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클로저스-23화 (23/517)

00023  7일째, 유령 아가씨.  =========================================================================

멀뚱멀뚱 서 있는 날 보고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는 프랑. 그런 모습을 보니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든다.

아아, 미녀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짐승이 바로 남자라더니.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지만 저렇게 실망하고 풀 죽은 모습을 보니 사과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알아듣지 못해서 미안해요. 현실로 돌아가면 열심히 영어 공부 할 테니까 그때까지만 참고 기다려주세요.”

내 말에 프랑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예쁜 미소를 지으며 살짝 머리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아까 얼굴을 치고 지나가는 그건 뭐였지? 탐색으로도 아무것도 안 느껴지던데. 뭐 나가서 독순 술이랑 영어를 외우고 나서 물어볼…시간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나가면 바로 성불할려나?

사실 답답하다는 건 반쯤은 과장된 표현이었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 상대가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정신세계가 크게 안정되기 시작한 걸 알 수 있었거든.

7일.

고작 7일이었지만 내 정신은 극한으로 몰려있었나 보다.

첫 만남은 내 심장과 정신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반나절 동안 그녀의 표정과 손짓 발짓과 약간의 단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의 심성이 착하고 성실하면서도 부드럽고 개구쟁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록 유령이지만 그런 밝은 햇살 같은 성격에 머릿속에 쌓이던 무거운 느낌이 서서히 풀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었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었는지는 그걸 알게 된 직후였는데 그녀와 대화하면서 지난 7일간의 내 행동을 되돌아봤더니 감정의 기복이 급격하게 오르내리고 평소 현실에서 하던 망상 산책의 수배 내지 수십 배에 달하는 잡생각과 쓰레기 같은 욕망이 불끈거렸었다는 걸 알았거든.

살짝만 칼집을 내도 파열해버릴 만큼 팽팽히 당겨져 있던 상태였다는 거다.

성격도 이미 좀 변해버리고 망상과 잡생각의 수위와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 거 같지만, 현실로 돌아갈 때까지 그녀와 함께한다면 좋아지진 않을지라도 더이상 나빠지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하고 망상을 한 것은 아마도 내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행동이 아니었을까.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고 쉬지 않고 탐색 능력으로 주변을 살피는 와중에 이 넓은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은 나 하나뿐이고 그 외 대부분의 존재는 발견하는 순간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이형종만 존재하는 곳.

조금만 세게 쳐도 부서져 버릴 거 같은 나약한 멘탈을 가진 나에게 위상 세계는 바닥 없는 늪이었던 셈이다. 살아나가더라도 정신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탐색 능력이라는 오염 물질을 가지고 분별없이 휘두르다 욕망에 져서는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겠지.

그러니 처음 긴 주둥이 마른 늑대를 만나 쫓기는 우연에 절벽 아래로 떨어져서 살아남는 기적에 이형종으로 변이해버린 그녀의 행동에서 목숨을 구하고 거대 두더지와 공멸해버린 프랑의 육체에서 위상석을 회수해 유령이 되어버린 프랑을 만나기까지.

몇 번의 우연이 아닌 기적이 겹쳐 살아남았고 그녀를 만났다.

이 세계에서 그녀가 위상석에 자리를 잡고 내 곁에 존재하는 한 내 정신이 오염이 되고 붕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프랑의 샤워장면을 훔쳐보지 않았더라면 전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나는 옆에서 함께 걸으며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프랑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 말을 걸었더니, 그녀는 이 아이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폭포에서 샤워하던 상황에 생각이 닿았는지 제자리에 멈춰 서서는 양손을 얼굴로 가린 채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부끄러워하는 건가? 나도 멈춰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더 부끄러워하기 전에 말을 이어줘야겠고 생각했다.

“그때 프랑은 몸을 씻고 용소에서 진흙을 퍼 올려서 몸에 발랐었잖아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프랑. 근데 그 자세가 더 부끄럽지 않나요? 팔이 가슴을 약간 가려준다고 하지만 내 천川자 모양의 배에 앙증맞은 배꼽과 매끈한 아랫배를 지나 앙증맞은 털이 살짝 덮힌 치골에 음부까지 적나라하게 보이는뎁쇼.

