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2 타임리버 =========================================================================
여사님은 집무실에서 내 팔에 팔짱을 끼더니 그대로 집무실을 나가시는데 나도 엉겁결에 그 상태로 끌려나갔다.
나가자마자 보이는 게, 경악하다 못해 기절할 거 같은 표정인 비서 누나들이랑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경호원 누나들이었다.
“이 아이들이랑 레드콘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서 저녁 할 거야.”
“아, 알겠습니다.”
5명 중 가장 위상력이 많은 누나가 빠르게 당황을 수습하고 귀에 꽂은 이어 마이크에 뭐라 뭐라 말했다.
별로 관심은 없어서 엿듣기까진 안 했지만 여사님의 경호팀에 연락을 하는 거겠지. 그, 그보다, 이 팔짱부터 해결해야겠다! 저 비서랑 경호원 누나들 반응을 보니 밖에 나가기가 겁나!
“저기, 여사님?”
“응? 왜?”
“이 팔 좀 놔주시면 안 될까요….”
“이 아줌마랑 팔짱 끼는 게 창피한 거야? 아줌마는 서운해…!”
…라고 하시면서 울먹거리는 표정을 만드시는데 진짜로 눈에 습기가 가득 찬다! 저, 저 눈물이 진짜인가? 연기가 아니고?
“아뇨! 여사님이랑 이렇게 팔짱 끼고 있는 모습이 신문에 났다간 저 테러당해서 죽을지도 몰라서 그러는 거에요!”
“호호호호! 그럼 아줌마랑 사귀면 해결되겠네?”
“윽! 또 그런 말씀을….”
프랑이랑 화연이 누나는 울 누나는 뒤에서 나란히 서서 나랑 여사님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보지만 말고 나 좀 구해줘!!
결국, 여사님이 내 팔을 꼭 껴안은 상태로 타임리버 빌딩 1층에 도착했을 때는 홀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 여사님을 보더니 숨을 죽인 채 입을 딱 벌리고 우리가 빌딩 밖으로 나갈 때까지 눈으로 쫒고 있었다.
꺄아아아아!!
…반응 봐라.
빌딩 입구에 세워진 검은색 차량은 대통령 전용 차량이잖아?!
아, 대통령이니까 당연히 전용차 타고 다니는건가? 아무튼 무진장 멋지다!
캐딜락에서 만드는 리무진이랬는데 캐딜락 프레지던셜 리무진이라던가? 미국 대통령도 이 차를 타고 다닌다고 들었다.
근데 문제는 빌딩 밖으로 나오자마자 주위에 몰려 있던 사람들의 시선과 비명과 환호가 무진장 쏟아진다는 거다!
그러니까 경호원들이 몸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어놨는데 주변에 인파들이 어마 무지하게 몰려있었다!
당연하겠지! 타임리버 건물 앞에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 차량과 경호원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타임리버 빌딩 안에 대통령이 있다는 건 어린애라도 알겠다!
“꺅! 유영은 대통령님…. 어?!” “뭐야! 유영은 대통령님이 웬 꼬맹이의 팔을 안고 계시잖아!?”
“앗 유화연 타임리버 보스다!” “그 옆에 아가씨는 누구지?” “저 꼬만 뭐야?” “대통령님 조카인가?”
“부러워~! 나도 대통령님께 안겨보고 싶어!”
역시 인기가 장난 아니야! 우리나라 최고 인기 아이돌이면서 에쉬반의 보스인 선아라를 능가하잖아!
인파에서 들리는 웅성거림이 장난 아닌데 역시나 대부분의 남자와 소수의 여자가 날 찢어죽일 듯이 노려보는 시선이 무시무시하다….
이런 식으로 원망받을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았는데….
나는 엉거주춤하게 서 있고 그런 내 팔을 여사님이 끌어안고 있는 자세인데, 신발때문에 나보다 15cm는 더 큰 여사님과 비교되서 그냥 조카라던가 지인의 아들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조금 희망을 가졌지만, 희망은 희망일 뿐이었어, 흑흑.
결국, 레드콘 호텔의 호텔 레스토랑 VVIP룸에 도착할 때까지 여사님은 내 팔을 풀지 않았다!
도중에 찰칵거리는 사진 찍는 소리가 끊임없이 계속 들렸는데…. 내일 학교에서 진짜로 학교 단위로 애들한테 왕따 당하는건 아닌가 몰라.
