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81화 (81/517)

00081  가슴 산 결전.  =========================================================================

크르르아아아악!!

크샤아아악!

쿠쿵! 뻐엉! 뻐벙!

산 꼭대기에 도착하기 직전 두 다리에 힘을 줘서 있는 힘껏, 높이 점프 한다!

간다! 마나 모드-가속!

투쾅!

병신같이 기합을 내질러서 놈들의 주의를 끄는 짓은 안한다!

내가 뛰어오를때 생긴 굉음은 바람 너구리가 쏟아내는 바람 탄의 폭음에 묻혀서 들키지 않았다! 가속 되기 시작하는 두뇌 회전에 아래쪽에 보이는 4마리 짐승의 전투 장면이 천천히 느려진다.

군데군데 흙먼지가 날리고 있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니 시계는 전혀 가려지지 않는다.

15m까지 뛰어오른 내 발 밑에서는 산의 주인의 몸통 박치기에 맞고 넘어져서 주둥이로 미친듯이 바람 탄을 쏘아내는 바람 너구리와 마구 쏟아지는 바람 탄 때문에 몸을 움츠리는 산의 주인이 보였다!

그리고 산의 주인의 두 마누라가 공중에 떠 있는 날 향해 머리를 돌리더니 눈이 커다래지면서 주둥이를 벌리려는게 보였다!

경고 하려는건가?!

어딜!

“마나 레이저!”

촤착!

거의 딱 붙어있는 산의 주인과 바람 너구리에게 오른 손을 뻗어 손바닥에서 마나 레이저를 뽑아내 두 놈을 동시에 갈라버렸다!

걸린 시간은 고작 1초!

마나 레이저가 두 놈의 몸을 가르기 직전, 두 놈 역시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아우우우우우우우!!! 크아아아아앙!!

두 암컷은 복부에서부터 등까지 갈라지며 두 토막이 난 산의 주인을 봤는지 나에게 무시무시한 적대감을 보이며 내가 떨어질 장소로 달려오는게 보였는데....

미안. 너희도 남편 곁으로 보내줄게.

티팅~! 뻐벙!!

양 손에서 쏘아낸 마나 탄은 산의 주인의 두 마누라 마저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마나 탄이 적중 되는 순간까지, 아니 적중했는데도 눈치 못채고 그대로 존재 자체가 지워져버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암컷이 마나 탄에 휩쓸릴때 모습을 주의깊게 봤는데, 폭발에 갈기갈기 찢겨나가는게 아니라 뭔가분해되는거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캐치했다.

신기하네, 무 속성의 효과인가?

쿵!

산 정상에 착지하며 땅 울림을 듣고 가속 모드를 풀었더니 식은땀이 흐른다. 심장도 쿵쾅거리면서 뛰고 있다.

순간 바람히 불어오더니 흙먼지를 날려보냈는데, 식은땀에 젖은 내 몸에도 흙먼지가 잔뜩 달라붙어버렸다!

“으엑! 퉷퉷!”

끄응. 몸을 씻어야겠네.

암튼, 기습하긴 했지만 중하위 이형종 4마리를 모두 죽이고 났더니 심장이 울렁거리고, 해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른다.

두 손을 스패츠에 비비고 이마의 땀을 훔치며 죽어있는 산의 주인과 바람 너구리에게 다가가니 프랑도 하늘 위에서 내려와 흥분해서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내 등을 안아왔다.

-침착하게 산의 주인과 바람 너구리를 처분하시고 그 뒤에 달려드는 두 실버 화이트 울프마저 깨끗하게 처리하시다니, 훌륭해요!-

“고마워. 마나 레이저가 이렇게나 훌륭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였어요!-

“킥킥. 이제 진짜 어디가서 꿀리진 않을거 같아.”

후후후후.

빛의 속도로 분사 되는 마나 레이저와 총알 같이 날라가는 마나 탄. 그리고 신체 강화 능력과 공간 지각 능력까지!

진짜 마음에 든다!

아직 울렁거리는 가슴에 마나 시브를 돌리며 긴장이 섞인 마지막 한숨을 내뱉는다. 혹시나 주변을 지각 해봤지만, 내 지각 범위 안에는 이형종들이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멀리 도망갔나보다.

시선을 내려 두 마리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복부에서 어깨 부분까지 사선으로 잘린 덕분에 내장을 다 쏟아내서 죽은 산의 주인과, 머리통이 세로로 갈라지며 뇌가 쏟아져 나와 죽어있는 바람 너구리를 보니 기분이 묘하다.

