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98화 (98/517)

00098  화연의 이야기2  =========================================================================

에델베르그는 헐렁해 보이는 행동에 비해 빈틈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원거리 회복 능력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회복 적중률이 떨어지고 대상자와의 사이에 이형종이 가로막고 있다면 회복을 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은 에델베르그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 같았다.

금방 화랑 내부에서 회복 능력자의 입지를 갖춘 에델베르그는 사람을 다루는 수완까지 뛰어나 화랑 내부에서도 금방 인기를 끌어 치유의 천사라는 별명까지 가지게 되었다.

토요일 오후, 화랑의 멤버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관해 어머니에게 호된 질책을 받았다.

“좀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거라. 때로는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보여야할 때도 있는법이다.”

“감정을 표출하지 말라고 가르치신 건 당신입니다.”

“이 어미가 말한 것은 [솔직한] 감정이지 대인 관계까지 무너트리는 무표정을 요구한 적은 없다! 대체 최수한과의 사이조차 틀어놓은 네 문제를 너는 인식조차 못 하고 있는것이냐!”

“.......”

“얼마나 얼빠졌으면, 사람조차 제대로 사귀지 못하는 얼간이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느냐! 못난 것 같으니, 썩 나가거라!”

“…. 나가보겠습니다.”

가슴 속에 멍울이 진 느낌을 지닌 채 내 사무실로 돌아가니 방 안에서 에델베르그와 차소영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가요? 소피아는 영국의 귀족이군요.”

“아니 아니~ 이제는 아니지요에요! 가문의 영감탱이가 짜증 나서 따귀를 날리고 뛰쳐나왔답니다~. 가문의 족보에서 제 이름은 빠졌을 거에요~. 앗! 어서 와요에요, 화연!”

“어서 오세요 화연.”

밝고 화사한 미소를 짓는 에델베르그와 조용한 미소로 반기는 차소영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소파의 빈자리에 앉으니 한숨이 나왔다.

“프레지던트에게 혼난 표정이에요~.”

…….

“소피아.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면….”

“네에? 그치만 혼난 아이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에요?”

큭, 또…!

날 껴안고 내 얼굴에 뺨을 비비는 에델베르그를 억지로 떨어트려 놓으니 조용히 미소 짓고 있던 차소영이 입을 열었다.

“저번 원정의 실패 때문입니까?”

“…네.”

내 실수로 놓친 이형종 한 마리가, 동료를 끌고 와 임시 기지를 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다행히도 사망자는 내지 않았지만, 임시 기지가 부서지며 모아뒀던 위상 석을 모두 뻇겨버렸다.

원인은 냉정하고 차가운 화랑 멤버들에 대한 나의 태도로, 주위 멤버들의 협력을 요청하지 않은 채 무모한 돌격을 한 결과였다. 멤버들 또한 나의 대응에 쉬이 접근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 후 토벌을 통해 손해를 일정 부분 메꿀 수 있었지만…. 최수한이 마지막에 던지고 간 말이 생각나 버렸다.

에델베르그와 차소영은 날 위로하려 했지만 여러 가지로 복잡한 내 머릿속에는 닿지 않았다.

“그랬구나. 힘들었지?”

다음날 일요일. 오랜만에 직접 만날 수 있었던 시하는 더욱 예뻐져 있었다. 하지만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진 머리는 시하와의 만남을 즐길 수 없게 만들었다.

시하라면…. 해결 방법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최수한이 마지막에 던지고 간 말이 자꾸 생각나.”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준 시하는 내 옆에 앉아 날 끌어안아 줬다.

“그건 화연이가 잘못한 게 맞아.”

“…….”

“위상 세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이잖아? 서로 간에 믿음을 주고받지 못하는 일 만큼 위험한 건 없지 않을까. 화연이 너는 차소영 씨랑 에델베르그 씨를 믿지?”

“응.”

“하지만 그 두 분은 널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 거 같아?”

“…!”

“팀 원들을 믿지 못하는 이유, 혹시 화랑이라서 그런 거야?”

그…. 랬었나.

시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2년 전 처음 화랑에 들어갔을 때부터, 얼마 전 어머니의 목적을 깨달았을 때까지 혼란스러웠던 내 감정을 확실해 파악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안개가 낀 듯 묵직하던 머리가 맑아진다.

“그랬던 거 같아.”

“뭘 해야 할지 생각난 거야?”

“응.”

“그래.”

내 얼굴을 본 시하는,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꺼내 나에게 보여준다.

