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105화 (105/517)

00105  3학년 데뷔.  =========================================================================

쏟아지는 시선들을 느끼려니, 나 같은 은따에게는 너무 자극이 심한 환경이다…!

더군다나 내 근처에 서 있는 같은 반 애들과 많아진 사람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랑이 저 멀리 피해있어서, 더 불안해!

그나저나 얘들은 왜 내 팔을 안 놔주냐. 좀 놔라.

놓으라고 소심하게 팔을 살짝살짝 흔들지만 눈썹 하나 까딱 안 한다!

우리 학교 교내 식당은 본관 1층과 3층에 연결된 통로를 통해서 이동할 수 있는데 음식 주문을 1층과 3층 양쪽에서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1, 2층은 1층 통로를 쓰고 3, 4층은 3층 통로를 쓰는데 어째 오늘은 3층 통로가 미어터지고 있다!

최신식 설비와 깔끔하게 정리된 건물이라 교내 식당과 이어진 공중 다리도 7명은 한 줄로 서서 이동할 만큼 넓은 곳인데 인간들이 왜 이렇게 많아?!

“아으! 애들 왜 이렇게 많다니?!”

“으으! 다, 다들 3층으로 몰려왔나봐아아.”

한고은은 옆의 애들한테 밀리면서 나한테 몸을 붙이면서 투덜거리고 반장도 울상을 지으면서 내 옆구리에 몸을 바짝 붙인다!

읏!

부처님!! 하느님!!

동급생 여자애의 풋풋한 살내음이 내 콧속으로 마구마구 밀려들어 온다! 둘 다 키가 165cm 정도라서 나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었는데, 팔이랑 가슴에 은근한 볼륨감이…! 아, 이건 뽕인가.

같이 왔던 김창현과 조민호는 이미 떨어져서 인파에 묻혀버렸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이, 이대로 애들 인파에 끼어있기보단, 차라리 억지로 밀고 나가는 게 좋을 거 같다. 교내 식당은 무진장 넓은데 이렇게 통로가 사람들로 가득 찰 이유가 없잖아. 뭔가 이상해!

두 여자애들 향기 때문에 거시기가 살짝 반응하려고 해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공간 지각으로 통로 너머를 보니 역시 식당 입구에 있는 애들이 미적거리면서 잘 안 움직이는 게 보인다! 그 뒤에는 텅텅 비어있는데도!

이런 쓰...!

“야.”

““응?””

“나 꽉 잡아.”

“어? 에엑?!”

마나 모드를 발동해서 애들이 넘어져서 다치지 않게끔 앞에 서 있는 녀석의 등에 팔뚝을 대고 손바닥을 등에 붙인 채 살짝살짝 힘을 주면서 밀기 시작하니 밀 때마다 앞쪽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아악! 누가 밀어?!” “으엑! 밀지 마! 앞에서 안 나가!”

걱정 마! 곧 나갈 테니까!

공간 지각으로 쓰려지려는 애들은 없나 살펴보면서 줄다리기 하는 것처럼 리듬을 맞춰서 끊임없이 밀어대니 결국 우르르르 하고 식당 안으로 애들이 쏟아져 들어가 버렸다.

아오, 이새퀴들. 뭐 때문에 입구에 몰려서…!

…날 보려고 한 거냐.

새파랗게 빛나는 내 눈동자를 보고 움찔움찔 거리는 애들의 시선을 보자니 날 보고 싶어서 억지로 식당 입구에 몰려있었나 보다.

이미 식탁에 앉아 밥 먹고 있던 애들도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애들을 보다가 날 발견하고 밥 먹는 것도 멈추고 날 빤히 살펴보고 있다!

“괜찮아?”

“아우우. 괜찮아, 근데 서하 너 힘도 되게 세다?”

“수리 넌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 서하는 능력자잖아!”

“앗차~! 그랬지!”

아니, 능력자라도 감지 타입은 이 정도 힘은 못 낼 텐데. 한고은의 일침에 수유리는 에헤헤 하면서 혀를 살짝 내밀고 자기 머리를 손바닥으로 살짝 치는데 진짜 귀염상인 모습이다.

그나저나 수리라니, 별명인가?

식권을 뽑으러 발권기로 걸어가니 다른 애들도 합류했다. 그러니까, 조민호랑 김창현이지?

