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8 가슴 산 =========================================================================
해가 떠오르며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나뭇잎을 따 먹는 걸로 아침을 해결하면서 프랑에게 물었다.
“내 감지 범위의 절반 정도가 산으로 가득 차있는데, 하위 이형종은 50마리가 넘어가고 있어. 산의 중심부로 들어가서 내 감지 범위 전체에 산을 넣으면 100마리는 넘어갈 거 같은데, 지름 2km 범위에 모여있는 이형종치고는 너무 많은 거 같지?”
-서하가 말한 숫자는…. 너무 많아요. 1마리당 20m의 자기 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셈이 되는데,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밀도인 거 같아요.-
서로가 먹고 먹히는 이형종의 먹이 사슬을 생각해보면, 눈을 조금만 돌려도 다른 이형종이 보인다, 그런데 싸우지 않고 가만히 있다?
말이 안 된다. 아무튼 내 말을 기다리는 프랑에게 설명해주자.
“이 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근처에 실버 화이트 울프 4마리가 있어. 1마리는 수컷으로 길이가 2m를 넘어, 3마리는 암컷인데 1.5m 정도에 암컷들은 위상석도 없고 위상력도 160 언저리야. 하지만 수컷의 위상력이 450 정도에 위상석도 300 정도라 이 산의 주인 같다고 생각하는데, 프랑은 어떻게 생각해?”
-중위급에 다다른 중하위급 이형종이라니,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살고 있다면 그 실버 화이트 울프가 이 산의 주인일 거 같아요. 다른 중하위급은 없나요?-
“내 감지 범위 좌우 끝에, 능선 꼭대기의 끝자락에 1마리씩 느껴지는데 그놈들은 110 정도밖에 안되고 길이도 1.3m 정도인 실버 화이트 울프야.”
산은 북쪽에서 시작되어 비스듬하게 남서쪽으로 내려가는 모양이었는데 내가 있는 곳은 산봉우리와 가장 가까운 중심부였다.
-그 실버 화이트 울프는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간 갓 성체가 된 실버 화이트 울프일지도 몰라요.-
“그걸 어떻게 알아?”
프랑은 내 다리 사이에 앉아서 내 가슴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었는데 무릎을 모아 앉은 자세라 그런지 조그맣고 귀여운 다람쥐 같아서 다시금 붙잡고 괴롭혀보고 싶은 모습이었다.
살짝 손을 들어 프랑의 부드러운 백금색 머리카락을 쓸어보며 물었다.
“실버 화이트 울프는 가족 단위로 지낸다고 하던데 성체가 된 새끼를 쫒아내버린거야? 자기 자리를 위협할까 봐?”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저는 영역을 확장할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아, 새끼를 보내서 자기 종족의 활동 영역을 늘리고, 덩달아 새끼들도 하위급이랑 싸우게 해서 성장시키고?”
-네. 실버 화이트 울프는 같은 종족, 가족끼리 무리 짓는 습성이 있으니까요. 지금 가득 찬 물이 다 마르기까지는 2개월가량 걸리는데, 그동안이면 하위 이형종들을 제물 삼아 영역 확장을 할지도 몰라요.-
프랑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저렇게 중하위급들이 지키고 있다가, 하위 이형종들끼리 싸워서 진화하는 놈이 나오면 잡아 죽여서 먹고 그러는 건가?
그나저나 4~5일간 비가 내려서 물이 차오르고 그 물이 천천히 다 마르는데 2개월이 걸린단 건가? 징그러운 지역이네. 확실히 섬에서도 수위가 조금 줄어들어 있었지.
시간이 흘러서 아침 7시가 넘어가니 주위가 완전히 밝아졌는데 고양이과 이형종들은 잠에서 깰 생각을 안 한다. 반쯤 선잠이 든 상태라서, 푹 자는 것보다 늦게 활동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실버 화이트 울프 부부들도 잠에서 깼지만 뒹굴면서 서로 장난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무척이나 평화스러워 보였다.
