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0 일상. =========================================================================
“아앗!”
어?!
갑자기 들린 누나의 비명에 잠이 확 깨면서 벌떡 튕기듯이 침대에서 일어났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 옆에 바르게 누워있는 프랑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누나가 보였다.
펑퍼짐한 잠옷을 입은 누나는 표정이 당황? 난감? 질투? 뭐지? 아무튼, 복잡한 표정으로 프랑을 가르키고 있길래 옆을 내려다보니 잠든 채 주기적으로 몸을 반짝반짝 빛내는 프랑이 있었다.
음. 내가 자다가 이불을 발로 밀어냈는지 이불은 발치에 구겨져 있었고 그 덕분에 프랑의 알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유령… 아니, 그 아이가 프랑이야?”
“어. 프랑 맞아. 근데 이래 보여도 누나보다 나이가 많을걸?”
나는 황급히 이불을 둘둘 말아서 프랑의 몸 부분에 올려놓으니 이불 밖으로 어깨와 두 다리만 나와서 알몸은 가릴 수 있었다. 이불이 프랑의 몸을 뚫고 들어가는 그 모습에 흠칫하던 누나는 이내 프랑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본다.
“…예쁘네.”
응? 예쁘단 걸 어떻게 알았지?
“프랑이 어떻게 보여?”
나는 곤히 잠든 프랑이 깰까 봐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는데 그사이에도 프랑의 잠든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누나의 팔을 잡아끌고 방 밖으로 나가려는데 누나의 비명을 들었는지 잠옷 차림의 아빠와 엄마도 내 방으로 들어왔다.
“음!” “어머!”
우와 프랑의 몸을 가리길 잘했네!
엄마와 아빠는 반짝거리면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빛을 내며 밝아지는 프랑을 보더니 감탄사를 흘리신다.
아빠는 프랑이 벗고 있다는 걸 보고 이내 몸을 돌려 내 방을 나갔는데 엄마는 살금살금 프랑에게 다가가서는 잠든 프랑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또다시 감탄하셨다.
아무래도 반짝일 때 몸이 다 보이나 보다.
나는 다시 침대로 다가가서 프랑의 잠든 모습을 구경하는 엄마의 팔도 잡아서 끌고 나왔다.
아빠는 거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티비에서 나오는 뉴스와 신문을 보고 있었는데 딱히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에게 팔이 잡혀 방 밖으로 끌려 나온 엄마와 누나는 도로 양쪽에서 내 팔을 잡아끌고 거실 소파에 날 앉히고 물었다.
“저 아이가 프랑이니?”
엄마가 먼저 질문을 시작했는데, 아빠도 관심이 있는지 신문을 접고 티비도 끄더니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 프랑의 얼굴이 보였어?”
“쭉 보이진 않았는데 몸이 밝아질 때마다 얼굴이나 몸이 보였어. 신기하더라.”
“무척 아름답더구나! 엄마가 지금까지 본 아이들 중에 가장 예뻣어!”
“역시 그러네. 집 밖에서 자야 할 때는 영혼석 안으로 들어가라고 해야겠다.”
이제 프랑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한테 보이는 부분은 대부분 다 체크가 끝났건가? 확인 해야 할 건 속성 능력자들이 체내 위상력이 높아지면 프랑을 볼 수 있는지. 특수 능력자들과 회복 능력자들도 프랑이 보이는지, 프랑을 볼 수 있는 스킬이나 능력이 있는 건지를 알아봐야겠다.
“그런데 저 애는 왜 발가벗고 있는 거야? 니가 억지로 벗긴 거 아냐?”
순간 누나는 차가운 눈초리로 날 노려보며 말했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여자애를 억지로 벗겨놓고 다니는 변태로 보다니!! 아빠도 커흠! 하더니 날 변태자식 보는 눈으로…. 억울해!!
“아냐! 처음 만날 때부터 저 모습이었다고! 나도 알…몸이 보인다고 말해줬는데 계속 저렇게 있었단 말야!”
“어머나, 아들도 이제 다 컸네? 호호호.”
윽! 엄마는 조금 난감한 얼굴로 엄마는 다 이해해~ 하는 표정인데, 진짜 아니라니까!!
“후~응?”
계속되는 누나의 의심 눈초리에 황당하고 당황스러워서 식은땀이 날 거 같다. 저대로 두면 내가 프랑한테 했던 못된 짓까지 모두 눈치챌 거 같은데…. 혹시나 영혼석으로 프랑의 몸에 장난까지 친 걸 누나가 알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으으.
“어떻게 된 일이니? 저 아가씨가 어떻게 아들이 가진 위상석에 몸을 맡기게 된 거니?”