“이거 봐. 서하가 얼마 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

시하의 휴대전화에는 서하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화면을 슬라이드 했더니 웃는 모습 화난 모습 울상인 모습 개구쟁이같이 장난치는 모습.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 중2인데, 이상한 버릇도 많이 사라지구 통통해서 굉장히 귀엽지?!”

오랜만에 보는 서하의 모습에 정신없이 화면을 넘기면서 구경하느라 시하의 말에 대답할 여력이 없다!

“너랑 못 만나면서 쌓인 사진이 많아. 갖고 싶지?”

“응!”

“그럼 바로 보내줄게. 기다려봐.”

이런 걸 모아 주다니…. 시하가 진짜 천사일지도 모르겠다.

“끄아악!” “안돼!”

키우우우우!!

“아악!”

사람들의 비명과 이형종의 울음소리에 간이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차소영과 에델베르그도 일어나는 모습을 뒤로하고 급하게 막사를 뛰쳐나오니 곳곳의 장대가 무너지고 몇몇 천막이 불타오르면서 어두운 밤의 기지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불붙은 천막들의 틈 사이에 화광에 붉게 물든 키 2m가 넘는 왈라비 수십 마리가 화랑의 능력자들과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앗! 화연!”

소피아가 놀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저쪽에서 왈라비 이형종 두 마리가 두 팔이 부러진 채 입가에 피를 흘리며 기절한 여성 능력자의 두 발을 잡고 끌고 가려 하고 있었다!

“하아앗!”

뻐억!

키힛?! 키이이!

위상력 운용 기술을 사용해 흉측한 성기를 발기한 채 여성을 끌고 가려던 한 마리에게 땅을 박차고 왈라비의 텅 빈 허리를 번개같이 날아 찼다.

허리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날아가며 땅에 널부러진 왈라비는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었다.

동료가 기차에 치인 모습 마냥 구겨져서 나뒹구니 남은 한 마리는 깜짝 놀라며 여성의 다리를 휘둘러 나에게 집어 던졌다.

우득!

“아윽!”

뒤따라온 차소영이 받아줄 거라고 믿는다.

왈라비와 마주친 눈을 떼지 않고 노려보며 날라오는 여성을 피했다.

집어 던져질 때 다리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고통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여성의 비명이 들렸지만 곧이어 북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바람이 밀려왔다!

“Heal!!”

에델베르그의 가냘픈 목소리를 듣고 흘리며 적의와 경계심을 뿌리면서 두 다리로 서서 욕망 가득한 붉은 눈으로 날 노려보는 남은 한 마리와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놈은 중상위 최상급에 랭크되는 이형종. 두 손을 사람처럼 사용하며 이종족 암컷을 납치해 사지를 부러트리고 씨받이 가축으로 만들어버리는 흉악한 놈이다. 기지를 습격한 것도 씨받이를 구하기 위해서겠지.

절대 살려 보낼 수 없다!

“화연!”

“이건 내가! 쓰러진 놈을!”

퍼펑! 키히이익?!

퍼퍼펑! 키이이…

직후 뒤쪽으로 화염 탄과 바람 탄이 쏟아지며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왈라비 한 마리의 비명이 끊겼다.

대치한 상태에서 극도의 적개심과 흥분을 보이던 남은 한 마리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려 하는데 등 뒤로 세 명이 서는 소리가 들린다.

“화연! 혼자 뛰어나가면 어떡합니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화연은 못 말려요에요~.”

한 명은 기절했던 여성이었나. 다 회복했나 보군. 좋아.

나를 보며 도망갈지 말지 고민하던 왈라비는, 결국, 도망가려고 결심했는지 몸을 돌리려 했다.

“갑니다!”

숨을 멈추고 훤히 드러난 왈라비의 옆구리를 노려 지그재그로 달렸다.

달려드는 날 보자마자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긴 꼬리를 왼팔로 막아 빠르게 흘리며 대지를 박차고 드러난 허점에 걷어차듯이 발꿈치를 질러 넣었다.

우두둑

키헤헥!?

발끝에 느껴지는 뼈가 부러지는 감각에 다시 몸을 회전시켜 왈라비의 머리에 회전력을 가미시킨 발차기를 넣었다.

뻐걱! 키욱?!

“화연!”

차소영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땅에 떨어지기 직전 왈라비를 힘껏 걷어차 버리니 왈라비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붕 날아가 버렸다.

“지금!”

“옛!”

차소영의 외침과 동시에 쏘아져 나간 화염 탄, 바람 탄, 대지 탄 여러 발이 왈라비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몸통을 두들기며 목숨을 끊어놓았다.

