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37화 (37/517)

00037  12일째, 섬.  =========================================================================

확인할 건 다 했으니 이제 투창기와 창을 만들 차례다. 여기서 최대한 창을 만들고 접근을 해야지.

허리띠를 풀어 벨트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2끼 분량이지만 전투를 앞뒀으니 열량을 확보해야지.

나뭇잎은 계속 뜯어먹으며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해서 나뭇가지들을 잘랐다. 뿔 송곳의 약간 갈려서 날카로워진 부분을 칼날 삼아 감지로 체크해뒀던 나뭇가지들을 한곳에 모으고 그러는 와중에도 섬을 주시하며 투창기와 투창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 나무에서는 12개의 창을 만들 수 있겠다.

투창기는 한번 만든 경험이 있어서 발톱 창이 없어도 위상력 컨트롤로 늘어난 완력의 도움으로 수십 분 만에 빠른 속도로 만들었고 그다음 모아둔 나뭇가지에 손을 뻗어 가지를 쳐내고 일직선으로 다듬고 끝을 뾰족하게 다듬어 창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섬 쪽을 살펴봤다.

내가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고 프랑은 옆에서 편히 앉은 자세로 구경하고 있었는데 본능적으로 눈이 살짝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보이는 도끼 자국을 훔쳐보았다.

…지금은 생존하기 위해 본능과 싸워서 이기고 있지만, 현실로 귀환하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진짜 걱정인데?!

물론 앞으로 쭉 함께 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지만…. 성욕을 무조건 참는 것도 안 좋다고 아빠가 자주 보던 의학 잡지에서 봤단말야

프랑이 자세를 바꿀 때마다 매의 눈으로 그녀의 은밀한 곳을 캐치하면서 12개의 창을 만들었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이걸 가지고 다음 나무로 갈 방법이 생각 안 난다.

평균 지름이 5cm다 보니 12개라도 한데 뭉치니까 꽤 두께가 나간다. 게다가 길이도 죄다 1m를 넘으니까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걸리면서 소리도 조금씩 나고….

어쨌든 들고는 가야 하니 일단 교복 마이를 벗어서 나무 창을 모아 묶고 어깨에 짊어졌다.

아~ 진짜 끈이 긴 게 필요해. 내 이후로 위상 세계에 올 사람들을 위해 교복에 끈 달라고 한번 건의해볼까?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전교생이 900명에 교직원이랑 고용인들까지 다 하면 1,000명이 훌쩍 넘어간다.

만약 같은 재단 소속의 초등학교 중학교에 대학교까지 12세 이상 35세 미만의 사람들을 다 포함하면 3천 명이 훌쩍 넘어갈 텐데 보통 100일에 한 번씩 1,000명 중 한 명이 위상 세계로 끌려간다고 했으니까 100일마다 재단에서만 최소 3명씩 1년에 9명이 위상 세계로 끌려간다고 봐야지. 그럼 그 사람들에게는 끈이 굉장히 도움이 될거란말야.

아무튼 그렇게 몇 군데 나무를 들르면서 나무 창을 28개까지 만들었더니 마이로 묶는 것도 한계였다. 게다가 무거워서 점점 가라앉을려고하니까 가지고 이동하기도 힘들고.

원래 두 배 이상 만들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만든 나무 창들을 가지고 아까 확인해 뒀던 나무로 이동하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물 속으로 잠수했다.

그 나무는 섬에서 300m 떨어진 곳에 홀로 서 있었고 땅에서 높이가 32m나 됐는데 땅에서 수면까지 높이가 4m밖에 안 됐다. 그러니 이 나무 위에 올라가면 망원 능력으로 섬 전체가 내 사정거리에 들어오게 되고 위치도 높아서 투창기로 저격하기엔 제법 좋은 조건이었다.

수영으로 이동하다간 첨벙거리는 소리 때문에 들킬 테니 바닥을 걸어서 이동하는 게 제일 좋겠지.

아까 확인한 사항인데 숨을 참고 위상력을 돌리면 3분까지 행동할 수 있다는걸 알아냈다. 잠수한 지 1분이 지나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면 위상력이 초당 1씩 줄어들지만, 1분 이상 숨을 참을 수 있게 해주다니 위상력은 진짜 대단한거 같다.

