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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30화 (30/517)

00030  9일째, 위기.  =========================================================================

깜짝 놀라서 감지 능력이 가슴에 프랑의 영혼석이 있다고 알려주는데도 본능적으로 가슴팍을 만져서 더듬어봤더니 역시 프랑의 영혼석을 넣은 주머니는 얌전히 내 목에 걸려있었다.

“휴우우우우.”

진짜 십년감수 했다!

벼락이 떨어져서 전기가 통할 때 목줄이 끊어진 건 아닌가 심장이 철렁할 정도로 놀랬다니까!

혹시 위험해서 영혼석 안으로 들어간 건가?

“프랑?”

다시금 불러봐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탐색 능력으로 조사해봐도 영혼석에 별다른 이상은 없고 상처 같은 것도 없는데….

문득 프랑의 영혼석에서 흘러나오던 약간의 위상력마저도 끊어진 걸 알 수 있었다.

뭐지……. 그래도 1시간당 1 씩은 늘어날 만큼 흘러나오던 게 아예 멈췄네.

이해도 안 가고 원인도 알 수 없는 상황에 조금 불안해졌지만, 일단은 영혼석에 문제도 없는 거 같고 목에 걸고 잘 가지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프랑의 영체랑 떨어졌고 해도 내 옆으로 순간 이동해 올 수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일단 개판인 몸 상태를 회복시킬 방법부터 찾아야겠다.

…프랑한테 정말 별문제 없겠지?

양아치 이무기가 당장에라도 뒤쫓아올 것만 같은 기분에 다시 헤엄쳐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한번 한계까지 움직였던 몸은 내 의지에 따라 움직여주질 않았다.

그래도 이무긴데, 이무기라는 타이틀이 붙은 용이 되다 만 놈인데, 겉모습은 완전 뱀이지만 그래도 프랑의 영혼석에서 흘러나오던 약간의 흔적을 감지하고 어디서인지 모르겠지만 날 찾아온 놈인데.

쉽게 포기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애가 타서 벌떡증이 날 것 같았지만 내 의지에 따라 움직여주기 시작한 위상력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위상력을 얻은 뒤로는 체력 회복도 빨라지고 신체 능력도 체격에 비해 많이 좋아졌었는데, 어쩌면 위상력에 해결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위상력을 보니 감격스럽기도 하고 조금 어이도 없었다.

한때 위상력을 내 의지대로 움직여보려고 그렇게나 애를 썼었는데 돼지를 바라보던 미녀처럼 내 의지에는 개 코도 반응하지 않던 것들이 생명이 위태로웠던 순간을 거치니까 마치 조신한 현모양처처럼 고분고분 따르는 모습이라니.

에이.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그나저나 정신을 잃고 오랫동안 헤엄을 쳐서 그런지 온몸이 물에 팅팅 붓다 못해 늘어난 게 보인다. 피부가 물 반 세포 반이랄까. 이대로 계속 헤엄치면 생명 유지에 심각한 영향을 줄 거 같은데…….

감각도 안 느껴지는 걸 보면 좀 위험한 순간인 거 같다.

…. 아 진짜! 프랑도 안보이고 이무기 새끼는 언제 쫓아올지 모르고 보이는 거라곤 물이랑 물속에 잠긴 나무들뿐이고!!

혼자 남았다는 실감과 정상적이지 못한 몸 상태를 보니 두려움과 외로움이 갑자기 밀려든다.

…. 쥐꼬리만큼 남은 위상력을 몸 전체로 돌리다 보니 분석 능력이 내 몸 상태를 알려왔는데 뜻밖에 찢어지거나 파열된 근육은 안보였다.

난 수영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수영 근육도 없을 텐데, 이상하네. 역시 위상력이 회복력을 올려주는 건가?

잠시간 위상력을 컨트롤하다보니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는데, 일단 일정 속도 이하로 위상력을 회전시키면 위상력의 소비는 전혀 없었다. 신체 능력도 조금이지만 더 향상된 거 같다. 이 부분은 실험을 해봐야겠지만 분석 능력이 알려준 거니 맞겠지.

