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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83화 (83/517)

00083  가슴 산 결전.  =========================================================================

손을 움직여서 몸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마나 시브를 피부에 집중해서 물기를 말리면서 말했다.

“밤에 자다가 기습당하고 싶진 않으니까 일단 이형종부터 다 잡자.”

-네!-

외 눈 거인 이형종에서 정령으로 클래스 체인지 한 프랑은 평소에는 차분하고 자애심 넘치는 모습이지만 지금은 이형종에게 자비심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 때문에 신경을 돌릴 건수가 필요한 모양인지 무척이나 의욕적인 모습인데, 아직은 나랑 얼굴을 잘 마주치질 못하고 있었다. 나도…. 내 거시기가 저 작은 목을…. 큭!

생각을 돌리자! 그래! 산 능선을 타고 이동하면 산자락 전체가 범위 안에 들어오니까, 보이는 대로 다잡으면 깨끗하게 소탕할 수 있을 거 같다! 내 범위를 벗어나려면 물속에 뛰어들어서 도망가버리는 수밖에 없으니까!

저런 하위 이형종이 물바다로 도망쳤다간 먹을 것도 없고 수영하느라 체력이 바닥나서 결국에는 익사해버릴 테니 도망가더라도 상관겠지?

티팅~~ 뻥! 뻐벙!

“어쩐지, 좀비 펭귄이 나타난 이유가 나 때문인 거 같아.”

산꼭대기로 향하면서 호기심 때문인지 살금살금 다가오는 이형 종들한테 마나 탄을 선물해주며 다시금 주위를 돌아보면서 입을 열었다.

-서하 때문이라뇨?-

“내가 탐색 능력으로 이형종의 분노를 막 끌어냈었잖아. 거기다 이형종의 시체도 한곳에 모아둬서 피가 흐르고 썩어 문드러지면서 영기에 좋지 못한 영향을 많이 미쳤을 거 같아. 그래서 위상력의 영향을 받아서 좀비가 한 마리 일어섰을 테고.”

-으음. 이형종 끼리 싸우면 고위 이형종이 아닌 이상 죽인 상대를 거의 다 먹어치우니까요.-

“응. 근데 나 때문에 시체도 그대로 남고 흉악한 분위기가 이어졌었으니 좀비가 나타났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게다가 마지막에 두 꼬리 여우도 날 보며 적개심이랑 공포를 막 뿌려댔었고.”

-그렇다면, 이제는 시체도 남지 않고 인식도 못 한 사이에 죽으니 언데드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겠군요!-

“그치?”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거 은근히 재미있다. 마치 오토매틱 조준 옵션이 달린 저격총으로 이형종들이랑 FPS 게임 하는 기분이랄까?

남서쪽으로 나 있는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700m까지 거리가 줄어든 이형 종들한테 5 TP의 마나 탄을 슝슝 날려주면서 이동하는데, 꽤 많은 숫자가 모여있어서 3초마다 하나씩 날리는데 50번 넘게 쏴댔더니 나머지 이형종들이 미친 듯이 반대쪽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내 쪽으로 도망오는 것들은 문제가 안 됐는데, 열댓 마리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도망가버리고 버디 치킨 몇 마리는 아예 물 위를 날아서 저 멀리 도망가 버렸다.

“아! 버디 치킨 저거 또 날아서 도망가네. 저놈도 새라서 물에 뜨진 않을까? 닭이 물에 뜬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는데.”

프랑도 내 말을 듣고 애매한 표정을 짓더니 열심히 날개짓하면서 도망가는 버디 치킨을.... 아!

ㅁ물에 빠졌다. 멀어서 잘 안보이는데 첨벙거리는게.... 프랑?!ㅇ

-다녀올게요!-

어어?!

내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씽 하고 날아버렸,

쫘작! ...끼꼬옥....

...내가 충전시켜준 3000 TP중에 500을 써서 도망간 버디 치킨을 샛노란 번개를 쏘아내며 모조리 구워버리고 되돌아왔다.

ㅁ...잘했어.ㅇ

-후훗, 네!-

이제, 그.... 충전 시킬 방법이 생겼으니까 번개 쏘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말야.... 다음 충전때도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라는건 속으로만 생각했다. 히죽.

