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7 8일째. 은신처. =========================================================================
아흣!
만약 프랑이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저런 소리를 내지 않았을까?
난 프랑에게 “너무 긴장했더니 쌓인 피로가 몰려와서… 좀 쉬어야겠어요.” 라고 말해주고 누워서 슬쩍 위상석을 꺼내 들고 위상석을 보는 척했다.
으음, 이건 위상석이 아니라 그냥 영혼석이라고 할까? 영혼석 좋네! 프랑의 영혼석. 음음
눈은 영혼석을 바라보지만, 신경은 끄트머리에 살짝 보이는 프랑에게 집중한다.
사팔뜨기로 한쪽 눈은 영혼석을 보고 한쪽 눈은 프랑을 보는 게 아니다!
육안으로는 영혼석을 바라보며 동공의 움직임은 그대로 둔 채 시야의 끄트머리로 주변을 파악하는 그야말로 눈치 보기의 고급 기술! 다만 이 기술의 단점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고 약간 흐릿하게 보인다는 게 단점이라 표정까지 안 보이는 게 아쉽다.
내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영혼석을 꺼내는 모습을 봤는지 프랑은 어깨를 움찔하면서 놀라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나는 못 본 척, 졸리다는듯이 눈을 꿈뻑꿈뻑거리면서 슬금슬금 프랑의 영혼석을 꼼지락거리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프랑은 몸을 움찔움찔 거리며 손이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게, 마치 영혼석을 만지는 걸 막아야 하는데, 어떻게 막지? 하는 생각을 몸으로 보여주는 듯 해서 무척이나 귀여웠다!
그렇게 고민과 자신의 영혼을 자극하는 성적인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며 허둥거리는 프랑의 모습을 열심히 감상하고 있는데, 프랑의 반응을 살펴보니 영혼석의 우둘투둘한 표면 중 튀어나온 부분들은 프랑의 민감한 부분과 이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흐흐흐흐.
머릿속에서는 절로 음흉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특히 가장 크게 솟아있는 이 부분을 만지고 스치듯이 쓸면 프랑은 고개가 경직되듯이 턱을 살짝 치켜들면서 허벅지를 꽉 조이는 게 아무래도 클리토리스와 연결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대쪽에 있는 조금 작은 돌기 두 개는 유두, 손가락으로 돌기를 빙글빙글 돌리듯이 만지니 가슴을 움찔움찔하는 게 보인다!
프랑은 처음에는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한참을 만지작거리고 쓰다듬으니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자세가 풀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프랑의 애가 타는 몸짓에 나의 가학심도 활활 불타오르며 심장도 콩닥 콩닥거리면서 기대감에 한껏 고조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영혼석의 클리토리스를 엄지로 만지며 약지로 길게 나 있는 홈을 쓸듯이 쓸어내리니까 그녀는 두 손을 허벅지 사이로 넣고 꽉 조이며 허리를 활처럼 휘더니,
아흣!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픈 듯 괴로운 듯 찡그린 표정과 살짝 벌린 입.
감당하지 못할 자극에 허우적거리려는 듯 움직이는 손.
자극에 몸을 경련하듯 크게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풍만한 D컵의 가슴.
어깨를 모으고 머리가 살짝 기울어진 채 부들부들 떠는 가녀린 여체!
…살이 빠지면서 바지가 좀 풍성해져서 다행이다. 누워있어서 거시기가 아랫배에 붙으며 잔뜩 성이 난 모습은 겉으로만 봐서는 별다른 표시가 안 났으니까!
살짝…. 표시가 안날만큼 내 물건이 작은 건 아닐까 시무룩해졌지만, 지금은 프랑에게 집중해야지!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와 은은하게 미소를 머금고 날 바라보는 표정은 진작에 무너졌고 자세는 모로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할 만큼 흐트러졌다.
프랑은 자신의 성감대에서 올라오는 짜릿한 감각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허벅지도 파르르 떨리는 게 그녀의 의지와는 다르게 제어가 되지 않나 보다.
절정에 다다르지 못한 프랑의 애달픈 모습에 머릿속이 뜨거워진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게 끔 손을 움직였더니 내 가슴 속에서는 점점 가학 심이 끓어오르는 기분이다.
민감한 클리토리스와 유두를 집중 공략하지 못하다 보니 프랑은 애가 타는지 몸을 비비적거리면서 가쁜 숨을 내뱉으며 할딱거리고 있었다!!
