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6 직무유기에 대한 벌은 받아야지. =========================================================================
다행히 엄마랑 누나는 어제 밤 기절의 후유증은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일이 굉장히 충격이었는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물을 머금고 나한테 다가와 꼬옥 안아주었는데 따뜻한 엄마랑 누나의 품에 같이 안겼더니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그 모습을 화연이 누나는 아직도 붉어진 얼굴로 날 째려보듯이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조금 일찍 사과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랑 누나들이 드레스 룸에서 평범한 옷으로 갈아입고 함께 아침을 준비하고 있으니 아빠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날 보더니 좌우에 누나들과 함께 요리하면서 즐거워하는 엄마를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잘 잤어?”
“그래.”
“혹시나 물어보는 건데, 아빠랑 엄마랑 누나는 건강한 거지?”
“매년 2번씩 정기 검진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건강하다는 말인가? 이상이 있으면 검진 때 알아낼 수 있고?
가끔 아빠는 두세 단계 대화를 생략하고 의미가 압축된 말을 꺼낸다니까. 암튼 어젯밤에 공간 지각으로 살펴 봤을 때도 이상이 없었으니까 건강한 게 맞겠지.
“좀 이따 회복 타입 능력도 얻으면 내가 아빠랑 엄마랑 누나가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 고쳐줄게!”
“후. 그거 고마운 일이구나.”
앗. 아빠가 웃었다! 내 말에 웃는 건 1년에 한 두 번이 고작인데!
“…난 안 고쳐줄 건가?”
어라? 엄마랑 누나들도 내가 하는 말을 들었는지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화연이 누나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엉? 누나는 레이드 팀 보스잖아. 내가 아니더라도 치료해줄…. 아, 물론 누나도 고쳐주는 게 당연하지!”
어, 어째 눈꼬리가 점점 올라가는 게, 화낼 거 같아서 잽싸게 말을 바꿨다!
“그래. 난 레이드 팀 보스니까 치료해 줄 사람이 많긴 하지. 흥.”
에고…. 화연이 누나가 삐진 거 같다. 근데 삐진 모습도 귀엽네.
엄마는 눈치 없는 내 모습에 한숨을 쉬고 누나도 킥킥거리면서 화연이 누나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솔직히 누난 B 클래스라 위상 세계가 아니면 질병에 걸리거나 다칠 일도 없잖아? 거기다 누난 신체 강화에서 파생된 면역 강화 능력까지 갖추고 있고. 재생 능력도 있다고 했으니까 뭐, 거기서 이야기는 끝이지.
난 딴청을 피우면서 티비를 켜서 아침 뉴스를 찾아 채널을 돌리는데 이런 내 모습을 울 누나는 뭔가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하여튼 쟤는 눈치가 빠른 거 같으면서도 없단 말야. 그치?”
“…그걸 왜 나한테 묻는데?”
“흐흥~? 왜 묻는 걸까?”
“…….”
화연이 누나는 울 누나의 능글맞은 반응에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데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거 같다. 울 누나가 저러면 그냥 대답 안 하는 게 좋지. …그런데 눈치 귀신인 울 누나가 화연이 누나의 반응에서 뭔가 낌새를 포착한 거 같다. 뭔지 모르지만 화연이 누나 큰일 났네.
반항해봤자 소용없어, 뭣보다 화연이 누나 옆에는 끝판왕이 있잖아? 안될 거야 아마.
“그래서 연이는 남자친구는 있니?”
역시나 엄마도 은근하게 웃으면서 화연이 누나한테 질문을 하나 던진다.
저거, 떡밥이다. 물면 큰일 나는데.
“…네?”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연이는 같은 여자도 반할 만큼 예뻐졌는데, 남자 친구 사귄 경험이 있겠지?”
…떡밥을 피했다고 생각하는지 엄마는 몸통 쪽 꽉 찬 돌직구를 던졌다!
“그, 어, 없어요!”
그리고 데드볼!!
“어머? 이렇게나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남자 친구를 한 번도 안 사겨봤다는 거니?”
화연이 누나는 울 누나한테서 빌렸는지 무릎까지 내려오는 회색의 하이웨스트 플레어스커트에 통이 넓은 하늘색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는데, 엄마의 손이 화연이 누나의 치마 밑으로 들어가더니 엉덩이를 쓰다듬는 게 보였다!
“히익?!”
