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4 11일째, 위상 세계. =========================================================================
“프랑. 확실히 말해두겠는데, 벼락은 함부로 사용하면 안 돼.”
내 말에 어째서? 하는 표정과 함께 강한 의지가 보이는 눈빛이, 말 안했으면 주변에 날 위협하는 이형종이 나타났다간 아예 벼락으로 구워버릴 기세인 듯하다.
“방금 고작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위상력을 얼마나 썼게? 한번 맞춰볼래?”
-…….-
내가 낸 문제에 고심하면서 날 힐끔힐끔 바라보는 게, 전혀 짐작이 안간다는 표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위상력 소비량의 비교대상이 나밖에 없어서 정확하게는 말을 못하지만.”
내 심각한 표정에 덩달아 긴장하는 프랑.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를 기준으로 수치를 100으로 잡았었어. 그리고 중간에 거인 프랑의 몸에서 퍼져나온 위상력을 흡수하고 프랑이 들어오기 전의 영혼석에서도 위상석을 흡수해서 현재 내 위상력은 475야.”
진중한 표정과 정좌한 자세로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프랑.
공중 정좌라니…. 뭔가 웃음이 나올 거 같지만 심각한 분위기가 잡혀있으니 참자!
“그리고 긴 주둥이 마른늑대는 체내에 22의 위상력을 가지고 있었고 큰 들쥐 암컷은 19, 수컷은 17을 가지고 있었어. 양아치 이무기와 초거대 거북이도 체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거리가 멀어서 위상력을 체크 못했어.”
프랑은 뭔가에 또 놀랐나본데? 이번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왠지 그러려니 하는 심정이 보인다.
아, 위상력 수치를 체크할 수 있어서 그런가?
“그리고 방금 문제의 답은.”
-꼴깍-
긴장하면서 침을 삼키는 프랑.
“38,755 였어.”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입이 벌어지면서, 벌떡 일어난 다음, 어떡해 어떡해 하는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리는 프랑.
그럴 만도 하다. 내 위상력의 80배가 넘고 들쥐 수컷이랑 비교하면 2000배가 넘었으니까.
“물론 그 소비량은 커다란 욕조에서 숟가락 한 스푼을 덜어낸 정도지만. 영혼석에서 소비된 위상력을 보충 할 방법은 아직 모르니까.”
울상이 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프랑, 그녀는 고작 1분 사이에 그렇게나 많은 양의 위상력을 썼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이다.
입이 보일 듯 말듯 살짝 튀어나오고 역팔자가 된 눈썹 밑에서 쓸데 없는 곳에 너무 써버렸다고 자책하는 표정이 보인다.
날 힐끔 쳐다보는 모습은, 자신을 향한 걱정보다 날 향한 걱정이 더 커 보이는 기분인데….
“영혼석 내부의 위상력은 이제 방출되고 있지 않지만, 위상력의 양이 프랑이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인 걸 봤을 때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해. 프랑의 생각은 어때?”
프랑은 생각 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날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반응이 어쩐지 즉각적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혹시 내가 최하급이나 하급 이형종이랑 싸우게 되더라도 막 벼락 쏴대면 절대 안 돼!”
그러자 움찔하며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을 짓는데 역시 나였다.
“후우…. 무조건 쓰지 말라는 게 아니야. 내가 최대한 위상력을 보충 할 방법이 있나 찾아볼 테니까 그때까지만 쓰지말자는 이야기니까. 알았지?”
표정은 확실히 알았다는 표정인데, 눈빛은 그래도 내가 위험에 처하면 바로 날리겠다는 눈빛이다.
“…….”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약간 찡그린 채 프랑의 눈을 계속 바라보니 그제서야 속마음을 들켰다고 생각하는지 슬금슬금 눈을 피한다.
몇 번이나 강조하면서 절대 안 쓰겠다고 약속하고 다짐을 받아내더라도 그녀가 마음을 바꿔서 벼락을 쓰려하면 막을 수단이 없지 않은가.
물론 강하게 부탁하는 만큼 그녀는 내 뜻에 따라주겠지만…. 역시나, 내가 위험해지면 바로 날려버릴 거 같다.
그렇다고 프랑을 탓 할 수도 없는 게, 그녀의 뜻은 내가 위험하지 않으면 능력을 안 쓴다는 거니…. 그러니 괜히 그녀에게 이런저런 강요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더 조심하고 강해지는 게 좋을 거 같다. 물론 영혼석에 위상력의 보충방법도 찾아야하고.