나도 프랑의 가버리는 모습이 보고 싶은데…!
저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내 손에 농락당하며 절정에 오른다니!!
헉헉,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막막 흥분된다!
그러니까, 간다!
프랑이 정신이 없어서 날 못보고 있다는 확신을 얻자마자! 양손으로 영혼석을 잡고 감지 능력마저 영혼석에 집중하면서 프랑의 클리토리스를! 두 곳의 유두를! 엉덩이 골과 부끄러운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손바닥으로는 전신을 주물럭거리면서 영혼석을 손안에서 살살 돌리기 시작했다!
-~~~!!!-
벼락같이 허리를 곧추세웠다가 곧 뒤로 넘어질 듯 허리를 휘청이는 프랑! 흘러넘치는 자극에 결국 이성이 무너지며 온몸으로 쾌락이 몰아치는 게 눈에 보인다!
온몸으로 가버리며 경련을 일으키던 프랑은 결국 모로 뉘이듯 뒤로 쓰러져서는 양 무릎을 세우고 바르르 떨면서 허리를 들썩거리는데 두 손은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면서 살짝 벌어진 입가에 침이 흘러내리는 게, 얼굴이 풀어지고 눈동자에 초점이 풀린 게 쾌락에 넋이 나간 표정이다!
꿀꺽하고 침이 넘어간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거시기에 피가 몰리는 기분이 짜릿하다.
왠지 모르게 해냈다는 달성감과 함께 가슴 속에 불을 지핀듯한 뜨거움이 함께 솟아오른다.
상체가 뒤로 넘어가면서 무릎을 세우는 바람에 프랑의 보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벌름거리는 보지의 자그마한 구멍에서 액체가 흘러내려 엉덩이를 따라 움찔거리는 항문을 지나는 게 보였다.
바닥으로 떨어지려던 액체는 다시 기화되어서 프랑의 육체를 따라 흐르는 연기에 흡수되었는데….
코, 코피 날 거 같다. 저게 애액인가? 그, 섹스할 때 삽입을 도와준다는?
이미 보지 근처와 허벅지는 애액으로 엉망이었는데 영체 상태이면서 저런 모습까지 리얼하게 보여주다니… 만약 색감까지 있었다면 온몸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을 거 같다. 그러고 보면 조금 더 몸이 빛나고 있는데, 저게 달아올라서 피부가 발개진 걸 표시하는 건가?
그게 맞는 거 같다!
앗.
얼굴이 이쪽을 향하려고 하는 거 같아서 황급히 눈을 감아버렸다. 아쉽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지.
으으! 눈을 뜨고 싶어! 흥분하고 달아오른 프랑의 몸을 샅샅이 살펴보고 싶어! 프랑의 모습을 감지하지 못하는 내 탐색 능력이 짜증 날 정도로 실망감이 든다!!
저런 모습을 맨눈으로 봤더니 탐색 능력으로 만든 프랑과의 므흣한 영상 따윈 어찌 되도 상관없어!!
내 아래 깔려서 신음을 흘리며 사지를 움찔거리는 프랑을 보고 싶어!!
하지만 프랑은 육체가 없지…. 그 사실이 못내 가슴이 아프고 미어져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아, 진짜 눈물 났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느낌에 살짝 눈을 떴, 흡! 더니 눈에 한가득 들어오는 프랑의 유방!! 그리고 피부에 살짝 맺힌 땀과 유두의 끝에 살짝 매달린 땀방울이 내 시선을 어지럽힌다….
의외의 풍경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살짝 위쪽으로 눈동자를 올려다보니 프랑은 달아오른 표정과 눈빛으로 날 덮치는듯한 자세로 내 몸 위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움직임을 딱 멈추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도 내 왼쪽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고서는 당황한 표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얼음 땡 하듯 몸이 딱 굳어버리는 프랑.
“…….”
-…….-
바로 무릎으로 서서 옆으로 물러나더니 내 뺨을 타고 흐른 눈물 자국을 보고 어찌할 줄 몰라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악어의 눈물인 줄 눈치 못 챘나 보다.
내 눈물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허둥거리다가 안쓰러워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걱정스러워하는게 느껴졌다.
프랑은 방금 전까지 쾌락에 절어서 절정에 올랐던 기억은 뇌리에서 사라졌는지 내 얼굴을 보고 덩달아 울어버릴 듯 눈물을 글썽거리며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우….