티딩 티팅 팅 티팅

퍼엉 뻐벙 펑 쾅!

첨벙거리면서 개헤엄으로 도망가는 것들의 뒤통수에 마나 탄을 날려주니 사방에 물보라가 터져 나오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충 132마리였나? 1k㎡도 안될 거 같은 곳에 무진장 모여있었네.”

-가장 큰 지역은 서하의 영역이었으니까요. 전부 북쪽이나 남서쪽 능선에 모인 거 같아요.-

“응 이제 반대편으로 가서 마저 잡자.”

사정거리 1km의 강력한 마나 탄 덕분에 직접 싸우지 않고 쉽게 죽일 수 있게 되니 기분이 꽤 좋아졌다. 아니었다면 발톱 검을 들고 미친듯이 칼춤을 춰야했겠지. 그 와중에 다치기도 했을꺼고.

신체 강화 덕분에 산길도 평지처럼 뛰어다닐 수 있었지만, 가슴 산꼭대기에서 남서쪽 능선 끝까지 이형종을 죽이면서 1.4km를 이동는데 30분이 걸렸다. 거리상으로는 1km 정도를 더 이동할 수 있지만 남은 지역이 공간 지각 범위에 전부 들어왔으니까, 지금은 귀환 포인트를 찾는 거 보다 이형종을 처리하는게 먼저다.

해가 더 지기전에 반대쪽으로 돌아가서 나머지도 죽여야지.

신나서 TP 조절 안 하고 막 쏴댔더니 위상력도 1/3까지 줄어있었지만 4km 정도를 그냥 걷기만 하면 북쪽 능선 끝까지 가는 덴 1시간 넘게 걸리니까 TP는 금방 차오르겠지. 이형종을 잡는 거 까지 다 하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리려나?

뭐하면 달려도 되고.

30분 정도를 능선을 따라 이동했더니 공간 지각의 끄트머리에 이형종이 한 두 마리씩 걸리기 시작한다.

-서하!-

“어? 프랑 왜 그래?”

-빛무리에요! 귀환 포인트에요!-

어?!

밝은 표정으로 외치는 프랑의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 공간 지각으로 이상한 점을 찾아봤는데, 안보였다!

“어디야? 지각 능력으로는 이상한 점이 안 보이는데?!”

내 말에 프랑은 쌩하고 날아가더니 380m 떨어진 곳의 나무 한 그루 위에 올라가서는 아래쪽을 손짓했다!

눈을 감고 프랑의 발아래 서 있는 나무 주변을 샅샅히 뒤졌더니, 과연! 희미하게 아롱지고 있는 빛무리들이 보인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는데 그래서 발견하지 못했나 보다!

프랑이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나에게 날아오는 모습에 눈을 뜨고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프랑은 진짜 대단해! 어떻게 저걸 멀리서 발견한 거야?”

-에헤헤. 서하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찾았지요!-

너무 기뻐서 마나 시브를 상체에 집중해 내 품에 쏙 안긴 프랑의 뺨에 내 뺨을 비볐더니 그녀는 “꺄아~!” 하면서 기뻐해 줬다.

“우와. 진짜 자연스럽고 희미한 게, 프랑이 발견하지 못했으면 난 그냥 지나쳐버렸을 꺼야.”

-아니에요. 제가 아니었더라도 길목에 귀환 포인트가 있었는걸요? 서하도 금방 찾았을 거에요.-

그러면서 살짝 붉어진 얼굴로 방긋거리면서 웃는데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미칠 거 같았다!

슬쩍 프랑의 두 엉덩이를 양손으로 움켜쥐면서 주무르니까 눈이 동그래지면서 얼굴을 확 붉히더니 내 어깨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프랑의 아랫배를 톡톡 건드리는 내 육봉을 그녀도 느꼈나 보다.

잠시 점심때에 저지른 일이 생각나서 가슴이 콩닥거리는데 프랑도 그런지 귀까지 빨개진게 보인다.

