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41화 (41/517)

00041  집으로.  =========================================================================

울렁거리기 시작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니…. 엄마와 누나가 눈물을 흘리며 날 향해 달려오고 그 뒤로 아빠가 안심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엄마! 아빠! 누나!!”

날 달려오는 그 모습에 나도 목이 메이면서 엄마와 누나한테 달려가…!

후우웅!

“앗, 차! 정서하 군? 그럼 안돼!”

빌딩 입구에서 이쪽을 보고 있던 노랑머리 최수한은 그야말로 돌풍이 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더니 어느새 내 앞에 서서 내 어깨를 잡고 있었다! 엄청 빠르다! 탐색 범위 안이어서 움직임을 감지는 했는데 반응을 못 할 수준이었어!

그제서야 탐색 능력에 기록된 최수한의 움직임을 봤는데 내가 위상력 컨트롤을 돌려서 강화된 신체의 10배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게 신체 강화자의 능력인가. 7천이 이 정도면 5만인 저 사람은 어느정도라는거지?

아무튼 너무 놀라서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가버렸다! 가까이서 비교해보니 키도 나보다 10m는 더 커 보이는 노랑머리는 날 멈춰 세우더니 돌아서서 날 향해 달려오는 엄마와 누나 앞에서 손을 벌리면서 외쳤다.

“저는 능력자 연합 생환자 보호관리부의 최수한입니다! 정서하 군은 지금 막 생환했기에 일반인에게는 위험한 바이러스 등에 노출되어있을 가능성이 있어 직접적인 접촉은 삼가해주십시오!”

헉. 질병! 생각도 못 했다!

노랑머리의 외침을 들었는지 엄마와 누나는 진정…하지 않고 오히려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성적인 엄마랑 누나라서 멈추…지 않네.

“아들! 아들!!” “으아앙!! 비켜봐요오오!”

엄마와 누나는 앞을 가로막는 노랑머리의 팔을 손으로 밀고 당기고 흔들려고 하는데 과연 신체 강화자. 꿈쩍도 않네.

그때 도착한 아빠는 누나와 엄마의 반응에 비하면 가족 맞아? 할 정도로 안정된 얼굴로 엄마의 허리를 잡아서 품에 끌어안고 누나의 어깨를 잡고 뒤로 당기면서 말했다.

“아들놈은 괜찮은 겁니까?”

“물론입니다. 현재 준비되어있는 능력자 검사와 등록을 마치고 나면 바로 옆의 연합 병원에서 간단한 신체검사를 한 뒤에 귀가를…. 영양실조가 의심되니 입원을 하셔도 됩니다. 그에 관한 전액은 국가에서 지급합니다.”

뭐! 왜! 비쩍 골았지만 난 속은 튼튼하다고!

잠시 날 돌아보며 말꼬리를 흐렸다가 다시 말을 바꾸는 노랑머리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으니 아빠는 가족만 알아볼 수 있을법한 표정으로 안심했다는 듯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몸은 괜찮으냐.”

“어. 완전 멀쩡해. 그러니까 그만 울어 엄마, 누나.”

아빠의 품에 안겨 울면서 날 보는 엄마랑 아빠의 팔을 쥐어짜듯이 붙잡고 있는 누나가 안쓰러워져서 말했다.

“얼마나 고생했으면 얼굴이…. 흑흑.”

“이 바보야! 잘 먹고 다니랬잖아! 얼굴이 그게 뭐야!”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위상 세계에서 어떻게 잘 먹고 다녀!?

엄마는 내 얼굴을 보다 마음이 더 아픈지 아빠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고 누나는 울면서 내 비쩍 마른 꼴을 보더니 화가 난다는 듯이 아빠의 팔을 더 쥐어짜면서 말하는데 아빠의 이마에서 땀이 한 방울 흐르는 게 보인다. 그러다 아빠 팔 부러지겠다.

“검사와 등록에는 얼마나 걸립니까.”

“약 1시간이면 끝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병원에서 기다리죠. 아들. 등록까지 끝나면 바로 연합 병원으로 와라.”

아빠는 그리 말하고는 울고 있는 엄마와 누나를 억지로 끌며 왔던 길로 돌아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그리고 정말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좋은 가족이구나~.”