양심이 콕콕 찔리며 한껏 성내던 자지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저렇게 착한 프랑에게 난 무슨 짓을 한 거지….
근데 방금 그 자세는…. 아니, 생각하지 말자! 위험해! 진짜 여러 가지로!
프랑도 한껏 밝아진 영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허벅지 사이의 애액들도 기화되서 몸으로 흡수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놀람 때문에 흥분이 식은 것 같아 보였다.
쾌락에 몸부림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는 듯 내가 흘린 거짓 눈물 한 방울에 착한 모습으로 돌아오며 안타깝다는 듯이 살며시 손을 뻗어 내 뺨에 흐른 눈물 자국을 만져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감정이 휘몰아치며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다가 이내 한가지로 합쳐진다.
아.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됐나 보다.
“크흠. 괜찮아요. 전 멀쩡해요, 프랑.”
황급히 손으로 눈물 자국을 훔치며 빙그레 웃어주는 내 모습에 어쩐지 더욱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프랑.
“정말이라니까요? 옆에 프랑이 있어 주고 앞으로 7일이면 현실로 돌아갈 텐데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계속 위로하려는 내 모습을 보고 자신이 이러고 있으면 내가 계속 걱정해준다고 생각했는지 두 손을 모아 가슴 위로 올리고는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어주었다.
그런 미소가 무진장 예뻐 보이게 된 나는 슬쩍 눈을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지금 상황은 이렇게 프랑을 괴롭히고 있을 만큼 안전한 상황이 아닌데…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가버렸었나 보다.
아직도 양심이 콕콕 찔리는 느낌이, 프랑에게 이런 장난질은 앞으로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졌다가 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차분히 다스리려니 프랑도 진정했는지 다시금 나무 방의 입구로 가서 몸가짐을 가지런히 하고 얌전한 자세로 앉았다. 그런데 얼굴이 살짝 밝아진 게, 방금 일이 생각난 건가?
으으,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지려는거 같다.
화제! 화제를 돌려야해!
아 맞아. 프랑이라면 지금 땅을 흐르고 있는 저 많은 물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도 모르겠다.
“혹시 프랑은 이 많은 물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어요?”
내 질문에 자세를 고쳐서 편하게 앉은 프랑이 잠시 생각을 하는듯하더니 동쪽을 바라보며 한쪽을 가리켰다.
저 방향은 북동쪽? 그리고 날 바라보며 두 손으로 산 모양을 만들더니 손가락을 굽혀 산꼭대기 모서리가 사라진 모양으로 바꿨다.
산모양? 그냥 평범한 산이면 끝이 뾰족할 텐데 일부러 굽히는 모양이라면…. 화산을 말하는 건가?
혹시 한라산 백록담이나 백두산 천지 같이 물이 고인 걸 말하려는 건가? 그게…. 화산호랬었나. 휴화산의 화구에 물이 고인 거.
“화산호? 거기에 고인 호수가 흘러넘치면서 이렇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거라구요?”
내 말이 맞았는지 방긋 웃으며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세상에. 육지 해일을 일으킬 만큼의 물이라니. 대체 얼마나 크고 저장량이 얼마나 많은 거야? 것보다 프랑은 거기까지 가봤던걸까?
...이제 18년을 산 나는 잘 짐작이 안가지만, 60년이란 시간은 이곳의 지형을 대부분 파악할 정도의 시간인가 보다.
“으음. 그럼 비가 그칠 때까지는 계속 이 상태겠네요.”
끄덕끄덕.
아, 꼼짝없이 여기서 며칠 지내게 됐다. 근데 이런 상황에 이형종이라도 나타나면 큰일일 거 같은데. 저 멀리 있는 이형종이 해일에 휩쓸려 여기까지 밀려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쓸려서 떠내려오다가 날 감지하고 나무에 달라붙어버린다면….
내 걱정을 말해줬더니 프랑은 고개를 저으면서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줬다.
응?
내가 의아한 표정이 되자 그녀는 자신을 가르키더니 이내 주먹을 꼬옥 쥐고 권투선수처럼 뭔가를 때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혹시 거인일 때 자기가 잡았다는 건가?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 그런 식의 단어 몇 가지가 오가긴 했었다. 하지만 난 다른 것도 물어보고 빈약하다 못해 부실할 만큼 알고 있는 단어가 없어 머리를 쥐어짜느라 대충 흘러넘겼었지.
