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92화 (92/517)

00092  나와 프랑과 연이와.  =========================================================================

조심스레 화연이를 옆에 눕혀주고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바지 표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애액이 참….

침대 위에 모로 누워 기절해있는 화연이의 옷차림에 할 말을 잃었다.

엉망으로 흐트러지고 구겨져 있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티슈를 뽑아와서 눈물이 흐른 자국이랑…. 침도 흘렸네. 땀도 조심스레 닦아주고 나서 프랑을 돌아봤다.

“옷의 구조를 봐도, 어떻게 고쳐줘야 할지 모르겠어…. 프랑은 알겠어?”

-저도 이런 예쁜 옷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서…. 죄송해요.-

“…일단 내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다.”

긴 팔 티는 아예 못 쓰게 돼버렸다. 목 부분이랑 옷자락이 완전히 늘어나 버렸다. 옷도 바지도 버려야겠네.

옷을 벗고 새 긴 팔 티랑 청바지를 꺼내 입고 잠시 애액이 흠뻑 젖은 바지를…. 바지에 코를 대고 살짝 냄새를 맡았…

-뭐하시는 거에요!-

“앗?! 아, 아니! 화연이랑 키스하니까 자두 맛이랑 자두 향이 나서! 그, 이건 무슨 냄새일까 하고….”

-변태!-

으악! 프랑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아, 그래도 애액은 조금 농축된 자두 향이 났다. …살짝 맛도 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지금도 쌍심지를 켜고 있는 프랑이 가만 안 있을 거 같으니 관두자.

고이 접어서 혹시 몰라서 보관해두던 포장용 비닐을 꺼내 감싸서 책상 깊숙이 숨겼다.

-나중에 맛보려고 그러는 건 아니죠?-

움찔!

-…진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흐르는 기분이라 나는 인증기를 켜서 누나한테 전화를 걸었다.

“누나한테 에로 꼬맹이 변태 소릴 듣겠지만, 화연이가 부끄러움 때문에 폭사해버리는 것 보단 낫겠지?”

-흥.-

에구, 조금 화난 거 같다.

누나의 폰은 거실 탁자 위에 올려져 있었고 지금은 엄마랑 누나랑 주방에서 고기 산적을 굽고 있으니까 전화하면 거실로 이동할 거야. 그럼 누나 혼자 들어오게 할 수 있겠지.

내 침대 위를 봤다간 엄마도 아빠도 그냥은 안 넘어갈 거 같으니까, 누나한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삘릴리리리

희미하게 거실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들리고 누나는 고기를 굽다 말고 거실 쪽을 바라보더니 엄마한테 요리용 젓가락을 건네주고 거실로 이동했다.

잠시 폰을 내려다보던 누나는 '얘가 왜?'하는 표정을 짓다가 통화를 연결했다.

“누나 쉿!! 조용히 하고 들어!”

[…….]

누나가 뭐라 입을 열기 전에 빠르게 말을 해서 입을 닫게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엄마랑 아빠 몰래 누나 방으로 들어갔다가 내 방으로 넘어와 봐. 조용히!”

[알았어. 끊을게]

평범한 목소리의 누나지만 눈치가 빠르니까 알아서…. 잉? 누나는 엄마한테 뭐라 말도 없이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미닫이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

그리고 내 침대에 엉망인 차림으로 모로 누워 기절한 화연이를 보더니 말을 멈추고 가만히 내려만 본다.

“…하아. 이게 무슨 일이야?”

“그게…. 그러니까.”

누나는 재빨리 화연이한테 다가가더니 옷차림을 정리해 주려다가 내 침대 위에 뿌려진 애액이랑 꽃잎에서 흘러나온 꿀물이 팬티와 옷을 흥건히 적시고 있는 모습에 흠칫 놀랜다.

“…….”

…누나는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더니 엉켜있는 플레어스커트 자락을 풀어서 내려주고 살짝 내려가 있는 스타킹을 도로 올려주려다가 손에 애액이 묻자 움찔하더니 한숨을 쉰다!

“일, 일단 나가 있어.”

“어?”

“나가란 말야!”

발칵 화를 내더니 누나는 번개같이 달려와 나한테 로우 킥을 먹였다!

뻑!

“크헉!”

퍽퍽!

“얼른 나가! 얼른!”