수면이 낮은 건 저 섬이 되는 언덕의 중턱에 있기 때문인가? 탐색으로 살펴보니 물의 깊이가 4m나 되니 이형종들이 함부로 다가오진 못하겠지.

만약 허술한 수영으로 다가오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판이다. 300m 동안 열심히 헤엄쳐온다는 건 대놓고 맞춰주세요~ 하는 행위인데.

날개 달린 놈들은 한발 양보해서 육지 펭귄도 포함하고 검은 닭이랑 노 헤드 맨티스 세 마리지만 노 헤드 맨티스는 생각이 없는 놈이라 원거리에서 창을 날려도 날라오는 창만 쳐낼 뿐 별 반응을 안 할 확률이 매우 높다.

육지 펭귄은 뭐 있는 힘껏 팔을 파닥거려도 10m를 고작 이동하려나. 몸도 무거우니까 떠오르지 못해서 익사해 죽을 거다.

남은 건 검은 닭 세 마리뿐인데, 날아오면 그냥 싸워주지 뭐. 얼마나 빠를지는 모르지만, 최하급 이형종인데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려고.

덩치도 크지 않고 나한테 감지 능력이 있는 만큼 빠르게 날아서 온다 해도 300m를 다다를 시간이면 전신에 위상력을 돌리고 나무 창을 쥐고 대비하기 충분한 시간이지. 뭣하면 물속으로 다이빙해서 숨어도 되고.

푸후. 후우. 흡.

숨이 가빠져와서 수면으로 떠올라 숨을 고르고 다시 잠수했다. 나무창의 무게때문에 편하게 걸어서 이동 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은 좋은거 같군.

나무 창 묶음의 무게로 호수 바닥을 걷다가 숨이 차오면 창 더미를 내려놓고 수면으로 살짝 떠올라 숨을 쉬고 다시 내려와서 이동하길 20분. 목표로 했던 나무에 도착해서 소리 없이 나무 창을 들고 나무를 올랐다.

나무에 소리 없이 오르면서 쓴 위상력까지합치면 1시간은 쉬어야 할 양이지만 섬으로 망원 능력을 켜고 조사해보니 내 존재를 눈치챈 이형종은 없다는 걸 알아냈다. 잠시 쉬면서 소비한 위상력을 채우고 슬슬 준비해야겠다.

25m까지 오른 덕분에 놈들이 한눈에 전부 들어왔다. 잠시 쉬면서 놈들의 위상력을 체크해봤는데 노 헤드 맨티스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위상력이 제일 낮은 3.6…. 의 큰 들쥐 한 마리를 시작해 가장 높은 두 꼬리 여우 한 마리의 6.4까지 다양했다.

…. 뭐지? 저놈들은 왜 저렇게 위상력이 낮은 거야?

나머지 놈들을 다시 망원 능력으로 감지해봤다. 덩치가 조금 더 큰 노 헤드 맨티스 한 마리는 위상력이 68이었고 그보다 조금 작은놈은 56이었다.

위상력이 몇부터 하위로 체크되는거지? 하위 이형종이라고 판단되는 거 치고는 위상력이 좀 낮은 거 같은데…. 내가 위상력이 400이 넘긴 한데 나도 워낙 좀 변수가 많아서 날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도 그렇긴 하다.

아니 그럼. 위상력 10짜리 뿔 강아지나 19나 17짜리는 큰 들쥐는 뭐야? 긴 주둥이 마른 늑대도 22였는데?

우물우물

…살짝 벨트를 풀어 한입 뜯어먹고 조용히 수분 나뭇잎도 뜯어서 칼로리와 수분을 보충했다.

어째 위상력이 전부 다 이상하게 낮아 보이지만, 그래도 이형종은 이형종이다. 전투를 앞둬서 그런지 아까부터 흥분과 긴장으로 가슴이 뛰고 있었다. 위상력을 살살 돌리면서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충 전투가 어떻게 흘러갈까 생각해보려다가 말았다.

난 내 분수를 그나마 좀 안다고 자부하거든. 괜히 계획 세운답시고 머리 짜내고 계획을 세웠다가 내 계획대로 상황이 진행 안 되면 당황해서 망칠 확률이 90% 이상이니까!

