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7 아…. 욕나온다. =========================================================================
이형종의 시체 때문에 썩어가는 섬 주변의 물은…. 최악이었다. 구질구질하고 시큼한 냄새가 나서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간 육체가 데모를 일으킬 거 같아!
겨우겨우 섬 주변을 벗어나서 여기까지 헤엄칠 때 도움받은 통나무를 숨겨놨던 곳에 도착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나뭇가지 위에 끌어올려놨던 통나무를 찾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멀쩡히 있었다.
뭣보다 물기도 다 빠지고 바짝 말라서 또다시 오랫동안 몸을 의탁해서 헤엄칠 수 있을 거 같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그냥 수영으로 이동해야했을 테니까.
그런데 다른 문제점을 발견했다.
“목욕 가운이 물을 빨아 먹어서 무거워졌어….”
-그냥 허리끈 하나만 뜯어서 가는 수밖에 없겠지요? 언제 끈이 필요해질지 모르니까요.-
“으으.”
…어조는 평온했지만, 눈에서는 뭔가 욕망이 흘러넘치고 있는 프랑을 보니 말이 안 나온다!
진짜로 은근히 프랑도 밝히는 거 같아.
위상력이 늘면서 회복량도 함께 늘었으니까 옷이 없더라도 몸 상태를 현상 유지하면서 이동하는 덴 문제가 없겠지만, 의복을 버리고 팬티 같은 스패츠 한 장만 입고 가려니 인간으로서 뭔가가 좀 껄끄럽다.
뭣보다 프랑의 시선이 느껴져서 좀 창피하다. 너무 노골적으로 보잖아!
…아직도 욕망을 감추지 못한 눈빛으로 기대하고 있는 프랑의 얼굴을 봤다가, 살짝 시선을 내려 가슴과 복근, 아랫배와 프랑의 음부를 차례대로 봐주고 다시 프랑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
“그래. 어떤 아가씨는 홀랑 벗고 다니는데, 난 그래도 속옷은 입고 있잖아!”
-!!-
내 말에 토라진 표정으로 가슴과 음부를 가리며 입술을 삐죽 내민 프랑을 보며 킬킬 웃었다.
물에 젖어 무거운 목욕 가운을 벗은 다음 발톱 검을 들어 조심스럽게 네모난 모양으로 자르고 발톱 검의 날 부분에 살살 감았다. 그냥 손에 쥐고 갈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발톱 검에 내가 다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그렇게 발톱 검을 감싼 뒤 목욕 가운의 긴 허리끈을 이용해 등에 사선으로 비껴매고 투창기도 챙겼다.
“후우. 그럼 가볼까?”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통나무를 잡고 물로 뛰어들었다.
통나무에 몸을 의지한 채 끊임없이 헤엄치면서 주변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 공간 지각으로 계속 살펴보며 프랑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감지와 투시만 극대화되고 분석 능력이 사라진 거 같아. 대신 나에게 적대적인 존재가 나타나면 바로 감지에 걸리게 되고.
-흐응.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분석 능력이 사라진 건 정말 아쉬운 일이네요….-
“응. 아마, 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어.
-생각이요?-
“응. 분석 능력은 내 지식에 맞춰서 상황을 알려주는데, 무의식적으로 감지나 투시에 비해 활용도가 낮다고 생각한 거 같아. 그렇다고 싫다는 생각은 안 했고 그저, 내 지식에 따라 분석해도 알지 못하니까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는 수준이었거든? 게다가 은근히 복잡하고 정보량이 많은 분석 능력은 잘 쓰지 않고 감지와 투시만 자주 썼으니까.”
-그러다가 한 번 더 각성하게 되고 탐색 능력이 진화하면서 분석 능력은 없어졌다는 거네요. 그러니까, 개념적인 부분이 사라지고 감각적이 된 거군요.-
“그런 거 같아. 싸울 때나 뭔가를 만들 때면 분석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지만, 그 외의 행동은 언제나 분석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했으니까…. 내 행동에 능력이 따라가게 된 걸지도.”
분석 능력이 사라진 건 진짜 아쉽다. 하지만 내 행동이 분석 능력을 제외했다는데 어쩌겠어, 받아들여야지.
위상력의 수치도 분석으로 보는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감지 쪽이었다는 걸 알았다.
