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0 여러 이야기. =========================================================================
두 눈을 부릅뜬 엄마의 모습은 처음 본다. 아빠도 멍한 표정을 짓다가 안경을 벗고는 가만히 눈을 감고 누나는…. 눈치채고 있었나? 눈을 감더니 살짝 한숨을 내쉬려다 참고 날 맑은 눈동자로 물어봤다.
“화연이는 알아?”
“응.”
“화연이도 안단 말이니?!”
누나의 말에 엄마는 화들짝 놀라면서 탁자에 손을 짚고 소리쳤다.
내 폭탄 발언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하던 프랑은 엄마의 모습에 움찔 놀라면서 약간 얼굴이 어두워졌는데 그런 프랑의 얼굴에 엄마도 움찔 놀라면서 프랑에게 두 손을 저었다.
“아, 아아아. 에반스…양? 에반스 양에게 다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아빠는 당황하는 엄마를 힐끗 보더니 다시 안경을 쓰고 프랑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날 향해 물었다.
“화연은 어쩔 셈이냐.”
“결혼할 거야.”
“…에반스 양은 어쩌고.”
“결혼할 거야.”
내 말에 아빠는 몇 년 만에 보는 큰 한숨을 내뱉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아빠 앞에서 누나가 내 어깨를 잡고 이상한 행동 하지 말라고 혼냈을 때였나?
중2병 대사를 내뱉으면서 "허락 없이 남의 몸에 손을 대다니, 이 별은 대체 뭐 하는 곳이냐한숨)" 이랬었는데 아빠가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내뱉고 (진지)(엄격)(근엄) 한 모습으로 맨바닥에 날 무릎 꿇고 앉게 하더니 3시간 동안 설교를 했었지….
어? 그러고 보니 토요일에 아빠가 다 말했었냐고 물어봤었잖아. 아빤 전부 다 알고 있었던 거 아냐?
“아빤 다 알고 있었던 거 아냐? 글구 엄마도 옆에서 다 들었잖아.”
“어, 엄마는 그냥 에반스 양에 대해서…. 아니! 아들이 에반스 양을 좋아한다는 건 오늘 처음 들었잖니!”
“…….”
아빠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손가락으로 팔뚝을 톡톡 치며 생각에 잠긴 거 같다.
“…누난 걱정돼. 에반스 양은 영체인데 어떻게 사귄다는 거야? 물론 플라토닉한 사랑도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게다가 화연이 감정은 어쩌려는 거야?”
그러면서 어제 일을 생각하는지 얼굴이 조금 찌푸려진다.
“내가 프랑을 좋아한다는 거, 누난 눈치채고 있었지?”
“…….”
침묵은 긍정이라는 말이 있었지? 막, 말을 꺼내려는데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도 걱정이야. 에반스 양은 영체니까, 그…. 그러니까 만질 수도 없구, 아들에게 안 좋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은 정말 어지간해서는 볼 수 없는 엄마지만 대충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거 같다.
생환한 뒤에 프랑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엄마가 걱정스러워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이걸 생각해서겠지?
…귀접 鬼接을 말하는 거다.
“프랑은 유령이 아니야. 전기를 쓰는 유령이 어딨다고 그래. 그리고 난 프랑을 만질 수 있는데?”
그러면서 왼손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프랑의 목덜미에 손을 대고 부드러운 백금색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올렸다.
그러자 사르륵하면서 내 손을 빠져나가 흘러내리는 백금색 머리카락이 형광등의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이 난다.
엄마나 아빠나 누나는 파랗게 빛이 나는 내 손이랑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프랑의 머리카락을 번갈아 보는 게 정신이 없어 보인다.
“난 프랑도, 화연이도 사랑해. 그래서 두 사람을 속이고 싶지 않아서 화연이한테도 전부 말했어. 화연이도 프랑을 좋아하는 날 받아줬고, 프랑은 처음부터 나랑 화연이의 관계를 응원하고 있었고.”
“그래서, 화연이는 물론이고 에반스 양과도 결혼하겠다는 거냐.”
“응. 둘 다 포기 못 해. 그리고 프랑이 몸을 가질 방법도 반드시 찾을 거야.”
