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에너지 이터 =========================================================================
하루 만에, 아니 반나절 만에 확 바뀐 내 평판에 속이 쓰리다 못해 아프다.
-서하. 그 아이들은 서하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 거에요. 서하는 정말 멋있고 상냥하고 의지도 강하고 해야 할 땐 하는 과감한 결단력까지 있는 걸요!-
윽. 고마워 프랑. 근데 네 눈에 콩깍지가 너무 많이 쓰여있는 건 아닌가 조금 걱정이 돼.
-응. 프랑이 그렇게 봐주니 정말 힘이 나는 거 같아.-
6교시 마치고 부 활동도 없이 바로 집으로 날라왔으니 이제 오후 4시다. 엄마가 오려면 아직 2시간이나 남았으니까 근처에서 산책이나 할까?
집에서 조금 멀리 나오면 캠핑장을 비롯해서 생태공원도 있고 야트막한 산도 있어서 산책코스로 좋은 곳이 있었다.
천호대교 쪽으로 나가면 한강도 보이지만 도보로 걷기에는 왔다 갔다 하는데 좀 그런가. 엄마가 올 때를 맞춰야 하니 그냥 근처 산으로 가자.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지만 아직은 낮이니까…. 귀신은 안 나오겠지.
슬쩍 뒤를 돌아보다 따라 날아오는 프랑과 눈이 마주쳤는데 살짝 웃어주니 프랑도 마주 웃어주었다.
-공원인가요? 길이 이렇게나 잘 닦여있다니. 놀라워요.-
놀랄 거 까지야…. 그래도 대한민국 수도인데 이 정도는 보통 아닌가? 한때 지방에서 살았던 적도 있었는데 거기도 산책길은 이 정도 수준이었단말야.
-여기가 대한민국 수도긴 해도 인구는 영국보다 1,000만 명 정도 적지만 땅 넓이는 두 배나 차이 나니까.-
-앗, 그 정도인가요?-
-한국이 5,000만 명에 면적이 100,000㎢거든. 영국은 6,500만 명 정도에 240,000㎢니까 인구 밀집도가 달라. 그래서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쓸 여유도 있었던 게 아닐까?-
-와아. 서하는 박학하시네요!-
그럴 리가. 한때 대항해시대 IX 온라인을 한 덕분에 유명 국가 면적 정도는 하다 보니 외워졌을 뿐이거든!
일부러 알려 줄 필요는 없겠지?
프랑과 천천히 숲 속의 산책길을 걷다 보니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들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 며칠 전만 해도 위상 세계의 숲에서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서 위태롭게 서 있었는데.
어?
저, 저건 이형종?!
탐색 능력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걷고 있었었는데 감지 범위의 끄트머리에서 위상력을 가진 조그만 생명체가 감지된다!
“프랑! 이형종이다!”
-네?!-
발견과 동시에 위상력을 전신으로 돌리면서 긴장한다.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하고 전신으로 피가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다!
이형종은 내가 있는 곳에서 북동쪽으로 92m 거리. 위상력은 72인데, 꼼짝도 않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프랑도 내 외침에 주변을 돌아보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린놈이 무슨 헛소리여!”
“아따. 능력자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애새끼가 대가리가 이상해진 거 아니여?!”
“의한 고등학교 학생인 거 같은데, 어른 놀래키고 그럼 못써!”
엥?!
그런데 주변에 지나가고 있던 어른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는 내 고성에 깜짝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날 보고 역정을 내시는데 좀, 당황스럽다!
“어디서 그런 못돼 처먹은 짓을 배워먹은 게야?! 네놈 부모가 이러는 건 알고나 있는 게냐?!”
“요즘 능력자들을 동경하면서 흉내 내는 애들이 많아졌다던데, 정말 말세네요.”
“네 부모님 전화번호 내놔봐라! 네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아시나 보게!”
-이분들, 너무 말씀이 심하세요!-
…아 진짜! 듣자 듣자 하니까!
프랑마저 화를 내며 주변 사람들을 노려보는 모습에 이 대책 없는 어른들을 어쩌나 싶었는데, 팔뚝에 붙어있는 인증기가 생각났다!