레드콘 호텔 레스토랑은 가족 외식으로 자주 와봤는데 귀빈 전용실은 처음 본다. 그것도 VIP도 아니고 VVIP다!
도착하고 세팅된 테이블에 앉았더니 호텔 총지배인에서부터 최고 관리직들과 주방의 총주방장까지 나와서 여사님한테 인사를 하러 왔었다.
“진짜 대단하다. 누나, 우리나라에서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저만큼 존경받는 분이 있을까?”
여사님은 물론이고 화연이 누나도 인사를 받고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나랑 울 누나는 겉절이 취급이었다.
“아마도 없을 거라 생각해.”
총지배인이 대표로 여사님한테 인사를 끝내자 바로 이어서 총주방장이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10분가량 여사님한테 오늘의 코스 요리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
오늘의 테마는 어쩌고저쩌고 순서는 어쩌고 생산지는 저쩌고 등급은 어쩌고 요리 방법은 저쩌고 했는데 여사님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자상하게 웃으면서 다 들어준 다음에 맛있게 부탁다고 총주방장에게 말을 건넸다.
그때의 총주방장의 표정을 다른 사람도 봤어야 했는데, 킥킥.
그 뒤에 바로 나온 코스 요리는 경호원 누나들이 신경쓰이게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을 만큼 진짜 맛있었다! 양이 적은 게 좀 흠이었지만!
모닝 롤인가? 빵을 시작해서 맑은 수프랑 깔끔하고 세련되게 장식된 요리가 줄줄이 나오는데 회 한 점이랑 굴 찜?하고 푸딩이랑 아스파라거스랑 이거저거 장식된 무슨 간 요리랬는데, 이게 오르되브르, 전채랬다.
그다음 순서대로 미디엄으로 익힌 한우 스테이크랑 뭔가 야채롤 같은 거하고 생선회가 멋지게 장식된 메인 요리가 나왔는데 전부 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게 꿀맛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디저트로 5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스폰지와 생크림과 과일이 가득 붙어있는 케이크 한 조각으로 코스 요리가 끝났다.
“우왕…. 이게 6성 호텔 귀빈실의 코스요리구나. 무지무지 맛있었어! 이런 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맘대로 못 먹겠지?”
“이 누나랑 사귀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단다?”
“쿨럭!”
쿨럭쿠헉!
방실방실 웃으면서 날 보며 은근히 말하는 여사님을 보니 오한이….
느닷없이 들어온 기습에 사레가 들려서 콜록거리는데 분노때문에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화연이 누나가 설명해줬다.
“여긴 어머니 혹은 능력자 연합 한국 총괄 지부의 지부장 정도 되는 사람들만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화연이 누나도 못 들어와?”
“나도 들어올 수 있어. …오래전에 예약해야 하고 예약하더라도 중요 인물들이 들어오면 예약에서 밀려나지만.”
화연이 누나는 여사님한테 이런 면에서도 밀린다고 생각하는지 표정이 부루퉁하다.
“그야 이 엄마가 이렇게나 고생하고 있는데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분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니?”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럼 어머니는 그만 밀린 국무를 보러 가시죠? 저희는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으니까요!”
“아휴. 우리 딸은 매정하기도 하지.”
여사님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공간 지각이 순간적으로 자상하게 화연이 누나를 바라보는걸 캐치했다!
역시 여사님은 화연이 누나를 좋아하는거였어. 그럼 강하게 키우려고 저런 반응을 보이시는건가?
…그냥 놀리는게 재미있어서 그러는거 같다.
식사 내내 여사님이 나한테 관심을 보이셨었는데 그때마다 누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는거 틀림없이 알고 계셨을거다!
여사님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뒤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뭔가를 받아서 나에게 건네줬,
흠칫!
명함을 받으려고 두 손을 공손하게 뻗었는데 순간 여사님이 내 손을 잡더니 흐뭇한 표정으로 내 손등을 쓰다듬으셨다!!
식사하느라 실크 장갑은 벗으신 상태셨는데, 손등으로 느껴지는 여사님의 손이 따스하고 부드러워서 살짝 기분이 좋….
“어머니! 제발!”
“아휴. 엄마도 회춘 좀 하면 안되겠니?”
“늙지도 않으시면서 무슨 회춘입니까! 그건 성희롱란 말입니다!”
“엄마도 이제 106살이에요! 반올림하면 110살이란 말야! 노처녀로 죽고싶진 않아!”
“110살이든 1,100살이든 주책 좀 그만 부리세요! 체통 좀 지키시란 말입니다!”
