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7 에너지 이터 2. =========================================================================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로 사실대로 영혼석에 대해 알려준다.
절대 불가. 연구자란 족속들은 자신이 하는 연구와 관련된 신기한 게 있으면 연구해보고 싶어서 죽으려는 인종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영혼석의 존재에 대해 알려준다?
틀림없이 뺏으려 들 거다.
프랑의 영혼석이다.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못 준다.
두 번째, 거짓말을 한다.
살짝 매력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거짓말을 잘 못 하니까 이것도 패스.
누나가 워낙 눈치 귀신이라서 어렸을 때 어리숙하게 거짓말 몇 번 했다가 크게 울어버릴 만큼 무진장 혼난 뒤로는 거짓을 진실 속에 숨기는 건 몰라도 완전한 거짓말은 못 하는 체질이 되어버렸다.
세 번째로 모른다고 잡아뗀다. 아니, 말할 수 없다고 잡아뗀다.
의심은 하겠지만, 위의 두 가지보단 낫다.
마지막으로 마나 시브에 대해서 알려준다.
놈을 발견하고 탐색하다가 내가 숨겼던 능력에 이끌려 나한테 달려들었다. 그리고 내 위상력을 뽑아 놈에게 먹였다.
이 정도만 말해주면 연구원의 원장"씩"이나 할 만큼 똑똑한 사람은 제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놈이 내 위상력에 맛을 들여 다른 위상력은 안 먹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몸 안의 위상력을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이야기 하나만 들으면, 똑똑한 사람들은 어디까지 눈치챌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파악하고 있는 걸 단숨에 간파해버릴지도 몰라.
그 뒤는 뭐…. 어린애들 손에 맡겨진 탐나는 장난감 꼴이 되겠지.
내가 입을 다물고 찻잔만 바라보고 있으니 세 사람의 표정이 점점 변하는 게 보인다.
이혜령 부장은 날 걱정스럽다는 듯이, 김무흘 원장은 “역시 뭔가 있구나!” 하는 표정이, 차훈 팀장은 별다른 표정이 없다. 포커페이스인가?
프랑은 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 고민이 뭔지 눈치챈 모양인지 살짝 눈물이 그렁거리는게 보였다.
내 마음이 가는 건 말할 수 없다고 잡아떼는 것. 하지만 이성은 마나 시브에 대해 적당히 축소해서 알려주는 것.
하지만 탐색 능력 때처럼 여러 가지로 분화된 능력이 아니라 단 하나의 특징, 위상력을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 라는 것 뿐이라 숨기거나 할 여지가 없다.
즉 말하면 바로 전부다 들통 나게 되는 거다.
처음에는 모르겠지.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 알게 될 거다. 위상력을 내 의지대로 움직여서 다른 타입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거.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기분이다.
좋아. 프랑한테 물어보자.
날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독순술을 익힌 프랑에게 함부로 말을 건넬 수도 없다. 그래서 머리를 감싸는 척 상체를 숙이고 세 사람이 내 얼굴을 볼 수 없도록 아래로 향한다.
상체를 숙인 채 프랑에게 보이게끔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렸더니, 내 신호를 캐치한 프랑이 내 밑으로 들어와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능력을 조금 알려야겠어, 어떡하면 좋을까?-
-저도 판단이 잘 서지 않아요…. 먼저 어떻게 된 일인지 화연 씨에게 연락해보시는 게 어떤가요? 그녀의 반응을 확인 한 다음 적절한 대응을 찾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아요.-
-화연이 누나한테…. 알았어.-
“알려드리기 전에, 저 혼자 화연이 누나와 통화를 하고 싶은데요.”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으며 세 사람에게 말했는데 이혜령 부장은 물론이고 김무흘 원장과 차훈 팀장의 눈빛이 반짝하고 빛나는 게 보였다. 입은 차훈 팀장이 먼저 뗐다.
“무슨 일로 그러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잠시, 어떤식으로 핑계를 대야 세 사람이 의심하지 않은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팀장님은 한국 지부장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신가요?”