“우와와, 학교 다니면서 오늘처럼 통로가 막히는 거 처음 봤다니깐! 호민 괜찮냐”

김창현은 조금 비틀린 교복 차림을 바로 하면서 호들갑을 떨어댔고 그 뒤에 조민호도 한숨을 폭 쉬면서 옷의 매무새를 고쳤다.

“흐으잉.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왜 그렇게 막힌 거였지?”

조민호는 얌전하고 내성적으로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김창현은 활발한 분위기 메이커 같았다. 호민이라는 건 별명이겠지?

김창현도 조민호를 별명으로 부르고 한고은도 반장을 별명으로 부르고…. 그러고 보면 김창현과 한고은은 성격도 비슷하고 조민호와 수유리도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닮은꼴이네.

김창현은 키가 180cm는 넘는데 옆에 서 있는 조민호는 수유리보다 작은 160cm인 게 어쩐지 성격에서 외모까지 묘하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너희 둘은 친구야?”

“어. 초딩때 만나서 지금까지 쭉 같은 반이지!”

“굉장한 인연인데?”

“낄낄. 그치?”

악동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조민호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데 조민호는 "하지마아!" 하면서 반항하는 모습이 정말 절친 사이로 보였다.

“서하야, 넌 뭐 먹을 거야? 이번 달은 게살 소스 스파게티가 맛있대.”

“시칠리아식 파스타도 맛있다던데? 고은이 넌 뭐 먹을 거야?

여자애들은 대기 줄 밖에서 점심을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야. 서하 너도 추천 메뉴파派 지?”

“어? 어떻게 알았어?”

“그야 민호랑 같이 먹으면서 언제나 추천 메뉴만 먹는 걸 봤으니까! 참고로 우리도 추천 메뉴 파라고.”

그랬나? 김창현은 씩 웃더니 추천 메뉴 발권대로 이동하며 아직 메뉴 고르기에 여념이 없는 여자애들한테 외쳤다.

“여자애들! 우린 먼저 간다!”

“어어?! 잠, 잠깐!” “아앗 기다려!”

허둥거리면서 우리 뒤를 따라붙은 여자애들은 울상을 지으면서 김창현을 노려봤다.

“어? 왜?”

“아직 메뉴도 안 골랐는데 벌써 가버리면 어떡해!”

“그냥 먹고 싶은 거 받아서 오면 되지 뭘 고민하고 있냐.”

“야! 뒤에 애들 눈이 안 보여?! 서하 옆자리 앞자리가 비면 잽싸게 달라붙을 기세잖아!”

한고은은 눈을 부라리면서 김창현을 조용히 윽박지르는데 한고은 말대로 모르는 애들이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긴 했다.

“아~. 알았어알았어, 미안미안.”

전혀 미안하지 않은 거 같은 모습에 한고은도 발끈하더니 속사포같이 따지기 시작한다. 김창현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두 손을 젓는데 이미 발동걸린 한고은을 막을 수는 없을 거 같다.

투닥거리는 한고은과 김창현을 보고 있으니까 어쩐지 잘 어울려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활달하고 말 많은 두 사람이 투닥거리고 있으니 말수가 적은 우리 세 명은 그 모습을 웃으면서 지켜볼 뿐이었다.

오늘의 추천 메뉴는 동그랗게 말은 주먹밥 하나에 약선 오색 김밥과 튀김우동이었다. 그릇에 예쁘게 담겨서 나온 음식을 식판에 올려서 빈자리를 찾아 앉으니 우리 뒤를 따라 졸졸 따라오던 다른 반 애들도 우르르 주변에 앉아버렸다.

으음. 연예인들은 이런 걸 외출할 때마다 겪는 건가? 귀를 기울이는 걸 보니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한가 보다.

난 별말 없이 조용히 밥을 먹는데 내 옆에서 김창현이 이야기를 주도하고 그런 김창현을 한고은이 딴지를 걸고 반장이랑 조민호는 그런 두 명을 보며 킥킥 웃고 있었다.

언제 이런 분위기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던가?

중학교 때 친구였던 애들끼리 일본 애니나 게임 이야기하던 중2 때가 끝이었지. 그 뒤로 중3 때는 누나의 주입식 스파르타 교육 때문에 집 학교를 오갔었고 고등학교 때는 은따가 돼서 외톨이였으니까, 3년 만에 처음이구나.