“아이참?! 너 자꾸 그러면 엄마도 아무 남자랑 사겨버릴거다?”
“큭!!”
화연이 누나는 지치다못해 울 거 같은 표정이 되어가고있었다!
한참을 화연이 누나랑 투닥이던 여사님은 그 와중에도 내 손을 계속 쓰담쓰담해주셨는데,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손길도 음흉하게 주물럭거리는게 아니라 그냥 손바닥이랑 손등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실 뿐이었으니까 꺼림칙하지도 않았고.
프랑은 조금 고민하는 표정으로 여사님이랑 날 보고 있었다. 뭘 고민하는건지 짐작이 안 간다
정말 아쉽다는 표정으로 겨우 손을 놔주신 여사님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버렸고 화연이 누나는 그냥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탁자에 몸을 기대버렸다.
아무튼, 여사님이 주신 걸 살펴보니 금박과 은세공이 되어있는 굉장히 아름다운 명함이었다!
우와…. 예술품 같아.
프랑도 내가 받은 명함을 보며 감탄하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자. 이건 아무한테나 주는 건 아니니까 잘 보관하렴? 무슨 일 있으면 아래쪽의 메일로 연락하도록 해. 제목은 이름을 써서! 알겠지?”
“아, 네!”
난 대답하면서 화연이 누나를 바라봤는데 어쩐 일인지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있었다. 짓지 않은게 아니라 지을 힘이 없는 거 아냐?
“그럼 다음에 또 보자꾸나!”
상큼하게 활짝 웃으시면서 한 손을 살짝 들어 올리신 여사님은 경호원 누나들을 대동하고 귀빈 전용실을 나가셨다.
그야말로 마이 페이스의 폭풍 같은 분이셨어….
잠시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고 있으니 울 누나가 나한테서 조심스레 명함을 받아갔다.
“이리 줘. 누나가 집에 가면 크리스탈 케이스에 넣어서 줄게.”
“응. 내가 들고 있다간 구겨져 버릴 거 같아.”
누나는 핸드백에서 새 손수건 하나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감싸더니 긴 지갑 안에 넣었다.
“근데 화연이 누나가 할 말이란게 뭐야?”
“하아…. 네 능력에 대한 거, 국방연구원에 있는 에너지 이터 일도 있고.”
약간 굳은 표정의 화연이 누나를 보니 간단한 일은 아닌가 보다.
“아 맞다. 나도 누나한테 부탁할 거 있는데.”
“일단 아래층의 살롱을 예약해놨어. 가서 이야기하자.”
살롱은 주변이 밀폐되어있지만 밀폐된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잘 꾸며진 15평 남짓한 방이었다.
방 중앙에는 티 테이블 하나와 몇 종류의 앤티크 체어가 놓여있었다. 그 위에는 방금 살롱 마담? 매니저? 예식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이 들어와서 티 테이블을 세팅하고 나갔는데 쌉싸름한 냄새가 꼭, 아빠가 자주 마시는 인삼차 같다.
일단 혹시 몰라 공간 지각 능력으로 방 안에 기계 장치가 있는가 살펴봤는데 천장의 샹들리에나 몇 군데 숨겨진 전기선과 연결된 기구들을 빼면 기계는 없었는데 도청장치로 의심 가는 물건도 안보였다.
그리고 화연이 누나가 다짜고짜 사과부터 해왔다.
“우선 미안해.”
“어?”
누나들이 의자에 앉고 나도 앉으니 프랑은 몸을 띄워서 내 옆에 자리를 잡았었는데 갑자기 화연이 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꾸벅 숙였다.
“어머니와 대화 중에 널 의심한 거. 네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못한 거. 에너지 이터의 잘못된 대응으로 너에게 피해를 준 거. 전부 내 잘못이야.”
그리고 허리를 숙인 자세로 가만히 있는 게 내가 뭐라 말하기 전까지는 원래대로 돌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저렇게 직접적으로 정중하게 사과해오니 조금 실망했던 거랑 섭섭했던 게 전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맞아. 내가 누날 좋아했던 면도 저런…. 음. 또 두통이….
암튼 정식 계약을 위해 날 억지로 빌딩까지 끌고 와놓고서는 여사님 말에 조금 흥미를 보인다고 해서 의심한다는 건…. 내가 속 좁고 물질적인 걸 탐하는 성격이라고 의심하는 거나 다름없었지?
프랑도 그때는 조금 화났는지 화연이 누나한테 실망한 표정을 보였었거든.
