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94화 (94/517)

00094  나와 프랑과 연이와.  =========================================================================

조직표 최상단에는 당연히 화연이가 있고 거기서 총무부와 특무부, 사업지원부 3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총무부 수장은 당연히 이혜령 부장이었다. 이혜령 부장에서도 두 갈래로 나누어져서 아래쪽에 30명의 총무부원이 있고 그 옆 갈래에는 누나 이름이 있었다. 직속이란 이야긴가? 아니면 통합관리직이라던가 그걸 만들려고? 하니까 그런 거?

그리고 사업지원부도 임무 보조팀과 전투 보조 팀이 나눠져있었고 같은 줄에 총무부와 이어져 있었다. 그 중 알아둬야 할 사람은 사업지원부 부장 한 분뿐인가? 사업지원부에는 부장 김표충이라는 이름만 쓰여 있었다.

사업지원부의 인원이 832명인데 그중 130명이 전투 보조라고 했다. 전투 보조 팀이, 위상 세계에 같이 들어가는 생활 보조원을 말하는거겠지?

“생활 보조는 어떤 일 하는 거지? 그냥 따라 들어가서 전투를 제외한 나머지 잡일을 하는 건가?”

-맞지 않을까요? 영국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서 짐꾼 porter라고 했거든요.-

“그래? 으음…. 힘겹게 위상 세계에서 생환했는데 G 클래스까지 밖에 성장 못 하면 무지 허탈하겠다.”

-그렇지도 않은 게, 돈은 일반인들에 비해 무척이나 잘 버니까요. 거기다 일단은 능력자니까 일반인들보다 몸도 튼튼하고 자신의 자위권도 가지고 있잖아요?-

“그치만 위상 세계는 위험하잖아. 죽으면 모든게 끝인데,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만인에게 평등한 법이랍니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는 한국의 속담이 있지요? 평기사의 연봉은 1년에 3만 파운드가 조금 안 된답니다. 하지만 포터들은 1번 입장하면 수익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천 파운드에, 생활 보조 임무가 끝나면 안전이 파악된 한도 내에서 채집 활동을 통해 부수입도 얻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어, 파운드가 1파운드에 1,700원인가? 평기사 연봉이 5,200만? 포터는 한 번에 520만 원이고, 거기에 부수입도?”

-네, 그리고 포터는 세금이나 각종 부분에서 포터 활동을 하면 혜택을 받는다고 들었어요. 능력자보다 완화된 규율을 적용하고, 혜택도 있으니 아무래도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였지요. 물론 능력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바로 알카트라즈에 갇히지만요.-

잠시 물가를 생각해봤는데, 부수입까지 생각한다면…. 생활 보조도 나쁘진 않을 거 같다.

하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이란 게 있으니까, 억울하긴 하겠군. 똑같이 위상 세계에서 뭐빠지게 고생했는데 나는 I, H, G 클래스인데 저놈은 D, C, B 클래스까지 성장하면....

다시 시선을 내려서 마저 확인했다. 특무대는 화연이가 대장도 겸임하고 여기서 또 두 갈래로 나눠서 14명의 특임대가 있었고 대장인 화연이를 제외하고 부대장 2명과 10명의 팀장, 그리고 100명의 팀원이 있었다.

한 팀에 팀장을 포함해 11명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뭔가 계산이 안 맞다? 113명 중에 감지 능력자가 14명…. 한번 입장할 때 2명은 무조건 따라간다고 했는데 그럼 13명이 한팀이라야 하는 거 아닌가?

으음. 감지 타입이 부족해서 일부러 팀에 포함 안 하고 따로 특임대를 만들어서 거기다 모아놓은 건가 보다.

특임대 숫자랑 화연이가 말했던 감지, 그러니까 탐색 능력자의 숫자와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 이 14명이 탐색 능력자들이 맞겠지?

