나지 않고 끄웅 하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그리고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쓰러졌고요. 일어나서 지하로 모이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유채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인증기를 켜서 몇 가지를 살펴보더니 대장이란 남자에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귓속말로 속삭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프랑이 유채린이 말하는 걸 옆에서 귀를 기울여 들으면서 똑같이 입을 여는 게 보였다.

-소울 타입 이형종일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 국립 중앙 박물관에 마라우소에서 출토된 몇 점의 공예품이 들어왔다는 정보가 등록되어있습니다. 그중에 함 函 모양의 상자가 있다는군요.-

소울 타입? 그건 뭐지? 아니, 그런데 공간 지각이 있어서 저렇게 말 안 해줘도 되는데…. 뭐, 귀여우니 그냥 냅두자.

“천재 소년. 혹시 사람들의 상태가 어떤지는 알 수 없나?”

난 그냥 눈을 껌뻑거리면서 화중강 아저씨를 바라보니 쓴웃음을 지으면서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 일부러 기다렸다가 알려줘서 고맙다. 네 정보가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 했구나.”

“고맙습니다. 정서하.”

음…. 이 정도 조언이 저렇게 감사를 표시할 정도인가? 솔직하게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는 두 사람을 보니 좋은 사람들 같다. 안 다치고 무사히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채린이 누나. 박물관 지도 있어요?”

“으, 음? 있습니다. 잠시.”

내 말에 조금 당황하더니 곧 인증기를 조작해 박물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의 지도를 켜서 나에게 보여줬다.

“여기 3층 화장실에 2명이 있고요, 2층 화장실에는 3명, 2층 도서관에 4명, 나머지 16명은 여기 지하 1층 중앙에 서서히 모여들고 있어요. 이렇~게요.”

기분 나쁜 붉은빛을 뿜어내는 상자가… 함? 함이라고 불리는 게 있는 위치를 손가락으로 콕 찌르고 주변에 빙글빙글 돌렸다.

이 정도만 해주면 되겠지? 그런데 화중강도, 유채린도 감탄한 표정으로 날 본다.

“역시 블루 지니어스…. 연합과 정부에서 눈독 들일만 한 능력입니다.”

큭!

“채린 아줌마, 이 정도면 도움이 되겠죠?”

누나에서 다시 아줌마가 된 유채린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씩 웃어주면서 입을 열었다.

“충분합니다. 정보공유에 감사드립니다. 푸른 천재 소년.”

큭.

내가 말한 정보의 정확성이 얼마나 될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화중강 아저씨와 유채린을 두고 도로 가에 나왔더니 담임 선생님이랑 한고은 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트레일러에서 유채린과 같은 복장에 소지한 무기들만 다른 20명의 능력자가 거울 못으로 몰려 들어가는 게 보인다. 능력자 연합에서 추가 파견된 인물들이겠지.

저 정도면 이상하게 생긴 상자 같은 건 수월하게 부수겠지. 일단 안전한 곳에 피해서 공간 지각으로 지켜보는 게 좋겠다.

“서하야!”

내가 바리케이트 너머로 나오는 모습을 발견한 한고은은 걱정을 한가득 안고 나한테 달려와 날 살펴본다.

“괜찮아? 별일 없었어?”

“없었어. 난 전투 능력자도 아니잖아. 내 능력으로 알아낸 걸 거기 도착한 아저씨랑 아줌마한테 알려주고 온 거 뿐이야.”

“이야…. 대단한데? 아무튼, 너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다. 쌩유!”

“고마워!”

김창현은 내가 멀쩡히 나온 모습을 보고 씨익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건드리고 조민호도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한 것도 없는데 이런 인사를 받으니까 좀 창피하네. 프랑도 내 옆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애들의 인사를 받고, 담임 선생님도 잘했다며 어깨를 두드려주시더니 말을 이으셨다.

“얘들아? 일단 아차산으로 출발할까? 다들 아차산으로 이동했으니까 우리도 뒤따라가야지.”

어…. 난 근처에서 박물관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려고 했는데?

그냥 핑계 대면서 남아야겠다.

그러니까, 내 담당관은 화연이랑 여사님으로 변경 되었으니까 화연이한테 연락…하려 했는데 화연이는 지금 위상 세계에 들어갔잖아? 여사님한테 전화해야 하나?

…여사님한테 연락하려니 뭔가 껄끄럽다. 그냥 적당히 핑계 대고 빠져나가자.

공간 지각으로 박물관 쪽을 감지해보니 돌입할 팀을 편성 중인 거 같다. 조만간 들어갈 것 같으니 얼른 말해야지

“선생님. 전 제 능력자 담당관 때문에 여기 남아야 할 거 같아요.”

“응?! 아, 아직 무슨 일 남았니?”

내 말을 들은 선생님은 조금 당황한 표정이 되면서 말을 더듬으신다.