“아, 알았어! 그만 때려!”

누나의 예리한 발차기를 마나 모드를 돌려서 막으며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으아. 킥복싱은 언제 저렇게 익힌 거야? 것보다 팔랑거리는 치마 입고 미들 킥 날리지 말리고! 다 보이잖아!

조금 구시렁거리면서 방을 나왔더니 엄마는 내 쪽을 바라보며 반색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어머. 이야기는 다 끝났니?”

“응. 근데 화연이는 잠시 생각할게. 있나봐.”

근데 내 옷이 바뀐 걸 봤는지 엄마의 눈빛이 묘해지다가 금방 고양이 웃음을 짓는다.

흥흥거리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엄마를 보니까 살짝 걱정되려 한다. 아무튼, 누나를 들여보내 놨으니까, 잘 정리해주겠지?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싶어서 공간 지각으로 내 방을 살펴보니, 누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는지 손을 부쳐서 잠시 식히려 하다가, 한숨을 쉬고 화연이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깨우기 시작했다.

“이제 누나 이름을 막 부르는 거니?”

“어? 내 여잔데 당연한 거 아냐?”

““…….””

키득거리면서 물어보는 엄마한테 솔직하게 대답해줬더니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아…. 우리 아들, 이제 보니 상남자였네?”

엄마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내 방 쪽을 힐끔거리면서 다시 고기산적을 굽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래. 그러니까 지금보다 훨씬, 화연이보다 강해져서 화연이랑 우리 가족은 내가 지킬 거야.”

“후후후.”

내 말이 기뻤는지 엄마는 자상하게 웃으시며 장하다는 얼굴을 하셨다.

잠시 뒷머릴 긁적이다가 소파에 가서 앉으니 아빠는 잠깐 날 봤다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다 이야기 한 거냐.”

“응. 화연이도 받아줬어.”

“…크흠. 그래, 앞으로 잘해주거라.”

내가 화연이 이름을 막 부르니까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조금 적응이 안되나 보다. 하긴 외형만 봐서는 나보다 수 센티는 더 큰 데다 묘하게 어른스러워서 분위기랄까, 나이 차가 조금 많이 나보이니까, 어려 보이는 내가 막 화연이 이름을 부르는 게 좀 언밸런스하긴 하지.

그래도 내 여잔데 이름을 부르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티비를 켜서 뉴스를 보는 척 방 안의 누나랑 화연이를 훔쳐보는데, 프랑도 날 따라 안 나오고 방에서 누나가 화연이를 깨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화연이는 잠시 몸을 꿈틀하더니 서서히 눈을 뜨는데, 조금 멍한 눈빛을 하고 누나를 올려다본다.

-으으으. 화연이 너, 저 변태한테 무슨 일을 당한 거야? 모습이 엉망이잖아.-

…독순술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다니.

-…아. 아앗?! 으으으으….-

약간 걱정스러운 기색에, 조금 화난…. 기색? 아, 역시 누난 표정을 읽기가 힘들다. 그에 비하면 화연이는 알기 쉽다.

화연이는 숨넘어갈 거 같은 표정으로 안색을 창백하게 만들더니 몸을 벌떡 일으켜서 자신의 옷차림과 침대 위에 다 뿌려진 애액을 살펴보더니 얼굴이 벌게지고, 치마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사타구니의 팬티를 더듬어보고 절망하듯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서하 쟤가 널 덮친 거야?-

-윽…. 아냐. 이건….-

-이건?-

-서하가 그런, 게 아니라 내, 내가, 서하를….-

-…….-

화연이는 자기가 한 행동에 충격먹은 표정으로 울먹였다! 그리고 얼굴을 확 붉히면서 두 손에 얼굴을 묻어버렸는데 울 누나도 화연이 누나의 말에 충격받은 표정으로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후, 후후후후후.-

?!

그러다가 가, 갑자기 귀기 서린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프랑도 깜짝 놀라면서 누나한테서 주춤거리면서 멀어지고 화연이…도 겁먹은 표정으로 울 누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느, 능력자를 겁먹게 만들다니?!

-우후후후후. 그래, 내 귀여운 동생이 그런 음탕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어…. 누, 누나…맞지?

