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09화 (109/517)

00109  날 강하게 만들어 줄 장비.  =========================================================================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하고 눈을 감았는데, 부드럽고 예쁜 눈썹에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 살짝 다물은 입술은 그야말로 키스하고 싶어지는 예쁜 얼굴이다.

…그러니까 키스하고 싶어지는 건 내 잘못이 아니지?

“얼마나 해줄까?”

“가능한 한 길게.”

길게? 어느 정도로 해야 하지?

일단 10 TP 정도를 손가락 끝에 뽑아내서 압축시키니 그야말로 파랗게 빛나는 보석 같은 물방울이 생겼다.

이걸 화연의 눈꺼풀 위에 바르면서 입술에 살짝 키스해버렸다.

“읏! …어휴.”

입술을 손등으로 살짝 가리면서 얼굴을 붉힌 화연이는 시선을 돌려 프랑을 찾기 시작했다.

“에반스 씨. 오늘은 학교에서 서하에게 접근하던 불여우들은 없었습니까?”

부, 불여우?

-아, 없었어요. …근데 저랑 이야기를 못하실 텐데….-

“아뇨. 독순술은 대강 익혔습니다. 약간 천천히 말하면 저도 볼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어어?! 나, 나는 다 익히는 데 3일이나 걸렸는데…?”

겨우 하루 만에 익힌 거야?!

내 말에 프랑은 애써 웃음을 지었고 화연은 날 흘겨보면서 입을 열었다.

“한글은 우수하니 기역에서부터 히읗. 자음과 모음의 발음 모양만 외우면 나머지 단어는 일부러 외울 필요가 없지 않나. 넌 어떻게 외운 거지?”

“…아. 난 영어 단어랑 발음법 외운다고….”

그러쿠나. 한글은 우수하니까…. 으으.

-하지만 서하는 영어만 외우셨잖아요? 한국어로는 바로 대화를 시작하셨어요.-

“…그러네?”

내 어벙한 표정이 웃겼는지 화연이도 프랑도 킥킥 웃는 게 보였다.

“…아무튼, 서하 네 입 모양에서 한글로 대화한다는 건 확인을 했었다. 그리고, 프랑은 전기를 다루실 수 있으시니 혹시 휴대기기도 쓰실 수 있습니까?”

-아, 서하가 태블릿을 사줘서 그걸 사용할 수 있어요.-

“잘됐군요. 제 개인 메일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다면 그쪽으로 연락하시길.”

-알겠어요.-

두 여자는 날 두고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프랑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게 퍽이나 기쁜 모양이다.

“그리고 프랑 씨의 복장에 관해서인데.”

…!!

“혹시 옷을 입겠다는 강렬한 의식을 가져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 그런 적은 없었어요. 단지 이런 상태라서 그냥 알몸으로 고정된 건가 했거든요.-

“몇몇 서적을 통해서 알아본 결과, 프랑 씨는 영체라 강하게 바라는 것으로 영체의 모습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체는 어디까지나 영혼석의 혼. 그 모습은 분신체라고 봐야 할 테니까요.”

그러면서 차소영이 깨어나는지 아닌지 계속 살펴보는 화연.

프랑은 그 말을 듣더니 어딘가 납득이 간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으으. 설마… 설마설마….

입으면 안 돼…!

내 애타는 바램을 비웃듯이 곧 프랑의 몸 부분이 출렁출렁하더니…!

“앙대…!”

몸의 실루엣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흰색 롱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돼버렸다!!

“너도 참….”

-어휴.-

두 손을 바닥에 짚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푹 숙인 채 좌절하고 있으려니 두 여인이 날 보고 한숨을 쉰다!

물론 흰색 롱 원피스를 입은 프랑의 모습은 그야말로 헉 소리 나게 아름답긴 하지만…. 안 보이는 걸! 공간 지각으로 봐도 몸 자체가 옷으로 변한 건지 프랑의 탐스러운 유두나 꽃잎이 안보인 단 말야!!

