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6 에너지 이터 2. =========================================================================
학교 건물 2층의 중심에 교무실이 있고 교장실은 그 옆에 있었다.
눈높이에 교장실이라는 명패가 붙어있는 고풍스러운 원목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노크했다.
똑똑똑.
잠시 공간 지각으로 교장실 안을 살펴보니 안에는 4명이 있었는데 70대이신 백발의 교장 선생님과 50대 남자 2명.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1명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교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와서 열어주었다.
“오. 어서 오게 서하군.”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온화하게 생긴 교장 선생님은 새하얀 백발을 올백으로 깔끔하게 넘긴 노신사 스타일이셨는데 언행마저 예스러워서 학교의 몇몇 여학생들의 광적인 추종을 받는 분이었다.
“수업 중에는 가능한 호출하지 않는 것이 학교의 전통이네만…. 사항이 사항인지라 부득이 부를 수밖에 없었다네. 이해해주게.”
나이 어린 학생들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언제나 예의를 잊지 않으시는 분이라 우리 학교 학생들이라면 이사장님만큼은 아니지만 다들 존경하는 분이시다.
선생님의 뒤쪽으로는 아까 본 3명이 있었는데 3명 다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30대 여성은 귀밑까지 자른 잘 정돈된 단발머리에 단정한 미녀였는데 날 호감 어린 눈으로 보는 게 보였다.
50대 남자 2명 중 한 명은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양복바지를 입고 흰색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살짝 살집이 있는 키 170의 통통한 중년이었고, 다른 한 명은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지 검은색 양복의 핏이 살아있는 비슷한 키의 남자였다.
남자 두 명은…. 딱히 적대감 같은 건 없는 거 같은데?
오늘 오전에 그 시비쟁이 샤기컷 대가리가 자꾸 시비 걸 때 공간 지각 능력이 그놈을 딱 찍으면서 보여준 걸 보면, 싫어한다는 감정을 표출하면 적의로 간주하고 공간 지각 능력이 대상에 대해 분석과 감지 투시를 해버리더라고.
“자 들어와서 앉게.”
교장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교장실 안에 있는 접대용 고급 소파의 상석에 교장 선생님이 앉으시고 그 맞은편 빈자리에 내가 앉았다.
내가 앉는 모습을 보고 3명도 자리에 앉았는데. 내 뒤를 따라온 프랑은 내가 앉은 소파 뒤에 숨어서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세 명을 열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남자 두 명은 내 왼쪽에 앉아있고 여자는 오른쪽에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다.
곧이어 일반 사무직원 여성이 들어와 내 앞에도 차 한잔을 내려놓고 나갔다. 이건 빨간색 달콤씁스레한 향기가 나는 걸 보면 홍차인가?
내 앞에 홍차가 나오자 교장 선생님이 말문을 여셨다.
“그럼, 저는 자리를 피해드리겠습니다. 모쪼록 학생에게 위협이 될 만한 언행은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리지요.”
어라. 같이 있어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자리를 피해주시네. 근데 세 명에게 강한 눈빛과 목소리로 학생을 위협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돌려서 말하는데, 박력 있으시다! 반할 거 같아!
프랑도 감탄한 표정으로 교장 선생님을 보셨는데 절도있는 걸음걸이로 사무직원 여성이 들어왔던 문을 열고 나가셨다.
“…으흠. 한울 교장 선생님은 변함이 없으시군요.”
“그렇지요. 저희도 의한 고등학교 출신인데 말입니다.”
“푸훗. 졸업한 어른보다는 재학 중인 학생이 더 소중하신 거지요.”
뭐지? 세 사람은 나가신 교장 선생님을 언급하며 부드럽고 온화한 웃음을 짓는 걸 보면 세 사람 다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인사할게요. 저는 레이드 팀 타임리버에서 나온 총무부장 이혜령이에요. 인사 담당을 겸하고 있답니다.”
프랑이 생각나는 기품있는 자세와 표정으로 웃으면서 나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30대 여성은 지적인 커리어 우먼같은 사람으로 밝은 회색의 여성용 정장과 치마를 입고 허리까지 기른 생머리는 깔끔하게 정돈해서 머리카락의 끝을 흰색의 끈으로 리본처럼 묶고 있었다.
이 분이 누나의 오른팔인가? 오른팔이라고 해서 능력자인 줄 알았는데 일반인이었다.
슬쩍 실례가 안 될 정도로 몸을 스캔해봤더니 적당히 보기 좋게 융기한 유방에 신체 관리를 소흘리 하지 않은 탄력 있는 몸매와 골반, 쭉 뻗은 팔다리를 보니 공간 지각 능력이 자연산 미인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질 모양도 특정되어있는 걸 보면…. 결혼한 건가?