콩닥거리는 심장을 달래고 아쉬움을 느끼면서 그녀에게서 떨어졌더니 프랑도 어딘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으흠! 그럼 마나 탄이 귀환 포인트 근처를 때리지 않게 조심해서 가자. 우선 이형종을 다 죽이고 돌아가는 거야!”

붉어진 얼굴로 프랑을 보며 말했더니 프랑도 붉어진 얼굴로 날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능선을 따라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왔는데, 북쪽 능선의 이형종의 숫자는 남서쪽의 반의반 정도인 34마리지만 21마리가 고양이 타입이고 나머지 13마리가 육지 펭귄이라거나 버디 치킨, 노 헤드 맨티스, 시저 비틀, 큰 들쥐 등이 섞여 있었다.

시저 비틀은 도감으로만 보고 처음 보는데, 전체 길이가 90cm의 거대한 장수하늘소였다. 어쩐지 색깔이 파란색 녹색 갈색인 게…. 바람 너구리도 모피가 은은히 녹색이었지? 저놈들도 속성 타입인가?

아까 남서쪽 능선에서도 확인한 거지만, 죄다 하위 이형종인 걸 보면 어제의 전투에서 최하위 이형종들은 모조리 죽었나 보다.

그럼 중하위 이형종은 늑대 가족 6마리와 바람 너구리 1마리뿐이었던가? 그것들은 죄다 내 손에 아작났으니 중하위 이형종도 없어졌겠군.

하늘을 올려다보니 해가 서쪽으로 거의 다 넘어가서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조금 더 있으면 해가 완전히 지겠는걸? 하지만 눈에 집중한 마나 시브와 공간 지각 덕분에 야간 전투도 그다지 어려움이 없을 거다.

그런데, 이형종들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이형종들의 태도가… 조금 이상해요.-

“그렇지? 내가 봐도 뭔가 이상해.”

-네, 꼭…. 서하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에요.-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을 보며 노려보고 있다. 어젯밤부터 날뛰었던 거랑 내가 중하위 이형종을 다 죽였다는 걸 저놈들도 알게 된 건가?

“바라보는 게 아니라 노려보고 있는데? 공간 지각이 적의를 마구마구 캐치하고 있어. 공격했다간 죄다 나한테 몰려들 거 같아.”

-으음….-

내 말에 프랑은 침음성을 흘리면서 이형종을 살펴본다.

-본능적인 사냥꾼이라는 고양잇과 이형종과 노 헤드 맨티스가 다 합해서 25마리 정도인 거 같은데, 한 번에 몰려들면 위험할 거 같아요.-

“괜찮아. 마나 모드가 있으니까 가속을 발동시켜서 뒤로 뛰면서 마나 탄을 날리면 돼. 오히려 도망가지 않고 나한테 달려들어 주면 고맙지. 일부러 쫓아가서 죽이지 않아도 되니까.”

겁먹지 않고 자신만만한 내 모습에 그제야 프랑도 안심되는지 살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 제 영혼석에 TP를 충전할 방법도 찾았으니까. 과도하게 접근하는 것들이 있으면 벼락을 날릴게요.-

“응. 부탁해!”

…하지만 프랑은 자기가 말해놓고 얼굴을 붉혔고, 그 모습을 본 나도 머쓱해졌다.

곧 심호흡하고 최상의 몸 상태지만 일부러 스트레칭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싸움이 코앞이야. 딴 생각할 여유는 없어.

“좋아. 가볼까!”

마나 탄에 휩쓸리면 애써 찾은 귀환 포인트가 어찌 될 지 모르니 멀찍이 있는 놈을 쳐서 어그로를 끌고 산 정상까지 물러나면서 죽여야겠다.

난 두 손을 뻗고 날 노려보고 있는 이형 종들에게 씨익 웃으면서 목소리에 TP를 담아 크게 외쳤다!

“덤벼, 새끼들아!!”

캬오오오오옹!! 캬아악! 샤아아아악!

내 외침에 자극을 받았는지 눈깔을 번뜩이면서 고양이 이형종들이 일제히 위상력을 회전시키고 괴성을 지르면서 나한테 달려오고 그 뒤로 노 헤드 맨티스 4마리와 버디 치킨 2마리도 날개를 펼쳐 나에게 날아오기 시작한다!