“그치? 이런 몸으로 대학교 남자들을 막 홀리면서 막상 남자들이 접근하면 얼음장 같은 표정이랑 목소리로 남자들을 다 뭉개버린다니까? 별명이 얼음여왕이야!”
“힉?!”
그러면서 누나도 화연이 누나 옆으로 오더니 누나의 치마 밑으로 손을 넣고 화연이 누나의 다른 쪽 엉덩이를 주무르고 만진다!
탱글탱글한 달 같은 엉덩이가 누나랑 엄마의 손놀림에 놀아나면서 검은색의 슬링키 레이스 팬티가 화연이 누나의 엉덩이골을 파고 들어가는데…. 우와 야해!
화연이 누나는 자기 엉덩이에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에 또 얼굴이 새빨개져서 엉덩이를 이리저리 비트는데 하필이면 두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어서 손으로 치우지도 못하고 얼굴만 빨개져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앗! 그, 그만하세요 아주머니! 시하도 그만둬!”
“…어험.”
…아빠도 남자인지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신문만 내려다보며 헛기침을 했다.
화연이 누나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지만, 끝판왕한테는 안 통하지…. 어느새 프랑도 화연이 누나의 근처로 다가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보고 있었다.
“혹시 마음에 두는 남자는 있니?”
“그! 잠시, 소, 손 좀!”
“응? 잘 안 들려! 관심 있는 남자 없어?”
“으, 으으!”
엄마랑 우리 누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화연이 누나는 울상을 지으면서 이쪽을 힐끔 보는데, 그 모습을 엄마랑 누나가 보더니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그런 거니?!”
“꺄아 정말? 진짜야? 그런 거였어?!”
“윽?! 뭐, 뭐가 그런 거에요? 뭐가 진짜라는 거야!?”
어? 엄마랑 누난 뭘 눈치챈 거지?
엄마랑 누나는 기쁘다는 듯이 요리까지 멈추고 화연이 누나의 엉덩이를 마구 주물럭거리면서 말하는데, 저거 무진장 성희롱 같다….
“아휴! 이 아줌마는 기쁜걸? 엄마라고 불러보지 않으련?”
“그럼 화연이가 내 올케가 되는 거야?!”
“아, 아냐! 아니에요! 그러니까 손 좀!”
엄마랑 누나의 말에 나도 깜짝 놀랐는데, …화연이 누나가 필사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면 날 좋아하는 줄 오해할 뻔했다.
화연이 누나는 저렇게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하는데 엄마랑 누나는 그게 안 들리는지 꺅꺅거리면서 화연이 누나의 엉덩이를 짓궂게 계속 만지작거린다. 저러다 진짜 울겠네. 눈물이 한가득 한 표정이…. 화연이 누나가 불쌍해지려고 한다.
핀치에서 구해주고 싶긴 한데, 저 상황에 내가 끼어들었다간 화살이 나한테 날아올 게 뻔하거든? 미안해 누나. 포기하면 편해.
아빠도 조용히 신문만 보고 있는 게, 나랑 같은 생각인가보다.
아침 식사가 끝났을 땐 화연이 누나는 하얗게 불태우고 재만 남은 모습이었다.
“…누나. 괜찮아?”
“응….”
넋이 나간 표정으로 힘없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안 괜찮아 보이는데…. 강건한 신체 강화 B 클래스 능력자를 정신적으로 넉다운 시킨 두 일반인 여성은 어제 겪은 충격은 모두 털어낸 듯이 밝고 화사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침에는 미안했어. 힘내 누나.”
“…응.”
누나는 어딘가 자포자기한 거 같은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왼쪽 가슴 윗부분을 살짝 눌렀다.
인증기를 켜는 건가?
화연이 누나의 가슴에서 홀로그램이 튀어나오더니 누나의 앞에 여러 개의 창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무표정으로 얼굴을 바꾼 누나는 곧 홀로그램 창 하나를 띄워 통화를 연결했다.
전화가 온 거였나 보다.
[타임리버 보스? 능력자 연합 특무대의 김지훈 팀장입니다.]
“유화연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순식간에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고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나도 슬쩍 옆에서 통화하는 걸 구경하고 있으려니 화연이 누나는 슬쩍 날 한번 보고 홀로그램 화면에 나타난 남자로 신경을 돌렸다.
머리가 길고 잘 정리된 강인한 외모의 남자는 상반신으로는 강우혁 차장이나 최수한과 똑같아 보이는 수트를 입고 있었다.
[귀하의 객원 멤버 정서하 씨의 위법 행위에 대해….]