아차! 실례가 안 될 정도로 스캔할려고 했는데 다 해버렸네….
슬쩍 기억나려고 하는 이혜령의 꽃잎 모양을 애써 머릿속에 지우면서 나도 입을 열….
“하하하. 혜령 씨가 먼저 선수를 치셨군요. 저는 국방부 산하 공공 기관인 한국 국방연구원의 김무흘 원장이라고 합니다.”
…어서 인사하려 했는데 흰 가운을 입은 김무흘 원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연구자라서 저런 복장인가 보다. 근데 국방부의 국방연구원? 거기서 에너지 이터를 연구하는 건가?
통통한 살집의 넉넉한 인상인 남자가 정부에서 나온 사람이었구나.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자기소개를 끝냈다.
그럼 저 잘 벼려진 칼 같은 사람이 능력자 협회에서 나온 사람이겠군.
“세계 위상 능력자 연합 한국 총괄지부 대외운영팀의 팀장을 맡은 차훈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절도있는 자세로 마찬가지로 살짝 고개를 숙이는 차훈 팀장. 세 사람 다 어린 나를 상대하는데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공간 지각 능력으로 차훈 팀장과 김무흘 원장을 살펴봤는데 둘 다 일반인이었다.
“안녕하세요. 3학년인 정서하입니다.”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지나가지만, 무표정을 가장한 채…. 가장이라기보단 정말 딱히 표정을 지을 생각이 없었더니 그냥 무표정이 됐다.
아무튼, 무표정하게 세 명을 향해 인사하고 이혜령 인사 담당 겸 총무부장에게 다시금 말을 걸었다.
“화연이 누나한테 들었어요. 잘부탁드립니다.”
세 명은 내 무표정에 잠시 당황한 눈빛을 보였는데 이혜령 부장은 자신에게만 따로 말을 거는 날 보고는 살짝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모습을 김무흘 원장도 봤는지 조금 안심한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타임리버 보스 분께 이야기를 들으셨다니, 저에 대해서는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거 같군요.”
헹? 뭐지? 바로 눈치채는걸 보면 누나는 연합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게 공공연한 이야기인 건가? 차훈 팀장이라는 사람도 그걸 알고 있나 보다.
하긴 대외운영팀이라고 했으니까 국내 랭킹 3위인 누나에 대한 사항은 다 알고 있겠지.
“타임리버 보스는 연합을 가까이하지 않기로 유명하신 분이니 그렇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이혜령 총무부장님.”
“후후후.”
슬쩍 견제의 화살을 차훈 팀장에게 날리는 김무흘 원장. 이혜령 부장은 그냥 감정을 알 수 없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왠지 누나의 도량을 엿본듯한 기분이…. 김무흘 원장이나 이혜령 부장은 어느 정도 동질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차훈 팀장이란 사람만 외따로 떨어진 게 1:2의 구도를 보는 거 같다.
타임리버의 보스이자 현 대통령이신 유영은의 자식인 유화연.
정부 관계자와 본인이 보스로 있는 레이드 팀의 부장, 두 사람이 친밀감을 보이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닌 거 같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세 분이 절 찾아온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요. 혹시 어제 포획했던 에너지 이터 때문인가요?”
직설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갔더니 살짝 긴장한 표정이 되는 이혜령 부장과 김무흘 원장. 반대로 차훈 팀장은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정서하 씨가 생포한 에너지 이터는 현재 한국 국방연구원이 연구를 위해 데려간 상태입니다. 저희가 이 자리에 모인 것도 에너지 이터의 정당한 소유권을 가진 정서하 씨의 의견과 판단을 확인할 겸, 몇 가지 의문점을 여쭙기 위해 모인 것이지요.”
“맞아요. 어제 오후 6시, 정서하 씨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에너지 이터를 포획한 것을 저희 보스께서 확인하시고 보증을 서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보스께서 정서하 씨에게 별다른 언급 없이 에너지 이터를 데려오셨다고도 증언하셨고요.”
확실히 화연이 누나는 나에게서 에너지 이터를 위험하다고 뺏었고 버둥거리는 에너지 이터를 그대로 기절시킨 다음 데려갔지. 하지만 그 뒤에 나에게 제대로 포상금과 포획에 대한 성과급도 나갈 거라고 했는데?
설마 뭔가 이득을 챙기기 위해 일부러 어리버리한 최수한을 걷어차서 보내버리고 에너지 이터를 데려간 건가?
…화연이 누나도 사늘한 표정이랑 목소리와는 다르게 조금 단순한 면이 있어서 절친의 동생인 날 챙겨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딴생각이 있었다면 화연이 누나한테 살짝 실망할 거 같다.