나중에 확인해보기로 하고 일단 팀 편성을 확인해봤는데 나는…. 어디에도 없네? 화연이도 안 보인다. 거기다 C 클래스 최상급이라는 부대장 2명도 없다.

근데 화연이는 나랑 같이 A 팀에 들어갈 거랬지? ...뭐 내가 정식 멤버가되면 그때 또 바뀔지도 모르지. 아무튼 화연이랑 부대장 2명은 지금은 딱히 포지션이 없는 건가?

일단 한 팀에 팀장 1명과 팀원 10명을 세트로, 거기에 감지 타입 2명이 끼어서 13명이니까 생활보조 총 130명 중에 1/10해서 13명이 같이 들어가면 26명이 한 번에 들어가는 건가?.

“프랑은 혹시 위상 세계에 어떻게 일행이 함께 들어가는지 알아? 어제 능력자 연합 빌딩에 갔을 때 여럿이서 우르르 몰려다닌 걸 보면 함께 들어가는 방법이 있나 본 데?”

-저도 지나가다 들은 이야기지만, 호스트 시스템이 있대요.-

“헤에. 방장 같은 게 있어서 그 사람 따라 들어가나 보네?”

-네.-

띠링!

“아, 이혜령 부장님한테 문자 왔다.”

[그렇습니다.]

[양도를 비롯한 모든 금전 거래에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아래쪽에 첨부된 명세서와 계산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금 20%를 공제한 48억8천만 원을 입금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냉무가 무슨 뜻인가요?]

끄응. 사람들 탈세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탈세하려는 인간들 무진장 욕했는데, 이렇게 어마무시하게 돈을 떼가는 걸 보니까 조금 납득이 가려 한다.

“아니 그럼, 내년 1월에 5,000억을 받으면 1,000억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거야…?”

일단 문자 보내주자.

[내용 무!]

[줄여서 냉무!]

-세금은 국민의 의무니까요! 서하가 낸 세금은 국가에서 요긴하게 쓸 거에요.-

“그건 그래. 여사님이 막 횡령하고 사치하는 그런 이미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으니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좋게좋게 생각해야지.”

능력자 커뮤니티를 조금 더 살펴볼까 했는데, 어쩐지 머리가 멍한 게, 조금 누워있다가 점심 먹고 타임리버 빌딩에 가야겠다.

“…프랑.”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공중에 살짝 떠 있는 프랑을 부르며 두 손을 쭉 뻗었다.

-후후.-

프랑도 내 마음을 읽었는지 내 이마에 키스를 해주면서 옆에 같이 누웠다. 울 누나도 그렇고 화연이도 그렇고 프랑도 이마에 키스하는 걸 좋아하네.

나는 프랑의 허리를 잡아 돌려 눕히고 뒤에서 끌어안았다. 서로 마주 누우면 또 엉덩이를 만져버릴지도 몰라!

-어마.-

내 손에 몸이 돌려진 프랑은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금방 배시시 웃으면서 등을 내 가슴에 살짝 문질렀다.

근데, 이러니까 프랑의 엉덩이골에 내 거시기가 살짝 끼인다.

“…이러면서 나보고 참으라고만 하다니. 프랑도 악녀 같아.”

움찔.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니까 두 팔에 예쁜 가슴이 눌리면서….

자자! 그냥 자는 거야!

나는 두 팔로 프랑의 허리를 감싸 안고 애써 눈을 감았다. 알몸의 프랑은 유혹이 너무 심해….

3시간 정도 잤더니 이번엔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프랑은 잠을 안 자고 계속 내 품에 안겨있었는지 잠들면서 풀린 마나 시브를 다시 집중하자 고개를 돌려서 날 쳐다봤다.

-잘 주무셨나요?-

“응. 이번엔 개운하게 눈을 떴어. 고마워.”

