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2 7일째, 유령 아가씨. =========================================================================
주변을 경계하면서 어젯밤에 잠시 쉬었던 나무 근처에 도착하니 망원 능력의 끝으로 뭔가가 나무 밑을 열심히 파헤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큰 들쥐다.
내가 간밤에 죽인 다른 큰 들쥐의 내장과 머리통을 파묻었던 자리 위에 지난밤에 잡아먹었던 큰 들쥐보다 조금 작은 녀석이 두 앞발을 이용해서 땅을 파내고 있었다.
놈의 위상력은 17. 수컷이었다.
그 모습을 280m 떨어진 곳에서 잠시 지켜본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숙여서 자세를 낮춘 채 오른손으로 발톱 창을 옮겨 잡고 왼손에는 뿔 송곳을 옮겨쥐었다.
그 모습을 프랑은 약간 놀란 듯이 양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그 얼굴을 보고 씨익 웃어주니 그제서야 프랑도 적이 나타났다는 걸 눈치채고 걱정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큰 들쥐에요. 어제 잡은 암컷의 남편인가 봐요.”
내 말에 눈이 더 동그래진 그녀는 이내 오른손을 펴서 눈썹 위에 갖다 대더니 어디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찾기 힘들 걸? 사이사이에 나무 여러 그루가 가려져 있어서 그냥 직선으로 보면 안보이거든.
암컷보다 위상력도 작고 크기도 작았지만, 이형종은 이형종, 난 프랑과 함께하며 풀어졌던 긴장을 다시금 추켜세워 올리며 전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제 잡은 암컷은 그야말로 손쉬운 먹이였었지. 나무 위에서 작살 하나 던진 걸로 쉽게 잡았으니까.
음, 저거 잡고 나면 작살 몇 개를 더 만들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분석 능력을 이용하면 투창기도 쉽게 만들 수 있겠는걸?
투창기는 적당한 가공 도구를 구했을 때 만들기를 권하는 투창을 위한 보조기구였는데 그 모양은 여러 종류지만 기본적인 골자는 하나였다. 좀 더 강하게, 멀리, 정확하게 쏘기 위한 것.
내가 생각한 건 곰방대와 비슷하게 생긴 작대기가 아니라 직사각형의 나무 위에 기다란 홈을 파고 끝에는 창을 고정할 틈을 만들어둔 모양이었다.
그 틈에 투창의 끄트머리를 끼우고 나무 아랫부분을 잡고 밀듯이 있는 힘껏 던지면 손으로 집어 던질 때보다 힘의 집중이 더 높아져서 위력적인 관통 무기가 되게 해주는 보조 도구였다.
사람의 손으로는 창끝을 잡고 밀듯이 집어 던지기가 힘들어 일반적인 힘으로 창을 100m까지 던져서 나무판에 겨우 꽂히게 한다면 투창기를 이용했을 때에는 10배가 넘는 거리를 날릴 수 있게 해줬으니 같은 거리라면 이 투창기를 쓰냐 안 쓰냐에 따라 위력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투창기만 잘 쓰더라도 이 세계에서 생존 확률이 확 올라갈 수 있는 도구라고 했었지.
문제가 되는 건 나무 창을 얼마나 쉽게 공급하느냐다 보니 아무런 도구도 못 구하는 위상 세계에서는 경우에 따라 전혀 힘을 발휘 못 할 수도 있고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서야 투창기가 생각나다니. 나도 참…….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큰 들쥐를 찾는 프랑을 내버려둔 채 눈을 부릅뜨고 망원 능력을 전부 다 발휘하며 큰 들쥐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마치 암살자처럼 천천히 큰 들쥐를 향해 소리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여긴 절벽 아래보다 잔풀이 많아서 소리가 나지 않을만한 곳을 디디며 움직이기가 힘들다. 햇볕이 잘 쬐이니까 이런 잡초도 잘 자라는구만.
큰 들쥐와 나 사이에 나무 한 그루씩은 들어오게 방향을 조절하며 숨을 죽이고 조심스레 100m까지 다가간 다음 나무 뒤에 잠깐 숨을 내쉬고 다시 들이마셨다. 내 몸에는 현재 땀을 무지막지 흘려서 굉장한 채취가 날거다. 거기다 큰 들쥐 암컷을 잡으면서 몸에 튄 핏자국도 남아있고.