“그 모습이 아니었으면 전 진흙을 몸에 바른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을꺼에요.“

-…….-

“대충 내 채취를 가려주겠구나 하는 생각만 하고 따라 하듯이 몸에 발랐었는데 그게 거대 두더지에게서 내 목숨을 구해줬었죠. 덩달아 능력을 각성할 수도 있었구요.”

손을 내리고 놀라서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 내가 거대 두더지를 만났다곤 생각 못했나보다.

“강을 사이에 두고 저는 진흙을 몸에 바르고 바로 나무 뒤에 숨었고 그 뒤에 나타난 거대 두더지는 강 건너편에서 진흙을 바르기 시작했었거든요. 덕분에 내 몸의 채취를 거대 두더지가 감지하지 못했고 저는 그 상황에서 무사히 능력을 각성할 수 있었어요.”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며 안도하는 동시에 안타깝고 슬픈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

“그때 각성한 능력은 이형종과 여러 가지들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었는데 그 후에도 뿔이 난 강아지를 만나고 절벽을 타고 올라와서 긴 주둥이 마른 늑대를 만나고, 큰 들쥐 암컷을 만나고. 전부 진흙 덕분에 몸을 지킬 수 있었어요.”

어젯밤 자정에 그녀를 처음 만나고 지금까지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얼마나 안심을 하고 마음이 편해졌는지 알게 된 나는 아까부터 생각하던 걸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고마워요, 프랑.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내 말을 차분히 듣고 있던 그녀는 나의 감사 인사에 큰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이구, 왜 울고 그래요. 난감하게.

만난지 12시간도 채 안됐는데 갑자기 고맙다는 말을 하는 나도 좀 그렇지만, 고맙다는 말에 눈물을 흘리는 그녀도 오랜시간 홀로 지내며 정신이 피폐해져있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눈물을 훔친 그녀는 비록 옷은 없었지만 양손으로 드레스 끝자락을 들어 올리는 듯한 모습으로 살짝 무릎을 굽히는 우아한 자세를 보여주며 나의 감사에 응해줬다.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솔직하고 꾸밈없는 반응을 보여주는 귀여운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감정과 함께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건 남자들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욕망이 아닐까.

“킥킥. 프랑의 모습은 저한테 너무 자극이 심해요.”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끼며 그녀와 눈을 맞추고 프랑의 알몸에 대해 살짝 돌려 말하면서 지적해줬는데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몸의 중요 부위를 가리고 살짝 몸을 비틀며 흘겨보았다.

헉, 파괴력이 장난 아닌데!

혹시 복장을 어찌할 수는 없는 건가? 일부러 알려줬는데도 다른 모습으로 바뀌거나 하지 않는걸 보면 알몸인채 영혼이 고정되어버린건가보다. 하긴, 거인 프랑도 알몸이었지, 그래서 그런가?

그녀의 색기 넘치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끼며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하며 딴청을 피우니 그녀의 눈이 반달처럼 예쁘게 휘어지며 쿡쿡 웃었다.

잠시 뻘쭘해 하던 나도 멋쩍게 따라 웃으니 그녀도 나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고서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고 프랑을 짓궂게 놀리다가 불을 피워 가져온 큰 들쥐 고기를 점심으로 먹고 다시 걷기를 6시간. 오후 3시가 좀 넘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혹시 내가 빠르게 움직이거나 달려가면 어떻게되냐고 프랑에게 물어봤더니 그녀는 방긋 웃으며 한번 달려보라는 손짓에 있는 힘껏 달려봤었다.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2km 정도를 달리다가 그녀도 날 따라 달리고 있나 싶어서 뒤를 돌아봤는데 프랑이 보이지 않았었다.

놀라서 황급히 멈추면서 뒤돌아서서 뛰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내 뒤에서 프랑이 쏙 하고 얼굴을 내미는 게 아닌가!

놀랍기도 하고 어처구니도 없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더니 그녀는 내 주머니 속에 있는 위상석을 가르키며 드디어 나도 한번 놀렸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위상석? 위상석이랑 따라 이동했다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내 생각이 맞는지 물어봤더니 그녀는 맞다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날 놀린 게 미안한지 내 눈치를 살살 보는데 내가 화난 건 아닐까 하는 표정이다.