아빠는 진지한 표정으로 똑바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에반스 씨는 네 말대로라면 정령이니, 정령과의 결혼은 관련법도 없어 문제는 되지 않는다. 화연도 너와 저 아가씨를 받아줬다니 남은 건 에반스, 프랑이라고 부르마. 괜찮겠지?”
프랑은 눈을 크게 뜨더니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프랑 너도 화연을 받아준 거냐.”
“프랑은 처음부터 응원했다니까?”
“넌 조용히 해라. 프랑, 대답해 보거라. 너도 화연을 받아준 게 맞느냐.”
아빠는 끼어드는 날 질책하며 다시금 프랑에게 물었는데, 확답을 강요받은 프랑은 얼굴을 붉히더니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엄마도 누나도 머리가 복잡한지 이마를 감싸고 한숨을 내쉬는데 아빠만 멀쩡하게 프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놈이 처음 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렴풋이 느꼈다만, 법에 저촉되는 부분도 없고 당사자들이 좋다고 하니 별말 하지 않으마. 앞으로도 아들놈 옆에 붙어서 잘 보살펴다오.”
-네!-
“여보….”
“뭐가 걱정이시오. 저 녀석도 능력자인 만큼 정령인 프랑에게 기를 빨린다 해도 금방 회복할 거요. 정신력은 형편없어 보이지만 몸은 튼튼한 거 같으니 그 정도쯤이야 회복하겠지.”
“정신력이 형편없다니!! 게다가 아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프랑도 얼굴이 새빨개졌잖아!!”
담담하게 응원하는 모습에 아빠를 존경하려고 했는데 하지 말아버릴까보다!
“…엄마도 프랑이라 불러도 괜찮지? 그, 그러니까 아들 기를 너무 빨…흡수하지는 말구, 알았지?”
“엄마!”
엄마까지?!
당황해서 엄마한테 달려들어서 말을 못하게 막으려는데 부모님의 반응에 프랑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내 팔을 톡톡 건드리면서 "얘는! 마누라가 둘이면 허리가 부러질지도 모르는데…" 이런 소리를 꺼내고 있는데 누난 아빠와 엄마의 결정을 받아들이려는지 홀가분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잡으면서 말했다.
“서하 넌 방에 들어가 있어.”
“어? 왜?”
“왜긴! 올케가 될 프랑인데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지!”
누난 내 등을 억지로 떠밀면서 계속 말하는데, 이상하잖아?! 당사자 둘은 자리에서 있어야지!
“왜?! 나도 들을꺼야!”
“안돼! 원래 결혼 전에 며느릿감이랑 집안 여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법이야!”
“그런 게 어딨어?! 아빠도 있잖아!”
“아빤 우리 집 어른이잖아! 아무튼, 얼른 들어가 얼른!”
“너무해!”
“양다리 걸치는 바람둥이 색마주제에 뭐가 너무해!”
“으윽!”
하, 할 말이 없다! 누나한테 떠밀리는 걸 억지로 버티면서 프랑을 바라보니 프랑도 약간 눈물 맺힌 눈으로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서하도 방에서 기다려주세요!-
“끙…!”
프랑까지 저리 말하니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누나가 내 머리에 수도를 살짝 먹이면서 말했다.
“엿듣다가 걸리면 가만 안 둘 테니까!”
“엄마랑 누나는 엿들었으면서!”
토요일에 있었던 일을 꺼내니 누난 인상을 쓰면서 내 귀를 잡아당긴다!
“엄마랑 나는 그래도 돼!”
아파! 진짜 너무해!
…어차피 방 안에서 공간 지각에 독순술로 이야기 나누는 걸 엿보면 되지! 흥!
투덜거리면서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더니 내 방문에 귀를 대고 있던 누나는 그제서야 거실로 돌아갔다.
드러누을때 위상석 조끼의 감촉이 조금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부모님이랑 누나는 소파에 앉고 프랑은 좌탁 너머 양털 카펫 위에 얌전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질문하면 프랑이 대답하고, 대답한 걸 누나가 독순술로 읽어서 부모님한테 전달하고.