아무튼, 컨트롤 하는 방법을 막 깨달았을 때처럼 대여섯 배 속도로 회전시키면 분당 소비량이 엄청나겠지? 이무기한테 도망칠 때는 분당 5씩이나 썼었으니까.

그리고 일정 속도로 회전시켰을 때, 위상력이 지나간 곳의 상처라던가, 정상적이지 못한 근육을 조금씩 치료하는 게 보인다. 아니, 치료라기보다는……. 자연 회복력이 늘어난 거 같다.

그래서 위상력을 움직여 근육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 곳으로 움직여서 그 부분만 돌게 했더니 회복력이 눈에 띄게 더 늘어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일부분만 특정 부위에 움직이게 했더니 조금이지만 위상력의 소비량이 생겨났다.

좋아! 해결 방법이 보인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위상력을 쪼개고, 10분마다 회복되는 위상력을 계산해서 근육을 회복시키고 피부에도 얼마간 돌렸더니 물을 먹어 붓고 늘어난 피부도 아주 천천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연 치유력을 올리며 나는 다시 발을 움직여 천천히 헤엄치기 시작했다.

다리 근육이 무진장 아팠지만,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야 해. 양아치 이무기가 언제 쫓아올지 모르니 어떻게든 최대한 멀어져야지.

지금 체내에 남은 위상력의 잔량은 6. 아까 망원 능력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위상력을 돌려서 치료에 썼더니 그새 조금 줄었다.

위상력이 너무 적으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거나 가슴이 아프다거나 그러면서 위상력 금단현상? 뭐 그런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네.

아. 1분 지나서 위상력이 4 회복, 어? 4?

1분에 1씩 오르는 거 아니었어?

아니 다시 정확히 측정해보니 딱 1/100이 회복된 게 느껴진다!

내 현재 위상력이 465… 엥?

위상력이 왜 올랐지? 이무기한테 공격받기 전에는 458이었는데? 아, 1시간에 1이 오르니까 내가 기절하고 7시간이 지난 건가?

그럼 오전 10시에 이무기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으니 지금은 오후 5시쯤일 텐데, 프랑의 영혼석에서 위상력이 흘러나오는 게 멈췄으니 이것도 정확하지 않을 거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비를 쏟아붓는 먹구름만 보이고 사방이 어두컴컴해서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다.

해가 보였으면 노을이나 뭐 땅거미 같은 게 보일테니 대충 짐작이 될텐데....

아무튼 위상력이 1분에 4.65가 회복된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위상 세계에서는 100분이 지나면 위상력이 완전히 회복되는구나.

계산해보면 자연 위상력 흡수량은 1시간당 0.12인가?

와 되게 작다.

그래도 9일이 지났으니 216시간이면 25.92인가? 이렇게 봐도 진짜 작네!

아, 진짜 프랑이 걱정된다.

꺼내서 별 이상은 없는지 만져보고 싶지만 몸 상태가 워낙 안 좋아서 물속에 떨어트릴까 봐 겁난다. 뭐 떨어트려도 잠수해서 주워오면 되지만, 지금 상태로 잠수했다간 익사해서 죽기 딱 좋을 거 같다.

양아치 이무기한테 벼락샤워를 받은 덕분에 깨달은 능력이 탐색 능력의 온·오프 기능이랑 위상력을 컨트롤 하는 거하고, 탐색 능력의 향상인가?

…벼락 맞는 순간에는 치가 떨리게 화가 나고 머리도 곱슬이 되어버렸지만,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는군!

어쨌든 감지 범위가 104m까지 늘어나고 탐색 대상, 오브젝트도 최대 4만까지 가능해진 거 같고 여러 가지 좋은데, 역시 프랑이 걱정된다.

…쉬면서 바닥까지 떨어진 위상력도 채우고 몸 상태도 회복시킨 다음 프랑도 불러보고 갈까?

위상력을 계속 컨트롤 했더니 에너지 소비가 꽤 있는지 배에서 꼬르륵거리면서 밥 달라고 난리도 치고 있다.

“근데 쉴만한 곳이 안 보이네.”

말 그대로 물 밖으로 솟아 나온 나무는 일부분이고 내가 올라탔다간 휘~청하면서 물속으로 잠길 거 같다.

