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일상. =========================================================================
“어머. 사람들이 많네?”
“응? 보통 이 정도던데?”
“환자분들이나 직원들도 헬스장을 별로 안 쓰는 거 같아서 철거할까 생각 중이었는걸?”
“엑. 나 운동할 때면 사람들 무지 많았었단 말야. 평소에는 얼마 없었어?”
엄마와 누나가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오니저 인간들의 눈이 일제히 엄마와 누나의 몸으로 쏠린다.
엄마와 누나의 복장은 하의는 무릎 위까지만 내려오는 검은색에 몸에 착 달라붙는 재질의 트레이닝복이었고 상의는 탱크탑으로 배와 배꼽이 훤히 보이는 데다 몸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복장이었다!
그러니까 엄마랑 누나 몸을 구경하려고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거군.
죄다 수컷들만 모여있는 게 이상하다 했더니…. 엄마랑 누나를 저렇게 음흉하게 쳐다보는 눈을 보니 머릿속이 차갑게 식고 분노로 가슴이 울렁거린다.
저대로는 그냥 못 두겠다.
“엄마, 누나. 나 옷 치수가 좀 적은 거 같은데.”
“응? 옷이 작니? 조금 더 큰 걸 가져다줄까?”
“응. 엄마랑 누나가 좀 갖다 줘.”
“너 진짜…. 그런 건 입을 때 말하란 말야.”
엄마는 별 말없이 돌아나갔고 누나도 투덜거렸지만, 엄마를 뒤따라 나갔다.
좋아. 멀리 갔지? 난 감지 능력으로 누나와 엄마가 병원 용품 창고로 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귀에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진짜…. 얼마나 기다렸는데.”
“저 새끼 뭐야?”
“그러게요. 혼자 가서 갈아입지 보내길 왜 보내?”
“병원 총무부장을 엄마라고 한 걸 보면 병원장 아들인가 본데요.”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뚝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헬스장 안에 있는 수컷의 눈을 하고 있는 인간들을 노려보았다. 저 인간들도 날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진짜?!
프랑은 내가 크게 화났다는걸 눈치챘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는데, 저 사내새끼들이 마치 프랑의 알몸을 보고 있는 것 처럼 보여서 더 화가 난다!!
그러니까, 이렇게 했었나? 몸속의 위상력을 돌리다가 목으로 위상력을 조금 모은다. 그리고,
“…눈깔아.”
목소리에 위상력을 흘려 주변의 발정 난 수컷 놈들을 노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 눈빛과 목소리에 환자, 직원 가리지 않고 일제히 안색이 파래진다. 효과 죽이는구나.
“10초 드리죠. 환자분 중에 진짜 몸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하는 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금 당장 나갑니다.”
그러면서 두 손에 위상력을 돌려 벤치 프레스에 쓰이는 철제 원반 두 개를 겹쳐 들고 웃으면서 양손에 힘을 줘서 비틀고 잡아당겨 찢어버렸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 손에 남은 잔해를 위상력을 힘껏 돌려 우그러트리면서 말한다.
“남아있으면, 제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꿀꺽.
그제서야 내가 능력자라는걸 눈치챘는지 나랑 가장 가까이서 내 살기 어린 목소리를 들은 인간이 침을 삼키더니 내 눈을 피하면서 헬스장을 나갔다. 그 모습에 한 둘씩 슬금슬금 입구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대로 보내면 내일도, 모레도 누나가 올 때마다 또 모이겠지?
“미리 말해두는데, 얼굴 다 기억했어요? …다음에 또 보면 그땐 가만 안 놔둔다.”
다시 위상력을 목소리에 담아 내뱉었더니 일제히 사색이 되면서 우르르 헬스장을 뛰쳐나가 버렸다.
“…쯧.”
헬스장의 사람들을 다 쫓아내 버리면서 기분 나빠하는 내 모습에 프랑은 웃지도 못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내 모습을 바라봤다.
“어쩔 수 없잖아. 원래 목적인 운동은 안하고 엄마랑 누나 몸을 훔쳐볼 생각으로 모여 있는 놈들인데.”
-잘하셨어요. 저런 인간들은 한 번쯤 혼이 나봐야해요!-
“그치? 텅텅비니까 오히려 더 좋은거 같네. 뭐부터 해야하나?”
-살 찌는게 걱정이시라면 러닝머신과 사이클을 이용하는게 효과적이에요.-
“그냥 2시간동안 러닝머신만 해도 되겠지?”
-일반인은 권장하지 않는 운동 방법이지만, 서하라면 괜찮아요.-
잠시 후에 한 치수 큰 트레이닝복을 가지고 돌아온 엄마와 누나는 헬스장에 사람이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은 걸 보더니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러닝머신에서 뛰고 있는 나한테 다가왔다.
