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1 그녀들의 수라장 =========================================================================
얼굴이 시뻘게진 채 씩씩거리는 화연과 프랑을 보니 한숨이…. 나오려다가 삼켜진다.
어쨌거나 두 사람 모두 날 사랑하니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
-아아! 좋아요! 풀었어요! 이제 어쩔 셈이신가요?!-
“큭…. 서하의 말을 들었을 때는 기품있는 기사로만 생각했는데…! 이, 이렇게나 변태인 줄은 몰랐습니다!”
화연이는 드러난 프랑의 완벽한 나신을 보더니 무척이나 동요하기 시작했다. 근데 프랑도 화연이의 나신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었으니까 서로서로 부러워하는 거 같다.
-누가 변태라는 거에욧?! 아아 좋아요! 저는 어, 쩔, 수 없이 이런 모습으로 서하와 함께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니까요!-
그러면서 프랑은 내 오른쪽으로 이동해 탐스런 유방 사이에 내 얼굴을 끼웠다.
“!!!!!”
-이건 제가 나신으로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거라구요? 흥. 화연은 이럴 수 있나요?!-
약 올리듯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잡고 슬쩍슬쩍 내 얼굴에 비비는 프랑.
“으그극!”
확실히 내 머리를 따라 모양이 바뀌는 모습에 나와 접촉할… 으헉?!
“당신만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화연도 기모 티를 벗어 던지고 브래지어까지 풀더니 프랑의 반대쪽에서 생, 쿨럭! 생가슴을 내 머리에 갖다 댔다…!
-으윽! 이, 이런 파렴치한 여자가…!-
“우…우웃. 에반스 씨 당신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두 풍만한 왕 가슴 사이에 파묻혀있으니 그야말로 극락인데…. 어째서 한숨이 나오려 할까.
이제는 둘 다 앙가슴 사이에 내 머리를 끼운 모양이라 4개의 거대한 살덩어리에 머리가 파묻히는 진귀한 경험까지 하고 있는데 어째서 한숨이 나오려고 할까.
“전 이렇게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서하가 상대라면 살아있는 육체와 다름없는 스킨십이 가능해요!-
그러면서 가슴을 부비지는 말아줘….
“큭! 저는….”
삐빅 철컹
“보스. 저희가 왔….”
“…….”
-…….-
““““…….””””
서로 손을 잡고 꺅꺅거리는 소피아와 이혜령, 넋이 빠진 보이시한 여자, …폭풍전야를 떠올리게 하는 고요한 누나의 모습까지.
결국, 아수라 모드에 들어간 누나를 본 세 명의 여성은 화들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나는데 누나는 뒤돌아서더니 세 명을 문밖으로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
이혜령과 소피아 그리고…. 저 사람은 차소영이겠지? 그녀들은 아수라 모드의 누나 모습에 기겁하고 도망갔다는 게 옳겠지.
잠시간 혼돈의 시간이 지나가고,
“…자,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보실까.”
나는 굳어서 얌전히 앉아 있었고 프랑은 슬금슬금 나한테서 떨어져서 소파 끝으로 이동했는데 화연이는 울 누나의 얼굴을 보더니 소파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안색이 파래져서는 바들바들 떨어댔다.
떨 때마다 완벽한 모양의 왕가슴이 푸릉푸릉 거리는데, 누나의 눈썹이 점점 올라가기 시작한다…!
“일단 옷부터 입는다. 실시!”
“시, 실시!”
그야말로 번개 같은 속도로 뒤로 집어 던진 브래지어와 기모 티를 도로 주워입은 화연이는 울 누나의 앞으로 가서 무릎 꿇고 앉았다!
얼굴은 나 때문인지 그야말로 도자기 인형처럼 살짝 웃는 고정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누나의 머리 뒤로 흉악한 삼두육비의 아수라 형상이 비쳐 보인다…!
“자, 설명해봐. 내가 분명 서하랑 과도한 성적 접촉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금지라고 했을 텐데.”
반달처럼 눈은 예쁘게 웃고 있었지만, 마나 비전으로 보는 내 눈에는 보인다! 시뻘건 살기가 줄기줄기 흘러내리는 것이!
공간 지각도 무시무시한 살기에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에반스 씨의 도발에 당해서…!”
자기 이름이 불리자 프랑도 흠칫하더니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얼굴도 겁먹은 표정인 게, 누나가 진심으로 무서운가보다…!
“설명.”