“아뇨 별건 아닌데…. 제가 이런 트러블에 휘말렸는데, 미성년 능력자라서 위상 세계 관련 행동은 금지되어 있잖아요? 일단 알려야할 거 같아서요.”

“그건 학교에서 처리해줄거야. 걱정하지말구 이동하자꾸나.”

엉?! 아, 그건 그렇지? 그래도, 내가 아닌 다른 능력자의 전투 장면인데…. 그때 한고은이 날 힐끔 보더니 선생님한테 말을 걸었다.

“근처에 타임리버도 있고 서하도 자세히 말 못할 사정이 있는거 같으니까, 선생님 재량으로 가게 해주세요. 어디에 놀러 가려는 것도 아니잖아요?”

“으, 응?”

선생님은 한고은의 이야기에 다시 당황한 표정이 되었는 데 이어서 강소라도 입을 열었다.

“담당관한테 연락이 안 온 거 보면~, 뭔가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너도 타임리버니까 타임리버에 가서 지시를 기다리는 게 맞는 거지~?”

…얘들이 날 도와주려는 건가?

“그, 그런 거니?”

그걸 선생님이 저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일단 여의도가 바로 옆이니까 가보려고요.”

졸지에 빌딩에 가게 생겼지만, 어떻게 일을 해결되는지 보, 앗! 돌입한다!

“그, 그래 알았다. 그럼 그렇게 하고,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한테 전화해. 알았지?”

“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걸 보고 나도 발걸음을 옮겨 박물관이 아슬아슬하게 공간 지각에 걸릴 만큼 이동하다가 문벅스 카페를 보고 카페에 들어갔다.

그냥 앉아있으면 눈치나 뭐 그런 게 보일 테니 스팀 밀크와 생크림 조각 케이크를 시켜놓고 구석에 앉았다.

-공간 지각으로 보시려는 건가요?-

-응. 다른 능력자들의 전투를 확인해보고 싶어서.-

동시에 이름 모를 C 클래스 신체 강화 능력자를 선두로 부채꼴 모양 진형을 갖추고, 기관단총과 각종 무기로 무장한 15명과 기관단총과 검과 채찍 창으로 무장한 5명이 따로 박물관에 진입해 들어갔다.

화중강 아저씨와 유채린은 15명 쪽에 소속되어있었는데, 화중강 아저씨는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고 다른 5명의 팀은 내가 표시해 준 일반인을 제압하러 가는지 2층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기관단총의 카트리지를 살펴보니 속에는 고무탄이 가득 차 있었다. 살상용이 아니라 제압용인가보다.

5명 쪽은 신경을 끄고 지하를 내려가는 화중강 아저씨네를 살펴봤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꺽어지기 직전에 화중강 아저씨의 손짓에 사람들이 멈추어섰다.

-전일태.-

-…블루 지니어스의 말대롭니다. 16명이 붉은빛을 뿜어내는 상자 주변을… 큭?!-

-윽!?- -아윽.-

순간 공기가 떨리는듯하더니 15명이 일제히 머리를 감싸 쥐고 신음을 흘린다. 조금 열린 상자에서 붉은빛이 강해지고 있었다.

-T resist를 돌려!-

화중강은 그렇게 외치며 피부에 물빛 위상력을 둘렀고 그 모습을 본 14명도 동시에 피부 위에 물빛을 두르기 시작했다.

-패턴 그레이 포인트 레드! 소울 타입입니다!-

전일태의 외침에 화중강 아저씨가 침착하게 소리치며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박기태! 황일우! 최진영! 핀포인트로 상자를 노린다! 기단을 든 녀석들은 정배당한 녀석들에게 쏟아부어!-

동시에 유채린과 전일태를 제외한 전원이 계단에서 뛰어 내려가고, 기관단총을 들고 있던 대원들은 총구를 조준해 검푸른 구슬 같은 고무탄을 사람들에게 쏟아붓기 시작한다.

검푸른 탄은 머리 쪽에 빨간 선이 이어진 사람들에게 적중되자 모두 터지더니 마치 껌 같은 무언가가 폭발적으로 퍼져나오며 사람들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그어어어어.-

-어으어어으….-

순식간에 제압, 포박된 16명의 사람은 껌 같은 거에 뭉쳐진 채 바닥에 달라붙어 흰자만 남은 눈으로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바르작거린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회색과 검은색과 빨간색의 염료로 염색되고 금과 은으로 세공된 가로세로 15 x 40cm 높이 15cm의 직사각형 상자, 함 函 이 열리고 불길한 붉은 빛이 터져 나오지만 능력자들은 아까처럼 머릴 부여잡거나 하지 않았다.

직후 불과 바람 대지의 속성 탄 7발이 날아갔지만 동시에 열린 함에서 쏟아지던 빛이 더욱 강렬해지면서 섬뜩한 붉은빛을 지하 전체에 뿌리기 시작했는데, 그 빛에 닿은 속성 탄이 공중에서 터져버리고 이형종 박제들이 천천히 꿈틀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제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박제들은 익숙한 버디 치킨과 실버 화이트 울프, 두 꼬리 여우도 있었고 처음 보는 사자와 코뿔소, 펭귄에 까마귀도 있었다.