“사람들 다 어디 갔어?”
러닝머신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릴 들으며 뛰고 있는데 뛸때마다 탕탕거리며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나쁘지 않다.
“환자들은 다 병실로 돌아가고, 직원들은 집에 가는 거 같던데?”
“…사람들은 사색이 돼서 도망쳐 나오는 거 같았는데, 그게 집에 가는 모습이라구?”
윽. 도망쳐나가는걸 본 건가?
살짝 찡그려진 내 얼굴을 봤는지 누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추궁한다.
“솔직히 불어. 무슨 짓을 한 거야?”
“뭐 운동은 안 하고 시시덕거리길래 쫓아내 버렸어.”
“뭐어?”
누나는 내 말이 어처구니없었는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옆에서 내 말을 듣고 있던 엄마는 뭔가 짐작이 간다는 표정이었다.
손에 든 트레이닝복을 잠시 내려다보던 엄마는 간이 의자 위에 올려놓으면서 날 보고 물었다.
“…그래서 다 쫓아낸 거니?”
“응. 운동 안 할 거면 오지 말라고 했어.”
살기…라고 해도 되겠지? 살기를 뿌리면서 협박하듯 말했지만 어쨌든 말한 건 말한 거니까.
그제서야 누나도 어찌 된 일인지 눈치를 채고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끙. 그 인간들을 변호하고 싶진 않지만, 누나한테도 문제가 있으니까…. 말해줘야겠다.
“누나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게 야하게 입고 있으니까 그 인간들이 시간만 되면 구경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무! 뭐가 야한 옷이라는 거야! 이거 평범한 트레이닝 복이란 말야!”
“옷이 쫄쫄이처럼 몸에 달라붙어서 굴곡도 다 드러나고 배랑 배꼽도 다 나와 있는데 야한 거지!”
내 말에 엄마는 어머나 하면서 잘록한 허리와 배꼽을 살짝 가렸고 누나도 내 말에 뭔가 느꼈는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손을 붕붕 흔들면서 항변한다. 그래도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는 그냥 헐렁한 옷 입어야겠다. 조금 옷이 쓸리고 땀이 잘 안 빠지지만 어쩔 수 없겠네.”
“안에 트레이닝복 그대로 입고 그 위에 입으면 되지. 땀도 잘 나고 살 잘 빠지겠네.”
빠르게 달리고 있는 내 모습에 누나는 한숨을 쉬…려다가 참고 내 옆에서 러닝머신을 키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엄마도 따라서 내 왼쪽에서 러닝머신을 켜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익숙해 보이는 게 몇 번 헬스장에서 운동도 했나 보다.
난 칼로리 소비가 목적이니까 쭉 16km/h 속도로 2시간 동안 달리기만 하고 있었는데 엄마와 누나는 날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30분 동안 달리다 걷다가 달리기를 반복하더니 누나는 헬스 기구를 사용하면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엄마는 그대로 몇 분간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더니 땀에 흠뻑 젖어서 의자에 앉아 나와 누나가 운동하는 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난 달리면서 영어 단어와 뜻을 중얼거리면서 입 모양을 확실히 익혔고 러닝머신 기계 앞에서 상체를 조작판 위에 올린 프랑은 나랑 똑같은 단어를 발음하면서 내 독순술을 도와주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외우다 보니 의외로 비슷한 단어와 발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대로면 10초에 1단어씩 본다고 해도 10만 단어를 외우려면 안 쉬고 244시간을 해야 하는 양인가? 그런데 비슷한 단어들을 합치고 단순 발음으로도 되는 것들도 제외하고 났더니 내일이면 프랑과 대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휴. 넌 2시간 동안 달리기만 하는 거니? 최고속도로 계속 달리기만 하네!”
2시간 동안 똑같은 속도로 계속 달리고 있으니 엄마는 내 옆으로 오더니 러닝머신의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응. 많이 먹었으니까 칼로리를 소비해야 하잖아.”
아무리 위상력의 보조를 받아서 육체 자연 회복력을 끌어올리고 무릎 관절을 보호한다지만 2시간 동안의 반 전력질주는 나도 땀을 줄줄 흐르게 만들었다. 그래도 위상력을 사용하는데 드는 칼로리랑 뛰면서 소비하는 칼로리가 상당하니까. 2시간이면 얼추 될 거 같은데?
“엄마. 화연이가 그러는데 능력자들은 회복속도가 높아서 유산소 운동이나 무산소 운동 같은 분류는 필요 없댔어. 몸이 다칠 일도 거의 없으니까 자기가 목적하는 부분만 죽어라. 열심히 하면 된대.”