섬에서 고작 120정도의 중하위 두 꼬리 여우를 상대하면서 TP를 무진장 소비하던게 엊그제였는데, 이제는 전체 TP의 1/10 정도만 써서 중하위 이형종 4마리를 잡다니! 그 중 2마리는 중위급에 다다른 놈이다!

“내가 이만큼 강해진 걸 보면 울 누나랑 화연이 누나도 놀랄꺼야.”

내 말에 프랑도 환하게 웃으면서 마치 바람의 정령처럼 내 주변을 빙글빙글 날아다녔다.

쏟아진 산의 주인의 내장에서 심장을 찾아 두 손으로 쪼개보니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물빛 위상석이 나왔고 양 손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바람 너구리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보니 위상력 200의 중하위급 위상석이 나왔다.

내 손에 잡히는 순간 극소량의 위상력이 조금씩 흘러나오는게 느껴진다. 만약 화연이 누나한테 위상석의 시간당 위상력 분출량이 0.0002%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눈치도 못챘을거다.

“좋아. 이거면 영혼석에 위상력. 그러니까 TP를 충전 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꺼야!”

마나 시브의 활용 방법도 개발해냈고 공짜 위상석도 구했다. 이제 빛덩어리가 있는 귀환 포인트랑 영혼석에 TP를 충전하는 방법만 찾으면 2회차 위상 세계에서 할 일도 다 한 셈이야!

내 손에 들린 두개의 위상석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프랑을 두 손을 뻗어 품에 와락 안았다!

-앗!-

프랑의 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니 울렁 거리는 가슴도 진정되고 포근함이 한가득 느껴진다. 곧 프랑도 부드럽게 웃으면서 두 손을 뻗어 날 껴안고 내 머리를 쓸어줬다.

-수고하셨어요. 서하.-

나는 내가 죽인 산의 주인, 실버 화이트 울프 수컷의 모피를 벗기고 내장을 발라 낸 다음 산 아래로 내려가 호수 물에 씼었다.

처음에는 발톱 검으로 다듬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좀비 펭귄의 몸 속에 들어갔다 나온 칼이잖아? 그냥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지. 웬지 꺼림칙해져서 마나 모드를 발동하고 두 손에 마나 시브도 집중한 다음 손으로 잡아 뜯어 벗겨버렸다.

겸사겸사 나도 몸에 묻은 흙먼지와 땀도 씻어내고 정상으로 돌아가 모닥불을 피워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이건 점심으로 먹고 바람 너구리는 나중에 저녁으로 먹어야지.

주변의 나무들도 대부분 수분나무였는데 사이사이 처음 보는 나무가 있었다.

처음 보는 나무들은 수분 나무에 비해 수분 함유량이 매우 적어서 통나무를 통채로 잘라와서 마나 시브로 쓰다듬어 수분을 다 제거했더니 훌륭한 마른 장작이 되었다.

“이형종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를 느끼는건가?”

-??-

내 옆에서 익어가는 전前 산의 주인의 고기를 보고 있던 프랑은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내가 좀 뜬금없이 말을 꺼냈나?

“많은 수의 하위 이형종을 단번에 죽이고, 실버 화이트 울프 가족들이랑 바람 너구리를 죽였잖아? 그랬더니 남은 이형종들이 다 도망갔는지 내 지각 범위 안에 하나도 없어. 거기다 되돌아 오는 녀석들도 없고.”

실버 화이트 울프 가족이 언제나 엎드려 있던 바위는 이 산에서 가장 높은데 있었고, 넓고 평평한데다 사방이 틔여있어서 가슴 산의 모습이 잘 보였다.

그렇게 가슴 산의 중심에 있으니 북쪽과 남서쪽 각각의 끄트머리가 내 공간 지각 범위를 꽤나 많이 넘어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형종들은 그곳에만 몰려있는 듯 했는데 웃긴건 내가 있던 가슴 산의 동편의 반대쪽, 서편에 있던 이형종들까지 전부 도망가버린거다.

-아마도, 서하의 마나 탄 사정거리를 어느정도 눈치 챈 걸 수도 있어요.-

“아.”

-일정 범위 이상은 마나 탄이 날라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는거겠죠?-

“그러네. 감지 범위 안에 들어오고, 직선거리라면 길고 짧은건 재지도 않고 다 죽였으니까.”

투시로 늑대 고기의 다 익은 부분을 손가락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 열기에 보호하면서 뜯어먹어 봤더니 누린내가 좀 많이 나긴 했지만 먹을 만 했다.