으아아아…!!

“화연이 미워!”

“…….”

내 좌절감이 묻어나는 한 맺힌 외침에 화연이는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넌 에반스 씨가 벌거벗은 몸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냐?”

“어차피 나밖에 안 보이는데 뭐! 화연이도 내가 버프를 걸어주기 전까진 감지 스킬로도 못 봤잖아!”

내 말을 들은 화연이는 "그건 그렇지만…." 하는데, 내 유일한 낙을 이렇게 빼앗아가 버리다니…!

“…진짜 너무해….”

-서하도 참….-

정말로 좌절하고 있으려니 프랑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복장을 다시 알몸으로 돌려버렸다!

“에, 에반스 씨!”

-그야 서하말대로니까요. 절 볼 수 있는 건 서하와, 서하의 버프를 받는 사람뿐인데 현재로써는 저를 정확히 보신 분은 시하 님이랑 화연 씨뿐이잖아요? 물론 집 밖에 사람들이 많은 곳은 저도 부끄러우니 앞으로 입고 다닐 생각이지만…. 서하가 저렇게나 우울해 하니까요.-

그러면서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살포시 웃는데 어쩜 저렇게 착할 수 있는 거지?!

“역시 프랑은 천사 같아! 그에 비하면 화연이는, 흥!”

“큭! 나, 나도 네가 원하면 얼마든지 벗을 수 있어!”

“그건 우리 둘이 있을 때 이야기지?”

“당연하지 않나!”

“프랑은 지금도 저렇게 보여주는데?”

그러자 얼굴이 시뻘게진 화연이는 바로 트레이닝 복을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꺄아?!-

“으아앗! 노, 농담이야 농담! 그러지 마!”

나와 연이가 소란스럽게 굴고 있으려니 차소영도 정신을 차리려는지 신음을 흘리면서 몸을 움찔거리다가 눈을 떴다.

“…뭐하시는겁니까?”

화연이는 트레이닝 복 상의와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고는 바지도 벗으려 하고 있었고 나는 화연이의 손목을 잡고 그러지 못하게 막고 있는 상황에서 깨어난 차소영은 나와 화연이를 보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읏….”

그제서야 옷을 벗으려는 움직임을 멈추고 붉어진 얼굴로 날 흘겨본 화연이는 바람 소리가 날만큼 몸을 돌리고 샤워실로 걸어가 버렸다.

몸을 돌릴 때 출렁거리는 유방을 봤더니 침이 절로 넘어가는 거 같다.

“아하하. 조금 놀리다가 그만….”

어색하게 웃는 내 모습에 차소영은 한숨을 쉬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나길래 손과 어깨를 잡아주니 감정 없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부디 소피아와 연합해서 화연을 놀리지는 마십시오.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입니다.”

“아하하. 걱정 마세요. 소피아가 오면 저도 혼내주려고 벼르고 있으니까요.”

“…?”

약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지만 이내 몸을 돌려서 화연의 뒤를 따라 샤워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두 사람이 씻고 나왔을 때 타이밍 좋게 집사 할아버지가 찾아오셔서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끝났다고 말씀하셨다.

굉장히…. 뭐랄까, 집에서 코스 요리를 먹는 경험을 해볼 줄은 몰랐달까….

식사 중에는 그다지 말이 없는 화연이와 마찬가지로 그냥 말이 별로 없는 차소영 덕분에 음식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디너를 즐길 수 있었다.

굉장히 맛있었다고 요리를 날라다 주던 메이드 누나들이랑 집사 할아버지한테 인사를 했더니 다들 푸근하게 웃어주면서 겸손한 말로 허리를 숙였다! 그냥 잘 먹었니? 네 글자면 될 텐데!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화연이랑 차소영이 아까 했던 대련에 대해 부족한 점과 보충할 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화연이가 인증기를 켜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금방 심각한 표정이 된 화연이는, 조금 굳은 얼굴로 돌아가자고 말을 꺼냈다.

