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4 7일째, 유령 아가씨. =========================================================================
한참 프랑과 시시덕거리던 난 소변이 마려워서 나무를 타고 내려와서 절벽으로 걸어갔다. 뒤돌아 올려보니 몸보다 두꺼운 나뭇가지에 몸이 가려져서 얼굴만 내민 프랑이 보인다.
뭐하려는 건지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손가락으로 절벽 쪽을 가르키니까 고개를 까닥하는 게 보였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달이 보인다. 보름달인가? 달빛이 밝긴 했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서 자주 어두워졌다. 탐색 능력 덕분에 어두워도 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탐색으로 보는 모노크롬 색의 숲은 으시시하단말이야.
유령 아가씨가 존재하는 걸 보면 고스트 형태의 이형종은 아직 발견만 안 됐지, 존재하긴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귀신은 싫지만, 유령은 왠지 안 무섭다. 어렸을 때부터 읽었던 소설의 영향인가? 귀신은 원한이 사무쳐서 저주하고 영적으로 공격할 거 같은 데다 귀신을 상대하려면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무기같이 특수한 아이템이 있어야 공격이라도 가능할 거 같으니까.
그에 비하면 고스트는 그냥 축성 받은 물만 뿌려도 도망가버릴 거 같고.
축성 받은 물, 그러니까 성수는 천주교나 기독교에 가서 목사님이나 신부님한테 만들어 달라고 하면 뚝딱뚝딱 만들어낼 거 같지 않아? 게다가 성수는 그냥 소금물이라는 말도 있더라고!
아무튼, 프랑은 귀신이 아니라 유령 같은 느낌이다. 해를 끼치지 않는 생전의 모습과 기억을 가진 착한 유령. 아무튼, 죽은자가 살아나는 일만 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현대니까. 유령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근데 귀신도 존재할 거 같아 왠지 으스스하다.
절벽 끝에 서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잔뜩 성나있는 물건을 꺼낸 다음 절벽 아래로 시원하게 소변을 쏘기 시작했는데 7일 동안 씻지를 않았더니 고추에서 조금 고약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몸을 씻긴 해야 할 텐데.”
뭐, 프랑은 유령이라 냄새를 못 맡을 테고 겉만 봐서는……. 더럽다. 진흙과 땀이 범벅이 돼서 내 거시기지만 나도 눈이 찌푸려진다!
근데 어쩐지 거기가 좀 더 커진 기분이 드는데? 그러고 보니 몸도 조금 더 자란 거 같다!
그래서 내 몸을 분석했더니 확실히 키가 더 커져서 167까지 자랐다! 근데 각성하고 난 뒤로 며칠간 망상과 탐색 능력 때문에 자지가 계속 발기되어 있어서 각성 전과 후를 비교가 안되는 게 아쉽네. 나중에 가면 길이 한 번 재봐야겠다.
위상력 만세! 키키키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볼 일을 다 본 나는 다시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프랑은 방향을 바꿔서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나도 다리를 펴지 못하고 평범하게 앉아어야 했다. 발을 뻗었다간 내 발이 프랑의 얼굴을 뚫고 들어가버릴 테니까.
어차피 잠도 안 오니 어젯밤에 낮에 생각해뒀던 투창기나 만들어야지. 아틀라틀이라고도 부른다던데.
난 발톱 창을 창 집에서 꺼내 들고 감지 능력으로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찾아 잘라왔다. 프랑은 잠은 안 자고 갑자기 나뭇가지를 잘라오는 내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고개가 갸웃 갸웃하는 게 귀여운 고양이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프랑은 혼혈인가? 영체의 색감은 전체적으로 밝은 회색과 회색, 어두운 회색 세 가지의 명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체모나 홍채의 색 같은 건 알 수 없지만 작은 달걀형 얼굴에서 동양적인 분위기와 그림으로 그린듯한 큰 눈에 뚜렷한 이목구비 덕에 혼혈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랑 계속 눈을 마주치고 있던 프랑은 내가 그녀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니 부끄러워졌는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 틈으로 날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 프랑이 너무 예뻐서 저도 모르게 계속 바라봤네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말해줬더니 이젠 손가락마저 붙여서 눈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 모습에 심장이 콩당콩당거리고 숙인 머리 뒤로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하고 부드럽게 펼쳐진 등과 이어져 동그랗게 솟아오른 엉덩이가…!