“에휴, 알았어. 하지만 나도 이제 위상력 컨트롤을 할 수 있게 되서 신체적인 능력도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 최하위 이형종정도는 내 적이 안 돼. 그러니까 정말, 진짜, 위험해지지 않는 이상 벼락은 안쓰기. 그리고 과다 충전하지 말고 벼락은 딱 한 번씩만 쏠 것. 약속해줄 수 있지?”
이번에도 겉으로만 알겠다고 하면 나도 무슨짓을 할 지 모른다는 표정으로 상큼하게 웃으며 말하니까 그녀도 이번에도 딴 생각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알겠다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프랑이 날 걱정해주는 건 좋은데, 나도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걸 알아 줬으면 좋겠네. 에휴.
원래 8시쯤에 근처 나무에서 쉴려고 했는데 몇 가지 큰 사건이 겹치다보니 미처 쉬지 못하고 지나쳐버렸었다.
프랑과 재회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깨달음을 얻어서 잠깐 위상력의 움직임을 조절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을 지나버렸는데 다행히 수면에서 높이가 13m까지 자란 수분 나무를 곧 찾을 수 있었다.
잽싸게 물을 많이 먹어 묵직해져버린 통나무 조각을 옆구리에 끼고 위상력으로 신체능력을 올려 수면에서 8m 높이에 있는 나뭇가지 위로 후다닥 올라와버렸다.
“으아~, 2일 동안 헤엄쳤더니 물먹은 거 마냥 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이야.”
몸이 팅팅 불지 않게 막아서 그다지 몸 상태는 변하지 않았지만 지방이 무지막지 연소되면서 체지방 비율이 무진장 떨어진 거 같다. 말 그대로 뼈다귀랑 근섬유만 남은 상태랄까. 몸무게도 또 줄어서 45kg까지 떨어졌는데 이러면 체중이 너무 적어서 무기 휘두를 때 위력이 안 나오지 않을까?
프랑은 우아하게 날아서 내 옆으로 내려앉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에 보약이 되는 느낌이다.
역시 프랑은 나의 신경안정제와 행복보충제인거 같다.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볕을 느끼며 쉴 새 없이 수분 나뭇잎을 입으로 가져가고 위상력으로 체열을 올리며 옷을 말리기 시작했다.
저녁까지는 위상력 컨트롤을 연습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시간의 흐름과 주변 상황의 변화에도 신경을 쓰면서 위상력 컨트롤 연습이 가능한지의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빨리 뇌에 위상력을 완벽하게 퍼트려서 탐색 능력을 온전하게 만들고 싶어졌으니까.
점심때 눈을 떴을 때의 탐색 능력의 범위가 달라진걸 깨달았더니 그제서야 내 능력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다.
빨리 뇌에 위상력을 완벽하게 퍼트려서 탐색 능력을 온전하게 만들라고, 제멋대로인 예감이 발동하면서 빨리 탐색 능력을 완벽한 상태로 만들라고 하는 거 같다.
나뭇잎을 80장이나 처먹고 벨트도 한 입 뜯어먹었는데도 부족해서 조금 더 먹을까 생각했는데 근처 나뭇잎이 다 사라진 게 보였다.
순간 더럽게 많이 처먹고 배가 빵빵해진 뿔 강아지가 떠올랐다.
“…….”
뻘쭘한 생각에 뿔 강아지도 틀림없이 나와 같은 상황이었을 거라며 자기합리화를 하고나서 잠시 배를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프랑이 전기를 생성할 수 있으니까 뭔가가 다가오거나 하면 전기를 살짝 흘려 날 깨울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소비 위상력의 양을 알려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방금 전만 해도 위상력을 못쓰게 하려고, 쓰지 말라고 다그치던 내가, 막상 필요한 상황이 되자 말을 바꾸려는 꼴이라니.
순간 그 사실을 깨닫고 나 자신에 혐오감이 느껴졌다.
“프랑.”
내가 부르는 목소리에 날 돌아본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이제 위상력 컨트롤을 연습할거야. 탐색 능력으로 주변도 감지하면서 병행할거고, 저녁때까지 계속 한 다음 조금 쉬었다가 밤에 헤엄치기 시작할꺼니까 알아뒀으면 해서.”