그래도 약간은 생각을 해둬야겠으니 일단 가장 먼저 죽여야 할 우선순위를 정해뒀다.

나무 창은 28개. 이형종은 19마리. 가만히 냅두면 서로 잡아먹다가 결국에는 노 헤드 맨티스 한 마리만 남겠지. 하지만 내 예감이 저것들을 저대로 서로 잡아먹게 냅두면 안된다고 알려왔다. 무엇보다 아까부터 이젠 도망가지 말고 싸워야 한다는 결심이 생각나기도 했고!

근데 이놈의 예감은 아주 지멋대로네. 딱 한 번 거인 프랑의 시체에 찾아갈 때만 확실히 도움이 됐는데 그 외에 양아치 이무기나 거대 거북이 만날 때나 프랑이 영혼석 안에 있을 때나 반응은 개 코도 안 하더니.

아무튼 내가 죽이든 저놈들이 서로 잡아먹든 이형종이 죽을 때마다위상력이 퍼져 나올 텐데 그럼 힘들게 죽여봤자 소용 없는 거 아닌가? 게다가 퍼져나온 위상력들을 흡수해서 또 다른 하위 이형종으로 진화하는 놈도 나올지 모르고.

싸우다가 몇 놈들이 계속 죽어 나가면 분노해서 뙇!! 하고 진화해버리는 놈이 나오는 거 아냐? 최하위랑 하위는 하늘과 땅 차이라던데.

…조금 겁이 났지만 내 옆에서 날 따라 진지한 표정으로 이형종들을 보고 있는 프랑을 보니 안정된다. 사실 내가 위험해지면 프랑이 벼락을 날려버릴 거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위상력이 전부 회복되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새 총 모양으로 뻗어있는 나뭇가지 위에 올라타서 발을 굴려봤는데 내 몸무게로는 꿈쩍도 안 한다. 발 디딤대로 쓰기에는 매우 적절했다. 자세도 왼발이 앞으로 나가고 오른발이 뒤로 자세를 받치는 형식이라 오른팔로 투창을 날리기에도 좋았고.

이형종들은 내가 서 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긴 주둥이 마른 늑대를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두 꼬리 여우, 큰 들쥐, 육지 펭귄, 그리고 나무 위에 닭 이형종이 올라가 있었고 그 옆에 다시 늑대가 있는 형태였다. 즉 등 뒤에 물을 등지고 물가를 따라 서 있는 형태다.

나는 투창기가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파둔 홈에 손바닥을 맞춰 쥐고 창 하나를 투창기에 장착했다. 그리고 가장 무난한 긴 주둥이 마른 늑대를 첫 번째 표적으로 삼았다.

개인적으로 저 개새끼들이 제일 마음에 들지 않거든!

문득 미워하지 말라던 신비로운 목소리의 거북이가 생각났지만 이제 와서 다른 적당한 녀석들을 찾으려니 좀 그러네.

이성적으로도 제일 가깝고 중간 수준의 위상력에 움직임도 빠르지 않을 저 녀석들이 간을 보기에 가장 적합한 상대다. 뭣보다 마음까지 다잡았었는데 딴 놈으로 바꾸려니 거시기하다.

그러니 그냥 쏘자.

3마리 남은 긴 주둥이 마른 늑대들은 두 마리는 퍼질러 앉아서 헥헥거리며 다른 이형종들을 경계하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저거 바로 옆에 뭔지 알 수 없는 뼈와 고깃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데, 마셔도 괜찮은 거야? 물이 썩고 있을 거 같은데….

문득 2일이 지나도 멀쩡하던 거인 프랑의 시체와 거대 두더지의 사체가 떠올랐다. 이형종이니까 뭔가 소화구조가 사람이랑 다르겠지.

조금 더 딴생각을 하다간 주의가 흐트러질 거 같아서 손에 쥔 투창기를 어깨 뒤로 한껏 당겼다. 그리고 팔에 힘을 주자 힘줄이 돋으며 부르르 떨린다!

목표는 세 마리 중 뒤통수를 보이고 엎드려 있는 저놈!

목표물에 두 눈을 향하자 시야가 확대되며 늑대의 뒤통수가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팔에서 시작된 빨간 선이 늑대의 대가리 이어졌다.