맛은… 먹어 본 적이 없는 뭔가 오묘한 맛이 나는데다 질겼지만 마나 모드를 켰더니 그냥저냥 먹을만 하네.

만약 누린내를 맛으로 만들면 이런 맛이지 않을까? 뿔 강아지와는 다르게 절대 맛있다고는 못할 맛인걸.

미리 뜯어놨던 수분 나뭇잎을 함께 먹으며 실버 화이트 울프 수컷의 고기를 다 먹어치운 나는 바위에 드러누워 한숨 돌렸다.

2m를 넘는 큰 놈이었지만 연습하면서 TP를 많이 소비하고 마나 시브도 돌리면서 칼로리를 꽤 많이 소비한거같아서 억지로 다 먹어치웠다.

“조금 쉬었다가 위상석을 살펴봐야겠어. 귀환 포인트는 그 다음에 찾자.”

-밤에 주무시지 못하셨으니까, 조금 주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형종들도 산의 주인이 바뀐걸 눈치 채고 당분간은 접근 하지 않을거에요. 접근해도 제가 막아드릴게요!-

“괜찮아. 조금, 진짜 조금 피곤하긴 한데 이정도는 마나 시브를 돌리면 금방 회복되니까.”

-그래도 잠을 자면서 회복되는 면역력들은 마나 시브를 돌린다고 해도 회복이 안될거 같아요. 어제 밤에는 제가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서하는 한 숨도 못주무셨잖아요….-

저런. 그걸 신경쓰고 있었던거야?

“응. 그럼 오늘 밤에 자도록 할게.”

-어휴….-

프랑은 지금 바로 자두지 않는게 조금 속상한지 눈썹을 살짝 찡그렸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드러누운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참 평화롭네요.-

군데 군데 피로 얼룩진 산자락이 보이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지평선까지 펼쳐진 바다같은 호수에 감탄만 나온다.

“이형종의 위협만 없으면 이런곳에 집을 짓고 위상력을 쌓고 훈련하면서 지내는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

-그렇죠? 저도 살아있을적에는 은퇴한 뒤에 산자락에 통나무 집을 짓고 조용하고 편안한 노후를 생각하곤 했답니다.-

오. 프랑의 노후 대비는 그런거였나? 우리나라 사람이 시골에 집 산채 짓고 소일거리 삼아 밭을 일구면서 지내고 싶다는 이야기랑 크게 다르지 않은걸?

가끔 병원에 가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걸 들었는데, 딱 프랑이 말하는거 같은 생활을 이야기하곤 했었지. 하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때문에 그저 꿈으로만 갖고 있다고 하던데 현실적인 문제가 뭔지 궁금하다.

...역시 돈인가?

나도 앞으로 100년정도 살아서 머리가 백발이 된 할아버지나 되면 이런곳에서 살고싶다. 프랑이랑 함께.

“그래도 6개월마다 무진장 쏟아내리는 비때문에 살 만한 곳은 못될거 같지만.”

킥킥거면서 웃는 내 모습에 프랑도 풀썩 웃어버렸다.

“그럼, 정리를 시작해볼까?”

일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산의 주인의 잔해를 한 곳에 모으고 항문부터 관통되서 죽은 실버 화이트 울프 암컷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바람 너구리의 배를 가르고 내장과 머리통마저 뽑아서 한곳에 쌓은 다음 마나 탄을 날려 지워버렸다.

그냥 놔뒀다간 좀비같은게 또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아래쪽에 백수십마리가 싸웠던 곳은 이미 다른 하위 이형종들이 사체를 모두 뜯어먹고 군데군데 핏자국과 뼈무더기만 남아있었는데, 뼈다귀가 남아있는곳에만 마나 탄을 날려 지워버렸다.

핏자국까지 다 지우려면 10 TP 마나 탄을 수백발은 날려야할거 같아서 그냥 내버려뒀다.

그리고 산 정상의 곳곳에 떨어져있는 피도 마나 탄 출력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쏘아냈더니 여기저기 파이긴 했지만 금방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피가 줄줄 흐르는 바람 너구리의 시체를 들고 산 아래로 내려가 가죽을 분리시키고 고기도 깨끗하게 씻은 다음 다시 산 꼭대기로 돌아왔다.

“에잉. 아까 같이 씻을걸 그랬네.”

하여간 이 멍청한 대가리는 나아지질 않아요!