그러자 장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프랑.
…어쩐지 내 배 아래에 깔아뭉개고 저런 표정을 짓지 못하게끔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그녀의 몸에 새겨주고 싶은 욕망이 생길 거 같아! 내 밑에 깔려서 눈물을 살짝 글썽거리며 “저는 당신만을 믿고 따르겠어요.”라고 속삭이는 프랑의….
크흠!
아,아무튼 컨트롤 연습을 시작하려고 자세를 잡는데 프랑이 내 앞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듯이 두 손을 막 흔들었다.
“왜?”
프랑은 날 바라보더니 한 손을 눈썹 위에 대고 주변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큰 가슴을 가르키고서는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거리며 빛내고 있었다.
…가슴을 봐달라는 이야기는 아닐테니까, 자기가 경계할테니 나는 컨트롤에 집중하라는건가?
“감시를 맡겠다고?”
그러자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프랑.
그녀도 나와 같은 걸 생각해주다니. 내심 살짝 기뻤지만 안 된다.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먹었는데.
“이형종이나 거대 동물이 나타났다고 치면 그건 어떻게 알려줄 건데?”
그래도 단번에 칼같이 거절하면 울먹거릴 거 같으니 살짝 말을 돌려볼까?
프랑은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 양 손 검지 손가락을 살짝 맞닿게 하는 모습이, 역시 전기를 쓰겠다는건가보다.
“안 돼! 쓰지말자구 했잖아!”
그러자 뺨을 부풀리면서 검지와 엄지를 붙여서 보여주는 게 소비량이 얼마 안된다고 말하려는건가?
“소비량이 적다고 해도 한번 쓰면 그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쌓이고 쌓여서 위상력이 줄어드는 거야. 모르는건 아니지?”
내 말에 얼굴을 조금 찡그리는 모습이 수긍은 하지만 납득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프랑의 마음은 이해해. 위에서 주변을 경계하면 내 탐색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시야를 얻는 것도 가능할테고 만약 이상이 안생기면 위상력도 안쓸테니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자 다시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안 돼.
“그래도 안 돼. 위상력을 보충 할 방법을 구하기전에는 위상력을 소모하는 행위는 금지야.”
의견이 받아들여지지않자 그녀는 다시 실망한 표정이 되었지만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갑자기 얼굴에 은은하면서도 음흉한…. 미소를 띠며 나에게 몸을 밀착시키기 시작했다!
감촉은 느껴지지 않지만 저 크고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 사이로 내 왼팔을 끼우면서 부비부비하는데 어쩐지 왼쪽 팔에 가슴이 닿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앗, 그러고 보니 5일째에 전신으로 가슴의 감촉을 느꼈던 적이 한 번 있었지. 그때 그 느낌이다!
난 얼굴을 붉히고 몸을 쭈뼛거리면서 살살 거리를 벌리려는데 프랑이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애절한 표정으로 검지 손가락만 펴서 나한테 보여주었다!
이, 이거 위력이 상당한데.
속으로 당황하면서 안 돼 안돼 하고 있는데.
시야 한가득 들어오는 프랑의 촉촉한 눈망울이 날 간절히 바라보는 모습에….
결국 저버렸다.
“알았지?”
프랑은 내 뺨에 막막 뽀뽀를 해주더니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내가 설명해주는걸 듣기 시작했다.
생성하는 전기가 많아지고, 지속적으로 생성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위상력의 소비가 높아지는걸 알게 된 다음 나는 30분을 들여서 그녀에게 일정 전류당 소비되는 위상력을 알려주었고, 절대 1초 이상 전기를 생성하지 말것, 전력으로 전기를 생성하지 말것을 부탁했다.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주변을 살랑살랑 떠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 부탁이 조금이나마 먹혔기를 바랐다.
어쩐지 내 안전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모습같은게 보이는데. 절벽 위에서 육지 해일이 몰아쳤을 때부터 조금 그런 낌새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랑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를 살피지 않는 느낌이다.
내가 계속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니 그제서야 그녀도 눈치 챘는지 상냥하게 웃으면서 내 뒤로 돌아가 날 뒤에서 껴안으며 턱을 내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살짝 뺨에 키스를 해주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달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면 되려나?
“그럼 부탁해.”