밥 먹으면서도 투닥거리는 한고은과 김창현을 보고 있으니 나도 피식 웃음이 난다.

“정서하 선배님?”

응?

난 먼저 밥을 다 먹고 한고은과 김창현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구경하는데 뒤에서 앳된 여자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선배님이라고 불려본 적이 없었는데…! 선배라는 단어의 울림에 쪼끔 감동하면서 돌아보니 학생회 견장을 찬…. 2학년의 학생회장이 서 있었고 그 뒤로 같은 견장을 찬 1학년 부회장 남녀 둘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식사 중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선배님께 드릴 부탁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학생회장은 방긋 웃으면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어느새 한고은과 김창현도 말을 멈추고 나랑 학생회장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얘들은 아직 다 안 먹었으니 내가 자릴 비켜줘야겠네.

자리에 일어났더니 주변에 앉아있던 애들의 시선이 죄다 나를 향한다.

“마저 먹어. 난 먼저 가볼게.”

“아…. 응.”

어쩐지 실망하는 한고은과 수유리를 못 본 척 얼굴이 밝아진 학생회장을 따라 교내 식당을 벗어났다.

“학생회실로 안내해드릴게요.”

학생회실은 교무실 옆에, 교장실 반대쪽에 있잖아. 나도 알고 있지만 일부러 사뿐사뿐 걸으면서 2층의 학생회장실로 앞장서는 회장을 공간지각으로 살펴 보…. 아, 알몸 말고! 그냥 말 그대로 겉만 살펴봤다!

학생회장은 키 150cm에 호리호리...하다못해 진짜 가냘픈 몸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트윈테일 스타일, 몸에 맞춘 평범한 교복에 검은색 오버니삭스를 신은 모습은 문득 정소희가 생각날 만큼 귀여운 소녀였다.

뒤쪽의 부회장 둘은 그냥 평범한 소년 소녀였다. 그러니까 우리 학교에서 평범이란 말은 미소년 = 미소녀와 동음이의어다. 나 빼고.

하여튼 학생회실 앞에 도착해서 고풍스러운 문을 학생회장이 열어주길래 안으로 들어갔더니 일반 교실 크기의 방에 정돈된 서류와 책장이 가득하고 중앙에는 일 자 모양의 회의용 책상이 있었다.

그곳에 학생회 임원 10명이 앉아있었는데 그중에는 전대 학생회장도 있었다.

비쩍 마른 데다 병자 같은 안색으로 희미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위태로워 보였다…. 전 전대 학생회장은 내 누나가 만들어놓은 업무 과정 때문에 그걸 따라가려다 입원할 정도로 과로를 했다더니, 전대 회장인 저 애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걸로 보인다.

“정서하 선배님. 그렇게 서 계시지 마시구 이쪽으로 오셔서 앉으세요.”

잠시 4남 6녀의 임원들을 살펴보고 있었더니 학생회장은 자신과 마주 볼 자리의 의자를 끌어 날 앉히고는 내 맞은편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바로 부회장 여자애가 나한테 녹차 한잔을 가져다주더니 학생회장의 옆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잠시 날 빤히 바라보는 학생회장 이하 임원들의 눈빛을 받으면서 뭐 때문에 불렀을까 생각해봤는데, 뭘 부탁하려는지 솔직히 짐작이 가지만 모르는 척 했다.

사람을 데려왔으면 자기소개라던가 인사를 해야지, 말은 안 하고 계속 빤히 바라보는 애들을 보고 있으려니 조금 황당해졌거든.

솔직히 학생회장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자기소개도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면 당장에 말을 끊고 나가버릴 거다.

날 따라온 프랑은 학생회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구경하고 나도 그런 프랑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 사이의 골짜기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려니 학생회장이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뭐, 급한 건 너네들이지 내가 아니거든?

교내 식당으로 가는데 시간을 좀 쓰고 밥 먹고 애들 수다 떠는 거 옆에서 구경하다 보니 40분 가까이 지나가 버렸다. 예비종까진 10분 남았는데 빨리 본론을 안 꺼내면 점심시간 끝나버린다고?