그 순간 천사 같은 목소리의 엄마가 날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엄마는 호기심을 달래주지 않으면 붙잡고 안 놔줄 기세다.
어제 설명할 땐 눈에 안 보이니까 그냥 신경 안 썼는데 막상 저렇게 얼굴까지 자세히 보이니까 궁금증이 폭발했나 보다.
누나의 신경도 돌릴 겸 그때 상황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보름달이 뜬 밤 자정에 강가에서 우연히 만났어. 거기서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프랑이 현실로 돌아오고 싶다길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위상석에 들어가 있으면 나랑 같이 되돌아올 수 있을 거 같다고 했거든. 그 모습이 불쌍해서 그러라고 한 거였었어.”
“어머머!”
“결과적으로는 쭉 내 곁에 있어 주면서 말 상대가 돼줘서 내가 미치지 않게 정신적으로 안정시켜준 거야.”
“혹시 귀신이나 악령 같은 건 아니냐?”
“그…. 같이 있다고 정기를 빼앗기거나, 그러는 건 아니지. 아들?”
내 이야기를 듣던 아빠는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봤고 엄마도 걱정된다는 표정이었는데 어제 차 안에서 봤던 표정은 그거 때문이었나 보다.
하긴 나도 처음에는 그녀가 악령이 아닐까 생각하긴 했지. 금방 접었지만.
“응.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프랑의 눈빛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지웠어.”
“…….”
“만약 프랑이 귀신이나 악령이면 세상은 정말 살기 힘든 곳일 거야. 오히려 내가 보기엔 프랑은 정령 같은 존재 같아.”
내 말에 엄마와 누나는 서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아빠도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로 신문을 펼쳐 들었다. 확실히 프랑의 얼굴과 모습은 정령이라는 이야기도 수긍이 될 정도지?
시계를 보니 이제 6시다.
나 참. 일요일 아침부터 누나의 비명에 잠을 깨다니.
“누난 이런 시간에 내 방에 몰래 들어와서 뭘 하려고 한 거야?”
한참 프랑에 대해서 엄마와 함께 이런저런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던 누나는 내 말에 움찔하더니 날 힐끔 올려본다.
“동생이 잘 자고 있나 궁금해져서 봤다. 왜? 불만 있어?”
움찔한 순간에 이미 설득력이 없는데…. 말을 꺼냈다간 언어의 압박과 동시에 물리적인 제제가 들어올 거 같은 표정이라 그냥 말았다.
귀환하고 5일까지는 그야말로 쥐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극진하게 간호하더니 8일째부터 살짝살짝 츤츤이 튀어나오다가 이젠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 같아.
…폭력은 좀 쓰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큰 방으로 들어가서 욕실로 들어가는 게 씻으려는 건가 보다. 난 그쪽으로는 신경을 끄고 티비를 다시 켜서 뉴스를 보고 있던 누나한테 말했다.
“나 교복 새로 맞춰야 하는데. 같이 가주라.”
“교복? …아, 키도 크고 살도 빠져서 새로 맞추긴 해야겠네. 일단 기성복으로 한 벌 사고 두 벌은 주문하자.”
“세 벌이나 사게? 1년 뒤면 졸업인데 세 벌은 많은 거 아냐?”
“남는 옷은 입학하는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한테 물려주면 되잖아. 그러니까 깨끗하게 입어.”
“그런 것도 있어?”
“물론. 나도 졸업할 때 입던 교복 전부 물려주고 왔는걸?”
순간 장래의 매형이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교복플레이는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들자 괜히 불쌍해졌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어?! 아냐! 아무것도! 아아~. 프랑 일어났는지 가봐야지!”
으이구, 저 눈치 귀신.
난 누나의 불만스런 표정을 피해 방으로 돌아와서 나갈 때와 똑같은 자세로 잠들어있는 프랑을 내려다봤다.
감긴 두 눈 끝에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은 무진장 길다. 학교에 인조눈썹달고 오는 애들이랑 비슷한 거 같아. 근데 인조 눈썹에서 느껴지는 인공적인 느낌은 없고 자연스럽고 프랑의 눈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벌어진 앵두 같은 입술에서는 색색거리는 숨이 새어 나오는 거 같다.
“…꼴깍.”
슬쩍 이불을 걷어내고 프랑의 알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막 들었지만…. 거실에 앉아있는 눈치 귀신이 언제 덮칠지 모르니 그냥 잠든 얼굴만 구경해야지.
아, 인증기로 유령이나 유령 감지에 관해서 찾아볼까?
