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06화 (106/517)

00106  3학년 데뷔.  =========================================================================

교실에 돌아갔더니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딱 멈추더니 일제히 날 바라본다.

허허. 참 적응 안 되는 반응들일세.

반장, 수유리는 날 보자마자 달려오더니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날 보며 말했다.

“대단해! 학생회장의 학생회 가입요청! 맞지?!”

“맞아. 그리고 거절했어.”

벙쪄버리는 반장을 뒤로한 채 내 자리에 가서 앉으니 뒤쫒아온 반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 뒤로 한고은도 다가오고 김창현도 돌아보고 강소라, 조민호도 날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왜?! 하, 학생회잖아? 우리 학교 학생회 출신이라고 하면 대기업에서도 먹어주는 커리언데?”

그건 나도 알지.

“음, 개인적인 이유라서 밝힐 수는 없어. 미안.”

이때 눈치 좋은 애가 내 여친이 보스로 있는 타임리버에 가입해서 그런….

“타임리버에 가입해서 그런 거 아냐~?”

…오우. 강소라도 한 눈치 하는데?

“지금 타임리버 보스가 서하의 연인이니까 딱히 학생회 임원이라는 타이틀은 필요 없으니까?”

한고은은 책상에 반쯤 엎드려있는 강소라를 내려다보며 묻고, 뒷자리의 조민호도 말을 꺼냈다.

“학생회에서 하는 일은 학업과 병행하면서 할 만큼 쉽지가 않다고 하잖아? 그리고 학생회의 일원인 이상 요구하는 최소 성적치도 있구…. 서하는 능력자니까 학생회 일이랑 능력자 일이랑 학업까지 병행하려면 어렵다구 생각해….”

“바보야. 능력자라도 미성년자잖아. 위상 세계 일은 못 해!”

날카롭게 반박하는 한고은의 말에 조민호는 당황해서 "그, 그랬어? 미안, 해!" 하며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사실 민호가 말한 그 이유가 커. 학교 마치면 바로 타임리버에 가야 할 때가 있기도 하고 고은이 말대로 학생회 임원이라는 타이틀이 딱히 필요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난 시험 성적이 나빠.”

내 말을 들은 한고은은 어째 얼굴을 붉히고 딴청 피우고 조민호도 얼굴을 붉히면서 날 보며 웃는다.

…한고은은 모르겠지만 남자 새끼가 날 보면서 저렇게 웃으니까 때려주고 싶다.

“아, 생각해보니 진짜 불공평한데? 서하 이 자식은 진짜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거 아냐? 정부랑 연합에서도 탐내는 감지 능력에 무진장 예쁜 어머님에 말도 안 되는 여신 누님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이쁘다는 미녀랑 사귀는데 그 미녀는 한국 랭킹 3위의 신체 강화 능력자? 크오~! 때려주고 싶다! 마구마구 때려주고 싶다!”

킥킥.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사심과 솔직함이 듬뿍 느껴지는 김창현의 말을 들으니 나도 웃음이 나온다.

주변에 남자애들도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보니 아마 다른 애들도 비슷한 심정이겠지.

“훗. 부럽지?”

슬쩍 옆머리를 쓸어올리면서 훗 하고 웃어줬더니 남자애들 표정이 썩어가는 게 진짜 재밌었다. 킥킥.

그 와중에 한고은이나 반장을 비롯해서 여자들은 또 얼굴을 붉히는 게…. 아니, 그런 반응을 노린 건 아닌데.

학교 수업을 끝내고 지하철을 타러 이동하면서 프랑에게 말했다.

“울 학교 여자애들은 진짜 이상해.”

-네? 뭐가 이상한가요?-

“나 같은 얼굴이 어디가 좋아서 얼굴을 붉히는 거야? 프랑도 봤지? 내가 일부러 잘난척하듯이 웃었는데도 얼굴을 붉히던 거. 그거, 나한테 반해서 그런 거 아냐?”

-쿡쿡. 서하는 워낙 멋지니까요. 여자아이들이 반하는 게 당연한걸요?-

…끄응. 프랑은 콩깍지가 심각하게 씌였었지. 깜빡했다.