혹시 프랑은 위상석에 몸이 묶인 게 되는 건가. 문득 위상석의 중앙에 생겨난 회색빛 기운이 떠올랐다.

약간 걱정하는 눈빛으로 내 얼굴을 힐끔거리면서 보고있는 그녀에게 괜찮다며 한번 웃어주고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어……. 그러면 현실로 돌아갔을 때는 어떻게 해요?”

위상석에 몸이 메인 상태라면 어떻게 벗어나는 거지? 그냥 마음대로 성불할 수 있는 건가?

그제서야 얼굴이 밝아진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위상석의 크기만큼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더니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다 손을 펴서 동그라미를 지우고는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르켰다.

“위상석이 사라지면 성불한다구요?”

성불이라는 단어가 생소한지 잠시 머리를 갸웃하던 그녀는 이내 맞다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위상석이 사라지면 그녀도 사라지는 건가? 그럼 그동안 그녀와 함께할 수 있다는 말?

잠시 위상석이 위상석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였나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가슴 한켠이 시려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생각을 돌렸다.

“위상석이 사라지기전에도 성불 할 수 있나요?”

물어보기엔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꼭 확인하고 싶어져서 그녀의 얼굴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물어봤다. 아까부터 생각한거지만, 왠지 프랑이랑 헤어지고싶지 않아졌거든.

만약 현실로 돌아가자마자 그녀가 성불해버린다면 가슴이 허전할거 같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는 아빠의 말이 생각났지만 그래도 오래 볼 수 있으면 짧은 것 보다 좋잖아.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그녀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불가능하다고 알려왔다! 순간 표정이 밝아지며 환호성을 지를 뻔 했는데 필사적으로 억눌러서 겨우 프랑에게 표시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의 대답에 갑자기 좋아하며 환호성을 지른다면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그녀가 있는 위상석은 고위 이형종의 위상석이니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사라지는 위상력의 양을 보면 대강 언제쯤 헤어질지 그 시기도 알 수 있을테니 그사이에 마음을 다잡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그나저나 어디까지 가는 거지? 계속 눈을 뜨고 망원으로 주변을 살펴보며 꽤 빠르게 걸어서 6시간 동안 32km를 이동했는데 이 정도면 내가 지난 7일 동안 절벽을 따라 걸은 길이의 두 배에 가깝다.

거기다 가는 방향을 보니 이대로 가면 절벽에 다다를 거 같은데?

“프랑. 지금 이쪽 방향으로 계속 가면 절벽 아래로 내려갈 거 같은데 방향이 맞는 거에요?”

그러자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다가 손가락을 아래를 가르키더니 팔을 교차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절벽 아래로는 안 내려 간다구요?”

끄덕끄덕!

“그럼 어디까지 가는 거예요?”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양 손가락을 두 번 펼치고 한 손을 펴며 손가락 두 개를 꼽았다.

“22시간을 더 가야 해요?”

끄덕끄덕!

“거기에 뭐가 있는데요?”

그 말에 프랑은 손가락으로 날 찍더니 다시 바닥을 가르키며 날 중심으로 한 바퀴 빙 돌았는데 지름 6m 정도 되는 원이었다.

“……은신처요?”

그러자 환하게 웃으면서 짝! 하는 소리가 들릴 거 같은 박수를 한번치고 환하게 웃었다. 내가 잠을 못 잔다고 날 위해 안전한 은신처로 안내하려는 건가? 그 마음이 고마워서 난 활짝 웃으면서 프랑을 돌아보았다.

“고마워요! "무진장" 기대가 되는데요?! "안전한" 은신처라니!”

과장된 몸짓으로 그녀에게 무진장 기대하고 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바라보니 그녀가 당황하는 게 느껴진다.

킥킥, 무진장이랑 안전한에 강조를 세게 넣었더니 그만큼은 안전한 게 아닌지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하는 게 너무 귀엽다!

“아. 적당히 안전한 곳이에요? 그렇다고 해도 프랑이 애써 안내해주는데 제가 실망할리가 없잖아요.”

