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79화 (79/517)

00079  가슴 산  =========================================================================

폭심지부터 5m까지 가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모습에 프랑도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게다가 터지면서 퍼져나온 충격파 때문인지 얼마 남지 않은 나무 그루터기도 갈기갈기 찢어진 모양이었고 주변 나뭇가지들도 부러지고 터져나가서 8m까지 엉망이 되어있었다.

“바람 너구리가 쓴 TP랑 똑같은 양을 썼는데….”

-여러 번 터지던 소리가 10 TP의 바람 속성 탄이었나요?-

“응. 마지막에 터트린 건 30 TP 정도였고, 도망가서 터트린 건 몇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30 TP가 아닐까 해.”

바람 너구리가 쓴 10 TP의 바람 탄은 진행 범위 안에 있는 건 어느 정도 질량이 있는 것과 부딪치면 터졌고, 터지는 순간 1m 정도의 폭발과 함께 강한 바람이 터져 나왔는데 중심지에서 멀어질수록 바람의 영향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내가 쏘아낸 속성…탄? 은 가로막는 건 다 관통해버리다가 위상력을 가진 레오파드 캣과 접촉하는 순간 터지면서 반경 5m가 사라졌고 5m부터 8m는 간접 영향권인지 나무들이 부러지고 터지고 난리가 난 모양새였다.

-역시…. 서하는 최고의 능력자에요.-

내 설명을 들은 프랑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 품에 안길 기세였다!

…근데 안겨들지 않네.

“어쩌면 클래스의 차이일지도 몰라. 나는 E클래스고, 바람 너구리는 클래스로 따지면 G 클래스니까.”

-그럴까요? 하지만 평기사 시절 속성 능력자의 공격을 몇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틀림없이 E클래스 이상이었을 텐데 서하가 보여준 이 정도의 위력이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 클래스는 어떻게 알았는데?”

-그들은 전부 정규 레이드 팀원이었으니까요.-

“아….”

레이드 팀 가입요건은 딱히 나눠져있는 건 아닌데, 대체로 딜러로 분류되는 속성 타입은 최소 E클래스 최상급은 되어야 레이드 팀에 가입할 자격이 갖춰진다고 들었다.

나 같은 감지 타입은 예외고.

“아무튼, 이제 강력한 원거리 공격력을 갖추게 됐어. 후후후후후.”

나는 산꼭대기에서 바위 위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있는 산의 주인을 바라봤다. 놈은 내가 터트린 폭발음은 관심도 없었는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었는데 오히려 놈의 아내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이쪽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

내 음흉한 웃음에 프랑은 살짝 쓴웃음을 짓더니 팔짱을 껴오면서 말했다.

-이제 정말 강해지시는 거 같아요.-

표정은 기쁘다는 표정인데, 눈빛은 슬픈 기색이 보인다.

“그래서, 이제 나한테 도움이 안될 거 같아서 슬픈 거야?”

움찔

-그, 그건.-

내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그녀는 눈에 띄게 당황한다.

“프랑은 바보인걸.”

-네에?-

잔뜩 당황해버린 프랑은 어버버하면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사람은 산소 없이는 살 수 없어. 그리고 프랑은 나에게 산소와 마찬가지야. 거기다 프랑의 영혼석에 위상력을 충전시킬 방법을 찾게 되면 프랑도 강력한 벼락을 마구마구 쏴댈 수 있게 되니까 그때가 되면 진심으로 내 뒤를 맡길 존재는 프랑밖에 없게 될 텐데 그런 것도 생각 못 하고 자기비하를 하는 거야?”

-서하….-

내 말에 프랑은 진심으로 감격한 표정으로 내 옆에 앉더니 눈을 살짝 감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그녀는 점점 몸이 없다는 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거 같은데 그만큼 내가 그녀를 필요로 한다는 어필을 계속해줘야 할 거 같다.

안 그러면 굉장히 침울하고 우울해져 버릴 텐데, 영체인 만큼 프랑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모르니까.

되도록이면 밝은 모습으로 있어 주길 바란다.

“그나저나 산의 주인은 굉장히 대범한걸? 내가 터트린 폭발 따윈 신경도 안 쓰나 봐. 오히려 300m 너머에서 나 때문에 도망가다 싸움 난 하위 이형종이 더 예민한 거 같아.”

-후훗. 원래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서도 중간 계급의 포식자는 아래위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법이니까요.-

“어어. 그럼 내가 아래라는 이야기?”