절경이로구나!
난 흐뭇하게 웃으며 잘라온 나무토막을 발톱 창으로 다듬기 시작했다.
굉장히 날카로운 발톱 창은 그냥 고정해두고 나무토막을 갖다 대고 살짝 밀면 퍽퍽 패여나가니 빠르게 모양을 잡기가 좋아 나무로 뭔가를 만들 때 굉장히 도움이 됐다. 하지만 너무 길어서 다듬기에도 쓰다간 내가 다칠 위험이 있어 세밀하게 깎고 다듬는 데는 뿔 송곳을 이용하고 있었다.
일단 길이와 두께는 내 팔뚝 정도가 딱 맞겠지. 분석 능력으로 휙휙 쳐냈더니 생각해뒀던 모양이 10분 만에 잡혀 나왔다.
다 쓴 발톱 창은 무성하게 뻗은 나뭇가지 위에 떨어지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잘 올려놨다. 이형종이 나타날지 모르니 창 집에는 넣지 말아야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손가락 틈 사이로 눈만 드러나 있었는데 내 모습을 지켜본 그녀의 눈에 놀람이 가득 찼다. 프랑의 눈에는 설렁설렁 툭툭 건드는 걸로만 보였겠지. 그런데도 투창기의 기본적인 모양이 어느 정도 잡혀 나오니까 그런가 보다.
프랑과 함께 한 후로는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굉장히 줄어들었다.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으면 프랑도 이상하게 여길 테고 무엇보다 예쁜 프랑의 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
물론 적어도 10초에 한 번씩은 눈을 깜빡이면서 주변 감시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한번 깜빡이는 걸로 완벽하게 주변을 감지해낼 수 있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여튼 내 능력을 프랑에게는 전부 말하지 않은 상태다. 혹시 모르니까 말이지.
내가 한참 질풍노도의 사춘기였던 중학생 때 아빠는 이런 내 성격을 보고 의심병의 초기증상이라고 했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와 누나는 그런 날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게 생각난다.
그땐 부정하지 않았는데, 나도 내가 의심병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 그래도 엄마랑 아빠랑 누나한테는 숨기는 거 없이 전부 드러내고 있으니까 괜찮아. 의심병이 심해지면 가족도 못 믿는다고 했는데 난 그 정도는 아니거든.
그리고 내심을 전부 주변에 까발리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맹목적으로 믿기만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들 두세 가지씩 비밀을 품고 남을 어느 정도 의심하면서 살지. 누나에게도 절친이 한 명 있는데 둘이 만나서 가끔 간식을 두고 네가 많이 먹었네 내가 적게 먹었네 투닥거리고 의심하는 걸 보면 다들 어느 정도 의심을 하고 사는 거 같더라.
그리고 난 정확히 표현하면 의심이 아니라 신중한 성격이지!
그나저나 발톱 창도 가죽이나 천 같은 걸로 면을 닦아줘야 하나? 쇠처럼 부식하는 재질도 아니니까 크게 상관없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중에 가죽을 구하게 되면 좀 닦아줘야지.
뿔 송곳을 꺼내서 감지와 분석으로 모양을 다듬기 시작했다.
기억 속에 확연한 이미지와 갓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호기심 삼아 제작해봤던 경험에 감지와 분석 능력이 합쳐지니 완성품이 나오는 건 금방이었다.
-! ~~!!_
프랑은 완성된 투창기를 보더니 발딱 일어나서 오른손으로 투창기를 가르키고 왼팔을 파닥파닥 거리기 시작했는데 아아! 그거!! 뭔지 알아요!! 하는 표정이다.