-……!!-

그제서야 또 놀림받았다는걸 깨달았는지 분하다는 표정……인가?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뻗어 내 팔을 꼬집는 시늉을 하는데 아무래도 분하다기보단 또 당했다! 하는 거 같은 표정인 거 같다.

나 혼자라면 무서워서 그렇게 오랫시간 걷지는 못할 텐데, 그녀가 옆에 있으니 22시간 정도는 안자고 걸어갈 수 있을 것처럼 기분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4시간을 더 걸었더니 다시 절벽과 그 너머 수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걸음을 멈추고 수해를 내려다보고 있자 그녀도 내 옆으로 다가와서 내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지켜봐 주었다.

서쪽 숲 너머로 해가 넘어가려 하며 지는 노을은 피같이 붉어 내 머릿속 한구석을 시리도록 자극했지만, 프랑이 내 옆에 있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 느낌이 180도 바뀌어서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오른쪽 저 멀리에 아주 조그맣게 흐르는 모습의 폭포가 보였고 내 앞에서 직진으로 서쪽을 향해 흘러가는 강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지평선 조금 못 가서 숲 속으로 사라져있지만.

그리고 북서쪽을 바라보았다. 뇌 내 지도 덕분에 프랑의 육체가 있는 곳의 위치는 알지만, 나무에 가려서 안 보이네.

내가 보고 있는 방향에 자신의 죽은 육체가 있다는 걸 알고 내 마음을 읽었는지 프랑은 방긋 웃어주었다.

“미안해요. 묻어주고 싶었는데…….”

그러자 환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이더니 다시 저었다. 마음만은 고맙다는 건가?

이제 자야 할 곳을 찾아야 했다.

프랑과 함께 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며 감수성을 한껏 자극받은 다음 주변에 누워서 쉬기에 괜찮은 나뭇가지 모양의 나무가 있을까 해서 탐색 능력으로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반경 300m 안에는 딱히 그런 나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절벽에서 30m 떨어진 곳에 나무의 직경이 7m가 넘어가는 무진장 큰 나무를 찾아 타고 19m까지 기어 올라가서는 내 몸통보다 두꺼운 나뭇가지에 주저앉아 등은 나무에 기대고 다리는 쭉 펴서 나뭇가지에 포개어 올렸다.

높이가 43m라니, 조금만 더 크면 절벽 높이만큼이나 커지겠는걸? 아래쪽 나무들이랑은 정말 비교되는 사이즈군.

뿔 송곳으로 손과 발이 잡기 편한 곳을 만들고 분석 능력을 사용했더니 한 손과 두 발만으로 19m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었다. 무성한 나뭇잎으로 내 모습을 가려줄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이라 그나마 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거기다 서쪽을 내려다보면 시야도 탁 트여있는 게 절벽 너머 지평선까지 보였다.

날 따라 나무를 기어오르던 프랑은……. 몸도 없으면서 몇 번 미끄러졌다가 다시 힘겹게 나무를 타고 올라와서는 내 발끝에서 나무에 걸터앉아 한숨을 쉬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약간 선명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희끄무레했었는데 위상석에 몸을(혼을?) 맡긴 뒤로는 흐릿한 부분이 사라지면서 점점 선명해지더니 20시간이 지난 지금은 뚜렷한 몸의 윤곽을 가진 채 윤곽 밖으로는 아주 밝은 회색의 연기를 흩뿌리는 모습이 되었다.

거기다 투명도가 50%를 넘었던 처음에 비하면 불투명도가 80% 정도 되서 그냥 육안으로는 몸을 뚫고 건너편을 보기가 조금 힘들다. 하지만 오히려 투명도가 줄어든 지금이 더 좋은 거 같다. 뭐가 좋으냐면, 영체가 짙어진 덕분에 몸의 굴곡과 선명도가 확실해지며 온 몸이 확실하게 보였거든!

언제나 자세가 곧았던 그녀지만 꽤 지쳤는지 허리가 굽혀진 게 모습만 봐서는 상당히 힘들어 보였는데, 상체를 굽혔으니까 앙증맞은 뱃살이 두 겹 세 겹으로 접혔지 진 않을까 뚫어지게 바라봤더니 내 시선을 눈치챈 프랑은 손으로 배를 가리면서 날 보며 살짝 뺨을 부풀렸다.