난데없는 내 질문에 차훈 팀장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능력에 관해서도요?”
“…네.”
“제가 그분의 능력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면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
차훈 팀장의 눈빛은 빛나다 못해 차분해졌고 김무흘 원장과 이혜령 부장도 뭔가 눈치챘는지 눈빛이 신중해졌다.
이 정도로 말했는데도 눈치 못 채면 바보지. 난 지금 간접적으로 다른 능력이 있다고 알린 것과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어. 내 머리로는 이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는 걸. 만약 진짜로 화연이 누나가 날 이용한거라면…. 그냥 모른다고 잡아뗄꺼다.
“알겠습니다. 밖에 서 있을 테니 대화가 끝나면 말씀해주십시오.”
차훈 팀장은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갔고 김무흘 원장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그냥 꾸벅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근데 이혜령 부장은 안나가고 가만히 앉아있네?
“이혜령 총무부장님은 안 나가세요?”
이혜령 부장은 내 질문에 방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보스는 정서하 씨를 걱정하시면서 옆에서 잘 도와주라고 말씀하셨는데, 제 도움이 없어도 될 만큼 의젓하시고 생각이 깊으시네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그녀는 날 탐색하듯 살펴보면서 말을 이었다.
“굉장히 뛰어난 자질. 말도 안 되게 강력한 탐색 능력. 거기다 어린 나이에 위상 세계에서 큰 상처도 없이 생환할 정도의 수완.”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동시에 가슴도 부풀어 오르는 게…. 으익. 공간 지각이 또 멋대로 투시하네!
“타임리버 창단 이후 첫 대박을 잡은 거 같아 흥분되는군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그 모습에 살짝 어이가 없어지려는데, 처음 말한 자질이라는 단어가 내 신경을 건드는 느낌이다.
“자질이라뇨? 감별실에서 체크했던 제 자질 말이에요?”
“…담당 소장이 누구였나요?”
“오소은 소장이요.”
“…어휴. 감별하는 데만 집중하느라 또 설명을 게을리…. 으흠,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기본적으로 감별 실과 측정실에서 측정한 사항은 자체적으로 문서화되서 기록된답니다. 물론 정확한 수치로 기록 되는건 아니에요. 자질 등급, 클래스 분류, 능력 타입 분류 세 종류에요.”
“어? 그런 이야기는 못들었는데요?”
“오소은 소장과 우민구 박사님 팀이 조금 괴팍한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그래요. 어휴 정말. 능력자 연합의 기본 방침은 전부 공개, 전부 보호에요. 괜한 이유로 특정 인물을 보호하려 들면 국가 간의 경쟁심리가 발동해서 능력자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75년 전에 개정됐지요. 물론 어느 국가나 단체가 뛰어난 자질을 가진 능력자 개인을 향해 야욕을 드러낸다면 능력자 협회는 즉시 보복조치에 나서게 돼요.”
아…. 그러니까 저걸 원래 오소은 소장이 알려 줘야 했다는 거지?
“욕심 많은 어른들이 그 방침을 따르는 이유는 그 방침을 지킴에 따라 자신들도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으니까요. 80년 전 일본의 능력자 납치 사태. 알고 계시죠? 그 일 덕분에 이 방침이 더욱 빛을 발하는 거랍니다.”
“그랬군요. 근데 세 분은 왜 저한테 존대를 하는거에요?”
“후훗. 언젠가 A 클래스 능력자가 되실지도 모르는 분인 데다 대통령님이랑 한국 지부장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분이잖아요? 현재는 그만큼 정서하 씨의 가치를 높이 쳐준다는 이야기에요. 노골적으로 말하면, 윗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말해서 밉 보일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혜령 부장은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마저 입을 열었다.
“총무부장이자 인사 담당관으로써는 이번 일은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네요. 중요한 능력을 저희 보스와 상담할 정도로 믿으신다니.”