한동안 분석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마치 환상처럼 눈앞에 여러 창이 떠오르면서 온갖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던 게 분석이었던 거 같다.
분석 능력으로 위상력을 자주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분석 능력을 거의 쓰지 않은 셈이지. 거기다 현실로 돌아간 다음부터는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억지로 능력을 억누르면서 능력을 제한했으니 이무기에게서 도망친 이후부터는 한 번도 안 쓴 거 같다.
이러니 당연히 분석이 사라지지!!
끄응…. 안 그래도 모자란 근접전투인데 적의 공격 방향 예측이나 내가 하는 공격 자세나 방향 수정을 지시해주던 분석이 사라지다니. 엎친 데 덮친 격이구만.
섬을 떠나서 서쪽으로 헤엄치기 시작한 지도 벌써 7시간이 지났다. 주위는 캄캄해졌지만 눈으로 마나 시브를 돌렸더니 반달이 된 달과 별이 뿌리는 빛에도 주변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덩달아 프랑의 아름다운 몸이 총천연색으로 보여서 힘도 나고!
프랑은 내 앞에서 나와 같은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는데 나보다 조금 앞에서 날아가고 있어서 시선을 올려 프랑을 바라보면 중력의 영향을 약간 받고있는 프랑의 유방이라던가, 매끈한 일자형 복근과 탄탄한 아랫배와 조개가 눈에 한 번에 들어오는 위치였다.
새삼 저번에 헤엄칠 때가 생각나게 해주는 포지션이군.
현실에 있을 때는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고 할 일도 은근히 많아서 프랑의 아름다운 알몸을 천천히 감상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처럼 시간이 남아돌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이 프랑의 알몸을 훑기 시작했다.
두 눈으로 몸을 보고, 공간 감지로는 눈이 닿지 않는 부분을 살피고, 그야말로 음흉의 표본이구만….
프랑도 내가 자신의 몸을 본다는 걸 알았는지 슬쩍슬쩍 자세를 바꾸곤 했는데, 딱히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예쁘게 보이려고 자세를 잡는 것 같았다. 거기다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는 게 보이기도 했고.
그런 모습에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렸지만, 프랑의 알몸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성 타입의 위상력을 제대로 컨트롤해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
공간 지각에 대해 확인은 끝났으니 이제 속성 타입을 생각해봐야 할 텐데,
“수영 중이라서 위상력을 신체 강화 타입으로 돌리고 있으니까, 속성 타입의 실험을 못 하겠네.”
-주변에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 서하도 오랫동안 헤엄치고 있었으니까 조금 쉬어야 할 텐데….-
프랑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조금 더 높이 띄우더니 주변을 살펴본다.
“안보일 거야. 지금 수면 높이가 30m까지 차올랐으니까 어지간한 나무들은 죄다 물속에 잠겨있어.”
-아! 감지되는 1km까지 비슷한 지형인가요?-
“응. 뭔가 기억나는 게 있어?”
-네. 평범한 숲이 이어지다가, 잠깐 평지가 나오다가 다시 숲이 이어지는 지점이 있는데, 점점 지형이 높아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조금 더 가면 갑자기 지면이 쑥 내려가는 곳이 있었는데, 그 근방에 작은 산 같은 곳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오오. 그럼 좀 더 가다 보면 섬 같은 데가 또 보이겠네?”
-네!-
“좋아! 힘이 난다!”
7시간을 헤엄쳐오면서 공간 지각 능력으로 계속 주변을 살펴봤는데, 마지막 15일째에 본 빛덩어리들, 빛무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나 시브를 이용해 1시간에 15km 정도를 헤엄쳐서 총 105km 정도를 헤엄쳐왔는데 식물과 땅속에 있는 곤충 같은 것들을 제외하면 생명체가 보이질 않는다.
지금은 1분에 260m 정도를 이동하고 있었는데 이 이상 속도를 내려 해봐도, 그냥 물보라만 심하게 날 뿐 더는 빨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프랑이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고 예쁜 몸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힘을 낼 수 있는 거지, 아니었다면 이렇게 또 무식하게 헤엄만 칠 수는 없었을 거다.
쉬지 않고 헤엄치면서 물속에 잠긴 나무에서 나뭇잎이 많이 달린 가지를 꺾어와서 씹어먹으면서 헤엄치고 있으려니 정신적으로 진짜 지친다.