헤에? 그래서 프랑도 난 괜찮다고 한거였나? 그럼 나도 벤치 프레스랑 웨이트 기구로 근육을 만들어볼까?
누나도 운동이 끝났는지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은 채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다가왔다. 으이그, 저러니까 그 인간들이 눈이 벌게져서 구경하러 온 거지. 저렇게 가슴을 모아주니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아 보이는 가슴골이 땀으로 젖어서 반들반들 빛나고 트레이닝복도 땀을 흡수해서 젖어있는 게 원래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에 겹쳐 꽤 선정성이 높은 모습이다.
“그러니? 아들도 그런 거야?”
“응. 지금 위상력을 사용해서 자연 회복력 높이면서 달리고 있는 거야. 더 쓰면 지금보다 세 배는 빠르게 달릴 수도 있어.”
내 말에 엄마와 누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신기하다는 듯이 내 어깨나 팔을 만지고 허리도 더듬으면서 말…윽! 어딜 만지는 거야!
“엄마!”
“깜짝이야! 호호호. 우리 아들 엉덩이가 탱탱해졌네~?”
엄마는 까르르 웃으면서 스포츠음료에 빨대를 꽂아 건네주었고 나는 불퉁한 표정으로 음료수를 받아 마셨다.
그런데 프랑은 왜 부럽다는 표정으로 엄말 보는 건데?!
우리 병원은 7층 건물이었는데 7층에 병원장실과 병원장 진찰실이 있고 그 옆에 작은 쪽방과 붙은 욕실이 있었다.
6층은 총무과와 원무과 비품실 등 병원 운영에 필요한 것들이 모여있었고 5층과 4층은 입원실인데 5층에 헬스장과 샤워실이 있었다. 4층은 4층이라고 안 하고 F층이라고 한다던데 4가 죽을 사死 라면서 불길하다며 이름을 바꿨다던가. 3층 2층 1층에는 각각 외과, 내과, 접수실과 소아청소년과가 있었다.
운동을 끝냈더니 엄마와 누나는 병원장실 옆에 붙은 욕실에서 몸을 씻는다며 올라갔다. 그럼 나도 씻으러 가야겠다. 헬스장 옆에 샤워실이 있댔지?
감지로 살펴보니 이용 중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토요일 오후라서 일반 진료도 끝났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환자들과 업무 정리 중인 직원들과 의사 간호사들뿐이었다.
옷을 다 벗고 샤워실로 들어가는…데, 프랑이 조금 얼굴이 밝아진 채로 쫄래쫄래 따라 들어온다!
“어…. 프랑? 나 씻을 건데.”
-네? 네. 씻으세요. 저는 영체라서 씻는데 도와드릴 수 없는게 아쉽네요.-
쿨럭. 씻어 준다니….
아 맞다. 영혼석 안에서도 볼 수 있으니 검사실에서 씻을 때 다 봤겠구나. 그…그래도 좀 부끄러운데.
내가 쭈뼛거리든 말든 샤워실 안을 두리번거리는 프랑을 보고 있으니 나갈 생각이 없나 보다. 하긴 나도 프랑의 알몸을 언제나 구경했으니 프랑도 내 몸을 보게 해줘야 공평한가?
막상 이러니까 굉장히 부끄러운 게, 프랑도 내 시선에 얼마나 부끄러워했을지 짐작이 간다! 난 애써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그냥 빠르게 씻고 나가기로 했다.
중간중간 프링이 보는 듯 안보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빼꼼 내밀고 구경하는 게 보였는데…. 신경 쓰면 지는 거야!!
다 씻고 병원장실로 올라가서 손님접대용 소파에 앉아 프랑과 얼굴을 맞대고 단어를 암기하고 있으려니 엄마와 누나가 발그래해진 얼굴로 쪽방에서 걸어 나왔다.
“오랜만에 운동하니까 몸이 개운한 게 좋다~.”
“그치? 그러니까 엄마도 시간 날 때마다 나랑 같이 운동하는 건 어때?”
“응. 그럴까?”
“안 그래도 젊어 보이는데 운동하면 피부도 매끈해지고 엉덩이도 탄탄해지고 몸도 건강해지고! 1석 3조라니까!”
“아들도 매일 같이 할거지?”
“매…매일? 매일은 좀 그런데. 생각해볼게.”
매일매일 2시간씩 꾸준히 운동을 하라고? 그냥 배 안 나올 정도만 운동하면 안 되나?
병원을 나와서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한테 태블릿을 하나 살 거라고 했다. 용돈을 조금씩 틈틈이 모아둔 게 있으니까 하나 살 정도는 있을 거야.
“컴퓨터 있으면서 태블릿은 왜 살려구 그래? 차라리 노트북을 사.”