날 돌아보는 프랑의 뺨에 키스를 해주니 '꺅~'하면서 얼굴을 가리고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손에 집중된 마나 시브로 프랑의 아랫배를 살짝 쓰다듬자 매끈한 아랫배가 만져지면서 몰랑몰랑한 게 참…. 마약 같은 몸이다.

가슴을 만졌다간 정신 놓고 계속 만져버릴지도 모르겠다.

프랑은 움찔하면서 날 돌아보려는데 슬쩍 프랑의 어깨 옆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조금 부루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가 다시 배시시 웃더니 내 뺨에 키스를 해줬다.

“잠들면서 마나 시브가 풀렸으니까 옆에서 태블릿으로 책이라도 보면 됐을 텐데.”

-저도 서하의 품에 안겨있는 게 좋은걸요?-

“어우.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거지?”

프랑의 허리를 감고 있는 손으로 옆구리를 마구마구 간지럽혔더니 프랑도 까르르 웃으며 두 발을 바동거렸다.

한참 동안 프랑과 장난치면서 놀고 있으려니 밖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흘러나온다.

음?! 이 냄새는!!

내가 좋아하는 매운 채소 볶음 우동!!

내 간지럼 공격에 눈물을 찔끔 흘릴 만큼 웃으면서 자지러지던 프랑은 내가 잠시 손을 멈춘 틈을 타 내 품에서 힘겹게 빠져나갔다.

공중에서 몸을 부르르 떠는 게 어지간히 간지럼에 약한가 보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가 내가 젤 좋아하는 음식 만드나 봐.”

-!!-

내 말을 프랑은 잽싸게 벽을 뚫고 주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혹시 프랑의 취미는 요리가 아닐까?

아삭아삭한 양배추와 채썬 실파에 매콤한 소스로 잘 볶은 볶음 우동은 입안에 씹히는 탱글탱글한 우동 면에 양배추의 단맛과 실파의 식감은…!

치킨 만큼이나 진리라고 생각한다!

무진장 맛있었다는 거지.

아무 말 없이 4인분을 해치우는 날 보고 엄마는 흐뭇하게 웃으셨다.

“자. 약속대로 타임리버에 데려다줘!”

카펫 위에 앉아서 소화 잘되라고 엄마가 가져다준 매실차를 마시다가 방으로 들어가려는 누나의 체육복 반바지 아랫단을 콱 잡았….

훌렁!

“꺅!!”

“…!”

내, 내가 밑에서 반바지를 갑자기 잡아버리는 바람에 반바지가 훌렁 내려가면서 발목에 걸려 누나가 앞으로 넘어져 버렸는데, 그때문에 엉덩이를 치켜든 자세가 되버렸다!

덕분에 누나의 하얀 속옷이 드러나 버렸….

후다닥

흠칫하면서 누나의 발목에 걸린 핑크색 반바지를 놓자마자 누나는 황급히 일어나서 바지를 올려 입고 빨개진 얼굴로 날 노려본다!

주, 죽을지도…!

“으으으! 너 진짜…!”

“미, 미안! 실수였어 진짜로!”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에 누나의 아수라 같던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곧 머리통에 작렬할 고통에 대비해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움츠리는데,

다닷

잽싸게 뛰는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더니 누나는 황급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쯧쯧.”

윽. 아빠가 혀를 차는 소릴 듣고 머릴 긁적였다.

“누나가 또 무시무시하게 화내는 줄 알았어.”

“어머. 그렇게 숨기더니, 결국은 들켰나 보네.”

엄마는 주방 정리가 끝났는지 앞치마를 벗고 나오면서 쿡, 웃었다.

“어? 응. 어제 우연히 화연이한테 막 화내는 걸 봤는데 진짜 무서웠어. 누나가 예전부터 저랬던 거야?.”

“호호호. 진짜 들킨 거 네? 시하 저 지지배는 네 할머니 성격을 많이 이어받았거든. 그렇죠, 여보?”