그리고, 10m나 되긴 하지만 숲의 크기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몸이잖아. 그런 몸으로 돌아다니면서 이형종을 잡으면 얼마나 잡았겠냐고 생각하기도 했고, 실제로도 그 직전이랑 직후에 큰 들쥐랑도 싸웠잖아?
그래도 기회가 되었으니 직접 물어보자.
“그때 처음 만났을 때 잠깐 꺼냈던 이야기가, 프랑이 절벽 위랑 아래의 이형종들을 다 잡았다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활짝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는 프랑 양.
…어쩐지 미소가 무섭다. 하지만 이해도 가는 게, 위상 세계에 떨어져서는 이형종들에게 쫓겨 다니다가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도 이형종이 됐으니, 이형종들에게 분노를 품고 찾아다니며 씨를 말렸을 만도 하지.
다시금 프랑이 이형종이 된 이유가 궁금해졌지만…. 아직은 물어볼 때도 아닌 거 같고 물어본다 해도 간단하게 손짓 발짓 표정으로 설명해 줄 상황도 아니겠지.
그래서 어떤 등급의 이형종 들을 잡았냐면서 내가 알고 있는 이형종 등급을 말해줬더니 고개를 갸웃하다가 최소 하위 이형종 이상부터 상위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 안도의 한숨과 함께 새삼 더러운 곳에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위 이형종에서부터 상위 이형종까지 있는 위상 세계라니.
물론 프랑이 많은 수를 죽였겠지만 어쨌든 여긴 미친 곳이야.
프랑의 말대로라면 이형종과 마주칠 확률이 극도로 적긴 할 거 같다. 문제는 만약, 만약 만나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무진장 셀 확률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거지.
…. 마주치면 사망이고, 내 탐색 능력으로 그렇게 강한 이형종들을 먼저 발견하고, 안 들키게 도망칠 수 있을까?
문득 프랑이 안내해주겠다던 은신처가 떠올랐는데, 거기라면 내가 남은 시간을 버티면서 15일까지 살아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곳이 아니라면 일부러 프랑이 날 끌고 은신처까지 안내해 줄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나는 눈을 감고 주변을 탐색으로 돌려봤는데 여전히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땅은 이미 전부 흙탕물로 이루어진 강이 되어 5m 정도 높이로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 육지 해일이 몰아쳐 올 땐 12m나 되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급속도로 줄어들어서 5m까지 낮아졌지만, 그 이하로는 줄어들지 않았다.
절벽 끄트머리가 조금씩 물에 깎여 나가고 있는 모습이 약간 불안하지만 처음 본 폭포의 모양을 봤을 땐 한동안 이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도 우리가 있는 곳까지 깎여나가진 않을 거 같다.
그나저나 산이라…. 프랑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산이 있다는 방향을 보고 싶어졌다.
이동하면서 감지된 나무들의 높이를 보니 보통은 20m 정도인데 지금 있는 나무는 높이만 40m가 넘어가고 그냥 나무 꼭대기만 봐서는 50m 가까이 된다. 지금 있는 위치도 19m 정도니까 위로 조금만 더 타고 오르면 숲 위로 시야가 넓어지면서 산이 보일지도?
대체 얼마나 크길래 이렇게까지 땅을 바다로 만드는지 정말 궁금했다.
앗, 내 표정에서 생각을 읽었는지 불안해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프랑. 눈치가 조금 늘었나 보다.
하지만 모른척해야지.
지금 시간은 오후 2시. 한창 프랑을 괴롭히다 보니 점심때가 지난 줄도 몰랐네. 일단 모른 척하고 조금 축축하고 꿉꿉한 교복을 챙겨입었다.
그런 내 모습을 프랑은 계속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다시 자리에 앉아 벨트를 풀고 한 입 뜯어먹고 식사용으로 잘라 온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을 따먹기 시작하자 그제야 얼굴에서 불안함이 조금 가셨다.
30분에 걸쳐서 프랑과 농담도 하면서 나뭇잎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었더니 그녀도 불안함이 다 가셨는지 내가 밥 먹는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귀엽다니… 조금 부끄러운데. 프랑의 안구가 정상인가 걱정되기도 하고.
아무튼, 나뭇잎을 30장 씹어먹은 다음 포만감을 느끼며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내가 일어서는 모습을 응?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앗! 하는 표정으로 바뀌면서 입구를 자신의 몸으로 막으며 고개를 붕붕 저었다.
위험하니 안된다고 애처롭게 날 올려다보는데… 히죽, 남자는 안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하는 동물이라구요?