조준선 정렬인가?

비 오던 날 나무 밑에서 깨달은 응용 방법이었다. 내 능력은 대체 한계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모든 활용 방법을 다 깨닫는 날이 오긴 할까.

투창기를 쥔 오른손에 힘을 줘서 투창기를 꽉 쥐고 분석 능력이 시키는 데로 투창에 최적의 자세를 취하며 위상력을 삼각근, 상완근, 완근을 통과해 손목에서 손으로 보낸 다음 다시 되돌아오는 순간, 있는 힘껏 팔과 함께 상체를 휘두르며 쏘아냈다!

쐐애액 파삭!!

바람을 가르는 거친 소리와 함께 시야에 표시되던 빨간색 선을 따라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간 나무창은 긴 주둥이 마른 늑대의 머리통을 박살 내며 그 앞의 땅에 박혀버버렸다.

나이스!

프랑도 명중한 투창을 봤는지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지른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즉사해버린 늑대의 모습에 섬에 있던 노 헤드 맨티스 두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이형종들이 일제히 대가리가 터져버린 늑대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했다.

앉아서 쉬고 있던 다른 이형종들도 벌떡 일어나고 대가리가 터지는 바람에 바들바들 떨다가 축 늘어지는 타겟의 양쪽에 서 있던 늑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습으로 터지면서 흩뿌려진 뇌수의 냄새를 맡으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위상력을 이용해서 근력을 올렸을 뿐인데 저 단단한 두개골을 일격에 박살 낼 줄이야! 저 긴 주둥이 마른 늑대의 단단한 두개골이 박살 날 정도면 다른 놈들은 몸통을 관통한다고 봐야지!

좋아, 자신감이 차오른다!

후우우.

일단 주변을 경계하는 놈들의 모습에 나도 몸을 숙여 나뭇잎 사이로 숨고 잠시 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용히 주시했다. …프랑은 몸이 안보일 테니 따라 안 숨어도 될 텐데.

한 방에 죽어버린 늑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날 향해 고개를 돌리고 대단하다는 눈빛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프랑.

그러는 와중에도 이형종들이 제각각 주변을 살펴보며 극도로 경계하는데 창이 날아온 궤도를 역으로 추적할 만큼 머리가 똑똑한 놈들이 없나 보다. 절벽 위에 만난 큰 들쥐는 냄새도 맡고 위상력도 감지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런데 웃긴 게 남은 긴 주둥이 마른 늑대 두 마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아마도 주위에 있는 이형종 들이 동료를 죽였다고 생각하나 보다. 눈앞에 박힌 나무 창은 안 보이나? 내 냄새가 한가득 묻어있을 텐데….

아! 젖어있어서 냄새가 지워졌나 보다.

그리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정신을 집중해 126%로 떨어진 분석 능력을 돌려 큰 들쥐 두 마리의 머리통 안에 있는 작은 뇌를 탐색 능력으로 샅샅이 훑어주었다.

찌아아아아아악!!

찌이이이익!

됐어! 절벽 위에서 만난 그놈과 같은 반응이다! 근데 너무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와서 이상하다? 아무튼, 육지 펭귄 한 마리와 두 꼬리 여우 한 마리의 뇌도 스캔!

라우우우우우웅!!!

엥? 여우 울음소리가 저런 소리였나? 그나저나 들쥐의 분노에 찬 비명이 묻힐 만큼 무진장 크다. 육지 펭귄 한 마리도 부리를 쫙 벌리고 전신을 격하게 떠는 게 다들 분노가 가득 차오르는 모습인데, 누가 자신의 머리에 위상력을 쏴대는지 찾기보단 오히려 여우가 크게 울부짖는 소리에 다들 자극받는 거 같다.

크웡웡웡컹컹!

노 헤드 맨티스도 여우가 있는 곳으로 몸의 방향을 돌리는 게 본능이 살기를 감지했나 보다.

찌이익! 찌아아아아악! 찌이악!

아옳옭옹옭!

놈들의 뇌를 탐색 능력으로 뇌세포 하나하나 투시하듯이 끊임없이 훑으니 곧이어 입가로 게거품을 물면서 주변을 홱홱 돌아보며 미친 듯이 짖어대기 시작한다!

