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1 일상. =========================================================================
방문을 열고 나갔더니 누나가 회색의 헐렁한 트레이닝 복 하의와 박스티를 걸친 모습이 보인다. 속에도 트레이닝 복을 겹쳐 입고 스포츠 브라와 스포츠 팬티도 입은 걸 보니 어제의 일을 염두에 둔 모양이다.
일단 아부성 발언을 해주자. 그래도 잘 어울리긴 잘 어울리니 거짓말은 아니다!
“오오. 누구네 집 누나인지 무지 잘 어울리는데?”
내 감탄을 들은 누나는 한껏 기분이 좋아졌는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뒤로 돌며 내게 입은 옷을 보여준다.
저리 입으니 몸의 굴곡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아서 늑대 새끼들이 봐도 괜찮을 거 같다. 박스티가 조금 걸리지만, 속에도 트레이닝 복을 겹쳐 입었으니 괜찮겠지.
그 뒤로 엄마도 드레스 룸에서 비슷한 복장으로 나왔는데 오늘도 같이 운동할 생각인가?
“우왕! 엄마도 무진장 잘 어울려!”
내가 두 손으로 엄지를 들어 보이며 누나보다 두 배는 더 격한 반응으로 엄마한테 아부를 해줬더니 엄마는 두 손으로 뺨을 감싸며 기뻐했고 누나는 살짝 새초롬한 표정으로 날 흘겨봤다. 킥킥
“흠. 잘 생각했소. 딸도 그렇고 예전부터 너무 복장이 선정적인 건 아닌가 했었는데 그게 훨씬 보기 좋구려.”
아빠도 내 마음을 이해하는지 엄마의 운동 복장을 보며 지원 사격을 해주자 집안 남자들의 칭찬에 왕녀님과 공주님은 기분이 한껏 좋아진 거 같다.
다행이다. 앞으로 운동할 때면 저렇게 입고 하겠지?
아빠는 점심을 먹고 나서 또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조금이라도 운동하는 게 좋지 않을까? 엄마와 누나는 역시나, 밥을 다 먹고 차를 마시는 중에 오늘도 운동하러 가자고 했다.
“오후에는 프랑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는데….”
-괜찮아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니까 밤에 이야기해요!-
프랑은 날 보더니 내 생각을 읽었는지 밤에 느긋하게 이야기하자고 말을 했다. 나도 차라리 그편이 낫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아빠한테 말을 걸었다.
“아빠도 같이 운동하러 가는 게 어때?”
엄마와 누나가 트레이닝 복을 챙기러 간 사이에 아빠한테 같이 운동하러 가자고 꼬셔봤지만, 아빠는 고개를 저었다.
“곧 학술회의가 있다. 그걸 준비해야 해서 바쁘다.”
그러고 보니 아빠가 읽고 있는 책은 전부 의학 서적이다. 고서 수집이 취미고 고전 문학을 좋아하는 아빠였는데…. 휴식이 아니라 일하는 중이구나.
“응. 그럼 다음에 같이 해.”
“그래.”
프랑은 지금도 아빠의 뒤 둥둥 떠서 책을 같이 보고 있었는데 그녀도 책을 좋아하는지 집에 있을 때는 종종 아빠 서재나 거실에 꽂혀있는 책의 제목 등을 구경하고 아빠가 책을 펼쳐서 읽고 있을 땐 뒤에서 아빠가 보는 책을 같이 보고 그랬었다.
밥 먹고 컴퓨터를 켜서 AOS 게임을 잠깐 했는데 처음에는 프랑도 신기해하면서 모니터를 구경하더니 곧 싫증 났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방을 나가서는 아빠가 책을 보고 있으니 뒤에서 같이 보고 있었던 거 같았다.
“아들. 준비 다 했니?”
“응.”
“아빠. 다녀올게요.”
“여보. 운동하고 마트에 들를 건데 필요한 건 없나요?”
“간만에 떡이 먹고 싶은데.”
“알았어요. 그럼 집 잘 보세요.”
“음.”