뭐, 말 안 해도 나는 느긋하게 프랑의 토실토실 엉덩이를 구경하고 있으니 즐겁지만? 그러다 몸을 돌려서 이쪽을 바라보는 프랑을 보니 마치 보름달 두 개가 가슴에 달려있는 모양이라 살짝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전대 학생회장과 현 학생회장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결국 병색이 완연한 전대 학생회장이 입을 먼저 열었다.

“역시 시하 선배님의 동생이시군요. 감탄했습니다.”

“별로요. 제 누나 때문에 고생하셨다고 들었는데 괜찮나요?”

...같은 학년인데 왜 저리 정중하게 존대하냐. 나도 얼떨결에 존대해버렸잖아.

“하하하. 확실히 괜찮지 못한 모습이긴 하지요. 하지만 점점 회복되고 있으니 이제 괜찮아 질 겁니다.”

“다행이네요. 제 누나가 좀 초인 같은 면이 많아서 따라가기 벅차셨을 텐데….”

“후후후. 의한 고등학교 설립이래 3년 학생회장직을 역임하신 분은 시하 선배님 뿐이실 테니까요. 저는 전대 학생회장님에 비하면 양호한 편입니다.”

어? 2년이 아니고 3년?

“사실 중학교 시절 시하 선배님의 이야기를 들은 79대 학생회장님께서는 갓 입학한 시하 선배님께 떠넘기듯이 학생회장직을 넘기시고 바로 자리에서 내려오셨지요.”

그, 그런가? 그럼 저 트윈테일 아이는 83대 학생회장인가.

“그런 대단하신 학생회장님의 동생분 또한 대단한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면서 전대 학생회장은 현 학생회장, 이유미에게 눈짓한다. 눈짓을 받은 이유미는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서 말을 시작하는데,

“그래서 정서하 선배님께 드릴 부탁이란 것은….”

이때 말을 끊고 들어갔다.

“첫 번째, 학생회 가입요청. 두 번째, 누나에게 도움 요청. 세 번째 유화연, 혹은 여사님에 대한 다리 놓기.”

눈이 동그래지면서 숨을 흡 삼키는 임원들.

“세 가지에 포함되는 부탁이라면 받지 않겠습니다. 첫 번째는 제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고 두 번째, 세 번째는 그 이유를 알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공적인 자리인 거 같으니 연하지만 말을 높여주자. 하지만 역시나 할 부탁이란게 저 셋 중의 하나인지 학생회장은 곤란한 얼굴로 나와 전대 학생회장을 번갈아 본다.

능력자가 되기 이전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다가 능력자가 되고 주변에 관심받기 시작할 때 접근한다면 그 이유는 뻔하잖아.

“무엇보다, 자기소개조차 없이 사람을 불러놓고 이런 식의 부탁은 예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그러자 현, 전 학생회장은 아차 하는 표정이 됐고 주변 임원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시, 실례했습니다. 저는 2학년 학생회장 직을 맡고 있는 이유미라고 해요. 그리고 저희 학생회에서 조언을 해주시는 전 학생회장이신 문수천 선배님이세요.”

그리고 나한테 꾸벅 상체를 숙였다. 이건 뭐 옆구리 찔러 절받기도 아니고....

“3학년 정서합니다.”

아무튼 근래에 알게 된 누나의 초인적인 업무 능력을 문제없이 따라갔다는 거 하나만 봐도 전전대와 전 전대 학생회장의 능력이 어떤지 짐작 간다. 그러니 저렇게 조언 역으로 있고 현 학생회장도 의지하는 거겠지.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주실 수 없으십니까? 이 일은 저희 사욕을 위해서가 아닌 의한 고등학교 전체를 위한 일입니다.”

“받아줄 수 없는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듣기만이라면 해드리겠습니다.”

이거, 고딩들이 나눌 법한 대화체가 아닌데.

현 학생회장은 내 눈을 바라보다 울상을 짓더니 밥은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작은 입으로 말을 시작했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저희 학생회에 들어와 주세요.”

였다.

“거절합니다.”

“으으으.”

한순간의 고민도 안 하고 칼같이 거절했더니 좌절하려는 모습이 귀엽다.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게 돼서 좀 당황스럽지만 저는 누나 같은 업무 진행능력이 없어요. 가진 거라고는 위상 세계에서 얻은 이형 능력뿐입니다. 학생회에 가입하더라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선배님이 학생회에 들어와 주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에 여러 가지 이로운 효과들이 생겨날 거에요.”