“아닌데요. 저한테 숨기고 엉뚱한 행동을 해서 절 곤란하게 만든 걸 따지려는 건데요.”
순간 땀을 삐질 흘리는 이혜령 부장. 왠지 심통이 나서 딴죽 걸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호, 호호호. 아무튼, 저도 이만 나가볼게요. 보스는 겉으로는 냉정하고 침착해 보이지만 속은 푼수 대장이니까 살살해주세요~.”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문을 열고 나갔다. 그나저나 푼수 대장이라니. 확실히 어제는 좀 그랬었지.
공간 지각으로 3명을 확인해보니 문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머리 아파.”
나는 앞머리를 쓸어올리면서 힘없는 눈으로 프랑을 바라봤다.
-프랑 말대로 그냥 에너지 이터를 잡아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대외운영팀의 팀장, 국방연구원의 원장. 모르긴 해도 직위에 맞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게 분명할 거다. 그런 대단한 두 사람이 일부러 날 찾아와 이렇게 마주앉고 속내를 숨기며 대화를 나누려니 꼭 체한것마냥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다.
그냥 적당히 일을 숨기려고 했는데 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일이 옆에서 터지려 하는 기분이 이런 걸까?.
-서하….-
프랑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내 앞으로 날아와 내 뺨을 살며시 어루만져준다.
-서하는 잘하고 있어요.-
프랑의 조용한 응원에 나는 눈으로 마나 시브를 돌리면서 말했다.
-자질 공개라니. A+라면 내 노력에 따라 무조건 A 클래스가 된다는 거지? 거기다 S 클래스가 될 수도 있고. 이런 자질이라면 아무리 능력자 협회가 보호한다고 해도 여러 나라에서 나쁜 마음을 품고 손을 뻗지 않을까? 마나 시브도 알려주면 반응이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 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고개를 뒤로 늘어트려 소파의 머리받이에 댄다. 그런 내 모습을 프랑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다가 천천히 다가와서 내 얼굴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었다.
얼굴에 프랑의 따뜻하고 촉촉한 감촉이 닿는 느낌이 좋다.
그리고 내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는데 조금 힘이 나는거 같다. 프랑의 키스로 위로를 받고 조금 정신을 차렸다가 인증기를 켜서 화연이 누나의 메일 주소로 통화를 신청했다.
그런데 아까 통화에서 정부 관계자와 담판 짓고 있다고 했었지? 혹시 이 일 때문인가?
몇 초간 통화 대기음이 울리다가 홀로그램 창이 뜨더니 평소와 똑같은 사늘한 표정의 화연이 누나가 나타났다.
[무슨 일….]
“누나 바보.”
[…….]
누나는 잠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눈썹을 치켜뜬다. 어딜!
“내 자질이 A+라는 거 누나는 언제 알았어?”
살짝 내려오는 눈썹.
“누나가 에너지 이터를 별 이야기 없이 국방연구원에 보낸 거지?”
다시 더 내려오는 눈썹.
“그런데 생포한 에너지 이터의 존재가 능력자 연합에 빠르게 알려졌고, 거기다 위상력 타입이 이상하다는 것까지 알려져서 대외운영팀의 팀장이 직접 온거 맞아?”
화연이 누나는 화난 표정에서 어느새 울 누나한테 혼날 때의 표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공격은 계속 된다!
“…그래서 차훈 팀장이 어제 나한테 있었던 일을 확인조사 겸 에너지 이터의 관리 처분에 관해 날 찾아오게 된 거구나. 혹시 누나가 연합에는 보고를 안 하고 멋대로 국방연구원에 에너지 이터를 넘겨버린 거야? 차훈 팀장이 누나가 자기들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던데.”
미간이 올라가면서 곤란함을 넘어서 당황한 표정이 된다. 정곡을 찔렀나 보다.
[서, 서하야. 그건….]
“왜 그랬어?”
기습적으로 던지는 내 말에 순간 입을 콱 다물어버리는 누나.