집사 할아버지랑 메이드 누나들한테 잘 있으라고 인사하고 집을 나왔다. 혹시나 여사님이 중간에 오는 건 아닐까했지만 7시에 저택을 나올 때까지 여사님은 돌아오시지 않으셨다.

“…원래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중요한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군.”

화연이는 고개를 돌려 날 보며 한숨을 쉬었다. 침중한 안색의 화연이의 손을 말없이 가만히 잡아줬다.

지금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가, 제6팀이 위상 세계에서 돌아왔는데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아서였다. 1년 만에 발생한 사망자라던가. 자세한 건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고, 나도 엿듣기가 그런 분위기라서 그냥 조용히 화연이의 뒤를 따라 나왔다.

바로 타임리버 빌딩으로 가라고 하면서 난 택시 타고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화연이는 날 집 앞까지 데려다주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차소영마저 그럴 수는 없다며 억지로 붙잡는 통에 집 앞까지 리무진을 타고 올 수 있었다.

날 집 앞에 내려준 화연이는 내 뺨에 살짝 키스를 해주고 조심해서 들어가라는 말을 남긴 채 여의도로 향했다.

점점 작아져 가는 리무진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소피아 씨한테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에델베르그 씨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화연의 표정은 좀 더 어둡거나 굳어졌을 거라 생각해요.-

저택을 나와서 그런지 하얀색 롱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된 프랑은 내 옆에서 같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겠지?”

내가 아는 사람만 죽거나 다치는 게 아니라면 상관없다.

…이런 생각은 나쁜 걸까?

으음…. 모르겠다. 정신이 산만해지는 생각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은데…. 내 곁을 따라오는 프랑은 공중에 살짝 떠서 따라오고 있었다

흐음? 이건 어떻게 이렇게 하늘거리는 거지?

신기하게도 움직일 때 하늘하늘거리는 프랑의 원피스 자락을 호기심에 살짝 잡아봤다.

-?!-

응? 방금… 프랑이 흠칫 한 거 같은데? 같은 데가 아냐. 확실히 흠칫했다.

지긋이 프랑을 바라보면서 원피스를 쓸어내리고 만지작거렸더니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는 게 보인다.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이거, 프랑의 몸 아냐?”

-으잉….-

조금 울상이 되는 프랑을 보며 옷자락 부분을 살살 간지럽히니 바르르하고 떨다가 내 손이 안 닿는 공중으로 휙 올라가 버렸다!

“앗! 치사해!”

-아니에요! 서하가 치사해요!-

그렇게 아웅다웅하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아닌 척 얌전히 걷고 그러다 다시 아웅다웅 거리다 보니 금방 집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 프랑이 옆에 있으면 고민이나 걱정 같은 건 금방 사라진다니까.

토요일도 그렇고 일요일도 그랬고, 점점 욕구불만이 심해지는 기분이다. 거기다 오늘 두 미녀의 과격한 프로레슬링까지 봐서 그런지 더 심해진 거 같다.

집에 도착했더니 엄마랑 아빠랑 누나도 집에 있었다. 게다가 저녁을 하는 중이었는지 집 안에 음식 냄새가 한가득하다.

여사님 집에서 밥을 먹긴 했지만 평범한 1인분 정도였으니까, 먹으려면 2인분 정도는 더 먹을 수 있겠지?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아들!”

요리 중인지 엄마는 주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내 인사를 받아줬다. 신발을 벗고 들어와서 내 방에 가방을 집어 던진 다음 거실로 가려 하니 누나가 잽싸게 튀어나와서는 내 뺨을 잡고 쭉 늘이기 시작한다!

“너어! 늦으면 늦는다구 전화를 해야 할 거 아냐! 어디서 뭐 하느라 이렇게 늦게 와?!”

“우구구구! 하히히허히디헤! 우극!”

“히양?!”

내 뺨을 잡아당기다 못해 비트는 누나의 손에 극통을 느끼면서 재빨리 검지로 누나의 양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더니 몸을 크게 움츠리면서 귀여운 비명을 지르고는 내 뺨을 놓고 물러섰다.