-아뇨! 서하는 위죠!-

“흐흐흐. 진짜?”

-물론…히익!?-

요상한 비유를 한 프랑을 손가락으로 목덜미에서 허릿골을 타고 꼬리뼈까지 사르르 긁으니까 프랑은 눈을 크게 뜨면서 등허리를 바짝 세우고는 부르르 떨었다!

-아윽! 서하도 참!-

프랑은 장난칠 때마다 바로바로 반응이 보이니까 정말 놀리는 재미가 있다!

얼굴을 붉히며 뺨을 부풀리는 프랑을 보며 씨익 웃어주고는 슬쩍 딴청을 피우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면, 이형종의 위상력은 그냥 덩어리진 느낌이라서 직접 능력을 쓰기 전까지는 타입을 확인할 수 없는걸? 많은 부분이 능력자와 비슷하다고는 생각이 들지만, 이형종의 등급 분류표는 그냥 인간의 기준에 맞춰서 대충 만든 느낌이야.”

프랑은 자기 등을 손등으로 살살 긁으면서 말했다.

-으음.-

“응? 프랑은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는 거야?”

-저번에 태블릿에서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논문 내용에 이런 글이 있었어요.-

“무슨 글?”

-이형종이 인간을 닮은 것이 아니라 능력자가 이형종을 닮은 것이다.-

“…의미심장한걸.”

-게다가 서하 말대로라면, 이형종은 능력자들처럼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는 말이잖아요? 덩어리져 있던 위상력이 모양을 바꾼다니, 그건 마치….-

“…나같다고?”

-…….-

프랑은 날 이형종이라고 말해버렸다는 듯이 미안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프랑 말을 들어보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피식 웃으면서 마나 시브를 손에 집중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프랑의 허리를 잡아 끌어당기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으음. 왤까. 난 어째서 이런 능력을 얻은거지?”

-…서하가 주인공이라서?-

“어?”

-제가 읽던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그런 특별한 능력을 얻었거든요…….-

그러면서 자기 생각이 창피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면서 얼굴을 붉힌다.

“이야~. 프랑한테도 중2병의 자질이 충분한 거 같아 중2병 선배로서 감동스럽다.”

-윽!!-

역시 프랑을 놀리는 건 재미있다니까.

산의 주인과 바람 너구리의 싸움으로 벌어진 하위 이형종들의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번져서 가슴 산의 중턱에서 백 수십 마리가 모여 그야말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처음 한 시간 정도는 나도 긴장한 채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시간이 지나도 내 쪽으로 싸움이 번질 거 같지도 않고 산의 주인도 그냥 무덤덤하게 하위 이형종들의 혈투를 지켜만 보고 있어서 나도 신경을 꺼버렸다.

만약 나한테 적의가 향한다면 공간 지각 능력이 바로 감지해버릴 테니까, 그냥 약간만 신경을 쓰고 프랑과 함께 속성 타입에 대해 연구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원래 숨어 있던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자리를 옮기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자리를 잡았고 프랑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속성 타입의 공격 방법을 이리저리 연구하고 있었다.

“나이테처럼 퍼져있는 속성 타입의 위상력을 여러 가닥을 한 번에 같이 팅길수록 날아가는 거리가 멀어지고 폭발 범위가 늘어나. 반대로 가닥의 수를 줄이면 거리가 줄어들고 폭발범위도 줄어들어.”

-역시 TP를 응축시키면 파괴력이 늘어나는 건가요?-

“응. 똑같은 수치라면 바람 너구리 이형종의 3배 위력을 가지는 거 같아.”

-하지만 어째서 서하가 쏘아내는 속성 탄은 아무런 속성이 없는 걸까요….-

“나도 그게 궁금하긴 한데, 뭐 마나 시브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런데 위상력? TP? 가 물빛으로 보일 때도 있고 무색으로 보일 때도 있는데 대체 기준이 뭔지 모르겠네….”

-눈에 마나 시브를 집중 했을 때랑 안 했을 때의 차이 아닌가요?-

“그건 아냐. 물빛은 내가 처음 각성했을 때부터 보였는걸? 게다가 마나 시브로 집중했을 때 뿜어져 나오는 파란빛은 평범한 사람들도 볼 수 있잖아.”