…왜 이제 생각난 거지! 나는 조심스레 프랑의 영체를 건들지 않게 침대로 올라가서 프랑의 얼굴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인증기를 조정해서 홀로그램을 띄웠는데 마치 바탕화면처럼 홀로그램의 배경에 프랑의 얼굴이 있으니까 얼굴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유령으로 검색해볼까?
[제목 : 탐지 기술이 유령 감지된다고 한 새끼는 봐라.]
[시발, 뭐? 탐지 기술을 익히면 유령이 보여? 이 개새꺄, 너 어디 사냐. 한판 뜨자 씹새야! 개 같은 새끼 너 때문에 우리 그룹 전멸할뻔했다! …]
그 뒤로 호화찬란한 욕설의 퍼레이드. 나는 아래 달린 답변 글을 선택해봤다.
[re.탐지 기술이 유령 감지된다고 한 새끼는 봐라.]
[존나 멍청한 새끼네;; 무식하면 졸라 용감하다고, 배우고 숙련도도 안 올리고 바로 뛰쳐나갔냐? 안 뒈진 게 용하다 용해. ㅉㅉ]
[re.re.탐지 기술이 유령 감지된다고 한 새끼는 봐라.]
[우쭈쭈. 탐지가 무슨 만능 스킬인줄 아셔쪄용? 빙신도 이런 빙신이 없네! ㅋㅋㅋㅋ]
…….
[re.re.re.re.re.re.탐지 기술이 유령 감지된다고 한 새끼는 봐라.]
[그래도 무사히 탈출한 거 같아 다행이군요. 탐지는 있는 표현 그대로 유령의 존재를 느끼는 것뿐입니다. 가시 감을 지니지 않은 영체는 볼 수 없어요]
…이 사람들 능력자 맞아? 왜 이렇게 푼수들같이 노는 거지…. 난 능력자들이면 다들 강우혁처럼 진중한 모습으로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최수한을 생각해보면 왠지 이해가 간다.
그래도 마지막에 달린 답변 글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근데 가시감이라는 뜻이 뭐지? 뭔가 사전을 찾아봤더니 사전에도 없는 단어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가시감可視感 : 보이는 느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걸 알 수 있었다.
잡학이 하나 더 늘었군. 아무튼, 탐지 기술이랬지? 기억해두고 유령에 관해서 더 알아보자.
하지만 그 뒤로 보인 것들은 그냥 카후밀, 알포피네스, 마라 우소 같은 유령 던전, 지역이 있고 유령 이형종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유령들은 대부분 중위급 이상인가? 판타지 소설 단골 멤버인 리치나 듀라한 데스나이트도 있다는데 살짝 기대된다!
나도 영웅이 될 수 있을까?
특히 유령 계열 이형종 중에 최상위 이형종이 하나 등록되어있었는데, 이름이 어비스 로드. 주변에 죽은 능력자들을 데스 나이트(고위 이형종)로 일으켜 세운단다.
겁난다. 능력자들을 고위 이형종으로 일으켜 세운다니. 저러니 최상위 이형종이지.
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인간이 이형종화 된 이유로 보이는 거 같은데….
그 외에는 눈에 띄는 이야기는 안 보인다.
이어서 탐지 기술에 대해 알아보니 처음 기술을 만든 사람은 나 같은 감지 타입의 C클래스 능력자였다.
그는 이탈리아의 가톨릭 신부였는데 위상력을 영능력이라고 부르면서 유령이나 귀신, 언데드와의 싸움에 특화된 능력자였다고 적혀있었다. 대對 언데드 전투에서는 A 클래스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적혀 있었다.
어지간한 유령은 그의 터닝 한방에 소멸할 정도였다나?
하지만 그는 어비스 로드의 레이드에서 죽었다고 적혀있었다. 어비스 로드가 최상위 이형종으로 등록되는 그 사건.
아무튼, 신부가 자신의 능력 일부를 이해한 뒤에 만들어낸 게 영체 탐지 기술이었고, 신부는 공용 기술로 등록해서 능력자 연합에서 돈 받고 팔고 그 수익으로 고아원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그 아래 신부복을 입은 무진장 젊고 잘생긴 금발 벽 안의 남자가 그야말로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수많은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등록되어있었다.
…우와. 그야말로 성인 聖人이네. 착한 데다 잘생기고 능력 있고. 프랑 남자 버전이냐?
탐지 능력에 대한 설명을 보니까….