엄마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빠 옆에 앉아 팔꿈치로 아빠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는데 아빠는 책을 덮고 날 보며 말했다.

“그래. 어머니, 그러니까 네 할머니는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자상하시지만, 화가 나면 주변 사람도 못 말릴 만큼 흉흉한 모습을 보이셨지. 한번은 네가 어렸을 적에,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에 시골집에서 지나가던 들개한테 물릴 뻔한 적이 있었다. 기억 나느냐.”

“날리가 없잖아.”

들개? 순간 긴 주둥이 마른 늑대가 생각나서 기분이 좀 나빠졌다.

“그때 네 할머니는 팔뚝만 한 몽둥이를 들고 뛰쳐나와서 당시 너와 비슷한 크기의 들개를 단숨에 머리통을 내려쳐 터트려버렸지.”

헉…….

그, 나보다 가녀린 팔로 일격에 죽였…어?

“그니까 쟤는 어머니랑 이 엄마랑 네 아빠 성격을 골고루 이어받았는데, 굉장히 화가 나면 꼭 귀신 들린 애처럼 돌변한단다. 아들한테 이쁜 누나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숨겨왔던 거였는데, 결국 들통나버렸네?”

그, 나랑 누나한테만 상냥하고 자상한 할머니와 누나한테 그런 성격의 비밀이 있었다니, 충격이다…….

끄응. 하는 수 없지, 택시 타고 갈까?

이야기를 다 들었지만, 결론은 날 소중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잖아. 내가 진짜 나쁜 짓을 안 하는 이상 누나가 나한테 그리 화낼 일은 없다고 생각해.

물론 아까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지만.

아무튼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프랑은 이번에도 따라 들어오더니 두 손으로 내 등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진짜, 자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샤워 중인 알몸의 남자와 여자라니!

이래놓고 건강해지기 전까진 터치 금지라고? 진짜 너무해!!

등에서는 프랑의 손길이 느껴지고 공간 감지에는 프랑의 알몸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여서 내 거시기가 발기해버렸다.

나는 머리를 감고 있었는데, 프랑은 뒤에서 내 몸을 위에서부터 씻겨주고 있었다. 그런데 등을 다 씻겨주더니 손을 돌려서 내 가슴도 거품을 내기 시작하는데, 등에 프랑의 가슴이 닿는 느낌에 거시기가 충혈되듯이 붉어지고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프랑의 두 손이 가슴을 씻겨주고 배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는 게 보여서 장난기가 발동해 내 성기에 마나 시브를 집중했다.

-…?-

아랫배를 지나려던 프랑의 두 손은 내 육봉에 손이 툭 하고 걸렸는데 그녀는 '손에 뭔가 걸렸는데?' 하는 표정을 짓더니, 두 손으로 내 똘똘이를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그, 귀두 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가는 손가락의 감촉 때문에 흥분이 급격하게 몰린다!

순간 귀두를 쓸어가는 프랑의 가는 손가락의 감촉에 짜릿한 전류가 남근을 타고 흐르는 거 같았다!

“윽!”

-!!-

그제서야 자기 손에 잡힌 게 뭔지 깨달은 프랑은 화들짝 놀라기에 그 틈을 타 잽싸게 말했다.

“이건 프랑이 스스로 만진 거지?”

내 말에 프랑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두 손을 잠시 내 페니스를 살짝 쥐고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화장실을 뛰쳐나가 버렸다.

흐으으…. 이렇게 흥분시켜놓고 도망가버리다니, 진짜 몸에 사리 생기겠다.

속으로 애국가랑 교가를 열심히 부르면서 떠올리면서 겨우겨우 흥분한 보물 1호를 진정시켰다.

마저 씻고 수건으로 허리를 감고 충혈된 거시기를 가리고 나왔더니 누나도 자기 방에서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흰색 롱 블라우스에 검은색 스키니진을 입고 나오고 있었다.

“누나 어디가?”