그러니까 차훈 팀장의 뉘앙스는 꼭…. 화연이 누나가 이득을 위해서 나에게 뭔가 숨겼다는 삘이 느껴진다. 거기에 말을 받은 이혜령 부장도 맞장구치는 느낌이고.
김무흘 원장은 그저 웃으면서 가만히 있었는데 한발 물러나서 구경하는 거 같다.
에이. 이렇게 꼬아 놓은 상황 같은 건 질색인데. 오랜만에 다시 만난 화연이 누나도 반가웠는데 이런 식으로 의심하는 건 싫다.
“그래서요?”
일단 칼 손잡이는 내 손에 쥐고 있는 거 같으니 이럴 땐 다이렉트로 나가보자.
“아…. 그게.”
내 반응이 예상외로 사늘했다고 느꼈는지 이혜령 부장은 조금 당황해하면서 말을 꺼내려 했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혜령씨, 차훈 씨. 일단 정서하 씨가 이것부터 알아야 할 듯합니다.”
“그렇군요.”
“아. 네.”
“??”
김무흘 원장은 하하. 하고 웃더니 휴대폰을 투명한 좌탁에 올려놓더니 패널을 조작해서 공중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오오? 이런 식의 응용까지 발전한 건가?
홀로그램에는 한 면만 투명하고 나머지 5면이 새하얀 가로세로 3m의 케이지 안에 있는 에너지 이터를 비추고 있었다.
내가 잡은 놈이 맞네.
놈은 멀뚱거리면서 방 가운데 앉아있었는데, 아. 하품했다. 쪼끄만 주둥이를 쫙 벌리면서 하품하는 걸 보니 사로잡혔다는 자각도 없는지 긴장감도 안 보인다.
이내 옆으로 드러누워 버리는 에너지 이터를 보고 있으니 김무흘 원장이 말을 이었다.
“일자산에서 생포한 에너지 이터는 몸에 상처도 없고 건강 상태도 약간 허기짐을 제외하면 아주 양호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타임리버 보스가 직접 이송한 에너지 이터, 약칭 흰여우의 피와 표본을 채취하고 검사를 해봤지요.”
쿨쿨 자기 시작한, 흰여우라고 부르나? 나도 그리 불러야겠다. 흰여우의 옆으로 몇 가지 정보창이 떴는데 위상력의 총량. 위상력의 타입. 형질 세가지가 떠있었는데 위상력의 총량은 89… 89? 처음 봤을 때 72였는데?
…타입은 특수 타입이이라고 해놓고 형질은 사막 새끼 여우라고 되어있었다.
…형질은 뭐 이형종의 DNA 구조라던가 그런 걸 설명해놓을 줄 알았는데….
“위상력의 총량은 89로 약간만 더 성장했다면 중하위 이형종으로 진화했을 개체였습니다. 이형종으로 진화하기 전의 형질은 사막여우 새끼로써 이형종이 되면서 크기가 더 자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아. 형질이 그 뜻이었나. 이형종의 베이스가 되는걸 파악해놓은 게 형질인가 보다. 가끔 베이스를 알 수 없는 이형종들도 발견되니까.
“그리고 지금 이렇게 모이게 만든 이유가 바로…. 이 타입 때문입니다.”
김무흘 원장은 손가락으로 타입 부분을 짚어주었는데 그 부분에는 특수special 타입이라고 되어있었다.
이형종의 타입은 어떻게 나뉘는지도 모르니까,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겠는데?
“이형종의 타입은 어떻게 구분하는 거에요?”
모를 땐 솔직히 물어보는 게 이야기 진행에 도움이 되겠지. 공간 지각으로 프랑을 봤더니 프랑은 진지한 표정으로 김무흘 원장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저 행동의 의미는 아직 문제가 되는 건 없다는 거겠지?
“그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이형종 역시 능력자와 마찬가지로 신체 강화 타입, 속성 타입, 회복 타입, 감지 타입으로 나뉩니다만, 감지 타입 역시 능력자의 R 클래스와 비슷할 거라는 분석입니다. 타입의 구분은 감별기로 감별해야 하는데, 야생에 존재하는 이형종을 감별할 수단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포획된 소형 이형종의 경우에는 감별기를 통한 구분이용이 한 편입니다.”
“덧붙이자면 신체 강화 능력자는 유화연 보스가 되죠. 속성 능력자는 현 한국 지부장이고 회복 능력자는 청궁의 보스가 대표적이랍니다. 감지는 물론 정서하 씨 본인이 되시고요.”