노랑머리 최수한은 날 보며 흐뭇하다는 표정으로 잠시 쳐다보다가 내 팔을 잡고 입구에서 서서 기다리고 있는 강우혁에게로 다가갔다.

협회 출입구에서부터 생각한 건데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텅텅 비어있는 중앙 홀에는 벽에 엘리베이터가 두 대 있었는데 그사이 안내 데스크에 두 명의 안내원이 앉아있는 게 보였다. 그래도 한국 총괄 지부인데 사람이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여기저기 장식된 식물이라던가 화분을 빼면 삭막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흰색 타일에 흰색 벽뿐이었다.

뭐 볼 것도 없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며 강우혁의 뒤를 따라가고 있으니 최수한은 네 심정 이해한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되게 삭막하지? 여긴 생환자랑 고위 클래스 전용 출입구야. 일반 출입구는 사람이 무진장 많이 북적거린다?”

아, 그런 거였나? 출입구가 두 개로 나뉘어있었다니. 생각도 못 했군.

머리도 아프고 능력자 연합 빌딩이라는 생각에 위축되어서 최대한 탐색 영향을 줄이고 망원 능력도 안쓰고 있으니 주변의 정보가 제대로 안들어온다.

탐색 능력으로 건물 내부를 둘러보니 노랑머리의 말대로 반대편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안내 데스크도 무진장 큰 데다 안내원들도 엄청 많다!

“그런데 이렇게 막 다녀도 돼요? 몸에 질병균이 있을지 모른다면서요? 막 다니다가 감염되면 어떻게 해요?”

“어? 그거 거짓말이었는데? 그렇게 말 안 하면 사람들이 진정을 못 하니까. 비싼 검사 기기가 대기 중인데 얼른 가서 검사하고 끝낸 다음 천천히 해후하는 게 더 좋지 않아?”

…이 인간이!

“근데 서하 군은 지금 복장이 너무 오염되어있어서 그 상태로 가족분들과 포옹하면 정말 피부병같은게 생길지도 모르잖아.”

…그렇긴 하다. 지금 나는 시체가 썩어가는 물에서 수영도 하고 이형종의 피도 묻은데다 진흙도 여러번 굴러서 진짜 더러우니까.

그래도 빙글거리며 웃는 최수한의 얼굴을 보니 절로 짜증이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냥 최수한을 안 보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거 같아.

호화스럽게 장식한 하얀 안내데스크쪽을 바라보니 능력자가 아닌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이쪽을 보며 서 있었다.

하얀 바탕에 검은 실로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진 옷을 둘 다 입고 있었는데 여자는 플레어스커트 형태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저거 유니폼인가? 제복처럼 보이는데.

아무튼, 여자는 귀밑까지 자른 단정한 단발머리와 새하얀 제복이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예쁜가? 하면 예전이었다면 미녀 판정을 찍어줄 정도였는데 프랑이랑 비교하니까 좀…. 화장도 진한거같고.

아무튼 여자다! 싶어서 탐색 능력으로 그녀의 알몸을 샅샅이 탐색해…보려 했는데 여긴 능력자 빌딩이잖아. 무슨 감지 장치가 있을지 모르니 탐색 능력을 전력으로 썼다가 뭔가 감지에 걸릴까 봐 껄끄러워진다.

어? 그러고 보니 내 탐색은 패시브인데 별다른 반응이 없네? 아까 1층을 탐색할 때도 별 반응 없었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호화스러운 데스크 앞에 도착했는데 강우혁은 여자 쪽을 향해 말을 걸었다.

“생환자 정서하, 넘버 AVP - 000000134. 생환 시각은 오전 10시 33분일세.”

“생환자 정서하, 넘버 AVP - 000000134. 생환 시각은 오전 10시 33분. 확인했습니다. 32층의 능력자 검사장으로 이동해주십시오.”

AVP - 0000134? 그건 뭐야? 특정 코드인가? 내 의아한 표정을 최수한이 봤는지 히죽 웃으며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생환자 넘버는 올해 위상 세계로 빨려 들어간 사람을 말해. 넌 올해 들어 134번째라는 거지. 보통 1년에 수만 건이 등록되거든. AVP는 매년 알파벳이 하나씩 바뀌는 거고 AAA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AVP~라는 거지.”