“아으! 뺨 떨어지겠네! 타임리버 빌딩에 다녀오느라 늦었다고!”

“이익! 어딜 찔러! 어딜 찌르냐구!”

내 말보다 옆구리를 찔린 게 더 열 받는지 주먹이랑 발을 휘두르는데, 이럴 줄 알았다!

잽싸게 마나 모드 가속을 켜서 천천히 다가오는 누나의 주먹을 샤샥 피해 주고 로우킥을 먹이려는 듯이 휘둘러오는 다리도 폴짝 피해서 거실로 피했다!

“아앗!”

내가 공격을 피할 줄은 몰랐는지 자세가 무너져 비틀거리면서 주춤하다가 날 뒤 쫒아 달려온 누나는 으르렁거리면서 두 손을 내밀어 견제하기 시작했다.

“흥! 나도 이제 말 잘 듣는 샌드백은 졸업할 거야!”

나도 더이상은 안 참아! 이번 기회에 계급 구조를 역전시켜주지!!

“뭐얏!”

내 말에 누난 약오른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달려드는 순간 마나 모드 - 가속을 켰다!

느려!

두 손을 펼쳐서 천천히 다가오는 누나의 팔을 잡고 옆으로 밀치면서, 누나의 등 뒤로 돌아갔다!

“아~~앗~?”

늘어지면서 이상하게 들리는 누나의 목소리에 실쭉 웃으면서 누나의 두 팔을 잡고 등 뒤로 돌려 고정하면서 내 무릎으로 누나의 오금을 밀어 강제로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으~~윽~~?!”

눈이 동그래지면서 몸을 돌리려 하지만 그렇겐 안되지!

누나의 팔을 여전히 고정한 채 한 손으로 어깨를 잡고 천천히 밀어서 살짝 폭신한 양털 카펫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놀란 눈으로 이쪽을 보는 아빠가 보인다. 흐흐흐.

그리고 누나의 등에 올라탔다!

이제 가속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등에 올라타면서 왼손으로는 누나의 두 손을 겹쳐 손목을 꽉 잡고 못 움직이게 만들었더니 두 발을 바동바동거린다

“아윽! 무거워! 서하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당연하잖아! 복수를 계승 중이지!”

그러면서 누나가 카펫에 턱을 찍어서 다치지 않게끔 살짝 목을 들어 올리고 내 종아리를 넣어 고정한 뒤에,

“아웅?! 야아!”

“흐흐흐. 복수는 달콤한 꿀과 같다던데 진짜 그러네.”

“히익! 꺄하하! 그만! 그만해!”

“싫어! 지금 풀어주면 또 달려들어서 때릴 거잖아!”

“캬하학 아흑! 아악! 아하하하하!”

자유로운 한 손으로 누나의 목을 간지럽히고 옆구리를 콕콕 찔러주니 누나는 두 다리를 바동거리고 몸도 꿈틀거리면서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 너무 웃어서 못 움직일 만큼 괴롭혀주지!”

“아앙! 하지 마! 미안! 누나가 잘못! 했! 꺅! 꺄하하하하! 그~만~해~!”

엄마는 누나의 괴성에 주방에서 거실을 내다보더니 한숨을 짓고 도로 들어가 버렸고 아빠는 다시 책에 눈을 돌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자! 앞으로 폭력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만하겠어!”

프랑은 공중에 둥둥 떠서 내가 누날 괴롭히는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윽! 너어!”

“어라?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안 들리는걸? 콕콕! 간질간질!”

일부러 입으로 의성어를 내면서 괴롭히니 자지러질 듯이 웃어대기 시작한다.

“꺄하항?! 꺄하하하학 아하하하!”

누난 어떻게든 팔을 풀고 두 다리를 바동거리면서 나한테 풀려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이러면 나도 생각해둔 게 있지!