“컴퓨터나 노트북은 프랑이 못 쓰잖아. 내가 학교 간 사이에 심심해할까 봐 하나 사줄려구.”
내 팔을 품에 안고 옆에 앉아있던 프랑은 내 이야기를 듣고 눈이 동그래져서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서하가 다니는 학교에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안될까요?-
나와 눈을 마주치고 저렇게 이야기하는데, 거절하기가 굉장히 좀…. 그러네!
“어, 그래도 하나 있는 게 낫지 않을까? 혹시라도 집에 따로 있어야 할 때가 있을지 모르잖아?”
-아니요! 전 서하가 가는 곳이면 어디라도 함께하고 싶어요!-
큭! 프랑은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단호하게 말하는데 마치, 부부처럼 함께 하고 싶다는 말로 들려서 가슴이 벌렁거리고 얼굴이 붉어질 거 같다!
나와 프랑이 대화하는 걸 엄마와 누나는 동그란 눈으로 백미러를 통해 날 보고 있었는데 특히 엄마는 조금 불안한 표정이었다. 왜 불안한 표정을 짓는 거지?
“응. 그럼 프랑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감사해요!-
내 말에 활짝 웃는 프랑의 얼굴을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생겨났지만, 내일 쌓인 궁금증을 모두 물어볼 생각으로 말을 아꼈다.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누나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진 않았지만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가보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빠는 서재에서 같은 자세로 계속 책을 보고 계셨다.
엄마는 아빠한테 커피 한잔을 타주고 운동하면서 조금 피로가 쌓였는지 큰방으로 들어가서 잠이 들었고 누나는…. 자기 방에서 요가를 하면서 전공 서적을 보고 있었다.
와. 저렇게까지 하니까 저런 몸매가 되는구나. 신기한 자세를 잡으며 온몸을 꼬고 두 팔로 물구나무서서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아름다운 외모는 그냥 생겨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일이면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게 해결이 될 거 같다. 프랑이 이형종이 된 이유. 그리고 프랑이 살던 곳.
저녁때가 되자 엄마와 누나가 또다시 음식을 무지막지하게 만들기 시작하길래 기겁해서 방을 뛰쳐나가 말렸다.
“얼마나 만들 생각인 거야!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나도 좋긴 하지만 이건 많아도 너무 많잖아!”
“아들, 엄마가 만들어주는 거 다 먹기로 했잖니!”
“물론 다 먹을 거지만…. 내가 세끼를 먹은 양이 엄마랑 아빠랑 누나랑 셋이서 일주일은 먹을 양이었다구!”
내가 너무 많이 만든다고 항의하자 엄마는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투덜거렸지만 나도 배 터져 죽고 싶진 않아! 점심때 먹었던 것도 이제 겨우 절반 정도 소화됐는데!
…하지만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오늘 저녁까지만 푸짐하게 먹기로 하고 내일부터는 평상시의 두 배 정도만 먹기로 했다.
두 배라니…. 진짜 운동해야 할지도.
과장이 아니라 배가 터질만큼 저녁을 먹고 방에서 평범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몸을 열심히 움직였다.
위상세계에 들어가기 전이었다면 움직이면 땀나고 피곤하고 지치는 느낌이 싫어서 운동 같은 건 안 했지만 위상력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피곤하고 지치는 느낌은 금방 사라지니까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오래 갈 것 같진 않지만.
운동하면서 독순술도 같이 익혔는데 밤 11시에 누나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했더니 W로 시작하는 단어까지 마칠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 X Y Z로 시작하는 단어만 외우면 독순술도 끝난다.
요령과 외워야할 포인트를 알게 되니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흘린 땀을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침대에 누웠더니 샤워하던 것도 구경하던 프랑이 내 옆으로 날아와 내 팔에 머릴 기대고 같이 누웠다.
나는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내 옆에 누운 프랑을 바라봤다. 프랑도 내 쪽으로 돌아누워서 눈을 마주쳤는데 어두운 방 안에 회색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프랑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이불에 살짝 가려진 그녀의 알몸 반신이 황홀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녀의 가슴 끝에 솟아오른 귀여운 유두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기대된다.”
-무엇이 기대되나요?-
“프랑하고 제한 없이 대화할 수 있게 되는 거.”
-…저도 기대가 돼요.-
“프랑한테는 궁금한 게 무지 많아.”
어둠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서하가 궁금한 거라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기억해내서라도 알려드릴게요.-
그러면서 내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니 이제 주무세요. 밤이 늦었어요.-
나는 그녀의 입맞춤을 느끼며 탐색 능력을 비활성화시키니 금방 잠이 쏟아진다. 가물가물해지는 시야에 살짝 움직이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다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랑하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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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12:37
문맥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