-으음….-

“마나 시브는 위상력을 컨트롤 시켜줄 수 있지만, 부가적인 능력으로 집중한 위치에 따라 해당 부분의 특성을 강화해주는 거 같긴 한데. 머리에 집중해도 머리가 좋아지거나 하진 않는 걸 보면 또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물빛은 서하만 볼 수 있구, 파란빛은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는 거?-

“으음? 그런가? 확실히 마나 시브를 집중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니까……. 그럼 내 손에서 튀어나온 TP 덩어리가 무색투명한 이유는?”

-…….-

프랑도 짐작 가는 게 없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린 채 고민한다.

“…비교할 수단 같은 게 없으니까 알 수가 없네. 어쨌든 속성이 없다는 건 즉 무 속성이라는 거지? 화염 내성이 높은 이형종에게는 화염 속성이 안 듣는 거처럼 상성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 쪽이 더 좋을지도 몰라.”

-그러네요!-

대화를 나누면서 수 시간 동안 열심히 마나 시브의 스위칭 연습을 하다 보니 신체 강화에서 속성으로 바뀌는 건 10초까지 줄었고 속성에서 신체 강화로 바뀌는 건 2초까지 줄어들었다.

-10초는 고위 전투의 싸움에서는 꽤 큰 딜레이네요.-

“응. 그렇다고 신체 강화 타입의 이형종이랑 맞서 싸우는데 속성 타입의 신체 능력으로 붙는 건 자살행위고, 곤란한데.”

좀 더 스위칭 연습을 한다고 해도 이 이상 줄어들려면 최소 10일 이상의 시간 동안 죽어라 연습을 해야 할 거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연습한다는 건 무리니까 말이지.

-혹시, 두 가지를 동시에 쓸 수는 없나요?-

…어?

“응?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뭔가 생각을 달리하는 프랑의 의견에 두 손에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프랑의 어깨를 잡아채면서 물었다!

-꺅?! 아, 그러니까 서하는 하나의 위상력으로 4종류의 타입을 다 만들 수 있으니까, 필요할 때마다 스위칭을 하기보단 동시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오…!”

-그도 그럴게, 서하는 이미 2종류의 능력을 동시에 쓰고 있으시잖아요?-

“어?”

-공간 지각이랑 신체 강화, 혹은 공간 지각이랑 속성 타입 두 종류 말이에요. 두 가지를 어려움 없이 쓰시니까 힘내서 노력하시면 3종류도 같이 쓰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을 꺼내본 거였어요.-

…그러네?

생각해보니 자연스럽게 공간 지각 능력을 쓰면서 신체 강화 능력도 쓰고 있었다. 방금 전에는 공간 지각에 속성 타입으로 무 속성 탄을 날렸고!

해결 방법을 찾았어! 환한 표정으로 프랑에게 외쳤다!

“프랑 너무해!”

-네엣?!-

내 환한 표정과는 다른 말에 깜짝 놀라는 프랑을 상체로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아 버렸다!

-꺄아!-

“네 말이 맞아! 난 이미 2가지 능력을 같이 쓰고 있는데 일부러 스위칭할 필요가 없잖아! 신체 강화와 속성 탄 발사 두 가지만 합칠 수 있으면 이형종한테 도망 다니지 않아도 돼! 신체 강화 능력으로 피하면서 마나 시브의 강력한 무속 성 탄을 쏘게 되면 나 혼자 이 산의 이형종들을 다 처리할 수 있을 거야!”

이래서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는 거지!

희열감에 품에 안은 프랑의 뺨에 내 뺨을 마구마구 비비면서 슬쩍 프랑의 허리와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히잉?!-

흠칫하면서 내 품 안에서 꿈틀거리는 프랑을 아쉽지만 놓아줬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주무르고 등을 쓰다듬고 싶지만 빨리 시도해봐야지! 감지 + 신체 강화 + 속성 탄 발사의 완전체를!

…그런데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버린 프랑은 뭔가 아쉽다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오후 7시가 되어서 해가 지니 하위 이형종들의 사투도 끝이 났다.

산꼭대기의 아래쪽에 싸우던 놈들과 산 아래쪽에서 싸우기 시작한 두 무리에, 싸움과 피 냄새와 위상력에 이끌렸는지 내 감지 범위 밖에서 이형종들이 계속 몰려오더니 한데 합쳐져서 싸우기 시작했었다.

백 수십 마리가 한데 모여 치고받고 싸우는 중에 엄청난 수의 하위 이형종이 죽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놈들 중에 중하위급으로 진화하는 놈들이 나오자 어떻게 알아챘는지 산꼭대기에서 혈투를 지켜보던 산의 주인과 부인 셋이 난입해서 진화한 레오파드 캣과 노 헤드 맨티스를 도륙 내버리고 유유히 되돌아 올라갔다.