“저 실버 화이트 울프를 잡고 싶은데.”
-4마리는 위험해요.-
내 말에 프랑은 날 돌아보며 내 어깨를 잡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알아. 나도 4:1로 싸울 만큼 멍청하진 않아, 그러니까 여기서 버티면서 속성 타입을 연구해볼꺼야.”
-…저도 서하가 강해지는 것을 바라지만, 위험한 일을 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흐음. 프랑, 내가 두 번째 각성을 했을 때 가족들 앞에서 한 이야기, 기억나?”
-네에.-
프랑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 건지 눈꼬리가 살짝 쳐진다. 손을 들어 그런 눈썹을 살짝 어루만져주고 말했다.
“나도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일하면서 프랑이랑 즐겁게 살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해. 힘을 얻는 데는 리스크도 있는 법이잖아.”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높은 위험성에는 높은 대가가 따른다.
첫 번째 위상 세계에서 15일간 버티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내 능력은 언제나 위험을 수반했을 때 크게 성장했으니까.
“무엇보다, 공간 지각으로 보이지 않는 귀환 포인트가 걱정돼. 이곳에서 이형종을 정리하면서 그 부분도 육안으로 직접 찾아볼 생각이야.”
-그럼, 위험할 때 저도 돕는 걸 허락해주세요!-
그 말을 왜 안 하나 했다.
“후우…. 프랑은 내가 하지 말래도 위험한 상황이 오면 벼락을 쏠 거지?”
-네. 서하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마주치는 것 보다, 제가 조금 덜 사는 게 나아요.-
단호한 표정으로 날 보면서 말하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이 아가씨는 그걸 왜 몰라주나.
“난 프랑이 없으면 안 돼. 프랑하고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 그것만 기억해줘.”
-…네!-
환하게 웃으면서 날 살짝 끌어안아 주는 프랑의 온기를 느끼며 다짐했다.
실버 화이트 울프 수컷을 잡아서 반드시 위상석을 꺼내야겠다. 그걸로 영혼석에 위상력을 충전할 방법을 확실히 연구해야겠어.
해가 조금 더 떠오르자 확실히 여기저기 늘어져 있던 이형종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놈들은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는 걸까? 감지 범위 안에는 평범한 동물들은 하나도 없었다. 여기저기 뒹구는 뼈다귀들을 보면 진작에 다 잡아먹힌 거겠지.
그랬는데 역시나, 감지 범위 이곳저곳에서 이형종들이 맞붙는 게 보인다. 갓 성체가 된 듯한 실버 화이트 울프 두 마리도 여기저기서 달려드는 하위 이형종들과 싸우고 있었다.
근데 실버 화이트 울프 입장에서는 별로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 게 보인다. 왠가 생각해봤는데 역시나 잡아 죽여봤자 위상력이 안 오르니까 그런가?
자세히 보니 실버 화이트 울프의 몸 이곳저곳에 덜 아문 상처가 보이는 게 꽤나 치열하게 싸워왔나 보다. 하위 이형종 입장에서는 죽이면 위상력 증진의 기회일 테니 상처가 보일 때 달려드나 보다.
나는 마나 시브를 움직여 속성 타입으로 변화시키면서 일단 육체에 적응부터 먼저 시키기로 했다. 그러면서 공간 지각으로 곳곳에서 이형종 끼리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간 하위 이형종 수는 더 줄어들고 중하위 이형종이 늘어날 거 같다.
그리고 저 산의 주인 가족들한테 죽임당해서 양분이 되어주겠지.
혹시 살아남아 나한테 덤벼든다는 가정을 해봤다.
죄다 천부적인 사냥꾼들이라는 고양잇과 이형종이라 중하위급으로 진화해버리면 아무리 내가 E 클래스, 이형종으로 비교하면 중상위급이지만 부족한 근접전투 능력으로는 상대하기 힘들 거다. 그게 2마리, 3마리가 돼버린다면 정말 감당 못 하겠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프고 직접 주먹을 나누는 건 싫어했다.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려 하면 내 쪽에서 먼저 물러났고,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도망가는 쪽을 선택했었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되면 눈을 감고 두 손을 붕붕 휘두르며 달려드는 게 전부였었다.