그런가? 매년 수만 건이라니. 보니까 전부 등록을 하는 거 같은데 그중에 몇 명이나 귀환하는 걸까.

“보통 능력자가 되는 사람은 30%라고 보면 돼.“

“어, 30%? 50%가 아니라?”

“돌아온 사람이 전부 멀쩡하진 않거든.”

아….

내가 궁금해하자 귀신같이 옆에서 설명을 해주는 노랑머리. 같이 있으면 편리한 사람이군.

그나저나 그런 쪽은 생각도 못 했다. 생환했지만 정상 생활이 불가능 한 사람이라니. 그러다 문득 나도 정신이상에 걸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등에 소름이 돋았다.

띵.

어디선가 기계음이 들리더니 여자 옆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그럼 남자 쪽은 고위 능력자들이 쓰는 엘리베이터?

아무튼 열린 엘리베이터에 강우혁과 최수한을 따라 올라타면서 안내원 아가씨랑 눈이 마주치니 그녀는 빙긋 웃어주었다. 나도 같이 웃어주며 탐색 전부는 안 돌리고 감지 능력만 돌려 그녀의 몸을 쓰윽 스캔해봤는데.

갑자기 홀의 색이 빨간색으로 점등하면서 비상벨이 따르르르릉…하고 울리는 일은 없었다. …설비가 없는 건지 아니면 내 능력이 좋은 건지 원.

[32층으로 이동합니다]

?! 머리 위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서 올려다보니 검은색 반구체 모양의 튀어나온 게 보인다. 저기서 소리가 나왔지?

난 신경을 돌려서 일단 스캔해본 결과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봤는데, 으음….

솔직히 말하면 전혀 안면도 없는 여자의 알몸이 보고싶다는 욕망에 머리도 아프고 능력때문에 피곤했지만 억지로 스캔을 했는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능력을 얻는 순간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가슴은 그럭저럭 크긴 한데 조금 짝짝이에 유두도 유륜은 거의 안보이고 유두만 콩알같이 서 있었다. 색도 좀 까만 게 피부 색소가 짙은 사람인거 같다.

몸매도 아랫배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운동을 하는지 일자 복근이 보였었다. 근데 골반이 거의 없어서 몸매가 마치 드럼통 같아 보인다. 뭣보다, 보지 털은 관리하는지 면도는 되어있는데 실력이 없는건지 피부가 민감한건지 여기저기 조갯살과 치골 부근에 빨간 자국도 나 있고 보지도 벌어진 상태에서 소음순이 길게 늘어나 팬티에 눌려있었다.

항문도 뭔가 까만데다 뭔가 콩알 같은 게 나 있고…. …특히 안내데스크녀의 소중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니까, 경험이 많아 보인다. 남자 친구가 정력적인걸까?

으으. 괜히 스캔했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어. 프랑의 예쁜 조개랑 비교하면 그 자체로 프랑에게 죄를 짓는 것 같은 몸이야! 그래도 몸 내부까진 투시 안 해서 다행이지….

나는 프랑의 조각과도 같은 예술적인 알몸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방금 본 충격적인 몸매를 머릿속에서 애써 지워버렸다. 그러고 보면 쌩얼도 별로였어!

뇌를 강타하는거 같은 충격적인 모습을 봤더니 우울해지고 두통이 조금 심해지는거 같다. 그냥 일반인들을 스캔하는 건 관두고 능력자들만 스캔할까.

내 욕망의 로망 하나가 산산히 부서지는거 같다.

근데 능력자들을 막 스캔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여자애들을 감지한 순간 스캔을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 강우혁에게 놀라서 그를 스캔해버렸는데 안들 킨 거 보면 신체 강화 자는 딱히 감지 능력을 캐치해내는 기술이 없는 걸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상큼한 냄새가 엘리베이터 안에 가득차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두통도 조금씩 사라지는게 굉장히 향기가 좋다.

근데 내 몸에서 뭔가 꿉꿉한 냄새가 강조되는 거 같아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악취가 장난이 아니네.