“…다 씻었어? 옷 입구 나와, 데려다줄게.”

누나는 허리에 수건만 걸친 내 모습을 살펴보더니 눈을 돌리면서 말했다.

“오 진짜?”

“진짜. 나도 타임리버에 가서 일 배워야 하니까.”

다행히 화가 풀린 거 같다! 예전 같았으면 어쨌든 일단 1대 맞았을 텐데, 그러고 보니 내가 생환한 뒤로 물리적인 터치가 많이 줄어든 거 같다.

“어, 알았어! 누나, 아깐 미안해. 실수였어.”

“아, 알고 있으니까 얼른 옷 입구 나와!”

얼굴이 빨개지면서 발칵 화내려는 누나를 피해 잽싸게 드레스룸으로 뛰어들어가서 움직이기 편한 검은색 밴딩 일자 바지와 검은색 긴 팔 티를 입고 나왔다.

“아들? 몸 조심하구 오렴.”

“응!”

“연이를 너무 괴롭히면 안 돼?”

“응! …어?”

무, 무슨 뜻이지?

나는 당황해서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엄마를 보는데, 엄마는 날 보며 한번 빙긋 웃고는 다시 시선을 티비로 돌렸다.

“다 입었으면 얼른 와!”

“으, 응!”

…설마, 어제 화연이랑 한걸 눈치챈 건…. 에이, 엄마가 감지 능력자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겠어? 그걸 눈치채면 진짜 예감이나 예지 능력자지!

누나가 운전하는 서버 밴을 타고 타임리버로 향하는 중 멀리 63빌딩이 보일 무렵 누나가 말을 걸었다.

“서하야.”

“응?”

“화요일 밤에 살롱에서 했던 이야기말야. 화연이가 우릴 지켜주고 있었다는 거.”

“아아. 그건 이혜령 부장님한테 들은 거야.”

“그렇구나. 걔도 참, 걱정이 많다니까.”

누나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살짝 웃었는데 그야 걱정할 만도 하지. 옛날에는 그냥 예쁘게 태어난 것만으로도 죽을죄라는 이야기가 있잖아.

자기보호수단이 없는 아름다운 꽃은 아무나 꺾으려 드니까.

아빠랑 엄마가 병원을 운영하고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있다지만 말 그대로 아는 사람일 뿐이잖아? 힘으로 싸움을 걸어온 사람들을 상대할 때에는 같은 힘이 필요할 때도 있지 않을까.

제랄 패커드가 싸웠던 놈들처럼.

“나도 위상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냥 생각 없이 살았었는데, 한번 갔다 오니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아졌었어.”

“그러니?”

“그중에 내 능력이랑 자질을 노리고 나쁜 사람들이 아빠랑 엄마랑 누나한테 접근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었단말야.”

“…….”

“능력자 가족들은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에서 다들 지켜주고 화연이도 지켜준다고 해서 다행이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어. 난 아직 약하지만, 나도 제랄 패커드라는 유일한 S 클래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누구도 가볍게 볼 수 없을 만큼 강해질 거야. 강해져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거야.”

“……해. ……다워져서.”

“어? 뭐라고 했어?”

“…너 무지 남자다워져서 여자애들 많이 반하겠다구.”

“헹. 언제는 평범하고 못생겼다고 했으면서.”

내 말에 피식 웃어버리는 누나.

이제 그런 말에는 안속을거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타임리버 빌딩 안으로 들어갔더니 프랑은 여전히 사람이 많은 장소는 부끄러운지 한 손으로는 엉덩이골을 가린 채 내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 따라왔다.

빌딩 1층의 홀은 일요일인데도 사람이 무지 많았는데 역시나 사람들의 시선이 누나한테 쏟아…지다가 내 눈동자에 놀란다.

어제부터 계속 마나 비전을 켜고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능력자인 줄 알지, 그냥 보면 평범한 고딩처럼 보일 거 아냐.