나는 빠르게 인증기의 홀로그램을 발동시키고 왼팔을 높이 들어 올려 모여들기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소리 죽여 외쳤다.
“저 진짜 능력라고요! 근처에 진짜 이형종이 있어요! 그러니까 다들 조용히 뒤로 물러서서 되돌아가세요!”
“어…. 어어?!”
“에그머니낫! 지, 진짜 능력자님이셨네!”
“어, 어이쿠. 미안하네. 어린 능력자님!”
한참 날 혼내면서 부모님 전화번호까지 물어보던 사람과 날 야단치던 어른들은 내 팔목에서 퍼져나온 홀로그램 능력자 인증기에 화들짝 놀라면서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무슨 소란인지 호기심에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한 사람들도 앗 놀래라 하면서 잽싸게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진짜. 김 팍 새게 만드시네….
그래도 이형종 대응 교육은 잊지 않으셨는지 내가 능력자라는 걸 안 순간 이형종을 자극하지 않게끔 조용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까 조금 답답한 기분이 가신다.
주변 어른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내 말에 따라 슬금슬금 오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붙잡고 되돌아가는 모습을 망원 능력으로 지켜보며 다시금 몸을 긴장시키고 위상력을 컨트롤해서 회오리치게 만들었다.
나도 미성년자니까, 이 자리를 그냥 피하는 게 정답이지만 그냥 피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만에 하나 천만에 하나라도 저놈이 퇴근하는 아빠랑 엄마를 덮치기라도 한다면?
…….
누구한테 연락하지? 화연이 누나?
화연이 누나를 생각했더니 어제 꿈이 생각난다. 살짝 상기된 표정에 은은하게 빛나는 눈빛이 꼭…. 사람 잡아먹을 듯한….
…화연이 누나한테 연락해야겠다.
다른 흑심 때문에 이러는 건 절대 아냐!
-정말…. 어느 나라에서나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는 거였네요. 서 하가 발견한 이형종은 어디에 숨어있는 건가요?-
프랑은 내 조치에 황급히 물러나는 사람들을 보고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불만을 내뱉더니 주변을 살펴보며 물었다.
“저쪽으로 97m쯤에 위치하고 있어. 밭 옆에 있는 6m 높이 나무. 뒤에 작은 바위도 있고. 어 거기. 위상력은 72. 하급 이형종이야. 크기는 32cm.”
크기도 그렇고 위상력의 양도 절벽 위에서 처음 만난 큰 들쥐 수준이다. 하지만 그때는 발톱 창도 있었고 뿔 송곳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믿을 거라곤 위상력 컨트롤로 늘어나는 신체 능력뿐이니 정면 승부는 자제해야겠다.
“처음 보는 놈이라 이름을 모르겠어. 겉모습은 새끼 사막여우같이 생겼는데 털이 죄다 흰색 같아. 다리에 털이 길어서 발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고 꼬리는 고양이처럼 생겼어. 프랑은 알아?”
-저도 알지 못하는 종류네요. 유럽 쪽에는 존재하지 않는 종인가 봐요.-
“국가나 지역별로 나오는 이형종도 다 달라?”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특수종이 있다고 들었어요.-
몰랐던 사실이다. 세상에는 그저 많은 종류의 이형종 들이 있다고만 들었는데.
“혹시 모르니 가까이 접근하지는 말고 공중에서 어디로 도망가진 않나 감시해줘.”
-네! 감시는 저한테 맡겨주세요!-
프랑은 힘차게 대답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내가 알려준 장소 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한 곳에 멈춰서는 아래쪽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발견했나 보군.
우선 화연이 누나한테 연락해야지.
나는 켜진 인증기를 조작해서 화연이 누나한테 전화를 걸고 이형종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이형종은 나무 둥치의 아래쪽에 나 있는 구멍에 틀어박혀서 웅크리고 있었는데 깊지 않은 구멍이라 밖에서 조금만 살펴보면 다 보인다. 색도 흰색이라 주위 색과 달라서 눈에 확 띄고.
마치 피부색이 화연이 누나 피부색 같은….
[시끄러워!!]
“헉?!”