왼팔을 파닥거릴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의 모습에 애써 시선을 올려 프랑의 얼굴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거 뭔지 아세요?”
끄덕끄덕!
흥분을 참으며 마치 말 안장에 올라타듯이 나뭇가지에 앉은 그녀는 오른팔을 들어 올려 투창기를 잡고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확실히 알고 있구나.
근데 앉은 나뭇가지는 나와 같은 거라 굉장히 두꺼워서 허벅지가 쫙 벌어지며 나뭇가지가 가랑이 사이의 보지를 살짝 파고 들어간 모양이 보이는데, 유령이라 아프진 않은가보다. 몸도 없고 몸으로 느낄 감각조차 없는데 중력의 영향을 받는 가슴이나 저렇게 나무에 눌려 일그러지는 보짓살을 보면 대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
아까 몸을 살짝 띄우던 모습을 봐서는 확실히 중력을 거스를 수 있는 거 같은데… 물질에 영향을 받는 영체라니? 근데 직접 만질 수는 없다는 게 굉장히 뭔가 굉장히 억울하다!
“투척에는 자신이 조금 있어서요. 그전에는 워낙 경향이 없어서 생각을 못 했는데 큰 들쥐를 잡으면서 겨우 알아챘어요.”
호오~ 하는 표정을 보고 투창기를 깎으며 봐뒀던 창으로 만들기에 적당한 나뭇가지를 잘라왔다. 길이는 1m였고 두께는 10cm였는데 조금 두꺼운가 싶었지만, 분석으로 날리는 자세를 감지해보니 이 정도가 최저한의 길이라는 걸 알 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눈을 뜨고 있어서 좁아진 내 감지 범위 안으로 깨알만 한 뭔가가 동시에 수 십개가 쏟아져 내렸다!
뭐지?! 뭔가 계속 쏟아진다!
흠칫 놀라면서 위를 올려다봤지만, 나뭇잎에 가려져서 아무것도 안보여!
그와 동시에 나뭇잎에 닿는 순간 몸을 경직시키며 충격에 대비했는데.
투툭 투두두두두둑
쏴아아아아아
귓가로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끄악!”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늘어난 오브젝트의 숫자에 머리가 지끈거려 눈을 감았더니 범위가 확장되면서 그 숫자가 무진장 불어나 뇌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끄으윽!”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지고 뇌가 타들어 갈 거 같은 고통을 참으며 혹시나 미끄러져 땅으로 추락할까 봐 재빨리 한 손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감지 가능한 오브젝트 숫자를 있는 힘껏 줄이기 시작했다!
내가 줄일 수 있는 최저한의 숫자까지 줄였더니 그제서야 고통이 줄어들며 주변 상황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극통을 안겨줬던 조그만 좁쌀 모양의 무언가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비였다.
쏴아아아아아아
“…….”
하늘에서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져 내리는 비. 떨어져 내리는 양이나 땅에 닿으면서 터져나가는 모습에 무시무시한 양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후우.”
그제서야 필터링이 비라는 존재를 인식했는지 감지에 인식되는 숫자에서 들어오는 정보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앞에서 어쩔줄모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프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이제 괜찮아요. 능력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비 때문에 잠깐 두통이 밀려왔던 거에요.”
아직 고통의 잔재가 남아 식은땀이 흐르며 굳어있는 얼굴에 애써 웃음을 띠며 프랑을 안심시켰다.
그녀는 내 말을 듣더니 천천히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내 머리를 품에 끌어안았다. 비록 포근함이나 따뜻함 같은 감촉은 받지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만은 한가득 내 마음속을 채우는 기분이 들었다.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면서 손에서 놓쳐버린 투창기와 뿔 송곳은 떨어져 내라며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팅기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다시 나무를 타고 내려가서 그걸 주워오려고 했는데 아까 소변을 볼 때 내 몸에서 나던 냄새가 생각났다. 마침 비도 오니 몸도 씻을 겸 교복 마이와 셔츠를 벗고 바지도 벗어서 물이 흘러내리는 나뭇가지에 펼쳐놓고 사각팬티 바람으로 발톱 창을 챙겨 든 채 나무를 타고 내려갔다.