예전 기억이 남아있어서 더 지치는 기분이다.
-화이팅이에요!-
프랑도 그 점을 눈치챈 거 같아서 일부러 힘이 나는 척했지만 평상시랑 내 모습이 조금 달랐는지 그녀는 내게 다가와서 내 머리를 쓸어넘겨 주고 뺨에 키스를 해주고 살짝 등에 가슴을 비비기도 하는 등 열심히 내 기운을 북돋아 주려 했다.
맨살에 프랑의 가슴이 닿으니까 프랑의 젖꼭지가 등을 살짝 쓸어가는 감각에 짜릿한 기분이 느껴졌다!
2시간가량을 더 헤엄쳤더니 저~ 멀리 1km 너머로 산 꼭대기 같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약 15km/h 속도로 헤엄치고 있었는데도 다가오는 속도가 느린 걸 보면 꽤나 멀리 있나 보다.
1시간을 더 헤엄치다 보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는데…. 높이가 상당한 거 같다.
아빠가 다녔다는 대한 대학교 구경을 갔다가 대학동 옆에 있는 관악산을 본 적이 있는데, 관악산이 저 앞에 있는 산이랑 비슷한 높이 일 거 같다.
산 모양은 여러 산봉우리가 모여 있는 산맥 같은 게 아니라 능선처럼 완만하게 높아지다가 한 곳만 뾰족하게 솟아 나와 있는 모습이었는데 마치…. 여자 유방 같은 모양의 산이었다!
“가슴같이 생긴 산인걸. 후우, 저곳에도 이형종이 많이 있을까?”
-저긴 기억에 나는 곳이에요.-
프랑은 내 말을 듣고 잠시 산을 바라보더니 곧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저렇게 꼭지처럼 솟아올라 있는 모습을 이정표로 삼아서 이형종이었을 적에는 언제나 저 산 주변의 이형종들을 모두 찾아서 죽였던 곳이랍니다.-
“어? 거인일 때면 하나씩 잡아야 했을 텐데, 고위 이형종이 나타나면 죄다 도망가지 않아?”
-실버 나이트 울프에게서 배운 포효가 있었으니까요. 이형종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만큼 조용히 산 정상에 올라서 포효를 연달아 두 번 쓰면 하위급 이하의 이형종들은 모두 죽었는걸요!-
은근히 자랑하는 듯한 프랑의 모습에 살짝 장난기가 생겼다.
“…사실 프랑이 몰그라와 싸울 때 내지른 2번의 포효에 나도 죽을뻔했거든?”
-넷?!-
“이야~ 그땐 진짜 위험했어. 첫 번째 포효는 그냥 깜짝 놀라고 몸이 벌벌 떨릴 정도였었는데, 두 번째 포효를 들으니까 코피 나고 입으로 피도 토하고 장난 아니었…. 어어?! 아냐 아냐 농담이야 농담!”
내 이야기를 듣던 프랑은 갑자기 안색이 새파래지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고 몸도 부들부들 떠는 게 정신적인 충격이 엄청난 모습이다!!
“난 멀쩡하니까! 사실 그때 포효는 내 위상력을 적당히 자극해줘서 나중에 망원 능력도 얻을 수 있게 해줬는걸?! 프랑을 놀려주고 싶어서 살짝 과장해서 말한 거였어! 난 처음 각성했을 때부터 G 클래스! 중하위급이었으니까! 조금 아프긴 했어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어! 게다가 그때 프랑은 본능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였고 내 존재도 정확히 모를 때였잖아?!”
당황해서 헤엄치는 것도 잊고 필사적으로 프랑한테 설명했다! 그냥 놔뒀다간 정신적 쇼크로 어떻게 될지 모를 만큼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니까?!
손을 뻗어서 공중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프랑의 다리를 잡아서 품으로 끌어당기고 마나 시브를 집중해서 꼬옥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진정시킬 수 있었다.
-네에….-
으아…. 프랑 앞에서 크게 다치거나 죽어가는 꼴은 절대 보이면 안 되겠네. 나도 좀 많이 지쳐있던 상황이었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피로가 싹 사라질 정도였다.
“저 산도 천천히 다가가면서 공간 지각으로 살펴볼 테니까. 위험하면 피해서 돌아갈게. 알았지?”
-죄송해요.-
“아냐. 괜찮아.”