“킥킥. 냄새 좋지? 라폴리스 꽃의 향기야. 위상 세계의 밀림 지역에만 존재하는 꽃인데 체외에 붙어있는 질병균을 소독해주는 향기를 내뿜는 비싼 꽃이지!”

최수한은 엘리베이터 벽에 걸려있는 화분을 가르키며 말했는데 화분을 보니 검은색의 손가락 길이만 한 7장의 잎이 꽃을 감싸듯 나 있고 가운데에는 파란색의 빛이 뭉친듯한 암술과 노란색의 콩 모양의 수술이 붙어있는 모양인데 색이 굉장히 독특하다.

검은 줄기에 검은 잎에 파란색과 노란색의 조화라니.

“질병균은 거짓말이라면서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노랑머리를 바라보니 어깨를 으쓱한다.

“그 뭐냐, 무살균실에 들어갈 때면 전신에 소독처리 하는 거. 그런 거야.”

…그런가?

“비싼데 이렇게 막 놔둬도 돼요?”

“훔쳐 갈 사람이 누가 있다고. 이곳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은 다들 고위 능력자 아니면 우리처럼 생환자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뿐인걸? 거기다 한 송이만 있어도 물만 잘 주면 한 달은 지속되니까 비용 대비 효율은 무척이나 뛰어나. 특히 생환자들의 몸에서 따라올 질병균을 생각하면 본부에 병이 돌지 않게 하기 위한 필수품이지!”

라폴리스 꽃이라니, 그런 신기한 것도 있구나. 아빠 병원에 놔두면 좋을 거 같네. 근데 왜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건데?

내가 조금이라도 궁금해하는 표정을 지으면 옆에서 최수한이 빠짐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어지간히 말하기를 좋아하는 타입인 거 같다. 이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편하긴 하지.

그나저나 정말 여자한테 인기 좋을 거 같은 사람이네. 성격도 활발하고 얼굴도 선이 뚜렷하고 이목구비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게 머리카락만 어찌하면 여자로 착각할 정도로 선이 가늘게 생겼다.

근데 노란색으로 염색하고 사자 머리처럼 사방으로 뻗친 머리라니…. 인물값 못하는데도 정도가 있지! 새삼 내 얼굴에 한숨이 나와서 손을 들어 올려 뺨을 만지려다가 피가 묻어있는 걸 보고 다시 내렸다.

그러고 보니 온몸이 피범벅일 텐데 이렇게 깨끗한 건물을 돌아다니다가 다 더럽혀지는 거 아닌가 몰라. 그나마 교복 색이 어두운색이고 좀 떨어져 있어서 교복이 피에 젖어있다는 걸 엄마랑 누나가 눈치 못 채서 다행이다. 아빠는 눈치챈 거 같았지만.

곧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띵 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그러자 눈앞으로 새하얀 복도가 쭉 이어져 있고 좌우에 원목 도어가 좌우에 5개씩 나 있었다.

복도의 끝에는 다른 문보다 두 배는 큰 문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벽이나 바닥도 일반적인 시멘트나 콘크리트가 아니고 처음 보는 재질이다.

엘리베이터도 철심을 꼬아서 만든 로프로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 천장 모서리에 4개 바닥 모서리에 4개가 마치 톱니처럼 벽과 맞물리면서 오르내리는 구조였는데 엘리베이터 안은 조작을 위한 장치가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안내데스크에서 조작하는 건가?

이런 걸 살펴보면 확실히 뭔가 테러라던가 그런 대책을 확실해서 지어진 빌딩인 게 느껴진다.

이 빌딩이 몇 층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건물 높이는 260m는 넘어간다는 걸 알겠다. 내 감지 범위 끝이 건물 최상층을 감지 못하는 걸 보면 굉장히 높은 거 같다. 거기다 사람들도 엄청 많아서 직접 감지를 시작했다간 두통이 생길 거 같다.

현실에서는 탐색 능력을 위상 세계에서만큼 폭넓게 감지하진 못하겠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범위도 줄이고 오브젝트도 줄여서 다녀야 하나? 필요할 때만 넓혀서 감지하고. 아니면 분석과 투시는 빼고 감지만 돌린다거나….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복도 끝의 큰 문 앞에 강우혁과 최수한은 멈춰 섰고 나도 따라 섰더니 강우혁이 날 보며 말했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검사실이다. 잠시 후에 보지.”