구부정하게 서 있는 것도 힘들어서 그대로 풍만해 보이는 프랑의 가슴을 통과해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프랑은 울상을 지으면서 따라 나왔는데, 그녀의 표정을 계속 보고 있다간 마음이 약해져서 마음을 바꿔먹을 거 같아 일부러 그녀의 모습을 외면했다.
발톱 창은 들고 갈 필요 없겠지.
난 허리춤에서 뿔 송곳을 꺼내 나무에 발 디딜 곳을 만들면서 천천히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는데, 프랑은 내 뒤를 따라 둥둥 떠오르며 계속 말리려는 듯이 주변을 천천히 빙빙 돌기 시작했다!
우와. 언제 저렇게 몸을 쉽게 띄울 수 있게 된 거지?
“우와. 이제 쉽게 날아다닐 수 있는 거예요?”
잠시 올라가는 걸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더니 걱정된다는 표정에 살짝 웃는 표정이 섞여 이상한 얼굴이 되길래 킥킥 웃으며 다시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날 말릴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적어도 올라가는 데 방해되지 않게 조금 떨어져서 나와 같은 속도로 나무 위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나무를 타고 오르니 이내 나뭇가지 너머로 주변의 나무 꼭대기가 보이는 게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될 거 같다.
“우와!”
적당히 발을 올리고 설 수 있는 가지가 보여서 그쪽으로 올라갔더니 나뭇가지와 나뭇잎의 틈 사이로 바깥 풍경이 보이는데 눈에 보이는 건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는 하늘과 나무 꼭대기뿐이었다.
프랑도 내 옆에 내려서더니 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다 계속 감탄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보는 날 보며 정말 말 안 듣는 귀여운 동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도 히죽 웃어주면서 주변을 계속 둘러봤는데 나뭇잎 때문에 시야가 가려서 조금 답답했지만 그래도 바깥이 보이는 부분으로 이리저리 살펴봤더니 동쪽 지평선 저 끝에 희끄무레한 모습으로 마치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은 산이 보였다!
우왕, 엄청나게 커! 안개인지 구름인지에 그 모습이 희끄무레하게 가려져 거리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손을 뻗어 손바닥을 펼쳐 산을 가리면 일부분밖에 안 가려진다!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산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 에베레스트 산을 보면 이런 느낌일까?
하지만 저 산은 삐죽삐죽 솟은 산맥 모양이 아니라 봉우리 하나만 우뚝 솟은 큰 산이라는 게 다르다.
산꼭대기에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것들이 산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산 정상의 일부가 무너진 모습과 함께 그곳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게 보였다.
뭐지? 계속 물이 흘러나오고 있네. 만약 저 부분이 무너져서 물이 쏟아져 내려온 거라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이 먼 거리에서도 산의 귀퉁이가 무너진 게 보일 정도니까.
하지만 육지 해일이 밀어닥친 건 2시간 전이었는데도 계속 물이 쏟아져 나오는 거라면, 저 산에서 물이 솟아 나오고 있다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산에서 물이 솟아 나온다니? 용암도 아니고 물? 내 지식으로는 절대 이해가 안 간다.
내 이야기를 들은 프랑인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지만 별다른 기억은 없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흐음. 뭐 보고 싶은 건 봤으니 내려갈까. 여기 있으니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져 내려 옷이 다시 젖고 있었으니까. 프랑도 내가 언제 내려가려나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다시 내려가는 날 보며 프랑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공중에 떠서 따라 내려왔다.
편해 보여, 나도 날아보고 싶다.
나무 방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셔츠와 교복 마이를 벗어 나뭇가지 옷걸이에 널어놓고 자리에 드러누웠다.
이제 뭘한다?
프랑은 날 따라 옆에서 모로 눕고 상체는 살짝 엎드린 자세로 날 보고 있었다. 나 참, 여드름이 거의 사라지고 살도 적당히 빠진 내 얼굴의 매력이 프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치명적이었나? 후후.
…그럴 리가 없지!
왠지 자학하는 기분이, 아니! 왠지가 아니라 자학이 맞잖아!
난 한숨을 쉬며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어 영혼석을 잡았다. 그러자 프랑은 몸에 야릇한 자극이 느껴졌는지 몸을 움찔하는게 눈에 들어왔다.