누나가 치마를 입고 있었다면 못 썼겠지만 집이라서 그런지 통이 넓은 편한 밴드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었다!

다시 마나 모드 가속을 발동해서 바동거리는 두 발목을 잡아서 다리를 굽힌 다음 두 팔이랑 두 발도 같이 한 손으로 잡아 봉인했다!

요가를 하니까 몸도 유연해서 다리를 접어서 두 손과 두 발을 누나의 엉덩이 쪽에 모으기는 쉬웠다.

손목 발목도 얇아서 한 손으로 다 잡으려니 조금 벅차지만! 잽싸게 주머니에서 아까 끊어버린 끈을 꺼내 발목이랑 손목이랑 같이 묶어버렸다!

“히익?! 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너 진짜!”

손과 발이 함께 묶여서 마치 동그란 애벌레같이 돼버린 누나는 길길이 날뛰면서 날 보며 화를 내는데, 아직 상황 판단이 잘 안되나 보군?

“야?! 너 이거 당장 안 풀어?!”

“헹. 그렇게 강하게 나올 때가 아닐 텐데?”

“뭐어?!”

“내 자유로운 내 두 손을 보고 뭔가 느껴지는 게 없어?”

두 다리랑 팔이 한데 묶여서 애벌레처럼 꼼지락거리는 누나 앞에서 두 손을 풀면서 사악하게 웃으니 안색이 나빠진다.

“아…하하. 귀여운 동생아. 누나가 잘못했어. 앞으로 안 그럴게, 한 번만 봐주라 응?”

“땡!”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고!

엎드린 채 꿈틀거리는 누나의 뒤로 가서 접힌 다리 위에 걸터앉았다.

“히잉?!”

“마지막 기회를 줄게.”

고개를 돌려서 하얘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누나의 눈동자에 절망이 어린다!

“간지럼 지옥에 빠지고 싶지 않으면 얼른 말해~!”

“으, 으으으! 아빠! 서하 좀 말려봐요오!”

앗! 치사하게 아빠한테 도움을?! 안돼!

잽싸게 손을 뻗어서 입을 막고 간지럽히려는데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흠. 그만하거라.”

“아. 우씨! 아빤 누나한테 너무 무르잖아!”

아빠한테 불만을 내비치지만 못 들은 척 계속 책을 본다! 으이구!

“자. 얼른 풀어!”

“끙.”

하는 수 없이 누나의 두 손이랑 발을 같이 묶고 있는 끈을 풀었더니 손이랑 무릎으로 기어서 잽싸게 아빠 옆으로 도망가버렸다.

“아우 진짜! 능력자가 되더니 능글맞아지고 변태같아지구, 정말~!”

“누가 변태라고 그래!”

난 변태 맞지만.

“…!”

내 말에 누나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말도 못하고 중얼중얼 "쬐끄만게 진짜 발랑 까져서는…!" 이러고만 있었다.

“그만하구 서하는 씻고 옷 갈아입으렴! 시하는 와서 엄마 좀 도와주지 않겠니?”

““네에~.””

나랑 동시에 똑같이 대답하는 누날 흘겨보니 누나도 날 흘겨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부르르 떨면서 나한테 간지럼 태워진 부분을 쓰다듬는데 어지간히 괴로웠나 보지?

2회차를 기대하라고!

잽싸게 화장실로 뛰어가서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식탁 위에 반찬이랑 갓 지어낸 따끈따끈한 쌀밥이 하얀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었다.

“너 벌써 잠옷 입은 거야?”

“응. 오늘은 밥 먹고 조금 일찍…. 아.”

잠시 프랑을 바라보니 프랑도 날 마주 보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프랑도 이제 내 여자가 됐고 볼 수도 있으니까 프랑도 다시 소개해줘야지. 내 여자라고.

“엄마, 아빠. 밥 다 먹고 프랑 정식으로 소개해줄게.”

“응? 정식으로 소개해준다니?”

누나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엄마한테 말했다.

“쟤가 능력으로 에반스 씨 볼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에반스 씨 무지 이쁘다? 근데….”