진짜다. 오히려 마나 시브로 프랑의 따뜻한 육체를 안으니 지쳤던 기분이 안정되는걸?
달이 머리 위를 지나 슬슬 서쪽으로 지고 있는 밤이 깊어진 상황이라 사방이 적막했다.
물장구 소리가 멀리 퍼질까봐 헤엄도 조심스럽게 하면서 공간 지각 능력 범위 끝으로 살살 들어오기 시작하는 산을 살펴보는데 역시나 여기저기 이형종들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이 하위고 간혹 최하위가 보인다.
산의 이름은…. 가슴 산이라고 이름 붙이자.
“대부분이 하위급 이형종이야. 하위급은 거의가 고양이과의 이형종 같은데? 나머지는 버디 치킨이나 노 헤드 맨티스인거 같아.”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요?-
“지금 내 공간 지각 범위의 끝에 산의 일부분이 들어왔는데, 하위가 어디 보자, 20마리 정도 되는 거 같네, 최하위는 2마리 정도야.”
-조금 많지만, 그 정도라면 나무 위에서 조심스럽게 휴식을 취하면 되지 않을까요? 중요한 빛 덩어리는 보이시나요?-
“으으. 그러니까 말야, 그 중요한 게 안 보여.”
-혹시…. 감지에 안 걸리는 건 아니겠죠?-
프랑은 자기가 말해놓고서는 자기가 놀라면서 불안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킥킥. 일부러 생각 안 하려고 한 부분인데…. 프랑 너무해.”
-아앗! 죄송해요!-
“힘이 빠지는 거 같아~~.”
-으으으으.-
애간장이 닳는다는 건 저런 표정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 초조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어쩔줄 모르는 프랑의 모습을 보니 약간 힘이 났다.
조심스럽게 헤엄을 계속 쳐서 산자락에 도착해서 땅을 밟으니 온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이 기절할 거처럼 피곤하다는 걸까? 위상력 컨트롤이랑 마나 시브 덕분에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 적은 거의 없었는데, 고작 10시간 수영에 이렇게나 지치다니 이상하다.
정신이 극도로 피곤하니 육체도 덩달아 힘을 못 쓰는 거 같다.
발톱 검을 묶어놓은 천에서 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조심스레 천을 풀어서 발톱 검을 드러내고 천 조각과 끈은 꽉 짜서 물기를 털어낸 뒤 목에 감았다. 만에 하나 프랑의 영혼 석을 넣어둔 주머니 끈이 어딘가에 걸리거나 잘려나가지 않게끔 보호해야지.
홀딱 젖은 얇은 스패츠 한 장만 입고 있었지만 마나 시브를 신체 강화 타입으로 열심히 회전시키니 추위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땅에 떨어져 있는 나뭇조각과 돌멩이 같은 뾰족한 것들도 내 발에 상처를 주지 못했다.
이름 모를 산은 1자로 길게 늘어선 능선 모양이었는데, 얼마나 길고 넓은지 공간 지각 범위 안에 산의 전체적인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가장 높은 봉우리가 지각 범위 끝에 간당간당 걸려있었는데, 봉우리 근처에 가장 강한 이형종이 사는 건 아닐까 찾아봤더니 역시나 있었다.
내 범위 안에 있는 이형종은 평균이 80 정도인데 가장 높은 위상력을 가진 놈이 450이 조금 넘는 수준의 중하위 이형종, 실버 화이트 울프였다.
으음. 중하위급도 있을 줄이야…. 저 정도면 곧 중위급으로 진화하겠는데.
그놈은 심장에 위상 석도 가지고 있었는데 위상석의 위상력도 300이 넘는 걸 봐서는 저대로 두면 언젠가 중위급의 이형종이 될 거 같았다.
놈의 주변에는 세 마리의 실버 화이트 울프가 더 있었는데 세 마리 전부 암놈이고 위상력도 160 정도밖에 안됐지만 그래도 중하위급이었다. 하지만 위상 석도 없어서 상대적으료 약하게 보인다.
위상력이 가장 높은 놈이 수놈인걸 보면, 셋 다 마누라인가?
놈은 과연 허접스럽게 생긴 긴 주둥이 마른 늑대와는 차원이 다르게 각이 잡힌 멋진 모습이었는데 산의 아래쪽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솟아있는 커다랗고 평평한 바위 위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 산의 주인인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워 보인다.
