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3 11일째, 위상 세계. =========================================================================
여차저차해서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고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혹시나 싶지만 역시 양아치 이무기의 그, 마지막에 그 강력했던 벼락 때문이지?”
나는 목에 걸려있는 영혼석 주머니를 가르키며 손가락으로 번개 모양을 그려 보였는데 프랑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한테 좀 떨어진 다음 양 손바닥을 내게 뻗어 보였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 청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는데 그녀가 왼손 검지에 오른손 검지를 살살 가져가자 사이로 빠지직하고 전류가 흘렀다.
영혼석에 양아치 이무기의 벼락이 흘러들어 가면서 뭔가 변화를 일으켰나 보다.
“영혼석에 번개가 흘러들어 간 거야?”
영혼석이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 프랑.
앗! 실수했다…….
난 허둥거리며 어버버거리다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그날부터 프랑의 영혼이 들어있다고 해서 난 영혼 석이라고 이름 붙였어.”
내 이야기를 공중에서 쪼그려 앉은 자세로 듣고 있던 프랑은 이야기를 다 듣더니 환하게 웃으며 좋아라하는 표정을 짓고서 내 주변을 빙글빙글 헤엄치듯이 돌았다.
울다가 웃다가 화난 척하다가 또 울다가 웃다가…….
참 감정 변화가 다채로운 아가씨다.
이야기 중엔 눈을 마주치고 있어서 못 봤지만 힐끔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역시 적나라하게 보이는 프랑의 소중한 부분.
문득 프랑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싫은데……. 프랑의 알몸을 다른 사람한테는 보여주기 싫어!!
그건 일단 나중에 이곳을 탈출하기 전에 이야기하는 걸로 하자. 정 안되면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방법을 쓰더라도 말이지.
아무튼, 화제를 돌리자! 프랑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건 나도 좋지만 부끄러워!
“그래서 전기를 쓸 수 있게 된 거구나.”
굉장히 기분이 좋은 듯 쉴 새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던 프랑은, 어쩐지 속도도 더 빨라진 거 같다. 그녀는 내 앞으로 다시 내려와서 쪼그려 앉고 무릎을 팔로 감싸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자극적인 모습에 아까부터 자지는 한껏 성을 내고 있었는데 그래도 물 속인 데다 옷이 커져서 겉으로 봐서는 모르겠지?
꺆꺆거리며 한동안 난리법석을 떨었는데도 눈을 마주치니까… 아직도 감정의 한편에 걱정이 담겨있는 게 보였다. 걱정 반 안쓰러움반?
아무래도 겨우 2일 만에 확 변해버린 외모가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하나보다. 으음. 살 빠진 건 어쩔 수 없고 그녀의 탓도 아닌데……
이무기를 처음 봤을 때 자신이 들어있던 영혼석을 이무기에게 줘버리라고 하던 그녀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지금 내 모습도 무의식중에 자기 탓으로 돌리는듯하다.
이대로 두면 계속 자책할 듯해서 그녀에게 어젯밤에 만난 신비한 초거대 거북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니까 이제 양아치 이무기는 이제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오히려 그 덕분에 내 능력도 무진장 향상됐다니까?”
헤엄치면서 프랑이 영혼석 안에 있을 때 일어났던 일들을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프랑은 응응하면서 열심히 들어주고 있지만, 초거대 거북 이야기를 듣고도 놀라지 않는 걸 보면 알고 있었던 거 같다.
영혼석 안에서 잠들어있던 게 아니라 바깥을 지켜보고 있었나?
“혹시 프랑은 계속 영혼석 안에 있으면서 바깥에 일어나던 일도 다 본 거야?”
그러자 내 옆에서 공중을 헤엄치듯이 날 따라오던 프랑은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난 프랑이 없어졌을 때 무진장 걱정했었어. 혹시나 헤어져서 영영 못 만나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
결국, 누나의 말이 맞은 거였다. 괜한 나의 상상이 공포를 불러일으킨 거. 프랑은 내 말을 듣고 안심하라는 듯이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왠지 날 어린애로 보기 시작 한 거 같은데? 뭐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아앗!! 그럼 질질 짜고 무서워서 프랑을 애타게 불렀던 것도 다 들통 난 거 아냐?!