“위법이라니, 무슨 위법 말입니까.”
그야말로 얼음장 같은 목소리다. 남자의 말을 끊고 들어간 화연이 누나의 반응에 남자도 멈칫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신고 없이 위상 세계 입장에….]
“객원 멤버는 현재 미성년자입니다. 담당관에게 관련 지식조차 전해 받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위상 세계에 이끌렸는데 그걸 위법 행위라고 연합은 판단 하는 겁니까.”
화연이 누나의 싸늘한 목소리가 신경이 쓰였는지 엄마랑 누나도 근처에 다가와서 화연이 누나의 통화를 듣기 시작했다.
[…실례했습니다. 귀하의 특정 객원 멤버에 관한 능력자 연합의 처우가 결정되어 알려드리기 위해 연락했습니다.]
그야말로 싸늘한 누나의 반응에 김지훈 팀장은 한발 물러섰다. 이런 식의 대화는 서로 간에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몇 가지 지적이 필요한 단어 선정이 있지만, 지금은 넘어가도록 하죠. 현재 대화는 모두 인증기에 기록되고 있으니 단어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연합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당사자의 견해를 들은 후 판단을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심의기관이 발동되어 강동구의 능력자 연합 한국 총괄지부에 대기 중이니 오전 10시까지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통화가 끝나고 홀로그램 창이 사라지니 옆에서 듣고 있던 울 누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화연이 누나에게 물었다.
“연합에서는 위법이라고 판단한 거야?”
“아니. 그건 저자가 멋대로 판단을 내린 부분일 거야. 아니라면 실례했다고 사과할 리 없지.”
“외부 창구의 대리인인 거니?”
“네. 종종 마주치는 자에요. 서하, 준비하고 타임리버 빌딩으로 가자. 10시라면 시간이 빠듯해.”
“응.”
시계를 보니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10시까지랬으니까, 여의도 타임리버 빌딩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바로 출발해야겠네.
그나저나 심의기관이라니. 내 잘못이라고는 위상 세계에 대해서 생각한 거 뿐이지만 그래도 조금 긴장된다.
“모든 건 정부 관계처와 저희 레이드 팀의 대변자가 잘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시하 너도 오늘은 집에서 쉬도록 해.”
화연이 누나는 따라나서려는 듯이 일어나려는 누나를 억지로 앉게 만들고 입을 열었다.
“서하가 위상 세계에 있던 2일간 제대로 잠도 못 자고 기다렸잖아.”
아…. 그럼 엄마도 잠도 못 자고 기다렸겠네. 근데 나는 충격먹을 이야기를 꺼내니까 기절까지 한 거구나.
“그래도….”
“끝나면 바로 전화해줄게. 아주머니도 나오시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 우리 아들 잘 살펴주렴. 아들도 연이 말 잘 듣구, 알았지?”
“응.”
“네. 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일은 전부 잊었는지 단호하고 강한 모습으로 엄마와 울 누나를 안심시키는 화연이 누나였다.
무슨 옷을 입고 가야하나 고민하다보니 화연이 누나는 학교 교복을 입고 가는게 좋겠다고 했다.
동정표 작전인가? 화연이 누나의 조언대로 학교 교복을 입고 누나를 따라 나왔더니 집 앞에 새하얀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타임리버에서 쓰는 차야?”
“그래.”
나와 누나는 리무진에 올라타서 타임리버 빌딩으로 향했는데 차 안에서 누나의 치마 입은 모습을 보니 정말 예쁘다는 감상이 들었다. 저런 옷을 프랑이 입어도 색다른 매력을 풍길 거 같은데.
화연이 누나는 머리를 올려묶어 포니 테일을 하고 누나 옷에 구두도 누나의 스트랩 슈즈를 신고 나왔는데 새카만 오버니 스타킹에 둘러싸인 늘씬한 다리까지 전부가 매력적이었다. 특히 하이웨스트 스커트류는 전부 가슴을 강조하기 때문에 누나가 애용하던 치만데 안 그래도 큰 가슴인 화연이 누나가 입으니 그야말로….
품이 풍성한 블라우스가 아니었으면 무진장 노골적인 모습이었을 거다. 근데 어깨선도 다 드러나서 새하얀 피부가 보이고 상체를 숙이면 누나의 가슴골도 보이는 게 진짜, 꿀꺽.
“왜 그렇게 봐?”
“어? 누난 치마가 잘 어울리는 이쁜 다리인데 왜 매번 바지를 입고 다니나 해서.”