-후후.-

프랑은 공중에서 뒷짐지고 투덜거리는 내 모습을 귀여운 인형을 보는 듯한 미소로 바라봤다.

대충 나무 꼬챙이 4개를 만들어서 삼각대 모양으로 세우고 목에 감고있던 가운의 허리 끈을 풀어 안풀리게 고정한다음 그 위에 바람 너구리의 고기를 올려놨다.

이렇게 놔두면 물기가 흘러서 마르겠지.

사그라진 모닥불 근처에 실버 화이트 울프 수컷의 모피와 그 옆에 조금 더 작은 바람 너구리의 모피를 펼쳐놓고 그위에 앉았다.

“후우. 실버 화이트 울프의 모피가 꽤 부드럽네?”

-네에, 고급스럽고 털도 부드러워 장식용 깔개로 선호하는 모피에요.-

“어 그랬어? 꽤 비싸겠는걸?”

-가주님께서 둘째 마님께 선물로 주신걸 봤었어요. 크기가 이 산의 주인과 비슷했는데 당시의 시세로 6만 파운드 정도 였었어요.-

“6만 파운드면 얼마야?”

-에? 아.... 그게 1파운드가 1.4달러 정도였을거에요.-

...난 기억력이랑 암기력만 좋은데.

“그러니까.... 6만 파운드면 8만4천 달러? 1달러가 1200원 정도니까.... 1억이 넘어!”

-네에! 그 모피는 세심하게 다듬고 털도 뭉치지않게 관리한 만큼 노력과 수고가 들어간 수제품이었지요.-

“아. 이걸 가지고 돌아간다고 해도 8만달러는 받기 힘들겠구나.”

-쿡쿡. 그래도 잘 챙겨가면 1만 달러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중위급에 다다른 중하위급이니까요.-

“에잉. 귀찮아서 싫어.”

프랑은 내 모습에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서하는 내년이면 연봉이 수십억원이 되는 고급 인력이니까요. 이런 가죽에 신경쓰실 필요는 없어요-

“그치?”

아아. 프랑과 잡담을 나누는게 즐겁다보니까 일부러 끊지 않으면 잡담이 계속 될거같아.

“아무튼 이제 진짜 시작해볼까. 일단 위상석에 TP을 넣는 실험을 해봐야지.”

-화이팅이에요!-

나는 프랑의 응원을 귓가에 새기며 200TP의 바람 너구리의 위상석을 손에 쥐었다.

“…역시 영혼석 내부의 TP랑 바람 너구리 위상석의 TP는 같은 종류인거 같아.”

분석 능력이 있었다면 보다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감으로 느끼다보니 같다는 느낌만 든다. 바람 너구리의 위상석은 왼손에 들고 오른손을 뻗어 실버 화이트 울프 수컷의 위상석을 잡았다.

“두 위상석과 프랑의 영혼석의 TP는 똑같아. 영혼석과 위상석의 재질도 똑같아. 그런데 어떻게 TP의 양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거지? 크기의 차이인가?”

원래 주먹만했던 프랑의 영혼석은 몇번의 변신을 거쳐 내 손바닥의 2/3 크기가 되었는데 여전히 위상력은 380만이 넘게 남아있었다.

실버 화이트 울프의 위상석과 프랑의 영혼석을 배율로 따지면 9166배나 차이나는데 위상석의 크기는 30배 정도 밖에 차이 안나거든?

눈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두개의 위상석과 하나의 영혼석을 바라보니 그제서야 그냥 물빛으로 보이던 두 위상석에서 농도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으음…. 마나 시브를 쓰면 파란빛이 나면서 일반인들도 볼 수가 있으니까 일부러 잘 안쓰고 다녔는데, 눈 만이라도 마나 시브를 계속 유지해야겠다.

그동안 그냥 프랑의 알몸을 총 천연색으로 보는 수단으로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좀 더 다른 효과들이 있을지도 몰라.

생각해보면 그저께 밤이나 어젯밤에 마나 시브를 돌렸을때 명도나 밝기를 쫙 올린것처럼 주변이 밝아지고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됬었지? 거기다 특정 부위에 집중하면 신체 강화 타입으로 돌린것과는 다른 의미로 단단해졌었는데, 난 무의식적으로 그걸 알고 있었던건가?

아, 내 분신체에 돌리면 크기와 굵기도 늘어났었지.

어흠.