그 꼴이 되니까 살아남은 나머지 하위 이형종들도 뿔뿔이 달아나버렸고 산의 주인과 그놈의 부인 세 마리는 죽어있는 이형종 몇 마리를 입에 물고 올라가더니 양껏 포식하는 게 보였다.

그 덕분에 산의 주인은 위상력은 450 그대로였지만 위상석의 위상력이 360까지 올랐고 그놈의 세 마누라도 위상력이 160에서 190까지 상승했다.

그 상황에 살아남아 도망친 하위 이형종은 37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부 위상력이 80 후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산의 주인을 저대로 내버려두면 산 전체가 저놈의 영향권 아래 들어갈 거다.

“저놈들, 진짜 날로 먹네? 하위급 이형종들이 중하위로 진화할 때까지 내버려둔 게, 자기 위상력을 상승시키려고 한 건가?”

-그러게 말이에요!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지만 너무 비열해요!-

내 말을 들은 프랑은 특히나 더 분노했는데,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보다 약한 다른 자들의 싸움에 난입해서 어부지리를 취한 게 용서가 안 된다고 했다.

근데 프랑의 말대로 저놈들은 짐승이자 괴물들인데 사람의 잣대를 가져다 대면 안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여자가 화났을 때 편들어줄 줄 아는 현명한 남자.

“저런 비열한 것들은 내가 반드시 응징해줄 거야.”

-네! 서하라면 저것들을 따끔하게 혼내줄 수 있을 거예요!-

프랑은 눈썹을 살짝 치켜뜬 상태로 날 믿는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니…. 혼내주는 게 아니라 죽일건데요.

잠시 저것들을 죽였다고 프랑이 날 보고 실망하진 않을까 계산해봤는데 높은 확률로 실망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무튼, 공간 지각 + 신체 강화 + 무속 성 탄 발사 = 완전체의 공식은 아직 완성시키지 못했다.

대충 방식은 정해졌지만 세밀한 컨트롤이 어렵다고 해야 하나?

팅~! 쿠아아앙!

“으악!”

-꺄아! 서하! 괜찮나요?!-

바로 10m 앞에서 터져나간 무 속성 탄 때문에 전신에 깨진 돌멩이며 부러진 나무 등이 날라왔지만, 황급히 두 팔과 상체로 마나 시브를 돌리면서 몸을 웅크리고 팔로 머리를 가려서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였다!

“아오…. 진짜 어렵네! 이거!”

일단 베이스는 마나 시브의 공간 지각이 되는데, 이건 일부러 발동시키지 않아도 마나 시브에 의해 변화된 패턴 덕분에 어째서인지 저절로 공간 지각이 가능해졌으니까 그대로 내버려두고.

위상력을 속성 타입의 나이테 모양으로 여러 줄 만들어서 회전시킨다. 그리고 팅기듯이 팔을 통해 손바닥으로 위상력을 보내서, 발사!

팅! 꽈웅!

“캑!”

-서하!!-

코앞에서 무 속성 탄이 터졌지만, 다행히 전력으로 마나 시브를 돌리는 중이라 상처는 전신 타박상으로 끝났다.

“아야야야! 으으으!”

몸의 앞부분만 두드려 맞은 거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으려니 울상이 된 프랑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하여튼. 여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니까 발사는 성공했지만, 신체 강화 속성의 회전력이 추가되는 바람에 속성 타입만 돌릴 때의 발사와는 차원이 다르게 난이도가 올라가 버린 거다! 거기다 나선력 속성이 추가된 건지 위력도 무진장 올라가 버렸다!

TP는 0.1 단위로 쪼개서 날리고 있는데도 TP를 10 쓸 때와 비슷한 충격이 연신 터지고 있었는데, 세밀하게 TP를 나눌 실력이 되지 않아서 최대한 줄인 게 0.1 TP다.

단순하게 그냥 속성 타입으로 똑같은 양의 TP를 쐈을 때의 100배 위력이라고?

처음에 뭣도 모르고 10 TP를 써서 날렸다가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대충 20m 밖에서 터진 거 같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 5m까지 소멸한 걸 봤거든…

진짜로 잠시동안 기절해버렸었는데 프랑의 말로는 10초 동안 널브러져서 꿈쩍도 안 하는 바람에 심장이 철렁할 정도로 놀랬다고 했다.