“서, 서하한테 버프를 받아서 에반스 씨를 볼 수 있었어. 그런데 발가벗고 있는 에반스 씨에게 당해서….”
-다, 당했다니! 전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프랑의 변명이 누나한테 닿을 리가….
“서하야?”
“으, 응?”
날 보는 순간 눈에서 살기는 사라졌지만, 꿀꺽. 등 뒤의 아수라는 더욱더 흉악한 기세를 뿌리기 시작헀다…!!
나, 나도 무서워!!
“누나한테도 그 버프 걸어줄 수 있어?”
-아, 앙대!-
…프랑 미안해. 난 거짓말 못 해….
“응….”
-서하아아아….-
마, 마치 왕에게 버림받은 왕비 같은 모습을 취하던 프랑은 갑자기 휙 날아오르더니, 도망가는 건가?
아니, 도망이 아니라 화연의 옆에 똑같이 무릎 꿇고 앉아버렸다!
“그럼 누나한테도 걸어줄래?”
“아, 알았어. 잠깐 눈을 감아봐.”
화연이도 이상이 없었고, 뭔가 나쁜 느낌이 있었다면 말렸을 테니까 누나한테 해줘도 괜찮겠지?
누나한테 다가가서 눈을 감은 누나의 눈꺼풀 위에 TP를 살짝 발라줬다. 혹시 모르니까 양은 좀 많이 줄여서.
“이, 이제 눈을 떠도 돼.”
흠칫x3
감았던 눈을 뜬 누나의 눈동자는 그야말로 절대영도의 냉기를 풀풀 뿌리고 있, 꿀꺽, 었다.
“…….”
-…!-
누나의 눈초리에, 쫄아서, 살짝 옆으로 물러섰더니 누나는 말없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프랑을 내려다봤는데 누나의 시선을 받은 프랑은 뱀 앞의 개구리마냥 굳어버렸다!
“과연, 화연이가 자제심을 잃을 정도네요. 프랑 씨는 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나요? 있다면 고개를 끄덕여주세요.”
끄덕끄덕끄덕!
“이야기는 당연히 나눌 수 있겠지요? 저도 독순술을 조금 익혔답니다.”
-!!-
“!!”
헉?! 어, 언제? 저 조금은 예의 삼아 말한 걸 거다! 틀림없이 완벽하게 익혔을 거야!
“그러니 설명해보세요.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다.”
-으, 으우우. 그, 그러니까….-
화연이는, 프랑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안색이 파래졌다가 하얘졌다가 노래지길 반복했다.
“그러니까, 서하가 에반스 씨를 화연이에게 소개해주기 위해서 화연의 눈에 버프를 걸어줬다. 그래서 에반스 씨를 보게 된 화연은 나신의 에반스 씨에게 경악하고 먼저 공격적인 어투를 꺼낸 거군요. 맞아?”
“마, 맞아….”
쥐약을 먹은 표정이 된 화연이.
“하지만 공격적인 어투를 들은 에반스 씨는 자제심을 잃고 그 살덩… 가슴을 서하의 얼굴에 접속했고요.”
살덩어리라고 하려 했어…!
-네에….-
누나의 시선을 받을 때마다 파들파들 떠는 화연이와 프랑을 보니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도발에 걸린 화연이도 옷과 속옷을 벗어 던지고 서하에게 앙가슴을 문질렀지.”
“누, 누나. 내 실수야. 좀 더 알아보고 대면시켰어야 했는데….”
“으응. 누나는 다 봤어. 네가 굳어있던 모습을, 그러니까 잘못은 이 두 음탕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인 거야!!”
컥! 포, 폭발했다!!
…아, 뭔가 무시무시한 누나가 무시무시한 말로 화연이랑 프랑을 반죽음까지 몰아갔었는데, 분명 누나가 하는 말을 들었을 텐데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프랑은 엎어져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고 화연이는 그냥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었다….
“후우, 정말. 서하 너도 문제야. 에반스 씨가 저렇게 다니면 어떻게든 옷을 입힐 방법을 찾아줬어야지!”
“으으…. 미안.”
“일단 그거에 관해서는 나중에 알아보자. 화연아 정신 차려. 에반스 씨도 정신 차리세요.”
그러자 움찔움찔하더니 프랑도 부시시 일어나고 화연이도 멍한 눈동자에서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으, 으으?”
-머, 머리가 아파요….-
“세 분 모셔올 테니까 앉아있어.”