-모두 부셔!-

“저런.”

박제들의 몸속은 톱밥이나 솜 같은 걸로 가득 차있었는데 그 속에 붉은빛의 아지랑이가 가득 차더니 70 TP를 가진 하위 이형종으로 변해버렸다.

속성 탄들이 중구난방으로 날아가 이형종 들을 맞추지만, 박제들의 가죽 표면을 흐르는 붉은 아지랑이에 막혀서 별다른 힘을 못 쓰고 있었다.

특히 화중강 아저씨는 보기에도 뜨거워 보이는 시뻘건 화염을 건틀렛에서 뿌려대는데 가죽만 남은 놈들은 화염에 적중당해도 불이 붙기는커녕 피시식 소리를 내며 꺼져버린다.

눈알에서 시뻘건 빛이 흘러나오며 이형종들이 돌진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능력자들이 속성 탄을 쏴서 선두에 선 코뿔소에게 쏘아내지만, 머리를 비롯해 상체에 두르고 있는 철갑 같은 것에 모두 튕겨 나가버린다.

그것을 신호로 코뿔소가 발을 구르며 돌진하기 시작하니 대리석 타일이 박살 나고, 돌진 경로에 있는 구조물도 부수면서 능력자 부대를 향해 달려든다.

그 뒤를 따라 모든 이형종 들이 같이 달리기 시작하고 화중강 아저씨도 얼굴을 굳히면서 8명의 속성 능력자들 전부가 자신의 속성 탄을 쏘아내 선두의 코뿔소를 공격하지만 붉은 아지랑이가 대부분의 속성 탄을 무효로 해버리고 있었다.

-큭! 대지의 무덤!!-

안 되겠다 싶었는지 부채꼴 진형의 중앙에 있던 긴 생머리의 여성 능력자가 땅에 손을 대더니 TP를 바닥에 쏟아부었다.

-하앗!-

TP는 빠르게 섬뜩한 붉은 빛을 뿌리는 상자의 아래로 이동하더니 바닥에서 토사가 솟아올라 상자 전체를 감싸다 못해 무덤처럼 만들어버렸다.

-지금이다!-

상자에서 뿜어지던 붉은 빛이 흙무덤에 가로막혀 사라지자 박제 이형종들의 가죽에서 흐르던 붉은 아지랑이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전면까지 짓쳐들어온 박제 이형종 들을 뒤에 대기 중이던 5명의 E 클래스 최상급 신체 강화자들이 달려들어 무기를 휘두르고 뒤에 있던 속성 능력자들도 틈을 노려 마나 탄을 쏘아내니 가죽에 흐르던 붉은 아지랑이가 사라진 박제 이형종 들은 순식간에 박살 나기 시작한다.

저 붉은 아지랑이를 상자가 쏟아내고 있었던 거였나?

-물러나라! 화선火線!!-

고작 3초 만에 대부분의 이형종 들이 반쯤 박살 나 바닥을 뒹구는데, 화중강이 건틀렛을 낀 팔을 앞으로 내밀더니 손가락을 활짝 펴고 이형종 들을 조준하며 TP를 모으기 시작한다. 직후 내 마나 레이저와 비슷하지만, 훨씬 굵은 불의 빔을 쏘아내 박제 이형종 들을 긁더니 화선에 맞은 이형종 들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뻐엉!

동시에 토사가 터져 나오며 불길한 붉은색을 뿌리는 상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보다 더욱 강렬한 붉은 빛을 뿌리지만 피부에 물빛 위상력을 뒤덮고 있는 능력자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글거리며 타오르던 불도 붉은빛에 쬐이더니 급속하게 사그라들었지만 그사이 박제들은 홀랑 타버려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맹진호!-

-네!-

샤프하게 생긴 남자는 양 주먹에 너클을 끼고 양다리에 강철을 두른 블레드소 무릎보호대를 장착한 D 클래스 중급의 신체 강화자였는데, 그가 나서자 유채린이 그의 등을 살짝 터치했다.

유채린의 손에 담긴 물빛 위상력은 맹진호에게 옮겨가 전신에 물빛 위상력을 더욱 강하게 두르게 된 그는 단 한 번의 발 구르기로 날아가서 한 바퀴 돌아 발뒤꿈치로 상자의 윗부분을 내려찍어 열린 상자를 강제로 닫아버리고,

-핫!-

이어 몸을 회전시키며 뒤 올려 차기로 받침대를 통째로 차올려 상자를 공중으로 높이 띄웠다.

-관통 일제 사격!-

화중강의 외침에 각양각색의 레이저와 송곳 모양의 속성 탄들이 공중에 떠오른 상자에 적중하며 상자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 작품 후기 ============================

슬슬 다가오는군요(뭐가?)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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