-시, 시하야?-

누나는 빛이 사라진 거 같은 홍채로 스산한 미소와 뒷골이 쭈볏 일어설 거 같은 서늘한 목소리로 무섭게 웃더니, 화연이 누나의 어깨를 잡아 침대로 밀어 넘어트리면서, 꿀꺽. 화연이의 골반 위에 올라타더니 큰 가슴을 양손으로 콱 움켜쥐었다!

-힉!-

-이 음란한 몸뚱아리가 문제인 거야!-

-미, 미안해! 잘못했어!-

가슴이 잡히는 순간에 화들짝 놀란 화연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누나한테 싹싹 빌고 있었다.

처음 보는 누나의 무서운 모습에 나도 할 말을 잃고 멍하니 보고 있으려니 누나는 악귀 같은 표정으로 화연이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미안해해야지! 어쩔꺼야! 이 음란한 액체를! 대체 얼만큼 흥분했길래 물을 이렇게 싸지른 거야!-

-흐, 흐잉!-

-말해봐! 미성년자인 서하한테 얼마나 발정 나서 비벼댔는지!-

-요, 용서해줘어!-

-말하란말야! 이 암캐야!-

그러면서 화연이의 커다란 유방의 옆을 손바닥으로 후려치는데, 철썩…! 하는 소리가 들린 거 같다. 동시에 풍만한 한 쌍의 가슴이 요동치듯 출렁거린다!

-아흑!-

“…쿨럭.”

반항조차 못 하는 화연이의 모습에 프랑은 오들오들 떨면서 목을 살짝 더듬는데, 위상 세계에서 나랑 한 행위가 생각이 났나 보다. 척 봐도 누나의 기백에 압도당 한 걸로 보이는 화연이는 바들바들 떨다가 애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서, 서하가아…. 날 좋아한다고. 사,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름을 불러주니까! 나, 나도 흥분한 걸 힘껏 참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냥하게 키스해주니까….-

-…….-

-어깨도, 가슴도 부드럽게 만져주니까 그만 이성이…. 미안해!-

-…휴우우, 그…. 그건 어쩔 수 없었겠네.-

아, 살기와 광기를 뿌리던 누나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잠깐? 어디서 분노가 풀린 거야?!

아수라 같은 얼굴로 화연이의 유방을 쥐어 터트릴 듯이 마구 주물럭거리면서 후려치던 누나는 어느새 원래의 예쁜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는데, 아직은 분노가 다 풀리진 않았는지 눈가에 미미한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내 동생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깨물어줄 만큼 깜찍하다고 해도 아직 미성년자란 말야. 네가 이성을 차리고 다독이진 못할망정 되려 덮치다니,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어? 지금 내 이야기 하는 거 맞아? 딴 사람 이야기 아냐? 하지만 대화 흐름상 내 이야기인 거 같은데….

-나도 반성하고 있어. 계속 방비하고는 있었는데 아침부터 기습적으로 당하는 바람에….-

뭐, 뭘 방비해? 누나는 화연이 위에서 내려와 조심스레 애액이 안 떨어져 있는 곳에 낮았고 화연이도 구겨진 옷차림을 추스르며 일어나 앉았다.

가슴을 과격하게 주물러지고 얻어맞기까지 했지만 아픈 건 아닌가 보다. 그 모습을 누나는 가만히 지켜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수인 건 맞지?-

-…응.-

-이 지지배가!? 아쉽다는 표정 짓지 마! …아무튼, 당연히…. 책임질 거지?-

안 지겠다고 하면 당장에라도 목을 비틀어버릴 분위기다. 누나 진짜 일반인 맞지? 다시 공간 지각으로 누나의 몸 안을 자세히 살펴보는데, 당연히 위상력은 없다.

-물론이야. 나한텐 서하뿐이니까.-

-…그래. 잘 기억해둬. 너니까 동생이랑 사귀는걸 허락해주는 거야. 그러니 우리 서하 울렸다간…. 가만 안 둘 테니까.-

'까'를 말할 때 눈에서 유형화된 살기가 흐른 거 같았는데?!

아니, 것보다 내가 남자잖아……. 아까부터 화연이도 그렇고 누나도 이상해! 거기다, 누나가 무섭게 화내니까 화연이는 신체 강화 능력자면서 반항도 못 하고

내가 모르던 누나의 한 면을 본 기분이라 기분이 요상하다. …누나가 새디스트고 화연이가 마조라면 이해가 가긴 하지만, 그럼 내가 누나한테 화연이를 뺏은 거야?