평상복을 입은 엄마와 누나를 따라 집을 나오니 프랑이 뒤따라 나오는 게 보였다. 심심할 텐데 그냥 아빠 책 보는 거 옆에서 같이 보지?
“그냥 집에서 기다려도 되는데.”
-아니에요. 아버님이 어떤 책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서 잠시 살펴본 거였어요.-
“의학책이라 재미없지?”
프랑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엄마와 누나는 잠깐 날 바라봤지만 이내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엄마와 누나가 보기엔 나 혼자 벽에 대고 중얼중얼거리는걸로 보이겠지?
프랑은 내 말에 그냥 방긋 웃어 주기만 했다. 역시 태블릿 하나 사야겠다. 사서 프랑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전자도서 잔뜩 사다가 넣어놔야지. 내가 놀 때 프랑도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게끔.
“서하 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조심해야겠다?”
자동차에 올라타서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누나가 내 행동을 걸고넘어졌다.
“뭘 조심한다는 거야?”
“남들 앞에서 프랑 씨한테 말 걸면 이상하게 보거나 무서워할 거 아냐. 정신병이 있는 능력자라니.”
“뭣, 정신병이라니!”
누나의 말에 잠깐 발끈했지만 생각해보면 프랑도 같이 독순술을 익혔으니까 상관없을 거 같은데?
프랑은 자기 이름이 나오니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누나와 나를 바라봤다.
“괜찮아. 독순술 익힐 때 프랑도 같이 익혔으니까.”
“그래도 혼자 입을 뻥긋거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꺼 아냐. 조심해.”
“맞아. 아들도 이제 능력자니까 다른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거나 하지 않게 몸가짐을 바르게 행동해야지.”
“우웅. 알았어.”
탐색 능력이 있으니 다른 사람 시선 같은 건 문제가 안 되는데 말야.
사실 탐색 능력 때문에 곤란하거나 민망한 상황이 좀 많이 벌어지긴 했다. 예를 들면 집 안에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다른 집의 젊은 신혼부부의 담백한 섹스 장면을 구경한다거나. 옆집 젊은 누나가 샤워하는 모습을 구경한다거나 척 봐도 불륜 사이인 거 같은 젊은 여자와 늙은 남자의 펠라티오 순간의 모습이라던가.
남자의 자지는 굉장히 길었는데 여자는 그걸 입으로 목구멍 깊숙이 받아들이는 모습에 침을 삼키면서 목 부분을 투시해봤는데 자지가 목젖을 찌르고 성대까지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었지….
병원에서도 사람들이 안 오는 비품실이나 창고에서 밀회 중인 남녀를 많이 봤었다. 남자 의사에게 엉덩이를 내밀고 격렬하게 박히고 있는 여자 간호사라거나. 여의사한테 희롱당하는 어린 남자애라던가.
여자 의사의 얼굴이 마치 남자애를 잡아먹을 듯이 보여서 조금 무서웠다.
흠흠.
아무튼 귀환하고 나서 가장 곤란했던 게 무의식적으로 엄마와 누나의 몸을 스캔해버린다는 거였다.
엄마나 누나나 누구한테 보여서 부끄러울 몸매가 아니니까 보기 나쁘진 않은데…. 엄마나 누나를 볼 때마다 자꾸 죄책감이랑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거든.
그런데 남자들 몸은 스캔 안 하는걸 봐서는 내가 무의식중에 탐색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단 말야.
내가 노력하면 그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병원에 있을 때부터 열심히 탐색 능력을 가다듬어서 지금은 탐색 영역을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늘리는 게 가능해졌지. 그래도 가끔 나도 모르게 스캔하면서 보게 돼버려서 많이 난감하긴 하다.
저 멀리 아빠 병원이 보여서 6층의 헬스장을 망원 능력으로 살펴봤는데 아니나다를까 열 두 명이 모여있는 게 보였다! 저 개새끼들이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으득 이빨을 갈면서 저 새끼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는데 어제 없었던 인간도 있고 어제 있었던 인간도 보인다.
저 새끼들을 어떻게 해야 잘 처리했다고 소문이 날까.