이혜령 부장은 능력자 타입에 대해서는 잘 모를 거라 생각했는지 덧붙여서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그녀가 설명해주는 건 대충 여기저기서 얻어낸 정보랑 내 능력으로 알아낸 부분이다.
아무튼, 이형종도 분류는 사람과 별로 다른 게 없는 거구나. 거기다 감별기 역시 아직은 휴대용으로 개발 못했나 보다.
“두 분의 설명 감사드립니다. 그럼 마저 이야기하죠. 문제가 되는 부분인 특수 타입인데. 원래의 에너지 이터의 타입은 감지와 개별의 능력 두 가지를 지닌 하이브리드입니다.”
으잉? 이형종은 하이브리드도 가능해? 김무흘 원장의 말은 프랑에게도 의외였는지 살짝 눈을 뜨는 게 보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특이하게도 특수 타입으로 변해버렸고, 더군다나 위상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특질이 사라졌다는 게 문제가 됩니다. 실험을 위해 사용하다 극소량만 남은 위상석을 놈의 케이지에 투입해봤지만.”
홀로그램 창이 바뀌면서 흰 여우 앞에 거의 새까만. 아주 약간 물빛이 감도는 내 엄지손가락만 한 돌덩어리가 떨어졌다.
저게 위상석이군.
그런데…. 에너지 이터라면 환장해서 달려들어야 할 위상석인데 슬쩍 바라보더니…. 어? 저거 코웃음 맞지? 킁! 하더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뭐죠?”
도도한 놈인데? 얼마 안남은 위상력따윈 거뜰더도 안보겠다는 건가?
“이것도 봐주시죠.”
김무흘 원장은 잠시 패널을 조작하더니 다른 홀로그램 창을 띄웠는데 거기에는 사지가 멀쩡한 데가 없는 독수리가 보였는데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상태가 심각하다.
일단 부리는 부러져서 절반쯤 남아있고 양 날개죽지도 다 잘려져서 흔적만 있었다. 두 다리도 멀쩡하진 않았는데 한쪽은 뿌리 끝까지 잘려나가 있었고 다른 쪽은 발목 부분이 도려내 져 있었다. 여기저기 깃털도 뭉텅이로 빠져있었고 빠진 깃털들 사이로 베였다가 아문듯한 상처가 보였다.
그 녀석은 버둥거리다가 멈췄다가 다시 버둥거리며 끊임없이 바르작거렸는데 비율을 알 수 없는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에 갇혀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천장에 붙어있던 작은 문이 열리더니 흰 여우에게 떨어졌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위상석이 떨어졌다.
상당히 먼 곳에 떨어졌는데, 독수리는 천장의 작은 홈이 열리자마자 번개같이 시선을 그쪽으로 맞추더니 위상석이 떨어지자마자 그쪽으로 사지를 이용해 기면서 다가가 위상석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
“저 독수리는 미국 알츠하곤 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에너지 이터입니다.”
“저것도 에너지 이터라구요?”
알츠하곤 연구소는 뭐야? 국방연구원 같은 곳인가?
“네. 에너지 이터는 단지 총칭일 뿐. 특성은 어느 동물에게서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막 흰 여우 새끼도 어느 가정집에서 키우던 애완동물이 변이하면서 탈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이 변이하다니…. 이혜령 총무부장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살풋 웃으며 말했다.
“사람 주변에 키우던 애완동물이 변이하는 경우는 역사상 단 한 건도 없었어요. 변이한 것은 전부 야생동물 아니면 사람의 손에서 버려진 애완동물들이지요. 하다못해 사람 주변에서 생활하는 동물들도 변이한 적이 없었어요.”
아 그런가? 그건 다행이군. 할머니는 그레이트 피레니즈랑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씩 키우고 계셔서 흠칫했거든.
“그러니까 저 독수리의 행동이 정상이라는 거지 흰 여우의 행동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거죠?”
흰 여우가 있는 방 안에는 점점 크기와 위상력의 양을 높인 위상석을 떨어트리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주변에 수십 개의 위상석이 떨어져 내렸는데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다만 위상석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튕겨 올라 흰 여우의 얼굴에 맞았는데 그때만 짜증 내면서 앞발로 주변 위상석을 쳐날렸을 뿐이고 그 뒤에는 다시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김무흘 원장은 휴대폰을 조작해 홀로그램 창을 종료시켰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훈 팀장은 눈빛을 번뜩이며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흰 여우가 저리 변한 것의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만, 현 상황에서는 접점을 찾을 수단이 한가지뿐입니다. 그래서 여쭤보겠습니다. 당시 흰 여우를 만났을 때의 상황이 어땠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올게. 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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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그런지 날씨가 춥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