아오!
기껏 폼 잡으면서 멋진 모습만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다 망쳤네!!
끄으응.
내가 갑자기 얼굴을 물속에 처박으면서 붕붕 저으니 프랑은 내가 어디 아픈 건가 하고 걱정스럽게 바라보는데 한숨이 다 나온다.
그래서 그렇게 걱정스런 표정으로 안쓰럽게 바라보고 그랬구나.
막 이상한 헛소리는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으으으…….
한동안 물속에서 얼굴을 처박고 부글부글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쪽에 프랑의 얼굴이 쑥! 하고 나타나서 화들짝 놀랬다!
“부그르르륵!”
깜짝 놀라 버둥거리면서 고개를 번쩍 들고 물에 젖어 흐르는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으니 내 얼빠진 얼굴을 보고 프랑은 까르르 웃으면서 살랑살랑 떠다녔다.
큭, 그랬다. 이거지?
“으으. 놀랬잖아!! 물귀신 나온 줄 알았단 말야!!”
물귀신이라는 말에 윽!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입을 삐죽이는 프랑.
잠시 서로를 쳐더보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풀썩 웃어버렸다.
아직 물어볼 이야기는 많지만 잠깐동안 이런 가슴이 간질거리는 느낌을 즐기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확인해보니까 영혼 석에서 위상력이 흘러 나오는 것도 멈췄던데 그것도 프랑이 한 거야?”
영혼석에서 위상력이 흘러나가는 걸 의도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 반대로 위상력을 흡수도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렇게 되면 프랑은 원하는 만큼 현실에서 지낼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잖아? 거기다 다른 위상석을 구해서 영혼석으로 흡수할 수 있게도 가능할 테고!
생각한 점을 프랑에게 이야기해줬더니 그녀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와 두 손으로 내 뺨을 만지며 입을 방긋방긋 거렸다.
후에 허? 투 그에게 더?
“투게더? 함께 하자고? 함께 하고 있는데?”
내가 이해를 못 한 표정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살짝 쓴웃음을 짓는 프랑.
“으으. 현실로 돌아가면 당장 독순 술이랑 영어를 배워야겠어!”
어어, 또 처음 보는 미소를 짓는다. 보고 있으니 가슴이 또 콩닥거리네.
그리고 살짝 눈을 감고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
입술끼리 닿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입술이 살짝 찌릿한 느낌이 났다.
어…….
그러니까 지금 나 키스 받은 거지? 이걸 버드 키스라고 하던가?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고 막막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졌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은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이 마음은 나만의 일방통행이 아닐까 생각하고는 금세 머릿속에서 지웠었는데.
그녀가 먼저 키스를 해오다니! 그것도 분위기가 확실한 그거지? 그린라이트, 그거!
태어나서 18년째. 처음 한 키스는 입술이 약간 저릿한 맛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웃음이 실실 나온다.
내 앞에서 둥둥 떠 있던 프랑을 힐끔 보니 프랑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역시 그린라이트맞지?!
으히히히. 몸은 없지만, 누구보다 아름답고 예쁜 영혼이 존재하니 언제까지라도 함께 할 영혼의 동반자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행복해졌다.
음, 그런데 키스의 충격으로 몇 가지 기억이 날아가 버린 거 같다.
몇 가지 더 물어볼 게 있었던 거 같은데 생각이 안 나…….
에이, 키스의 충격에 까먹을 정도면 별로 중요한 건 아니겠지. 아무튼 돌아온 프랑을 정신을 집중해서 탐색 능력으로 살펴본다.
으음. 근데 여전히 감지가 안 되는데. 그리고 키스할 때 입술에 느껴졌던 그 찌릿찌릿한 느낌은 뭐였지? 혹시 살짝 전류를 둘러서 키스했다는 표현을 한 건가?