그래서 물었다.

“프랑은 몸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에요?”

그 말에 어라?! 하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머리를 갸웃거리다가 자신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아무래도 유령이 된지 얼마 안되나보다. 저렇게나 아방한 모습이라니.... 하지만 바로 허리를 꼿꼿히 펴고서는 눈을 감았다.

기회! 그 틈에 그녀의 가슴 끝에 돋아나 있는 유실이나 만지면 부드러울 거 같은 옆구리를 비롯해 목덜미 쇄골 복근과 살짝 머리를 기울여서 등 쪽도 바라보는 등 마음껏 눈으로 프랑의 육체를 감상했다.

최대한 눈에 각인시켜야 분석 능력으로 머릿속에 프랑 유령 타입의 모델링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지금 나의 망상 뇌에는 두가지 버전의 야동이 차곡차곡 보관되고 있었는데, 거인의 얼굴을 프랑으로 바꾼 프랑 거인 버전과 프랑 인간 버전 두 종류였다.

그런데 영체를 감지 할 수 있었다면 분석 능력이 당장에 변환을 완료해서 완벽한 야동을 만들었을 텐데, 아무래도 영체를 감지하지 못하다 보니 거인의 몸에 프랑의 알몸을 눈으로 자세히 본 부분만 마치 사진을 붙인것 처럼 되어 있어서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이 상당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열심히 눈으로 그녀의 몸을 살피고 있었는데.

그녀의 몸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천천히 50cm까지 떠오른 그녀는 깜짝 놀란 내 목소리에 반응해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살풋 웃고는 다시 천천히 내려앉았다.

떠오른 게 신기하고 갑자기 떠올라서 놀라고 어떻게 떠오른건지 궁금하고 하여튼 궁금함을 한가득 담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 딴청을 피우다가 날 힐끔 보고는 살짝 웃더니 나뭇가지에 엎드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

설마 자기가 유령이라는 자각이 없었던 건가? 그래서 저렇게 딴청 피우면서 눈길을 피하고? 괜히 내 말에 유령으로 자각을 확실하게 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지워버렸다.

그나저나 프랑, 다 보여요.

다리를 이쪽으로으로 향하며 엎드린 덕분에 살짝 누르면 팅겨내버릴만큼 탱글탱글해 보이는 한 쌍의 엉덩이와 허벅지 틈 사이로 그녀의 자그마한 꽃잎과 국화꽃 같은 항문이 고스란히 다 보였다.

어째서인지 선명해진 그녀의 모습에는 뚜렷한 질감마저 느껴져서 저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나는 버티기 힘든데…….

사실 그녀를 만난 후부터 계속 자지가 발기해있는 상태라 마치 고문을 받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아무튼, 그녀는 양팔로 머리를 괴고 다리를 까닥거리고 있었는데 시선은 그녀의 매끈한 다리로 향하고 정신은 드러난, 흠흠! 보지와 항문에 뺏기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역시 지적해줘야겠지? 하지만 그녀 자신이 유령이라는 자각을 자꾸 일깨워주는 건 어쩐지 껄끄러운 느낌이 들어서 그 주제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 괜찮아요?”

- ? -

내 질문에 의아한 표정으로 머리만 살짝 돌려서 날 바라보는데 그 얼굴이 사뭇 귀엽다!

같이 시간을 보낼수록 그녀는 처음의 단아하고 기품 넘치는 모습보다 꼭 개구장이같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책애서 말하는 팔색조 같은 매력이라는 게 프랑을 두고 말한건가 싶을 정도다!

“프랑의 소중한 부분이 다 보이는데…….”

프랑은 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한쪽 손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허벅지를 오므렸는데 깜짝 놀랄 때 국화꽃이 움찔하고 보지가 살짝 풀어지는 모습이 전부 보였다!

그러니까 엉덩이를 가리지 말고 거길 가리라니까!

============================ 작품 후기 ============================

힘내라는 응원의 의미로 추천 한번 눌러주시면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