취르르르르! 꼬고곡! 꼬깨애액!

스물 댓마리가 뭉쳐서 달려와 주다니! 고마운걸!

팅팅~! 팅 팅팅 팅 팅!

빠르게 접근하는 놈들을 피해 뒤로 달리며 양손에서 마나 탄을 쏘아냈다. 목표는 뭉쳐진 채 달려오는 놈들의 중앙!

뻐버벙 퍼펑 쾅! 쿠앙!

10초 동안 7발의 마나 탄을 날려 뭉쳐서 달려오는 레오파드 캣들의 중심과 날아오는 이형 종들에게 골고루 쏴주니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 폭발에 휩쓸린 것들은 몸 일부분이 사라진 채 피를 뿌리며 나동그라졌다!

폭음을 일으키며 동그랗게 일그러지다가 슉 하고 범위 안에 있는 모든것을 지워버리는 마나 탄에 어쩐지 감정이 고조된다!

뒤쪽에서 기어오는 장수하늘소처럼 생긴 시저 비틀 3마리도 역시나 속성 타입이었는지 희미한 나이테 모양의 위상력이 조금 출렁거리더니 적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물과 바람과 흙덩어리를 마구마구 쏘아댔다!

“저런 멍청한 곤충들을 봤나! 아하하하하!”

내 마나 탄에 비하면 애들 장난감 활로 쏜 화살 같다. 하지만 동급의 이형종이 쏜 속성 탄이라 그런지 속성 탄에 맞은 레오파드 캣은 심각한 데미지를 입고 달리던 관성을 이기지 못한 채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뒹굴었다.

십수 발의 속 성탄 중 대부분은 고양이 이형종들의 뒤통수를 치며 터져버렸는데, 앞에서는 내가 마나 탄을 날리고 뒤에서는 시저 비틀 3마리가 속성 탄을 쏴대기 시작하니까 가운데에 샌드위치 형식으로 끼어버린 레오파드 캣들은 그만 패닉에 빠져버렸다!

나한테는 속성 탄이 한 발도 날라오지 않고 죄다 레오파드 캣들에게 떨어지는 걸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받아랏!!”

팅팅팅팅팅팅팅팅팅팅!

콰과과광! 꽈광 뻐버벙 뻥!

날 공격하려고 달려오던 것들이 내 마나 탄에 얻어맞고 폭발에 휩싸이면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가슴 속에 막혔던 뭔가가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다!

패닉에 빠져 돌진할 목표마저 잃고 허둥거리는 레오파드 캣은 좋은 타겟이지!

순식간에 10발의 마나 탄을 날려서 레오파드 캣들을 날려버렸는데 그 위에 날아오려던 버디 치킨과 노 헤드 맨티스까지 폭발에 휩쓸리며 파편이 되어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우하하하하!!”

티티팅! 뻐어엉!

그리고 400m 밖에서 속성 탄을 다시 쏘아내려던 시저 비틀에게 마나 탄을 한발씩 날려줬더니 그대로 폭사해버리면서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프렌들리 파이어도 아니고, 트롤러는 목을 쳐야지!”

뒤편에는 미적거리다가 돌진 타이밍을 놓친 4마리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도륙 나버린 이형종들을 끔뻑거리면서 보더니 공포에 질리면서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딜도 망가!”

놓칠 수 없다!!

가속을 활성화하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도망가는 놈들을 쫓아가서 모조리 마나 탄으로 폭사시켜버렸다. 2마리의 레오파드 캣은 나무 위로 도망가길래 나무를 통째로 지워버리고 육지 펭귄은 정말 무서웠는지 두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반쯤 날고 반쯤 달리면서 굉장한 속도로 도망갔지만 마나 모드의 가속을 활성화한 나를 따돌릴 수는 없지!

남은 큰 들쥐 한 놈도 폭사시켜버리는 걸로 싸움은 끝이 났다.