그놈들의 동료는 이놈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가는 모습으로 당황해서 굳어있었는데 갑자기 긴 주둥이 마른 늑대로 돌진하는 두 꼬리 여우! 그 모습에 당황하던 다른 여우 한 마리도 뒤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좋은 판단이군.

찌이이이이익!!

찌지지지지직!!

그와 동시에 뇌를 감지하던 큰 들쥐 두 마리도 육지 펭귄한테 돌진하는데 두 놈이 뛰어가자 따라 나머지들도 육지 펭귄에게 돌진했고 그걸 본 뇌를 자극받은 육지 펭귄도 큰 들쥐에게 돌진한다.

“성공인데?”

갑자기 두 패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싸움을 시작하는 이형종들의 모습에 프랑은 어안이 벙벙한지 날 돌아보며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달라는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절벽 위에 처음 올라온 날에 혼자 있던 긴 주둥이 마른 늑대를 발견했었거든. 그놈한테 탐색 능력으로 온몸을 스캔하다가 우연히 뇌를 건들였는데 그 순간 무진장 화를 냈던게 기억났어. 그러니까 저놈들한테 쓰면 이성을 잃을 만큼 화나게 만들어서 서로 싸움을 붙일 수 있을까 해서 뇌를 탐색 한 거야. 결과는 보는대로 성공이네?”

그녀는 내 이야기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하고 감탄했는데 이형종끼리 싸움을 붙인 내가 대단하다는 표정이다.

으흠. 조금 부끄럽다.

나는 다시 섬으로 시선을 돌려 망원 능력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긴 주둥이 마른 늑대들은 덤벼오는 두 꼬리 여우들을 상대하면서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꼬리의 끝 부분을 단단하고 뾰족하게 뭉친 채 이리저리 찌르는 두 꼬리 여우를 향해 달려들면서 단단한 머리로 여우의 꼬리를 쳐내는 데 찌르기만 하는 여우는 순식간에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워낙 움직임이 빨라 긴 주둥이 마른 늑대의 물기 공격은 번번이 빗나가고 여우의 공격은 늑대에게 통하지 않으며 장기전에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2:2라서 그런가?

반대쪽에서는 큰 들쥐 4마리와 육지 펭귄 3마리가 맞서 싸우고 있었는데 두 마리가 등에 크게 패인 자국으로 한쪽에 널브러져 죽어있었고 네 마리는 육지 펭귄 세 마리를 둘러싸서 빙글빙글 돌며 조금씩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죽은 두 마리는 내가 뇌를 자극해서 분노한 그 두 놈인 거 같다. 분노에 아무 생각 없이 돌진한 결과가 저거겠지.

검은 닭 세 마리는 갑자기 아래쪽에 벌어진 전투를 고개를 계속 까닥이며 내려다보는 게 상황 파악이 안 되나?

그럼 죽여드리지!

나는 조심스럽게 쥐고 있던 투창기에 나무 창을 장착하고 자세를 세워 닭 세 마리 중 몸이 완전히 드러난 한 마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읍.

숨을 들이마시고 멈춘 상태에서 정신 집중을 한다.

빨간 선이 마치 레이저 사이트처럼 닭의 동체를 노린다.

빨간 선이 직선에 가까운 곡선으로 닭의 몸체를 뚫고 지나가도록 자세를 조절하고 오른팔을 다시금 뒤로 크게 당기며 힘을 잔뜩 준다.

그리고 위상력을 이용해 있는 힘껏 던진다!

“흣!”

피이이잉 투콱!!

그러자 번개 같은 속도로 대기를 찢으며 날아간 투창은 닭의 몸통을 산산조각내버리며 뒤편의 나뭇잎을 뚫고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꼬오오오옥?!

끼꼬옥?!

놈들은 깃털과 육편을 흩뿌리며 산화해버린 동료의 모습에 깜짝 놀라면서 날개를 퍼덕이며 홰를 쳐댔다.

팔이 욱신거리기 시작하는걸 위상력을 돌려서 자연 치유력을 올리고 당황해서 퍼덕거리며 날뛰는 닭들의 뇌를 탐색 능력으로 한껏 자극하기 시작했다.

꼬끼이이이이익!!!! 꽤애애애애애액!!