하는 수 없지. 쉴만한 장소가 나올 때까지 계속 헤엄칠 수밖에. 그나마 나무는 많이 보이니까 언젠가는 쉬던 나무처럼 큰 나무도 보이겠지.

난 옆으로 지나가는 수분 나무에서 나뭇잎이 많이 달린 나뭇가지 하나를 잡아 뜯고 판다처럼 나뭇잎을 뜯어 먹으며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탐색 능력이 꺼져있던 동안에는 역시나 지도 기능도 멈춰졌다는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탐색 능력을 돌리는 순간 주변을 살펴봤는데 내가 정신줄 놓기 직전에 있던 곳이랑 지금 있는 여기랑 사이에 마치 물결모양 두 겹을 겹쳐놓고 생략한 거 같은, 아! 말한 순간, 아니 생각한 순간 물결무늬로 모양이 바꼈다.

자동 업데이트인가?

……탐색 능력 이거, 진짜 컴퓨터 기능 아냐? 암튼 사이에 물결 모양으로 생략되면서 기존에 있던 장소랑 지금 있는 장소랑 따로따로 움직인다.

방향만은 일치하니 절벽에서 계속 멀어질 수 있으니까. 그 점은 다행이다.

프랑이 거인 걸음으로 10일 동안 쉬지 않고 걸어야 숲의 끄트머리에 도착할 만큼 넓다고 했으니까 계속 헤엄쳐도 될 거야. 계속 이동하면 이무기랑도 떨어질 테고 시간도 흘러서 15일이 되면 집으로 돌아갈 테고 꿩 먹고 알 먹기 군.

그래도 지금 내리는 비가 그치고 햇볕이 들면서 수온이 올라가면 양아치 이무기가 쫒아올지도 몰라. 그러니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해.

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양아치 이무기가 물속으로 들어와서 쫓아오지 않은 이유.

프랑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이유도 궁금했지만....

그러고보니 양아치 이무기 그 자식이 번개를 떨어트렸을 때 내 쪽으로 전기가 전도되면서 치고 지나갔지? 그것도 여러 번.

그렇다는 말은, 번개는 자기 주변으로만 떨굴 수 있는 건가? 아니면 떨구는 데 거리상으로 한계가 있다거나?

그런데 티비에서는 마치 대기가 떨리고 커다란 종이 울리는 소리가 나면서 한번 떨어진 벼락에 레이드 팀 아크 엔젤이 산산조각났다고 했는데 벼락 수십 번을 맞고도 안 죽다니.

거리상으로 12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위상력 활용 기술을 못 깨달았으면 감전사했을 정도니까 약한 위력은 아닌 거 같다, 멀리 떨어질수록 전기의 전도는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하니까!

특히 마지막에 쐈던 그 강력한 벼락은 자주 못쓰나 본지 한발만 떨군 게 진짜 다행이었다. 위상력을 컨트롤 못하던 처음에 바로 그 벼락을 떨궜으면 짤없이 유다이였을텐데.

흐으, 대체 이런 운으로 몇 번을 살아남는건지 모르겠군. 좋아해야 할지 평생 쓸 운을 지금 여기서 다쓰는건지…….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10분 동안 몸 전체에 위상력을 돌리기보다는 전기 마사지로 인해 굳은 근육과 파열되기 직전인 다리 쪽으로 위상력을 돌리면서 자연 치유력을 높였다.

그랬더니 상당히 몸이 편해진 게 느껴진다.

위상력이 좀 더 많았다면 피부로 돌려서 물에 불어터진 곳을 수복했겠지만, 지금은 다리가 더 중요하다.

아, 발톱 창을 놓고 와버렸네. 뿔 송곳은 다행히 내 허리에 잘 메어져있지만.

문득 통나무를 잘라서 뗏목을 만들까 했는데 발톱 창을 놓고 온 게 생각나 버렸다.

에이. 나무창을 잃어버렸을 때랑은 비교도 안 되게 아깝다. 하지만 뿔 송곳이라도 잘 있는 게 어디야. 거기다 다행히 교복도 다 입고 있고.