프랑에게 왠지 꼴사나운 모습은 보여주기 싫어서 흙탕물 뒤집어쓰는 걸 건너뛰었는데 속으로 후회했다. 체면 따윈 신경 쓰지 않는 건데, 설마 그사이에 이형종을 만나겠어 했던 생각이 현실이 되었다.
만약 위상석 안에 있었다면 그 틈에 뒹굴뒹굴했겠지만 계속 옆에 있어서 그러지를 못한 게 뼈아프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미 죽은 사람에게 호감을 받아서 어디다 쓰겠다고.
물론 호감도를 받으면 이런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영체 상태인 그녀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솔직히 내 능력 덕분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컸다. 기껏 해봤자 정찰 정도일 텐데 내 탐색 능력이 더 뛰어나니까.
뭐, 여기서는 그녀 혼자 60년 넘게 살았기 때문에 홈그라운드처럼 지리적인 이점이 높겠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이런 내 생각도 모른 채 그녀는 날 따라오다가 저~ 앞쪽에 큰 들쥐가 땅을 파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놀란 눈으로 양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하지만 역시 귀여우니까 모든 게 용납된다! 착한 미녀는 무슨 짓을 해도 용서가 되는 법이니까! 죽을 수 있는 실수는 빼고!
저 구덩이는 70cm까지 팠었는데 100m까지 다가가는 사이에 수컷 큰 들쥐는 벌써 절반 가까이 파냈다.
다시 슬금슬금 다가가다가 감지 능력 범위 안에 큰 들쥐가 들어오자 눈을 감고 실시간으로 저 녀석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했던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녀석의 목 아래로만 정신 집중을 해서 감지를 돌리며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는데 중간중간 귀를 움찔움찔하면서 머리를 살짝살짝 들 때마다 멈춰 서서는 숨도 내쉬지 않고 기다렸다가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을 때 움직였더니 30m까지 줄이는 데 13분이나 걸렸다.
목을 따라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냄새가 점점 퍼지겠군.
일단 전투 준비 자세를 취하고 호흡을 고르다가 다시금 이동을 시작했는데 10m까지 거리를 줄였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아! 피 냄새! 저놈이 파고 있는 구덩이는 깊게 파낼수록 피 냄새가 진하게 날 테니 후각이 마비돼서 내 채취를 못 맡고 있는가보다!
이제 조금만 더 다가가면 저놈의 위상력 감지 범위 안으로 들어가겠지. 난 묵은 숨을 살짝 내뱉고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다음 온몸에 힘을 주고 달리기 시작했다!
찍?!
그제서야 땅 울림으로 날 발견했는지 땅 파는 걸 중단하고 놀란 듯이 날 바라보았다.
찌아아아아아아악!!
그 직후 내 몸에서 자기 마누라의 흔적이라도 발견했는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른 큰 들쥐 수컷은 뇌를 투시해보지 않아도 격노했다는 게 비명에서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거리는 점점 줄어들어 5m까지 좁혀졌을 때 큰 들쥐의 뒷다리 근육이 힘껏 응축되며 조여지는 게 보인다!
점프 공격인가!
놈이 공격을 해올 거라고 판단 한순간 분석 능력이 풀 가동되며 분노한 큰 들쥐 수컷이 점프해 올 동선이 홀로그램처럼 표시되며 아가리를 벌리고 양 앞발을 내밀어 날 붙잡은 다음 이빨로 내 머리를 찍어 죽이려는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탐색 능력이 나에게 큰 들쥐 수컷이 공격해 올 방향과 동작을 머릿속에서 모두 보여줬지만, 그 속도에 대응하지 못해 놈의 점프 공격을 피하지 못할 확률이 80% 이상!
그럼 창으로 찌른다!
동시에 오른발에 힘을 줘서 몸이 밀리지 않게 버틴 다음 왼발을 한발 내딛고 땅을 디딘 충격이 종아리를, 허벅지를, 허리를 타고 가슴으로 올라오는 순간 상체를 비틀며 쥐고 있던 발톱 창을 있는 힘껏 내질렀다!
그러자 내지른 창끝이 큰 들쥐 수컷의 주둥이에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가며 목을, 심장을 가르며 내장을 관통하고 항문을 통해 발톱 창의 끝이 삐져나왔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완벽한 일격으로 단번에 큰 들쥐 수컷을 찔러죽인 다음 발톱 창을 뒤로 잡아당겨 회수했다. 이대로 있다간 발톱 창의 끄트머리가 큰 들쥐의 골반에 걸려 부러질 거 같았다.
“후욱! 후욱!”