프랑은 갑자기 벗기 시작한 날 보더니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눈을 가렸는데……. 프랑 양? 가릴 거면 눈을 감으시죠? 손가락 틈으로 눈이 다 보이는데요!
아무튼, 폭우가 되어 쏟아져 내리는 비 아래 양팔을 벌리고 있으니 몸을 덮고 있던 노폐물들이 씻겨나가는 게 느껴진다.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머리도 쓸어넘기고 한참 몸을 씻고 있는데 문득 왼쪽을 보니 쏟아지는 빗속에 그녀가 서 있었다.
하지만 피부를 타고 흐르는 빗물이 아니라 몸을 통과해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물을 내려다보고 있던 그녀는 처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내가 보고 있다는걸 알았는지 애써 표정을 밝게 만들며 날 돌아보았다.
육체를 잃고 죽은 상태의 자신이 새삼 강조되는 모습에 슬퍼진 거겠지.
“……괜찮아요. 제가 옆에 있어 줄게요. 슬프면 울어도 돼요.”
그러자 결국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는데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기가 애처로워 잠시 머뭇거리다 그녀를 살짝 안아주었다.
비록 육체적인 접촉이 불가능한 그녀와 나지만 이 순간만큼은 내 마음이 그녀에게 통하길 바라며 한동안 가만히 서서 그녀를 안는 자세로 쏟아지는 빗물을 느꼈다.
잠시 후에 진정했는지 그녀는 고개를 돌려날 바라보았는데 손을 풀어 한걸음 뒤로 물러서 주자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내게 다가와 나의 왼쪽 뺨에 입을 맞춰주었다.
“?!”
그 행동에 놀라서 그녀를 바라봤더니 활짝 웃으면서 빗속에서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아름다운 유령 아가씨의 춤은 발레와 비슷한……. 부드러운 연속된 선의 움직임이 매우 아름다운 춤이었다. 밝은 회색빛의 아름다운 모습과 공중으로 흐트러지면서 사라지는 영체의 연기, 쏟아지는 빗방울이 마치 별빛처럼 보일 정도로 그녀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춤이 끝난 그녀는 부끄러워졌는지 몸을 살짝 돌리고 두 손으로 가슴과 은밀한 부위를 살짝 가린 모습으로 나와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자태가 너무 아름다워 음심은커녕 무릎을 꿇고 손등에 입이라도 맞추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기분이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 본 아름다운 춤이었어요. 말재주가 없어서 표현을 잘 못 하겠지만 절벽 위에 핀 한 떨기 가련한 꽃이 있다면 그건 프랑일 거에요.”
그러자 결국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는지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달려가 나무 뒤로 숨어버렸다.
부끄러워하는 여성을 쫓아가 더 부끄럽게 하는 건 매너위반이라고 누나가 그랬었지? 나도 내가 내뱉은 말에 창피해져서 얼굴이 붉어지는데 프랑은 더 심하면 심했지 못하진 않을 거 같다.
쩝, 정장을 입고 있어도 모자랐을 순간에 사각팬티만 입고 알몸의 여성을 찬양하는 고딩이라니. 그래도 프랑은 좋게 봐준거 같아 정말 다행이다.
머리와 몸에 달라붙어 있던 땀과 노폐물들, 진흙들이 깨끗이 흘러내려 가자 상쾌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근데 며칠 동안 씻질 못해서 얼굴에 기름이 줄줄 흐를 거라 생각했는데 노폐물을 제외하면 기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 빗속에서 몸을 씻고 났더니 세안도구로 샤워한 기분이 들 만큼 상쾌했다.