…심장도 없으면서.

아무튼, 손에서 발사된 위상력도 굉장히 불안정해져서 제멋대로 터지기 일쑤고 날아가는 거리도 종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부정형의 모양은 속성 타입에 딱히 필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건 나이테 모양이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단지 발사 방식이 팅겨서 위상력 덩어리를 날려 보내는 방식이다 보니 늘어난 고무줄 같은 부정형이었을 뿐, 어떤 모양이든지 팅겨낼 수만 있다면 위상력의 모양은 상관이 없다는 거지.

땅에 드러누워서 까맣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프랑이 사르르 내려와 내 위로 엎드리면서 내 뺨을 쓰다듬어준다.

-몸에 멍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끙. 내가 미숙해서 마나 시브의 컨트롤이 소숫점 두 자리까지는 불가능해. 두 자릿수 까지 나눌 수 있으면 위력도 많이 줄어들어서 연습이 쉬울 텐데.”

하여튼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게 없다는 말은 진짜…. 나랑 너무 잘 맞는 거 아냐?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프랑은 잃은 것만 잔뜩이고 얻은 게 없으니까.

이형종이 되고 육체를 잃고 유령이 됐다가 (타칭) 정령이 됐으니까.

육체를 잃었다는 점에서 모든 걸 잃은 거나 마찬가지잖아.

“…차라리 가속을 무진장 빨리해볼까?”

-그,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가속하면 할수록 더 위력이 강해졌잖아요….-

“아, 그거 말고. 팅겨서 날릴 때 말야.”

-아!-

“어중간하게 팅겨내면서 날리는 데만 집중하니까 불안정한걸지도 몰라. 팅겨올릴때 오히려 빠르고 강하게 회전시키면서 날리면 가능하지 않을까?”

-으음….-

프랑은 내 말을 듣고서는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확실히 가속을 통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법이 있어요. 간단하게 자전거만 봐도 그렇죠. 서하가 위상력을 돌리는 방식도 원심력에 가속도를 이용하는 방식이니까 가능성이 보이네요.-

“응. 다시 해보자.”

-네!-

혈투 직후 이형종들의 숫자가 꽤 줄어서 내 범위 안에 5마리까지 줄었었지만, 줄어든 만큼 다른 곳에서 유입되는지 싸움이 끝나고 3시간이 지나자 다시금 하위 이형종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지금은 내 범위 안에 20마리까지 늘어났다..

특히 수많은 이형종의 사체가 널부러져있는 곳은 여러 놈들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콥스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띵~~~ 투가가가가각… 쿠우우우웅!

수많은 나무들을 관통하면서 날아간 TP 덩어리는 가슴이 떨리는 울림 소리를 만들어내면서 폭발했다!

“됐어!!”

-꺄아! 성공했어요~!-

역시 팅기는 순간부터 발사하는 순간까지 순간 회전력과 가속도를 올리는 게 정답이었다!

팅~~~! 투가각 꾸웅!

“으헥!”

-아앗! 집중! 집중하세요!-

“후우. 정신 집중을 하는 게 은근히 신경을 많이 쓰네.”

이제 10번을 날리면 8번은 내가 원한만큼의 거리를 날려 보내 폭발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2번은 조금 불안정해져서 제대로 관통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나무를 지나쳐가다가 중간에 폭발해버렸다.

사정거리는 내 공간 지각 범위만큼. 공격 범위는 내 의지대로.

즉 최대 1km까지 날려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분석 능력이 사라지면서 레이저 사이트 기능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하게는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감 感이라는 부분에 의지해 날리는 쪽이 되어버렸다.

물론 시야에 빨간 선 같은 건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날리면 저기까지 날라가서 어느 부분에 맞출 수 있겠다는 확신에 찬 감각이 느껴졌다.

연사 속도는 5초에 한발씩, 양손으로 번갈아 쏘면 2.5초마다 날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신체 강화 능력도 쓸 수 있다!

TP의 양을 조금씩 늘리면서 연습해봤는데 TP의 양을 늘릴수록 발사 시간이 늘어났다. 무서워서 많이는 못 넣어봤지만 대충 10 TP마다 10%씩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마나 시브를 그냥 신체 강화 타입으로 돌리면 내 몸이 몇 배나 강화되는지 모르겠네. 프랑은 어땠어?”