누나는 내 홍채를 띠처럼 두르고 있는 파란 빛에 이제 적응했는지 내 눈을 봐도 안 놀라지만 첨 보는 사람들은 다들 저렇게 깜짝깜짝 놀라는 거 같다.

그러고 보면 눈에 마나 시브를 굉장히 압축시켰을 때 심의위원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경직됐었지? 이것도 일종의 피어 fear인가?

…혹시 공격했다고 판단하면 어떡하지?

조금 걱정이 된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릴 무시하고 누나를 따라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입구의 안내 데스크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김지수씨? 여기 얘는 제 동생인데 며칠 전에 객원 멤버로 가입한 정서하에요.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누나는 어느새 ID 카드 같은 걸 목에 걸고 있었다. 화장 두께가 1mm는 되는 여자한테 다가가서 말을 걸었더니 김지수라고 불린 여자는 황송한 듯이 상체를 굽신거리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정서하 님은 이미 출입증이 발급되어있으세요. 잠시…. 정서하 님의 출입증은 보스께서 가져가셨네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누나도 살짝 상체를 숙이면서 인사하니까 김지수도 황급히 마주 허릴 굽혔다.

“아까 전화했을 때 빌딩에 있을 거라고 했는데, 어디 있으려나~?”

“20층에 있어.”

내 지각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쭉 20층에서 그, 시화유선? 이라는 운신법을 연습하고 있었거든. 저게 시화 유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한 장소에서 왔다 갔다 반복하면서 똑같은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맞겠지?

어지간하면 안 지치는 신체 강화 타입인데, 거기다 화연이는 B 클래스인데도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는 거 보면 능력자 전용 기술이라는 게 맞긴 한가 보다.

“감지로 본 거야?”

“응.”

엘리베이터로 다가가며 이야기를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래져서 날 바라보는 게 보인다. 이야기를 엿들었나?

“앗 시하 씨!”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더니 뒤쪽에서 웬 젊은 남자 목소리가 누나 이름을 부르길래 뒤를 돌아봤다.

“안녕하세요. 윤성혁 주임님.”

누나도 흠 잡을 데 없는 몸놀림으로 살짝 뒤돌아보면서 말을 걸어온 남자에게 인사했다.

아는 사이인가? 남자는 댄디컷으로 단정하게 다듬은 머리에 20대 중반인 남자였는데 검은색 카디건에 프렌치 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은 깔끔하고 잘생긴 남자였다.

…누나를 보자마자 좋아 죽겠다는 듯이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걸 보니 이 사람도 누날 좋아하는 거겠군.

“보스를 뵈러 오셨나 봅니다?”

“아뇨, 보스를 만나러 온건 제 동생이구 저는 일을 배우러 왔어요. 이혜령 총무부장님께서 직접 알려주신다셔서요.”

움찔.

그제서야 날 발견했는지 내 쪽으로 눈을 돌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고 놀라버리는 윤성혁.

나는 눈에 마나 비전을 조금 더 강하게 일으키면서 윤성혁을 노려…바라보았다.

“아, 아! 정서하 님이시군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총무부 말단 주임인 윤성혁이라고 합니다!”

눈에서 파란빛을 흘리기 시작하는 날 봐도 잠깐 놀랐을 뿐 다시 웃음을 머금고 머릴 숙이면서 인사했는데, 날 대하는 게 좀 과장스러운거 같다.

“같은 남자로서 존경스럽습니다.”

갑자기 왜? 윤성혁은 정말 존경한다는 눈빛으로 날 보는데 어제 좌절하던 한정문과 최진식이 생각났다.

내가 누구라는 게 벌써 소문이 다 퍼진 건가?

주변에는 H 클래의 남자 셋과 여자 둘이 있었는데 날 정말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사업 지원부의 생활 보조인 건가 보다.

“그렇게 말해주시니까 부끄럽네요. 근데 저에 대해서 어떻게 아시는 거에요?”