…그리고 흠씬 두드려 맞았지.
게임을 하더라도 근접 쪽보다는 원거리를 애용했고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 PvP보다는 몬스터와 싸우는 PvE를 하면서 원거리에서 농락하는 걸 좋아했었다.
그리고 위상 세계에 넘어와서 알게 됐지만, 역시 근접 전투보단 원거리 전투가 나에게 더 알맞다는 걸 알게 됐다.
감지와 분석 능력 덕분에 내가 마치 나 자신이 아닌 것처럼 싸웠지만, 효율은 정말 꽝이었으니까.
물론 근접 전투훈련을 하면 나아는 질 테고 원거리 전투, 그러니까 사격이나 저격 같은데 자질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지만, 하지만 원거리라면 일단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메리트가 있잖아.
“이형종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어. 안 싸우고 숨어있는 것들도 많지만, 비슷한 위상력을 가진 것들이라 그런지 꽤 치열하게 싸우네.”
-이형종이 다가오지는 않나요?-
“어?! 잠깐.”
잠시 싸우는 이형종들의 몸 안을 감지해봤는데 놈들의 몸 안이 회오리처럼 소용돌이치고 있는 게 보인다!
프랑은 내 제지에 눈이 동그래져서 말을 멈췄다.
“아. 맞다. 이형종 분류도 능력자랑 똑같댔지?”
-네.-
“싸우고 있는 이형종들의 몸 안의 위상력이 신체 강화 능력자처럼 막 회오리치길래. 조금 놀랬어.”
-…아.-
“…아.-
아무래도 프랑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거 같지?
“속성타입 이형종!”
-속성타입 이형종! 맞아요! 속성 타입 이형종의 전투를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흥분했는지 얼굴이 조금 상기된 프랑은 눈을 반짝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좋아. 마나 시브로 속성 타입으로 움직이는 연습을 하면서 속성을 쓰는 이형종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보자! 그리고 나타나면 감지하는 거야!”
-네!-
이형종이 많아서 좀 불안했었는데, 오히려 기회가 될 거 같다.
“아까 이형종이 다가오지 않냐고 물었었지? 여기는 아무래도 물가라 그런지 다가오진 않아. 그래도 물을 마시러 올 수 있으니까 긴장은 풀면 안 돼.”
-네.-
대부분의 싸움은 죽는 놈들이 나오지 않은 채 조용히 끝났지만, 실버 화이트 울프 2마리 근처에는 2마리 3마리씩 죽어 나자빠진 하위 이형종이 생겨났다.
역시나 위상력은 실버 화이트 울프에게 흡수되지 않고 공중으로 그냥 퍼져나가 버렸다.
두 놈은 전신에 피 칠갑이 된 채 죽인 하위 이형종의 시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밥이 먹고 싶어졌다.
10시간이 넘는 수영으로 소비한 칼로리는 수분 나뭇잎의 수분과 섬유질로는 보충이 안 된다. 거기다 마나 시브로 속성 타입 위상력 연습을 하니 칼로리 소비가 꽤 높아졌다.
공간 지각으로 산 주변을 둘러보면 물속에 잠긴 나무 사이에 물고기가 여럿 보이지만 낚을 방법이 없다. 하위 이형종 1마리를 잡아먹을까 생각해봤는데, 재수 없으면 어그로가 튀어서 십수 마리가 달려들지 모르니 포기해버렸다.
어째서인지 반경 100m 이내에는 이형종이 3마리밖에 없었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갑자기 이형종 밀집도가 확 늘어나니까. 어그로를 끌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나랑 가장 가까이 있던 연녹색의 레오파드 캣은 아침이 되자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가더니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나뭇가지에 몸을 걸치고 네 다리를 쭉 늘어트린 채 다시 잠자기 시작했었다.
저 녀석은 밥도 안 먹나? 되게 게으른 놈이네.