아니, 그건 너무 앞서간 생각 같은데. 화연이랑 누날 지켜보며 어제랑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는데 엄마가 날 불렀다.

“시하 고것은 왜 안 나온다니? 아들. 누나 좀 데리구 오렴.”

“어? 어. 응.”

-…니까, 잡벌레가 접근하지 않게. 알지?-

앗! 엄마한테 신경 쓴다고 대화 놓쳤다!

-알아. 집적거리는 년이 있다면….-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두 쌍의 눈에서 살기가 줄기줄기 흐르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방에 돌아가기가 싫어진다.

미적거리면서 누나 방 앞에 서서 어물거리는데 누나랑 화연이는 더는 대화는 나누지 않고 가만히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있었다!

똑똑

“누나? 안에 있어?”

나는 일부러 누나 방 앞에서 노크하면서 누나를 불렀는데 그러자 누나가 후다닥 자기 방으로 넘어와서 문을 열었다.

“응? 무슨 일이야?”

…우와. 방금까지 두 눈에서 살기를 마구 뿜어내고 있었으면서, 문 열기 직전에 잠시 표정을 가다듬더니 언제나처럼 예쁜 누나가 문을 열고 나왔다!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어, 엄마가 나오래.”

“응? 엄마~! 잠깐 화연이 옷 갈아입구 같이 나갈게.~!”

“그래~.”

“너 좀 이따 봐.”

잠시 엄마 쪽을 본 누나는 평소의 예쁘게 화난 모습으로 눈썹 끝을 살짝 올리면서 내 뺨을 꼬집었는데, 아까 본 아수라 모드는 내 착각인 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평상시의 모습이다!

“…. 왜애.”

“왜긴!”

살짝 소릴 치더니 고개를 내밀어 엄마랑 아빠 쪽을 살펴보다 작게 속삭였다.

“화, 화연이한테 그런 짓을 해놓고…!”

앗. 어, 얼굴이 붉어질 거 같다.

누나도 내 모습에 조금 얼굴을 붉히는데 이 모습이 진짜인 건지, 아까 아수라 모드가 진짜인 건지 진짜 헷갈린다!

아. 혹시 타임리버 빌딩 사람들은 아까 그 모습을 아는 거 아닐까? 그래서 누나한테 깍듯이 인사하는 거지.

음. 신빙성이 높은 가설인 거 같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나는 누나의 어깨를 잡아 밀면서 누나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누나는 내 모습에 당황하면서 "어?" "어?" 하고 있었는데 문을 완전히 닫고 누나한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왠지 지금 확실히 말 안 해두면, 아까 내 방에서 화연이랑 이야기 나눈 거도 그렇고, 나중에 가서도 간섭이 들어올 거 같아!

“난 화연이랑 사귀기로 했어. 알지?”

“으, 응. 알지.”

누나는 내 진지한 표정에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런데 눈이 묘하게 불만스러워 보인다. 뭐 때문에 그러는지 모르겠네.

“사귀는 사람끼리 사랑을 나누는 게 잘못된 거야?”

“무! 그으….”

“앞으로 그거보다 더한 것도 할 건데 그때도 누난 방금처럼 날 걷어차고 화낼 거야?”

“그, 그거랑 이거는 다르지이….”

“뭐가 다른데? 나도 알 거 다 알고 있어. 나도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진 최대한 참으려고 노력하고 있단말야. 방금전만 봐도 겨우 화연이를 말리구 내가 손대면 화연이도 곤란해 할 것 같고 엄마랑 아빠도 눈치챌까 봐 일부러 누날 부른 건데 누난 막 걷어차고 때리고….”

누나는 뭔가 속상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이렇게 논리적으로 나올지 몰랐다는 듯이 부루퉁한… 엥? 왜 삐진 건데?!

“넌! …그…래. 알았어. 넌 아직 어리니까 성적인 접촉은 자제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일부러 그랬는데, 누나가 너무했던 거 같아. 미안.”

날 보면서 발칵 화를 내려던 누난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또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바뀐다. 뭐야 대체? 암튼 내 말뜻을 알아들은 거 같지?