[탐지 기술]
[보이지 않는 유령을 감지하는 기술. 분당 TP 소비량 1%]
감지. 감지라…. 거기다 위상력 소비량, 그러니까 TP 소비량이 무시무시하다. 고정화 된 수치가 아니라 분당 1%라니? 그렇게 보면 A 클래스나 I 클래스나 똑같이 1시간 40분을 감지할 수 있다는 거지만 A 클래스의 TP 수치와 I 클래스 TP 수치가 똑같을 수가 있나.
저런 걸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프랑이 감지될 일은 없을 거 같다!
이거 안심되네. 프랑이 일어나면 가르쳐줘야지.
인증기에 등록되어있는 기술이 몇 종류인가 살펴봤는데 잡다한 거에서부터 쓸만해 보이는 거랑 내가 접근 불가능한 기술까지 다 합치면 종류가 수십 가지다.
겨우 수십 가지라니, 조금 실망인걸? 난 수백 가지 정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알아보니 능력을 기술로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기술은 B 클래스 이상의 능력자들이 만들었다고 하네.
그중에 내가 눈여겨본 게 속 성탄 발사 기술들. 번개를 빼고 불과 물, 바람과 대지, 빛과 어둠으로 뭉쳐진 구체를 발사하는 기술이다.
원거리 공격이다! 이거 배우고 싶어!
그 외에도 물속에서 숨 쉬는 기술이라거나 일정 시간 하늘을 날 수 있는 기술이라거나, 시각을 극도로 좋게 만드는 기술,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기술, 다리에 TP를 돌려 빠르게 달리는 기술…. 엥? 이거 내가 쓰는 위상력 컨트롤이랑 비슷한 원리인 거 같은데?
그리고 화연이 누나가 보여줬던 피부 위 1cm 정도를 위상력으로 감싸고 외부의 위상력의 개입을 막아주는 기술이 있었다.
잡다한 기술에는 무게 500g 미만의 물체를 공중으로 띄워 올린다거나 트럼프의 뒷면을 겨우 투시할 수 있는 기술이라거나 손에 들고 있는 200mL 정도의 액체를 시원하게 만들거나 몸에서 정전기 수준의 전기를 발생하는 것들이 있었다.
잡다한 건 그야말로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구나. 평범한 일상생활에는 어쩌면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위상력 소비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실제 능력들은 기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것들이 많지만…. 기술은 자신이 사용할 수 없는 계통이 다른 능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거니 유용성이 매우 뛰어나겠지.
기술만 만들면 능력자 연합에 등록해서 연금 타 먹듯이 여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고 클래스 능력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기술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인증기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더라.
근데 위상력 운용 기술은 왜 목록에 없지? 다들 필수로 익히는 거 같은데 설명이 없다니. 누나한테 화연이 누나 전화번호 받아서 물어볼까?
…에이 말자. 나중에 만나면 물어봐야지.
공용 기술들을 살펴보다 보니 문득 현실에 퍼져있다는 위상력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면 위상 세계에서는 거의 공기 반 위상력 반이었는데…. 정신을 집중해서 탐색 능력을 돌려봤더니 공기와 위상력의 비율이 위상 세계랑 비교하면 9.5 : 0.5 정도인 거 같다.
현실에서 위상력은 1시간에 0.012가 증가한다는 건가? 하루가 지나야 0.264 올라? 아, 기준이 바꼈으니까 하루에 1.01 정도 오르네,
1년이면 말 그대로 365가 오르니까 G 클래스까지는 가만히 있어도 오르겠네. 근데 농도가 변한다고 했었지?
어쨌든 내 발톱 검이랑 뿔 송곳은 언제 돌려주나? 나중에 돌려준다고만 하고 그 나중이 언제인지도 말 안 해줬잖아…. 그 노랑머리 자식!!
노랑머리 최수한한테 메시지를 보내볼까?
딩딩딩딩….
[제 무기는 언제 돌려주나요?]
[정서하입니다. 제목 그대로 제 무기는 언제 돌려줘요?]
이 정도면 됐겠지. 메시지 주소는 노랑머리가 준 명함에서 본대로…. 됐다.
전송!
그럼, 좀 더 커뮤니티를 돌아다녀 볼…디디딩!…까.
더럽게 빨라!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그 인간도 쉬는 날인가? 보내자마자 답장이 날라왔다는 알림음이 떠서 깜짝 놀랬다.
아무튼 확인해볼까. 제목이….
[^-^]
…….
이 인간 진짜….
[네네~! 서하 군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무기류 소지는 불법입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서하군이 가져온 발톱 검과 뿔 송곳은 연합 빌딩의 초대형 기밀 안전 금고에서 보관하게 되니까 도둑맞을 걱정도 없이 안심! 그러니까 서하 군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떼용!]