“그럼 나중에 봐! 무기도 나중에 돌려줄게!”

그러고는 되돌아서 가버리는 두 사람.

어, 검사에 관해서 못 물어봤는데! 거기다 내 무기는 언제 돌려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두 사람을 황당해서 바라보고 있으니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가버리고는 이내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나 올라가는 소리도 안 들리는 게 방음도 철저한 거 같다.

생환자 보호관리부랬던가? 부실이 위층에 있나 보다.

“으음.”

올라가는 모습을 감지로 보고 있었지만 딱히 별 반응이 없는 걸 보면 능력자 대책은 물리적인 부분에만 적용되는 건가?

감지 능력만 돌려서 그 두 사람을 추적하려는데 계속 올라가길래 망원 능력을 켜서 추적하려다가 말았다.

고층이라면 고위 능력자도 있을 텐데, 혹시나 망원 능력의 낌새를 눈치채면 어떻게 해?

게다가 계속 두통이 생기고 긴장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탐색 능력이 조금 흔들흔들거리는게 불안하다.

아까 학교에서도 어느정도 오브젝트 양을 줄였는데, 아무래도 최대한 감지 오브젝트를 줄야겠다. 머리가 자꾸 지끈거려.

빌딩 안을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애써 털어내며 눈앞의 큰 문 너머를 탐색해봤는데 ㄱ자 모양의 복도에 학교 교실만 한 큰 방 두 개와 작은 방 두 개, 샤워실처럼 보이는 곳이 하나가 있고 큰 방 중 하나는 마치 병원의 CT 촬영기와 비슷한 기계 같은 거 하나랑 다른 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처음 보는 기계가 여러 대 있었다.

작은 방 두 개는 그냥 사무실로 쓰는 건가? 뭔가 서류책장과 컴퓨터가 한 대씩 있고 각 방마다 한 명씩 앉아있었다. 남은 세 명은 큰 방의 기계 앞에서 서거나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 둘에 여자 셋인가.

나는 영혼석 밖으로 지금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프랑이 생각나 주머니를 손에 쥐고 나지막이 말했다.

“검사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 나 혼자 남을 때까지 기다려줘.”

우선 최대한 능력을 감춘다. 영혼석도 모르는 척 잡아뗀다. 계획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다음 심호흡을 했다.

그럼, 들어가 볼까.

슈르르릉

문에 가까이 다가가니 자동문이었는지 수십cm 두께의 문이 좌우의 벽으로 들어가면서 눈앞에 탐색 능력으로 확인한 새하얀 복도가 보인다. 어지간히 흰색 좋아하네! 정말.

삐리링.

철컥.

문이 있던 자리를 통과하니 기계음이 들려왔는데 오른쪽 앞에 있던 문이 열리면서 여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복장은 의사인데? 흰색 셔츠에 검은색 플레어스커트랑 의사 가운을 입은 여자는 구불구불한 긴 머리를 목에서 한번 묶은 평범한 인상의 젊은 여성이었다. 왼쪽 가슴에 명찰이 달려 있었는데 이름이 김은하였고 옆에 작게 연구원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면 검사실에서 상주하는 연구원인가? 능력자는 아니군.

“안냥? 네가 정서하니?”

아…안냥? 외모는 차분해 보이는데 처음 보는 상대한테 하는 인사가 안냥이라니… 나도 모르게 그녀의 몸을 싹 훑었는데 아직 섹스는 해보지 않았는지 소음순도 깨끗하고 처녀막도 있었다.

하지만 자위를 즐기는지 약간 비대해진 클리토리스가 보였다. 거기다 보지 털도 수북하고…. 그 외에는 평범한 한국 여성 평균인 거 같다.

“네….”

“일단 좀 씻고 검사를 시작할까? 네 뒤쪽에 샤워실이라는 팻말이 달린 문 보이니?”

그 말에 아까 탐색 능력으로 확인했지만, 일부러 다시 뒤돌아서서 문을 한번 보고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

“네.”