갑자기 인상을 쓰고 화내는 화연이 누나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어젯밤에 내가 꾼 꿈의 내용을 알 리가 없을 테지만 지은 죄가 있는 터라 심장이 철렁 할 만큼 놀랬는데 누나는 잠시 옆을 노려보더니 내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한테 한 말 아니야. 무슨 일이지?]
“아, 여기, 그러니까. 산에서 그게 산책하는 도중에!”
으윽! 놀랬더니 말이 잘 안 나와!
으으으. 저 사늘한 눈빛이 마치, 어젯밤에 네놈이 무슨 꿈을 꿨는지 알고 있다고 하는 거 같아….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는 내 모습이 좀 보기 안쓰러웠는지 누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살살 달래주는데 그 모습이 또 어젯밤의 꿈이 생각나 버려서 얼굴이 붉어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진정해. 침착하게 심호흡을 해봐]
저런 사늘한 표정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라니…. 이게 바로 갭모에?!
이크. 이런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냐!
“미안. 지금 천호3동 옆에 있는 산에서 산책 중인데 이형종을 발견했어. 그래서 누나한테 전화한 거야.”
누나와 통화하다 보니 머릿속에는 꿈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쾌락을 즐기던 누나 표정이 재생되고 있어서 얼굴이 절로 붉어진다!
[그런 거라면 보호관리부에 연락하도록해.]
“아…. 응. 미안.”
…약간이지만 짜증 나 있는 듯 한 차가운 누나의 반응에 조금 흥분했던 게 금방 식어버리면서 실망해버렸다.
생각해보면 화연이 누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이런 이형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알려 줄 이유가 없잖아.
거기다 화연이 누나는 레이드 팀을 하나 이끄는 B 클래스 능력자인데 이런 하위 이형종이 나타났다고 알려주는 건 아무래도 그렇지?
난 무의식적으로 화연이 누나랑 이야기할 건수를 찾고 있었나 보다.
…최수한한테나 연락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봐야겠다.
근데 어쩐지 조금…. 억울한 느낌이 드는데 이상하네. 아니 아니, 억울한 게 아니고 텐션이 떨어지는 느낌이… 에잉.
[…어떻게 생긴 이형종인지는 보여? 여기서 조금 멀지만 몇 명 보내줄 수 있으니 생김새 같은 게 보이면 말해줘]
어?
화연이 누나는 날 보더니 뭔가 조금 복잡한 표정을 잠시 지었다가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가면서 나한테 물었다. 조금 풀이 죽은 모습을 보여서 그런가? 나한테 신경을 써주려는 모습이다.
“아냐. 누나도 바쁠 텐데 전화해서 미안해. 담당관인 최수한한테 전화해서 알려….”
[최수한?]
어어. 내 말을 끊으면서 노랑머리의 이름을 부르더니 갑자기 표정이 사늘하다 못해 냉정해졌다?!
“어? 응.”
[그 사자 머리 계집애가 네 담당이야?]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 누나랑 최수한이 사이가 안 좋은 건가?
화연이 누나는 노골적으로 나 지금 기분 나쁘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면서 마치 추궁하듯이 물어본다.
“응. 그 사람이랑 강우혁이라는 아저씨랑 두 명이 내 담당관이랬어.”
[좋아. 간다. 좌표불러.]
“어?! 누나가 온다고?”
[그래. 그러니까 위치가 어딘지 빨리 말해.]
에에엥?! 어어! 그러니까 좌표가 메인 홀로그램 창의 상단에 있었나?
“그러니까,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일자산이야. 위치는 AAB에 좌표는 x16344, y-5215… 맞나?”
[통화 연결은 계속해놓고 10분 후에 최수한한테 전화해서 그년도 불러.]
“으, 응.”
뭐지…. 관리부에 전화하랬다가 사람 보내준댔다 가, 이번엔 직접 온다는 거야? 근데 최수한은 왜 10분 뒤에 부르라는 거지?
뭔가 거친 말도 쓰는 걸 보면 최수한을 정말 싫어하나 본데, 그러면 최수한을 왜 부르라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뭐, 시키는데로 해야겠지. 레이드 팀 보스가 하는 말이니만큼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통화는 그대로 연결해둔 채 망원 능력을 켜서 주변을 돌아봤지만 다른 이형종은 눈에 안 보였다.