7m 정도 되는 높이까지는 수월하게 뛰어 올라오는 레오파드 캣의 모습을 확인하니 새삼 나무 위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지. 별다른 해결 방법도 없고.
프랑은 여전히 내 가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가끔 주변을 살펴보며 얌전히 있는 모습이 날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려는 걸로 보였다.
“프랑.”
-네?-
내가 말을 걸자 프랑은 고개를 돌려날 보았다. …그녀의 생명의 시간을 쓰게 만들려는 기분이다.
“…미안해.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미안해하시지 마세요!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건 뭐든지 들어드릴게요!-
그러니까 뭐든 지라는 말은 위험하다니까…!
“연습하는 데 칼로리 소비가 너무 커. 이대로면 또 살이 막 빠질 거야. 칼로리를 보충해야 할 거 같아.”
-음. 주변에 동물이라던가 숨어있는 게 있나요?-
프랑은 사냥을 해야 한다는 걸 금방 파악했나 보다. 나는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응. 저기에 보면 물속에 수분 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그 나뭇잎 사이에 내 팔뚝만 한 물고기가 3마리 숨어있어. 그것들 잡는 데 도와줄래? 약하게 전기를 일으켜도 민물이라 기절해서 둥둥 떠오를 거야.”
프랑은 얼굴빛이 환하게 바뀌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힘차게 말했다.
-네! 맡겨주세요!-
그녀는 금방 내가 가르킨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고 나도 마나 시브를 신체 강화 타입으로 돌리면서 뒤따라갔다.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간 프랑을 지켜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있는 물고기를 찾다가 1마리를 발견하고 다시 나머지 2마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정말 미약하게, TP로 수치를 표현하면 0.01 정도? 그야말로 썼는지 안 썼는지 모를 정도로 미세하게 전류를 흘려서 물고기를 놀래키면서 한 곳으로 몰더니 3마리의 물고기가 모인 순간 TP를 1 정도 써서 전기 일으켜 단번에 물고기 3마리를 기절시켜 버렸다.
와, 전기의 컨트롤이 무진장 섬세하다.
물고기가 기절해서 둥둥 떠오르다 나뭇가지에 걸린 걸 보고 물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물속에서 손가락으로 물고기의 배를 갈라 내장과 머리통을 뜯어서 버리고 뾰족하게 자른 나뭇가지에 3마리를 끼우고 원래 숨어있던 나무로 돌아왔다.
“프랑 대단해. 언제 그렇게 컨트롤이 섬세해졌어?”
-그, 그게.-
내 감탄에 프랑은 얼굴을 붉히면서 우물쭈물하다가 부끄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서하에게 키스할 때 조금씩 연습했었어요.-
“아…. 그 짜릿하고 따뜻했던 감촉 그거 말이지?”
-아우우.-
내 말에 프랑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내 등으로 몸을 숨겨버렸다.
킥킥. 부끄러워하는 것도 정말 귀엽다니까.
일단 물고기 1마리를 집어 들어서 손끝으로 비늘을 긁어내면서 조금 살을 뜯어 먹었다.
개인적으로 생선 뼈가 입안을 찌르는 느낌 때문에 회는 잘 안 먹는데, 마나 시브를 입안으로 돌렸더니 생선 뼈가 마치 과자마냥 바삭하게 입안에서 잘게 부서지는 거 같다.
열심히 꼭꼭 씹어서 먹으니 뜻밖에 고소한 맛이…. 느껴지기는커녕 비린내 때문에 먹는 게 고역이다!!
“으윽…. 비린내랑 비린 맛이 너무 심해!”
-…민물고기라서 그런가 봐요. 구울 수만 있어도 나을 텐데.-
안타까워하는 프랑의 표정을 반찬 삼아 열심히 나뭇잎을 뜯어 함께 씹으면서 비린 맛을 죽이고 3마리를 다 먹어치우니 그제서야 포만감이 들었다. 비위가 좀 강해진 건지 비린내도 억지로 참고 먹을 만했다.