울 누나는 화연이 누나랑 날 보며 조금 긴장하는 거 같았다. 프랑도 저런 모습에 화가 풀리는지 머리를 숙이고 정중하게 사과하는 화연이 누나를 부드러운 얼굴로 바라보았고.
“응. 사과받아줄게. 사실 그걸로 누날 좀 괴롭혀볼랬는데, 먼저 사과해버리니까 포기해야겠네.”
킥킥 웃으면서 말하니까 화연이 누나는 움찔했다가 그냥 웃어버렸다.
자신이 실수해놓고 자존심이랑 체면을 따지면서 나이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지 않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무척 싫다.
자존심을 세우려면 완벽하게 행동하면서 실수를 하지를 말아야지. 우리 아빠처럼.
그런 면에서 보면 화연이 누나는 자기 잘못을 정확하게 시인하면서 확실하게 사과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고.
역시 공간 지각 능력에 대해서도 알려줘야겠다.
“누나. 화연이 누나한테도 내 능력, 이제 알려주는 게 좋겠지?”
“응? 그거 알려주게? 잘 생각했어. 타임리버에서도 네 능력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그게 화연이가 되면 제일 좋을 거야.”
슬쩍 옆에 있는 프랑과 눈을 마주했더니 프랑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화연이 누나는 나와 울 누나의 대화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나 보다. 누나 입장에서는 내가 또 능력을 숨기고 있다곤 생각 못 하겠지.
“무슨 이야기야? 설마, 서하가 또 다른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
“으으응. 다른 능력은 아니구. 정확한 건 얘한테 듣는 게 낫겠어.”
누나의 말에 화연이 누나는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일단은…. 원래 계속 숨길 생각이었는데.”
그러면서 이혜령 부장의 차를 타고 오면서 그녀에게 들었던 능력자 정보 공개 방침과 능력자 가족의 보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두 누나에게 설명했다.
“저번 금요일 밤에 화연이 누나가 왔을 때. 날 지켜준다고 했었잖아? 난 그때 우리 가족도 같이 지켜주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혜령 총무부장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게 아니라 정말 나만 지켜준다는 걸 알게 됐어. 그리고 그전부터 화연이 누나가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앗! 그, 그건!!”
화연이 누나는 보호에 관한 이야기까지 들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발딱 일어났는데 울 누나가 놀란 눈으로 화연이 누나를 올려다보는 게 보였다.
막 입을 열려고 하는 거 같은데 일단 막자.
“자세한 건 나중에 듣기로 하고 나부터 계속 말할게.”
“아, 응.”
화연이 누나가 다시 자리에 앉는 걸 보고 천천히 입을 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누나가 에너지 이터를 가지고 간 다음에 마나 시브, 위상력 컨트롤이 진화해서 마나 시브가 되면서 내 탐색 능력도 같이 진화했거든.”
“…….”
화연이 누나는 믿어야 하는데 이걸 진짜 믿어야 하는 건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뭐, 이야기는 듣지 않고 벌써부터 그런 고민을 하는 거야?
“일단 형태는 기감 타입이야. 위상력 탐지도 가능하고 범위는 날 중심으로 반경 1km. 사용 시간에는 제한이 없어.”
“…진짜…. 말도 안 돼….”
“내가 일부러 밝히지 않은 이유를 알겠어?”
“하아아아아…. 응.”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듯한 숨을 내뱉더니 힘없이 대답하는 화연이 누나. 표정도 힘이 없는 게 무진장 충격받은 얼굴이다.
“원래는 가족들한테도 알리지 않고 나 혼자 비밀로 하고 힘을 쌓은 다음 공개하려고 했었는데, 이제 화연이 누나랑은 같은 배에 탔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야. 이혜령 총무부장님한테 들었던 능력자의 가족들에 대한 보호 대책과 화연이 누나가 예전부터 우릴 지켜주고 있었다는 사실도 마음먹는데 도움을 줬고.”
“네 능력에 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누가 있지?”
“아빠, 엄마, 울 누나랑 화연이 누나 4명.”
“그래…. 잘 숨겼어. 만약 이게 발표된다면…. 난리가 날꺼야. 능력 자체는 S 클래스 급인데 실제 클래스는 F 클래스라니. 넌 자질도 A+니까 만약, 진짜 A 클래스가 되고 능력도 덩달아 성장한다면 난리로는 안 끝나겠지.”
“근데…. 이 방은 보안에 안전한 거야? 만약 도청기 같은 게 있다면….”