문득 오늘 챙긴 누나와 엄마의 트레이닝 복이 생각났다. …그냥 놔둬도 괜찮지 않을까? 어제는 스물 일곱 명이나 있었는데.
그래도 어제 내 경고를 듣고도 또 온 인간들은 어떻게 손을 봐줘야겠는데.
그때 위상 세계 마지막 날에 탐색 능력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위상력 130% 효율로 이형종의 뇌를 긁었을 때가 생각났다.
…일반인의 뇌를 탐색 능력으로 긁었다간 어찌 될 지 모르고 아빠 병원에서 사람이 죽어 나갔다거나 뭐 그런 소문이 퍼졌다간 안 좋을 테니까, 정신 집중해서 뇌를 감지하는 방법으로 몸을 스캔하면 어떻게 되려나?
…일단 테스트해보고 공격도 된다면 놈들의 부랄을 손봐주기로 했다.
정확한 실험도 되고 내 경고를 무시한 댓가를 치르게도 할 수 있고, 알려진 내 능력과는 다른 효과가 날 테니 나에 대한 의심도 줄어들겠지.
들키진 않을까 했지만……. 능력자 연합 빌딩 안에서도 그렇고 병원에서도 내 능력에 대해 눈치챈 사람이 없으니 괜찮을 꺼야.
엄마와 누나가 옷을 갈아입으러 7층으로 올라간 사이에 난 6층의 탈의실에서 잽싸게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내가 병원에 도착해서 탐색 능력으로 감시했더니 4명은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부리나케 헬스장 밖을 나와 직원실과 환자실로 도망가고 8명이 남아있었다.
8명 중 7명은 오늘 처음 본 사람이고 1명만 어제 봤던 놈이었는데 남은 한 놈은 적개심이 가득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하하. 저 씨발놈이?
나와 눈이 마주친 놈은 머리카락을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무스로 머리카락을 세우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염색한 놈은 양아치처럼 생겼었다.
양아치놈은 환자복을 입고 있었는데 우리 병원에 입원한 놈인가 보다. 그놈은 적개심 가득한 눈으로 날 노려보며 이죽거렸다.
“거, 능력자인 거 같은데, 능력으로 일반인을 협박해도 되는 거냐? 이 병원장 아들 새끼 같은데, 병원 평판이 어찌 되도 상관없냐고? 엉?”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껄렁하게 으쓱거리면서 히죽 히죽거리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저 모습을 본 프랑도 화가 나는지 안색을 굳히고 양아치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돌대가리는 아닌지 생각해둔 게 있나 본 데 그 생각이라는 게 저거뿐이면 실망할 거 같다.
나는 천천히 양아치 새끼한테 다가가면서 극소량의 위상력을 목으로 돌려서 말을 했다.
몇번 해봤다고 금방 익숙해졌네.
“어. 상관없는데.”
“어, 어? 뭐?”
내 말이 의외였는지 당황하기 시작하는 양아치. 거기다 목소리에 위압감이 느껴져서인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이다.
“네놈 말대로 상관없다고. 난 능력자니까 병원으로 오는 환자분들이 없어도 내가 돈 벌어서 유지하면 돼. 그런데 넌 뭐냐?”
“어, 어?”
“능력자한테 깝죽거리다가 인생 밀어서 잠금 해제 한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 넌 뭐 믿는 빽이라도 있냐?”
“무, 뭐라는 거야 어린 새끼가!!”
내 말을 듣자 그제서야 공포심이 밀려오는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게다가 아직 어린 나한테 겁을 집어먹었다는 게 부끄러웠는지 애써 공포심을 밀어내며 화를 내는데 공포심이 얼굴에 가득해서 하나도 안 무섭다.
어처구니없네.
“닥쳐 씨발아. 내 말 들어. 내가 아니더라도 엄마랑 아빠 뒤에는 친한 검사도 있고 형사 아저씨랑 경찰 형들도 무진장 많아. 거기다 누나도 능력자인 데다 레이드 팀 하나 이끄는 절친도 있거든? 너 같은 양아치가 깝죽거려도 되는 곳이 아니라고, 아니면 너도 뭐 그런 빽이 있냐?”