그랬더니 프랑은 장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줬는데…. 이제 프랑이랑 접촉도 가능해지고, 내 손길에 흥분하고 오르가슴까지 느낀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진짜 날 잡고 나도 남자라는걸 프랑한테 각인시켜줘야겠다.
입가심으로 다시 나뭇잎을 뜯어먹으며 마나 시브를 속성 타입으로 변환시켜본다. 30초 정도 걸려서 속성 타입 형태로 변환시켰고 다시 신체 강화 타입으로 변환시켜봤는데 이번에는 3초도 걸리지 않아서 순식간에 바꼈다.
“신체 강화 타입으로 마나 시브를 변환하는 데는 3초도 안 걸리는데, 속성 타입으로 변화하는 데는 30초나 걸려. 스위칭을 좀 더 빠르게 연습하면 치고 빠지기도 가능하겠는걸?”
프랑은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와 마주 보고 있었는데, 아까처럼 나한테 기대앉으면 좋겠는데 다시 붙기는 부끄러운가 보다.
-화이팅이에요!-
“응. 엇?!”
프랑의 귀여운 응원을 보고 흐뭇한 웃음을 짓던 와중에 갑자기 내 감지 범위 밖의 가슴 산 반대편에서 위상력 덩어리가 슝 하고 날라오는 게 보였다!
위상력 덩어리는 10 TP 정도에 내 손바닥 크기만 한 녹색의 동그란 모양이었는데 기묘한 회전력을 품은 채 가슴 산의 주인인 실버 화이트 울프 수컷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산의 주인은 이미 위상력 덩어리를 감지하고 있었다는 듯이 가볍게 뛰어서 피해버렸다.
빗나간 위상력 덩어리는 근처 나무의 밑동에 닿더니.
뻐엉!! 콰지직 우지끈.
크게 폭발하면서 나무 밑동을 절반 정도 날려버렸다! 고작 10 TP의 위상력덩어리인데 지름 5m의 나무 둥치를 일격에 박살 내버리다니 ?!
쓰러지면서 굉음을 일으키는 나무의 모습을 보니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산 정상에서 들려온 굉음에 프랑도 놀란 눈으로 정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녹색의 동그란 위상력 덩어리가 내 감지 범위 밖에서 날라왔는데, 나무에 닿으니까 나무가 터져나갔어!”
-터지는 소리가 압축된 바람이 터지는 소리에요!-
폭발음과 나무가 부러지며 다른 나무들을 덮쳐가는 굉음에 산 정산 주변에 있던 이형종들이 놀래서 산 아래로 도망치는 게 보인다! 덩달아 그 모습에 위협을 느낀 놈들이 달려오던 이형종과 맞붙어 싸우기 시작하고, 산 정상에서도 실버 화이트 울프와…. 바람 너구리?!
“너구리다! 크기가 산의 주인과 비슷해! 몸이 녹색으로 물들어있…. 어?!”
어느새 감지 범위 안으로 들어온 너구리는 몸이 밝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몸 안의 위상력 모양이 마치 속성 타입 능력자처럼 부정형이다! 동시에 실버 화이트 울프의 위상력도 신체 강화 타입처럼 소용돌이 모양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속성 타입 너구리인가 봐! 앗!”
순간 녹색 너구리의 몸 안에 있던 위상력이 주둥이 쪽으로 팅기듯이 한번 출렁거리더니 출렁거린 위상력의 끝부분이 떨어져 나오면서 급회전을 타고 산의 주인에게 쏘아져 나간다!!
“저거다! 속성 타입의 공격 방법이 저 방식이었어!”
산 정상 아래에서 난데없이 벌어지는 하위 이형종들의 대규모 전투는 신경끄고 산의 주인과 그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은 녹색 너구리와의 혈투에 집중했다.
산의 주인은 빠른 속도로 산꼭대기의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녹색 너구리가 쏘아대는 바람 탄을 피하고 녹색 너구리는 주둥이를 돌리며 산의 주인에게 바람 탄을 쏘아낸다!