“우리 학교 교훈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아닌가요? 학생회에 이름만 올려둔다는 건 이사장님께서 제창한 교훈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정서하 선배님이 학생회 임원 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발생하는 효과를 본다면 충분해요!.”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학생회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여러 대기업에서 눈여겨 볼 테니 거절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처럼 오히려 시선을 피해야 할 경우라면 거절하는 게 나을 거다.

오늘 반나절만이지만 관심받는다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깨달아버리기도 했고.

“권유해준 호의에 다시 생각해봐도 안 되겠군요. 거절하겠습니다.”

“으으으으.”

웅성거리는 임원들을 힐끗 바라보다가 다시금 거절했다. 내 목소리에 실린 단호함을 느꼈는지 학생회장은 진짜 울상이 되면서….

“정서하 선배님은 의한 고등학교를 사랑하지 않으신 건가요?”

어? 이건 무슨 소리야. 말이 들린 곳을 바라보니 서기라는 완장을 차고 있는 여학생이 날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목의 타이 색을 보니 회장이랑 같은 2학년이군.

“무슨 말이지?”

“정서하 선배님이 학생회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학생회의 명성이 높아지고 더불어 우리 학교의 이름도 알려져요. 이름이 알려진다는 건 그만큼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을 원하게 될 것이고 또한 여러 곳의 후원이 들어온다는 뜻이며, 후원이 들어오면 학생들의 학업에도 도움을 줄 여러 가지 지원이 가능해져요. 그 지원은 부 활동으로 각종 체전에 출전하며 학교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운동부와 수많은 활동으로 학교의 명성을 올리고 있는 부활부에도 해당이 되는 이야기에요. 그럼 다시 학교의 명성이 널리, 높이 알려지고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을 바라는 선순환이 이어지죠.”

뭐 그런가 싶긴 한데, 내게 관심이 집중되고 그러다 내 능력이 들켜서 낭패를 당할 확률을 생각해본다면 거절하는 게 당연하지.

누나는 학교를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난 2년간 학교에 별달리 좋은 기억이 없거든?

나는 마침 잘됐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학교를 싫어한다는 걸로 해두자.”

“네?!” “넷?!” “헛!”

“나는 분명 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학생회에 가입하기 힘들다고 사전에 양해했는데도 그런 식으로 옳고 그름으로 압박을 가하려 하는 거라면, 싫어한다는 걸로 해두자고. 실제로도 싫어질 거 같으니까.”

“앗! 서, 선배님!”

말을 꺼낸 서기는 당황해서 말도 못 꺼내고 있었고 귀여운 학생회장은 그야말로 당황. 이 한 단어로 표현할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임원들도 웅성거림을 넘어서 소란스러워지며 내 모습에 울상을 짓거나 화난 표정을 하거나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대 학생회장은…. 한숨을 쉬면서 서기를 바라보고 있었고.

솔직히 누나랑 같은 학생회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능력자 연합이 예지 능력을 이용해서 능력자의 가족들을 지켜준다지만 정말로 안전한지 아직도 긴가민가하다고.

그러니 괜한 관심 받는 일은 사양이야.

학생회실을 나오니 수업 예비종이 울렸다.

-이름만 올려두고 활동을 하지 않는 거라면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요?-

“프랑은 내 대응이 이해가 잘 안 가는 거야?”

-조금요. 학생들도 전부 사리사욕 같은 건 안보였거든요. 마지막에 말을 꺼낸 서기도 학교를 사랑하는 거 같았어요.-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내 앞에서 내 입술을 바라보는 프랑에게 말했다.

“어제 화연이 방에서 잠깐 우리 학교 학생회에 관해서 나온 이야기를 기억해?”

-…아.-

“그런 거야. 내가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능력자 + 뛰어난 감지 능력 + 학생회에서도 활동할 만한 업무 능력 = 꼭 붙잡아야 할 인재 공식이 성립되지 않을까? 나는 이 이상 시선을 늘리고 싶진 않아.”

자기네 교실로 돌아가는 애들이 자꾸 보이기 시작해서, 내가 중얼거리는 게 보일까 봐 슬쩍 내 입술이 보이지 않게끔 머리를 돌리면서 이야기하니 프랑도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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