그리고 뛰어넘은 점심은 그렇다 치고 저녁이라도 챙겨 먹기 위해 비상식량 벨트를 조금 풀어서 한 입 먹고 주변에 수면 위로 살짝 솟아있는 수분 나무에서 나뭇잎도 뜯어서 입에 쑤셔 넣었다.

이거, 위상력 컨트롤이 생각보다 칼로리를 많이 쓰는 거 같아!

그 후 2시간 동안 위상력이 차오르지 않을 정도로 자연 치유력을 높였더니 근육이 찢어질 거 같던 다리는 약간의 근육통만 남았고 물에 잠겨있던 피부도 재생되기 시작하면서 평범하게 돌아왔다.

“후우.”

한 가지 걱정은 덜었다. 위상력 컨트롤 진짜 최곤데? G 클래스에 오르면 가르쳐 주는 능력이랬는데, 이 정도면 필수 능력인 거 같다!

2시간이 흐르니 주변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쏟아내리는 빗물 사이로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라니…….

눈을 감으면 104m짜리 동그란 방 안에 들어있는 기분이라 어쩐지….

아냐, 생각을 돌려야겠다.

공포심이 생겨날 거 같아서 심장이 콩닥거린다.

수영하면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분에 위상력이 3씩 소비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아무래도 위상력을 가득 채우고 만반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단 최저 300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위상력을 활용하는 게 낫겠지?

하지만 피부 재생에 들어가는 위상력의 소비가 만만찮다. 소비 위상력이 3중에 2.5를 쓰니까.

그렇다고 안 쓰면 피부가 점점 불어터지다가 물러져서 병균의 침투가 쉬워지고 부패할 가능성까지 있으니 피부에 돌리는 위상력은 언제까지 수영할 지 모르니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사용량이 회복량과 맞먹다 보니까 한 시간에 위상력을 최대 9.9씩 회복하면 1시간에 2분씩 다리에 위상력을 돌려서 이동할 수 있는 건가? 차라리 물이 없는 곳에서 1시간 동안 쉬면서 위상력과 상태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동하는 게 낫겠다.

문제는 그런 장소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지.

오히려 나무가 점점 작아져서 완전히 물속으로 잠기고 나무가 자라있는 간격도 간격이 벌어지는 게 혹시 평원지역이 나오는 건 아닌가 더럭 겁이 난다. 거기다 수생 이형종이 튀어나올지도… .

아 씨발!! 생각했더니 더 무서워지잖아!! 이러니까 프랑이 필요해!!

“프랑!! 프랑!!!”

애타게 부르지만 나타나지도 않고 반응도 없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귓가에는 수면을 두드리는 빗소리만 들리니까 더 무섭다…….

으으으으.

아까 2시간 동안 회복하면서 틈틈이 프랑을 불렀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고….

비는 계속 쏟아지고 사방은 컴컴한 데다 이런 거대한 호수같이 변한 곳에서 혼자 통나무 하나에 의지하며 헤엄치고 있는데 거기에 내 망상과 추측과 상상들이 공포감마저 조장하니 무섭고 불안해서 미칠 거 같다!!

물론 사방 104m를 감지할 수 있으니 미지에 대한 공포 같은 건 많이 줄…. 기는 지랄! 104m밖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더 무서워!!

단 2일이지만 계속 옆에 있던 프랑이 없어지니 외로움과 고독감이 2배 많이 밀려오는 거 같아!!

텀벙텀벙 첨벙

쏴아아아아아아아

쿵덕 쿵덕 쿵덕

들리는 소리라곤 비 오는 소리와 내가 물장구치는 소리와 귓가를 울리는 공포에 절은 심장 소리 뿐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오후 10시가 됐지만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한다.

그사이 3시간이 흐르며 육체는 만반의 상태로 돌아갔고 위상력은 꾸준히 회복되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근육이 생기면서 분당 소비위상력이 점점 줄고 있다는 거다. 그래 봤자 소수점 단위지만… 아마 내일 아침쯤 되면 시간당 10.62씩 회복 할 수 있을지도…….

너무 적어.

쓸데없을 땐 더럽게 남아돌더니 쓸 데가 생기니 더럽게 부족하네!!