저게, 닭이 우는 소리 맞냐? 닭 이형종 두 마리는 마치 돼지가 우는 듯한 괴성을 지르더니 나무를 박차고 뛰어나가 노 헤드 맨티스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게 아닌가?

“헉. 저런 미친.”

꼬꽤애애애애애액!!

근데 날아가는 게 놀랍긴 한데 별로…. 속도도 빠르지 않고 발톱이나 부리가 위협적이지도 않은데 달려들다니, 분노에 이성을 잃었나 보다.

놈들은 33m를 날라서 공중에서 맨티스를 향해 두 발톱을 한껏 내밀며 날개를 퍼덕거리는데.

순식간이었다.

스칵! 파사삭!!

작은 쪽의 노 헤드 맨티스가 조용히 움직이더니 양팔의 낫을 두 번씩 4번 베어냈는데 그 순간 닭들은 8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피와 내장을 흩뿌리며 떨어져 내렸다.

“우와. 노 헤드 맨티스 움직임이 장난 아닌데.”

그 직후 두 마리의 노 헤드 맨티스도 전투 본능에 자극을 받았는지 각각 큰 들쥐와 펭귄, 긴 주둥이 마른 늑대와 두 꼬리 여우가 싸우는 곳으로 돌진했다!

순간 내가 있는 쪽으로 날라오려나 싶어서 심장이 쫄깃해졌는데 안 날라와서 진짜 다행이다.

노 헤드 맨티스가 난입하는 순간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조금 전까지 피를 흘리며 싸우던 녀석들은 상대는 무시하고 노 헤드 맨티스의 주변을 빙빙 돌며 뒤쪽에서 달려들며 미친 듯이 물어뜯기 시작한다!

아 역시. 저 사마귀 놈이 크기도 그렇고 무기도 그렇고 제일 강할 텐데 다른 이형종들이 살아있다는 게 이상하다 했더니, 놈이 덤비면 합심해서 싸웠나 보다. 멍청한 놈들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이다.

노 헤드 맨티스도 많은 숫자를 상대로 낫 같은 앞다리로 사선으로 베어내고 찍으면서 공격하고 다른 여섯 개의 다리는 다가오는 놈들이 있으면 찌르듯이 내지르면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굉장한데? 많은 수를 상대로도 움직이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게 저 상태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노 헤드 맨티스가 다 죽여버릴 거 같다.

그렇게 되면 곤란하지.

싸우기 전 마음속으로 상대하기 껄끄러운 것들의 순서를 매겨놨는데 가장 위협적으로 느낀 놈다운 전투력이다.

일단 하위 이형종으로 판단되고, 거기다 그놈의 앞다리는 간단하게 만든 무기로로 막을 수준도 아닌 것 처럼 보였거든. 게다가 근접 전투의 달인으로 보여서 일찌감치 근접전투는 포기했지.

나는 내가 몸치라는 걸 알고 있어서 뿔 송곳 하나만 들고 놈들 상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한다. 비력 위상력으로 신체 능력을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법을 깨달았지만, 본능적인 파이터라고 불리는 노 헤드 맨티스에 비하면 어린애만도 못할 거다.

아무튼 몸놀림도 재빠른 데다 날기까지 가능하니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한다! 사마귀놈의 위상력을 흡수해 다른 놈들이 진화하는 건 둘째야!

저놈들은 싸우느라 정신이 팔린 상태니 몸을 완전히 드러내면서 자세를 가다듬고 빠르게 투창기에 창을 장착한 다음 위상력이 높은 쪽의 노 헤드 맨티스에게 나무 창을 한발 날렸다!

피이잉 쫙!

미친! 저걸 공중에서 잘라내?!

노 헤드 맨티스는 왼쪽에서 자신의 배를 향해 날라오는 나무 창을 감지했는지 상체를 왼쪽으로 틀며 오른쪽 앞발을 휘둘러 베어내 버렸다! 못해도 올림픽 경기용 컴파운드 보우로 날린 화살의 속도인거 같았는데!