“하하하. 이미 여의도에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대통령님도 탐내는 뛰어난 감지 능력자라고요!”

갑자기 빙글빙글 웃는 여사님이랑 징글징글 웃는 이혜령이 떠오른다.

“아직 미성년자라 위상 세계에 같이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나중에 실망할까 봐 겁나네요.”

“하하하. 감지 타입이시니까 전면에서 전투는 하지 않으실 테니 남은 시간 동안 지도 작성과 지형 지각 연습만 하셔도 충분할 겁니다.”

응? 지도랑 지형 지각?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덩달아 우리 대화도 잠시 멈췄다.

“정말 부럽네요. 고급 감지 능력이라니….”

뒤에 들려온 여자 목소리에 돌아보니 키가 150cm가 겨우 넘은 여자애가 보였다.

예쁘게 땋은 댕기 머리가 잘 어울리는 여자아이였는데, 내가 입은 거랑 똑같은 종류의 흰색 긴 팔 티에 청색 멜빵 치마를 입고 단화를 신고 있었는데 부러운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까 감지한 H 클래스 생활보조 능력자였다.

그런데…. 뭐지? 나보다 어린 능력자가 있는 거야? 이제 중2 아니면 중3 정도 돼 보이는데.

“어? 응. 고마워.”

부럽다는데 무슨 말을 해줄까, 무슨 말을 하든 이 애 앞에서는 자기 자랑으로 들릴 거 같은데.

그런데 내가 반말을 하니까 작고 귀여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여자애가 우물쭈물하든 말든 사람들이 다 내린 엘리베이터에 먼저 누나를 구석으로 밀어 넣고 그 앞에 내가 섰다.

엘리베이터에 탈 사람들이 많을 거 같은데, 사람들 틈에 치이지 않게 해줘야지.

그랬더니 역시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는데 순식간에 정원이 초과되서 몇 명은 도로 내려야 했다.

마나 모드 일상 버전을 발동해서 누날 압박하지 않게 적당히 틈을 두고 버티려니 아까 본 여자애가 사람들에게 밀려서 내 몸에 딱 밀착해버렸는데 당황한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그야말로 틈 하나 없이 나한테 완벽하게 달라붙어 버렸는데, 여자애는 앞뒤로 압착이 되는지 얼굴이 울상이 되면서 억눌린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그극…!”

여자애는 속성 타입이었는데, 신체 능력이 그다지 좋지는 않은지 꼼짝도 못 하고 사람들 틈에 끼여서 답답한 신음을 흘리는데, 키도 작아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자세에다가 본의 아니게 내 한쪽 다리가 그 여자애의 다리 사이에 끼어서 사타구니에 허벅지가 닿고 있었다.

거기다 가슴도 내 배 쪽에 닿은 거 같은데…. 발육이 안타까운 여자아이로구나.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좀 더 성장의 가능성이 있을 거야. 힘내렴.

괜히 다리를 움직였다간 여자애의 엄한 부위가 자극을 받을지 몰라서 굳은 자세로 버티다 보니 3층과 4층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 그제서야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요일인데 출근한 사람들이 많은데? 엘리베이터가 꽉 차다니.”

“서하 넌 능력자용 엘리베이터에 타도 됐을 텐데.”

이제서야 생각났다는 듯이 말하는 누나를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같이 탄 덕분에 누날 보호해줄 수 있었으니까.

“괜찮아.”

방금 나처럼 사람들이 많이 타면 어떤 개자식이 누나 몸을 더듬을지 어떻게 알아? 화연이한테 말해서 누나도 능력자용 엘리베이터를 쓰게….

에이 말자. 괜히 나섰다가 튀는 행동으로 책 잡힐 필요는 없겠지. 보니까 이혜령 부장도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데.