만약 프랑을 정신적으로 괴롭히고 압박하려고 하면 뛰쳐나가서 프랑을 데리고 들어오려고 했는데 별다른 건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프랑의 입으로 다시 듣고, 날 좋아하게 된 원인이라던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님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 등을 물어봤는데 프랑은 침착하게 내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부모님이랑 누나에게 말해줬었다.
물론 부모님이랑 엄마는 일반인이라 자극적인 전투 장면이나 변이 장면 등은 적당히 요약해서 이야기해줬는데 그래도 엄마나 누나는 프랑이 겪은 일이 가슴 아픈 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으며 프랑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쩔 수 없이 아들 녀석에게 몸을 맡긴 셈이 되는데, 괜찮으냐.-
…….
나도 내심 저 부분을 신경 쓰고 있었는데 가차 없이 물어보네…….
-처음에는 현실로 돌아와서 가문에 대한 일을 확인한 후 성불이나 소멸을 생각했었지만, 서하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서하가 보여준 모습에 반해버렸어요…. 절 위해 이무기에게서 몸을 피한 뒤로는, 오히려 이런 모습이 되어 서하의 옆에 쭉 있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생각할 정도인걸요. 저도, 서하의 옆에서 도움이 되고 앞으로도 쭉 함께하고 싶어요….-
그제서야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프랑에게 날 부탁한다고 말했고 누나도 자상한 모습으로 프랑을 환영했다.
프랑도 눈물을 흘리면서 부모님이랑 누나한테 두 손을 바닥에 대고 절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불이 꺼진 어두운 방 안에서 프랑을 품에 안고 누워있으려니 조끼에서 물빛의 위상력이 물결치며 퍼져나오는 게 보였다.
“프랑?”
-네?-
“키스해도 돼?”
-…으우우.-
알몸으로 내 품에 안긴 프랑은 부끄러운지 이상한 신음을 흘리면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살살 달래면서 손을 치워 프랑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주니 '더 야한 짓을 할 줄 알았는데?' 하는 표정으로 눈을 또록또록 굴리는 모습이 귀엽다.
“고마워.”
뭐가 고마운지 말을 해주진 않았지만, 프랑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프랑이랑 화연은…. 학교나 인터넷에서 온갖 나쁜 말로 화제가 되는 여자들에 비하면 같은 여자인가 싶을 만큼 착하고 나만을 생각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날 생각해주는 모습들을 보면 그녀들의 사고는 나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다.
내 욕심으로, 욕망으로 험한 꼴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사실 프랑이 눈치 못 채게끔 행동해서 그렇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시기가 발기하고 프랑을 쓰러트리고 올라타는 상상을 했었다. 이제는 프랑을 만질 수 있으는데다 마음먹고 덮치면서 억지를 부리면 프랑도 내 억지에 넘어가 줄 테니까.
알몸을 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프랑이 옷을 걸칠 수 있게 됐을 때 떼를 쓴 것도 그 연장에서의 일이었는데 부모님과 누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프랑의 진심을 봤더니 내 욕심은 얼마나 저열한 건지 깨달아버렸다.
물론 지금만 이렇게 생각하고 내일이 되면 또 원래대로 돌아가서 프랑의 알몸을 보고 흥분해버리고 하앜하앜 해버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잊지는 않을 거다.
프랑과 화연이 날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는 걸.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가 눈만 살짝 들어서 내 표정을 살피는 프랑의 이마에 다시 입을 맞추면서 끌어안았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내 말에 프랑은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 프랑의 귓가에 일부러 짓궂은 말을 꺼내 놀리면서 나신이 된 프랑의 몸 이곳저곳을 슬금슬금 더듬고, 달덩이 같은 두 가슴도 톡톡 건드리자 울상을 지으면서 약하게 저항하기 시작하는 모습에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다 예쁘고 귀여운 프랑 잘못이지!
어딘가 편치 못한 기분이라 잠결에 몸을 뒤척였더니 뭔가 출렁하면서 물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한 사과 향을 맡으면서 눈을 감은 채 멍하니 엎드려있는데, 뭔가가 스르륵 하면서 전신을 흐르고 지나가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프랑이 얼굴을 붉힌 채 내 허리에서 몸을 빼고 있었다.
“…아녕.”
-쿡쿡. 잘 주무셨나요?-
“…안녕…. 아침에 사과 향기를 맡으면서 깼더니 엘레강트해진 기분이야….”