이제는 놀람을 넘어서 공포를 집어먹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조그만 병원에 무시무시한 인맥이 엉켜있을 줄 몰랐나 보다.
의사라면 그래도 한국에서는 상위에 드는 직업이다. 알게 모르게 인맥이 형성된다는 거지. 더군다나 작지만, 유명한 병원을 운영하는 아빠와 엄마라면, 거기다 화술도 뛰어나고 외모도 뛰어나다면 그 인맥은 무지막지 넓어진다.
얼마나 생각이 없으면 능력자가 일반인한테 해를 입히면 안된다는 거랑, 내가 이 병원원장의 아들이라는 거만 생각하고 그걸 빌미 삼아 협박할 생각을 하냐.
화가 나다가 기가 차서 어이가 없어진다. 이 새끼는 머리통이 장식인가보다.
“어디서 내 누나가 예쁘다는 말 듣고 찝쩍거리다 어찌해볼 생각으로 왔나 본데….”
벌벌 떨고 있는 양아치 새끼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면서 위상력을 돌려 주변에서 운동하고 있던 인간들도 들리게끔 말을 뱉었다.
“능력자한테 깝치고 시비 걸면 좆된다는거, 내가 가르쳐줄게.”
“으…으아….”
“힘을 쓸 필요도 없어. 돈이랑 권력만으로도 밟아줄 수 있다는 거 공짜로 가르쳐준다니까? 사양 안 해도 돼.”
물론 지금의 난 권력도 돈도 없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양아치는 내 얼굴을 보더니 사색이 되었다. 보니까 돈도 빽도 없는 3류 쓰레기 양아치인가 보다.
“인생은 실전이야 좆만아.”
씨익 웃으면서 양아치를 노려보자 결국 양아치는 오줌을 지리며 무릎 꿇고 내게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히이익!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내가 생각해도 사악해 보이는 웃음이었는데 이놈한테는 어떻게 보였을라나?
뭐, 이 새끼가 생각했던 것도 크게 다르진 않다.
내가 직접 공격을 했다간 특수 1급 범죄자로 낙인찍혀버릴 가능성도 높고, 내가 공격했다거나 하는 게 알려지면 아빠 병원도 평판이 떨어지고 어쩌면 병원 영업 금지 처분이 내려지거나 해서 아빠가 더는 의사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바보 쪼다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잖아. 얼마든지 남모르게 묻어버릴 능력이 있는데 미쳤다고 대놓고 공격하겠냐.
옆에서 운동하던 7명은 말 그대로 운동을 위해 올라왔던 건지 내 말에 겁을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며 헬스장을 나가진 않는다. 그러고 보면 다들 30대에서 40대 사이로 운동하면서 만든 근육의 흔적이 보이는 게 정말 운동하러 왔나 보다.
난 머리를 바닥에 대고 계속 용서해달라고 빌고 있는 양아치한테 말했다. 결국, 물리적으로 제제할 수도 없고 금력으로 짜부라트릴 수도 없으니 이쯤에 협박을 마무리해야지
“…진짜 마지막으로 봐준다.”
“가, 감사합니다!!”
“대신.”
내 말에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지 얼굴에 희망이 엿보이는 양아치는 나지막히 덧붙인 내 말에 다시 표정이 공포에 물들며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주변에 널리 퍼트리라고, 조용하게. 울 누나 친구는 레이드 팀 보스인 고위 능력자고 동생도 F 클래스 능력자라고.”
그제서야 나도 정식 능력자라고 할 수 있는 F 클래스라는 걸 알았는지 양아치는 얼굴이 사색이 되면서 외쳤다. 눈에 안 보이는 고위 능력자보다 눈앞의 F 클래스 능력자가 더 겁나겠지.
“네, 네네네! 주변에 널리 알려서 구, 구더기 같은 새끼들이 병원과 누님 주변에 얼씬도 못 하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두 번 다시 누나 앞에 안 나타날 거라고 믿어. 응?”
“네네!”
여기까지 해야겠다. 엄마랑 누나가 옷 다 갈아입고 병원장실을 나오고 있어.