“거기서 씻고 오렴. 옷은…. 씻어도 못 쓸 거 같으니 폐기하는 쪽으로 해도 괜찮지? 캐비닛을 열면 검사용 옷이 있으니 그걸 입고.”

“아, 네. 저기!”

말이 끝나자 바로 되돌아서 방으로 들어가려 하길래 황급히 말을 걸었다! 뭐 성격이 이리 급해? 아무튼, 평범한 일꾼 같지는 않으니…. 영혼석에 대해 미리 떡밥을 뿌려놔야지.

“검사 방법에 대해서는 못 들었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나요?”

“응? 그냥 받다 보면 끝나는데?”

그 정도는 어린애도 알겠다!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풋, 설마 귀중한 감지 타입의 R 클래스 능력자한테 해가 되는 일을 하겠니?”

귀중한 R 클래스…. 이미 강우혁을 통해 다 보고되었나 보다. 되게 빠르네.

그래도 내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김은하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는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먼저 위상력 감별실에서 네 몸 안에 있는 위상력의 타입을 확인할 거야. 그리고 측정실에서는 네 위상력의 크기를 측정할 거고.”

감별기와 측정기를 말하는 건가? 새삼 긴장되기 시작한다. 혹시나 영혼석의 존재를 측정 당하면 어떡하지?

“그럼, 제 부적이 있는데, 가지고 들어가도 되나요?”

“부적?”

“네, 위상 세계에서 주은 건데 건데 어쩐지 절 지켜주는 느낌이라서요. 몸에 떼어놓고 싶지 않은데.”

물론 여기서 부적은 프랑의 영혼석을 말하는 거다. 나는 손을 올려 셔츠 안쪽에 있는 주머니를 만지며 그녀를 보고 말했는데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듯하다가 나에게 물었다.

“그거 능력이랑 관련된 물품이니?”

어? 능력이랑 관련된 물품이라니?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니까 그녀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말했다.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어. 특정 물건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능력이 오르는 사람. 뭐 안될 건 없으니 가지고 들어가.”

그러고는 몸을 돌려 작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약간 뻘쭘했지만 뭐, 대충 궁금한 건 해결했으니까…. 그래도 좀 불안한데.

나는 뒤를 돌아 샤워실로 들어갔는데 불투명한 흰색 가림막이 하나 쳐져서 문을 열자마자 내부가 보이는 건 막아놓았다.

옆으로 밀치고 들어가 보니 한쪽 벽에 내 키와 몸통 넓이의 철제사물함이 여러 개 붙어있었다. 입구 근처의 5개는 이름표가 하나씩 붙어있고 그중에 김은하라는 이름도 있는 걸 보면 아까 감지한 다섯 명의 사물함인가보다.

슬쩍 내부를 투시해봤는데 남자 옷 두 개가 든 사물함은 그냥 넘어가고 여자 옷의 사물함을 보니 각종 옷이며 구두며 속옷과 생리대와 화장품 같은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나머지 사물함들은 전부 환자복 같은 흰색 티와 펑퍼짐한 바지, 한 번도 쓰지 않은 포장된 여자 속옷과 남자 속옷, 슬리퍼가 하나씩 들어있었다.

여긴 탈의실인가? 사물함 뒤에는 뭔가 기계로 이루어져 있는 폐의류 수거함과 쓰레기통이 있었는데 슬쩍 피와 진흙과 각종 오물로 더럽혀진 교복을 내려다봤다.

“지금 교복을 엄마나 누나가 봤다간 난리로는 안 끝날 거야. 아마 엄마는 기절할지도….”

나는 옷을 훌렁 벗고 영혼석을 넣어둔 목주머니만 목에 걸고 교복과 속옷은 뒤에 폐의류 수거함에 쑤셔 넣었는데 기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푸시이이익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가 집어넣었던 옷들이 진공압축포장이 되어서 기계 내부의 한쪽 구석으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뭔가 허술한 거 같으면서도 기계적인 게 안전상에 문제는 없는지 의심이 간다.

뒤 탈의실 구석에 나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샤워실 입구에는 수십 장을 쌓아놓은 바스 타월이 있었고 샤워기 5개가 칸을 나눠 하나씩 달려 있었다. 샤워기 아래는 각종 세면용품이 있었는데,

“오오! 샴푸! 린스! 바디워시!”