“하지만! 넌 아직 미성년자야! 사랑의 행위…라니! 1년은 일러!”

켁! 요즘은 중학교 때 동정 처녀 졸업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서 말대답해봤자 누나의 속사포 같은 반격이 들어올 테니까… , 더 항의하면 신체 접촉까지 막을지도 몰라.

“어…. 알았어. 화연이는 어때?”

그래서 대충 말을 돌리면서 미닫이문에 달라붙어 이쪽을 엿듣고 있던 화연이를 화제로 꺼냈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소리 없이' 달려 침대 위에 '소리 없이' 앉았다. 가 발딱 일어나면서 엉덩이를 더듬는다.

“너 때문에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지! 어떻긴…. 아무튼 옷 갈아입고 나갈 거니까 너도 얼른 나가.”

“응.”

나는 누나가 미는 대로 움직이면서 방문을 열고 누나 방에서 나왔다.

잘…. 해결 된 건가?

머릴 긁적이면서 다시금 내 방을 살펴보니 누난 화연이의 검은색 와이셔츠랑 검은색 정장 바지하고 하얀 넥타이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화연이는 옷을 다 벗고 속옷도 벗은 나신으로 내 방의 물티슈로 음부와 꽃잎을 닦고 허벅지를 따라 흐른 애액도 닦고 있었다.

손이 움직일 때마다 일그러지는 음부의 균열과 꽃잎에, 절로 침이 넘어가면서 거시기에 피가 몰리려고 한다.

못 씻으니 저렇게라도 닦는 건가. 순간 지금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면 누나한테 맞아 죽겠지? 관두자.

소파에 앉아 계속 보고 있었더니 누나도 물티슈를 집어서 화연이의 머릿결을 닦아주고, 아니 저긴 언제 애액이 묻었지?

아무튼, 한참을 닦는 모습을 보니 물기가 피부를 흐르며 반들반들 윤이 나는데 진짜 여성적으로 완벽한 몸매인 거 같다.

어느 한 군데 흠 잡을 데가 없어.

화연이는 누나의 홀터넥 브래지어와… 저건 무슨 팬티지? 골반 아래쪽에서 끈으로 묶는 팬티네?

누나의 일반 브라는 화연이의 큰 가슴에 안 맞으니까, 저렇게 끈으로 묶는 속옷을 입는 건가?

곧 옷을 다 입은 화연이 누나는 비단 같은 머리카락을 다시 포니테일로 묶어 올리고 누나랑 같이 방에서 나왔다.

“어머? 화연이 옷이 바꼈네?”

응근한 웃음을 짓는 엄마의 표정에 화연이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저도 돌아가서 밀린 업무를 봐야 해서요….”

“아, 그런 거니? 아쉽구나. 밥은 먹고 가렴!”

“네.”

으음, 눈치 챈 건지 아닌지 엄마의 표정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늦은 점심을 먹고 타임리버 빌딩으로 돌아가려는 화연이를 뒤따라 일어났다.

…조금 흑심이 있긴 했지만, 화연이를 따라가서 속성 타입의 능력 사용 순간을 다시 확인해보고 회복 타입의 능력도 스캔할 생각이었는데, 아빠의 목소리가 날 잡았다.

“넌 오늘은 집에서 쉬어라.”

“어? 왜?”

“…아무리 신체 강화 능력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넌 기본은 감지 타입이다. 지난 일주일간 네가 소화한 일정을 생각해봐라.”

어…. 잠시 일주일 동안 뭘 했는지 생각해봤는데, 딱히 힘든 점은 없었는데?

“힘든 점이 없다고 생각해도 그건 네 생각일 뿐이다. 한도까지 조여진 태엽은 더 감았다간 부서질 뿐이지.”

…내 정신을 말하는 건가?

“화연이 따라가서 속성 타입이랑 회복 타입 확인 하려구 했는데.”

“…오늘은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서 쉬도록 해라.”

“아버님 말씀 들어. 오늘은 푹 쉬고 내일 타임리버 빌딩으로 와.”

화연이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날 설득하듯이 내 뺨을 살짝 쓰다듬었다. 근데 나보다 아빠가 어째 더 흐뭇한 표정을 짓는 거지? 아버님이라고 불러줘서 그러는 거야?

“…알았어.”