하지만 창을 베어내기 위해 몸을 크게 비튼 탓인지 드러나 버린 틈을 타서 큰 들쥐 두 마리가 노 헤드 맨티스의 드러난 오른쪽 옆구리에 달려들어 몸통을 타고 오른쪽 배 위로 올라가 배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

비명을 지르며 큰 들쥐보다 더 큰 반투명한 날개 넉 장과 겉껍질을 미친 듯이 퍼덕이자 큰 들쥐 두 마리는 날개에 채이며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그와 동시에 노 헤드 맨티스의 길다란 송곳 같은 뒷다리가 큰 들쥐의 몸통을 꿰뚫어버렸다!

찌이익! 찌익!

“제길!”

하나씩 날리기보단 여러 개를 빠르게 날려야해!

창 두 개를 집어 하나를 바로 장전해서 다시금 배를 향해 쏘아냈다!

피잉 스칵! 피이잉! 쓰걱!

“미친!!”

핑 피잉 핑! 쓰걱 싸악 쓰칵!

이어서 쉬지 않고 한발을 더 날리고 창을 다시 하나 집어 또다시 날리며 총 5발을 날리자 날라오는 나무창을 베어내느라 앞발 두 개가 막힌 그 틈을 타 수많은 베인 상처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육지 펭귄 세 마리가 날듯이 뛰어올라 노 헤드 맨티스의 몸을 깔아뭉개버렸다!

그 와중에 한쪽 앞발로 육지 펭귄 한 마리의 배를 절반쯤 갈라버린 노 헤드 맨티스지만 남은 두 마리가 육중한 몸무게로 깔아뭉개니 속수무책인가 보다.

쿵 쿵 거리는 소리가 노 헤드 맨티스의 얄팍한 몸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무게인 거 같다.

키이이익!

찌이익!

동시에 큰 들쥐 두 마리는 노 헤드 맨티스의 앞발에 달라붙어 팔을 끊어내기 위해 갉작거리고 두 마리의 육지 펭귄도 몸통과 배 위에서 체중을 실은 채 부리로 찍어대면서 양 날개를 휘둘러 노 헤드 맨티스의 배와 몸통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저쪽은 이제 됐어. 남은 건 한 마리!

작은 노 헤드 맨티스쪽은 상황이 심각했다. 이미 긴 주둥이 마른 늑대 한 마리는 허리가 동강이나 죽어있었고 다른 한 마리도 공격을 머리로 자주 막아냈는지 머리통의 가죽이 수십 번 베어져 벗겨지고 뜯어져 있었고 두개골에 금도 가있는 상태로 노 헤드 맨티스의 맹공을 피하고 있었다.

키잉! 킹!

한쪽 눈알이 빠져나온 모습이 참혹했는데 그 모습에 비하면 두 마리의 두 꼬리 여우는 멀쩡한 몸으로 다리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면서 꼬리를 열심히 날리며 노 헤드 맨티스의 배를 노렸지만 번번이 빗나가고 있었다.

“제길!”

금방이라도 여우 두 마리와 늑대 한 마리를 쪼개버릴 것 같은 노 헤드 맨티스의 움직임을 노려봤다. 정직하게 날린 나무 창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베어내 버리던 큰 노 헤드 맨티스를 생각하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연달아 날려야해!

난 온몸에 위상력을 컨트롤해 몸의 움직임을 가속하며 빠른 속도로 투창기에 창을 끼워 날렸다!

피잉 핑핑핑핑핑피잉!

조준은 약간 빗나가도 상관없어! 일단 한발이라도 맞춘다!

나무 창은 공기를 찢는 소리를 내며 노 헤드 맨티스를 향해 줄줄이 날아간다!

남은 19발의 나무 창을 다 쓸 생각 하며 미친 듯이 날려대기 시작하자 안정적으로 움직며 공격과 회피를 반복하던 작은 노 헤드 맨티스는 연달아 빠르게 날라오기 시작하는 나무창에 집중하며 피하거나 앞발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잽싸게 움직이던 다리는 나무창을 자를 때마다 멈칫거리기 바빠 자세를 바꾸지를 못했는데 그게 기회라고 생각하는지 두 꼬리 여우 두 마리는 날라오는 창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꼬리로 배를 마구 찌르고 입으로는 노 헤드 맨티스의 다리를 물어서 끊어내려 하며 필사적으로 공격한다.