시하 누나는 이런 중요한 이야기가 새어나갈까 봐 불안했나 보다.
“도청기는 없어. 내가 능력자가 된 이후에 가장 먼저 배웠던 게 도청 감청 장치의 소리 구분이었으니까. 지금도 꾸준히 최신 소식은 다 외우고 있어.”
헉. 그런 방법도 있었나? 어쩐지 화연이 누나도 거침없이 말하더라. 내가 지각으로 살펴보고 화연이 누나가 소리로 파악하면 완벽하네?
“풋. 후후후후. 아하하하하하하하.”
화연이 누나는 갑자기 두 손으로 배를 잡더니 몸을 웅크리면서 웃기 시작하는데…. 왜 저러지? 내 능력에 쇼크라도 먹은 건가?
“큭큭. 나중에 어머니가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표정이 정말 궁금해지는걸? 어떤 표정일지 일단 사진으로 찍어놓고 두고두고 감상하고 싶어졌어!”
다시금 소파에 등을 기대는 화연이 누나는 눈을 번뜩이면서 희열에 찬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진짜, 사이가 얼마나 나쁜 거야? 아니, 좋은 건가?
“아. 그리고 에너지 이터에 관한 이야기는 별다른 건 없지만, 일단 네가 관련자니까 알아둬야 할 거 같으니 말해줄게. 처음 에너지 이터를 데리고 용문산으로 복귀했을 때 소란이 일어났었어. 모인 사람은 전부 내가 잡은 줄 알고 있었는데, 네 이름은 밝히지 않고 다른 능력자가 다른 지역에서 잡았기에 내가 인계받아 왔다고 했었어. 그리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국방연구원 소속 능력자한테 에너지 이터를 넘겨준 거였어.”
음. 그래서 능력자 협회에서 팀장을 보낸 거였나?
“일단은 에너지 이터는 위치를 옮겨서 능력자 연합 한국 총괄 지부 빌딩의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쪽으로 협상을 할 거야. 시설 면에서는 연합이 훨씬 뛰어나니까. 생포 보상금은 원래대로라면 위상력이 98이니까 9800만 원만 나오겠지만, 특수성을 생각하면 5배 이상은 나올 거라고 생각해. 이혜령 부장이라면 7억까지 가능할지도 몰라.”
“에너지 이터는 뭐, 총무부장님이 잘 처리하시겠지, 근데 계약금 5천억 연봉 60억 이야기를 듣다가 7억이라고 들으니까 되게 작아 보인다.”
“킥킥. 그건 그렇지?”
화연이 누나는 기분이 계속 업되는지 평소에 보여주지 않는 상기된 표정에 미소까지 지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사님한테 한 방 먹일 수 있는 게 좋은 거야?”
“응? 아냐. 그건 부차적인 거. 가장 좋은 건 서하가 나랑 같은 팀이라는 거야.”
“엥?”
“기감에 위상력 감지에 반경 1km라니! 네 능력만 봐서는 현재 세계 최강의 감지 타입이야! 어찌 흥분이 안 되겠어! 지금 당장은 450m의 한계만을 밝혀야 하지만 네 마나 시브를 이용해서 무력마저 증가시키면 넌 세계 최강이 되는 거라고!”
크게 흥분한 화연이 누나는 두 눈을 반짝이면서 두 손을 불끈 쥐더니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기감 능력보다 뛰어난 감지 능력에 분석 능력보다 뛰어난 감지 범위! 신체 강화는 물론이고 속성에 회복까지 쓸 수 있는 능력자라니! 서하가 있으면 우리 타임리버도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될 거야!!”
환희에 찬 누나는 날 바라 보… 으엑?!
“아!”
“서하 고마워! 타임리버를 선택해줘서! 들어와 줘서!”
우흐흐헤헤헤.
화연이 누나는 환희와 감격을 참지 못하고 나에게 달려들어서 힘껏 끌어안았다!
자세 때문에 내 얼굴은 화연이 누나의 큰 가슴 사이에 끼인 모양이 되어서 숨을 쉬니 화연이 누나의 달콤한 살 내음이 한가득 맡아진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아찔하다!
몸에 느껴지는 화연이 누나의 체온은 그야말로 따뜻한 여자의 품이었다!