주변에 다른 큰 들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망원 능력으로 살펴봤지만 다른 이형종은 보이지 않았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온몸에서 힘을 풀고 죽은 큰 들쥐 수컷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철퍽하면서 떨어진 큰 들쥐 수컷의 시체. 분석 능력으로 찌르는 순간을 확인해 보니 발톱 창이 심장을 가르고 항문을 관통한 순간 즉사했다.
주둥이와 똥구멍으로 피를 질질 흘리며 고통 없이 죽었을 놈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프랑이 내 앞으로 다가와서 눈을 반짝 반짝거리며 열심히 손뼉 치는 동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푸훗. 뭐에요?”
그, 헤, 이, 흐? 그레이트? 입 모양을 보니 그레이트라고 하는 거 같은데?
“대단하다구요?”
그러자 머리를 끄덕이면서 내 주변을 폴짝폴짝 뛰며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으흠, 겨우 최하위 이형종을 찔러죽인 거 뿐인데 반응이 너무 격렬해서 조금 민망할 정도다. 물론 폴짝 거릴 때마다 출렁거리는 가슴은 나에게 정신적인 안정감과 흥분을 동시에 안겨줬지만!
“겨우 큰 들쥐인데요, 뭐.”
쑥스럽게 말하며 왼손을 들어 뺨을 긁적이니 절대 아니라는 듯이 머리를 도리도리 젓고는 흥분한 모습으로 양손을 가슴 앞으로 당겨서 주먹을 꼭 쥐더니 이 이 아ㄹ 에흐 이 시 티? 퍼펙트? 라고 말하더니 내 앞에서 대각선으로 내가 취한 자세를 똑같이 천천히 재현해보는 게 아닌가!
알몸의 여성이(유령이지만) 저렇게 자세를 취하니까 가슴도 출렁이고 벌린 다리 사이로 꽃잎까지 보이는 게 굉장히 선정적이다! 급속도로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게 느껴지지만, 눈을 떼지 못하겠어!
내가 얼굴이 빨개진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두 번을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가 내 얼굴을 보고서는 자기 몸을 내려다보는 프랑.
바로 왼손으로 아래를 가리고 오른손으로는 유두를 가리면서 휙 돌아서서는데 매우 창피해 하는 거 같아 보였다.
좋은 구경이었다……!
놓고 갔던 나무 창은 큰 들쥐 수컷이 마구 물어뜯어놔서 갈라지고 부서져서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어차피 큰 들쥐 암컷의 목을 한 번에 찌르면서 뼈까지 가른 덕분에 끄트머리가 뭉개져 있었지만 조금만 다듬으면 다시 쓸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군.
프랑은 아깝다는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나무창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유령이라 만지지도 못하면서 콕콕 찌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였다.
“괜찮아요. 그건 직접 처음 만든 거라 다시 적당한 통나무만 구하면 1시간이면 만들 수 있어요.”
내 말을 들은 프랑은 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입을 방긋 방긋거리는데 크래프츠맨? 제작자냐고?
잠깐 제작자가 맞던가?
“제작자? 장인? 이냐구요?”
그러자 도리 끄덕이는데 장인이냐고 물어본 거 같다.
장인이라니, 보통 나이 많은 사람이 장인이나 명장의 칭호를 받는 거 아닌가? 영국은 좀 다를려나. 프랑 씨, 제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요? 그래도 못 알아 볼 정도긴 하지만 교복을 입고 있는데.
순간 짖궂은 마음이 들면서 프랑을 놀리고 싶어졌다.
“프랑……. 제가 그렇게 늙어 보이는 거에요? 저 이제 고등학생인데…….”
일부러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땅바닥을 내려다보자 당황한 표정으로 발딱 일어서서는 머리와 양손을 황급히 도리도리 젓는 프랑.
크윽! 너무 귀여워!
내가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얼굴을 찌푸리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두 눈을 글썽거리며 나한테 바짝 다가와 입술을 오므리는데 순간 뽀뽀해달라는 줄 알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내 NO라고 하는걸 눈치채고는 착각했다는 민망한 마음을 숨기고서 씨익 웃으며 “농담이에요.” 라고 해주니 멍한 표정이 되어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킥킥 웃으면서 큰 들쥐 수컷이 도로 파낸 구멍에 뿔 송곳으로 목을 끊고 팔다리 꼬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 뒤죽박죽이 된 내장을 긁어냈다. 이건 다듬어서 가지고 가야지. 점심때도 먹을 고기가 생겼네 후후후.