순간적으로 입 밖으로 나와버린 말이지만, 덕분에 누나는 능력자 연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구나. 누난 능력자 연합을 싫어하는 게 맞구나. 혹시 최수한 때문이야?”
[서하야…!]
반응이 조금 아닌걸 봐서는 다른 이유도 있나보다.
“암튼 세 사람이 나한테 추궁 비슷하게 나오고 있는데, 난 거짓말 하기 싫어. 그렇다고 얼렁뚱땅 넘기는 것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제서야 누나도 찔끔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국방연구원에 넘긴 에너지 이터 일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에너지 이터의 타입이 변해서 보통의 위상석에는 관심을 안 보이는 건 누나도 알고 있지?”
[…응. 들었어.]
누나는 힘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으이구.”
저런 모습을 보니 화도 못 내겠다.
“누나가 10살 먹은 어린애야? 감정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지났잖아.”
다시 눈썹이 올라갔…다가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순감 심장이 철렁하면서…. 어라?
살짝 머리가 아프면서, 뭔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게 노이즈가 낀 것 처럼 잘 생각이 안 난다.
[…서하. 왜 그래? 몸이 안 좋은 건가?]
“엉? 아냐. 갑자기 뭔가, 잊었던 기억이 날듯말듯해서.”
순간 움찔하는 누나.
공간 지각으로 볼 순 없었지만, 확실히 움찔했다.
“누나가 왜 놀래?”
[뭣, 아냐! 아, 아무튼 연략한 우이유는, 큭! 연락한 이유는 뭐냐!]
아. 혀 꼬였다. 뭔가에 놀라서 당황한 거 같은데. 더이상 말을 꺼냈다간 왠지 맞을 거 같…. 끙. 또다. 뭔가 계속 생각이 날듯말듯한게 약 올리는 거 같아.
화연이 누나랑 관계된 일인가?
내가 다시 얼굴을 찌푸리고 관자놀이 부근을 문지르고 있으니 누나는 내 눈치를 힐끔힐끔 보면서 뭔가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세 사람이 없는 건가? 혼자서 나한테 무슨 일로 연락을 한 거지? 뭔가 문제라도 생겼나? 방금 추궁이라고 했는데, 연합의 인간이 널 공격하고있는건가?]
…필사적으로 화제를 돌리려고 애쓰는 게 눈에 다 보인다. 뭐,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으니 여기선 그냥 넘어가 줄까?
“우선 이거 하나만 물어볼게. 에너지 이터를 왜 연합에 이야기도 없이 국방연구원에 넘긴 거야?”
[…그건….]
“그건?”
[그냥, 연합이 싫어서….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만….]
누나도 자기 잘못을 인식하고는 있었는지 우물쭈물하면서 나랑 눈을 마주치질 못한다.
…흐으으으으. 진짜….
한숨을 푸욱 쉬니까 다시 찔끔하는 표정이 된다.
그래도 누나가 날 속이거나 어쩌거나 해서 이득을 취하려 한 게 아니라 다행이다…. 만약 그랬다면 누나한테 정말 진심으로 실망할 뻔했어.
누나의 눈빛이나 표정이나 행동을 보니 예전처럼 뭔가 잘 숨기거나 거짓말 못하는 건 여전한가 본데 정말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연합한테 주기싫어서 정부 산하의 국방연구원에 보내버린건가보다.
…진짜 다행이다.
“…만약 누나가 나한테 뭔가 숨기고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거라면 정말 실망할뻔했어.”
[므, 아니다! 그런 일이 있다면 너에게 바로 말을 했을 거다!]
“응. 믿을게. 일단 지금 상황이 어찌 된 거냐면….”
그리고 세 사람 사이에서 나온 이야기를 천천히 설명해준다.
그제야 내 생각을 딴 데로 돌렸다고 생각했는지 슬쩍 안도의 한숨을 흘리는 화연이 누나. 어째 프랑만큼이나 알기 쉬운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 그래서 네가 가진 능력 하나를 알려야겠는데, 어느 정도나 밝혀야 할지 짐작할 수 없어서 나한테 연락한 건가?]