“가봐.”
그제서야 후다닥 네발로 기다가 일어서서 헬스장 밖으로 쏜살같이 도망가는 양아치.
원래는 탐색 능력을 극도로 집중하면 사람의 몸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실험해볼 생각이었는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병원에 피해가 생길까봐 그냥 포기해버렸다.
양아치가 겁먹고 지린 오줌의 흔적이 대리석 타일 바닥에 점점이 떨어져 있었는데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에이.”
어쩔 수 없지. 내가 닦는 수밖에.
탐색 능력으로 걸레를 찾아보고 청소용품 함에 걸레를 꺼내 바닥을 닦기 시작하니 주변에 7명이 날 힐끔거리며 눈치를 보는 게 보인다. 내가 눈치 보이는 건가?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온 게 아니면 괜찮으니까 운동 계속하세요.”
슬쩍 웃으면서 이야기해주니 7명은 그제서야 한숨을 쉬면서 각자 하던 운동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 엄마와 누나도 아까 집에서 입었던 옷차림으로 헬스장 안으로 들어왔다.
탐색 능력 만세다. 휴우.
“바닥은 왜 닦아?”
누나는 운동은 안 하고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는 내 모습이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어왔다.
“어. 바닥에 뭔가 누런 게 떨어져 있어서 닦고 있었어. 누가 밟고 넘어질까 봐.”
홈 짐에서 덤벨 프레스를 하고 있던 남자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힐끔 바라봤는데 그 순간 나도 눈을 마주쳐주며 웃어주니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덤벨 프레스에 집중한다.
“그래? 난 또 니가 누구 협박해서 소변 지리게 한 줄 알았지.”
윽. 다행히 움찔거리지 않았다. 하여튼 진짜 눈치 귀신이라니까!
프랑은 그런 누나의 말에 쓰게 웃으면서 나한테 날아와서 등에 자신의 상체를 기댔고 엄마는 나한테 걸레를 뺏으려고 하길래 손으로 막으면서 말했다.
“다 닦았으니까 엄만 운동해.”
여기저기 흩어져서 운동하고 있던 7명은 엄마랑 누나의 외모에 눈이 동그래졌다가 내가 생각났는지 황급히 시선을 돌리면서 자기가 하던 운동에 신경을 쏟았다.
그래. 내가 바란 건 저런 모습이야.
앞으로 내가 안 와도 누나가 저런 얌전한 운동복을 입고 하면 쓸데없는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1시간을 러닝머신 최고 속도로 달린 다음 날 보며 경악하고 있는 어른들 사이로 지나가서 벤치에 누웠다.
나도 역기 한번 들어봐야지.
양쪽에 철제 원반을 50kg씩 맞추고 역기를 들어봤는데 샤프트가 5kg이었으니 총 105kg짜리 역기다.
근데 꼼짝도 안 해!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는 무리였다. 슬쩍 헬스장 안을 감지해보니 사람들은 물론이고 엄마와 누나와 프랑마저도 내 배 위에 앉아 날 보고 있는 게 느껴져서 잽싸게 위상력을 돌려서 지금 힘 주고 있는 근육 부분에 골고루 퍼트리고 역기를 들어 올렸다.
“허” “우와….” “100kg인데 저렇게 간단하게…” “역시 능력자인가?”
…못 들었으면 쪽팔릴 뻔 했다!! 주변에 들리는 탄성에 어째서 누나가 으쓱해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누나는 주변에 들으라는 식으로 살짝 큰 목소리로 나한테 말을 걸었다.
“넌 특수 능력자면서 힘이 왜 그렇게 센 거야?”
특수 능력자라는 말에 주변이 더 웅성거리자 누나도 덩달아 흡족한 표정을 짓는 게 좀 재미있었다. 대리만족인가?
“윽. 센 거 아냐. 나도 100kg은 조금 무거워.”
“어머나. 아들, 조금이라면 더 무거운 것도 가능하겠네?”
“이 정도면 150kg까진 될 거 같아.”