…아, 짜증 난다. 이모티콘 떡칠도 안됀 그나마 정상적인 내용인데 어째서인지 무진장 짜증 난다! 특히 마지막에 혀짧은 소리를 글로 적어놓은 게 가장 짜증 나!
그래도 답장은 보내주는 게 예의에 맞겠지.
아무튼, 미성년자는 능력자라도 무기 소지가 불법인가 보다.
[re. ^-^]
[네. 감사요.]
디디딩!
빨라!
[re.re. ^-^]
[아앗! 서하 군, 너무 쿨해! 글이 너무 짧은 거 아니야?! 흙흙, 서하 군이 어쩐지 나한테만 너무 냉정한 거 같아!! 강 선배랑은 진지한 사나이들의 눈빛을 나누더니 나는 보고도 못 본 척 하고! 봐도 눈살 찌푸리고! 너무해! 미워 미워! 누나 삐져버릴지도 몰라?!]
아 진짜! 너무너무너무. 너무를 몇 번이나 쓰는 거야?! …어? 누나? 이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노랑머리 최수한이 여자라고? 잠시 최수한의 몸을 떠올려봤…. 보려 했는데 기억에 없다! 그냥 수트 너머의 남자 모습밖에….
아 맞다. 강우혁만 스캔했다가 눈 버렸다고 생각하면서 최수한은 스캔도 안 했지.
우와…. 그 외모가 여자라고? 너무 보이시한거 아냐?
[re.re.re. ^-^]
[여자였어요?]
전송! 그리고 즉답하는 최수한!
디디딩!
[re.re.re.re. ^-^]
[심해! 나 완전 충격….]
…내용도 짧은 걸 보니 진짜 충격먹었나 보다. 외모도 남자고 이름도 남자고 목소리도 조금 허스키한 게 남자 같았는데 여자라니, 나도 충격이란 말야.
뭐 최수한이 충격먹든 말든. 홀로그램 너머로 디딩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는지 환하게 밝아지는 프랑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인증기를 종료하고 점점 빛이 줄어드는 프랑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일어나면 바로 아침 인사 해야지!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었거든!
눈꺼풀이 사르르 올라가더니 투명하고 맑고 아름다운 프랑의 눈이 나와 마주친다.
“잘 잤어? 좋은 아침이야.”
-네. 서하도 안녕히 주무셨나요?-
내 말에 바로 미소를 머금으며 몸을 일으키는 프랑은 창밖으로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 살짝 눈을 비볐다.
그 덕분에 출렁 출렁거리는 프랑의 가슴이 눈에 그대로 들어와서 내 마음도 덩달아 출렁거렸다!
ㅁ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어!ㄴ
-좋은 소식이요?-
ㅁ응. 가시감이 없는 영체를 감지하는 기술이라는게 존재하는데, 위상력 소비량도 굉장히 높아서 잘 사용하지도 않고 현실에서는 쓰는 사람이 없을거 같아.ㄴ
-어마.-
프랑도 놀란 표정이다.
-그럼 몇몇 능력자들을 제외하면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겠네요!-
ㅁ응!ㄴ
-다행이네요. 누군가 제 몸이 보이는건 아닐까 불안했었는데.-
ㅁ그치? 나도 다른 남자들이 프랑을 보는 건 싫었….ㄴ
…말 실수 했다.
그런 내 모습을 프랑은 기쁘다는 표정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면서 부끄럽게 웃어주었다.
씻고 나온 엄마가 아침밥을 차리고 가족들이 모두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아침을 먹은 지 4시간.
내 방에서 4시간을 써서 프랑과 독순술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익혔더니 11시에 Z로 시작하는 단어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얼마 안 걸려서 다행이다! 난 10일은 걸릴 줄 알았는데.”
엄마가 독순술 책을 갖다 주자마자 인터넷에 들어가서 결제 취소한 게 다행이었다.
-서하가 열심히 했으니까요!-
프랑은 두 손을 꼭 쥐고 눈을 반짝거리면서 날 보며 대답했는데, 새삼 가슴이 벅차오른다. 프랑을 만나고 19일. 드디어 대화가 가능해졌어….
눈물 날 거 같다!
그럼 프랑에게 미리 준비했던 질문을….
“서하야~!”
…던지려 했는데 누나가 거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에이…. 프랑한테 물어볼 게 많은데.”
-언제라도 알려드릴게요. 시간은 많으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내 불퉁한 표정을 프랑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살짝 다가와서 내 이마에 키스를 해줬다. 히히.
“알았어. 궁금한 게 조금 많으니까. 점심 먹고 천천히 이야기해보자. 10만 영어단어 사전도 사야 하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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