프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로 올라갔는데 아래쪽에서 보는 그녀의 몸의 굴곡과 갈라진 계곡의 틈은 언제나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위상력을 컨트롤하면서 뇌를 탐색할 때 느낀 점이지만 인간의 뇌는 그야말로 우주 같다.
감정은 심장에서 시작되지만 이성은 뇌에서 시작한다고 울 아빠가 그랬었지.
아버지는 흔해빠진 평범한 개업 의사였지만 무진장 어린 엄마를 낚아채면서 엄마의 도움으로 병원도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 나름 도시에서 알아주는 기술력을 가진 소규모 종합 병원을 세웠다.
그러면서 의학에 관심이 많은지 수많은 의학 관련 학술 서적과 의학서를 사서 집안에 채워넣으며 쉬는 날 엄마랑 데이트하지않을때는 언제나라고 해도 좋을만큼 손에서 책을 놓는 일이 없으셨지.
그래서 나도 그 영향을 받아 어린나이에 책을 많이 읽으면서 중2병의 길에 들어섰지만 이건 다른 일이니 제쳐두고.
어렸을 때 아빠가 굉장히 두껍고 무거운 책을 보는 게 신기해서 이것저것 뽑아봤었는데 전부 영어 아니면 꼬부라진 글씨라서 못 읽고 그림이나 사진만 봤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뇌에 관한 의술서적이었었다.
뇌는 내 탐색 능력을 풀로 발휘해서 분석해도 뇌 세포는 전체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감지를 못하고 좀 더 깊이 파고들면 내 탐색 능력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무한하고 방대한 모습으로 보인다.
뇌는 대표적으로 대뇌와 소뇌로 이루어져있고 그 사이를 뇌 줄기가 이어지며 좀 더 세분화시키면 중간뇌와 다리뇌, 연수가 되고 그 아래 목으로 내려가면서 흔히 말하는 척수가 있는데 그 안을 뇌척수액이라고 불리는 게 뇌와 척수를 순환한다고 했다.
내가 감지 능력을 사용하면 여기 소뇌에서 움직임을 판단하는 듯 하고 분석과 투시를 사용하면 대뇌쪽이 활성화되는 거 같다. 그중 머릿속에 영상같은게 떠오를땐 우뇌쪽이, 분석과 투시를 통해 정보를 떠올리고 생각하면 좌뇌쪽이 활성화 되는 거 같다.
사실 탐색 능력 전부를 대뇌에서 처리하는 줄 알았는데 가장 중요한 감지를 소뇌에서 처리하는 것 같은 모습에 조금 놀랬었는데 내 주먹의 반도 채 안 되는 크기에서 그 많은 정보를 관리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 외에는 기능을 잘 몰라서 그냥 위상력이 뇌의 구석구석과 주름까지 돌 수 있도록 컨트롤에 힘쓰는 것뿐인데 모자랐던 능력이 보충된다니.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눈을 뜨고 망원을 쓰면 아마 안구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가 안구와 이어진 시신경을 타고 뇌로 들어가는 거겠지.
뇌를 감싸며 틈 사이로 돌아다니는 위상력을 처음 봤을 땐 뇌 전체가 위상력에 겹쳐져있는 모습인 줄 알았는데 컨트롤을 하다 보니 뇌 자체는 건들지 않고 뇌의 주름과 틈을 타고 돌아다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몸에서는 막 여기저기 통과하면서 몸을 튼튼하게 하던데, 뇌는 그러질 않는걸 보면 뭔가 다른 게 있는 건가?
한동안 뇌를 살펴보면서 위상력을 움직이고 눈을 떴더니 어느새 주변에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체감 시간은 두 세 시간 정도 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오후 5시까지만 할 생각이었는데 벌써 7시가 다되어간다. 6시간이나 쓴 데 비해 눈을 뜬 상태의 시야 확장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탐색거리가 64m에서 3m 늘어난 67m가 고작.
아무래도 처음 깨달음을 얻으면서 급격한 확장을 이루었나보다. 이래서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겠는걸.
주변을 돌아보며 프랑을 찾아봤더니 내 머리 위로 저 하늘 높이 떠서 주변을 살펴보는 모습이 보인다.
멀어서 다리 사이의 계곡이 잘 안 보이는 게 조금 아쉽군. 흠흠.
“프랑!!”