-뭔가 느껴지시나요…?-

“응. TP가 많을 수록 색농도가 짙어지는거 같아. 프랑의 영혼석은 TP가 380만 정도 남아있는데 무척이나 환하고 밝은 물 색 이거든? 그런데 두 중하위급 위상석은 굉장히 어두운 물 색이야. 두개랑 비교해보면 보석이랑 돌맹이 만큼이나 색감에 차이가 나.”

-와아….-

프랑은 내 설명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을 흘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 TP도 위상석과 영혼석의 TP와 똑같은 성질인걸?”

-에엣?-

“그럼 위상석에 내 TP를 넣어 볼게.”

-아, 넷!-

놀라고 있는 프랑은 잠시 놔둔채 나는 실버 화이트 울프의 위상석을 내려놓고 양 손으로 바람 너구리의 위상석을 감싸 쥔 다음 위상석 안에 내 TP를 살짝살짝 밀어넣는다는 느낌으로 손바닥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건 감별기랑 측정기를 보면서 위상석을 구하면 해보려고 마음먹었던 방법이다.

방식은, 에너지 이터에게 TP를 먹였던거랑 비슷한 방법으로, 나무에 TP를 집어넣어 수액을 밀어냈던 방법을 응용해서 위상석 외부를 살살 자극하는 거지.

공간 지각을 위상석에 집중하고 심호흡 한 다음 정신을 위상석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마나 시브를 움직여 손바닥으로 TP를 내보낸다.

마치 물처럼 손바닥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내 TP는 찬란한 파란빛을 뿜으며 금방 손 안에 고여서 위상석을 감싸기 시작했다.

…….

이게 아닌데. 위상석 안으로 바로 안들어가고 그냥 손에 고이네.

어?! 된다! 내 TP가 조금씩 위상석에 흡수되는게 보여!

그 상태로 가만히, 내 TP가 위상석에 흡수되는 모습을 공간 지각으로 감지하면서 눈에 마나 시브를 집중한 상태로 손의 틈새에서 보이는 위상석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내 손 안에는 현재 100TP 가량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위상석은 조금씩 조금씩. 초당 1 TP씩 흡수를 하더니, 어느순간 갑자기 위상석에 달라붙어있던 내 TP를 한순간에 빨아들이듯이 흡수해버리면서, 원래 200TP였던 위상석의 TP가 300까지 늘어났다!

“우어어…. 위상석이 주변에 감싸고 있던 내 TP를 갑자기 다 흡수했어. 200에서 300까지 늘어났는데?”

상황이 어떻게 되고있는지 모피 위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프랑은 엉덩이를 들썩거릴만큼 궁금해하고 있길래 내가 감지한것들을 이야기해줬다.

공간 지각과 시선은 계속 위상석의 내부를 살펴본다.

“아직은 이상한점은 보이지않아. 위상석이 흡수한 내 TP도 애초에 원래 하나였다는듯 한 모습인데?”

-성공…인가요?-

“응. 성공이야!”

-꺄아! 축하해요 서하!-

프랑은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하늘색 눈동자에 습기가 차오르는게 보였다. 저렇게 기뻐하니까 나도 기분이 좋은걸!

“이제, 위상석의 재질은 똑같지만, 크기가 차이가 나니까 손가락 두마디 크기의 위상석에 TP가 얼마나 쌓이는지 확인 해봐야겠어.”

-네!-

나는 프랑도 볼 수 있게 왼손 손바닥에 300TP까지 늘어난 위상석을 올리고 두 손을 모아 그릇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프랑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내 두 손바닥 위에 올려져있는 위상석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시 공간 지각과 마나 시브를 집중한 눈으로 위상석을 살피면서 손바닥으로 TP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꿀렁꿀렁거리듯이 새파란 빛의 TP가 손바닥에서 고이기 시작했는데 내가 손으로 내보낸 TP는 점성이 있는 모양새다.

-흡!?-

파란빛을 찬란하게 뿜어내는 TP의 모습에 프랑이 격한 숨을 들이쉬는게 보였다.

TP는 넘칠듯 말듯 손에 고여만 있고 공기중으로 퍼지거나 하지 않았는데, 또다시 내 TP에 둘러쌓인 위상력은 조금씩 조금씩 TP를 흡수하다가 어느순간 쭈욱 빨아먹어버렸다.

이때다 싶어서 좀 더 빨리 TP를 손바닥으로 내보내니 위상석이 계속계속 내 TP를 흡수하는게 보인다!

-아…!-

그리고 위상석의 TP가 1497이 되는 순간 흡수를 딱 멈춰버렸다.