“으, 응!”
-네 넷!-
화연은 내 왼쪽에 앉고 프랑은 내 오른쪽에 앉았는데 둘 다 정신이 없어 보였다. 조금 걱정이되서 두 손을 뻗어 각각의 손을 잡아주면서 물었다.
“괜찮아? 프랑은 머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영체에 이상은 없어?”
내 말에 화연이도 움찔하더니 프랑의 얼굴을 살펴봤다. 그사이 안색이 파래지고 바들바들 떠는 프랑의 모습이 애처롭다.
-괘, 괜찮아요. 중간에 기억이 사라진 거 같…. 으으. 시하 님은 무서워요….-
“화, 화난 시하는 무섭지….”
어? 방금 대화가 통한 거야? 어떻게?
프랑과 화연이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동료를 보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에반스 씨의 모습에 놀라서 결례를 범했군요.”
-아니에요. 저도 서하를 통해서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저야말로 죄송해요.-
“저도 프랑 씨가 복장을 갖출 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대화가 통하는 거야 안 통하는 거야?
믿음이 가득한 눈빛을 나누는 계기가 울 누나한테 혼난 거라니…. 조금 당혹스럽지만, 아까처럼 수라장을 일으키는 것보단 낫겠지.
잠시 후에 누나가 세 명의 여성을 데리고 소파로 다가오자 프랑은 몸을 띄우더니 내 뒤쪽으로 떠올랐고 나도 처음 보는 사람이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혜령과 금발의 소피아, 흑발의 차소영? 은 내 맞은편 소파에 줄줄이 서고 울 누나는 대형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사람 수 만큼 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화연이는 잠시 뒤로 떠오른 프랑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이혜령 부장과 소피아 부대장과는 인사를 나눴지? 이쪽은 차소영 부대장이야.”
“…특무부 제2, 4, 6, 8, 10팀을 이끄는 차소영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차소영은 키 173cm의 앞머리를 길게 길러 귀 뒤로 넘긴 숏컷의 차분한 인상을 지닌 여성이었다. 푸른색 정장을 입은 외모는 옅게 핀 물망초를 떠오르게 한다.
역시나 차소영도 내 눈을 보더니 움찔했다가 금방 차분한 얼굴로 돌아가 내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해왔다. 잠시 가늘고 예쁜 손을 내려보다 마주 손을 잡고 인사했다.
“정서하입니다. 고3이에요. 잘부탁드려요.”
딱히 나에 대해서 소개할 말을 못 찾아서 그냥 평범하게 인사를 했는데 차소영은 살짝 미소를 지을 뿐 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다.
화연이에게 들은 거랑은 다르게 과묵한 게 아니라 그냥 말수가 적어 보였는데 차분하고 성실해 보이는 게 확실히 믿음이 가는 모습이다.
그에 비하면 소피아는….
“나도 다시 인사해도 되나요~?”
“네? 소피아는 다시 인사할 게 더 있나요?”
“아앗~! 아까는 너무 예의를 차린 거 같아 다시 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괜찮아요. 아까 본 것만 해도 편한 모습이었으니까요.”
“아아. 컨셉을 잘못 잡은 거예요. 어른스럽고 상냥하고 편한 누나 컨셉을 했어야 했는데~.”
이혜령과 차소영은 소피아의 말에 픽 하고 웃음을 지었다.
소피아는 햇빛 냄새가 날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활달하게 말하는데, 3년간 한국어를 더 익혀서 기묘한 말투는 고친 건가?
“일단 앉죠.”
화연이는 내 왼쪽에 앉고 맞은편 왼쪽에 이혜령 차소영 소피아 순으로 앉았는데 이렇게 모여있는 여섯 명의 미녀를 보니 각자 다른 색깔을 가진 미녀들이라 정말 눈이 즐거워졌다!
누나도 가져온 음료수를 나눠주고 내 오른쪽에 앉았다.
프랑은 말 그대로 태양 같고 화연이는 은은한 보름달 같았다, 울 누나는 백합을 떠올리게 하고 차소영은 물망초가, 소피아는 달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다. 이혜령은 그야말로 성숙한 붉은 장미라는 느낌이 듬뿍 든다.
“아아…. 정말 기뻐요.”
“??”
난데없는 이혜령의 감정이 고조된 목소리를 들으니 의아함이 든다.
아니 아니, 이 사람은 저번부터 날 보고 저랬지? 다른 사람들도 이해가 간다는 표정인데 감지 타입을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었나 보다.