아니 아니, 이번엔 그런 게 아니거든요. 아, 물론 하루종일 프랑을 괴롭히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영체 상태인데 영체에 심한 자극을 지속해서 오랫동안 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제가 자제심이 좀 모자라는 편이긴 하지만 천지 분간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는 아니에요.
난 발딱 일어나서 바지를 훌렁 벗었다.
그리고 봤다! 프랑이 내 자지가 있는 팬티 앞부분을 순간적이지만 쳐다본걸!
…….
왠지 천사를 타락시켜버린 기분이 든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천에 붓으로 내 이름 석 자를 적은 기분이 이럴 거 같다!
프랑은 갑자기 바지를 벗은 날 보며 상체를 살짝 일으키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동공에 지진 나셨습니다. 프랑 아가씨.
가랑이를 훔쳐보는 걸 당사자에게 들킨 줄은 꿈에도 모를 테지. 티를 내면 부끄러움에 못 이겨 나무에서 뛰어내릴지도 모르니 그냥 모른 척해주자.
나는 바지를 뒤집어 바지에 달린 호주머니를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건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서 프랑의 영혼 석을 집어넣고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니려는 거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혹시나 급박한 상황에 도망가다가 영혼석이 주머니에서 튀어나와 땅에 떨어졌다거나, 땅에 떨어졌는데 눈치 못 채고 그대로 멀리 도망가버리면….
프랑과 헤어지게 된다니. 그녀의 간절한 소망인 현실 세계로 돌아가 성불하는 소원이 나와 헤어지면서 막혀버린다면 그녀가 느낄 절망감은 어느 정도일까?
그렇게 된다면 그녀가 좋아져 버린 나도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충격을 받을 거다.
물론 나에겐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뇌 내 지도가 있으니까 이동 경로를 되돌아갈 수도 있지만, 내가 도망갈 상황이라면 하위 이형종 이상이 분명할 테고, 이형종이라면 프랑의 영혼석에서 흘러나오는 위상력도 눈치챌 테니 프랑의 영혼석을 낼름 집어 삼켜버리지 말란 법이 없다.
…기분 나쁜 생각은 그만두고 만들려던 거나 만들자.
실용성과 멋을 8:2로 디자인한 우리 학교 교복은 남자 바지의 호주머니가 무진장 깊다. 쑥 집어넣으면 팔뚝 절반까지 들어갈 정도로.
위상 세계에서 견과류 같은 걸 발견한다면 주머니에 채워 넣고 다니라는 의도가 아닐까.
하지만 비상식량 벨트도 있고 식용 나뭇잎도 있는 위상 세계에 떨어진 나에게는 그다지 의미 없는 주머니다.
그래서 발톱 창으로 호주머니가 시작되는 부분을 조심스레 잘라 그 안에 영혼석을 집어넣었고 주머니의 끝을 잡아봤더니 영혼석은 주머니 깊이 들어가 있고 여유 부분을 접어서 끈으로 꿰매서 목걸이로 만들면 딱 맞는 거 같다.
그제서야 내가 만들려는 걸 알아챘는지 프랑의 눈에 감격이 서린다. 다시 바지를 입으니 오른쪽 주머니가 있던 자리에 구멍이 나면서 내 팬티가 일부분 노출됐지만……. 남자 팬티를 보고 좋아할 사람이 있나?
그러니 상관없다. ...그런데 프랑이 힐끔거리며 구멍을 엿보는 거 같다.
조심조심 호주머니의 교복 옷감이 붙은 부분을 두 번 접고 발톱 창의 끄트머리로 구멍을 여러 개 뚫어 교복의 안감을 뜯어서 만든 끈을 묶어 목에 걸어봤다.
직접 손으로 열지 않는 이상 입구가 열리지 않게 입구 부분을 통째로 여러 번 접어서 뚫었기 때문에 싸우다가 입구가 열려 영혼석이 튀어나갈 걱정도 없었다.
영혼석의 무게 덕분에 심하게 흔들리지도 않고 워낙 튼튼한 옷감이라 찢어지거나 해서 떨어질 염려도 없다.
“잘 만들어졌네요. 이 정도면 위급한 상황에 프랑의 위상석을 떨어트려서 프랑과 헤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끈을 잡아 툭툭 잡아당겨 주머니의 입구가 안 열리는 모습을 프랑에게 보여주니 프랑은 울음 섞인 얼굴로 내 품에 기대어왔다.
이렇게나 감동받다니. 진작 만들어서 안심시켜줄 걸 그랬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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