조금 구겨진 옷차림을 정리하는데 얼굴이 쪼끔 빨개진 여자애가 나한테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뭐가? 그러고 보니 너도 능력잔데 능력자용 엘리베이터를 안 써?”

댕기 머리 소녀는 내가 편히 말을 놓으니까 눈이 동그래졌…. 아야야!

“서하야! 그분은 우리보다 나이 많으셔!”

누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내 뒤에서 등을 꼬집으면서 말했다! 그냥 말로 하면 될 걸 왜 꼬집냐!

근데 마나 모드 중인데 누나가 꼬집은 건 왜 이렇게 아프지?

손을 뒤로 돌려 꼬집힌 부분을 문지르고 있으니까 여자애가 내 모습을 보고 배실배실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하, 아니에요 시하 님. 서하 님 같은 분이면 편하게 말씀해주셔도 돼요. 전 생활 보조라서 능력자용 엘리베이터는 못 써요. 그런데 정말 능력자를 분간하실 수 있으시네요?”

“응. 근데 뭐야 이게. 남자 여자용으로 나뉜 거도 아니고 능력자 비능력자로 나눈다구? 화연이한테 말해야겠네. 차라리 남자용 여자용으로 나누라고.”

내가 화연이 이름을 막 부르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면서 날 바라봤다.

“…아차.”

“으이구!”

눈앞의 댕기 머리 소녀… 처녀? 도 멍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어, 저, 정말이신가요?”

으음. 누나가 이 애가 나보다 나이 많다고 했으니까 말을 올려야 하나? 근데 암만 봐도 조그만 얼굴에 작은 키는 잘 봐줘도 이제 중3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데.

“뭐가?”

에이 몰라. 본인도 신경을 안 쓰니 말 놔버려야지.

“그, 보스님이랑 사귀신다는….”

“어, 내 여자 맞아.”

다 들통났는데 뭘 숨기랴. 하는데 사람들이 아까랑은 비교도 안 되게 화들짝 놀라면서 날 바라본다! 특히 남자들은 절망과 분노가 섞인 게…. 이 시선이 어쩐지 중독될 거 같다.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회사에서 보스 체면 다 뭉갤 셈이야?!”

으악! 누나는 내 귀를 잡아당기면서 화난 목소리로 막 다그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윽. 방금 말은 잊어줘.”

“아하하.”

댕기 머리 소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는데 그 모습이 조금 귀엽다.

“이름이 뭐야? 정말 나보다 나이 많아?”

“앗, 정소희라고 해요. 이렇게 생겼지만, 올해 스물다섯이에요.”

여자애…. 정소희는 내 말에 조금 울상을 지으면서 두 손으로 자기 머릴 만지작거린다.

“헉. 누나라고 불러야겠네. 반말해서 미안.”

그러면서 살짝 머릴 쓰다듬어줬는데 당황해서 아우우 하는 모습이 꼭 토끼 같다.

18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니 남아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데, 왠지 남자들의 어깨가 힘이 없어 보인다.

정소희도 얼굴이 빨개진 채 날 힐끔힐끔 돌아보다가 사람들 뒤를 따라내리고 울 누나도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더니 같이 내렸다.

“누나 열심히 해.”

“네, 네?!”

어? 난 울 누나한테 말했는데 정소희가 깜짝 놀라면서 날 돌아본다.

“아니 울 누나요.”

“아! 아우!!”

정소희는 창피해 죽을 거 같다는 표정으로 후다닥 복도를 돌아 사라져버렸다.

“응. 너도 열심히 해.”

누나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20층으로 올라갔다.

============================ 작품 후기 ============================

제가 쓰는 이야기의 진행이 느리다는건.... 알고 있지만 ㅠㅠ 가끔씩 용량 폭탄 떨어트릴 테니 그걸로 봐주세요(...)

글구 프롤로그 39편까지는 나름 고심해서 썼는데 비평이 많아서 기분이 묘하네요; ㅇ<-<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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