-제가 막 신체 강화 능력을 각성했을 때는, 2배 정도의 신체 능력을 보여줬어요.-

“막 각성했는데 2배라니…. 화연이 누나는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분명 프랑이 과거 이야기를 해줄 때 최하위인지 하위인지는 모르지만, 이형종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었다고 했잖아.

-신체 강화에 관해서는 기사라서 제가 좀 배운 게 있어요. I 클래스의 신체 강화자를 기준으로 잡고, 클래스가 한 단계식 오를 때 마다 1배씩 신체 능력이 상승한다고 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바로 H 클래스가 되어서 2배. 화연 씨라면 신체 강화가 I 클래스의 8배죠. -

“어? 일반인의 8배가 아니라?”

-후후. 그랬다면 전면에서 이형종의 공격을 몸으로 막아낼 수 없을거에요. 비교 대상은 같은 신체 강화 능력자를 기준으로 한 거래요.-

“아, 그것도 그러네.”

-거기다 기술이나 기타 능력으로 신체를 단한하게 만들거나 유연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형종이 되었을 때 특정 부위에 힘을 집중해서 강철보다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신체 강화 능력 중에 그런 피부 강화, 그러니까 스톤스킨이랄까 그런 능력이 있다고는 못 본 거 같은데…. 그러고 보면 B 클래스 다섯이 모여야 C 클래스 수준의 고위급 이형종을 잡을 수 있다고 했지? 게다가 A 클래스 셋이 B 클래스 이형종을 못 잡다니…. 상위급 이형종부터 아무 음식 안 먹고 위상력만으로도 살 수 있다고 했으니까, 정말 상위급 이형종부터는 뭔가가 있나 보다.”

-하지만 이형종과 능력자의 급수로 단순 계산하면 안 돼요!-

“어?! 왜?”

-중위 이상의 이형종들 부터는 1+1은 2가 아니라 4가 될 수도 5, 6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어째서 A 클래스 능력자가 혼자 고위 이형종을 잡다가 잘못하면 죽는지 생각해보셔야 해요.-

“헉…. 그런 건가. 어제 좀비 펭귄을 너무 쉽게 잡아서 나도 모르게 얕보고 있었나 봐.”

-그러니까 중위 이하의 이형종은 주의, 또 주의하시고 그 이상은 무조건 경계하는 게 좋아요. 이건 저희 평기사 교범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응 알았어.”

-양아치 이무기 같은 최상위라면……. 그 크기에 그런 벼락을 막 쏘는 걸 생각해보면 아직도 소름이 돋아요….-

벼락을 마구 떨구던 이무기가 생각났는지 프랑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놈은 내가 강해지면 진짜, 꼭 복수할 거야.”

프랑은 차마 응원을 못 하고, 말리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새끼는 프랑의 영혼석을 노리고 왔는걸? 절대 용서 못 해.

“하여튼. 마나 시브를 돌렸을 때 신체 강화가 몇 배나 되는지 확인 좀 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능력대로라면 E 클래스니까 5배 능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으음…. 그렇게 강해진 거 같진 않단말야? 신체 능력이란 게 1+1=2가 아니니까 정확하게 어느 정돈지 비교를 못 하겠다.

-저도 감각적으로 느낀 거라…. 몰라서 죄송해요.-

“응? 아냐 아냐. 마나 시브를 돌려서 신체 강화 타입이 되면 뭔가 보통의 평범한 신체 강화자랑은 다른 거 같아. 가속하면 위상력도 소비되면서 더 빨라지잖아? 그리고 속성 탄 발사도 무 속성 탄이 날아가고…. 무 속성 탄이라고 하니까 뭔가 좀 이상하다. 그냥 마나 탄이라고 해야지.”

-마나 탄! Mana彈인가요?-

“응. 중2병 돋지? 킥킥.”

============================ 작품 후기 ============================

한 분 한 분의 코멘트는 전부 읽어보고 있습니다.

제목은.... ^^;; 괜찮은게 있을까요 ㅠㅠ? 그래도 77이벤트가 끝나기전에는 수정이 안된다고하더군요.

초반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고 하셔서 제목이 바뀔때 몇일 연재를 중단해서라도 완전히 뜯어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후에 일을 하느라 하루에 2편 쓰기도 빠듯하네요;

트론 // 예리하신데요 -_-?!

후원 쿠폰과 원고료 쿠폰 주시는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주신분들 명단은 공지에 영구 소장중이에요!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 한번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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