34마리의 이형종과 맞붙었지만, 사기적인 능력 덕분에 위상력을 절반의 반도 안 쓰고 상처도 없이 여유롭게 다 죽였더니 뿌듯함과 통쾌함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비록 숲이 완전히 황폐화되버려서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좀 오래 걸리겠지만, 나랑은 상관없으니 신경 꺼야지!

“후우. 한 건 해결인가?”

어쩐지 중간부터 조금 흥분해버린 거 같지만, 뭐 상관없나!

쌓인 스트레스를 다 풀어버린 개운한 기분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고 있으니 멀리서 구경하던 프랑은 어째서인지 날 조금 무서워하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응? 왜 그래?”

-아, 아뇨! 수고하셨어요! 역시 마나 시브의 마나 모드는 대단한 거 같아요!-

프랑은 의아해하는 내 표정에 어색하게 웃더니 열심히 박수치면서 날 칭찬해줬는데, 중간부터 좀 흥분해버린 내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서 무서웠던 건가?

가만히 있어도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프랑이 날 무서워하는 모습은 오래 보고 싶지 않아서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내가 중간에 조금 흥분했었지? 첫 번째 위상 세계에서 워낙 쫓기고 도망 다니기만 했더니 좀 스트레스가 쌓였었나 봐. 특히 네발 달린 짐승은 긴 주둥이 마른 늑대가 생각나서 더 싫었거든.”

웃으면서 첫날에 위상 세계에 도착하자마자 미친 듯이 도망가다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강에 입수해버린 일을 알려줬더니 그제야 프랑은 수긍했다는 표정을 짓더니 상냥하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니에요. 서하는 충분히 잘하신 거에요! 공격해오는 이형종들에게 자비는 필요 없지요!-

“응 고마워.”

그제야 자신이 알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는지 프랑은 밝은 표정으로 내 목에 매달렸다.

나는 목 주머니에 담겨있는 프랑의 영혼석과 중하위급 위상석 두 개를 만지작거리면서 숨을 돌렸다.

“자. 그럼 돌아가 볼까?”

프랑과 함께 빛무리가 있던 나무를 향해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귀환 포인트에 위상력, TP를 쏟아부어야 한댔는데, 위상력 운용 기술은 안 배웠지만 마나 시브가 있으니 활성화 시키는 건 별문제는 없겠지?

…그러고 보니까….

“아. 진짜 돌아가면 강우혁한테 따지고 최수한을 죽어라. 갈궈야겠다.”

내 의지가 상당히 확고해진 게 어째서인지 프랑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빛무리를 활성화 시키려면 위상력 운용 기술을 배워서 빛무리에 위상력을 부어주거나 해야 할텐데, 난 위상력 운용 기술을 못 배웠잖아. 마나 시브를 얻지 못했다면 영원히 여기서 못 나갔을 수도 있었어!”

-아….-

그제야 프랑도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위상 세계 재입장 조건도 못 들었고, 위상력 운용 기술도 못 배웠어. 그럼 빛무리를 찾고 그 근방에서 이형종을 죽여서 위상력을 빛무리에 흡수 시켜야 했다는 건 데, 내가 평범한 감지 능력자라면 그게 가능했을까?”

-아니요! 게다가 이런 홍수가 난 지역에는 귀환 포인트도 찾기 힘들었을 테니까, 이제 보니 그 두 사람 책임이 크네요!-

프랑도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마주칠 뻔 했다는 게 소름이 돋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팔에 돋은 소름을 쓸어내렸다.

“그러니까말야.”

어째서 화연이 누나 방에서 자다가 위상 세계로 끌려왔는지 모르겠지만, 사냥과 위상 세계에 관한 접근은 금지래 놓고 위상 세계 입장 방법을 피하는 것도 안 가르쳐주다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복귀한 지 14일이 될 동안 언급조차 안 해주고. 이거 직무유기 맞지?”

-어떻게 두 사람한테 항의할 방법이라도 있을까요?-

“돌아가면 화연이 누나랑 이야기해봐야지. 어쩌면 강우혁 차장이 최수한한테 알려주라고 했는데 최수한이 덜렁거린다고 까먹었을 수도 있어.”