으으, 이래서야 이무기가 쫓아오기 전에 멀리 도망 갈 수 있으려나?

1시간에 6km를 헤엄쳐서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동했으니 30km를 온 셈인데 이 정도로는 이무기가 쫓아오기 시작한다면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줄 놓은 7시간 사이에 공격을 안 받은 건 다행인데 어차피 거인 프랑이 거의 다 처리해서 이형종은 없다고 했으니 이쪽 부분은 안심이고, 문제는 얼마나 이동했느냐인데. 이것도 어차피 이무기가 쫓아오기 시작하면 뭐…….

그러니 내일 아침부터는 위상력이 몇이든 1시간에 2분씩 다리 근육을 사용해서 최대한 멀리….

잠깐.

으음.

2분 동안 3배로 움직이다가 1시간 쉬고 다시 2분으로 가는 것보단 약간씩 회복량을 더 쓰면서 더 멀리 갈 수는 없을까?

그래서 1시간 동안 위상력을 조절하면서 해봤는데 평소보다 1.1배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지만 1시간에 위상력을 5씩 쓴다는 걸 알게 되었다. 1시간마다 4분씩 움직이는 거랑 마찬가지네?

그럼 시간당 위상력 회복량이 5로 떨어지지만 어쩔 수 없다. 조금이라도 길고 멀리 나가야 하니까.

문득 저녁을 빼먹었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멈춰서 왼손에는 뿔 송곳을 들고 벨트를 풀어서 한입 반을 뜯어 먹었다. 주변에 물 밖으로 나와 있는 수분 나무가 없는데……. 잠수해서 조금 뜯어와야 하나?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발밑에 잠겨있는 수분 나무로 가서 조금 커다란 나뭇가지를 잘라왔다.

그나저나 비상식량 벨트를 조금 더 많이 먹어야 할 거 같다.

이제 2시간만 지나면 5일 남는데 지금까지 13번 뜯어 먹었고 앞으로 5일간 15끼를 먹는다고 해도 20끼 넘게 남아. 좀 더 먹어서 칼로리를 확보해야 해.

물은 사방천지에 물이니 살짝 마셨는데 다행히 몸이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흡수량이 나뭇잎보다 적어서 자주 소변을 봐야 할 거 같다.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는데 10분도 안 돼서 외로움과 적막함이 몰려왔다.

정말로 힘들어서 눈물이 난다.

프랑…….

10일째.

아침 6시.

통나무 조각에 의지한 채 수영을 계속한 지 8시간. 바다처럼 파도가 치는 것도 아니라 수영하기가 편했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바다처럼 몇 m씩 출렁거리지 않아서 다행이지.

내가 아는 우기는 날씨가 지랄 맞은 데 여긴 비만 죽어라 쏟아지지 바람이 별로 안 불어서 다행이다. 순풍이면 좋은데 역풍이면……. 어휴.

내 뒤쪽으로 해가 떠올랐는지 사위가 조금 밝아졌지만 말 그대로 조금이다. 게다가 어제 생각 던 대로 나무가 점점 사라져서 새벽 1시쯤에는 주변에 나무가 완전히 사라져서 공포에 질렸지만, 필사적으로 버티면서 수영을 하다 보니 5시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숲이 시작되고 있었다.

간격은 여전히 듬성듬성하지만 높다!

내가 쉴 수 있을 만한 나무가 보일지 몰라!

미칠 것 같은 외로움과 공포를 탐색 능력으로 머릿속에 만든 프랑을 성적으로 괴롭히면서 공포를 밀어내고 현실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8시간을 버텼다.

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니 위상력 회복량도 크게 줄어서 신체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데만도 벅차 8시간이 지났지만 위상력은 겨우 40까지 차올랐다. 물론 이동하는데 위상력은 하나도 쓰지 못했고.

그래도 48km를 이동해 총 78km를 헤엄쳐서 올 수 있었다.

…이 비가 그치면, 양아치 이무기가 물속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78km 따윈 5시간도 안 돼서 도달하겠지.

안돼. 우울한 생각은 그만두자.