그래도 프랑한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대체 내가 어디가 그렇게 멋지다는 거야? 울 누나도 말했잖아. 난 흔한 얼굴이라고.”

-네에? 시하님이 서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아직 울 누나한테 님 자를 붙이네. 어제 일이 그렇게 충격이었나? 나도 좀 충격이긴 했지만 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그리구, 으음.-

사람이 별로 없는 지하철에 앉아있으려니 프랑은 공중에 살짝 떠서 내 어깨를 짚고 마주 보며 내 얼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 역시 눈을 아래로 힐끔거리면서 프랑의 젖꼭지랑 배꼽을 훔쳐보고 있으려니 살짝 얼굴을 붉히지만, 일부러 가리지는 않는 게, 이제 조금씩 즐기고 있는 거 같다.

…프랑이 옷 입을 방법을 찾아버리면 이런 즐거움도 없어질…. 려나? 공간 지각 때문에 상관없을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한참 동안 내 얼굴을 살펴보더니 입을 뗐다.

-눈썹 아래까지 길게 기른 앞머리에 목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눈썹은 새끼손가락 굵기에 일자 눈썹이라 적당히 진하고 모양도 잘 잡혀있어요. 각 잡히고 또렷한 눈에는 파란빛이 흘러나와서 신비한 느낌에, 코는 낮지도 높지도 않게 보기좋구 입술도 적당히 통통하고 보기 좋게 귀여운 모습이에요.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깔끔하고 음영이 진 곳도 없어 흠이 없는 피부에 얼굴도 달걀형이라 전체적으로 귀여운 모습이에요!-

…프랑이 이렇게 길게 말한 적은 과거 이야기 해줄 때 빼곤 처음인 거 같다.

어쩐지 만족한 거 같은 프랑은 배실배실 웃으면서 내 옆에 앉아 내 팔을 품에 안았다.

쩝. 누나랑 애들은 흔하게 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랑 덕분에 살짝 자신감이 차오…를 필요가 있나? 어차피 화연이랑 프랑만 날 멋지다고 봐주면 그만이지.

그나저나 생각 없이 지하철을 탔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같다. 20분이나 지났는데 이제 절반 정도 온 건가? 타고 내리는 사람들도 조금 있고, 그냥 택시 타고 갈 걸 그랬다.

지금이라도 내려서 택시 타고 갈까?

아까는 지하철역으로 내려오다가 소란도 한번 일어났는데, 마나 비전을 킨 상태로 지하철역으로 내려왔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내 눈을 보고 흠칫 놀랬다. 옆 사람은 갑자기 지나가던 사람이 멈칫하면서 굳어버리는 모습을 보더니 뭔가 싶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내 눈을 보고 또 흠칫하고 굳고, 그 옆 사람도 날 보다가 흠칫 굳고….

전염병처럼 굳는 사람이 점점 퍼져나가더니 잠시 후 에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날 보기 시작했었지.

바로 마나 비전을 끄고 때마침 출발하려는 열차에 뛰어들었는데, 어휴….

모르는 사람들의 수많은 시선을 받는다는 건 꽤 지치는 느낌이다. 몇몇은 휴대폰 카메라를 들어 올리기도 했고.

사람들 많은 데서는 그냥 마나 비전 끄고 다닐까. 남들이 능력자로 보든 말든 이제 상관 없을 거 같은데.

자기가 능력자라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18년간 능력자를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5천만 명이 넘어가는 한국에 고작 14만 명 정도의 능력자만 있을 뿐이니까, 어지간해서는 진짜 만나기 힘들지.

으음. 그러고보면 시간이 지날 수록 능력자 수는 점점 줄어드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니 학교에서 애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알 거 같네.

그때 프랑이 작게 탄성을 지르면서 문이 열린 쪽을 바라보길래 그쪽을 보니 단정하게 생긴 젊은 아기 엄마가 아기 띠를 해서 가슴 앞에 아기를 안고 지하철에 올라타고 있었다.