15일 동안 씻은 거라곤 처음 비가 쏟아지던 날 샤워한 게 전부였지! 여름이라 차갑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물이 그리웠어! 나는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긴 채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쏴아아아아.

한참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행복을 느끼며 씻고 있는데 큰 기계가 들어가 있는 방에 앉아 있던 여자가 방을 나와 천천히 이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기다리다가 날 찾아오는 건가? 이런, 시간 너무 썼나 보다.

이윽고 탈의실에 들어와서 기다리기 시작하길래 후다닥 샤워를 마치고 샤워장 한 쪽에 비치된 바스타월로 몸의 물기를 대충 닦고 허리에 감았다.

“에흠! 에흠!”

뭐지? 커다란 기계랑 같이 있었던 걸 보면 검사실에서 높은 사람인가 본데, 그 여자는 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탈의실에서 헛기침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특이한 기침 소리네.

탈의실로 나가니 그곳에는 숏컷의 상당한 외모의 여성이 서 있었는데 아까 연구원과 같은 복장이길래 이름표를 확인해보니 오 소은 소장이라고 되어있었다. 이제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데 벌써 소장? 근데 소장이라는 건 보통 연구소 같은 데서나 있는 직책 아닌가?

물에 젖은 내 모습을 그녀는 별다른 표정 없이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검사 기기가 아까부터 준비되어있는데 오래 작동하고 있을수록 위상석의 소비가 심해져서 부득이하게 재촉하러 오게 됐어요.”

“앗 아뇨. 온수가 기분 좋아서 저도 모르게 오래 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감별기와 측정기의 가동에는 위상석을 쓰는 건가? 그럼 이해할 만 하지. 그녀는 잠시 내 목에 걸린 주머니 목걸이를 보며 말했다.

“그게 부적인가요?”

미끼를 물었다!

“네. 들고 들어가면 안 되나요?”

“안될 이유는 없죠. 기존의 능력자들도 몇몇 소지품은 몸에서 떼려 하질 않으니까요. 검사 복을 입으시고 복도를 돌아 제일 안쪽의 방으로 와주세요.”

“네.”

그렇군. 다른 능력자들도 검사를 받을 때 굉장히 소중한 소지품을 몸에서 떨어트리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탈의실 문을 열고 나간 그녀의 뒤를 감지 능력으로 쫓았다.

그녀는 조용조용 말하는데도 어쩐지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서 능력자가 아닌가 할 정도다. 저 정도 외모라면 신체 강화 자는 아니더라도 일반 능력자 수준은 되니까. 혹시 모르니 제대로 분석해볼까?

몸을 스캔했지만 역시 일반인이었다. 몸매는 안내데스크의 그 눈알 테러, 아니 뇌를 강간하는듯한 몸매의 아가씨와는 다르게 요가도 하고 헬스도 하는지 전신에 보기 좋은 근육이 골고루 자리 잡고 있었다.

흠이라면 절벽이라는 게 단점일까. 좀 작은 가슴에 전체적으로 마른 몸매가 슬렌더같다. 피부는 거칠지도 매끈하지도 않았고 한국인 특유의 옅은 황색 피부에 보지 털도 꾸준히 관리하는지 치골만 약간 덮을 정도로 나 있었고 얼굴도 몸매도 상위권인데 남자 친구는 없는지 처녀막도 보였다.

흠흠.

어째 만나는 여자마다 몸매를 스캔하게 되는데 조금 자제하는 게 좋으려나.

근데 막상 봐도 흥분되거나 그러지가 않는다. 예전이었다면 막 발기해버려서 어쩔 줄 몰라했을텐데.

머릿속으로는 금방이라도 촉감이 느껴질 만큼 생생한데… 어째서일까.

아무튼, 탐색 능력의 오브젝트를 줄이고 감지만 돌리려 하고 있으니 머릿속에 들어오는 정보가 긴가민가한 경우가 생기네. 아무튼, 검사복을 입고 그녀가 말한 방으로 이동했다.

능력자 검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영혼석에 대해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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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02:00 오타 수정

위상 세계에서 주는 건데 -> 위상 세계에서 주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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