“국내 최고의 신체 강화 능력자와 10위권 안에 드는 속성, 회복 능력자. 거기다 국내, 아니 세계 최고가 될지도 모르는 감지 타입의 능력자라니…! 그야말로 완벽해요!”
“조금 민망한데요.”
“정말 450m 이내에 있는 위상력을 지닌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거예요?”
소피아는 황홀해 하는 이혜령은 무시하고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그 점은 차소영도 궁금했는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이 세 명에게는 어느 정도까지 알려줘야 하나 생각해봤는데, 그건 누나나 화연이가 선택할 문제겠지.
일단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부분까지 확인을 시켜주기로 했다.
우선 공간지각으로 차소영과 소피아 에델베르그를 감지해봤더니 차소영은 5줄의 부정형 나무테 모양을 가진 위상력 332만의 능력자였다. 속성 타입이지만 신체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전신에 상당한 근육이 가득 차있었다. 그 때문인지 가슴의 지방이 줄어들고 근육이 되면서 유방이 조금 작아진 거 같아 보이는데 그래도 B컵은 되어 보이는 거 같다.
그에 비하면 슬렌더 타입인 소피아는 정말 가녀리다는 말이 어울릴만한 서양 미녀였는데 164cm 키에 전신에는 근육 이랄 만 한 게 전혀 없었다. 웨이브를 전혀 넣지 않은 긴 금발 생머리는 허리까지 늘어트려 찰랑거리고 벽옥색 눈동자는 장난기가 가득 차 반짝거리고 있었다.
한쪽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긴 모습이 잘 어울리는 소피아는 서양인치고 작은 가슴을 가지고 있었는데 반대로 잘 발달된 골반 덕분에 빼빼 말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게 눈이 즐거운 몸이었다.
내가 직접 본 위상력을 정확하게 말하면 놀라려나? 대충 10만 단위까지 말해주면 되겠지.
“차소영 부대장님은 위상력이 330만 정도? 인 거 같고 소피아는 340만이 조금 넘는 거 같네요?”
순간 흠칫하는 이혜령과 차소영, 소피아.
그리고 보란 듯이 시선을 빌딩 아래로 내렸다. 아까부터 감지 범위에 들어와 있던 위상력 100만 수준의 능력자 4명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4명의 여자분이 빌딩 안에 있는 게 보이네요.”
“에에~! 지금 빌딩 안에 있는 여자라면 200명이 넘을 거예요!”
놀란 것도 잠시인지 소피아는 그 정도라면 나도 말할 수 있다는 표정을 짓길래 마저 이야기했다.
“위상력 수치대로 90만 100만 110만 130만 정도. 네 분 전부 속성 타입이군요.”
눈앞의 차소영은 분명 불과 바람 속성이랬지? 자세히 보니 나무테 모양의 위상력이 붉은색과 녹색에 물들어있었다.
으음. 이형종들은 속성이 외피, 외형으로 나타난 모습이었는데 능력자는 위상력의 색이 염색되어있는 건가? 붉은색 4줄과 녹색 3줄인 걸 보면 화염과 바람인듯싶은데.
…그럼 난 물빛, 아니 파란빛? 프랑한테 안보였으니 물빛인가? 물빛이면 물 속성이라야 하는 거 같은데.
에고고, 또 생각이 엉뚱한 곳에 빠지겠네. 희미하게 저 네 명의 능력자는 순서대로 갈색 녹색 붉은색 갈색이었는데, 속성과 색을 비교해보면 대지 바람 불 대지 속성 능력자겠지.
이건 그냥 말 안 해야겠다.
내 말에 소피아는 멍한 표정이 되었고 차소영도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입꼬리가 실룩거리는 누나를 힐끔 보고 소피아를 다시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확인이 됐을까요?”
“하나만 더요! 범위가 450m라고 했으니까, 여기서 동쪽으로…. 으음. 450m는 안될 거예요! 보시면 청궁의 빌딩이 있거든요? 거기서 가장 높은 위상력이 몇인가요?!”
청궁? 우리나라 랭킹 1위 레이드 팀? 그건 나와 프랑을 빼고 다들 궁금한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날 봤다.
소피아가 가르킨 방향에는 320m쯤 되는 거리에 회복 타입의 754만 남자가…. 아아, 저 사람이 소피아의 라이벌인가?