-아아. 귀여워요!-

프랑은 내 앞쪽 좌석에 앉은 아기 엄마 옆에 따라가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으로 아기를 정신없이 바라봤다.

아빠 병원은 작지만 일단 종합병원이라서 산부인과도 있는데, 거기서 본 아기들은 머리도 크고 피부도 쭈글쭈글한 게 이상하게 생겨서 솔직히 귀엽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저 아기는 내가 봐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 만큼 깜찍해서 계속 바라보았다.

“은지야~. 멋진 오빠가 보고 있어요~.”

앗, 머, 멋진 오빠라니!

으흐흐, 나도 모르게 계속 보고 있었나 보다. 은지라고 불린 아기는 엄마의 말에 꺄아꺄아거리면서 방실방실 웃는데 진짜 귀엽다…. 응?

“콜록콜록.”

아기 엄마는 아기에게 침이 튈까 봐 잽싸게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고 기침을 했는데, 금방 기침을 멈추고 손수건을 챙기더니 다시 아기를 어루만지며 같이 놀아주고 있었고 프랑도 그 모습을 아기 엄마의 뒤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보고 있었다.

으음. 어쩐지 아기 엄마한테서 안 좋은 느낌이 드는데.

아줌마, 잠깐 실례할게요.

속으로만 작게 사과한 다음 공간 지각으로 아줌마의 몸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한번 싹 훑어 봤다.

“아….”

-서하? 왜 그러나요?-

내 표정이 조금 굳어졌는지 프랑이 내게 다가오며 물었지만 나는 아줌마의 폐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암이야.-

-네?-

-저 아기 엄마는 폐암인 거 같아.-

-아?!-

마나 비전을 키고 다시 내 폐랑 아줌마의 폐를 비교해보니 확실히 왼쪽 폐에 약하지만, 멍울이 져 있다. 그러다가 아줌마, 아기 엄마도 내 눈을 봤는지 흠칫하면서 굳어버리는 게 보였다.

역시 모르고 있겠지?

곧 여의도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니 좀 더 놀라면서 아기를 끌어안는데, 그런 반응을 보이면 내가 나쁜 놈 같잖아요!

아기도 엄마한테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주… 누나.”

“네, 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 돼 보이는데 아줌마라고 하면 기분 나쁘겠지?

“최대한 빨리 종합병원 가서 검진받아보세요.”

“네?”

“아셨죠? 아기가, 은지가 커서 결혼하는 거 보고 손주까지 안아보려면 오래 살아야죠.”

“네네?”

자꾸 앵무새처럼 "네?"만 반복하는데, 마나 시브를 끄면서 다시 말했다.

“꼭 가보셔야 해요?”

“아….”

지하철이 멈추면서 열리는 문을 보고 걸어가면서 은지라는 이름의 귀여운 아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본 다음 지하철에서 내렸다.

곧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아기 엄마는 창 너머로 눈을 크게 뜨고 날 보고 있었다.

지하철은 곧 역을 빠져나가 시야에서 사라졌는데 공간 지각은 아기 엄마가 내가 있는 쪽을 보다가 중얼거리는 게 보였다.

-…능력자일까? 여의도에 내렸고, 눈도 파랗게 빛났으니까 능력자님이겠지? …병원에 가봐야겠다.-

독순술로 입 모양을 볼 수 있어서 편하네. 그리고 순식간에 감지 범위 밖으로 나가버린 열차에게서 눈을 돌리며 말했다.

“다행히 병원에 가본다고 하네.”

나와 함께 사라진 열차 쪽을 보던 프랑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내 등을 안아왔다.

-서하, 멋있었어요!-

“응? 그럼 전에는 안 멋졌어?-

-전에도 멋졌지만, 방금은 특히 더 멋있었어요!-

“흐흐흐.”

-그 아기랑 아기 엄마의 가족들한테는 서하가 생명의 은인이 된 거에요.-

난 4번 출구 쪽으로 향하며 머쓱한 기분에 손을 저었다.

“됐어. 그런 거 바라고 한 거 아니야.”