노 헤드 맨티스는 내가 12번째 창을 쏘아냈을 때 9번째 나무창을 베어내고 배를 향해 날라오는 10번째 나무 창을 피하려고 몸을 돌리려 했는데 그 순간 내디딘 다리 두 개가 부러지며 넘어져 버렸다.

그 위로 10번째 나무창은 빗나가버렸지만 바로 이어 날라온 11번째 나무 창은 모로 누워져 바둥거리다 몸통에 꽂혀버렸고 뒤이어 날라온 12발째와 13발째도 배에 박혀 완전히 땅에 고정되어버렸다.

파팍! 바바박 가각

치이르르르르르!!

랑우우우웅! 아오오오오옹!

미친 듯이 앞발과 성한 다리로 바닥을 긁어대는 노 헤드 맨티스의 모습에 두 꼬리 여우가 등 뒤에서 달려들며 꼬리는 몸통과 배의 연결된 부분을 노렸고 주둥이는 뒤에서 앞 팔을 물고서 대가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작은 노 헤드 맨티스도 처리됐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다음 타겟이 눈에 들어온다!

좋아! 닭은 죽었고 3순위는 몸이 재빠른 여우 네놈들이다!

남은 창은 6발! 적어도 한 마리는 죽여야 해!

노 헤드 맨티스의 앞발을 물어뜯어 내려고 정신없이 대가리를 흔드는 두 꼬리 여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저놈이 위상력 6.4로 최하위종들 중 가장 높…. 어라? 22까지 올랐어?!

순간 등골에 소름이 돋으며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투창을 날렸다!

쌔애애애액!!

그리고 쏘아낸 순간 탐색 능력으로 뇌를 마구 훑어대자 놈은 갑자기 머릿속에 느껴지는 위상력의 움직임에 고통을 느끼는지 몸을 까뒤집으려 했다!

투콱!

끼아아아아앙!!

동시에 도달한 나무창이 놈의 몸통을 꿰뚫고 노 헤드 맨티스의 몸통마저 관통하며 바닥에 박혔다.

바로 옆에 동료가 나무 창에 꿰여 비명을 지르고 바르작거리며 주둥이로 피를 막 쏟으니 깜짝 놀란 두 꼬리 여우가 미친 듯이 달려 물속으로 뛰어들어버렸다.

풍덩

그래. 차라리 위상력을 흡수 못할 만큼 멀리 가라.

내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들었다면 바로 나무창을 쏴서 죽여버리려 했는데 반대쪽으로 뛰어들어버려 그냥 놔두기로 했다.

다시 큰 노 헤드 맨티스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놈은 숨이 끊어져 죽어있었고 다시 육지 펭귄 두 마리와 큰 들쥐 두 마리가 치고받고 싸우고 있었다.

한 마리가 안 보여서 살펴보니 그새 몸통의 절반을 가르는 큰 상처를 입은 그놈은 바닥에 피와 내장을 흘리며 기어서 물러나고 있는 게 보였다. 저놈은 그냥 놔둬도 죽겠군

노 헤드 맨티스의 주변으로 물결치는 모양으로 퍼져나오는 위상력이 네 마리의 몸속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다시 마구 든다!

바로 5발 남은 나무 창 두 개를 잡고 위상력이 24까지 차오른 육지 펭귄 두 마리를 향해 각각 하나씩 날린 다음 또 탐색 능력으로 뇌를 이 잡듯 훑으니 몸을 파르르 떨다가 날라온 나무 창에 꿰뚤려 널브러졌다.

시에에에에. 쉬이이이이

기이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창에 꿰뚫린 채 바들바들 떠는 육지 펭귄을 무시하고 큰 들쥐를 봤는데 큰 들쥐 두 마리도 그제야 내 쪽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찍찍거렸다.

그런데 저놈들도 몸 안에 위상력이 차오르는 게 눈에 보인다!

이대로 쏘면 피할 거 같아 놈들의 작은 뇌를 탐색으로 훑어주니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맞아라!

쌔애애애애액!

그리고 내 손을 떠나 날아가는 두 개의 나무창.

나무창에 머리통이 박살 난 이형종의 시체 두 개가 늘어나고서야 싸움은 끝이 났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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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11:41분 위상력 수정

두 꼬리 여우 27 -> 22

육지 펭귄 40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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