북서쪽으로 700m 정도를 더 가면 640만 정도의 신체 강화자가 한 명 있긴 한데 거리가 확 넘어가니 이 사람은 아니겠지.
일부러 고개를 돌려 그쪽 방향을 살펴보는 척, 하면서 범위 안에 가장 높은 위상력을 가진 사람을 찾았는데 그 두 명을 제외하면 B 클래스는 안 보이는 걸?
“750만이 가장 높은데요?”
“7, 750만….”
“역시 잭팟을 터트렸거나 크리스탈 이터를 찾아 죽인 거예요!”
엥? 갑자기 무슨 말이지? 이혜령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소피아는 내 말을 듣고 흥분하면서 주먹을 꾸욱 쥐더니 분하다는 듯이 붕붕 휘두른다.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모습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혜령이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 사람이 청궁의 보스일 거에요. 이름은 한지민, 국내 랭킹 1위의 회복 능력자입니다.”
아, 생각났다. 전에 이혜령이 청궁의 보스는 회복 능력자랬지?
청궁의 보스를 다시 공간 지각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위상력의 모양은 소피아와 비슷했지만 덩어리진 위치가 몸 전체에 고루 분포되어있는 점이 달랐다. 소피아는 심장 부근에 덩어리진 하나를 제외하면 죄다 팔다리로 퍼져있었으니까.
“그런대 잭팟? 크리스탈 이터는 뭐에요? 에너지 이터랑 비슷한 건가?”
대답은 옆자리에 앉은 화연이에게서 들려왔는데 화연이는 내 왼손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 위로 올리더니 내 손을 보며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현실에서는 에너지 이터라고 불리는 녀석이 위상 세계에서 나타나면 크리스탈 이터로 불린다. 이놈을 처음 발표 한 건 미국에서였는데, 물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거북이를 발견한 존재가 현재 A 클래스 속성 능력자, 전세계 랭킹 4위, 속성 타입 랭킹 1위의 아만다 지크프리드야.”
화연이의 이야기를 들으랴 손등과 손받닥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랴 정신이 없다!
“별다른 위압감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고작 50cm 정도 되는 거북이를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최대출력으로 벼락을 떨어트렸다고 했어. 그리고 그 순간 막대한 양의 위상력이, 정말 막대한 양의 위상력이 퍼져 나왔는데 퍼져나온 위상력이 공중으로 사라질 때까지 흡수한 양이 500만이라고 했었지.”
헉…. 500만? 물빛이라면 위상력의 색인데?
“그다음은 제가 설명해줄게요! 그녀는 그 이야기를 지상파 생방송에서 꺼내버렸는데, 이야기가 발표되자 능력자 커뮤니티에서는 금발에 가슴만 큰 골빈 여자라는 욕이 쏟아져나왔지요! 아는 사람만 알면서 쉬쉬하고 있었는데 정부를 통해서도 아니고 일반 쇼 프로에 출현해서 그 늘어진 살덩어리를 출렁거리면서 잘난 척 발표해버리니읍읍우브븝!”
차소영은 또다시 흥분해서 두 손을 붕붕 휘두르는 소피아에게 손을 뻗어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두 팔을 잡아서 끌어안아 버렸다.
“평소에는 이러지 않는데, 청궁 보스의 이야기가 충격이었나 봅니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울리는 차소영의 목소리도 화연이만큼은 아니지만 듣기 좋은걸?
포박된 소피아는 그나마 자유로운 두 다리를 버둥거리,
쿵!
“으부븝!!!”
…다가 좌식 테이블 모서리에 정강이를 찍어버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나잇값 참 못하는 아가씨네....
덕분에 풀려난 소피아는 울상을 지으면서 "후이잉. 아파요." 하면서 오른손을 뻗어 정강이에 찍힌 자국을 쓰다듬으면서 회복을 하기 시작했는데 손바닥에 있는 위상력 덩어리를 울리더니 미량의 TP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덩어리 하나만 진동시켜 회복도 가능한가 보네? 으음. 나도 일부분만 진동시켜서 한쪽 방향으로 쏘아낼 수 있는 걸까?
“크리스탈이터는 등급을 나누지 않는다. 따지자면 위상급이 될 테지. 그리고 잭팟은 너도 경험해본 거다.”
소피아의 손에서 움직이는 위상력 덩어리의 움직임을 보고 있는데 화연이가 입을 열었다.
“어?”
============================ 작품 후기 ============================
100회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축연참!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