슬쩍 통화 중인 홀로그램 창을 봤더니 홀로그램 창에는 주변 풍경만 보여주고 있었는데, 풍경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나쳐가는 게 보였다!
엄청 빠르다! 이게 B 클래스 신체 강화자의 속도인가?! 순식간에 산을 타고 넘고 강의 수면을 나는 듯이 달려서 지나쳤다가 날아오르듯이 점프하더니 순식간에 도시로 진입한다! 했더니 다시 산을 타고 강 위를 달려서 직선으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거 같아!
이 정도 속도면, 20분이면 도착하겠는데?
잠시 후에 화연이 누나가 말한 10분이 된 거 같아서 최수한의 메일 주소로 통화를 걸었다. 그리고 3초도 안돼서 전화를 받는 최수한! 이쪽도 다른 의미로 빠르네!
[네네! 서하군 무슨 일이야?]
“문자도 빠르던데 전화도 받는 게 빠르시네요.”
[칭찬 땡큐! 나한테 전화까지 건 걸 보면 뭔가 일이 생긴 거 같은데, 맞지?]
“네 맞아요. 지금 천호3동 옆에 있는 일자산인데, 하위 이형종을 발견해서 전화한 거에요.”
[어? 잠시만.]
잠시 통화 창이 움직이면서 벽을 비추는데 손으로 뭔가 조작 중인가 보다. 이윽고 통화 창에 노란색 갈기머리의 최수한의 모습이 보이는데 꽤나 심각한 표정이다.
[응. 확인했어 위치는 특징짓지 못했지만, 서하군 근처에 있는 거지?]
“네, 제가 있는 곳에서 97m 떨어져 있어요.”
[내가 갈 테니까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고 그대로 대기해. 알았지?]
장난기 어린 기색이 완전히 사라진 게 조금 긴장한 표정이다. 하위 이형종인데 긴장할 게 있나?
“네,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30분 정도 걸릴 거야. 그럼 근처에 가면 연락할게]
최수한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는데 바로 출발할 건가 보다.
최수한은 나보고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지만, 하위 이형종이 뭔가 위험할게 있나 싶다.
나도 말은 정면 승부를 자제한다고 했지 탐색 능력의 보조에 주변에 나무 몽둥이라도 하나 들면 크게 다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중하위 이형종과도 싸워서 이겼으니까!
게다가 아까부터 저놈을 분석 중인데, 이빨이 조금 날카롭지만, 일반 동물들보다 날카롭다는 거지, 겁나 단단한 두개골과 강한 턱 힘을 가진 긴 주둥이 마른 늑대나, 중하위급 노 헤드 맨티스의 갑각마저도 물어서 부러트리는 두 꼬리 여우에 비하면 아기들 유치 같다.
그렇다고 발톱이 날카롭냐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 고양이가 친구 하자고 할 거 같은데? 게다가 육구까지 있다!
저…. 일단 새끼 흰여우라고 하자. 새끼 흰여우는 체내에 위상력이 72나 있지만 어쩐지 위상력이 위태롭게 흔들흔들 거리는 게 뭔가 몸이 안 좋은 거 같다. 아까부터 웅크린 채 꼼짝도 않고 있기도 하고.
20분 정도 살펴만 보고 있으니 생각보다 약해 보인다. 공격 수단은…. 그냥 저만한 크기의 개랑 같은 거 같아.
…살짝 다가가 볼까 말까 고민이 되는데, 하늘에서 감시 중인 프랑을 바라보니 우연인지 프랑도 날 돌아보길래 손짓을 했다.
스르륵 하고 나에게 다가온 프랑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더니…. 아니, 왜 자꾸 저런 기호가 내 눈에 보이는 거지? 내 눈에 이상은 없는데??
-무슨 일인가요?-
잠시 눈을 비볐다가 슬쩍 아직 연결되어있는 화연이 누나의 통화 창을 내려다보았다.
육성으로 말하면 화연이 누나가 의문점을 가질 테니 독순 술로 해야겠군. 나는 프랑에게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가르켰다.