소리를 높여 프랑을 불렀더니 이내 이쪽을 보고는 빠르게 내려온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다리 사이에 입을 꽉 다문 조갯살과 치골이 보이고 그 위로 예쁜 달덩이 모양의 커다란 융기와 끝에 살짝 달려있는 유두가 보이면서 그 너머로 살짝 미소를 머금은 프랑의 얼굴이 나타났다.
내 앞으로 내려온 프랑은 얼굴에서 약간 빛을 내고 있었는데 얼굴이 상기된 건가? 아무래도 내가 자신의 몸을 뚫어지게 보고있었다는 걸 그녀도 봤나보다.
자기 몸을 뚫어지게 보는걸. 느끼면서 조금 흥분하다니, 프랑도 살짝 변태 끼가 있는 걸? 킥킥.
“이제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컨트롤 연습을 해야겠어. 눈을 뜬 상태로도 감았을때와 똑같은 범위를 감지 할 수 있게 되면 어쩐지 다음 단계로 진화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자 두 손을 맞잡으며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지다 못해 뜨거워진다!
거기다, 어쩐지 날이 어두워지니 프랑의 몸이 조금씩 빛나면서 몸의 굴곡이 더욱 선명해지는 게….
낮에는 잘 분간이 안됐지만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확실히 달라진 점이 보인다. 몸 주위에 마치 퍼져나오듯이 흐르던 영기의 일렁임이 무척이나 줄어들어서 얼핏 보면 회백색의 아아주 조금 투명한 사람이 공중에 떠있는 모습니다.
즉, 사람으로 보인다는 거다!
내가 눈을 못 떼고 그녀의 얼굴과 몸을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 부끄러운 듯이 웃으며 유두를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가리는데 순간 코피가 터지는 줄 알았, 억! 진짜 코피난다!! 얼굴도 뜨거워!!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내 모습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데도 눈동자는 어쩐지 기뻐하는 것 같다.
황급히 소매로 코피를 닦고 위상력을 돌려 코 속에 피가 나는 곳으로 보내 자연 치유력을 올리면서 지혈을 했다.
딴청을 피우면서 왼손으로 뜨거워진 얼굴 여기저기를 만지면서 열을 식히려는데 프랑은 계속 기쁜 듯이 웃는 모습이 기분이 좋아보였다.
딱히 변태라서 알몸 노출을 하며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어쩐지 유령인 자신의 몸을 보고 코피를 흘릴 만큼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걸 깨달은 듯 하다.
겨우 얼굴을 식히고 진정하면서 소매로 입을 가리고 그녀에게 멋쩍은 듯이 웃어주니 그녀도 날 보며 마주 웃어주는데 얼굴만 밝은 게 그녀도 꽤나 얼굴이 뜨거워졌나보다.
“미안. 서너 시간만 위상력 컨트롤을 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오래 해버렸네. 지루했지?”
그러자 고개를 살랑살랑 저으며 아니라는 듯이 마주 미소짓는 그녀는, 자신이 나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못내 기쁜가보다.
어떻게 저렇게 착하고 귀엽고 이쁘고 성실하고 참하게 자랐는지 모르겠다!
으음, 갑자기 생각난 건데 그동안 그녀가 보여준 행동과 생각을 이리저리 맞춰보니 어쩌면 그녀는 기사knight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형 능력자가 나타나면서 영국에는 기사 작위가 부활했는데, 뭐 그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니까. 우리나라의 화랑이나 일본의 사무라이. 중국의 무림인같은거.
아무튼 그녀의 몇몇 행동들을 보면, 기사로써 날 섬기겠다는…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뭐가 잘났다고 그녀같은 사람한테 서약을 받고 그러겠어. 형편 좋게 이것저것 끼워맞추니 그렇게 느껴진거 뿐이겠지!
그러면서도 처음 뺨에 키스를 받은 거나 나무를 파서 만든 방 안에 앉아 그녀의 절을 받은 것도 생각나는게 좀 아리송하다.
나중에 현실로 돌아가면 때를 봐서 한번 물어봐야지.
영국 초절정 미소녀…미처녀? 여기사의 충성과 사랑을 받는 한국 고딩이라… 으히히히히.
순간 흠칫하면서 정신을 차렸더니 프랑이 호기심을 담은 눈빛으로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무진장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텐데!! 크악! 창피해 죽을 거 같다!
============================ 작품 후기 ============================
열심히 하겠습니다.잘 부탁드립니다.
1월 31일 12:56 문법과 문장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