그러고 보면 집중해서 분석한 100%는 아니지만 40%는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 전류의 흐름을 감지 못했었지?
영혼석에서 퍼져 나왔을 전류도 탐색 능력으로 감지 못했고 프랑이 몸에 전류를 두르고 있을 때도 감지를 못했었고 키스를…으흐흐. 키스를 했을 때도 감지가 안 됐었고.
……? 생각해보니 양아치 이무기가 떨어트린 벼락이 민물에 닿아 전류가 흐를 때도 감지가 안 됐었는데 뭐지?
으음?
으음……. 탐색 능력의 한계라고,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속성 공격은 감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으려나? 하지만 왠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으니 프랑이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내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휴, 저 앙증맞은 입술 좀 봐.
내 눈이 자신의 입술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두 손으로 입술을 살짝 거리면서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진다.
슬쩍 덮쳐서 나도 키스를 하고 싶어졌지만 날 바라보며 똑같은 속도로 이동 중이라 키스하기 힘들다!
조금 아쉬움을 느끼면서 입을 열었다.
“능력이 조금 이상해서 그래. 아 맞다. 프랑은 내 능력을 자세히 모르지?”
그러자 프랑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 끄덕거린다.
“내 능력은 일단 탐색 능력이라고 붙였어. 처음 능력을 깨달았을 때는 뭔지도 모르고 쓰고 있었는데 점점 능력을 파악하게 되니까 R 클래스의 감지랑 분석 투시 세 개를 합친 능력인 걸 알았거든.”
내 말에 동그래졌던 눈이 더욱 크게 떠진다.
와, 눈 진짜 크다. 인형 같아. 홍채도 작거나 너무 크면 이상했을 텐데, 뭔가 보는 순간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게 마치 동그란 사파이어 무늬라서 무지 예쁘다. 어떤 색이라도 어울릴 거 같다.
“거기다 세 개가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느낌이라서 단순히 감지나 분석, 투시라고 안 하고 난 통틀어서 탐색이라는 개념으로 쓰고 있어.”
두 손을 마주 잡고 크게 뜬 눈으로 날 바라보는 프랑을 보니 새삼 탐색 능력이 더욱 사기라는 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내 탐색 능력에 감지되지 않은 객체는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한 가지가 안 잡혀. 하지만 내 탐색 능력이 모자라서 잡히지 않은 느낌이 아니라 뭔가 다른 이유인 거 같은데. 그걸 모르겠어.”
그러자 프랑도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거 같은데 사실 별다른 기대는 안 하고 있다.
자기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뿐이거든. 아니면 비슷한 동종 능력자거나.
하지만 프랑은 신체 강화 능력자라고 알고 있으니 특수능력에 속하는 내 탐색 능력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안 한다.
무엇보다 61년 전 사람이니까. 와 이렇게 말하니까 할머니 같네. 프랑 할머니.
하지만 말로 꺼내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아무튼,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열심히 고민 중인 프랑에게 뭔가를 기대하면서 슬쩍 물었다.
“내 능력이 흔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프랑은 어떻게 생각해?”
그 직후 붕붕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속도로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레이트, 퍼펙트, 엑설런트같은 극찬이 쏟아져나왔다!
프랑한테 인정받는 거 같아서 입꼬리가 씰룩 씰룩거린다!
이런 내 모습을 프랑은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보고 있었는데 어쩐지 속마음을 들킨 거 같아서 좀 부끄럽다.
하지만 여자 친구가 훌륭하다고 할 정도의 능력이라니. 덩달아 나도 그녀에게 훌륭한 사람이라고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별 생각 없이 내 몸 내부를 투시해 몸을 돌고 있는 위상력을 봤는데, 문득 피부와 수영할 때 주로 쓰는 근육에만 위상력이 집중되고 있고 그 외의 부분은 위상력의 띠가 현저히 얇고 줄어들어 있는 게 보였다.
어, 이거 왜 이렇게 됐지? 아니 언제부터 이랬지?