지난밤에는 힘들고 정신적으로 너무 지치고 자연 치유력에는 내 체력도 쓰는지 점점 숨이 차올라서 칼로리라도 보충해야겠다 싶어 벨트를 한 번 더 뜯어먹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헤엄치는 그대로 소변도 배출해버렸다.

수영하면서 오줌싸기라니, 기분이 착잡했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지금은 그나마 눈을 뜰 때마다 초록색의 나무 끄트머리가 보인다는 게 기쁘다. 거기다 지금은 눈앞의 나무들에 가려져서 잘 안 보이는데, 저 멀리에 다른 나무들보다 유독 높아 보이는 게 하나 있었다. 지금은 진행방향을 20도 틀어서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고.

아침이지만 식사는 그 나무에 도착하고 쉬면서 할 생각으로 끊임없이 발을 놀려 헤엄쳐나갔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오전 6시 30분. 약간 흔들리긴 하지만 드디어 물 밖으로 기어 나올 수 있었다.

내 목숨을 구해준 통나무조각이 떠내려가지 않게 나뭇가지들 사이에 끼워 넣고 쏟아지는 빗방울을 약간 막아주고 있는 나뭇가지 아래에 앉았다. 하지만 높지는 않아서 종아리 아래가 물에 들어간다.

눈물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내 소매로 눈물을 훔쳐내고 목에 매고 있는 영혼석 주머니를 열어 조심스레 손에 올렸다.

그런데 손에 쥐는 순간 약간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전기라기보단 저주파 같은데. 아빠 병원에 저주파 물리치료기가 있어서 어떤 느낌인지 안다. 약한 전류를 근육에 흘릴 때 드는 느낌이랑 똑같다.

손으로 살살 만지자 전기 자극이 계속되는 게 양아치 이무기 그 새끼가 생각났다.

설마 강력한 벼락이 떨어졌을 때 프랑의 영혼석에 영향이 간 건가? 벼락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수십 번이 떨어졌으니 완전히 틀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문득 마지막으로 본 프랑이 울면서 양손을 쥐고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는 것도 생각났다.

“프랑…….”

눈물이 쏟아진다.

힘들다.

프랑이 보고 싶어…….

아침은 벨트 한입과 수십 장의 나뭇잎을 먹어치우는 걸로 끝냈다.

나무가 혹시 수분 나무가 아니라 다른 나무였으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다행히 잘 자란 수분 나무였다.

식사를 끝내고 프랑의 영혼석을 왼손에 쥔 채 위상력이 차오르는 걸 기다리며 끊임없이 프랑을 불렀지만, 반응이 없어서 또 눈물이 났다.

“으윽, 계속 울고 있을 수는 없어….”

체내의 위상력이 얼마나 차올랐는지 확인하려는데 최대 위상력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게 보였다.

“…….”

다시 봐도 여전히 473다. 어제 오후 5시에 확인했을 때보다 1 더 올랐다.

“…….”

역시, 위상력은 더는 흘러나오지 않는 건가 영혼석에 다른 특이점은 찾을 수 없었는데 지금 내 손을 자극하는 전류도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답답해졌다.

그럼 달라진 점은 하나, 프랑의 영혼으로 보이는 이 기운인데. 회색빛 기운의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기운 근처에 살짝이 지만 전기가 반짝하고 번개 치듯 움직이는 게 보였다.

설마 정말 영혼에 충격이라도 받은 건 아닐까 싶어 겁이 난다. 그래서 뭔가 영혼석에 문제가 생겨 위상력이 더는 흘러나오지 않는 게 아닌지.

그리고 계속 생각하기 싫어 외면한 사실이지만, 어쩌면 중간에 프랑과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벼락을 맞으면서 영혼석이 변질되버려 돌아올 수 없게 됐는데 날 찾을 수도 없고 점점 영혼이 희미해지면서 결국 사라지는…….

“아냐!!!!!!!!”

말이 되냐!! 그랬다면 영혼석에 뭔가 이변이 생겼겠지!!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20시간이 지났어. 프랑의 영혼석은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분석 능력을 써봐도 알아낼 수 있었던 건 하나도 없잖아.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결국, 나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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