엄마가 물어보길래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해줬는데 위상력을 최대한 돌리면 400kg까지 가능할 거 같지만 그랬다간 대번에 뭔가 능력을 썼다고 생각할 테니까!
주변에 날 보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보니 엄마도 뿌듯한지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인다.
프랑은… 내 고추가 있는 부분에 프랑의 음부가 맞닿게끔 올라타 있었는데. 내 배에 양손을 짚은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프랑은 자기가 어떤 자세로 있는지 모르는 건가?!
시선을 다시 아래로 내렸다간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시각적 자극에 풀 발기해버릴 거 같아서 필사적으로 머릿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시선을 천장으로만 향하면서 역기를 들었다 내리길 반복했다.
생각하면안돼생각하면안돼생각하면안돼생각하면안돼
큭! 피가 몰리면서 점점 일어설 거 같아…!
프랑은 연신 감탄하는 표정으로 내가 역기를 들어 올리는 횟수를 입으로 하나씩 세고 있었다!
프랑! 내가 잘못했어! 제발 봐주라!
결국, 누나한테 들켜서 배에 짝 소리 나게 얻어맞아 버렸다!
“변태. 무슨 생각하는 거야?”
“컥! 아, 아니 그러니까 프랑이!”
누나의 손바닥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며 내 배를 때리는 모습에 프랑은 오십칠을 세다가 깜짝 놀라면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크억! 이, 이 자세는 기승 위…!
내 말에 누나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날 노려보기 시작했고 프랑은 그제서야 부풀어 오른 내 바지 앞섬이 자신의 그곳을 통과해 몸속으로 들어와 있는 걸 깨닫고는 꺅! 하면서 두 손으로 음부를 가리고 공중으로 황급히 떠올랐다.
바로 직후에 역기를 벤치에 걸고 몸을 움직여서 빠져나오는데 얼굴이 빨개진 누나가 다시 손바닥으로 내 배를 가격했다!
철썩!
“캑! 왜 때려!”
“이 꼬마 변태 같으니!”
철썩철썩!
그러면서 손바닥으로 내 등을 마구 내려치는데 따가워 죽겠다!
“아악! 아프다고! 그만해!”
그런 누나의 손을 피해 우리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는 엄마의 등 뒤로 잽싸게 숨어버리자 뒤늦게 쫓아온 누나가 오른손을 든 채 으르렁거린다.
“저거 봐! 자기 손이 빨개질 정도로 내려쳤다니까! 엄마가 누나 좀 혼내줘!”
“뭐야? 잘못 했으니까 맞아야지! 얼른 이리 안 와?!”
“아 진짜. 내가 맞을 짓을 뭘 했는데!”
억울하다는 내 말에 누나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엄마를 피해 날 때리려고 손을 붕붕 휘두르기 시작한다!
“모, 모르면 모르는 만큼 더 맞아!”
“너무해!!”
엄마는 자상한 얼굴로 웃기만 하시고 프랑은 부끄러운지 얼굴이 약간 밝아진 채 두 손으로 몸을 가리면서 나와 누나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와, 진짜. 누난 날 때리면 막 흥분하고 그러는 거 아냐?”
“뭐야?”
“저거 봐! 또 때리려고 눈을 가늘게 뜨는 거 봐! 아까 샤워하면서 봤는데 누나가 때린 곳이 빨갛게 부어올랐단 말이야!”
운동을 끝내고 아무도 없는 샤워장에 들어가서 옷을 벗었더니 프랑이 내 등을 보고 놀라길래 나도 등을 봤었는데 누나한테 맞은 곳이 누나의 손 모 양을 따라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래서 자동차 안에서 상의를 들어 올려서 등을 보여줬더니 누나도 찔끔하면서 놀라는 게 보였다.
엄마도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을 보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누날 혼내기 시작한다!
“얘가! 동생을 잡으려고 그러니? 얼마나 세게 때렸으면 등에 저렇게 손자국이 나는 거니?!”
“윽….”
“엄마 잘한다!”
엄마를 응원하는 나를 누나는 살짝 째려봤지만 이내 엄마한테 다시 혼나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킥킥킥. 누나가 엄마한테 혼나는 일은 거의 없는데, 꼬시다.