그 순간 절벽에서 뛰어내려 이무기에게서 도망치다가 번개의 전도에 수십 번 구워졌을 때가 생각났다.
아아. 그렇구나. 그때부터였어.
어떻게든 오랜 시간 수영을 하기 위해서 최대한 거기에 맞춰 위상력을 분배했지. 뇌와 팔로 가야할 위상력을 죄다 허리와 복부, 양다리와 피부로만 돌리니 뇌에서 위상력을 받아들여 탐색 능력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그 양이 줄어드니 감지 능력도 줄어든 거야.
위상력은 균형이 중요한 거였어.
절벽에서 뛰어내릴 땐 이무기의 위압감에 극도의 긴장상태였고, 벼락에 구워질 때에는 고통에 정신이 나가고 있었던 상태였지. 프랑이 영혼석에 있을 때에는 나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과 두려움에 자폭하기 직전이었고.
전부 극도의 정신불안에 몸 안에 돌고 있던 위상력도 마구마구 혹사당하고 능력마저 제대로 사용 못 하고 있었어.
바로 피부와 특정 근육에 돌리고 있던 위상력을 전부 심장으로 되돌리고 전신에 빠짐없이 골고루 위상력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신에 골고루 퍼트리려 하니 생각보다 어렵다. 특정 부위에 위상력이 몰리거나 어떤 곳은 위상력이 도달하기 전에 주변으로 퍼져나가 버리고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등. 특히 뇌를 거치는 위상력을 컨트롤하는게 굉장히 어려웠다.
뇌가 이렇게 컸을 줄이야. 조금만 신경을 딴 데 쏟으면 뇌의 구석구석까지 위상력이 가질 않고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헤엄치면서 + 체내에 위상력을 골고루 돌리고 + 뇌로 올라가는 위상력을 컨트롤 하고 + 주변으로 탐색 능력을 돌리려니 처리량이 너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하다!
그러다 약간의 성과를 겨우 얻고 눈을 떴더니, 눈을 뜬 상태의 감지 범위가 반경 64m까지 늘어난 걸 알 수 있었다. 원래 반 내림해서 34m였으니 30m나 늘어난 셈이다.
아무래도 뇌로 보내는 위상력으로 뭔가 능력이 점점 원래의 모습을 찾는 것 같았다. 만약 뇌로 보내는 위상력을 무의식중에도 완벽하게 회전시킬 수 있게 된다면 그때가 바로 내 탐색 능력이 완벽해지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으음. 그건 아직 말을 할 때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여전히 프랑의 영체는 감지가 안 된다. 대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걸까.
잠시 프랑을 찾아보니 내 머리 위 조금 높은 곳에서 높이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허벅지를 딱 붙이고 있어서 훔쳐보기를 못하니까 조금 아쉽군.
“프랑?”
내 목소리에 아래쪽을 바라본 프랑은 옆으로 내려와 나와 비슷한 자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뭔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날 보는데, 뭐지?
“뭔가 궁금한 거라도 있어?”
내가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하자 그러자 몸을 약간 돌리면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날 보는데, 하늘?
…어라, 해가 언제 저렇게 올라갔지? 문득 시간을 확인하고 지도를 확인했더니 벌써 3시간이 지나서 12시가 넘어있었고 이동 거리도 48km나 되었다.
1시간에 12km씩 이동했다고? 허허, 그전에는 위상력을 쓰면서 7.8km를 고작 이동했는데…….
“우와. 어떻게 된 거지? 난 그냥 잠깐 몸 안에 위상력을 조금 컨트롤하는 연습을 했을 뿐인데.”
그 말에 눈이 동그래지면서, 프랑의 눈은 자주 동그래지네? 아무튼, 내가 또 어떤 능력을 얻었는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눈을 뜨고 있을 때의 탐색 범위가 좀 더 늘어났을 뿐이야. 그리고 몸 안의 위상력에 대해서 깨달은 게 있어서 컨트롤 능력이 조금 더 늘어났고.”
-?-
아 그러고 보니 범위에 대해서 말 안 해줬구나.