녹색 너구리의 위상력도 430! 심장에 위상석까지 품고 있었는데 위상석에도 200가량의 위상력이 응집되어있었다! 바람 탄을 한 번씩 쏘아낼 때마다 위상력의 기운이 10씩 줄어드는 걸 보면 바람 탄 한발에 위상력을 10 TP씩 쓰는 거 같다!
바람 탄을 피해 몇 번 점프하다 녹색 너구리의 뒤를 잡는 순간 산의 주인은 포효를 지르며 녹색 너구리에게 달려들었다!
크허어헝!
하악! 그르르륵!
녹색 너구리도 똑같이 위협을 하며 뒤로 펄쩍 뛰며 주둥이로 바람 탄을 쏘아내는데 쏘아낸 바람 탄이 산의 주인에게 스쳐 지나갈 때마다 피부가 살짝 패이고 피가 튀었지만, 산의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녹색 너구리를 덮쳐서 주둥이로 녹색 너구리의 목덜미를 물어갔다!
딱!
크샤악!
아슬아슬하게 산 주인의 이빨에 정통으로 물리는 건 피했지만, 스치는 바람에 살짝 패인 목의 상처에 녹색 너구리는 분노하면서 물러나는데 그제야 뒤로 접근하던 3마리의 암컷 실버 화이트 울프를 발견했는지 쇳소리를 내면서 사방으로 미친 듯이 바람 탄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퍼퍼펑! 펑! 퍼펑!
사방에서 터져나가는 바람과 풍압때문에 암컷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그나마 산의 주인만 이리저리 바람 탄을 피하면서 녹색 너구리의 틈을 노리는데 녹색 너구리도 그걸 눈치챘는지 펄쩍 뛰어오르더니 주둥이를 아래로 하며 발치에 위상력을 3배나 쏟아부은 바람 탄을 발사해버렸다!
쿠앙!!
그리고 풍압에 몸을 실어 반대편 산 아래로 날아가 버리는 녹색 너구리.
녹색 너구리의 몸 안에 남은 TP는 30가량, 위력은 세지만 TP 소비량도 많아서 그런지 실버 화이트 울프를 압도적으로 몰아세우지만, 그 시간이 길지 못했다.
TP를 다 소비하면 그 뒤로는 실버 화이트 울프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할 테니 도망가버리는 게 정답이었겠지.
쿠웅…!
멀리서 희미한 폭음 소리가 들려왔는데 착지할 때 남은 TP를 썼나 보다.
산의 주인은 그 모습을 산꼭대기에서 고고한 자세로 고개를 들고 아래쪽을 내려다보는데, 마치 왕과 같은 위엄이 살짝 엿보였다.
꿀꺽.
막강한 위력의 바람 탄을 보니 긴장감에 절로 침이 넘어간다. 저런 놈과 지금 맞붙으면…. 이길 수 있을까?
몸에 마나 시브를 신체 강화 타입으로 돌리면 빠른 속도로 회피는 할 수 있겠지만 접근전은 무리야. 가까이 다가갔다간…. 으으.
긴장된 얼굴로 산 정상을 바라보는 나와 폭음이 들려오던 장소를 번갈아 보던 프랑에게 말했다.
“4마리의 협공은 이겨낼 수 없었나 보다. 바람 탄을 정통으로 맞추면 산의 주인도 큰 상처를 입을 거 같은데, 산의 주인도 신체 강화 타입인지 이리저리 다 피해버리니까 별수가 없었나 봐.”
-너구리는 도망간 건가요?-
“응. 바닥으로 TP를 3배나 써서 바람 탄을 발아래에 터트리더니 풍압을 이용해서 도망가버렸어. 놈이 어떤 이형종인지 생각나는 거 있어?”
-라쿤 계열의 이형종은 워낙 많아서…. 속성 타입의 엘레멘탈 라쿤이라는 걸 들은 기억이 나요.-
“그럼 바람 너구리라고 하자.”