그러고 보면 이놈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판 모양새인걸?
프랑은 이내 자기가 놀림받았다는걸 깨달았는지 뿌우거리며 양 볼을 부풀렸는데 그 귀여운 모습에 또 웃어버렸더니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팩 소리 나게 돌렸다.
삐진 건가? 킥킥. 근데 가슴이 크니까 가슴 위로 팔짱 끼는 게 아니라 가슴 아래로 팔짱을 끼면서 들어 올리는구나.
과연 80D사이즈…….
다시 흙을 묻어서 구멍을 메우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부루퉁한 얼굴로 나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는 검지로 자신을 가르키며 시스터라고 입을 방긋 방긋거렸다.
자기가 누나라는 건가? 귀여워서 미치겠네, 큭큭큭.
그런 모습을 보니 또 놀리고 싶어지잖아.
나는 발톱 창에 이상이 생기진 않았을까 감지와 분석으로 체크해본 후 큰 들쥐 수컷의 몸뚱아리를 집어 들고 강가로 움직이며 말했다.
“네? 시스터? 그게 무슨 뜻이에요?”
눈을 크게 뜨며 천연덕스럽게 물어보자,
-…….-
황당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프랑. 그래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사실 영어는 쥐약이라서……. 미안해요. 프랑.”
이러니까 또 홀라당 속아 넘어갔는지 황급히 다가와서는 당황해하면서 손을 좌우로 저으며 노, 노 하는데 진짜 이런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여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놀렸다는 걸 눈치채면 진짜로 화낼 거 같아서 괜찮다고 최대한 상냥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줬는데 조금 억지 표정 같아서 들키는 건 아닌가 했지만, 프랑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는 게……. 안 들킨 거 같다.
너무 순진한 거 아냐? 오빠 믿지? 하면서 모텔에 데려가면 진짜 믿는다며 따라올 거 같다. 그나저나 몇 시간 전에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되게 굉장히 밝아졌는데? 저 모습이 원래 모습인지, 웃기도 잘 웃고 밝은 미소가 잘 어울리는 예쁜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나도 가슴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아무튼, 혹시 모르니 다른 이야기로 관심을 돌려놓을까?
“아까 저보고 장인이냐고 했죠? 전 그냥 손재주가 좀 좋은 거뿐이에요.”
그러니까 경악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프랑. …내 말이 어떻게 들렸길래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열심히 설명하는 자세로 이리저리 손짓하면서 입으로 뭐라 뭐라 빠르게 말하는데 전혀 못 알아듣겠다.
“프랑, 그러니까……. 프랑? 프랑! 무슨 말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거 같아서 눈앞에 손을 흔드니까 그제서야 움직임을 딱 멈추면서 두 눈을 꿈뻑꿈뻑.
이내 가슴에 양손을 꼭 맞잡고 한껏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본다. 그러다가 갑자기 저 앞으로 달려가서 양손을 벌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더니 오른손 검지를 들어 자신의 눈을 가르키는 프랑.
그러더니 눈을 감고 엉거주춤하다가……. 저건 아까 발톱 창을 찌르던 자세?
엉거주춤은 잠시, 뭔가 분위기가 바뀌더니 날 향한 상태에서 아까 큰 들쥐 수컷을 잡을 때 쓴 자세를 취하더니 똑같이 내 얼굴을 향해 손을 쭉 뻗어왔다!
후욱!
!!
내 얼굴을 뚫고 뭔가가 지나가 버린 듯한 느낌에 등줄기에서 소름이 우수수 솟아나 버렸다!
그리고는 눈을 뜨더니 날 보고 또다시 뭐라뭐라하면서 손짓 발짓을 하는데 방금 전의 소름은 온데간데없이 커다란 가슴만 출렁 출렁거리며 내 눈을 현혹했다.
뭐였지? 말과 표정과 행동으로 방금 전의 그걸 설명하는듯하지만 표정으로 간단한 생각 정도야 알 수 있지만 저렇게 수많은 단어를 쏟아내면서 하는 말은 절대 못 알아듣는다.
어우, 답답해.
내 표정에서 답답함을 느꼈는지 프랑도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워서 발을 동동 굴린다. …근데 가슴의 출렁임이 너무 리얼해서 도저히 유령 같지가 않다. 거기다 땅을 걸어 다니는 유령이라니, 보통은 날아다니고 막 벽 통과하고 그러는게 보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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