“신기하네.”
쏟아지고 있는 비에도 위상력이 좀 느껴지긴 한다. 수치로 따지면 0.003에서 0.005 사이? 그 덕분에 노폐물들이 잘 씻겨내려 간 걸지도. 하여튼 만능의 기적 에너지, 위상력이다.
난 잠시 수해를 내려다보다가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그사이 나무 위로 올라갔는지 아까 쉬던 나뭇가지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는 프랑이 보였다. 살짝 손을 흔들어준 나는 바닥에 떨어진 투창기를 주워 분석 능력으로 위치와 높이, 힘을 파악한 뒤 투창기를 던져 올…! 어? 갑자기 투창기를 든 오른손에서 빨간 점선이 표시되더니 내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점선이 따라 움직이며 여기저기로 포물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팔에 좀 더 힘을 꽉 주니 포물선이 직각을 그리며 위로 쭈우욱 향하기 시작하고 힘을 빼니까 포물선이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게, 예측선 맞는 거 같지? 내가 뭔가를 집어 던질 때 분석 능력을 계속 활성화 시키면 이런 식으로 투척에 도움을 주는 건가?
굉장히 신기하고 편한 능력이다! 투창에 엄청 도움이 되겠어!
난 좋은 활용 방법을 깨달았다며 실실 웃다가 포물선을 보며 힘과 자세를 맞춰 투창기를 프랑이 앉아있는 옆으로 던져 올려 한 번에 성공시킨 다음 뿔 송곳은 입에 물고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나무를 타고 올라온 나를 한번 바라본 프랑은 무릎을 가슴에 껴앉고 앉은 자세로 쏟아져 내리는 밤의 수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미녀는 뭘 해도 그림이 되네. 내가 저런 자세를 취했다면 돼지 한 마리가 비참하게 젖어서 꿀꿀거리고 있는 모습이었을 거 같은데.
괜한 자학에 가슴이 아파지는걸 느꼈지만 그래도 계속 몸이 변화되면서 점점 얼굴이 잘생겨가고 살도 빠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가졌다.
그날 밤은 밤새도록 내린 비 때문에 땅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나무 위에서 투창을 만들고 프랑은 그걸 구경하고 난 프랑의 몸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프랑은 가끔 잠을 안 자는 날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의 내 모습과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 별다른 표현은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빗물에 씻겨진 교복은 어느 정도 깨끗해졌지만 그래도 입고 있을 정도는 아니어서 바지만 바짓단을 접어 올린 다음 입었다. 왠지 팬티만 입고 있으니 프랑이 신경 쓰여서 부끄러워졌거든. 게다가 묘하게 힐끔거리면서 내 팬티를 훑어보는 게 좀…….
프랑은 젖은 옷을 입으려는 날 막으려 들었지만 홀딱 벗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차마 부끄럽단 말은 꺼내지 못하고 이형종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서 바지만이라도 입는 거라 설명을 했다. 마치 교복이 그 상황에 도움이 되냐는 듯한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뿔 송곳을 들어 교복 마이를 푹푹 찔러 보였더니 흠집도 안 나는 모습을 보고서는 눈이 동그래졌다.
그래서 이런 교복이 생겨난 이유를 설명했더니 감탄한 표정으로 내 교복을 살펴보았다.
============================ 작품 후기 ============================
진행이 너무 설명충에 나레이션같다는 분들의 코멘트를 보니 새삼 진행 방식을 잘 못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ㅠㅠ
하지만 주인공 혼자 있는데 시점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적당한 대화를 통해 주변 상황을 파악시킬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의 생각이나 독백 같은 방식으로 쓰다 보니 이렇게 되네요….
시작을 현실에서 위상 세계로 가는 장면 없이 앞은 다 잘라버리고 위상 세계에서 바로 시작했더니;;
달아주신 코멘트는 앞으로 쓰는 이야기에 참고하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