“그러니까 눈을 감고 있으면 탐색 범위가 날 중심으로 반경 100m가 조금 더 넘어가. 그리구 눈을 뜨면 31m 정도까지만 가능했는데 이제는 62.4m까지 가능해졌어. 눈을 뜨고 눈과 양미간에 감지 능력을 집중하면 원뿔형 범위로 전방 450m까지 감지가 되구.”
그러자 눈이 동그래지는 게 아니라 확 커지면서 입이 딱 다물어지고 눈썹도 좀 올라가는 게… 놀란 표정? 경악한 표정? 그래, 경악한 표정 같다.
“……그렇게 놀랄 정도야?”
내 물음을 못들은 건지 눈의 크기가 원래대로 돌아오더니 초롱초롱 반짝반짝하면서 뭔가 대단한 사람을 보는 눈빛을 마구마구 뿌려대고 있었다.
……반응이 좀 적당하면 나도 잘난 척 좀 하면서 으쓱거렸을 텐데 너무 노골적인 반응이라 조금 민망하고 뻘쭘한걸.
과연 생각했던 게 맞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프랑에게 잠시 약하게 전기를 일으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뇌로 위상력을 퍼트리며 탐색 능력을 풀 가동시킨다음 프랑에게 눈짓을 하니 공중에 떠올라서 기다리고 있던 프랑은 바로 몸 주변으로 미약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보인다!
프랑의 영체 주변을 타고 흐르고 영체 내부에도 미약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어라? 그런데 내 목에 메달려있는 주머니 안의 영혼석에서도 동시에 위상력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 양은 위상력 전체에 비하면 극히 미약해서 내가 신경도 쓰지 않는 탐색 능력의 위상력 소비량보다 더 작은 거 같은데?
외부로 방출되는 게 아니라 어쩐지 영혼석의 내부로 사라지는듯한 느낌이, 설마 프랑의 영혼이 쓰고 있는 건가?
“프랑? 혹시 위상력 쓰고 있어?”
몸 주변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마치 전설 속의 요정공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프랑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살짝 눈을 감더니 잠시 후에 주변의 반짝임이 더 커지고 영체의 색도 회색 계열에서 청색이 섞이기 시작했다.
바로 눈을 감고 영혼석에 정신을 집중해 분석해보기 시작했는데 과연 영혼석의 중심에 존재하는 기운이 주변에 있는 위상력을 흡수하는 게 보인다!
덩달아 공중에 사람 형태의 전기 덩어리가 둥둥 떠 있는 것도 보였고 몸의 굴곡을 봐서는 프랑인데,
문제는 소비되는 위상력의 양이다!
“프랑 그만! 그만해!!”
내가 다급히 소리치자 프랑은 의아한 표정으로 몸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멈췄는데 전기가 바로 사라지지 않고 전류가 되어 영체의 내부를 돌아다니는 게 보인다. 하지만 위상력은 더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이걸로 봐서는 위상력을 소비해서 전기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고, 한번 생성한 전기는 위상력의 공급이 끊기더라도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가?
청백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자신의 몸을 신기한 듯 구경하던 프랑은 하늘로 고개를 돌리더니 손을 뻗어 검지 손가락만 펴서는 하늘로 향했다.
쫘자자작!
번개?!
그 순간 프랑의 가느다란 손가락의 끝에서 프랑의 팔뚝 두께만 한 지름 6cm의 청백색 벼락 한 줄기가 대기를 찢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
사정거리는 800m인가? 실제로는 2km 넘게 날아갔지만 800m를 넘어선 직후 벼락의 위세는 급격하게 위축되다가 2km에 도착해서는 약간의 정전기만 남긴 채 사라졌다.
오~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약간 감탄하는 있는 프랑.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상력을 사용한 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쫘작! 쫘자자작! 쫘자자자작!!
신이 나서 몸의 청백색이 다 사라질 때까지 마구 벼락 줄기를 쏘아내는 프랑은 어쩐지 신나 보였다.
다 쏘고 나면 말 해줘야겠군.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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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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