하지만 어쩐지 착한 일을 한 거 같아 기분은 좋았다. 근데 갑자기 손을 흔드는 날 보고 지나가던 정장 차림의 여자가 흠칫하면서 날 경계하는 모습에 다시 민망해졌다!

타임리버 빌딩에 들어서면서 지나가는 사람의 목에 달린 출입증을 봤더니 화연이한테 출입증을 받지 않았다는 걸 생각했다.

…어쩌지? 타임리버 빌딩에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라고는 화연이 뿐인데, 빌딩 안을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니 화연이나 차소영도 없고 이혜령만 18층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으음, 화연이한테 전화할까? 근데 아직 5시도 안 돼서 일하고 있을 거 같다. …어차피 봐야 하니까 전화를 해볼까?

난 마나 비전을 다시 켜면서…. 아. 귀찮다. 앞으로 공공시설물은 안 쓰고 그냥 택시 타고 다녀야지. 마나 비전 껐다 켰다 하기 싫어.

마나 비전을 켜고 안내 데스크에 다가갔다.

어제 누나도 회사 안에서는 화연이 체면 구기지 말라고 했으니까 내가 알아서 해야지. 막 전화 걸어서 부르고 그러면 나야 기분은 좋겠지만 화연이 체면은 엉망이 될 테니까.

결혼하기 전까진 참자.

안내 데스크에 도착했더니 어제 봤던 김지수라는 누나가 안내데스크에 서 있는 게 보여서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서 오십…. 앗! 정서하 님,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김지수라는 안내원 누나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일제히 날 바라본다!

아 진짜 왜 이러냐고! 그만 봐! 콱 그냥!

“안녕하세요. 누나. 저 아직 출입증을 못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니 "저 애가 보스의…?" "무지막지한 감지 능력자라던데?" "어리잖아…. 제길! 보스가 저런 꼬맹이한테!" "아아…. 우리의 얼음 여왕님이…." 같은 소리가 들린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임시 출입증을 발급해드릴 테니 18층의 총무부에 들리시면 알아서 해결될 거에요.”

활짝 웃으면서 과도한 친절을 보이는 안내원 누나를 잠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보고 있으려니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내 얼굴을 찍고 1분도 안 돼서 잽싸게 임시 신분증을 만들어서 나한테 건네줬다.

우와 빠르다.

“일회용 출입증이니까 정식 출입증을 받으시면 각 사무실에 비치되어있는 서류파쇄기에 넣어주세요.”

“네.”

“안내원 김지수였습니다!”

큰소리로 인사하는 안내원 누나한테 잠시 움찔했다가 일회용 신분증을 목에 걸고…. 일반인들이랑 생활 보조 능력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봤는데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반대쪽 능력자용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이 텅텅 비었고.

빌딩 내부에 성 비율은 남자가 4에 여자가 6이었는데, 그냥 남자용 여자용으로 바꾸라고 이번에 보면 진짜 말해야지! 고작 엘리베이터 2대, 화물용 엘리베이터 1대로 이 많은 사람을 나르려고 하다니, 비효율적이잖아.

계속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까묵네. 기억력도 좋아졌는데 왜 이러지?

능력자용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엘리베이터 호출 키를 누르고 기다리려니 뒤에서 누가 달려와서 내 어깨를 잡으면서 날 돌려세운다.

“야, 여긴 능력자용…. 어?”

“어?”

난 갑자기 돌려세워 져서 놀랐는데, 내 앞에 선 남자의 얼굴을 보고 더 놀라버렸다!

귀랑 입술이랑 눈썹에 작은 링을 2개씩 피어싱을 하고 머리에서 1/3만 땋아서는 빨갛고 파랗고 노랗게 염색한 기괴한 스타일의 남자였는데, 이 남자도 내 눈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근데 위상력이 101만이다!

뭐지, 팀장급인가? 신체 강화 타입인네?

“너 능력자? 눈에 파란빛…. 헉! 실례했습니다!!”

뭔가 생각났는지 놀라면서 황급히 뒤로 물러서더니 나한테 허리를 꾸벅 숙이는 남자를 보고 나도 또 놀랬다!