-지금 화연이 누나랑 최수한이 오고 있대.-
-두 분 다 하위 이형종을 잡기에는…. 강하신 분 아닐까요?-
-그러게. 최수한은 일 때문에 오는 건 확실한데 화연이 누나는…. 그게 뭐랄까. 좀 이상해.-
-이상?-
-응. 그다지 오기 싫어한 거 같은데 최수한을 부른다고 하니까 태도가 180도 변해서 갑자기 오겠다고 했거든. 거기다 최수한도 10분 기다렸다 잠시 후에 부르라고 했고….-
-아…. 그건 그거네요.-
-어? 프랑은 뭔가 아는 거야?-
-네.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화연이라는 분의 명예를 위해 잠시 후에 확인한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에엥? 그러지말구 아는 거 있으면 나도 알려줘!-
날 보며 부드럽게 웃음을 지은 프랑은 살짝 눈웃음 지으면서 검지만 세우더니 내 입술에 살짝 가져다 대며 말했다.
-후훗. 여자의 명예는 중요한 거랍니다?-
-…그렇게 말하면 더는 물어볼 수 없잖아. 프랑 치사해.-
내 모습에 방글방글 웃는 프랑은…. 도무지 화를 낼 수 없게 만드는 온화한 매력이 있었다.
하는 수 없지. 좀 이따 확인하고 알려준댔으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야지.
-저 하얀 이형종에게서 뭔가 느껴지는 건 없으신가요?-
-좀 생기가 없어 보이고, 하위 이형종치고는 공격 수단이 너무 모자란 거 같아.-
-어느 정도인가요?-
-솔직히 나무 몽둥이 하나 있으면 지금의 나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어! 움직인다!-
말하는 도중에 새끼 흰여우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힘없는 발걸음으로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온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 눈이 마주쳤다?
“저거. 지금 날 봤는데?.”
-서하! 일단 피하는 게 좋겠어요!-
-안돼! 지금 눈이 마주쳤어! 등을 돌리고 피하면 바로 달려들지도 몰라!-
몽둥이 하나를 만들어두는 건데! 저놈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움직이는 속도를 조금 빨리하면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남은 거리가 벌써 50m!
[서하! 일단 피해!]
인증기에서 갑자기 화연이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어! 저놈도 달리기 시작한다!
“온다!”
[서하!!]
다다다다닷!
“이익! …어!?”
[서하?! 서하!!]
저…. 새끼가! 프랑의 영혼석을 노리고 있어!
-서하!!-
키이잉!
빨라!
귀여운 울음소리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접근하는 새끼 흰여우의 눈이 내 가슴팍을 향하는 게 감지에 걸렸다!
나는 격하게 전신으로 위상력을 돌리면서, 점프해오면 주먹을 날리고 달려오면 걷어차 버리기 위해 자세를 잡는 순간, 놈도 점프했다! 목표는 내 가슴!!
이 새끼가?! 감히 누굴 노리는 거야!
끼잉?
프랑을 노린다는 사실에 극도로 분노하면서 정신 집중을 했더니 또다시 주위의 흐름이 느려지고 여우 새끼가 날아오는 모습도 슬로우 화면처럼 느려진다!
그런데 여우 새끼의 눈이 커지면서 새카만 눈동자가 흔들리며 내 눈을 바라본다!
뭐지?!
나는 정확하게 주먹으로 쳐날…려 버리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보인 여우 새끼의 눈이 뭔가 마음에 걸려서 주먹을 쥐었던 손을 활짝 펴고 놈의 몸통을 오른손으로 콱 움켜쥐었다!
끼이잉!
큭! 발톱이!
내 손에 몸통이 잡히자마자자 네 발을 버둥버둥 거리는 데 날카로운 손톱이 내 팔을 막 할퀴려 든다!
잽싸게 땅바닥에 쳐 박…으려다 왼손으로 버둥거리는 놈의 엉덩이를 잡아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배를 땅에다 억지로 붙이고 못 움직이게 힘껏 내려눌렀다.
[서하! 괜찮아?! 서하!!]
“어. 난 괜찮아! 사로잡았어!”
[큭. 사로잡다니! 지금 도착했다!”
“엥?”
콰아아아아앙!!
============================ 작품 후기 ============================
盤古님 istir님 후원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힘내라는 응원의 의미로 추천 한번 눌러주시면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타와 문맥의 지적도 환영합니다!
원고료, 후원 쿠폰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