오늘 아침에도 어제 입었던 검은색 셔츠에 검은색 면바지를 입으려고 하길래 울 누나가 억지로 드레스 룸으로 끌고 가서 저 옷을 입혔지. 그러고 보니 속옷도 바꼈는데 일부러 바꿔 입혔나?
“…….”
프랑은 날 보고 방긋 웃었는데 참 잘하고 있다는, 아니 비꼬는 표정 말고 진짜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프랑의 마음은 진짜 모르겠다.
자길 좋아한다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자꾸 칭찬하는데 질투가 안 드는 건가… 아니면 질투할 만큼 날 좋아하는 건 아닌 건가….
근데 자기 목구멍까지 나한테 허락했잖아?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그런 짓까지 허락하는 건…. 이상하잖아?
프랑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데 화연이 누나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플레어스커트를 잡아당겨 억지로 다리를 가리려고 하면서 발칵 화를 냈다!
“너, 넌 아침에도 그러더니 왜 그러는 거냐!”
“뭐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면서 화를 내는 누날 보니 좀 당황스럽다.
“나, 나한테는 신경도 안 쓰면서 보고 예쁘다는 둥 하면서 정작 신경도 안 쓰다가 또 예, 예쁘다고 하고! 날 놀리는 건가!”
어라?
“신경 안 쓰다니? 내가 누나한테 신경을 얼마나 많이 쓰는데! 그러는 누나야말로 나한테 차갑게 대하잖아! 에너지 이터가 나타났을 때도 차갑게 대해서 얼마나 상처받았는데! 게다가 난 누날 친누나처럼 여기는데 누난 안 그러잖아!”
나도 할 말 많다 뭐!
그런데 화연이 누나도 억울한지 얼굴을 계속 붉히면서 나한테 화를 낸다!
“뭐?! 아니 그건 차갑게 대한 게 아니다! 내 얼굴이나 목소리가 그런 거 뿐이야! 너야말로 조금 전에는 가족들은 고쳐준다면서 나만…. 게다가 여러 번 날 놀리듯이 짓궂은 표정을 짓고! 평상시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고!”
그, 그걸 신경 쓰고 있었던 거야…? 아니 내가 무표정이라고? 내가 얼마나 표정 변화가 다양한데?!
“앗 그건 미안. 누난 레이드 팀 보스니까 옆에서 사람들이 많이 신경 써줄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물론 누나가 크게 다치거나 하면 나도 도와줄 거라니까? 그리고 내가 무표정이라니!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바보냐…. 하아아….”
윽.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뒤통수만 긁적이는데 누나는 진짜 감당 안된다는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근데 방금 누나가 이야기한걸 보면, 으음. 그러니까 화연이 누나는 아직도 날 …좋아하는, 거 같은데? 이거 그린라이트 맞아?
힐끔 프랑을 봤더니 프랑은 나랑 누나가 말다툼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엄마 미소를 짓고 있는데, 저번 주에 프랑이 내 고백을 완곡히 거절 한때가 생각나면서 마치 화연이랑 이어지길 바라는 거 같아 보여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시선을 돌려서 상체를 숙인 화연이 누나를 보니 흘러내린 머리카락 뒤로 새하얀 목덜미가 보인다.
“연이 누나는 날 아직 좋아하는 거야?”
고개를 숙인 상태로 화들짝 놀라버리는 누나.
진짜였나…. 사실 나도 계속 화연이 누나의 반응을 보면서 긴가민가하고는 있었다. 불의의 일격으로 한 번씩 보여주던 츤츤거리는 반응에 저번 수요일 밤에 누나의 과거를 이야기해줄 때도 그랬고, 오늘 아침의 일도 그렇잖아.
그전까지는 자의식 과잉이 아닌가 했는데, 방금 보여준 모습에 진짜 확신했다. 화연이 누나가 진짜로 날 좋아하고 있다고.
기쁘기 이전에 좀 당혹스럽다. 객관적으로 외모만 봐서는 내 얼굴은 화연이 누나 옆에 있을 만한 게 아닌데.
-…프랑은 바보야.-
-네?!-
프랑만 바라보고 살려고 했는데, 나도 삐뚤어질 테다. 화연이 누나같은 미녀가 날 좋아해 주는데 확 잡아먹어 버릴 거야.
아니, 프랑도 화연이 누나도 내가 다 가져버릴 거다!
============================ 작품 후기 ============================
저녁에 한 편 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