“외곽으로 돌아 바로 다른 놈들을 찾습니다!”

이번 원정에는 여성 능력자 비율이 높다! 틀림없이 끌려간 사람이 있을 거다!

“““네!”””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울타리를 넘어 평원 쪽을 보니 예상대로 세 명의 여성 능력자가 사지가 부러진 채 끌려가고 있는 게 보였다.

왈라비가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여성의 몸을 긴 꼬리를 휘둘러 복부를 두드리고, 충격에 피를 토하는 여성의 모습도 보인다.

“소피아는 회복을! 차소영은 일제사격!”

지시를 내리고 기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간 놈들을 뒤쫓았다. 차소영이라면 다른 한 명을 지시해 능력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속성 탄으로 견제할 수 있을 거다.

“하아아아!!”

일부러 기합을 지르니 두 명을 끌고 가던 네 마리의 왈라비가 내 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두 마리가 여성의 다리를 놓고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소피아의 가녀린 외침이 들려왔다!

“HEAL!! HEAL!!!”

퍼펑 퍼퍼펑 쿠쿵 퍼벙!

사방에 들리는 폭음을 반주 삼아 왈라비 두 마리와 어울려준다.

창처럼 찌르면 10cm 강철판도 뚫어버리는 놈들의 꼬리를 손가락 한 마디 간격으로 피하며 가까운 놈에게 접근해 가운데 차기로 허점을 노려 옆구리를 친다.

그리고 밀어 차며 생기는 반동을 이용해 몸을 낮춰 다른 한 마리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흉측하게 발기한 놈의 성기를 무릎으로 짓이겨버린다.

푸직

끼힉…!

살덩어리가 터지는 소리를 뒤로하고 높이 뛰어올라 공중에 뛰어오르며 꼬리를 빗살처럼 쏘아 찌르는 남은 한 마리의 공격을 두 손으로 잡아 봉쇄한다!

킥?!

“히야앗!”

그대로 꼬리를 힘껏 움켜쥐고 풍차처럼 돌려 사타구니를 잡고 발발거리는 왈라비에게 휘둘러 쳤다.

급격한 변화로 진정한 이형종이 된다는 상위 이형종도 아니다. 혼자서 두 마리까지는 상대할 수 있다!

끌려가던 두 명도 소피아의 회복을 받고 저항에 성공해 여기저기 찔리고 부러진 상처를 다시 입었지만, 몸을 피해 나와 합류에 성공했다.

“가, 감사합니다!”

“흐윽. 자살하려고 생각했었어요!”

“대화는 나중에! 합류합니다!”

미쳐 발광하려는 왈라비 두 마리를 견제하며 차소영과 소피아와 합류에 성공했더니 그사이 끌려가던 남은 한 명도 차소영과 합류한 게 보였다.

“heal! heal heal!”

나와 합류했던 다친 두 명의 능력자는 소피아의 회복에 금방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소피아의 안색이 나빠지는 게, TP가 바닥을 보일 것 같다.

중상위 왈라비 6마리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지만, C 클래스인 나와 속성 능력자 5명, 원거리 회복 능력자가 있으니 할 만하다!

“차소영이 지시를!”

“네! 가장 빠른 능력을 준비합니다! 선타를 따라 일제 사격 준비!”

““““네!””””

펑! 퍼퍼퍼퍼퍼펑! 생식기가 짓이겨진 고통으로 운신이 바르지 못한 한 놈이 가장 먼저 폭사했다.

소피아를 믿고 상처를 감소한 공격을 가한다.

마치 추행진 모양으로 달려드는 놈들을 보며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한 마리의 꼬리 찌르기를 왼팔로 막고 잡아당기는 힘에 달려드는 힘을 더해 놈에게 날듯이 달려가 왈라비의 가슴을 걷어차 버리니 뒤에 달려오던 한 마리와 엉키며 나뒹군다!

왼쪽 팔에서 격통이 느껴지지만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좌측에 남은 두 마리와 눈을 마주쳤다.

펑! 퍼퍼펑퍼퍼퍼펑!

동시에 각종 속성 탄이 뒤엉켜 넘어져 구르고 있는 두 마리에게 쏟아졌고 그 직후 좌측의 두 마리가 나에게 달려든다!

남은 한 마리가 차소영쪽으로 달려가지만, 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흑, 마지막이에~요! HEAL!!”

역시.

소피아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오고 꿰뚤리고 반쯤 뜯어졌던 왼팔이 복구되기 시작했다.