하지만 프랑은 바람 너구리의 일 따위는 관심도 없었는지 두 손을 꼭 쥐고 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씨익.
이 대답을 원하는 거겠지?
“속성 탄 발사 요령, 알 거 같아.”
그제서야 프랑도 환하게 웃으면서 몸을 날려 내 상체를 껴안았다! 바람 녹색 너구리가 발사한 방식을 본 대로 따라 하면 나도 속성 탄을 발사할 수 있을 거 같다!
그것보다 맨살에 닿는 프랑의 맨가슴 감촉이 더 흐뭇한 거 같아.
“속성 탄의 발사 요령은, 몸의 특정 부위로 위상력을 모아서 팅기듯이 날리는 느낌인 거 같아. 그러니까 새 총에 탄환을 매겨서 쭈욱 잡아당긴 다음에 손을 놓으면 반작용으로 날아가잖아? TP를 한 곳에 살짝 응축시키고 잡아당겼다가 쏘아내는 게 포인트겠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내 설명을 들은 프랑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기대감이 한껏 섞인 눈으로 날 바라본다.
“좋아. 해볼까.”
마나 시브를 움직여 활줄을 팅기듯이 가슴에서 시작해 팔을 타고 손바닥으로 살짝 팅겨 올렸더니 손바닥에서 짜르르한 느낌이 퍼지면서 팅긴 주변을 흐르던 TP가 손바닥 중심에서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된다!”
-?!-
위상력을 최소한으로 응축시켜 쏜 거지만 물빛으로 빛나는 좁쌀만 한 위상력이 튀어나왔다가 공중에서 사라지는 걸 보니 자신감이 급 차오른다!
-성공하신 건가요?!-
“어? 프랑한테는 안보였어? 방금 손바닥에서 물빛 덩어리가 튀어나왔다가 사라졌는데!”
-네에, 안보였어요.-
어라? 내가 속성 탄을 쏘아내는 걸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지 프랑은 기념적인 첫 성공을 못 봤다는 생각에 실망하고 울상을 지었다.
“난 마나 시브를 돌리고 있어서 눈에 보인 건가? 다시 한 번 해볼게!”
아까는, 0.1 TP? 정도를 모아서 쐈으니까 이번에는 10 정도를 쏴 볼까? 손을 뻗어 그 소란에서도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레오파드 캣에게 조준한다. 거리상으로는 70m나 떨어져 있는 데다 나무들이 가로막고 있으니까 뭐.
큰일이야 나겠어?
우선 눈에 모은 마나 시브를 풀었다. 그리고 TP를 모아서 응축하고, 최대한 당겼다가, 팅겨낸다!
팅~
그 순간 손에서 무채색의 투명한 TP 덩어리가 맑은 울림소리를 내면서 튀어나왔다…는걸 공간 지각으로 알았다!
“어?”
투두두두둑, 뻐어엉!!
-꺄악?!-
“흐헉?!”
TP 덩어리는……. 손바닥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내가 투창기를 이용해 날린 나무 창과 비슷한 속도로, 일직선으로 모든 걸 꿰뚫으며 날아가더니 잠든 레오파드 캣에게 닿는 순간 굉음을 일으키며 터져나갔다!
공기까지 떨리는 폭발에 주변에 있던 하위 이형종이 다시 놀라 날뛰면서 폭발의 반대쪽으로 도망쳐가는 게 공간 지각으로 보인다.
“…….”
나는 폭심지를 중심으로 반경 5m가 깨끗하게 날아가 버린 모습에 할 말을 잃었고, 프랑은 입을 다물고 황당한 표정으로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날아갔다.
-이, 이게 대체….-
프랑을 쫓아 뒤늦게 도착한 나도 폭발의 흔적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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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수를 업로드 하는 시간은 보통 점심때 한 편, 저녁 8시 이후에 한 편 올렸는데 조금 바꿔서 자정 넘어 한편에 오후 3시쯤에 한 편 더 올리는걸로 하겠습니다.
비축분이 여유가 있을때는 하루 두 편씩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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