-으으….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네요.-

프랑도 최수한의 덤벙거림은 눈썹이 찡그려질 정도로 느꼈나 보다. 그래도 이건 몰랐을걸?

“근데 최수한은 마조 변태라서 섣불리 혼내고 갈궜다간 오히려 흥분해버릴 테니까. 어떻게 해야 흥분도 못 할 만큼 눈물을 쏙 뽑을 수 있을까?”

프랑은, 방금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지? 하는 혼란스러운 표정이 됐다.

-…마, 마조 변…태요?-

“응. 마조히스트, 매저키스트말야. 막 괴롭힘당하고 육체적으로 학대당하면 성적으로 흥분하는 사람.”

-최수한이 마조…. 변태였나요? …생긴 건 멀쩡한 남자였는데….-

프랑은 굉장히 충격받은 모습으로 멍하니 날 바라보았는데, 남자라니?

아! 프랑이 자고 있을 때 문자를 주고받았었지?

“아냐! 최수한은 여자야! 일자산에서 에너지 이터를 잡았을 때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로 갈궜더니 막 흥분했다니까?”

-네?! 여, 여자였다구요? 서하는 그, 그걸 어떻게 아신 거에요?!-

프랑은 내 말을 듣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살짝 비난하는 표정을 지었다. …투시랑 감지로 본건 사실이지만, 나에겐 핑곗거리가 있지!

“프랑이 자고 있을 때 문자를 받았는걸? 내 무기 언제 돌려주냐고 물어보는데 자기가 누나랬어.”

그러면서 인증기에 받은 문자함을 보여줬더니 그제서야 프랑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여러 가지로 놀라운 사람이네요.-

“그치?”

조금 이쁜 능력자 여자들은 막 훔쳐본다는 사실은…. 숨겨야지. 프랑도 알고는 있겠지만, 의심과 확신은 천지 차이니까!

현실로 돌아가면 최수한을 어떻게 갈궈야 흥분하지 않고 징징 짜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귀환 포인트가 있는 나무에 도착했다.

“하위 이형종이 죽으면서 퍼져나온 위상력이 많이 흘러들어왔나 보다.”

처음 봤을 때보다 3배는 더 밝아지고 환해진 빛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서 유독 빛나는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거 같다. 나는 E클래스니까 하위 이형종을 죽여도 이형종의 시체에서 퍼져나오는 위상력을 몸 안에 받아들일 수 없으니 그냥 신경 안 썼는데, 그렇게 공중으로 퍼져나온 위상력을 빛무리가 조금 빨아들인 건가?

“아, 발톱 검 안 챙겼네.”

-앗, 챙기러 돌아가요!-

“아니, 아냐. 그냥 버리고 가자. 가지고 돌아가도 좀비 펭귄을 살을 가른 거라 왠지 찝찝해.”

생각 같아서는 돌아가서 소멸시켜버리면 속이 후련 할 거 같은데……. 돌아가긴 귀찮다.

문득 가지고 돌아가면 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역시나 찝찝하니까 관두자.

-그건 그러네요.-

“응. 그럼 돌아가자.”

나는 침을 삼키며 한 손을 뻗어 빛무리에 손을 뻗었더니 내 손이 닿은 빛 무리는 출렁거리며 잠시간 흔들리다 멈췄다.

-만에 하나 위험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위상력 1000 TP는 남겨두세요!-

“아. 그럴게,”

천천히 손에서 TP를 뽑아내기 시작하니 곧 빛무리가 빛 덩어리로 변하면서 주변 풍경이 조금씩 출렁출렁거리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내 옆으로 내려선 프랑의 허리를 안아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야말로 개미허리 같다. 허리를 끌어안았더니 프랑의 가슴이 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프랑은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출렁거리기 시작한 주변 풍경을 돌아보았다.

한 손으로 멈추지 않고 계속 위상력을 흘려 넣으니까 이내 주변이 쭈욱 늘어나면서 빛이 터져 나왔다.

돌아가자!

============================ 작품 후기 ============================

저도 하루종일 글만 쓰면서 하루에 서너편씩 올려보고싶어요 ㅠ.ㅠ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원해주시고 추천 선작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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