“난 신체 강화 능력자가 아니라서 피부가 약한 편인데, 위상력이 아니었으면 피멍 들었을 거야.”
다시 옷을 내리면서 일부러 불퉁한 말투로 슬쩍 말을 흘렸는데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더욱 화내면서 누날 야단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누나는 자기도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건지 울상이 되어선 엄마가 혼내는 걸 얌전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게 좀 적당히 하지.
나는 엄마한테 혼나는 누나를 보고 있으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나는 거 같아서 킬킬거리면서 웃어버렸다.
저녁을 먹고 아빠는 흡족한 표정으로 따뜻하게 데운 백설기를 들고 서재로 들어가셨고 엄마도 같이 책을 보려는지 아빠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넌 잠깐 앉아서 기다려봐.”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프랑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려고…했는데 누나는 방으로 들어가려던 날 붙잡고 소파에 억지로 앉히더니 약품 상자를 들고왔다.
“아…….”
누나는 내 상의를 벗기고 등에 빨갛게 손자국이 난 부분에 약을 발라주면서도 표정이 울상인 게, 이렇게 부어오를지는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아 따가워!”
“가만히 있어 봐.”
내가 따가워서 몸을 꼼지락거렸더니 얌전히 있으라며 살짝 팔을 꼬집었다가 다시 꼼꼼히 약을 발라준다.
뭔가 궁시렁거리고 투덜거리는데 자꾸 꼬마, 변태, 짐승 이런 소리가 작게 들리는 걸 보면 내가 프랑의 몸을 보고 흥분해서 거시기를 세운 게 누나가 보기에 굉장히 부끄러웠었나 보다.
나도 따지고 보면 프랑의 피해자인데….
프랑도 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눈치챘는지 날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약을 다 발라준 누나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책을 펴들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나는 서재에서 엄마가 사준 떡을 먹으며 책을 보고 있는 아빠한테 가서 물었다.
“ 아빠. 영어단어 많이 있는 사전 가지고 있는거 있어?”
“흠. 병원에서 보던 4만 자 사전으로는 부족했나?”
“응. 4만 자 다 외우고 독순술도 다 익혔는데 조금 부족한 거 같아서.”
“회화를 위한 영어단어라면 그 정도로도 충분할 게다.”
“ 그래도 완벽해지려면 10만 단어 사전은 봐야 하지 않을까?”
“완벽? 고작 10만 단어로 완벽이라고 하려는 거냐.”
“잉?”
“현재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수록된 '공식적인' 영어단어의 수가 40만여 개에 달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파생되는 영어단어까지 생각한다면 오래전에 백수십 만개가 넘어갔지. 넌 그것들도 다 외울 생각인 거냐
“켁? 100만 개가 넘어?!”
“우리 나라에서만 해도 콩글리시라는 웃기지도 않는 단어들이 퍼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칭글리시나 인도의 힝글리시, 일본의 재플리시 같은 현지 언어와 융합된 단어들이 급증하고 있지. 유행에 따라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단어들까지 합한다면 평생을 달라붙어도 네가 말한 '완벽'이라는 상태에는 도달하지 못할 거다
“윽…. 몰랐어.”
“ 그래도 평범한 회화가 아니라 전문 용어까지 생각한다면 8만 자 정도로도 충분할 거다. 작년에 발행된 단어 사전이니 근래의 위상 용어도 들어있을게다. 생각이 있다면 저 책장의 위에서 2번째 칸 오른쪽에서 5번째에 있는걸 꺼내 가라
“어! 아빠 땡큐!”
나는 아빠가 말한 사전을 챙겨 들고 방을 나오면서 놀란 걸 감추지 못했다.
프랑도 영어 단어가 100만 개를 넘어간다는 말에 질린 눈치였다.
“후와…. 우린 그냥 이거만 외우고 나머진 그때그때 필요한 거 외워가는 걸로 하자.”
-네. 백 수십만 개의 단어라니…. 공식적인 단어도 40만 개가 넘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응. 근데 이것도 엄청나게 두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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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