채찍처럼 휘둘러지고 창처럼 쏘아지는 꼬리들을 피하며 시간을 끈다!

뒤이어 폭죽 수십 발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왈라비의 단발마가 들려오고 연이어 처음 뒹굴며 속성 탄에 두드려 맞고 정신을 못 차리는 두 놈에게도 속성 탄 집중사격이 떨어지며 숨통을 끊어놨다.

“간다!”

퍼억!

끼이익!

한 마리가 꼬리를 쏘아내는 것을 피해 바로 달려들어 날라 차기로 멀리 날려버리니 기다렸다는 듯이 속성 탄 다발이 날아가며 멀리 떨어진 한 마리를 폭사시키는 것과 동시에 나 역시 꼬리를 피해 남은 한 놈에게 달려들었다.

꼬리를 휘두른 빈틈에 주먹과 발차기를 꽂아넣고, 충격에 몸이 굳어있는 왈라비의 머리통을 노려 점프해 집중한 다리 힘으로 사커킥을 날리니 가격당한 머리가 수박 터지듯 터져나갔다.

얼굴과 몸에 튄 놈의 뇌의 파편이 역겨웠지만, 손으로 닦고 외쳤다.

“돌아갑니다!”

“네!

TP 고갈로 헤롱거리는 소피아를 등에 업고 본진으로 뛰어갔다.

그 이후 기지 주변을 돌며 바닥을 살펴봤지만, 사람이 끌려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하고 바로 기지 안의 전투 장소에 도착했지만, 이곳도 상황이 마무리되어 20마리가 넘어 보이는 왈라비들이 찢어지거나 터져 죽어있었고 천막들 사이사이에도 죽어있는 놈들이 한가득이었다.

“유화연!”

박지웅 보스는 날 찾고 있었는지 하얗게 탈색된 얼굴이었는데 날 발견하자마자 크게 한숨을 쉬었다.

“다, 다행이구나. 왈라비한테 끌려간 줄 알았다.”

“끌려가던 여성 능력자들을 구출하느라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음?! 4명이 끌려간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몇 명을 구출했지?”

“4명입니다.”

“오오. 박감찬 부대장!”

곧 박지웅 보스는 부대장인 박감찬을 불러 내가 구출한 4명의 여성을 확인하고 인원수를 점검하더니 추적조 편성을 중단했다.

부상자는 많지만, 사망자는 없었고, 왈라비의 특성을 생각했을 때 끌려간 여성 능력자가 있을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대다수지만 2차 피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끌려가던 여성 능력자들은 뒷정리가 끝난 후 함께 내 막사로 찾아와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왔다.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도 같은 여자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구해주시지 않으셨다면 그사이에 어떤 일을 당했을지 모르는 일이었어요. 놈들의…. 후우. 놈들에게 사지가 부러지고 흉측한 모습을 봤을 땐 정말 혀 깨물고 죽을 생각까지 했었는걸요….”

“이제 화연님 팬 할래요!”

3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여성은 복부에 꼬리를 얻어맞아 피를 토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새파래진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앳돼 보이지만 20살은 넘었을 여성은 날 보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날 아이돌로 여기면서 트라우마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도 좋겠지.

4명은 다시 한 번 나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인사를 하고 되돌아갔다.

“흐흥~. 화연이 성장한 거 같아 기쁜 거에요!”

“저도 기쁩니다.”

“무, 무슨 말입니까.”

난데없는 소피아와 차소영의 심상치 않은 말에, 뒷말을 듣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해져서 결국 물어보고야 말았다.

“며칠 전이었다면 화연은 동료를 구출하기보단 기지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참여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붙잡힌 자들이 잘못이다! 전투가 끝나면 바로 구출 조가 편성됐을 거다!" 라고 했을 거에요~.”

…여전히 미묘한 억양의 소피아는 나를 놀리려는 건지 이상한 목소리로 내 흉내를 낸다.

“놀랍군요. 화연과 굉장히 비슷한 귀여운 목소리입니다.”

?!

“흐흥~ 녹음기를 갖다놓고 열심히 연습한 거에요!”

“으….”

“아! 부끄러워하는 거에요~! 귀여운 거에요!”

“소, 소피아는 한국어나 제대로 배우시죠!”

“아앗~?! 드디어 절 이름으로 불러준 거에요! 기쁜 거에요!!”

“후후.”

아! 큭…. 상냥한 언…니같이 웃어주는 차소영의 모습이나, 정말 기뻐하는 소피아의 모습을 보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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