일단 주변에서 가장 높은 나무를 타고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사방이 나무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장소에 자리를 집고 나무에 등을 기댔다.
하아…. 정신이 너무 지쳤어.
내 주변에 가장 가까운 이형종은 녹색 레오파드 무늬의 고양이처럼 생긴 레오파드 캣이었다.
몸길이가 70cm 정도 되고 위상력 73의 하위 이형종이었는데 70m 밖 나무 아래에서 반쯤 잠들어있었다. 거리도 멀어서인지 날 감지하지는 못한 거 같은데.
내가 감지한 부분을 프랑에게 알려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제가 먼저 경계를 설게요. 서하는 조금 쉬세요.-
“…아냐. 여긴 나무들이 촘촘하고 비슷한 크기로 자라서 시야가 나빠. 그러니까 프랑의 경계는 효과가 조금 떨어질 거라 생각해. 뭣보다 가장 많은 종류가 고양잇과의 이형종인데 대부분이 녹색 아니면 황갈색에 보호색으로 무장한 상태야. …고양이들은 나무도 잘 타는데, 이런 곳에서 잘 수는 없어. 눈을 감고 마나 시브를 돌리면서 휴식만 취해야겠어.”
하아아. 진짜 지친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지치는 거지? 저번에는 100시간 가까이 수영했는데도 멀쩡했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울렁거려서 좀처럼 진정을 못 하겠다. 그래서 아까부터 마나 시브를 머리로 돌리고 있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는 거 같다….
-으으…. 네에.-
프랑은 자신이 할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지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정신적으로 워낙 지쳐있다 보니 풀 죽은 그녀를 위로하기보단 내가 위로 받고 싶다.
따뜻한 엄마 품이나 누나 품이 그리웠는데, 슬쩍 프랑을 바라보니 그녀의 몸은 무척이나 부드럽고 포근해 보여서 저 몸에 얼굴을 묻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위로해줄 때 안았던 품도 무척이나 좋았는데….
“저기…. 프랑. 부탁이 있는데.”
-네? 무엇인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그 무엇이든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많이 지쳐서, 프랑의 따뜻한 감촉을 느끼면서 쉬고 싶은데…. 안될까?”
-아….-
프랑은 얼굴을 붉히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내 품 안에 안겨왔다.
자세가 내 가슴에 가슴을 맞대고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두 다리를 내 허벅지 밖으로 뻗은 편하지 못해 보이는 자세였지만, 프랑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두 손을 뻗어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 이러면 되나요?-
“…응, 고마워.”
프랑은 붉어진 얼굴로 날 끌어안고 살짝 속삭였는데, 어쩐지, 꿈에서 맡았던 달콤한 사과 향이 콧속을 맴도는 거 같다.
머리로 마나 시브를 살짝 집중해서 프랑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내 입술의 감촉에 프랑이 잠깐 움찔한듯했지만 워낙 피곤했기에 눈을 감고 공간 지각으로 이형종들의 위치만 파악하면서 천천히 머리로 마나 시브를 돌렸다.
이러고 있으면 정신적인 피로가 어느 정도 사라지겠지?
온몸에 프랑의 부드럽고 촉촉한 피부가 맞닿은 게 느껴져서 거시기가 살짝 발기하려 했지만…. 정신이 워낙 피곤해서인지 다시금 수그러들어 버렸다.
정신적인 피로감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오묘했다. 뒷골이 뻐근하고 관자놀이 부근이 욱신거리고 생각하기도 귀찮아지는 느낌이었는데, 조금씩 뻐근하고 욱신거리는 느낌이 사라지면서 안개가 낀 듯한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달이 지고 동이 터오고 있을 무렵에는 정신도 말짱해지고 두통도 사라졌다. 수영하면서 썼던 TP도 가득 차올랐고 몸에도 위상력이 고요하게 있는 게 정신과 육체의 상태가 최적이 되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프랑을 품에 안고 쉬어서 그런 거겠지!
내 가슴팍에 프랑의 유방이 눌리면서 끝부분이 내 가슴 속으로 살짝 잠겨있었는데 직접 맞닿은 부분이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한 이중적인 느낌이라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기분이 좋았다.
슬쩍 양손에 마나 시브를 집중시켜 프랑의 등을 훑고 엉덩이를 살짝 잡아봤다.