화연이는 나가기 전에 내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해줬는데 간질간질하고 따뜻한 느낌에 괜스레 웃음이 난다.

화연이도 돌아가고, 난 이제 뭘 하나 생각하는데 누나가 내 방에서 이불이랑 침대 시트를 가지고 나왔다.

“딸? 이불이랑 시트는 갑자기 왜 가지고 나오니?”

“이제 4월이잖아. 두꺼운 겨울 이불이랑 시트는 빨구 봄 이불로 바꾸려구.”

“으음~. 요즘 밤이 조금 덥긴 했죠. 여보?”

“나는 당신만 옆에 있으면 언제나 여름이오.”

“당신도 참. 아이들 앞에서 주책맞게 무슨 말이에요!”

누나는 자기 침대 시트랑 이불 밑에 내 시트랑 이불을 들고 나왔는데, 전혀 의심 못 하는 엄마를 보니 역시 누나는 대단한 거 같다.

내가 가지고 나왔다간 대번에 엄마가 달려들어서 들통나버렸을 텐데. 아니, 확인 사살 당했을 텐데.

에휴.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면 바로 화연이랑 첫 경험을 치룰 수 있었을 텐데.

으음. 나도 진짜 집을 하나 구해서 독립할까? 아파트 같은 건 너무 크니까, 계약금으로 타임리버 빌딩이랑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 하나 구하면 좋겠다.

그럼 프랑이랑 이런저런 즐거운 일도 할 수 있을 테고 화연이도 찾아오면…. 흐흐.

예전에 본 25평 오피스텔 정도면 혼자 살기 적당해 보이던데.

슬쩍 아빠랑 담소를 나누는 엄마를 봤는데, 어쩐지 죽어도 허락 안 해줄 거 같다.

세탁기를 돌려놓은 누나는 드레스룸 이불 보관함에서 내 시트랑 봄 이불을 먼저 가져와서 침대에 깔아줬다.

겨울용은 두꺼운 침대 시트라 그런지 매트리스까지 화연이의 애액이 스며들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누나가 중얼거리는 걸 봤는데 살짝 살기가 깃든 목소리 같아서 좀 무서웠다….

“자. 이제 좀 자둬. 어제도 얼마 못 잤지?”

“푹 잔 거처럼 상쾌했는데?”

“…일단 누워봐. 넌 느끼지 못해도 몸이 필요하다면 금방 잠이 들어버릴 거야.”

“그런가?”

누나 손에 이끌려서 침대에 누웠더니 누나가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줬다. 문득 화연이랑 대화를 나누던 누나가 생각나서 상냥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누나의 팔을 잡고 물었다.

“누난 내가 어떻게 보여?”

“귀여운 동생?”

“…내가 어디가 귀여워? 누나 진짜 눈 낮은 거 아냐? 글구 언제는 흔한 얼굴이라며?”

“흔하지만 귀엽잖아!”

“그건 동생으로서 누나의 눈높이가 심각하게 낮은 거 같아서 무진장 걱정되는데!”

“내 눈이 어때서?!”

“내가 귀엽다고 하는 시점에서 아웃이야!”

“뭐야? 그럼 널 좋아하는 화연이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당연히 존나 잘난 남자인 나한테 반한거지!”

순간 누나가 썩은 미소를 지어줬는데 무척이나 얄미웠다!

“…누나, 남자 친구 사귀기 전에 나한테 먼저 소개해줘.”

“왜에?”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먼저 테스트해줄게. 동생으로서 걱정이 돼서 그냥은 안 되겠어.”

“풋. 알았어.”

“웃지 말고! 약속해!”

“아아~! 알았어, 남자 친구 사귀기 전에 꼭 너한테 먼저 소개해줄게. 약속!”

좋아. 약속까지 받아냈으니까 내가, 공간 지각으로 샅샅이 살펴보고 인성까지 꿰뚫어봐 주면 못생기고 나쁜 놈한테 엮일 일은 없겠지!

근데 누나한테 어울릴만한 남자는 누가 있으려나?

누나는 내 의기양양한 표정을 보고 피식 웃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 옆에 같이 누워서 내 가슴을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래그래~ 착하지~ 코~ 자는 거야~?”

누굴 어린애로 아는 건지, 나 참….

============================ 작품 후기 ============================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 선작 /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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