아빠를 바라보더니 날 본다.

“괜찮아? 에반스 씨는….”

“응 괜찮아. 이제 옷 입고 다녀.”

내 말에 얼굴을 붉힌 프랑은 다시금 몸의 영체를 움직이더니…. 어라? 흰색 롱 원피스가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마치 웨딩드레스 같은 새하얀 드레스로 변했다?!

으음. 역시 저 옷 부분은 프랑의 몸이 변한 게 맞지? 아까 아파트 입구에서의 반응도 그랬고 피부를 만졌을 때랑 감촉도 비슷했으니까.

-이, 이상한가요?-

-…그 모습이 이상하면 세상 여자들은 모두 옷 벗고 다녀야 할 거야.-

-푸훗!-

뭔가, 한 장의 얇고 긴 천을 여러 번 빙글빙글 감고 가슴에 포인트를 주면서 한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드레스였다.

한 장의 천이 여러 번 돌면서 한쪽은 왼쪽 종아리까지 내려오고 다른 쪽은 오른쪽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드레스 자락을 만들어냈는데, 포근한 느낌의 프랑과 무척이나…. 정말, 엄청나게…. 아후. 표현할 단어가 부족하네. 아무튼, 엄마가 날 부를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밥 안 먹니?”

“어? 아냐, 먹을 거야.”

오늘도 야채와 고기가 골고루 섞인 세심하게 영양에 신경 쓴 엄마표 저녁이었다! 여사님 저택에서 먹은 저녁은 어쩐지 레스토랑 코스 요리가 생각나는 방식이어서 맛은 있었는데 만족스럽지가 못했거든.

저녁을 다 먹고 엄마랑 누나가 식탁을 정리하는 걸 도와주고 설거지도 거들어줬는데, 엄마도 얼른 프랑을 보고 싶은지 서두르는 게 보였다.

금방 정리를 끝내고 가족들이 소파에 앉는 걸 확인 한 다음 둥둥 떠 있는 프랑을 올려다보니 프랑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 가족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손가락에서 TP를 2씩 뽑아서 엄마랑 아빠랑 누나한테 순서대로 양 눈꺼풀 위에 발라줬다.

“어머나~. 이렇게 눈꺼풀에 바르면…. ?!”

“?!”

“와아~…. 아?!”

어제 프랑을 본 누나마저도 프랑의 드레스 차림에 깜짝 놀랐는데, 엄마랑 아빠는 깜짝하지도 못할 만큼 놀랐는지 멍하니 프랑을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그 모습에 프랑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오더니, 나한테 처음 보여줬던 우아한 인사를 부모님이랑 누나한테 보여주었다.

자연스럽게 어깨까지 늘어트린 백금 발은 프랑의 움직임에 따라 찰랑거리고 새하얀 피부 덕분에 더욱 강조되는 홍조는 그야말로 사랑스럽다는 표현 그 자체가 어울린다.

“““…….”””

가느다란 목선을 지나 한쪽만 드러난 어깨선에서 이어지는 허리라인과 순백색의 드레스 너머로 보이는 몸의 굴곡은 같은 여자인 엄마도 할 말을 잃게 만들었고 사슴 같은 통통하고 쭉 뻗은 다리와 앙증맞은 발가락은 100점 만점에 120점을 줘도 할 말 없을 완벽한 아름다움이었다.

늘 보던 나도 할 말을 잃을 만큼 예쁜데, 프랑을 처음 보는 엄마 아빠는 그렇고 이제 2번째 보는 누나는 어떤 기분일까.

-프, 플랑드르 에반스라고 합니다. 모쪼록 예쁘게 봐주세요.-

“이름은 플랑드르 에반스. 나는 프랑이라고 불러. 그리고,”

살짝 숨을 삼키고 아직도 멍하니 프랑을 바라보는 가족들에게 폭탄을 떨어트렸다.

“내 마음 반쪽을 차지한 여자야.”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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