마나 시브를 집중한 두 손을 뻗어 내 옆으로 자릴 옮긴 프랑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가냘픈 비명을 지르며 내 품에 쏙 안긴 프랑의 입술을 훔쳤더니 프랑은 샐쭉한 표정으로 내 뺨을 콕콕 찌르면서 말했다.
-엘레강트는 씻고 나서 찾는 게 어떤가요?-
“응.”
실실 웃으면서 프랑의 허리를 놔주고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푹 잠들지 못해서 그런지 조금 멍한 기분이다.
시선을 내려 물빛 위상력을 뿌리는 검은 조끼를 내려다보고 한숨을 쉬었다.
“조끼가 은근히 걸려서 잠을 푹 못 잔 거 같아.”
-밤에도 자주 몸을 뒤척이셨어요.-
“응. 언제나 잠옷을 입고 몸을 가볍게 하고 잤었는데 3cm짜리 조끼를 입고 잤더니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
프랑은 내 말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등을 쓰다듬어 줬는데, 프랑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게 더 화난다!
인상을 쓰면서 두꺼운 조끼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누나가 생각해 내주고 화연이가 일부러 만들어준 건데 벗고 있을 수도 없고, 진짜.
…그러고 보니 프랑이 내 등에 매달려도 등으로 프랑의 가슴 감촉을 못 느끼게 됐잖아?!
에휴.
능력자, 그러니까 위상력 컨트롤을 익힌 뒤부터 위상력 컨트롤이 마나 시브로 진화한 지금까지 몸에서 나쁜 냄새나 체외로 배출되는 노폐물들이 극도로 줄어들었다.
아침에 구취 같은 것도 사라지고 가볍게 물로만 세수해도 피부가 부드럽고 매끈한 게 따로 스킨이나 로션 같은 걸로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될 정도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난 뒤의 상쾌한 느낌과 밖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먼지나 뭐 세균 같은 게 묻으니까 씻기는 해야지.
씻은 다음 교복을 입고 거실로 나갔더니 아빠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엄마와 누나는 드레스 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아빠. 잘 잤어?”
“그래.”
아빠한테 아침 인사를 건네주고 냉장고에서 물을 따라 마시는데 여전히 책에 시선을 떼지 않고 간단하게 대답해준 아빠는 내 주변을 힐끔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지간히 알아서 하겠지 싶지만, 집 안에서 성애는 적당히 하거라.”
“풉! 무, 무슨 말이야?!”
쇼킹한 아빠의 말에 마시던 물을 냉장고에 뿜어버렸다가 당황해서 걸레를 찾았다.
“성애.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성적 본능에 의한 애욕 말이다.”
“아니! 그건 알고있다구! 나도 그 정도로 생각 없진 않단 말야!”
“후. 그럼 다행이고.”
그러면서 한결같은 자세를 보여주는데 아빠도 진짜…. 공간 지각으로 내 옆에 있던 프랑을 보니 붉어진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진짜로 독립해서 나가야겠어! 엄마가 허락해주지 않을 거 같지만, 3일 밤낮을 공략해서라도 기필코 독립하고 말 거야!
누나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제일 먼저 집을 나가버리고 아빠와 엄마도 양복을 차려입고 먼저 병원으로 출근했다.
나도 빈 가죽가방을 들고 집을 나오려는데 인증기에서 문자가 도착했다는 신호를 받고 인증기를 켜보니 화연이한테서 온 문자였다.
[좋은 아침.]
[오늘은 타임리버 빌딩에서 보자. 학교 마치면 바로 와.]
으음. 슬슬 시험을 대비해서 공부 시작해야 하는데. 아니, 교과서 외우기 시작해야 하는데….
어느새 어깨끈이 달린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프랑을 올려다보고는 화연이한테 답장을 보냈다.
[알았어.]
[화연이의 예쁜 사진을 보내주면 갈게!]
문자를 보내주고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에는 사진이 첨부되어있었는데 사진을 먼저 확인해보니 부끄러운 표정으로 이마 위 45도 각도에서 찍은 일명 얼짱 각도 사진이었다.
부끄러운 듯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살짝 카메라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진짜로 예쁘다!