위상석이 TP 흡수를 멈추는 순간 나도 잽싸게 TP 공급을 중단했는데, 남은 TP가 내 손바닥 안에서 찰랑거리며 위상석을 건드리지만 위상석은 더이상 TP를 흡수하지 않았다.

거기다 위상석이 위상력을 방출하지도 않고 있었다!

슬쩍 손에 고여있는 TP를 몸 안으로 받아들이니 손바닥을 통해서 들어와버렸는데, 받아 들인 만큼의 TP가 도로 회복된게 보였다.

“후우우우.-

응?

프랑은 나와 동시에 숨을 내뱉더니 나랑 똑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풋.-

“킥킥. 왜 따라하는거야?”

-따라한거 아니에요!-

나와 똑같은 반응을 동시에 했다는게 어쩐지 기분이 좋아보이는 프랑은 내 손에 올려진 위상석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말을 이었다.

-어쩐지 방금전보다 위상석이 더 밝아진 거 같아요.-

“응. TP가 중하위급 최대치의 3배까지 늘어났어. 그리고 더이상 자체적으로 TP를 방출하지 않게 됐고.”

-어째서 TP를 방출하지 않는걸까요. 점성이 있는거 같았는데, 그것에 영향을 받은걸까요?-

“어? 그걸 느낀거야?”

-네에, 파란빛이 찰랑거리는데 흘러넘치지않는.... 꼭 수은같은 느낌이었어요.-

“맞았어. 내 손에서 빠져나온 TP는 꼭 점성이 있는것 처럼 내 손에서 흘러내리거나, 공중에 퍼져있는 위상력과 합쳐지지 않았거든. 위상석이 TP를 방출하지 않게 된것도, 원래 등급 최대치의 3배가 되는 양이 모이면서 TP의 결합력이 높아져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 그래서 위상석에서 TP가 방출되지 않는게 아닐까?.”

-신기해요. 서하가 말하는건 분명 추측일텐데, 어째서 듣다보면 전부 사실인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걸까요?-

“그만큼 설득력이 높은 추측이라는거겠지?”

-후훗. 그러네요-

“그럼 위상석에서 TP를 빼는 실험을 해볼까?”

나는 TP가 1497까지 늘어난 위상석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마나 시브를 손에 닿아있는 위상석에 집중시켜본다.

…….

손바닥에 딱 붙어있는 위상석을 느끼면서 마나 시브를 위상석에까지 확장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정신을 집중했다.

곧 이어 살짝살짝 위상석 내부의 TP를 건드는 게 느껴지지지만, 공간 지각으로 보이는 위상력 내부의 TP는 서로 뭉쳐서 잘 떨어지려고 하질 않는다.

“에잇.”

조금 강하게 쿡! 하고 찔렀더니 TP가 출렁 하는 느낌으로 흔들리다가 내 의지에 따라 위상석 내부의 TP가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오.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데 위상력이 증가하는게 아니라 소비했던 TP가 차오르네.”

빠른 속도로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던 TP를 중간에 끊어버렸다. 그러자 위상석 내부에는 위상력이 497이 남아있게 됐는데, 그순간부터 위상력이 0.01씩 위상석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는게 보였다.

“흐음. 등급별로 최대 수치가 정해져있고, 1/3 이상 늘어나면 위상석이 위상력을 방출하지 못하는 건가? 1/3 이상 늘어난 수치는 그냥 TP 회복용으로만 쓸 수 있나봐. 그럼, 억지로 빼내는 TP는 위상력 증가에 영향을 주지않고, 자연 방출하는 TP만 위상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건가?”

-…그거, 엄청난거 아닌가요?-

“어? 뭐가?”

-이론상으로 서하가 많은 위상력을 보유하게 되면, 최상위급 위상석이나 고위급 위상석을 무제한으로 충전해가면서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잖아요?-

“헉.”

-…비밀로 해야겠어요.-

“응…. 이거 들통났다간 진짜 골방에 갇혀서 죽을때까지 위상석 충전만 하게 될거같아.”

프랑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이건 가족들과 화연이 누나한테도 비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알았지?”

-네!-

그 와중에도 둘만의 비밀이 생겼다는게 무척이나 기뻐보이는 프랑 아가씨였다.

============================ 작품 후기 ============================

윈도 10으로 업데이트 하려다가 실수하는 바람에 자료용으로 저장해둔 사진들이 홀라당 날라가버렸습니다 ㅠㅠ

묘사할때 참고로 쓰려고 모아둔건데... 흐규ㅠ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후원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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