화연이 누나의 왼손은 내 등 뒤로 돌려서 내 왼쪽 어깨를 잡았고 오른손은 내 뒷마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화연이 누나가 날 끌어안기 직전에 울 누나가 작게 탄성을 지른 게 생각나서 공간 지각으로 살펴보니 누나는 시원섭섭한 기쁜 표정으로 나와 화연이 누나를 보고 있었는데, 프랑도 울 누나의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프랑의 반응에 몸에서 느껴지는 화연이 누나의 부드럽고 달콤한 채취 때문에 흥분하려던 기분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어버렸다.
귓가에는 프랑이 했던 말이 맴돌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서하는 서하를 따뜻하게 안아줄 사람을 찾아 사랑을 해주세요.--
--저는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랍니다.--
나는 겨우 어색한 표정으로 화연이 누나와 떨어질 수 있었다. 화연이 누나도 감격이 지나쳐서 날 끌어안은 게 조금 창피했던지 귓볼까지 붉어져서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시하 누나와 프랑의 눈에 보이는 내 어색한 표정은 아마도, 화연이 누나가 급작스럽게 껴안아서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보일 거다. 실제로 순간적으로 흥분하면서 얼굴에 열이 올랐었으니까 살짝 상기된 걸로 보이기도 하고.
프랑도 계속 기뻐하고 있는데… 좀 복잡한 기분이다. 이제 프랑을 만질 수도, 프랑도 날 만질 수 있게 돼서 생각이 조금 변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끄으으응.
일단 지금 일부터 정리하자.
“으흠. 다른 할 말은 없어?”
“이제 할 말은 없어. 네가 할 부탁이라는 건 뭐지?”
“내가 누나한테 할 부탁이라는 건 위상석을 구해줬으면 하는 거야.”
“위상석? 위상석으로 위상력의 총량을 올리려고?”
음. 보통 생각하면 그쪽이겠지?
“응. 그럴까 하는 생각도 있고 다른 실험해볼 것도 있고.”
그러면서 프랑을 슬쩍 바라봤는데 프랑은 나랑 눈을 마주치더니 방긋 웃어주었다.
영혼석에 위상력을 채울 실험을 해봐야 하니까.
“흠. 위상석을 품에 지니고 다닌다 해도 효과는 거의 없는 편이야.”
엉? 무슨 말이지? 영혼석이 되기 전의 위상석은 위상력 증진에 되게 도움이 됐었는데?
“왜?”
“이형종을 죽이고 얻을 수 있는 위상력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등급의 이형종을 죽였을 때 뿐이야. 그리고 위상석에서 위상력을 얻으려면 자신의 등급보다 한 단계 위의 위상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헉! 그런가! 내가 처음 각성했을 때가 G클래스급이었고 이형종의 등급으로 따지면 중하위급이니까 하위급이었던 긴 주둥이 마른 늑대나 큰 들쥐를 죽였을 때 위상력을 흡수하지 못했던 거였어!
노 헤드 맨티스는 중하위급이었지만 그땐 내 주변에 빛덩어리가 떠다니느라 주변 위상력을 다 빨아먹고 있었던 거고!
어쩐지 고작 14시간 정도를 채웠는데 귀환하더라.
그럼 거인 프랑의 시체 근처에서 오랫동안 버텼어야 했던 건가? 1시간에 지금 기준으로 3.86씩 늘어난 셈이니까 위상석이 다 사라질 때까지 버텼다면 적어도 100시간. 386이나 증가했을 텐데.
아, 그 뒤에 바로 우기가 왔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정답이었겠네.
“아, 맞다. 스킬 2 개가 진화하면서 나 위상력도 2 배 늘어서 3,700 넘어가. F 클래스에서 E 클래스가 됐어.”
“…양파도 아니고, 더 숨기는 건 없어?”
또다시 껍질이 한 꺼풀 벗겨졌다고 생각하는지 조금 어이없는 표정이긴 했지만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능력이 진화하면서 위상력이 증가하는 경우가 꽤 있는 편인가?
“딱 한 가지 남아있는데, 이건 정말 나만 알고 있을꺼야.”
사실 누나랑 엄마 아빠도 알고 있지만.
“음…. 그래? 그래도 한가지 비밀이 있다는 것도 말해줘서 고마워.”
헉. 화연이 누나는 재회한 뒤로 처음 보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줬다.
그야말로 달의 미소 같았다.
============================ 작품 후기 ============================
댓글 달아주신 분 글 보고 확인했다가 깜짝 놀랬어요. 신규 투베 1위라니;;
선플 달아주시는 분들을 보니 눈물이 ㅠㅠ 크흡.
제 이야기를 봐주시고 추천, 선작, 쿠폰 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