아아 진짜!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이 또 날 바라보잖아! 이 사람은 왜 나한테 또 이러는 거야!

“보, 보스한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또, 또 피어싱이 잡아 뜯길지도 몰라…!”

…귀와 눈썹과 입술에 뜯어져서 피투성이가 된 남자의 얼굴을 상상해버렸다. 으으으.

남자는 인상을 구긴 채 서 있는 날 안절부절못하면서 바라보더니, 으으으으 거리다가 잽싸게 빌딩 밖으로 도망가버렸다.

아, 진짜. 저녁 먹기 전에 뭘 상상하게 만든 거야!

-괴, 굉장한 패션이네요….-

프랑의 말을 듣고 알았는데 헤비메탈 밴드의 멤버한테나 어울릴법한 복장에 머리 스타일이었다. 거기다 손가락에는 해골 모양 반지가 잔뜩이고.

어깨에 삐죽삐죽한 강철 스파이크, 저거 진짜 강철이다. 검은색에 여기저기 쇠로 장식…. 아니, 보강된 거 같다. 거기다 강철 스파이크가 달린 어깨 보호대를 차고 있었는데, 경찰 아저씨. 저기에요 저기! 실적이 돌아다니잖아요!

근데 분명 화연이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 화연이랑 내 이야기가 더 퍼진 거 아냐?

좀 비위 상하는 일이 생겼지만 애써 기억 속에서 지우려고 하면서 18층으로 올라갔다.

18층은 다른 층과는 다르게 외벽이 전부 강화 유리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18층에서 내리니 사무실 전체가 훤히 보이는데 자동으로 제일 안쪽 가장 큰 방에서 서류작업 중인 이혜령 부장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무시무시한 양의 서류가 쌓여있고 그 앞에는 몇몇 사람이 서류 결제를 기다렸다가 받아서 이동하고, 결제를 기다리는 줄에 한 명이 늘어나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모습이 보였다.

…방해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으음. 음?

이혜령은 고개를 들었다가 날 발견하더니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왜 저렇게 좋아하는거지? 암튼 날 보고 오라는 건지 열심히 손짓하길래 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 했는데 또 사람들이 죄다 나만 쳐다보네!

-아우….-

내 뒤를 따라오던 프랑은 쏟아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이혜령 뒤로 쌩하고 날아가 버렸다.

눈에 마나 시브를 조금 강하게 담에서 돌아보면 눈을 피하려나?

에이 말자. 괜히 마비 걸린 거처럼 굳어버리면 난리가 날 거야.

이혜령이 있는 방으로 걸어가면서 주변을 살펴봤더니 H 클래스와 I 클래스 능력자들이 다수 보인다. 그러고 보면 이 층에 총무부랑 사업 지원부가 같이 있는 건가? 누가 김표충이지?

잔뜩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으면서 이혜령 부장이 있는 부장실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온다. 그러면서 날 힐끔거리면서 살펴보고는 이리저리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거 처럼 보였는데, 갈꺼면 그냥 가지 꼭 사람 살펴보고 가네….

“어서 오세요, 기둥서방님!”

“무, 무슨 말이에요?”

환한 미소로 날 환대하는 이혜령은 무시무시한 폭탄 발언을 하더니 내 어깨를 잡아 손님맞이용 소파에 밀어서 앉히더니 직접 현미차를 타 와서 내 앞에 내려놓았다.

“무슨 말이긴요? 소피아 부대장이 공개 선언해버렸답니다? 게다가 아침에 여자친구 발언까지 회사 내부에 전~~부 퍼졌다고요! 호호호.”

…진짜 퍼트린 거야? 아니, 해달라고 하긴 했지만, 화연이 누날 놀린다고 한 거잖아. 근데 정말로?

…….

이 금발 푼수 아줌마가 진짜!!!

아오!

============================ 작품 후기 ============================

지금은 한껏 스프링이 눌리고 있는 부분입니다. 손을 놓으면 튕겨 올라가겠죠?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