손에서 느껴지는 프랑의 등의 굴곡진 감촉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고 엉덩이는 마치, 마시멜로를 만지는듯한 포동포동한 감촉이 마약 같아 계속 만지고 싶어졌다!
-!!-
내 품에 안겨서 색색거리면서 숨을 쉬던 프랑은 내가 두 손으로 등과 엉덩이를 만지니 정신이 들었는지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직 아침이 밝아오지 않았으니까! 계속 만져도 되겠지?
슬금슬금 엉덩이와 등허리, 옆구리를 조물조물 계속 만졌다.
슬쩍 프랑의 항문과 조개는 어떤 느낌일지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냥 포기했다. 왠지 여기서 그래서는 안될 거 같다는 예감도 들었고 프랑도 싫어할 거 같아.
대신 몸에 마나 시브를 조금 더 집중했더니 프랑의 가슴이 내 몸속에서 밀려나 오더니 가슴과 유두의 감촉이 내 가슴팍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른손은 프랑의 엉덩이를 만지작거리고 왼손은 프랑의 등골을 따라 쓰다듬다가 내 가슴에 눌려서 옆으로 뭉개진 모양의 유방의 아랫부분을 손끝으로 살짝 쓰다듬어봤다.
엉덩이와는 다른 느낌의 포동포동한 감촉이다! 살짝 누르면 들어갔다가 손을 떼면 출렁! 하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모습에 밑가슴을 어루만지듯 쓰다듬어본다.
-~!!-
내 손길이 간지러웠는지 흠칫흠칫 하면서 살짝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마나 시브를 돌리는 두 손으로 프랑의 영체를 꼭 잡고 놔주지 않았다.
“아직 쉬고 있는 걸? 가면 싫어.”
프랑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이니 내 목덜미에 더욱 얼굴을 밀착시키며 파르르 떠는 프랑의 영체가 느껴졌다.
아아. 위상력을 빨리 쌓아서 온몸으로 프랑을 느껴보고 싶다! 지금 위상력으로는 손목 아래 두 손과 프랑의 영체가 내 몸을 뚫고 나가지 않게끔 몸통에 마나 시브를 집중하는 정도밖에 안 되니 너무 애가 타는 거 같아!
-서, 서…하. 흣.-
앗. 너무 만졌나.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너무 좋아서 계속 만졌더니 프랑이 흥분해버린 거 같다.
어쩌지?
내 뺨을 프랑의 목덜미에 살짝 비비면서 한숨을 쉬었더니 프랑의 등골을 따라 소름이 솟는 게 느껴졌다.
눈앞에 어깨 위로 찰랑거리는 백금발의 머리카락에 코를 묻으며 말했다.
“프랑의 몸은 만지면 만질수록 계속 만지고 싶어지는 감촉이야.”
내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닿자마자 몸을 살짝 떨고 오싹 거리면서 움찔거렸는데 그 모습이 절정에 오른 거 같았다. 꿈에서 본 절정에 다다른 프랑의 모습과는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한 몸짓을 보면 맞는 거 같다.
-하응.-
맞네!
허벅지를 조이며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진짜 절정을 느꼈나 보다! 살짝 등이랑 엉덩이랑 가슴 아랫부분만 쓰다듬어줬는데 오르가슴을 느껴버리다니, 조금 놀랐다.
나는 프랑의 목덜미에서 코를 떼고, 엉덩이와 가슴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손을 억지로 되돌렸다. 이 이상하면 프랑을 고문하는 거랑 다름없을 거 같다.
“프랑의 품에서 쉬었더니 정신적인 피로가 다 사라진 거 같아. 고마워.”
두 손에 그대로 마나 시브를 집중하고 프랑의 뺨을 살짝 감싸며 눈을 맞췄다.
나머지는 얼굴로 돌려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는데 그녀의 눈은 살짝 떨리면서 약간 습기가 차 있었는데, 이내 날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서하는 참…. 변태예요.-
“응. 그런가 봐.”
나도 프랑을 보며 살짝 웃어주고 프랑의 입에 입을 맞췄다. 혀를 나누는 키스에 어쩐지 프랑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과 원고료 쿠폰을 주신 분들은 공지에 효수.... 아니, 기록해서 영구 보존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추천 많이많이 먹여주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