[…]
[와줄꺼지?]
장난이었는데 진담으로 받아들이다니! 프랑은 뒤에서 문자를 확인하고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화연 씨한테 그런 장난은 하면 안 되겠어요.-
“그렇지?”
[good job!]
[무진장 예뻐! 지금 당장 가고 싶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서 마지막 문자를 보내준 다음 인증기를 종료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인증기를 켜고 시선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하는데 문자가 도착했다는 신호를 받았다.
화연이려나? 학교에 도착하면 봐야겠네.
등교하면서 수많은 시선을 받고, 학교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더니 얼굴도 모르는 같은 학교 2학년과 1학년들 몇몇이 "안녕하세요~!" 라던가, "안녕하세요, 선배님!" 하면서 인사를 해온다.
조금 뻘쭘한 마음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거려주면서 학교에 도착했더니 정문에 학생회장과 똘마니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서하 선배님, 좋은 아침이네요!”
어제의 풀죽은 모습과는 다르게 활발한 표정으로 인사를 해오는 학생회장을 보고 있으려니 주변에 등교 중인 아이들이 이쪽을 보면서 속닥거리는 게 공간지각으로 보였다.
“그래. 좋은 아침이야.”
그리고 지나쳐가니 학생회장이 황급히 따라붙으며 종종걸음으로 내 옆에서 따라오며 날 올려다본다.
얘, 설마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혹시 날 기다리고 있었어?”
“네! 선배님, 다시 한 번만 고려해주세요! 우리 의한 고등학교 학생회는 정서하 선배님이 꼭 필요해요!”
내 이름이 필요한 거겠지.
“알았어.”
“고려해주시는 건가요!?”
내 대답에 얼굴이 환해지는 모습을 보니 까닭 없이 괴롭혀주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아니.”
“그런!”
그러면서 교실에 도착할 때까지 열심히 날 설득하려 하는데, 그 모습에 어제보다 더 많은 시선이 집중되는 걸 느끼니까 한숨이 나오려고 한다.
교실까지는 쫒아들어오진 못하겠는지 '이잉….'하면서 두 부회장과 함께 되돌아가 버렸다.
어제와는 다르게 인사를 해오는 다른 아이들에게 적당히 "안녕." 하고 인사를 받아주면서 자리에 앉으니까 김창현이 뒤돌아 앉으면서 말을 걸었다.
“귀염둥이 회장님이 작심한 거 같다야.”
창가에 앉아있으니 날 쫓아오던 학생회장을 봤나 보다. 학생회장은 작은 데다 길게 늘어트린 트윈테일을 하고 있어서 멀리서도 쉽게 분간할 수 있으니까.
강소라는 아직 안 온 건가? 비어있는 자릴 힐끔 보고 김창현을 보니 잘난 얼굴에 악동 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작심이라니? 그래도 난 학생회에 가입할 생각 없어.”
“그래도, 이번 학생회장은 되게 끈질기다던 걸? 부회장 시절에도 자그마한 몸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에 반해서 표를 던져준 애들이 많다나 봐.”
뒤에서 말하는 조민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 말은, 저 꼬맹이 회장이 앞으로도 날 쫓아다닐 거란 이야기야?”
“아하하. 그러지 않을까?”
“그런 미적지근한 게 아니라 쫓아다닐게 확실하지!”
표정을 구기고 있으니 내 얼굴을 본 김창현은 킬킬 웃으면서 돌아앉고 조민호도 약하게 웃으면서 태블릿을 꺼냈다.
아…. 뭐 쫓아다니려면 다니라고 해. 난 절~대 가입 할 생각 없으니까!
아침 조회시간이 되어서 담임인 최미란 선생님이 들어오시면서 강소라도 헐레벌떡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강소라~? 일찍 일찍 다녀라, 응?”
“죄송합니다아~.”
============================ 작품 후기 ============================
지루하다는 분들께는 뭐라 드릴 말씀이...ㅠㅅㅠ
언제나 제 이야기를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글로티 // 그, 그게 스포가 되는거였군요 ㅡ.ㅡ;; 후기 수정했습니다. 전투 씬을 바라는 분들은 조금... 조금?;; 만 더 기다리...시면 원하는게 나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