“응.”
[무슨 능력이지?]
“우선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야. 아마 밝혀진다면 어떻게든 나와 접촉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정도일 거라 생각해.”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열자 그제서야 누나도 진지하고 사늘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살짝 프랑을 바라보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프랑의 ok 사인도 떨어졌다.
“그 전에 우리 부모님이랑 누나한테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빠도 내 능력에 관해서는 숨기는 게 좋다고 하셨었어. …어쩐지 화연이 누나는, 방금 쪼끔 실망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상의하려고 해.”
내가 실망했다는 대목에서 또 움찔하는 게 보였지만 그냥 무시해주자. 계속 건들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될 거 같아.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고 해서 최대한 숨기려고 했는데…. 왜 화연이 누나한테 말하려고 하는 걸까? 단지 누나의 절친이라서? 소꿉친구라서?
으음…. 내 마음이지만 나도 잘 이해가 안간다.
[날 믿어줘서 고마워. …바보짓 한 건 사과할게. 그!리고 숨겼다는 능력은 어떤 거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잠깐 내 눈을 피했던 누나는 다시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게 부끄러웠는지 살짝 억양이 튀었지만, 배려심을 발휘해서 모른척해 주고 공간 지각으로 이 방 안에 어울리지 않는 전자기기는 없는지, 도청기는 없는지 1초 만에 살펴본 다음 말했다.
“위상력 컨트롤 능력. 마나 시브라고 이름을 붙인 능력이야.”
[…위상력 컨트롤이라니. 너도 어제 운용 기술에 관해 물어봤었지…. 위상력 운용 기술과 비교하면?]
“아빠는 개인 사업자랑 대기업 오너와 비교된다는 표현을 했었어.”
순간 심각한 표정이 되는 누나. 설마! 나만 빼고 다 이해하는 비교인 거야?!
[너무…. 격차가 커서 잘 감이 안 잡힌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줘.]
아. 완전히 이해한 건 아니구나. 그래도 나보다는 더 이해한 거 같은데, 능력자가 되도 난 바보인 게 안 변했나 보다. 크흑.
“비밀로 해줘야 해?”
[죽는 순간까지 가슴에 품고 갈게.]
저 큰 가슴에 품다니, 대용량의 비밀도 가능할 것 같다!
“위상력을 직접 움직여서, 완벽하진 않은 거 같지만, 신체 강화자처럼 몸을 강화시킬 수 있어.”
순간 멍한 표정이 되는 누나.
[서, 설마…. 그럼 다른 타입도 가능해?]
워! 말도 안 했는데 눈치챘다?! 나였다면 짐작도 못했을 텐데!
“다른 타입 능력자를 보면 가능할 거 같아. 최수한과 누나를 보면서 확신이 들었으니까.”
누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날 바라보다가 힘겹게 입을 뗐다.
[확실히…. 알려졌다간 간단히 해결될 능력은 아니군.]
“그 능력은 누나가 에너지 이터를 가지고 간 뒤에 이름을 지으면서 각성하게 된 거였어.”
[…세 사람을 내보낼 때 그 능력에 관해 조금이라도 언급을 했나?]
“아니. 그냥 누나와 상담할 일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뭔가 능력에 관계된 거라는 눈치는 챈 거 같아. 지금 상항은 김무흘 원장님과 차훈 팀장님이 어제 에너지 이터를 생포한 순간을 알고 싶어 해.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누나와 상담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한 거야.”
[으음….]
생각에 잠긴 누나에게 내가 생각했던 영혼석에 대한 것을 제외한 대응 3가지를 알려줬더니 눈썹을 찌푸렸다.
[일단 나와 상담하기로 생각해줘서, 중요한 능력에 대해 알려줘서 고마워.]
그러면서 누나는 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미 생각해뒀던 건지 나에게 바로 대응 방법을 알려주며 서로 손발을 맞추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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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21:32 오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